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 없는 K-혁신 리포트: 스타트업 코나투스의 ‘반반택시’

승객-기사 모두 이득인 ‘합승 아닌 동승’
설득-상생 전략으로 고차원 방정식 풀다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 코나투스는 ‘합승=불법’이라는 규제를 뚫고 이동 구간이 비슷한 승객이 자발적으로 합승할 수 있는 ‘동승’ 플랫폼 반반택시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반반택시가 동승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 승객뿐 아니라 택시 기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둘째,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택시 기사를 가장 먼저 찾아가 설득했다. 마지막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통한 객관적인 성과 자료를 바탕으로 규제 당국을 설득했다.



편집자주
디지털과 플랫폼 혁신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김동영 KDI 연구원이 한국 스타트업들의 차별화된 혁신 여정을 분석하는 케이스 스터디 연재를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 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독자 여러분들도 ‘파괴 없는 혁신’의 지혜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합승과 동승은 다르다. 같은 택시를 함께 탄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발성 면에서 다르다. 낯선 사람과 같이 타고 싶지 않아도, 길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어쩔 수 없이 하나의 택시를 함께 타야 한다면 이는 합승이다. 과거 심야 시간에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기사의 엄격한 리드에 따라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동승에는 기사의 개입이 없다. 승객끼리 자발적으로 같은 택시 이용을 결정한다. 동승을 ‘자발적 합승’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합승은 기사 주도로 이뤄지는 탓에 승객이 받는 피해가 매우 컸다. 금전적, 시간적 피해가 발생해 승객과 기사 간의 다툼도 잦았다. 이런 이유로 1982년 이래로 택시 합승을 법1 으로 금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모빌리티 분야에 등장한 플랫폼으로 기사의 개입 없는 승객 간 자발적 합승이 가능해지면서 동승 형태의 합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동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을 추구한 스타트업 코나투스의 노력이 있었다.

플랫폼으로 택시 ‘동승’ 서비스 구현

사실 40년 전에 택시 합승은 흔한 풍경이었다.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였기 때문이다. 승객은 다른 승객과 동행하는 대가로 요금을 감면받았고, 기사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과도한 호객 행위를 벌였고, 기사 중심의 요금 정산으로 승강이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결국 택시 합승은 법으로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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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술이 발전하고 플랫폼 앱이 등장하면서 낯선 사람과의 자발적 합승이 가능해졌다. 코나투스의 ‘반반택시’가 이를 구현했다. 반반택시는 심야 시간(밤 10시∼새벽 4시)에 이동 구간이 비슷한 승객들끼리의 동승을 중개한다. 탑승 지점이 1㎞ 이내이고 이동 경로가 70% 이상 겹치는 승객 2명을 매칭한 뒤 택시를 호출한다. 성별이 같은 승객만 함께 탈 수 있다. 동승객의 자리를 앞자리와 뒷자리에 사전에 지정할 수도 있다. 단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동승은 불가능하다. 범죄 위험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비용은 호출료를 포함해 동승한 승객이 거의 절반씩 부담한다. 호출료는 밤 10시∼자정은 승객 각각 2000원, 자정∼새벽 4시에는 3000원씩 과금된다. 호출료의 대부분은 기사에게 돌아간다. 중개를 담당한 플랫폼사에 지급되는 1000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기사 몫이다. 승객 입장에서 혼자 이용할 때 2만 원이 나오는 거리라면 반반택시를 이용할 경우 각각 1만 원의 택시비에 호출료 최대 3000원을 내면 된다. 혼자 탔으면 2만 원에 이용할 거리를 1만30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니 이득이다. 기사 입장에서도 한 번의 운행으로 5000원의 추가 수익이 생기니 이득이다. 이렇게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한 반반택시의 운영사 코나투스의 김기동 대표는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택시비에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면 반반택시는 택시비를 절반씩 나눠 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동승으로 택시의 운송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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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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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 허가와 실증 특례, 신속 확인의 3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임시 허가는 규제와 법령이 없거나 기존 규제와 법령의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 실증 특례는 규제와 법령이 모호•불합리하거나 금지•불허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신속 확인은 허가 필요 여부 및 허가 기준 요건 등을 확인하고 30일 동안 관계 부처의 회신이 없으면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제도다.

