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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카메라 앱 ‘구닥카메라’의 차별화 전략

24장만 촬영 가능… 사진 확인은 사흘 뒤
‘불편한 앱’에 140만 명이 지갑을 열다

장윤정 |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명의 직장인이 주말마다 틈틈이 회의를 하며 부업 삼아 만든 앱이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들까지 뛰어든 카메라 앱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닥 카메라.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닮은 작은 뷰파인더에,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사진수도 제한되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면 무려 7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한 앱이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일까. 구닥은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차별화했고,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팬덤을 확보했다. 또 섬세한 감각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감정을 터치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석영(연세대 불어불문학,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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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이 카메라를 찾게 만드는 요즘이다. 오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대신 ‘구닥 카메라(이하 구닥)’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다. 어렸을 때 고궁이나 동물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갈 때면 부모님은 꼭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하루를 기록했었다. 구닥 앱을 클릭하니 그때 부모님 손에 들려 있던 일회용 코닥 카메라와 꼭 닮은 화면이 펼쳐진다. 노란 화면에 딱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뷰파인더. 시원하게 피사체가 보이지도 않고, 뷰파인더로 보이는 화면은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선명하지도 않다. 아웃 포커싱이나 줌 기능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명쾌하다. 단지 할 수 있는 건 구도를 잘 잡고 노란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 일뿐이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은 24장. 24장을 다 찍으면 한 시간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자연스레 오늘의 스케줄을 생각하며 24장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한다. 한 장, 한 장이 소중하고 허투루 써버릴 수 없기에 더 공들여 셔터를 누른다. ‘찰칵’ 소리와 함께 ‘끼이익’ 필름이 감기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오른쪽 하단에 표시된 숫자가 24에서 23으로 줄어든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는 인화를 기다려야 한다. 미리 보기도 없이,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지 상상하고 설레며 오롯이 72시간을 버텨야 결과물이 주어진다. 예전에 동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며칠 뒤 달려가서 사진을 받아오던 그때 그 시절처럼. 오랜만의 기다림이 낯설기만 하다. 아직 72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앱을 들어가 몇 시간이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기다림이 살짝 지루해질 때 즈음 드디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상된 사진을 비닐봉지에서 꺼낼 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필름을 클릭해 사진을 확인한다. 결과물은 과거 일회용 카메라가 그랬듯이 ‘랜덤’이다. 제대로 초점이 안 맞은 사진도 있지만 그 시간의 밀도까지 제대로 담긴, 집안 어딘가 파묻혀 있을 앨범 속 사진과 닮은 아날로그 냄새 물씬 나는 컷도 건질 수 있다.

사진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를 떠나 이처럼 공들여 셔터를 누르고, 그 결과물을 설레며 기다려 본 것이 얼마나 오랜만의 일인가. 연사로 주르르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내고, 찍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잘 나온 사진을 건지는 것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순간을 포착하고 그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이렇듯 구닥은 단순히 사진 찍기용 카메라 앱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앱이다.

그래서일까. 불편하디 불편한 앱인데도 1.09달러를 기꺼이 지불하고 이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이 140만 명에 이른다. 국내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해외 12개국에서도 유료 앱 가운데 다운로드 수 1위(iOS 앱스토어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더 나아가 1020세대 사이에서 구닥은 트렌디한 앱의 대명사가 됐다. 단순히 다운로드 숫자만 보면 구닥의 성취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카메라 앱, 특히 스노우, 카카오톡 치즈 등 IT 대기업들이 개발한 앱들 사이에서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취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마음을 훔치기 쉽지 않은 1020세대들을 ‘팬’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모든 기업이 밀레니얼세대를 잡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존 마케팅 문법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 세대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구닥다리 앱이 어떻게 세상에 등장하게 됐는지, 도대체 왜 1020세대들이 이 앱을 유료로 다운받고 열심히 인스타그램에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를 다는 것인지 DBR이 집중 분석해봤다.


일이 아니니, 아이디어는 더 기발해졌고 작업은 더 즐거워졌다
이 신기하고 불편한 구닥다리 앱을 세상에 내놓은 건 스크루바라는 팀이다. 그런데 이 팀 역시 앱만큼이나 독특하고, 신기하다. 스크루바를 결성한 강상훈 대표는 소위 요새 말로 ‘N 잡러1 ’다. 강남에서 유학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원장에다, 짬짬이 전시회를 여는 등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구닥을 개발해낸 대표로 1인3역을 맡고 있다. 강 대표뿐만 아니라 구닥을 만들어낸 스크루바의 다른 멤버 3인도 모두 본업이 따로 있었다.

