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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커뮤니케이션

‘사과의 기술’ 3A를 아시나요?

이수민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고객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할 때 모르쇠로 방관하거나 고객을 가르치려 들면 고객의 감정이 상하거나 설명이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선 고객의 감정에 동의(Agree)하고 사과(Apologize)를 건넨 뒤 조치할 행동(Action)을 표현하는 3A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글보다는 말로 사과해야 고객의 감정을 살피며 표정, 말의 톤 등을 조절해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사과를 잘하면 고객 불만을 세일즈 성과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출근 후 메일함을 확인한 영업 담당 김 과장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얼마 전 거래를 시작한 신규 고객, A사가 보낸 메일 때문이다. A사는 지난주 배송받은 제품 중 일부가 색이 조금 다르다며 품질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제기했다. 아직은 거래가 많지 않지만 주요 고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 변색은 품질이 잘못돼서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친절하고 자세히 적어 회신했다. “이 정도로 설명했으면 충분히 만족했겠지.” 김 과장은 자신의 대응에 만족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A사와 관계가 좋아지거나 거래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과장은 고객의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일까?

1. 사과는 3A, 동의하고, 사과하고, 즉각 행동하라

세일즈 담당자가 고객 불만에 대응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① 모르쇠 유형: “전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② 선생님 유형: “잘 들어보세요. 이유는 이러쿵저러쿵∼”

③ 3A 유형: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첫 번째 모르쇠 유형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사항에 무조건 발뺌을 하거나 제3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유형이다. 이런 반응은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는커녕 자칫 불 난 집에 기름을 붓기 십상이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는 감정의 중추로 알려진 편도체(amygdala)라는 곳이 있다. 편도체는 위기 상황에 행동 반응을 결정하는 곳이다. 위기 상황이란 공포나 불쾌한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행동은 평상시에는 전두엽(front cortex)의 이성적 통제를 받지만 위기 상항에서는 편도체의 감정적 폭발에 좌우된다. 그래서 화가 나면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일즈 담당자의 모르쇠 반응을 접한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심한 불쾌감이다. 감정이 상하고 편도체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고객의 험한 표현에 세일즈 담당자의 편도체도 폭발한다. 이 상태에서는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서로 잘잘못을 핑퐁 하다 보면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만다.

만약 이런 싸움이 홈페이지나 SNS 같은 공개된 공간에서 일어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그래, 저 사람 말이 맞는 것 같네”라고 말하며 세일즈 담당자와 고객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냥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누구라도 옷에 진흙이 묻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결국 잠재 고객까지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고객 불만 대응에 비효과적인 두 번째 유형은 자꾸 설명하며 가르치려는 선생님 유형이다. 모르쇠 유형처럼 고객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드물겠지만 이 유형 역시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고객이 설명에 귀를 기울일까? 아니다. 화가 나 있을 때 고객은 설명을 변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설명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순서가 중요하다. 고객의 감정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이고, 설명은 그다음이란 말이다. 불만이라는 감정의 해소는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사과의 진정성을 느끼는 데는 3A 방식이 효과적이다. 3A 방식이란 고객의 불만에 먼저 동의하고(Agree), 사과한(Apologize) 뒤 조치할 행동(Act)을 표현하는 것이다. 2 김 과장 사례를 3A를 활용해 사과한다면 [그림 1]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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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잘못이 명백하거나 고객의 의견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 등으로 고객의 불만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내용이 아니라 고객의 감정에 동의해준다. 옳고 그름은 나중에 가리고, 먼저 불편한 고객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주라는 말이다. 어쨌든 당신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책임 소재 가리기는 그다음의 문제다.

마케팅에서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란 말이 있다. 스페인 투우에서 유래된 말로 투우사가 소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최후의 순간, 즉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뜻한다. 세일즈에서 MOT는 언제일까? 고객과 접촉할 때다. 특히 상품을 판매하거나 사과할 때가 고객에게 진실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순간이다. 사과의 순간은 더욱 진실해야 한다. 상대방이 악성 고객이 되느냐, 충성 고객이 되느냐가 그 순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할 때 3A로 작성하면 고객 불만을 잠재우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 불만이란 위기가 고객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2. 민감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글이 아니라 말로

사과의 글을 쓸 때 다들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정중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글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화까지 내는 경험 말이다. 사과와 같이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을 전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이다. 물론 이런 일은 말을 할 때도 일어날 수 있지만 글을 쓸 때 일어날 확률이 훨씬 높다. 이유가 무엇일까?

말을 할 때는 얼굴 표정, 말의 톤 등을 통해 전달자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만 글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만 하는 경우라면 글과 말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글로 전달하는 것이 유리한 면도 있다. 한 번 전달하면 흘러가는 말과 달리 문자로 적은 글은 필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상대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라면 직접 만나서 말로 하는 게 상책이다. 통화는 차선책이고 가장 나쁜 방법이 글로 적어 보내는 것이다.

왜 글이 가장 나쁜 방법일까? 우리 뇌의 메시지 처리 경로와 감정의 기본 속성과 관련이 있다. 3 수신자의 뇌는 메시지 전달자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메시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전달자의 생각 A는 메시지 이동 후 수신자의 뇌 안에서는 생각 A-1로 기억된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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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나 다른 기억으로 저장된다는 말이다. 우리 뇌가 인식한 외부 메시지는 반드시 감정이라는 필터를 거쳐 재해석되고 그 결과가 기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커뮤니케이션 상대와 완전히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는 없다. 각자가 묻힌 감정의 색채에 따라 기억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감정이 크게 개입되지 않는 일반적인 메시지라면 전달자와 수신자 간의 기억의 차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림 2]처럼 전달자의 생각 A를 수신자는 A-1이라는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기억해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민감한 내용, 즉 감정의 개입이 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 메시지라면 경우가 다르다. 감정은 물결과 같은 속성이 있다. 돌멩이를 잔잔한 호수에 던진다고 해보자. 호수에 퍼지는 물결이 감정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물결이 잦아들 듯 감정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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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곳에 계속 돌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앞과 뒤의 물결이 섞여 점점 커지게 된다.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다.(그림 4)

말을 하는 경우에는 수신자의 감정 변화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 호수에 돌멩이가 투입되지 않으면 물결이 멈추는 것처럼 상대방의 감정에 부정적 자극을 주지 않으면 된다. 대화 주제를 전환하든지, 빠르게 상대의 말을 인정하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글은 다르다. 일단 글로 메시지가 전달되면 전달자가 수신자의 감정을 관리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글은 문자로 남아 있어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경우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글을 볼 때마다 감정에 부정적인 자극이 추가로 들어와 감정의 물결은 점점 커지게 된다. 감정의 물결이 커질수록 메시지 해석에 필요한 감정 필터도 오염되고 이 필터를 통과하는 메시지는 당연히 전달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 쉽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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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민감한 내용은 가능한 직접 보면서 말로 전달하는 게 좋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글은 말로 할 때보다 메시지 전달 과정에 왜곡이 생기기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글로 전달해야 한다면 자신의 의도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또한 글의 표현 자체도 부드럽게 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공적 문서가 아니라면 감정 이모티콘이나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물결 표시 같은 부호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그러한 고객도 없다. 세일즈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고 활용해보자. 특히 사과처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연구와 강의 중심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주된 강의 분야는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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