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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동반 여행 서비스

“펫 전용 룸 있나요?”… 관광산업 틀 바꾼다

이경희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하나의 가족이 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반려동물 동반 여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플랫폼 브링파이도는 전 세계 1만4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50만 개 이상의 숙박, 식사 등 펫 프렌들리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IHG호텔 앤드 리조트, 힐튼호텔 앤드 리조트 등 고급 호텔들은 펫 전용 룸을 비롯해 반려동물 돌봄, 반려동물 전용 룸서비스, 수의사와의 사전 상담 서비스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인 아루바는 펫 프렌들리를 하나의 관광 정책으로 삼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개발했다.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여행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재개된 2022년, 글로벌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미국, 영국, 일본 등 7개국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글로벌 여행 동향 보고서(2022 Global Travel Trends Report)’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는 2022년도에 여행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 중 76%는 “2021년보다 2022년에 가족과 함께 더 많이 여행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외부인과의 접촉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우선적 가치를 둔 것이다.1

그런데 팬데믹은 ‘가족’에 대한 개념에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외부인과의 접촉이 자유롭지 않게 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입양함으로써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했고,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으로 더욱 깊숙이 자리매김하게 됐다. 심지어 반려동물의 일상 패턴에 맞추며 사는 것이 익숙해졌다. 즉,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2 문화가 강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가족이 된 반려동물들이 여행에도 적극 동행하기 시작했다. 미국반려동물산업협회(APPA)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반려인 37%가 매년 반려동물과 여행을 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10년 전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반려인 52%는 숙박 예약 시 반려동물 친화적 시설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모든 장소에서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다. 여전히 반려동물 동반 여부를 웹 사이트에 기재하지 않은 곳도 많아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는 일도 다반사다. 다행히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줄여주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플랫폼과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서비스들이 어떤 핵심 자원 및 프로세스로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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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동반 여행의 모든 것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건 꿈만 같은 일이었다. 숙박, 식사 등에도 제약이 많았다. 결국 가족 같은 동물을 동물병원이나 애견 숍에 맡기고 ‘사람 가족들’만 여행을 떠나야 했고 졸지에 집을 떠나 낯선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반려동물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브링파이도(Bring Fido)는 이 같은 반려인들의 불편한 여행 경험을 해소해주는 미국 최대 반려동물 전용 여행 플랫폼이다. 전 세계 여행지의 숙박 시설이나 방문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킹닷컴, 익스피디어닷컴처럼 브링파이도는 반려동물과 동반 여행을 꿈꾸는 반려인들을 위한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브링파이도의 고객 가치는 “반려동물과의 동반 여행을 브링파이도를 통해 가장 쉽게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인 멜리사 할리버튼은 대다수의 호텔 웹사이트에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2005년 반려동물과의 여행을 더 쉽게 만들자는 사명 아래 브링파이도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 다짐한 사명이 곧 고객 가치가 된 것이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때 많은 제약을 받는다. 반려동물이 사람들과 한 장소에 같이 머무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크기와 품종, 마릿수 등 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목줄이나 캐리어 이용도 대부분 필수다. 브링파이도는 그런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검색창에 여행지와 반려동물 수, 크기를 넣으면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를 알아서 제안해준다.

브링파이도의 핵심 자원은 타 플랫폼보다 월등히 많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장소 정보다.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광범위한 반려동물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전 세계 1만4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50만 개 이상의 숙박, 식사 등 펫 프렌들리 장소 정보를 제공하며 독보적인 반려동물 여행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들이 직접 장소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가장 최적화된 객실을 추천하기 위해 직접 장소를 방문해보고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다.

핵심 프로세스는 무(無) 수수료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숙박 플랫폼을 통해 장소를 예약할 경우 소정의 수수료를 징수하지만 브링파이도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숙박 플랫폼이 더 저렴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용자를 위해 별도 검색 바를 제공해 페이지 내에서 타 플랫폼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브링파이도는 장소 제공 업체에 추천 수수료를 청구해 수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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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모시기 나선 럭셔리 호텔

고급 호텔들도 펫 프렌들리 정책에 관심이 크다.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룸과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구비하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IHG호텔 앤드 리조트가 가장 반려동물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다. IHG호텔 앤드 리조트의 부티크 호텔인 킴튼호텔(Kimpton Hotels)은 반려동물의 종류, 크기, 개수, 무게 제한 없이 모든 반려동물과 무료로 동반할 수 있으며 룸 클리닝을 위한 추가 보증금 또한 지불할 필요가 없다. 힐튼 등 대부분의 럭셔리 호텔이 동반하는 반려동물의 수나 무게에 다소 제한적인 정책을 갖고 별도의 동반 비용을 부과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또한 킴튼호텔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인 ‘웩!(Wag!)’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해 숙박하고 있는 킴튼호텔 주변의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는 미국 내 힐튼 계열 호텔 85%, 캐나다 내 80% 등 북미 지역 5000개 이상의 호텔을 펫 프렌들리 호텔로 바꿨다. 힐튼은 2021년, 반려동물 관련 기업 마르스 펫케어(Mars Petcare)와 제휴를 확대하며 소속 동물병원 체인인 밴필드(Banfield), 블루펄(BluePearl), VCA애니멀호스피털스(VCA Animal Hospitals)의 수의사 및 동물 전문가들로부터 반려동물 동반 여행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응답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힐튼 고객은 밴필드 동물병원이 제공하는 수의 건강 플랜 서비스에 등록할 경우 등록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려인과 일반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눈에 띈다. 밝고 쾌적한 실내 환경에 맞춤인 힐튼 세레니티 침대(Hilton Serenity beds)가 있는 일반 객실을 동일하게 제공하며 포인트 적립 및 사용 정책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펫 전용 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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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정책이 된 펫 프렌들리

