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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로컬 커뮤니티 각국 성공 사례와 비즈니스 핵심

지속가능한 커뮤니티의 조건
지역 니즈 채워주는 ‘공간’에 있어

선주현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로컬 지향적으로 바뀌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부합하는 경제적 모델이다. 제대로 된 로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의 사회·문화·경제적 흐름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로컬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콘텐츠로 삼고,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소통하고, 지역사회와의 소셜 라이징을 통해 매력적인 커뮤니티를 만든다. 호텔 로비를 지역사회의 열린 공간으로 꾸민 미국 에이스호텔, 지역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일본 트렁크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특산품을 큐레이팅한 미국의 편의점 폭스트롯, 지역 밀착형 점포를 강화한 무인양품도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에 주목하는 도시재생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가 부산 영도에서 로컬 커뮤니티 그로서리 마켓 ‘롤로와 영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 탑동에서는 지역 창업 생태계와 워케이션을 결합한 코워킹 공간 ‘리플로우’를 선보였다.



‘논밭 뷰’ 카페, ‘#농스타그램’,
역세권이 아닌 ‘벼세권’과 ‘밭세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리포트 2022가 지난해의 주요 키워드로 꼽은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상징하는 말들이다.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고즈넉한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시골 민박집, 초고층 빌딩의 루프톱 바에서 즐기는 칵테일이 아니라 과수원에서 귤을 따다가 들이켜는 막걸리와 새참을 선호하는 삶이 러스틱 라이프의 대표적인 모습들이다.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 친화적’ 라이프스타일.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은 이제 건강과 휴식을 위해 시골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거나 시골과 도시를 활발하게 오간다. ‘귀농’이 새로운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러스틱 라이프를 추구하는 인구를 확연히 늘렸다. 어느새 촌스러움은 ‘힙’한 것으로 바뀌었다.

지방은 더 이상 매력 없고 불편한 공간이 아니다. 과밀한 주거와 답답한 환경으로 고통받는 대도시, 고령화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지방 모두에 이 같은 로컬 지향적인 트렌드 변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팬데믹이 만든 ‘과도한 밀집’에 대한 공포 내지 거부감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방의 매력을 다시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예가 ‘워케이션’이다. 스타트업 및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들의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직원 복지 시스템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의 공간은 결국 도심이 아니라 지방이나 쉴 수 있는 한적한 지역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인구 감소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워케이션 장려를 위한 인센티브에 활용하면서 지역으로의 유입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컬 지향적으로 바뀌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잘 부합하는 경제적 모델을 꼽으라면 단연 커뮤니티 비즈니스다. 로컬 커뮤니티는 도심지의 취향 기반 커뮤니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로컬 커뮤니티에선 지역과 동네의 성격에 맞춰 특유의 생활 방식을 즐길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제대로 된 로컬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면 이곳을 한 지역의 중심으로 삼아 그곳의 사회·문화·경제적 흐름을 통째로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지역사회 공동체 상생이라는 목표 역시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로컬 비즈니스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긴밀히 맞물리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한 로컬의 가치와 결합할 때 더 강력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경험, ‘나다움’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매력적인 비주얼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찾아 색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구한다.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가장 직접적인 수요층이 MZ세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이익 목적의 커뮤니티 사업을 한다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로컬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지역의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헌한다면 지속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이에 지역의 오프라인 공간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 장’으로 활용해 매력적이고 살기 좋은 곳을 만드는 로컬 커뮤니티 중심의 비즈니스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지역만의 특화된 스토리를 녹이고, 지역이 보유한 독특한 문화를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삼아 단순한 매장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즉, ‘지역 공헌’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의 역사성에 기반한 지역 기반 상품, 로컬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추구하며 지역과 열린 관계로 소통한다. 지역성과 문화를 담은 로컬 라이프스타일 경험,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소셜라이징이라는 새로운 경험은 외부인과 여행자에게 그 지역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 지역의 거실이 된 로컬 커뮤니티 호텔

호텔은 총체척 경험의 집약체다. 머물고, 먹고, 마시고, 쉬고, 즐기는 모든 행위가 응축된 공간은 한시적이나마 여행자의 집 같은 역할을 한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은 어디서나 고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 서비스의 질을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세계 어느 곳을 가도 같은 인테리어, 같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콘텐츠를 반영해 호텔 로비를 ‘모두를 위한 거실(public living room)’로 만드는 곳들이 있다. 호텔의 얼굴인 로비를 지역사회에 열린 소통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들은 외지인과 여행객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열린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역 공헌이라는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1. 동네 문화 전체를 바꾸는 미국 에이스호텔

스타벅스가 거리를 바꾼다면 에이스호텔은 동네 전체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에이스호텔은 지역 문화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로컬 체험형 커뮤니티 호텔이다. 지역 예술가,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로컬 콘텐츠를 호텔에 집약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지인이 호텔 방문만으로 지역민과 교류하고 로컬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한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모범 사례다.