학창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 파도타기를 하며 음악을 듣다가 ‘내 취향에 맞는 배경음악을 가진 미니홈피를 검색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고, 작업실에서 근처 피아노학원에서 들려오는 건반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도 ‘동영상에 타임라인별로 댓글을 달아볼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던 강상훈 대표. “풀어보고 싶은 문제” “만들어보고 싶은 무언가”가 마음속에 한가득이었던 강 대표는 학생들의 입시에 골머리를 앓다가도 틈틈이 학생들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 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제대로 비즈니스로 실현해보기 위해 2014년 꾸린 팀이 바로 스크루바다. 인원은 총 4명으로 각각 마케팅, 개발자, 유통 담당, 디자인을 맡았다. 본업이 따로 있으니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 커피를 마시면서, 식사를 하면서 매주 모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며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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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올인을 해 죽자 살자 해도 모자란 판에 본업이 따로 있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더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스크루바는 재미있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나, 시간에 쫓겨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수익 최적화 전략이나 이윤 창출 가능성 같은 건 제쳐두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었다. 여유롭게, 되든 안 되든 일단 말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주 안에 완성시키라고 쪼는 상사도, 재촉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더 능동적으로 주말, 새벽의 자기 시간을 바쳐가며 매진할 수 있었다. “원래 시험공부 해야 될 때 책상 정리가 하고 싶어지잖아요. 일이 아니니까 더 즐겁게 하게 됐죠.” (강 대표)

물론 본업이 아니라고 해서 결코 이들의 고민의 깊이가 얕았던 것은 아니다. 팀을 결성한 것이 2014년 10월. 수년간 일상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핸드폰에 메모하고, 다이어리에 스케치하고, 주말마다 토론에 매달린 결과가 구닥이다.

요새 창업 붐이 일면서 창업을 위해서 아이템을 급하게, 섣불리 발굴하는 팀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창업을 위한 창업’인 셈이다. 그러나 선보이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아이디어,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과 창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급하게 현실화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구닥은 비록 부업에서 나왔지만 거기 담긴 스크루바의 간절함은 떨어지지 않았다.



“실패해도 된다. 단, 실패에서 배우면 될 뿐.”
게다가 스크루바는 구닥에 앞서 알찬 예행 훈련까지 거쳤다. 스크루바의 첫 아이디어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팔찌형 컵홀더였다. 평균적으로 대도시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종이 컵홀더만 해도 무려 13만 개. 재활용 비율은 채 65%를 넘지 못한다. 스크루바는 버려지는 수많은 컵 홀더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하다 문득 평소에는 패션 아이템처럼 팔목에 끼고 있다가 커피숍에서는 컵 홀더로 변신되는 슬리브를 떠올렸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시제품을 제작했다. 바이럴 효과를 위해 학원의 패션을 전공하는 제자들을 모델로 동원해 패션 액세서리로서의 매력을 강조하는 힙한 동영상도 찍었다.

하지만 직접 생산에 나서기에는 경험도 없고, 재원도 부족했기에 자체 생산이 아니라 커피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들이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이왕에 시도하는 것,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문을 두드려야 실패하더라도 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강 대표)

