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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근무 정착을 위한 성과평가

업무 쪼개서 할당하고 그 직무만 평가
‘자기 완결형’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라

박광서 | 268호 (2019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자율근무제를 조직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업무에 대한 평가와 보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구체적이면서 작은 단위의 업무를 할당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조직의 전체 성과를 연동하지 않고 직원이 직무와 관련된 성과에 집중해 평가하고 보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더욱 능동적으로 일할 것이다. 직원들이 개인의 일에 몰두해 조직 내에서 느끼는 고립감이나 단절을 해결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해 매출이나 영업실적 향상에 집중하는 리더보다 팀원들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하고 협업을 장려하는 문화를 구축해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회사가 이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자율근무제에 대한 기대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과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자율근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자율근무제가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영 성과 향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도 목격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자율근무제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하는 각종 연구 결과와 실전 사례들을 볼 수 있다. 1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자율적인 업무 환경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 또한 존재한다. 실제로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후 부서나 협력사 등과의 협업에 문제가 생기거나 제도를 악용하는 직원들 때문에 성과 하락이 우려된다는 기업도 있다. 이로 인해 자율근무제 도입을 꺼리거나 도입 후에도 확대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기존 기업 문화와 제도, 업무방식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율근무제를 섣불리 도입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자율과 통제는 상충(trade-off)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영자들은 자율적인 업무 환경 도입 후 일시적으로 성과가 떨어졌을 때 다시 더 강한 통제를 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결국 과거 업무 방식으로 회귀해 버리는 사례도 많다. 구성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할 것이고, 경영자는 직원이 사무실에 없어도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자율근무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자율근무제도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주40시간 선택근무제를 실시한 공기업 K사의 경우 1년간 근무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십 명의 직원들이 업무 시간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는 등 악용 사례를 적발했다.

국내 선도 기업인 S기업은 지난해 5월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기업은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직원들에 한해 최대 6개월 동안 업무수행 방법이나 근로시간 관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재량근로제 도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해소할 마땅한 솔루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원마다 각자의 역량에 따라 개발을 1주일 만에 완성하는 사람도 있고, 2개월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 대해 업무 부과와 평가의 형평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또한 ‘다른 사람은 되고, 왜 나는 안 되느냐’ ‘저 직원만 회사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는 등 내부 반발에 대처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재량근로 시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자율근무제 정착의 핵심은 성과관리제도
자율근무제가 기업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조직문화, 업무 방식, 구성원과 경영진의 마인드, 사회환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 근간에는 HR 정책과 제도, 특히 성과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근무시간과 근무 환경이 일정한 업무 환경에서는 부하에 대한 상사의 모니터링이나 동료 간의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근무 형태가 다양한 자율근무제 환경에서는 비대면 업무 수행과 협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업 수행의 비가시성(Invisibility)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나 무임승차, 역선택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조직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공서열이나 근로시간, 혹은 관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던 과거 관행의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2018년 한 채용 포털 사이트에서 862명의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가 제도가 합리적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0.7%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인맥 위주의 주관적인 평가’ ‘미흡한 평가 시스템’ ‘직군이나 업무 특성을 무시한 획일화된 평가 기준’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직장인들은 인사평가제도가 필요하고(73.7%), 동기부여에 도움을 준다고 답하면서도 실제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불만족(60.3%)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평가 시스템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불만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근무제를 도입하면 성과 평가에 대한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평가자들의 평가는 더욱 어려워지고, 평가 대상자들이 가진 평가에 대한 의심과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의 실제 성과와 평가/보상 간의 괴리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조직과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나 무임승차, 역선택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용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자율근무제의 효과를 기업 성과와 연결하려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고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성과관리제도의 구축과 운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완결형 직무(주:필자에 의한 용어) 재설계 ▲역할조직형 협업 방식 확대와 이에 따른 리더십의 변화 ▲평가 기준 세분화를 통한 책임과 보상의 개인화가 필요하다.