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아루바(Aruba)는 이국적이면서 환상적인 뷰를 자랑하는 작은 섬나라로 신혼여행 및 해외 휴양지로 유명하다. 아루바 관광청은 2022년 ‘아루바 효과(Aruba Effect)’ 캠페인을 론칭하며 아루바를 ‘하나의 행복한 섬(One Happy Island)’으로 명명했다. 아루바 관광청은 아루바 효과의 일환 중 하나이자 ‘강아지 주간(Dog Week)’을 기념하기 위해 2022년 9월20일부터 10월20일까지 약 한 달간 ‘Have Dog, Will Travel’이라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아루바라는 하나의 행복한 섬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가장 멋진 경험을 즐기는 것이 고객 가치이며, 슬로건처럼 반려견이 있으면 아루바로 여행을 떠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모션의 핵심 자원은 반려동물 전용 액티비티다. 아루바 관광청은 펫 트래블 스타트업 애비뉴(Avvinue)와의 제휴를 통해 반려동물 친화적인 항공, 호텔,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애비뉴를 통해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예약하면 항공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애비뉴는 아루바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액티비티도 함께 제안한다. 여행객만이 즐길 수 있었던 하이킹, 스노클링, 보트 여행과 같은 액티비티를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대한 것이다. 웩!과도 제휴를 맺어 웩! 프리미엄 서비스도 한 달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웩!을 통해 예약한 모든 서비스에 대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아루바 내의 고급 호텔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아루바 리조트(Courtyard by Marriott Aruba Resort)는 반려동물과 4박 이상 숙박하는 고객들에게 숙박료 15% 할인 혜택을 주며, 더 리츠칼튼 아루바(The Ritz-Carlton, Aruba)는 미니 펫 카바나와 고급 펫 푸드 제공, 수상 레저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최고급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아루바 관광청은 별도의 반려동물 전용 홈페이지를 제작해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이 보다 편리하게 아루바를 여행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핵심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최근 국내에도 지자체 및 기업 등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기획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23년 3월21일까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를 공모하고 선정된 도시에 반려동물 동반 체험 프로그램 콘텐츠를 지원하고 그 지역의 여행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컨설팅 및 전문가 자문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3

그러나 한국은 북미 등 서구권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늦게 시작돼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드문 실정이다. 브링파이도와 같은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플랫폼이 나타나고 있지만 숙소 예약 시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등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플랫폼이 대다수다. 중개적 기능만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플랫폼상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생겨도 소비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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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동반 여행 플랫폼도 지역별로 숙소, 식당 등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해 소비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반려동물 동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기 때문에 고객 담당자가 직접 장소를 방문하고 서비스를 확인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의 수를 늘리고자 하는 지자체라면 반려동물 동반 콘텐츠가 묘수가 될 수 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것보다 관련 기업이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세심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길 권한다. 중앙 정부, 지자체, 항공사가 연계해 항공, 숙박, 여행지를 원스톱으로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 패키지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반려 가족에게 인기가 많은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고객 가치를 발굴하고 핵심 자원과 핵심 프로세스와 연계한 국내 우수 사례 중 하나다. 이 리조트는 ‘모두가 최고를 누리는 세상’이라는 고객 가치 아래 객실의 약 50%를 펫 전용 객실로 구성했다. 반려동물 전용 프라이빗 운동장이 설치돼 객실까지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이 리조트의 가장 큰 핵심 자원은 부총지배견(犬) ‘케니’이다. 친화력이 좋은 보더콜리 케니의 역할은 뛰어난 친화력을 무기로 리조트에 숙박하러 온 다른 반려동물의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 주말 객실 예약은 2개월 전부터 매진이다. 반려동물 동반 고객의 재방문율도 높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액티비티 패키지 등도 제공하기에 가장 독보적인 펫 프렌들리 리조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동반 여행은 단순한 이동의 개념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수영도 하고 하이킹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누릴 수 있게 됐고, 하나의 레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존의 반려동물 동반 여행 콘텐츠를 방대하게 정리한 듯한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넘어 레저로써 반려동물과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 이경희 | 퍼피유니버스 대표

    필자는 영국 런던예술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현대차그룹 광고대행사 이노션에서 약 20년간 프로모션 팀장 등을지냈다. 반려문화 콘텐츠 전문 회사‘퍼피유니버스’ 대표이며 관련 콘텐츠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단법인 ‘반려동물지속가능협회’를 설립했으며 향후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doclee0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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