창업자 알렉스 콜더우드는 ‘놀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정보와 영감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버숍을 열었다. 일반적인 바버숍은 머리만 자르고 끝이지만 이곳에선 로컬 밴드의 콘서트 티켓까지 살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했다.

그런 알렉스의 숙원 사업이 바로 호텔이었다. ‘사람들이 어울려 더 잘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꿈 아래 알렉스는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인수했다. 1999년 에이스호텔은 그렇게 시애틀에서 시작했다. 호텔 사업에 무지했던 알렉스는 기존의 업계 공식에 맞는 호텔을 짓기에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못했다. 동일한 인테리어 공간과 동일한 객실 크기, 동일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은 오히려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호텔로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 관행을 완전히 벗어나는 색다른 공간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역의 특색을 듬뿍 담아서 말이다. 특히 호텔 고객만을 위한 폐쇄적이고 엄숙한 로비 공간을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으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에이스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에이스호텔은 새로운 지역에 호텔을 세울 때, 호텔 디자인에 참여할 아티스트, 오프닝 파티를 맡길 DJ와 교류하면서 그 지역에서 가장 힙한 친구를 사귀는 데서 출발한다. 지역 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로비와 방에 전시하기도 한다.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한 것도 에이스호텔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낸다. 포틀랜드에서는 스텀프 타운이라는 커피 로스터리를, 뉴욕에서는 패션 편집 매장을 발굴해 에이스호텔에 입점시켰다.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산업을 호텔 내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에이스호텔은 지역마다 다른 로컬 스토리를 발굴해 지역의 특징을 반영한 공간을 꾸민다. 이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호텔 경험을 선사하는 원동력이 된다. 기존의 대형 브랜드 호텔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에이스호텔은 여행객과 지역 주민의 교류 공간이 된다. 에이스호텔이 들어서는 지역은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되며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된다. 자연스레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이 특별함을 바탕으로 에이스호텔은 뉴욕, LA, 런던, 파티마 등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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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커뮤니티 공간,
일본 트렁크호텔

2017년에 일본 시부야에 설립된 ‘트렁크호텔’은 일본 최초의 소셜라이징(Socializing) 호텔이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웨딩 사업을 해온 T&G그룹이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스스로 소셜라이징 플랫폼을 자처하며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다.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하며 로컬 크리에이터와 힙스터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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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호텔은 도쿄 시부야의 도시재생 계획 구역에 위치해 있다. 일본 사회 전반에서 마주하는 소비 방식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시부야 역사와 라이프스타일, 로컬 커머스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숙박을 하면서 고객들은 사회 공헌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트렁크호텔 로비의 아트워크는 장애인의 작품이다. 호텔 인테리어는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하고, 객실 슬리퍼는 샌들 공장에서 폐기되는 고무를 재활용한 것으로 투숙객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지역 기반 상품, 로컬 크리에이터 및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공간이며, 지역사회에 열린 관계를 지향한다.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교류의 장이다.

특히 트렁크호텔은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을 ‘식문화’로 생각한다. 트렁크호텔을 컨설팅한 마사토 세키구치는 “생활의 기본은 먹을거리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먹는 것으로부터 생각을 하고,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술 한잔 기울이며 가벼운 담소나 문화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식음 공간을 배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로비에는 ‘트렁크 (바)’를 조성했다. 이곳과 연결된 테라스에는 ‘트렁크 스토어’가 위치해 있고, 테라스 너머에는 트렁크 키친을 두어 다양한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룸과 홀을 구성했다.

트렁크호텔과 비슷하게 일본 내에서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곳으로 도쿄 아사쿠사의 와이어드(Wired)호텔이 있다. 미국 에이스호텔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진 포틀랜드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오엠이프지컴퍼니가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은 곳이다. 호텔 근처 1마일(1.6㎞) 내에 위치한 지역사회의 가게들 중 추천할 만한 장소를 소개하는 와이어드호텔의 ‘1마일 가이드 맵’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행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고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생활의 기본을 채우는
‘로컬 커뮤니티 그로서리 비즈니스’

일상의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마켓은 우리 생활의 기본 요소를 채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 되는 마켓에 주목한다. 단순히 물질적인 니즈만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로 만드는 것이다. 지역 주민의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미래의 편의점’으로 불리는 폭스트롯과 지역 주민의 일상에 녹아든 무인양품이다.

