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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 배우는 기업 전략

‘누구도 소외 안 되게’ 기업 역할의 버전업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업 전략에 성공적으로 통합한 사례를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SDGs는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뿐 아니라 자원 생산성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기업의 수익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SDGs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그 어느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군복을 입은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지 않겠다. (Leave no one behind. we don’t leave our men or women in uniform behind)” 5년 동안 아프간 반군 탈레반의 포로였던 보우 버그달(Bowe Bergdahl) 병장을 구하려고 탈레반 포로와 그를 교환하기로 승인한 2014년의 어느 날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한 말이다. ‘네모 레지데오(Nemo Resideo)’라는 라틴어 문구에서 유래한 ‘Leave no one behind’란 말은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용어다. 그런데 이 문구가 2015년 유엔에 다시 등장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세상을 만들자!’ 바로 2015년 9월25일, 193개 유엔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공식 채택한 역사적인 의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슬로건으로 말이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으로 대응해야 할 도전 과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슬로건은 없을 것이다.

SDGs가 채택된 지 4년째가 되는 지금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빠른 속도로 이 새로운 인류 공동의 패러다임을 자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결합하고 있다. 단순히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기업은 왜 SDGs를 새로운 비즈니스 목표로 삼아야 할까? SDGs가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를 일깨워줌으로써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유엔글로벌콤팩트가 기업의 SDGs 이행 가이드로 제공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컴퍼스(SDGs Compass)에 따르면 SDGs에 헌신하는 기업은 인류 공동의 도전 과제에 관해 혁신적인 해법을 모색하면서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요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국내외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하면서 강력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도브, 바셀린, 립톤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2010년부터 실천하고 있는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USLP)’이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USLP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개별 부서 차원이 아닌 기업 전체 차원에서 추진해 지속가능성을 사업 목표와 전략에 통합한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지속가능 발전 분야에서 유니레버의 명성을 높인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비용 절감, 리스크 감소에 기여한다는 전제하에 세워진 USLP는 ‘건강 및 복지 향상’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감소’ ‘생활 수준 향상’을 3대 목표(goals)로 삼고 있다. 그 아래로 ‘건강과 위생 증진’ ‘온실가스 및 폐기물 배출 감소’ ‘물 소비 절감’ 같은 9개의 중점 과제(pillars)가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그림 1)



유니레버가 USLP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한 예로 2017년 유니레버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자사의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100% 재활용 및 비료화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한 스타트업과 협력해 페트(PET)를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현재 재활용이 불가능한 유색 PET 및 이물질이 묻은 PET를 재활용 가능한 깨끗한 플라스틱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에서 폴리에틸렌을 추출해 새로운 비닐봉지를 제작하는 고품질 폴리머 생산 기술을 시범 적용 중이다. 유니레버는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고 신기술을 사용해 재활용 순환 고리가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신기술을 외부에도 공개해 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유니레버는 팜유 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팜유는 경작지 대비 수확량이 우수한 비식량작물에서 추출되는 식물성 기름이지만 생산 및 공급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고질적인 환경 문제와 인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팜유 소비 기업인 유니레버는 자사 제품에 사용된 팜유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됐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자 ‘지속가능한 조달’이라는 세부 타깃 목표 아래 자사의 팜유 공급망 투명성(traceability)을 강화하고 협력사들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증 기준인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협의회(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RSPO)’ 창립 멤버이자 인증기업이기도 하다. 2016년 지속가능한 팜유 조달 정책을 제정해 자사 팜유 생산 및 유통 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성 원칙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2018년에는 직간접적으로 유니레버에 팜유를 공급하는 공급자와 팜유 제조 공장의 명단을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8년에는 유니레버의 확장 공급망에 속한 1600개의 팜유 생산 공장과 유니레버가 사용하는 팜유의 88%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했으며, 2019년에는 100% 투명성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소개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gckorea@globalcompact.kr
유엔글로벌콤팩트는 199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해 2000년 7월 발족한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 시민 이니셔티브다. 핵심 가치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글로벌 경영 관행으로 정착시키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유엔 어젠다의 이행을 장려해 기업과 시장의 사회적 합리성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2007년 9월 설립된 네트워크로 한국 회원사의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이행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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