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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코로나19 쇼크’에 유연하게 대응한 중국 혁신 기업들

위기 닥치자 ‘공유 경제’ 모드로 급속 전환
무료 학습 플랫폼 제공하며 영향력 키워

유마디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가 먼저 휩쓸고 간 중국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달성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력 공유 경제 모델’이다. 공장 가동 중단, 직장 폐쇄 등으로 쉬고 있는 회사 인력을 온라인 음식 배달, 온라인 배송 업체 등 주문이 폭증해 인력난이 심한 회사들이 잠시 빌려 쓰는 방식이다. 위기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소비자들을 위한 과감한 정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 쇼크에 빠진 중국

중국 경제가 ‘코로나 쇼크’에 빠졌다. 중국의 글로벌 경영대학원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1 이 매월 발표하는 중국 경기동향지수(BCI)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월 BCI는 37.3으로, 한 달 전인 1월 56.2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향후 경제 상승을, 50 이하면 하락이 예측된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중국 민영기업연구센터장인 장강 경영대학원 리웨이(李僞) 교수가 중국 내에서 우량 민간 기업을 경영하는 동문 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중국에서는 내수 경기 체감도를 생생하게 반영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량 기업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만큼 일반 기업의 상황까지 종합해본다면 상황은 더욱 처참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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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수도 크게 하락했다.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5.7이었다. 세계 금융위기가 중국을 강타한 2008년 11월(38.8)보다도 낮다. 서비스, 부동산, 건설 업종 등을 아우르는 비제조업 PMI 지수는 29.6으로 추락했다. PMI도 중국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데 BCI와 마찬가지로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중국 데이터 분석 업체 ‘멜트워터(Meltwater)’의 최근 보고서에도 중국 외식업계 1∼2월 매출은 참사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국 외식업계가 우리의 구정인 중국의 춘제(春節) 기간 코로나로 인한 피해액을 5000억 위안(약 87조 원)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춘제 연휴 동안 잇따른 식당 예약 취소와 장기 휴업 등이 원인이었다.

일례로, 중국의 간판 훠궈(火鍋•샤부샤부)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捞)는 춘제 기간 중국 전역에 있는 550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 3만여 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중국에서는 훠궈가 국민 음식이지만 젓가락을 섞는 만큼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음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지난 2월 일가족 19명이 한 식당에서 훠궈를 먹고, 이 가운데 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이디라오는 이후 20여 일 동안 점포 운영을 중단했다. 중신건설증권은 이로 인한 하이디라오 측의 손실액이 1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안후이성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인 라오샹지(老乡鸡)도 춘제 연휴 첫날부터 일주일 동안만 2000만 위안(약 34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식당 시베이(西贝)의 지아궈룽(贾国龙) 대표는 “식당 전체 한 달 인건비만 1억5600만 위안(약 270억 원)인데 이런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자사의 현금 보유량을 넘기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존폐 기로에 놓인 기업인들의 위기의식은 설문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기업들은 하루빨리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반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직원 급여를 삭감하거나 나아가서는 감원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장샤오멍(張晓萌) 장강경영대학원 조직행위학 교수가 지난 2월 중순 중국에 있는 기업인 1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따른 비즈니스 영향’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가운데 4명(40.2%)이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 기간 동안 직원 급여를 삭감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경영 상태가 악화할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CEO도 전체의 절반가량(44.33%)이나 됐다. 감원 규모에 대해서는 ‘전체 직원의 20% 이하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 619곳으로 가장 많았다.(그림 1)

하지만 중국이 진화를 거듭하는 바이러스 앞에 호락호락하게 당한 것만은 아니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를 겪고 내성이 생긴 것일까? 이번 위기 상황에 몇몇 중국 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노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못한 경영 위기를 겪고, 또 이를 수습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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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싹튼 생존 전략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京东)은 코로나 확산으로 춘제 기간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주문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코로나19가 징동엔 기회’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주문량이 늘어난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당장 이를 소화할 인력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징동은 ‘공유 경제’ 카드를 꺼냈다.