1. 지역 특산품 가득한 미래의 편의점 ‘폭스트롯’

2014년 미국 시카고에 문을 연 ‘폭스트롯 딜리버리 마켓’은 MZ세대를 겨냥해 큐레이션한 로컬 식료품과 상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로컬 편의점이다. 폭스트롯이 다른 편의점과 차별화한 점은 지역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과 로컬 기반 메이커들이 지역에서 만든 상품을 테스트해 800여 개의 지역 기반 상품을 엄선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 폭스트롯은 상권마다 그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집 음식, 유명 셰프와 공동 개발한 메뉴 등 특색 있는 푸드를 갖췄다. 시카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로컬 맛집 ‘뱅뱅 파이 앤드 비스킷’의 시그니처 메뉴가 대표적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동네 맛집의 인기 상품을 보다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점심에는 편의점이자 카페로, 저녁에는 와인바로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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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폭스트롯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마이크 라비톨라는 지역 기반의 작은 상점과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편의점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미국 전역 배송으로 온라인 서비스 제공을 확대했다. 창업 후 1년 만에 11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2021년 7월 기준 월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0% 증가했다. 2021년 7월 기준 미국 내 12개 매장을 운영 중인 폭스트롯은 이제 명실상부 ‘편의점의 미래’로 불린다. 독보적인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며 동네 주민들의 안락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고민을 거듭해 큐레이팅한 로컬 상품을 선보인다. 변화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로컬 자원을 결합해 보다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창업자 라비톨라가 지향하는 폭스트롯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생필품을 사고, 쉼을 누리며, 동네 친구들과 교류하는 로컬 커뮤니티의 중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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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역 주민의 일상을 함께하는 무인양품

‘기본으로 충분하다’라는 철학 아래 간소한 디자인에 집중하는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마트 행사 코너 이름으로 시작했다 ‘보통 사람의 본질적인 생활과 사회를 더 좋게 만든다’가 무인양품의 존재 의의이며 설립 목적이다. 지난 40년간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한 무인양품은 전 세계에 약 1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무인양품은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 인프라’라고 정의한다. 2024년까지 세계적으로 점포를 320개 더 늘리는 게 목표다. 인구 60만 명당 대형 매장 1곳, 동네 슈퍼마켓 인근 소형 매장 6곳을 세워 운영할 방침이다. 운영의 중심에는 지역의 과제를 정확히 이해한 커뮤니티 매니저가 있다. 각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무인양품 커뮤니티 관리자로 채용해 지역민과 생산자 사이의 교류를 돕고 무인양품의 토착화를 추진한다.

2020년 7월 20일 일본 조에쓰시의 나오에쓰쇼핑센터 ‘무인양품 나오에쓰점’이 ‘지역 주민의 일상 가운데 함께한다’는 모토 아래 오픈했다. 나오에쓰쇼핑센터 2층 전체를 아우르는 매장으로 면적이 약 5830㎡에 달한다. 오픈 기념 기자 회견에서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은 “이제는 지방의 시대다. 우리는 도쿄를 바라보는 쇼핑센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대도시에 위치한 비슷비슷한 쇼핑센터의 개발을 피하고 싶었다.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지역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서로 돕는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요소를 도입했는데 대표적인 게 지역 공헌 활동의 일환인 이동식 미니버스 판매점이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 양로원,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는 이 서비스는 온라인 판매의 대세 속에서도 직접 물건을 고르고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작동한다. 마사아키 회장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은 더욱더 사람을 그리워하게 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더욱더 고유해지고 지역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공유를 통해 도시가 변화한다. 이것이 바로 소매업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무인양품은 지역 밀착형 점포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23년까지 매장 수를 2배 늘리고, 매출액은 3조 엔(약 31조6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에 주목하는 도시재생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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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추구하는 로컬 커뮤니티 마켓과 로컬 커뮤니티 호텔들의 좋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창업가를 양성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지역에 로컬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구축해 청년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크립톤’과 도시재생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다.

크립톤은 지난 20년 동안 많은 창업가(스타트업)와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장수 액셀러레이터 회사다. 지난 2018년부터는 지역에 본격적으로 주목했다. 지역을 액셀러레이팅하고,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살고 싶은 곳을 만들려면 청년들이 놀고 즐기고 일할 수 있는 곳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이는 지역의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이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지역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필수다. 크립톤은 이 같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도시재생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를 설립했다.

크립톤엑스는 경제 성장의 근본 동력인 청년들이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서 잘살아 갈 수 있도록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역 재생을 추진한다. 일과 문화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험과 체험을 즐기는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 인프라와 지속가능한 로컬라이프 스타일을 조성한다.