스타벅스 임원들에게 e메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뒤, 급기야 강 대표는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미국 시애틀 본사로 날아갔다. 그와 e메일을 주고받던 실무자가 때마침 해외 출장 중이었던 터라 끝내 하워드 슐츠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 종일 로비에 앉아 스타벅스 청소부, 경비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피칭’ 연습은 제대로 했다. 게다가 그 무모한 도전은 뜻밖의 결과도 가져왔다. 미국 본사 임원 중 일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스타벅스 회장실에서 직접 한국 본사로 연락해 강 대표를 만나보라고 권유한 것. 실제로 스크루바와 스타벅스 코리아는 상당 기간 슬리브 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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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최종적으로는 스타벅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스크루바는 적지 않은 자산을 얻었다. 남들이 볼 때 무모할 수 있는 도전도 실행하고 추진할 수 있는 ‘배짱’이 그것이다. 사실 구닥을 개발할 때 수많은 사람이 “실패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아이템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느냐”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볼 때도 스크루바 멤버들은 “우리가 구닥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을 소비자들에게 더 잘 전달하면 된다”고 믿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스타벅스의 문을 두드렸던 경험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뚝심 있게 아이디어를 밀어붙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여유 자금이 없는 스타트업으로서는 제품을 양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소프트웨어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얻었다. 당시 스크루바가 확보하고 있던 현금 자산은 3000만 원가량. 컵홀더 주물을 직접 뜨고, 제작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앱을 개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4명의 멤버가 디자인, 마케팅, 앱 개발자로 꾸려졌으니 말이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시행착오를 거친다. 사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 스타트업이 섣불리 제품 양산을 시작하는 등 너무 서두르다 예산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다시 도전에 나설 여력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정작 뭔가를 배워 ‘피벗(Pivot)’을 하고 싶을 때에는 이미 주머니가 텅 비어버린 상황이다. 설령 그렇지는 않더라도 얼른 쓰라린 실패의 기억을 묻어버린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여느 스타트업처럼 스크루바도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이들이 달랐던 점은 그 시행착오를 실패로 끝내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학습 기회로 활용했고, 첫 시도에 ‘올인’을 하는 대신 새로운 시도에 나설 예산과 에너지를 스마트하게도 아껴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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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보자
팔찌용 컵홀더로 한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뒤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린 스크루바팀이 화두로 삼은 것이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 찍는 게 너무 쉬워졌어, 그냥 찍었다 지우면 되니깐 ‘한 장 한 장’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구닥의 아이디어는 프로젝트 초기 팀원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떠올랐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다. 쉬워진 만큼이나 많은 사진이 소모되는 상황이 아까웠다. 소중한 사람과 찍은 사진이 카카오톡 채팅방 저 너머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잊어버리는가. 그 근본적인 원인은 사진을 찍기 너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사진을 찍기 불편하게 만들면 어떨까?” 사진 찍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어 사용자들이 다시금 사진 한 장 한 장의 가치를 느껴보기를 바랐다. 또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인화를 기다릴 때의 설렘을 선사해보고 싶었다. 기다림, 설렘과 같은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필름처럼 24장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수에 제한을 두고,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72시간을 기다리게끔 만들기로 기본 틀을 짰다. 왜 하필이면 72시간이었을까? 에빙하우스(H. Ebbinghaus)의 망각곡선 이론 3 을 참고했다. 인간의 기억이 3일이 지나 희미할 때 즈음 사진을 받아서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면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어 오래오래 가슴에 아로새겨질 것이라고 믿었다.

주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강상훈 대표의 아내조차도 성공할 리가 없다며 회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화려한 필터를 자랑하는 카메라 앱들이 수두룩했다. AR(증강현실)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진 변형이 가능한 ‘스노우’, 음식 사진에 특화된 ‘푸디’, 파리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아날로그 파리’ 등등 나올 수 있는 카메라 앱은 이미 다 나온 듯 보였다. 그들과 경쟁해서 구닥이 유저들을 확보하기에는 기술력도, 특별한 매력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품 개발은 문제에서 출발하기 마련이었다.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pain-point)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기본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 그런데 구닥은 언뜻 보기엔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불편함을 ‘더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강상훈 대표는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다른 카메라들보다 뛰어난 필터, 우월한 보정 능력은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여타 카메라 앱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다들 필터와 보정 기능에 집중했지, 그 어떤 카메라도 구닥과 같이 일회용 카메라를 닮은 구닥다리 인터페이스와 72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사용상의 ‘제약’을 내세우진 않았기 때문. 스크루바는 구닥이 선보이는 낯설고 새로운 경험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개발 과정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각자 본업을 하며 퇴근 후 부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당연히 진도가 더디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래 직장에 부담을 줄 수도 없는 일. 팀원들을 채근하며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를 ‘구닥’으로 현실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에 달한다.