회사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창고 직원, 배달원, 운전기사 등 창고 관련 업무에 일자리 2만 개를 풀었다. 코로나로 영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호텔, 백화점과 연맹을 맺고, 소속 직원들을 임시 고용했다. 징동의 신선 식품 마켓 체인인 세븐프레시(7FRESH)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식당, 호텔, 극장, 소매점의 직원들을 임시직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는 곧바로 인근 업체 10여 곳과 계약을 맺고 인력 70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알리바바의 신선 식품 매장 허마셴셩(盒馬鮮生), PC 제조 업체 레노버(Lenovo)도 ‘인재 공유’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허마는 앞서 바이러스 발병 초기 식당, 호텔, 운송 등 관련 업체 32곳과 예약을 맺고 직원 1800명을 임시 고용했다. 바이러스 발병 이후 배송 업무 등에 추가 인력 필요성을 느낀 허마는 일자리 3만 개를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레노버는 고향으로 돌아간 근로자들의 발목이 묶이면서 생산 물량을 맞출 수 없게 되자 공장이 위치한 안후이(安徽)성 인근 식당 등에서 임시 근로자를 채용, 일주일 동안 교육을 거쳐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레노버의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레노버 생산 기지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이용한 이 같은 공유 경제 모델에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5일 ‘전염병 방역 기간 내 생활필수품 공급 보장 방법 보급에 대한 통지’를 통해 기업 간의 직원 빌려주기를 통해 인력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타 기업 직원들은 임시 고용한 업체가 직원이 소속된 회사로 임금을 보내면 해당 회사가 직원에게 직접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단기적인 인력 충원과 기업 이미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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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접촉식 배달 서비스 유행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非)접촉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인 메이퇀마이차이(美团买菜)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춘제 기간 일일 주문량이 베이징시 기준, 평소의 2∼3배에 달했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비접촉식 식재료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고객이 배달원과 마주치지 않고 배달 식재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거주지역 인근 특정 장소에 주문 식재료를 보관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메이퇀 앱을 켜고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임시 장소를 지정, ‘메이퇀 부스’ 설치를 신청하면 업체가 무료로 수취함을 설치한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고객별로 별도의 배송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여행 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 씨트립(Ctrip)의 과감한 위기 경영 대처법이 눈에 띈다. ‘멜트워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코로나19 창궐로 춘제 직전인 1월21일부터 고객서비스센터로 걸려오는 예약 취소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응대 직원이 7000여 명에 달하는데도 몰려드는 문의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회사는 당일 대책회의를 열고 곧바로 ‘안심 취소 보장’ 서비스를 개시했다.

씨트립은 우선 중국 전역에 있는 호텔에 연락해 이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도록 독려했다. 원래는 고객이 씨트립에 문의하고, 씨트립이 다시 호텔에 문의해 예약 취소를 도와주는 절차였지만 코로나 때는 고객이 플랫폼에 접속해 호텔과 직접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우회로를 틀었다. 씨트립은 예약 취소 절차에 적극 협력하는 호텔에는 향후 마케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상황이 익숙지 않아 이를 거부하는 해외 호텔들은 쑨하오(孙洁) 씨트립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연락해 설득에 나섰다.

씨트립은 1월28일부터 2월29일까지에 해당하는 여행상품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고객에게 전액 환불 조치했다. 관련 손실 금액은 회사가 다 떠안았다. 산하에 있는 가맹점 8000곳에 대해서는 향후 3개월 동안 관리비를 감면하고, 기존의 업무 기한을 연장해주겠다고 밝혔다. 사스, 메르스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발휘한 결과다.

씨트립 서비스를 운영하는 트립닷컴(Trip.com) 쑨제 CEO는 이번 위기로 입은 재무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신부터 희생하는 방침을 택했다. 자신과 제임스 량 회장이 2020년 3월부터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니어 직원들의 연봉도 최소 50% 이상 삭감했다.

