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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M사태와 서브프라임 위기

‘실물+금융’커넥션을 통합관리하라

김화성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은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및 메릴린치 등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또 각국 증권시장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전 세계에서 거래하고 있던 헤지펀드인 LTCM이 주요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며 해체됐다. 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LTCM 사태는 파급 효과 및 성격 면에서 다른 부분이 많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9월 7일, 로이터 보도)이 언급한 대로 유사점도 많다. LTCM 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1998년 LTCM 사태
LTCM은 1994년에 살로먼브러더스 출신의 채권거래 전문가인 존 메리웨더가 설립했고, 1997년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머턴과 마이런 숄스가 참여한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다른 투자은행과 달리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LTCM은 자유로운 투자 전략 및 수단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설립 후 1996년까지 연 평균 40%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1998년부터 투자에서의 큰 손실로 인해 결국 2000년 초 해체됐다.
 
LTCM의 주요 거래 전략은 채권 및 주식을 통한 차익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재무성채권의 발행경과물(off-the-run issue)은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유동성이 높은 신규발행물(on-the-run issue)에 비해 채권수익률이 높다. 따라서 LTCM은 재무성채권의 발행경과물을 매입하고, 이에 상응하는 규모로 신규발행물을 공매도한 뒤 결국 두 채권 가격이 일치될 때 포지션을 청산해 차익거래 수익을 올렸다. LTCM은 영국, 이탈리아 등의 국채에도 투자하고 주식변동성 거래 등과 같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했다.
 
LTCM 손실의 원인은 시장 상황이 LTCM의 예상과 일치하지 않고 큰 괴리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위험이 큰 거래를 한 것이다. 1998년에 LTCM의 예상과는 다르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미국 재무성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채권 가격은 상승했으며, 이는 LTCM이 재무성채권에 취한 매도포지션 전략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또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던 LTCM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주가지수옵션에 매도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LTCM은 여기서도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이런 손실이 발생하자 LTCM의 거래 상대방인 대형 투자은행들은 추가적 담보를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LTCM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던 LTCM은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졌다.
 
LTCM이 파산하고 채권자들이 동시에 포지션 청산을 시작할 경우 금융시장은 마비가 될 것이고 전체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은 판단했다. 이에 연준이 개입해 베어스턴스를 비롯한 거래 상대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출자를 통해 LTCM에 자본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후 1998년 10월 중순 이후 금리 인하와 함께 LTCM에 우호적 방향으로 시장 상황이 진행됐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1년 후 LTCM의 펀드는 10% 수익을 올려 컨소시엄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변제했다. 이후 LTCM은 2000년 초에 해체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0년 나스닥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 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국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낮은 금리와 버블 붕괴로 인한 주식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려서 많은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게 됐다. 2006년 미국 평균 주택가격은 1997년과 비교해 120% 이상 상승했다.
 
낮은 대출 금리로 인해 주택담보대출도 급증했다.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했다 하더라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로 인한 부의 증대 효과를 향유할 수 있었다. 미국 모기지 시장은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프라임모기지, Alt-A 모기지 및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3등급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아 높은 대출 이자율을 적용받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에게 해당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2003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2006년 말에 미국 전체 총 주택 담보대출 중 약 14%를 차지했다.

주택시장 과열은 주택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대출금리도 높아졌다. 이를 감당하기 힘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은 낮은 가격에 자신의 주택을 매각했으며, 이로 인해 주택공급은 더 늘어났다. 공급 초과로 인한 주택 가격 하락은 과열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대출 회사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에게 높은 위험의 대출 상품을 판매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낮은 이자를 내게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과거 지급하지 않은 이자까지 모두 합산해 내야 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이는 집값 거품 붕괴 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연체율을 급격히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단지 주택시장 침체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시장 및 경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연결고리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이 모기지회사와 대출자에게만 머물지 않고 처음의 주택담보대출과는 직접적인 상관없는 제3 또는 4의 금융회사와 연결되게 만든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securitization)’에 있다.
 
자산을 보유한 자가 증권화를 위한 특수목적회사(일반적으로 페이퍼 컴퍼니)에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특수목적회사는 그 자산의 현금흐름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산의 증권화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깊이 관련된 금융상품 중 하나는 CDO(부채담보부증권)다. CDO는 대출 및 등급이 낮은 채권(준거자산)을 증권화시킨 상품이다. 즉 CDO는 대출 및 채권의 현금흐름을 기초로 발행되는 구조설계채권이다. CDO는 발행 과정에서 준거자산 풀에 대한 신용 보강이 이뤄지며, 준거자산의 현금흐름을 기초로 일반적으로 크게 3개 등급(트랑슈)의 채권으로 발행된다. 그런데 3개 등급 중 가장 신용등급이 좋은 트랑슈는 투자자들에게 매입이 잘 이루어지지만 나머지 하위 2개 등급(이를 메차닌 트랑슈 및 에퀴티 트랑슈라고 함)은 CDO 발행자들이 다시 매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CDO를 발행해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이런 CDO를 발행할 때 일반적으로 매입이 되지 않는 하위 등급 채권은 투자은행 소속 펀드가 매입했다.
 
CDO 발행 및 낮은 등급의 트랑슈 매입 때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대출 때 투자은행들은 대출기관인 은행에 자유로운 대출금 상환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낮은 금리로 차입할 수 있었다. 주택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주택시장에서 지속적인 대출이 일어났고, 이를 근거로 CDO를 발행해 발행 수수료 및 CDO의 낮은 등급 채권 매입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된 이후에는 주택가격 하락 및 대출이자 상환 연체율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CDO로부터 발생된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CDO 등급이 높은 트랑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중도 환매와 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들의 상환 요구가 일어났다. 이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은행들은 미국 및 해외의 유동자산들을 매각했으며, 국제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안전자산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발생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LTCM 및 서브프라임 사태의 교훈
LTCM 사태 이후 미국 연준의 개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찬반론자 모두의 공통된 의견은 연준 개입이 LTCM 펀드의 급격한 청산을 막아 시장의 마비를 막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시장규율의 효율적 작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한 연준의 개입은 시장 참여자에게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물론 10년 전처럼 시스템 리스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며, 이 상황도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하지만 이런 개입을 이미 학습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10년 전과는 달리 그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LTCM은 전통적인 헤지펀드의 성격이 많이 희석돼 있으며, 심지어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역할도 담당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발전한 증권화 기법은 시장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LTCM에 의해 제기된 이슈들은 헤지펀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어서 감독 및 규제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미 10년 전에도 제기됐다. 이런 규제 역량은 과거보다 미래에 더 중요해 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규제기관이 모든 위기를 규정하고 차단할 수 없지만 전통적인 금융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위험을 평가할 수 있어야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본 것처럼 세련된 증권화 과정을 통해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됐다. 이는 주택시장 위험이 금융시장 위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됐음을 의미한다. 즉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이 과거보다 더욱 긴밀하게 연결됐으며, 실물시장의 위험은 실물시장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금융시장 등의 위험으로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금융시장에서의 새로운 금융기법 개발과 규제원칙 정립은 이와 관련된 실물시장의 변동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및 LTCM 붕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공통점은 투자 방향이 설사 맞는다 하더라도 높은 레버리지(파생상품 거래를 포함)는 시장 상황에 따라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에서 레버리지를 높게 사용할 경우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기업은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고, 이로 인해 도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험관리를 할 때 시장위험, 신용위험 및 운영위험을 관리할 뿐 아니라 시장의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한 사건위험(event risk) 관리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
 
필자는 고려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수학과 재무론 전공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선물, 옵션, 신용파생상품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선물연구 편집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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