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니?’ 오래된 가수 윤종신을 다시 태어나게 한 플랫폼 전략

2017-11-28

고승연 고승연
고승연
동아일보 기자
seanko@donga.com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혹시 가수 윤종신 좋아하시는 분 있나요? 보시는 분들 중에는 아주 젊으신 분들은 가수 윤종신을 어쩌면 TV 예능인으로 먼저 접하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옛날 사람’처럼 느껴지던 가수 윤종신이, 2017년 여름에는 그런데 데뷔이후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팬덤의 아이돌 가수들을 다 누르고 대한민국 전 음원차트에서 거의 두 달간 1위를 차지하는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공에는 2010년부터 매월 한 곡씩 노래를 발표해서 자신만의 음원플랫폼에 ‘발간’하는 ‘월간 윤종신’의 힘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DBR에는 최근 윤종신의 플랫폼 전략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랜시간, 가수 윤종신의 데뷔시절부터 윤종신 덕후로 살아온 동아일보의 한 기자와 세계적인 컨설팅펌 BCG에서 파트너까지 지낸 뒤 현재 핀테크 솔루션 제공 벤처를 창업한 윤종신의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자 친한 친구가 쓴 글입니다. 동아일보 유성열 기자와 박상순 Fin2B 대표가 쓴 그 아티클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저자들은 윤종신이 최근 이뤄낸 성과의 배경에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의 힘이 컸다고 말하는데요, 그 월간 윤종신을 만들어낸 윤종신 특유의 장점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 합니다. 바로 윤종신은 ‘모차르트의 매니저가 되기로 한 살리에리’라는 것이죠. 가수 윤종신은 사실 탁월한 작사가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뮤지션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작곡능력이나 편곡 능력, 그리고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도 약간 부족한 편입니다. 어느 순간 그도 이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에 못 미치는 재능을 준 신을 원망하며 모차르트를 질투하기만 했던 살리에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갑니다. “모차르트에 열등감을 느끼지 말고 그의 매니저가 되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수많은 천재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함께 작업을 해 나갑니다. 그 와중에 나온 명반이 바로 윤종신 5집입니다. 1996년이었죠. 윤종신의 1대 음악노예로 불리는 유희열이 프로듀싱을 맡았던 음반인데요, 타이틀곡 환생부터 시작해서 전 곡이 한 대학생이 사랑에 눈뜨고 고백하고 데이트하고 여자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이별했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스토리를 노래로 담아낸 겁니다. 아마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도 ‘환생’이라는 노래는 기억하실겁니다. 어쨌든 이 음반 하나로 윤종신도 명실상부한 ‘뮤지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내가 부족하면 잘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된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윤종신은 빨리 깨닫고 실행에 옮긴 겁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MP3 플레이어가 보편화되면서 음악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드는 데요, 윤종신도 이 상황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군 제대 후 1999년 7집부터 2008년 11집까지 꾸준이 앨범을 냈지만 대중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습니다. 윤종신은 결단을 내립니다. 2010년 초, 매월 한 곡씩 일종의 월간지 형태의 플랫폼으로 매달 한 곡씩 음악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10곡 내외의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한 뒤에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앨범을 제작하는 관행을 정면으로 뒤집는 시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월간 윤종신을 ‘가수나 뮤지션이 만드는 음원 플랫폼’의 시초로 본다고 합니다. 매 월말이나 월초에 신곡을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표한 뒤, 1년이 지나면 음원을 모아 연말에 ‘행보’라는 이름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처음 윤종신이 이 선언을 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앨범이 아니라 음원이 소비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옛날 가수’의 몸부림 혹은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에게는 천재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과 ‘꾸준함’이라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정석원, 유희열, 윤상, 김현철. 쟁쟁한 90년대 뮤지션과 함께 음악작업을 했습니다. 김연우, 조원선, 이적, 박정현, 양파, 김범수, 김윤아 등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들을 대거 객원 보컬로 참여시켰고요, 정인, 정준일, 규현, 임슬옹 등 신예 보컬이나 아이돌 스타, 타블로, 개코, 지코, 빈지노 등 힙합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음악천재들을 발굴해 계속 음악을 만들게 하면서 함께 플랫폼을 꾸려나갑니다. 영역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는 그저 음악 잘하는 사람들이 죄다 모여서 노는 곳을 만들어버린 겁니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인의 방송활동과 이따끔씩 출연하는 음악 방송 외에는 SNS 홍보가 전부였습니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 주류인 2010년대 한국 음악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플랫폼 중심의 음악창작/유통 활동은 크게 이슈화되거나, 소위 말해 ‘빵 터지는’ 대박을 만들진 못했지만 조용하게 사람들의 음악소비 습관을 바꾸고, 작지만 힘있는, 의미있는 성공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이미 100여곡 넘는 곡이 발표가 됐는데, 대중들은 즉각 반응하진 않았지만, 오르막길, 지친하루, 말꼬리, 고요처럼 뒤늦게 알게 된 명곡을 찾기 위해 월간 윤종신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몇 곡은 청와대의 행사에서도 울려퍼지기도 했습니다. ‘윤종신 덕후’인 유성열 기자에 따르면, 월간 윤종신에 올라온 곡들은 실제 들어보면 27년 경력의 가수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세련되고 트렌디한’ 곡이 많습니다. 월간 윤종신은 어느덧 윤종신만의 플랫폼이 아니라, 모든 뮤지션들의 플랫폼으로 진화해버렸습니다. 이제는 월간 윤종신에 참여한다는 게, 소위 ‘뜬다’는 아티스트들은 죄다 한 번씩 거쳐가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다고도 합니다. 월간 윤종신이 폐간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세련된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게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습니다.