사실 컨설턴트들이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은 “완벽한 앱을 만드는 것보다 일단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오랜 시간을 끌다가 비슷한 아이디어가 이미 시장에 등장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들의 시점에서 보면 구닥은 납득이 가지 않는 케이스다. 외주를 맡겼으면 몇 달 만에 뚝딱 앱을 완성할 수도 있었을 텐데 1년 6개월씩이나 시간을 끌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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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강 대표도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당초에는 복고 바람, 1980년대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tvN ‘응답하라 1988’의 열풍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드라마가 방영할 때, 적어도 드라마의 열기가 채 사라지기 전에 앱을 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시기가 늦춰졌다. 결국 출시 타이밍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그 대신 구닥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사진 찍기의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 사진을 찍고 7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컨셉이 신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앱이 그 불편함마저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흥미롭게 구성돼야 했다. 제품의 목적과 제품에 담고 싶은 아이디어를 녹여내는 것은 결국 디자이너의 몫.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 ‘펀 세이버(Fun Saver)’를 오마주해 소비자들이 앱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첫 화면부터 최대한 필름카메라와 유사한 이미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직접 인화하고 비교 분석하면서 필름카메라를 통해 인화된 사진의 미세한 공통점을 찾아 어떻게 하면 디지털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소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셔터를 누를 때의 찰칵 소리뿐만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 특유의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까지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가격은 1.09달러로 매겼다. 사실 가격과 관련해 스크루바 내에서도 많은 격론이 있었다. 빨리 유저를 확보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무료 앱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바람직했다. 하지만 구닥이 디자이너인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에 내보이는 작품이라는 게 강 대표의 발상이었다. 디자이너로서 작품에 충분히 공을 들인 만큼 그 작품을 무료로 선보일 수 없다는 게 작가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인스타에 ‘구닥’ 해시태그를 올리는 1020세대, 그들은 왜 구닥에 빠져들었나
그렇게 등장한 구닥은 앱 시장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모으며 ‘핫’한 앱이 됐다. 별다를 것 없는 이 앱을 14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받았다. 1.09달러의 유료 앱이니 단순 계산해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10월18일 현재 인스타그램상에서 ‘구닥’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물의 수는 16만7000여 건에 이른다. ‘구닥캠’(12만7000여 건), ‘구닥갬성’ 등 관련 해시태그도 적지 않다. 구닥으로 찍은 사진으로 일상을 정리하는, 이른바 ‘구닥일기’도 인기다. 도대체 이 별다를 것 없는 앱이 1020세대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1020세대에게 불편한 구닥은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얘깃거리가 가득한 놀이
사실 구닥의 성공에 대해 필름카메라,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덕택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2017년 6월)』의 출간과 맞물려 구닥이 많은 조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 인간의 아날로그에의 향수를 보여주는 사례로 구닥에 주목했고 수많은 기사에서 구닥이 언급됐다. 얼마든지 더 뛰어난 보정필터를 가진 카메라 앱들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이 앱을 찾는 이유를 ‘아날로그, 인간적인 감정에의 원초적인 끌림’이라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구닥의 인기가 비단 아날로그에의 향수 때문일까.

응팔(응답하라 1988) 열풍을 타고 과거에의 향수를 부추기는 수많은 아이템이 등장했지만 그중 성공한 것은 극히 일부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구닥의 열혈 유저들은 일회용 카메라에 향수를 가진 3040세대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경험해보지 않은 20대 여성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유행은 돌고 돈다. 패션을 예로 들자면 유행했던 나팔바지가 다시 바람을 타고 유행을 타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간 유행은 다시 돌아오지만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는 바뀐다. 과거에 나팔바지를 즐겨 입은 세대가 다시 나팔바지를 소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팔바지를 처음 접해본 세대가 즐겁게 이를 소비한다. 자신이 과거에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더 ‘호기심’을 느끼며 이를 소비하는 것이다.

구닥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일회용 카메라를 즐겨 썼던 40대가 아니라 1020세대가 구닥에 열광한다. 이들에게 필름카메라는 아날로그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체라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인 동시에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다. 그래서 오히려 카메라에 향수를 가진 세대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1020세대는 구닥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이들에게 필름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있을 턱이 없다. 다만 부모님들이 사용했었다는 일회용 카메라와 비슷한 이 앱이 신기하고 재밌을 뿐이다. 사진을 마음껏 찍지 못하는 것도,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익숙지 않지만 그래서 더 색다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구닥’ 해시태그를 걸고 자신이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구닥으로 하루 일상을 담은 ‘구닥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물론 새롭기만 했다면 이렇게 금방 이 놀잇거리에 싫증을 느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풍성하다는 점은 구닥을 1020 사용자들에게 진정 재밌는 놀잇감으로 만들어줬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수많은 콘텐츠와 제품이 있지만 대중들은 뭔가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에 끌린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구닥은 얘깃거리가 풍성했다. 유학 미술학원 원장이 다른 멤버들과 부업삼아 만든 앱이라는 창업 스토리도 흥미진진했을뿐더러 기본적으로 앱 자체도 옆 사람과 얘기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뷰파인더는 손톱만 하고 도무지 어떻게 찍힐지, 찍혔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근데 또 사용하다 보니 나름 ‘중독성’이 있다.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이렇게 신기한 앱이 있는데 써봤어?’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소재인 셈이다. 실제로 구닥이 출시되고 난 후 “어이없다” “내가 왜 내 돈을 내고, 사진을 기다렸다가 확인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느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낸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의견들이 오히려 앱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하며 인기몰이를 가능하게 해줬다. 그 ‘불편하다’는 소문 때문에 “얼마나 불편하고 이상한 앱인지 한번 보자”는 사람들이 몰려 다운로드 수가 급증한 것이다. 불편함이 새로운 경험이 되고, 더 나아가 마케팅 요소가 된 셈이다.