이 같은 씨트립의 손해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씨트립은 중국 내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지니고 있다. 쑨 CEO는 이번 위기를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삼았다. 애민(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의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이번 조치는 충분한 감동을 줬을 것이고,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는 이들이 씨트립의 지지자들이 돼 줄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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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교령 떨어지자 재빨리 재능기부 나선 온라인 플랫폼

온라인 교육 플랫폼들은 휴교로 인해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 재빨리 무료 학습 플랫폼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입자가 100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 영어 교육 플랫폼 브이아이피키드(VIPKID)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주요 과목 교과 과정과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씨앗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VIPKID는 “학교는 문을 닫더라도 교육은 멈추면 안 된다”는 설명과 함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사 플랫폼에 있는 영어 강의 150만 개를 공개했다.

학생 1명당 평균 70시간으로 구성된 VIPKID의 온라인 수업 과정은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료 개방이 시작된 지난 2월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일 방송 횟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일주일 뒤 회사는 칭화대 출신의 교사와 협력해 온라인 수학 과정도 개설했다. 휴교가 장기화된 지방 학교에 대해서는 실시간 방송 플랫폼을 제공,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도왔다.

게임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王者荣耀)’도 201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이용자 수(DAU) 1억 명을 돌파했다. 또 다른 모바일 게임인 ‘화평정영(和平精英)’ 역시 급성장기를 맞았는데 중국 모바일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 지광빅데이터(极光大数据)에 따르면 이 게임은 DAU 6710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5%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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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는 인구가 늘자 전문 기구가 이를 이용해 전달에 나선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도 친숙한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은 이번 춘제 연휴에 DAU 3억1100만 명을 기록, 전년 대비 90% 이상 성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틱톡에 공식 계정을 만들고,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 전달에 나섰다. WHO가 올린 동영상은 마스크를 사용하는 방법과 손을 자주 씻는 방법,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때 팔꿈치로 입을 가리는 방법 등 바이러스에 맞서 위생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리모트워크, 한국보다 먼저 시험대에 올린 중국

코로나19로 이제는 일상이 된 것들이 있다.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외식 자제, 자가 격리 등이다. 바이러스가 바꿔놓고 간 우리의 일상은 분명 나쁜 점이 훨씬 많지만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남기기도 했다.

기업의 리모트워크(remote work, 시간, 장소 제약 없이 업무 성격에 맞춰 근무하는 형태) 경험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회사는 리모트워크에 대한 경험치를 쌓게 됐다. 전 사원을 몇 개 조로 나누어 일부는 출근하고, 일부는 가정에서 일하는 순환근무 형태. 도처로 흩어져 있는 사원들이 클라우드에 작업을 모으고 동영상 도구를 활용해 화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은 분명 일부 기업들에 향후 업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문화가 자유롭고 정보기술(IT)이 탄탄한 기업들은 수월했겠지만 상당수가 원격 근무에 대한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하거나 관련 기술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를 두고 딩쭝민(丁忠民) 룽캐피털 파트너는 “이번 코로나19가 기업에는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을 통한 업무 분배 및 효율성 향상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며 “5G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런 기술은 점차 생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텐센트는 신종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자 자사 업무용 메신저 위챗워크(WeChatWork)의 원격 회의 참여 가능 인원을 최대 300명까지 늘렸다. 이 메신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사용량이 이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알리바바의 메신저 딩딩은 DAU가 지난
1월 2610만 명에서 2월 말 기준 1억5000만 명으로 늘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장강경영대학원도 리모트워크가 한 달째 진행 중이다. 학교가 1월24일부터 연휴에 돌입했으니 두 달에 가까운 기간을 교직원 300여 명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재택근무 중인 셈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단체방에 본인의 건강 상태를 ‘정상’이라고 남긴다.

