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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좋은 기업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 높인다

조명현 | 273호 (2019년 5월 Issue 2)
기업지배구조가 한국 경제의 중요한 화두로 다시 등장했다. 사실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는 1997년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소개된 적이 거의 없는 개념이었다. 당시 한국 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나쁜 기업지배구조’가 지목되며 지배구조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회자됐다. 위기 극복 이후엔 언론에 간간히 나오기는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두 가지의 다른 개념이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로 혼용되고 있다. “A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라는 경우엔 지배구조가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은 나쁜 지배구조다”라고 할 경우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한다. 즉, 기업 경영의 과정을 규율하는 메커니즘을 뜻하는 것이다. ‘지배구조가 나쁘다’라는 말은 경영진이 자원을 배분하고 경영의 과실을 나눌 때 이러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규율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지배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거버넌스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간과된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즉 신인 의무(fiduciary duty)를 다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정리한 규범이다.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주인 돈을 맡아 운용하는 집사의 의무를 다하라고 도입된 것이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다. 물론 기업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가가 신인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드의 도입 취지는 아니다.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액티비스트다. 그들이 유독 좋아하는 메뉴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한국에 잘 알려진 미국계 헤지펀드 그룹 엘리엇을 비롯한 액티비스트 펀드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한다. 이들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배당 증가를 요구한다. 해외에서도 액티비스트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배당 증가를 비롯한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의 현황은 어떠한가? 작년 글로벌 투자은행 CLSA와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가 공동 발표한 국가별 지배구조 순위에서 한국은 12개 국가 중 9위에 그쳤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실제보다는 더 박하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1997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법과 규제는 세계 상위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귀찮은 것이라는 상당수 기업의 인식은 문제다. 좋은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의 확산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의 충분조건일 것이다.


필자소개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밴더빌트대(Vanderbilt University)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1997년 고려대 경영대학에 부임해 경영전략과 기업지배구조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호공사 등의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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