시간 설정을 바꾸면 사진을 72시간 기다리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비법’ 4 도 다운로드 수를 급증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사실 스크루바에는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시간 설정을 바꿔서 사진을 미리 확인하는 방법을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기다려야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구닥의 핵심 컨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사진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블로그를 통해 유저들 사이에 퍼지면서 오히려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고 다운로드가 급증하더라고요.”(강상훈 대표) 구닥을 놀이처럼 갖고 노는 소비자들은 시간을 조정해 사진을 빨리 확인하는 방법도, 구닥 앱을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팁’처럼 받아들였다. 마치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 점수를 올리기 위한 소소한 팁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얻듯이 말이다.

2 확실한 아이덴티티로 팬덤 확보, ‘브랜딩’의 도구가 됐다
“일회용 카메라가 당신의 스마트폰 안에 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수많은 순간.” “잊었던 기억을 3일의 기다림 후 평생 추억으로 남겨보세요.” “한 장, 한 장 소중한 사진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느껴보세요.”

구닥을 소개한 앱스토어의 문구들이다. 구닥은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해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앱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다. 구닥은 출시 직후 자연스레 팬덤을 확보하며 ‘구닥다리지만 힙한 앱’ ‘아날로그 감성을 입은 앱’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특별히 요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 언급이 됐고 연예인들과 셀럽 등 유명인도 구닥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런 인플루언서 마케팅 5 효과까지 얻었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오연서, 박효신, 한예슬 등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올린 연예인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느 순간 얼리어댑터 사이에서 구닥은 화젯거리이자 트렌디함을 이야기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구닥을 써봤다면 ‘요즘 사람’, 써보지 않았다면 ‘옛날 사람’이란 식이다. 구닥이 이렇게 단순히 기능적인 제품을 넘어 ‘아날로그적이면서도 힙한’ 하나의 아이콘이 되면서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고 싶은 젊은 유저들에게 구닥은 자기 브랜딩의 도구로도 애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꼭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 그 물건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기 과시를 위해서, 개성 표현을 위해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밀레니얼세대 6 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고,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밀레니얼들에게 빛바랜, 날짜가 박힌 구닥다리 사진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또 어디 있을까. 구닥 사용자 가운데는 구닥을 “나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소중히 여기는, 아날로그 감성의 사람”임을 은근슬쩍 비추는 자기표현의 도구로 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닥은 여러모로 액션 카메라의 대명사 ‘고프로’를 떠오르게 한다. 고프로 역시 기능적인 특징보다는 ‘아웃도어 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부착형 카메라’임을 내세운 제품이었다. 자연스럽게 고프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모험(adventure)’이 됐고, 고프로는 사진 찍기 어려운 아찔하고 짜릿한 모험의 순간을 담는 카메라로 포지셔닝됐다. 7 사람들은 고프로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자신들을 브랜딩하는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 ‘고프로를 쓰는 사람=모험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식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가능성을 노리며 타깃층을 넓게 설정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하지만 그러다 이도 저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닥은 보여준다. 구닥의 경우 결코 넓은 타깃 마켓을 가진 앱은 아니었다. 애당초 필름카메라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지 않은,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굳이 1.09달러를 내고 구닥을 결제하지 않는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찍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그런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가진 소비자들만이 구닥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만큼 타깃 시장이 좁았지만 그 대신 취향을 제대로 저격당한 소수는 확실하고 단단한 구닥의 ‘팬’이 됐다.

섬세하게 디자인된 구닥, 다채로운 감각 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건드려
구닥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구닥은 일회용 카메라를 닮은 앱의 첫 화면부터 셔터음, 필름이 감기는 소리까지 유저들이 감각적으로 앱을 느낄 수 있게끔 잘 설계돼 있다. 제품이 어떠한 감각 경험을 제공하느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정서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제품이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중 소비자들이 마음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제품은 극소수.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능이 아니라 그 제품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를 여러 가지 감각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그 제품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구닥은 특별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앱의 첫 화면, 빛바랜 아날로그 사진 같은 결과물을 통한 시각적인 경험부터 셔터를 누를 때의 소리, 필름이 끼익하고 감기는 소리와 같은 다채로운 청각 경험이 제공됐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닥을 단순히 스쳐 지나가지 않고 천천히 흥미롭게 손으로 마음으로 느꼈고, 구닥을 통한 ‘불편한 사진 찍기’를 하나의 특별한 개인적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개인적 경험이 되자 개개인의 유저가 구닥의 마케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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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제공하는 감각 경험은 브랜드를 단순한 구매대상이 아닌 소비자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단순히 개인적인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 그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 소비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한다. 단점에 대해서는 열심히 옹호해준다.”
― 『감각을 디자인하라』 김병규, 미래의 창