혁신의 제도화를 시도하다

물론 플랫폼을 통한 동승 서비스를 시도한 것은 코나투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반반택시 이전에도 ‘더불어택시’ ‘가티’ 같은 동승 중개 플랫폼이 있었다. 하지만 반반택시가 이들보다 유리했던 점은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던 2019년 당시 ‘규제 샌드박스’라는 신산업 지원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이다.

‘샌드박스(Sand Box)’란 모래를 담는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통을 일컫는 단어로 아이들이 마음대로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규제’라는 단어와 결합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기존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해주는 제도를 의미하는 단어로 바뀐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2016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영국의 금융규제기구(FCA)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스타트업이 과거에 초점이 맞춰진 법과 제도가 변경되길 기다리며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일단 사업을 허용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 개정되면서 2019년 1월17일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됐다.

이전 동승 중개 플랫폼들이 실패한 요인은 호출료 때문이었다. 승객은 요금이 절반가량 낮아진다는 점에서 동승 서비스를 이용할 인센티브가 충분했지만 기사들은 한 번의 운행에 여러 명을 태울 유인이 적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사에게 동승 서비스 제공 시 추가 이득을 줘야만 했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객들로부터 호출료를 징수해 기사들에게 추가적인 이득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승객들은 여전히 요금 측면의 이득을 누리기에 추가적인 호출료를 낼 의사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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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호출료에 부과된 규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나투스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서울시가 정한 호출료 상한은 주간 2000원, 야간 3000원이었다.(표 1) 여기에 플랫폼 사의 중개 수수료 1000원을 제하면 기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000원에 불과했다. 기사들의 참여를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자체 테스트 결과 기사 몫으로 5000원은 지급할 수 있어야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자체와 국토부 등 정책 담당자들을 찾아가 설득해봤지만 이미 지난 2018년 카카오택시의 ‘즉시 호출료’ 문제2 로 논란이 컸던 이슈이거니와 당시 1000원 이상 받지 못하도록 결론이 난 탓에 6000원으로의 인상을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호출료는 지자체 조례로 결정되기에 각종 절차를 밟아 공식화되기를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코나투스는 호출료에 걸린 규제를 풀기 위해 2019년 2월 ‘앱 기반 자발적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사업에 상정했다.

2019년 5월9일, 제3차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가 개최됐다. 결과는 보류였다. 더 큰 문제는 보류한 이유였다. 위원회에서 반반택시의 서비스 자체가 현재 불법으로 규정된 합승에 가까워 서비스 자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호출료 심의 이전에 합승인지, 동승인지부터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호출료 규제를 풀기 위해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데서 트집을 잡힌 것이다. 코나투스 입장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자발적 합승=동승’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2015년 강남역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제한적 택시 동승 허용’ 제도는 시민이 자발적 의사에 의해 택시를 함께 이용하는 것은 합승이 아니라 동승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 2018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는 택시를 활용한 우버 익스프레스 방식의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합승이 아닌 동승이라는 입장을 밝힌 전례도 있던 터였다.

갑작스런 방침의 변화에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뜩이나 규제가 강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아예 규제 테두리 밖에 있는 우버 모델도 아니고, 택시와 상생을 꾀하는 동승 모델마저 보류 판정을 받자 정부 대응이 아쉽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덕분인지 두 달 뒤 열린 제4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반반택시 서비스는 심사를 통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 서울시 호출료 기준에 맞추되 승객이 두 명인 점을 감안해 호출료도 동승한 승객에게 각각 책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서비스 시간과 지역을 제한했다. 심야 시간 승차난을 해소한다는 취지에 맞게 허용 시간을 오후 10시∼오전 4시로 한정했으며 출발지 역시 심야 승차난이 심한 12개구3 로 한정했다. 논란이 많던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제도권에서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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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택시의 상생 전략

우버와 카카오택시, 카풀 서비스, TADA(렌터카 기반 유사 운송 서비스) 등 다양한 논란이 많던 모빌리티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 통과 사례가 나온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기존 사업자는 물론 유권해석을 담당한 주무부처를 설득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반택시는 시작부터 ‘허가를 얻기보다 용서를 구하겠다’ 4 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혁신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기사들의 공감은 물론 기존 법과 제도 내에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주무부서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① 적극적인 이해당사자 설득