DBR mini box: 자율근무제의 역사
자율근무제의 역사는 짧지 않다. 선진국과 해외 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다양한 형태의 자율근무제를 도입해 현재는 거의 일상화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1995년부터 전 산업에 걸쳐 주 38.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고 현재 대기업의 90%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 필요할 때 꺼내 쓰거나 미리 쉬고 나중에 더 일함)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기업의 81%가 시차 출퇴근제 등 자율근무제를 적용하고 있고, 일본 기업의 52.8%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국내의 경우는 2010년경부터 공기업을 중심으로 자율근무제 도입이 확대됐고, 민간 영역에서도 대기업과 IT 기업 등을 중심으로 자율근무제 도입을 시도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을 강조하는 시대적 흐름, 기업 성과 제고를 위한 스마트 워크(smart work)의 필요성 증대, 주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이 촉매가 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율근무제는 넓게 보면 유연근무제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형태적으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나 근로 장소 등을 선택/조정해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하고,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유연근무제를 정의하고 있으며 [표1]과 같이 구분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자율근무제는 이제 일상이 돼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167만5000명으로 집계돼 1년 전과 비교해 60.9%(63만4000명)가 증가했다. 향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확대와 더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근무제가 대세로 정착할수록 이에 부합하는 성과관리제도를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조직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기 완결형 직무 재설계
새로운 성과관리제도 구축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직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해크먼(Hackman)과 올덤(Oldham)의 직무특성이론(Job Characteristic Theory)에 따르면 주요 직무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직무 특성에는 기술 다양성, 직무 정체성, 직무 중요성, 자율성, 피드백 등이 있다. 이 요소들은 종업원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종업원의 업무성과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종업원들에게 직무에 대한 권한, 책임감, 통제권을 부여하면 기술 다양성, 직무 정체성, 직무 중요성, 자율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섯 가지 직무 특성 중 기술 다양성과 직무 정체성, 직무 중요성은 직원들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직무를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업무가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근무제 도입 상황에 적합한 직무 재설계 방향은 ① 명확하게 구분된 의미 있는 업무 단위에 대해 ②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자율성) ③ 작업 결과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피드백)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직무 재설계를 통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 역시 가능해진다. 목표설정이론(Goal Setting Theory)에서 주장하듯이 목표 설정은 그 자체로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와 과업 수행의 질을 상승시키고 성과를 증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수준이 아닌 상호 의존성을 갖는 집단에서도 목표 설정과 피드백이 잘 이뤄질 때 생산성이 큰 폭으로 향상될 수 있다. 목표 설정은 거의 모든 동기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도전적일수록, 결과에 대해 예측 가능할수록, 결과를 완성할 시간이 명확할수록 더 큰 효과를 갖는다고 밝혀져 있다.

W재제소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원료인 목재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들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트럭 운전사들은 애매한 목표(예를 들어, ‘최선을 다해 많이 운반한다’)가 주어진 상황에서 평균 트럭 하중의 65% 수준에 불과한 목재만을 싣고 운반했다. 회사는 다른 추가적인 조치 없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보기로 했다. ‘트럭 하중의 94%의 목재를 싣는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 정도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했다. 트럭 운전사들은 성과 개선에 따른 어떠한 보상(금전적 보상, 칭찬 등)이나 감소에 따른 보복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이후 성과는 크게 향상됐고 트럭 하중 대비 90% 이상 수준의 높은 운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동한 것이다. (Latham & Baldes)

최근 P&G도 직무 재설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입사원 조기 정착을 위해 마련한 ‘자기 완결형 프로젝트(Early responsibility)’가 대표적인 예다. P&G는 신입사원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자신이 프로젝트를 정하고 스스로 수행하게끔 했다. 프로젝트는 거창하지 않았다.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작고 사소한 프로젝트라도 충분히 인정받았다. 한 신입사원은 한 할인매장 선물코너에서 P&G 제품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선물시장 조사부터 기획안 작성과 각 부서 협조 요청까지 직접 진행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들이 자기 책임하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중간에 상사들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의 제안 그대로 제품 구성과 판촉행사도 진행했다.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결과 보고도 직접 했다. 그 결과 신입사원들의 동기부여와 책임감이 강하게 일어났다. 스스로 업무를 주도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지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도 생겼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올라갔고, 이직률은 낮아졌다.

이렇게 업무가 세분화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 수행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로써 구성원은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창의적인 전문가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평가도 개인 직무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마무리했는지, 이전보다 자신의 업무 성과나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관련 전문성을 얼마나 키워냈는지 등이 평가에 포함될 수 있다.