실제로 구닥을 단순한 제품을 넘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때문인지 구닥을 카피한 또 다른 앱이 등장했을 때도 스크루바 못지않게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새였다. 캔디카메라로 유명한 제이피브라더스가 구닥과 유사한 일회용 카메라 스타일의 앱 ‘스냅’을 내놓자 사용자들이 격하게 비판에 나선 것. 한 사용자는 “스냅”은 컨셉뿐만 아니라 디자인, 기능 요소까지 구닥과 동일”하다며 “제이피브라더스가 구닥만의 요소를 가져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닥을 단순히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채우는 일부로 받아들이기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DBR mini box I: 구닥 유저들의 ‘말말말’
수많은 무료 카메라 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1.09달러를 지불하고 굳이 구닥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유저들의 ‘리뷰’에서 구닥을 선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서 일회용 필름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눈에 갖다 대고 사진을 찍던 기억이 나네요. 편리한 핸드폰 카메라와 사실적인 DSLR 카메라가 일반화돼도 이 구닥다리 느낌의 카메라가 인기차트 1위 앱이라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날로그와 옛 감성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겠죠.”

● “처음에는 이 어플이 왜 인기인지 몰랐는데 쓰다 보니 구닥에 중독되었네요. 하루에 24장 안 찍으면 손해인 것 같고, 사진이 나오는 날은 저도 모르게 사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옛날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앱입니다!”

● 원래 유료 어플은 구매도 하지 않고 리뷰도 쓰지 않는데 구닥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리뷰 남깁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간직하고 싶었던 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때마다 따뜻함을 느꼈는데 그 느낌이 구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서 정말 좋아요.”

● “작은 뷰파인더도, 필름 인화하는 데 걸리는 3일이라는 시간도 좋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고집을 계속 이어주셨으면 합니다. 분명히 핸드폰 카메라로 찍힌 사진에 필터를 입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화된 사진을 보면 필카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진짜 필카를 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구닥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최근 카피캣으로 힘들어하신다는 기사를 보고 응원 차 구닥을 구매했습니다. 원작이 보호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네요. 예쁘고 감각적인 어플 감사합니다.”


구닥은 스크루바의 시작. 구닥에만 올인하는 게 아니라 계속 재미난 것을 하겠다
구닥이 카메라 앱 시장에서 이렇듯 ‘깜짝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이제 많은 이가 구닥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잠깐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지고 마는 앱들이 지금까지 수없이 많았기 때문. 실제로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에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지만 그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이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스크루바 역시 서비스의 지속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비책을 구상하고 있다. 흑백 필터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12월 구닥카메라의 새로운 모습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구닥의 지속성을 꼭 다운로드 추이로만 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초기에 출시됐을 때만큼 폭발적인 다운로드 수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하지만 그 대신 사용자의 재방문율(retention rate)을 유지시키려고 한다. 구닥을 단순히 한번 다운로드받아 몇 번 사용하다 죽이는 앱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함께하는 앱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서비스 재이용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사용자 스스로 구닥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SNS로 올리면서 해시태그로 구닥을 자연스레 노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닥과 연결되는 콘텐츠도 늘려나가고 있다. 구닥 앱의 설정으로 들어가 ‘구다커(GO to Gudaker)’를 클릭하면 신진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아트매거진으로 연결된다. 구닥의 브랜드 굿즈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카메라 앱이 아니라 구닥이 브랜드로서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게 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꼭 구닥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크루바의 목표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들을 재해석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 이 같은 궤를 같이하는 다른 프로젝트들로 사용자에게 계속해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면 된다는 목표다. 실제로 구닥의 뒤를 이어 사진을 매개체로 하는 2호 프로젝트를 곧 시장에 선보인다. O2O 감성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프린셰어’가 그 주인공이다. 사용자가 무료로 사진을 인화한 뒤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진을 매개체로 사용자 간 의미 있는 추억을 공유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목표다. 사용자들이 무료로 사진을 인화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인화 사진 끝에 광고를 붙여 비용은 광고주에게서 충당한다. 사진 속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맞는 광고가 제공된다. 예컨대 아기 사진에는 기저귀 광고, 운동을 하는 사진에는 운동화 광고가 붙는 식이다.