김기동 대표는 택시 기사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택시 기사들의 호응이 없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우려한 대로 동승에 대한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기사들은 동승과 합승을 구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합승 서비스로 신고를 당하면 어떻게 될지, 동승 서비스가 결국 카카오가 시도한 카풀 서비스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다행히 택시 기사들을 먼저 설득하는 데 성공한 ‘창업 선배’가 있었다. 택시 지붕 위 디지털 광고판을 통해 150종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타트업 ‘모토브(Motov)’의 임우혁 대표였다. 임 대표 역시 택시 광고 등을 달아줄 택시 기사를 섭외하기 위해 직접 부딪혀 본 경험이 있는 터라 반반 택시가 출발하는 데 조언을 줬다. 임 대표를 통해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를 알게 됐다. 모범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경찰공무원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사업용 차량을 10년 이상 운전하고 경찰청장으로부터 무사고 운전자 표시장을 받은 운전자를 의미한다.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는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처음에는 문전박대였다. 택시가 새로운 사업자에 또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김 대표가 무작정 찾아도 가보고, 명절 인사 차 방문도 해봤지만 만나주지조차 않았다. 영하 15도의 한겨울에 밖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가 돌아간 적도 있었다. 기사를 섭외하기 위해 막걸리를 수없이 마셨다는 임 대표의 일화가 실감 났다. 수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결국 만남의 자리가 성사됐다. 김 대표는 IT를 통해 과거 택시 합승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보완할 수 있고 택시 동승 서비스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어렵게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의 마음을 얻어 출발한 반반택시 서비스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모범운전자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점 자체가 반반택시 서비스의 신뢰를 높였다. 무엇보다 규제 샌드박스 심사 단계에서 모범운전자연합회가 직접 나서서 택시업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임을 설명해준 덕분에 이해관계자 충돌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모빌리티 분야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제2, 제3의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기존 택시 분야를 먼저 설득한 김기동 대표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② 객관적인 성과 자료로 지자체와 정부 설득

사실 반반택시가 제도권을 설득하려고 문을 두드린 것은 규제 샌드박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법과 제도로 인정받지 못하면 서비스 자체를 시도해볼 수 없다고 판단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 이전에 서울시를 설득해 동승 서비스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원래부터 동승은 합법이지만 플랫폼을 통한 자발적 합승도 동승임을 다시 한번 확인받은 것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 반반택시는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제시했다. 자발적 합승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규제를 한번 뚫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호출료 규제만을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만일 합승과 동승 이슈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면 통과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일럿 테스트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당시로써는 동승이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기에 기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김 대표는 행정사를 사전에 섭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과 문제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약속하며 택시 기사들을 설득했다. 서울시 모범운전자연합회 회원 10명을 대상으로 2018년 12월21∼28일 밤 11시∼새벽 2시 강남역 지오다노 매장 주변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체 운송 건수의 50%가량이 자연 매칭으로 동승자와 연결됐고 짧은 테스트 기간임에도 재방문 사례가 나왔다. 승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재사용 의사를 밝혔고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타사 앱보다 우선해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최대 10분의 매칭 시간에 대한 응답도 89%가 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에 기반한 설득은 동승 서비스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2019년 3월14일 동승 서비스에 대한 서울시 인가를 받게 된다. 처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한 노력의 결과였다.