매주 월요일 화상회의를 통해 각자 맡은 지역 상황을 브리핑하고, 일주일 동안 진행할 업무 과제를 공유한다. 다른 팀원들과 협업해야 할 일이 있으면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화상회의를 요청한다. 예정됐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온라인 형태의 ‘웨비나(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를 일주일에 1건 이상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도 틈틈이 챙긴다. 학교 인사팀이 장시간 자택에 머무르며 업무를 보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 기복 등을 설문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가 꼭 절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왕좌왕하기보다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위기 속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냉정히 살피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로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수요가 증가한 메이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이를 통해 고객이 보다 신뢰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의 질을 심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반면 여행, 제조업 등과 같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발상과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위기를 겪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국 기업 사례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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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경제 회복” vs.“사스 때와 비교 안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발표한 5.7%보다 0.8%p 하향 조정한 4.9%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 감염증으로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한 상반기에는 종전 전망치에 비해 2%p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발병으로 중국 전역이 봉쇄되면서 서비스업 위축과 제조업계 생산 차질로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OECD의 진단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국 경제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언제쯤 회복될 것 같은가’에 대한 질문에 기업인 대부분(86.25%)이 “상반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는 일부 낙관론은 현실적일까? 이에 대해 우양후이(欧阳辉) 장강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는 “일부에서 2003년 ‘사스(SARS)’ 때처럼 경제에 단기적 영향만 미칠 뿐 중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오늘날 중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의 말처럼 지금까지 나온 긍정론의 대부분은 사스 때를 예로 들고 있다. 사스 발발 직후인 2003년 1분기 11.1%였던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는 소폭(9.1%) 하락했지만 3분기 때부터 다시 10%를 기록하며 금세 호전됐다는 것. 우 교수는 “하지만 이때는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우 교수는 기업 수익 창출 능력의 질을 보여주는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치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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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꺼낸 ‘4조 위안(약 700조 원)’ 경기부양책으로 중국 경제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상장 기업의 ROA와 ROE가 2010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라는 것이다. 2003년 사스 때는 공업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ROA와 ROE가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계속 상승 추세에 있었지만 2019년부터 이 3개 지표는 계속 하락했다.

둘째, 늘어나는 대출 규모도 불안감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에서 유동성 공급량을 나타내는 사회융자총량(TSF)은 GDP 대비 2003년 132%에서 지난해 254%까지 상승,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 발발 시점만 놓고 봐도 두 감염증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사스는 연말에, 코로나19는 우리의 구정인 춘제(春節)에 시작했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 중국인들이 한 해 동안 쓰는 돈의 12%를 쓴다는 대규모 소비 기간에 말이다. 여행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와 잇따른 해외여행 취소로 항공사와 여행사에도 폭풍이 몰아쳤다.

코로나19에 따른 민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자금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은 대학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공동 연구팀이 2월 중소기업 995곳을 연구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금 보유량으로 사업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장 3개월로 보고 있었다.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0곳 가운데 1곳(9.96%)에 불과했다. 불황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 부분은 직원 급여와 관련된 자금(62.78%)이었으며, 월세와 같은 임대료(13.68%)가 뒤를 이었다.

‘사스’가 발생한 2003년 중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였다. 지금(2019년 기준)은 19.2%다. 반면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26.4%에서 최근 18.3%까지 줄었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내수 시장이 커졌단 얘기다. 이런 경우 2003년 당시처럼 수출을 통한 경제 회복이 쉽지 않다.

중국의 거시경제 레버리지 비율은 1996년 1분기 100.6%에서 2019년 2분기 261.5%까지 상승했다. 정부의 레버리지 비율은 21.4%에서 52.4%로 늘었다. 가계 쪽은 상승폭이 더 빠르다. 비금융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은 154.5%로, 미국의 2배, 일본의 1.5배다. 결과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사스’ 때보다 더 큰 리스크에 맞닥뜨리게 됐다.


필자소개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CKGSB) 한국사무소장 madiyoo@ckgsb.edu.cn
필자는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칭화대에서 공공관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로 국제부, 미래기획부, 산업부 등을 거치며 주로 중국 관련 취재와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장강경영대학원(CKGSB)의 한국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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