지금 발전 중인 아이디어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Bi Ben(Bike+Bench)’도 그중 하나. 공유경제를 실현시킨 시티 바이크가 굉장히 인기지만 시티 바이크는 주차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보행자에게는 불편을 주는 측면이 있었다. Bi Ben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벤치형 자전거다. 주차가 돼 있을 때는 보행자가 앉아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되고, 주차공간을 벗어나면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자전거가 되는 식. 이용자가 자전거를 타고 떠나 한 정거장의 벤치가 줄어들면, 대신 그 이용자가 자전거를 다 이용하고 난 뒤 자전거를 주차하는 정거장에서는 벤치가 길어지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발전 중이지만 강상훈 대표는 한국인들의 감성에 맞는 SNS를 개발시키고 싶다는 목표도 품고 있다. 문자를 늦게 보내서 애를 태우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러 길게 보내서 미리 보기로 메시지 내용을 못 보게 하는 등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진다. 강 대표는 이런 디테일한 ‘감정선’에 초점을 맞춘 SNS를 꿈꾸고 있다. 사실 이미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SNS 바람이 이동했다. 일부에서는 SNS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SNS를 만들겠다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구닥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스노우나 아날로그 파리를 어떻게 이기느냐고 했지만 포화상태 같아 보였던 카메라 앱 시장에서도 다른 감성,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니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었어요.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잘된 일이라고 봐요.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갈구한다는 이야기기 때문이죠.”(강 대표)

사실 아이디어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보니 혹자는 한 우물을 파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자신의 ‘업’의 특성상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본업은 유학 미술학원 컨설팅. 학부생, 석사, 박사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건축, UI/UX, 비디오 아트 등 전방위적인 분야를 다루다 보니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이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중간중간 떠오른다. 다 다른 것 같고, 중구난방 같아도 아이디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구닥이나, 프린셰어나 Bi Ben이나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재조립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점 말이다.

스크루바의 내일은
직장인들이 부업처럼 시작한 앱으로 10억 원 이상을 벌었다.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성공스토리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으로 보면 이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구닥의 비즈니스 모델은 심플했다. 유료 앱인 만큼 소비자들이 결제한 돈이 매출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인 프린셰어의 경우 사용자들은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광고를 통해 비용과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 소비자들도 물론 까다롭지만 광고주들의 지갑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는다. 과연 검증되지 않은 광고매체에 선뜻 광고비를 지급할 것인가. 물론 프린셰어가 사진 속 정보를 분석하고 지역과 성별, 연령을 선택하는 등 정확한 타기팅을 통한 ‘스마트한 광고’로 효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광고주들이 이 새로운 포맷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찌 보면 프린셰어가 스크루바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지도 모른다.