 

가수 윤종신, 아니 혁신가 윤종신의 실험은 월간 윤종신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6년 말부터는 장재인, 박재정, 에디킴 등 신예를 영입해 이들을 위한 디지털 음악 유통 플랫폼 ‘리슨’을 만들었는데요, 젊은 뮤지션들이 월간 윤종신과 달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서 자기들끼리 놀면서 일종의 ‘임상시험’을 하듯 노래를 올리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정해진 주기 없이 좋은 노래가 나오면 바로 ‘리슨’ 프로젝트가 진행이 됩니다. 2017년 9월부터는 리슨 스테이지라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는데요, 미스틱 사옥 1층에서 미스틱 아티스트들이 하루에 꼭 한 번은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겁니다. 윤종신이 이런 행보는 ‘듣는 음악’에서 ‘읽고 보관하는 음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음악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음원으로 소비되지만 동시에 잡지의 형태로 꾸준이 보관되고 있고, 대중들은 과거 CD를 구매할 때처럼 윤종신 음악이 생각날 때마다 월간 윤종신을 뒤젹어 듣고 가사를 읽으며 사유합니다.

 

한류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아이돌 스타와 그 기획사가 음악계에서는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의 플랫폼은 중소기업 수준이죠. 그렇지만, 대중음악이라는 ‘창조경제’의 영역에서 이제는 서점에서도 잘 찾아보기 어려운 ‘월간지’형식의 플랫폼과 ‘읽고 보관하는 음악’을 들고나와 아이돌을 이겨버린 그는, 이제 음악 시장의 ‘창조적 파괴자’라 불러도 손색 없을 겁니다. 감성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대중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의 음악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자 사이드에 속하는 뮤지션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저렴한 마케팅 비용으로 본인들의 작품을 원하는 두터운 고객층에게 잘 전달할 수 있기에 월간윤종신과 리슨은 플랫폼으로서 높은 가치 창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가수 윤종신의 전략에 대한 얘기를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한 음악가가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음악을 더 잘하고, 계속 그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 온 이 행보가 기업에 시사 하는 바는 어떤 것일까요? 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때 어떤 협업을 해야 하는지, 제휴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인재 활용은 어떻게 할지, 플랫폼을 만들고 활용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정말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겁니다. 궁극적으로 발상의 전환과 실행 그리고 ‘창조’와 ‘혁신’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말 큰 교훈을 주기도 할 겁니다. 모처럼 우리가 친숙한 대중 예술가 한 사람의 얘기를 오늘 했습니다. 지친하루, 오르막길, 좋니. 이 노래들을 듣고 생각하시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