사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법과 제도를 다루는 의사결정자 설득은 가장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섣불리 설득 과정에 나섰다가 주무부처의 부정적인 유권해석이 나오면 해당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사업의 경우 기존의 법과 제도로 규제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는 탓에 명확한 법률 자문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반반택시의 경우도 자발적 합승을 동승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A법무법인은 긍정적인 판단을, B법무법인은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실질적인 도움은 주무부처(행정부)와 국회(입법부)의 의사결정 전반에 경험이 많은 행정사가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는 리스크는 여전했다. 기업의 생사와 직결되는 일이기에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살얼음판인 넓은 호수를 눈을 가리고 걸어가는 것과 같았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는 이런 불확실함을 크게 줄였다. 합승 여부에 대한 판단 문제로 규제 샌드박스 첫 번째 심사에서 보류 판정이 나왔을 때도 이런 구체적인 파일럿 테스트 결과가 있었던 덕분에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불확실함에 끌려다니지 않고, 이를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해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성과를 준비해 놓은 덕분에 반반택시는 모빌리티 분야의 첫 번째 규제 샌드박스 사례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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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과 시사점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출범한 반반택시는 순항 중이다. 심야 시간에 한정됐던 동승 서비스는 그 효과를 인정받아 서울시 전 구역과 출근 시간대로 확장됐다. 2021년 상반기 중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자발적 합승이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코나투스는 2020년 9월 여객자동차운송가맹 사업 신규 면허도 취득해 가맹 택시 ‘반반택시 그린’을 선보였다. 2021년 4월에는 1세대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티원모빌리티를 인수함으로써 규모를 키웠다. 지역 상생 기반의 택시 호출 플랫폼 ‘리본택시’로 유명한 티원모빌리티 인수로 전국 택시 기사의 40% 수준인 약 12만 명의 기사를 확보하게 됐다.

반반택시가 보여준 혁신은 파괴가 아닌 융합이자 상생의 결과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1997년) 이후 혁신은 파괴를 동반하는 개념으로 이해돼 왔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 기존 법과 제도를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성숙한 사회에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외부적인 충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성숙된 사회에서는 점진적인 변화가 지속가능하다. 현실에서의 혁신은 모든 룰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아닌 하나의 ‘현대화(modernization)’로 이해돼야 하는 이유이다. 즉, 혁신은 이전에 존재하던 무언가를 대체하며 등장하는 현상이 아니라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적응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파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주체들은 뒤처지고 붕괴된다. 오늘날의 변화가 ‘기존 기업 vs. 플랫폼 기업’의 구도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 업계의 파괴 여부는 언제나 그 업계가 소비자를 만족시켰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기존 택시 사업자도 디지털 툴을 활용해 고객 니즈에 더 부응한다면 우버와 같은 파괴적인 신규 시장 참여자보다 계속 번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반택시 사례는 ‘택시산업 현대화’의 바람직한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회사의 존재 이유를 바꾸지 않는다.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택시를 호출할 수 있어도 서비스가 불친절하고 가격이 높다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또 아무리 친절해도 기존 법과 제도의 안정성을 해치는 서비스라면 허락될 수 없다.

이번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기업이 주도하는 변화가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도 제도가 시장을 앞서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결국 변화의 주체가 설득 노력에 나서야 한다. 제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흠결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법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안정적인 사회 유지에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새롭고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는 변화라고 할지라도 오랜 기간 축적된 기존 사회 기반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혁신의 대가로 안정을 포기한다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반대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정의 대가로 혁신을 포기한다면 성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이 법과 규제를 일순간에 해결하면서 시장에 등장할 수는 없다. 새로운 현대화를 시도하는 많은 기업이 혁신과 제도적 안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현실에서의 변화는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헤밍웨이가 언급했듯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변화의 힘이다. 제도와 사회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변화를 수용할 인센티브를 제시해줘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설득과 공감이 변화를 수용할 인센티브로 기능하지만 이후부터 혁신은 시장과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변화를 선도하는 플랫폼 기업만 모든 이득을 가져가는 모델은 중장기적인 공감을 얻지 못해 실패할 것이다. 결국 현실에서의 혁신은 융합이고 상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으로 이전에 없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오늘날,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는 것은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일이다. 이런 고차원의 방정식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에 맞출 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엇을 만들어낼지가 아닌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의 화려한 사례와 달리 현실에서 혁신은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과 제도가 없음에도 이를 허용해야 하는 정부 담당자의 고민과 눈앞에 다가온 새로운 변화가 두렵지만 시장 확장을 통해 윈윈이 가능하다고 결심한 기존 사업자의 수용 역시 혁신의 일부다. 그렇게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냈을 때 ‘파괴 없는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으로 디지털•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아리랑TV ‘BizTechKorea’에 출연하고 있다. 비영리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협회 회장, LG하우시스 경영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