스크루바는 조직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구닥, 프린셰어, Bi Ben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다 홀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스크루바의 일에만 ‘전업’으로 올인할 직원도 뽑고 있다. 과거에는 부업이었으니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안 되면 말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여유와 자유로움도 변해나갈 수밖에 없다. 커져가는 조직 속에 어떻게 스크루바는 유연함과 반짝이는 창의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일단 강상훈 대표는 미술학원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스크루바 일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 대표는 창의적이고 반짝반짝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 도리어 ‘영감’을 던져준다고, 이런 일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권이자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어쩌면 앞으로의 과제를 해결할 힘도 거기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의 N잡러 생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BR mini box II : 경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구닥의 강점
1. 아날로그의 심리적 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이다. 아날로그 느낌의 소품이나 의상을 구입하고 즐거워한다.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하는 이유는 이것이 디지털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날로그가 소비되는 것은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과 큰 관련성을 가진다. 나는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새로 나온 전자제품에 대한 지면 광고를 직접 제작해 그들에게 광고 속 제품을 평가하게 했다. 광고는 두 가지로 제작했는데, 두 광고의 유일한 차이는 광고 속 모델의 스타일이었다. 한 광고에서는 광고 모델이 현대적 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다른 광고에서는 광고 모델이 복고적인 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그 외 제품이나 광고 문구는 동일했고, 심지어 광고 모델도 동일인이었다. 대학생들에게 이들 중 하나의 광고를 보여주고서 제품에 대해 평가하게 했더니 광고 모델이 복고적일 때 제품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었다. 다만, 이런 결과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에게만 관찰됐고,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광고에 따른 제품 평가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는 젊은이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심리적 이유를 설명해준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불확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요즘처럼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전혀 알 수 없고, 심지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기에, 불확실함이 전혀 없기에 편안하게 다가온다. 특히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과거(자신의 실제 과거는 부정적 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가 아닌 ‘가상의 과거’는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많은 젊은이가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롭고 신기하기 때문에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미래로부터 자신을 지켜주고 위로해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젊은이들 사이의 아날로그에 대한 소비를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위협적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에서 위로를 찾는 심리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함이 지속되는 한 아날로그에 대한 소비는 함께 지속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아날로그 느낌으로 전환해주는 필터들이 사랑받는 이유도 아날로그가 주는 심리적 편안함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을 제공하는 앱은 수없이 많다. 이들과 비교해 구닥이 지닌 강점은 아날로그 감성을 사진에서 체험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체험은 사진보다 강력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구닥을 사용할 때 사람들은 20년 전 유행했다는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필름이 감기는 소리를 듣는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서 사람들은 과거라는 시간을 체험한다. 특히, 자신의 실제 과거가 아니라 가상의 과거를 체험한다. 이를 통해서 구닥은 아날로그의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다른 사진 앱들보다 구닥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 감각적 실체화의 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들 브랜드는 다양하다. 전자제품 브랜드일 수도 있고, 의류 브랜드일 수도 있고, 화장품 브랜드일 수도 있고, 카페나 매장 브랜드일 수도 있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실체가 있다는 점이다. 전자제품이건, 의류이건, 화장품이건, 카페이건, 매장이건 모두 실체가 존재한다. 브랜드의 실체화는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들은 실체가 있는 대상에 애정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생각해보자. 만약 그 인형의 존재가 동화책 속에 그림으로만 존재한다면 아이들은 그 존재를 사랑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만지거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존재가 인형이 되면 아이들은 그 인형을 안고, 만지고, 느끼며, 사랑하게 된다. 스마트폰 앱들이 지닌 가장 큰 약점은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무형의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머리로는 그 편리함을 이해하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앱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끼고 애정을 가진 브랜드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구닥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구닥은 실제 존재했던 일회용 카메라를 감각적으로 실체화하고 있다. 일회용 카메라의 외관, 뷰파인더, 필름 감기는 소리, 동작성을 재현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구닥을 사용할 때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기보다는 마치 구닥이라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즉, 무형의 스마트폰 앱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처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감각적 실체화는 구닥을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구닥의 인터페이스는 디자인 측면에서만 평가돼서는 안 된다. 하나의 브랜드 전략으로서 평가받아야 한다.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많은 앱 개발자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비상식적 스토리의 힘
구닥은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구닥으로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 3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 많은 사람에게 답답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일회용 카메라나 필름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했던 나에게도 구닥의 기다림은 답답하기만 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기다림이 즐겁기보다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이는 상품으로서는 분명한 약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스마트폰 앱의 마케팅에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비상식적 스토리가 가진 힘 때문이다.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앱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수많은 앱 사이에서 사람들의 눈의 띄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입소문’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입소문은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앱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말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듣는 사람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서 3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상식에 어긋나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관심을 끈다. “정말 그런 것이 있어?”라고 반문하게 만든다. 듣는 사람이 보이는 이러한 관심은 말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고 싶게 만든다. 또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정말 3일을 기다려야 하는지 확인하고 싶게 만들고, 또한 3일을 기다려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구닥의 불편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고 싶게 만들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번 사용해보고 싶게 만드는 최고의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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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은 수없이 많다. 이들 가운데 구닥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를 나는 이 세 가지 요인에서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구닥이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닥과 비슷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앱은 지금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아무리 새롭고 흥미로운 앱도 시간이 지나면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다. 이는 스마트폰 앱들이 지닌 공통적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구닥과 같은 앱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적 완성도보다 브랜드 전략이다. 강한 브랜드는 동일한 상품도 더 좋게 느껴지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가졌다. 똑같은 물에다 다른 브랜드를 붙여 놓으면 실제로 물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강한 브랜드는 상품의 미숙한 점에 대해서 너그럽게 해주고, 새로운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해준다. 구닥이 강한 브랜드로써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강한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만의 철학이 분명해야 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구해야 한다. 구닥이 추구하는 기다림의 불편함은 구닥을 구닥답게 만드는 중요한 점이다. 만약 구닥이 이를 포기하고 편리한 구닥을 지향한다면 이는 더 이상 구닥이 아니다. 브랜드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신뢰할 만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앞으로 이 브랜드가 얼마나 일관된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소개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kyuk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USC마셜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마케팅협회의 최우수 논문상인 Paul E. Green Award와 William F. O’Dell Award를 수상했고, 미국 소비자학회에서 박사 논문에 기초한 논문 중 최우수 논문상인 Robert Ferber Award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감각디자인의 이론과 사례를 소개하는 『감각을 디자인하라』(미래의창)가 있으며 대기업의 마케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감각디자인의 원칙과 실행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기사집필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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