핵심은 대도시 공식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정체성을 발굴하는 데 있다. 지역만의 역사 아이템, 문화를 지역 관점으로 풀어낸 로컬 스토리는 정체성 확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고유한 로컬 스토리를 가질 때 지역은 다시 생기를 가지고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이 된다. 특성에 맞는 산업과 발전 전략을 찾고 쇠퇴하는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 재생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로컬크리에이터나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해야 하며 지역에 깊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 일련의 프로세스가 크립톤엑스의 비즈니스 활성화 전략이다.

크립톤엑스가 주목하는 지역의 공통분모는 본래 지역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원도심이다. 필요할 때 창업가들이 서울 및 도심지 거점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공항, 철도와의 접근성도 중요하게 본다. 이런 조건 아래 선정한 전략 거점 지역에 경제적 이익과 사회문화적 즐거움을 융합해 창업과 연계한 경제적 구조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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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컬 커뮤니티 그로서리 마켓 ‘롤로와 영도’

크립톤엑스에서 기획해 직접 운영하는 ‘롤로와 영도’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부산 영도의 재래시장 ‘봉래시장’과 70년 동안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삼진어묵’ 본점 사이에 위치한 ‘로컬 커뮤니티 그로서리 마켓’이다. 부산 영도는 일제시대와 6.25전쟁 속 부산항에서 물자가 들어오고 피난민이 몰리면서 인구가 급증한 결과, 1960~1980년대에 성장을 이룬 원도심이다. 1984년 영도구 내 조선소가 활황일 때는 인구가 22만1000명에 달했지만 38년 뒤인 2022년 10월 기준으론 주민 수는 절반인 10만8505명으로 줄어 행정안전부가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89개 지자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중 20대 청년 인구 유출이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다. 크립톤엑스가 부산 영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닷가 근대 산업의 풍경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장 부산다운 고유한 원도심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이내로 걸리는 훌륭한 접근성까지 갖췄다.

롤로와 영도는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앵커 스토어를 만들어 지역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을 사면서 우연히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며 서로 교류하는 ‘동네 라이프’가 풍성해지는 공간을 지향한다. 영도에 거주하거나 영도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모이는 밍글링 프로그램 ‘롤로와 영도 포틀럭’, 영도 섬의 환경보호를 위한 ‘롤로와 영도 플로깅’ 등 지역 문화 및 생태계와 연계한 청년 커뮤니티 라이프와 소셜라이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도구에서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 목적으로 봉래시장 인근에 개소한 ‘영도창업지원오피스’에서 크립톤의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과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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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과 워케이션 거점
‘리플로우(RE:FLOW)’

크립톤엑스는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과 워케이션을 결합한 코워킹 공간 ‘리플로우’를 제주 탑동에 조성해 원도심의 지역 창업 생태계를 지역 재생과 융합할 계획이다. 단순히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위한 워케이션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의 창조 계층과 외부의 창조 계층이 함께 우연한 공간에 접속해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과 창조적 휴식(Creative Relaxation)의 밸런스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몰입하고, 휴식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왔던 창조적 계층은 서로에게 영감을 받고 시너지와 새로운 관계, 삶의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과 삶, 그리고 관계의 밸런스를 위한 최적 경험(OPTIMUM EXPERIENCE), ‘몰입(FLOW)’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리플로우는 외부의 창조 계층을 대상으로 코워킹 공간뿐만 아니라 스테이 공간까지 함께 제공한다. 새로운 지역에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집, 거점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리플로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교류와 성장이 가능하다. 지역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할 수 있어 더욱 큰 성장을 꿈꾸는 데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역 맛집과 거리를 함께 둘러보는 로컬 투어부터 지역의 축제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까지 작은 규모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아가 지역 주민과 관계를 형성하며 동네 전체를 경험해볼 수 있다. 환경 정화 프로그램이나 재능 기부 등의 사회 공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키워준다. 지역의 창조 계층은 이렇게 흘러온 외부 창조 계층을 만나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 선주현 | 플랫그라운드 대표

    필자는 연세대에서 도시계획 석사 학위를 받고 도시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송도업무지구 및 부산금융센터의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의 PM을 수행했다,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호텔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SK디앤디에서 도심지에 사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에피소드’ 프로젝트의 공간 기획 및 PM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공간 디벨로퍼 ‘플랫그라운드(FLAT GROUND)’에서 사회적 환경을 반영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공간 기획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간과 커뮤니티를 조성하며 도시재생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KRYPTON-X)’의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jhsun54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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