단, 자기 완결형 직무 수행은 고립이나 단절, 독불장군식의 업무 수행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팀 단위로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대해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주도적으로 업무 수행을 수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애자일(Agile)에서는 ‘스크럼(Scrum)’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 스크럼은 럭비 선수들이 시합을 재개하기 전에 서로 밀착해 있는 모습을 의미하는 단어다. 럭비 경기에서는 볼 데드(Ball Dead)가 된 상황마다 수시로 스크럼을 짜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한다. 지속적으로 전술을 수정해 각자의 포지션에서 이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다. 자기 완결형 직무 재설계는 협업 방식의 변화와 함께 추진돼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개별 직원의 협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선진 글로벌 기업에서는 성과평가를 할 때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타 조직을 얼마나 도왔는지 평가를 하는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공동 마케팅이나 공동 판매를 할 때 회사 내의 타 조직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평가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의 경우 자신이 속한 오피스 외에 타 오피스 프로젝트를 자원해서 도와주거나 협력할 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역할 조직형 협업 방식의 확대
밀레니얼세대들이 입사한 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대략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이 다니는 기업 중에는 겉으로는 자유로운 복장과 ‘님’으로 통일된 호칭, 자율출퇴근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습을 갖춘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결론 없는 회의, 결과물보다 보고서에 집중하는 조직문화는 그대로 남아 있다. 팀장이나 임원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평가와 보상도 여전하다.

이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상황은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했을 때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고민한 후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도 결국은 기존 관행이나 위에서 결정한 방향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도 전체 프로젝트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똑같이 책임을 묻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결국, 이들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해야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난다.

자기 완결형 직무를 설계하기 위해선 위계 조직(Rank-driven organization)을 버리고 역할 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계 조직은 상명 하달을 기본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로서 의사결정과 수행의 신속성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변화와 혁신에 취약하며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다. 즉, 리더의 역량이 거의 그대로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며 리더의 약점이 곧 조직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상적인 구성원은 지시받은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에 반해 역할 조직은 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돼 있어 자신의 역할과 과업 수행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감시나 통제 없이도 구성원 각자의 책임과 보상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실제 역할 중심의 조직 변화는 생각보다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C철강회사는 B2B 기업으로 전형적인 위계 조직으로 영업본부장이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서 판매가 이뤄지는 조직이었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리더가 본부장이 되면 판매 실적이 많이 올라가고 고객사와의 관계도 좋았다. 반면에 역량이 떨어지는 리더가 본부장에 있을 때는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 경영컨설팅을 받고 나서 영업본부는 역할 조직으로 바뀌었다. 각 영업 구성원들은 직무에 따라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기 역할과 책임 내에서는 주도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했다. 초기 업무 수행 과정에서 혼란이 약간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본부장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지 않는 강한 조직이 됐다. 고객 니즈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자 고객만족도도 크게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직무역량이 향상되고 후계자 교육과 훈련도 잘 이뤄지고 있다.



역할 조직을 꾸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각 조직원의 목표와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미션, 공유가치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고 탁월한 의사결정을 하며 전문성이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수행해 내는 구성원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주장한 ‘자기 완결형 직무’를 재설계하기 위해선 직무를 상명하달의 수직적 구조에서 모듈(Module)화하거나 소규모 프로젝트(Project)로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리더는 각 모듈이나 각각 소규모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직 단위 전체의 성공과 일치시키기 위해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량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리더십의 근본적인 변화
물론 이러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자율근무제 시행 이후 중견 기업을 방문해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와 리더십 교육을 하다 보면 볼멘소리가 종종 들린다. 과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업무 배정, 지시와 평가 등 관리자로서의 권한은 크게 약화된 것 같기 때문이다. 반면 팀장의 업무 부담은 더욱 늘어난 것처럼 느낀다. 책임과 보상을 팀원들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형태로 바뀌게 되면 팀원들은 팀보다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독립된 팀원들의 업무 성과를 전체 팀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팀장은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나 이해 상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이러한 팀장의 고충을 알아주거나 이해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많은 중간관리자가 “차라리 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돌아가 내 일만 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커(Kerr)와 제미어(Jermier)는 리더십 대체이론(Leadership Replacement Theory)에서 조직 구성원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하게 하면 구성원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과업 수행의 규칙과 결과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고도의 직무 훈련을 받아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경우 하급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과업 수행 방식을 터득하게 되므로 리더의 도움 없이도 과업을 달성할 수 있다. 성과 평가 역시 리더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여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세분화된 개인의 직무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전통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리더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다. 직무 설계에 따른 자기 완결형 직무 수행과 비대면 상황의 협업으로 인해 ‘부분 최적화’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기존 지시, 감시 및 통제, 평가가 아닌 조정자(coordinator/facilitator)로서 조직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고 전체 최적화의 책임을 져야 한다. 즉, 구성원 각자는 본인 고유의 성과로 평가받고, 협업 및 조직 전체 성과에 대한 책임은 리더에게 부과된다.

결국 전통적인 리더의 권한은 감소하고 팀을 조율하고 지원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은 대폭 증가한다. 자연스럽게 관리자의 리더십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동기부여 문제로 이어진다. 우선 성과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일반 직원들과 달리 리더들은 조직 전체 성과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각각의 개인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얼마나 잘 발휘했는지, 각 개인 간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조정해 줬는지, 조직 전체를 위해 통합을 얼마나 잘했는지, 그래서 이러한 노력이 조직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글로벌 P사의 경우, 평가제도에서 조직 구성원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와 리더의 KPI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즉, 조직 구성원은 자기 직무에 대한 KPI가 주로 부과돼 있고 리더의 경우에는 본인 KPI보다 조직 전체의 성과와 관련된 KPI를 더 많이 부과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KPI는 개인 생산성, 개별 매출액, 매출채권 회전일, 프로젝트 결과 등을 중점적으로 하는 반면 조직 전체와 연관된 리더의 KPI는 조직 전체의 영업이익률, 조직 전체의 매출액, 시장점유율, 고객불만지수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앞서 필자가 강조한 협업이나 리더십 등 정성적인 평가는 회사가 시행하는 직원 몰입도 조사나 인사위원회 등의 조직에서 운영하는 평가토론회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관리자급 직원들이 새로운 직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유도하기 위해선 확실한 보상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인센티브(incentive) 지급과 주식 지급 플랜(stock share plan) 등과 같은 재무적 보상은 물론 비금전적 보상은 인정(recognition)과 전략적인 직무로의 이동 배치 등 비재무적 보상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 구성이 크게 변화하므로 필요시 리더 풀(leader pool) 자체를 새로 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 실례로 국내 모 대기업은 지난해 연말 인사 때 구성원의 4∼5% 수준이었던 팀장 비율을 두 배(전체 구성원의 10% 수준)로 늘렸다. 변화한 업무 시스템에 적응하고 프로젝트형 조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성과관리제도의 개선 방향
최근 기업 대부분의 업무는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며 진척 상황에 따라 수시로 추진 방향이 수정된다. 업무는 항상 바뀌고 직원들은 동일한 상사와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일을 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간도 모두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간 단위(기간)로, 특정 상사가 중심(평가자)이 되고, 많은 부분 상사의 주관이 개입돼(방식), 연초에 제출한 계획 대비 실적(평가 항목/내용)에 대해 구성원이 공정하다고 느끼고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환경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글 사례를 통해 새로운 성과관리 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 직원이 5만 명이 넘는 구글은 최고경영진이 성과 측정, 연봉 인상, 상여금 혹은 스톡옵션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동료 집단과 위원회(혹은 독립적인 HR팀)가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구글의 직원들은 성과관리가 부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그 자체를 자신의 핵심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 구글의 성과관리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 목표와 핵심 결과)로 시작하는데 각 구성원이 3개월 주기로 달성할 목표(objective)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key result)를 설정하고 전사 및 개인의 모든 OKR을 공개한다. 이후 주 단위로 상사/동료 집단과 진행 현황을 점검하며 성과 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돼 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1차적으로 인당 약 7명의 동료에 의해 점수 단위가 아닌 상세한 에세이 형태로 이뤄지며 이 내용에 따라 최종 평가가 진행된다. 동료에 의해 작성된 모든 평가서와 평가 결과는 DB에 저장되며 본인에게 피드백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동일 또는 유사한 작업이라도 금전적 보상은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구글은 이 같은 극단적인 차별적 보상을 통해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고, 다른 직원들에게 롤모델(Role Model)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과관리에 대한 만족도는 30% 수준인 데 반해 구글은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제도가 가능한 것은 회사의 거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 직급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한 복지 혜택,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 양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등 조직문화와 근무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GE는 2015년 성과평가 시스템을 대폭 변경했다. 매년 연말 1회 실시하던 평가보상제도를 수시 평가로 변경하고, 코칭 중심의 성과관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상대평가등급제 역시 폐지했다. 당시 GE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연 단위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역시 연간 계획 수립과 연말 평가를 폐지하고 분기 단위의 계획을 더욱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평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듯 자율근무제는 단순히 근무시간이나 장소, 근무 형태에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 근무의 진정한 의미는 구성원이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학습과 직무수행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근무제 정착의 핵심인 성과관리제도 또한 이를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축돼야 한다. 2



박광서 페이거버넌스 부회장 ryankwangseopark@gmail.com
필자는 글로벌 인사, 조직 및 국제경영 컨설팅 전문가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타워스페린과 타워스왓슨의 사장을 지냈다.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 경영 고문,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 교수, 숙명여대 멘토 교수,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등을 거쳐 인사 및 조직 전문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페이거버넌스의 부회장(Managing Partner)으로 취임해서 일하고 있다. 호주 머내시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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