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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or's Insight: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투자하는 영화마다 대박. 문화콘텐츠 감식안 빛났다

장윤정 | 216호 (2017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제 더 이상 극장 스크린 속 투자자 명단에서 ‘IBK기업은행’을 발견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12년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투자 전담부서를 만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금융회사가 웬 문화콘텐츠 투자냐?”는 의아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업은행은 이제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다양한 외부 인력과 자체 인력이 어우러지며 콘텐츠를 읽는 ‘눈’과 ‘재무감각’이 동시에 생겼고, 투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일종의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됐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정우(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하,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대한민국의 흥행역사를 새로 쓴 ‘명량’, 1426만 관객이 관람한 ‘국제시장’ ‘관상’ ‘베테랑’ ‘검사외전’, 여기에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인천상륙작전’과 ‘부산행’까지…. 제목만 나열해도 쟁쟁한 이 영화들은 한국영화 대표 흥행작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라는 점. 최근 몇 년간 기업은행은 흥행영화를 알아보는 놀라운 ‘감식안’을 자랑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문화콘텐츠 분야는 금융권의 투자가 전무했다. ‘매출’ ‘영업이익률’ 등 기업 재무제표의 각종 수치를 꼼꼼히 따져 대출을 해줘도 부실이 생기는 마당에 금융회사들은 감히 영화 시나리오 등으로 흥행 가능성을 분석해 투자를 결정할 엄두조차 내질 못했다. 문화콘텐츠 투자는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 은행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야로 여겨졌다. 영화사들도 까다로운 1금융권에서 영화에 관심이나 가지겠느냐며 아예 투자를 유치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선택했다. 2012년 1월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투자·대출 전담팀을 만든 것. 국책은행으로서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시장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금융 산업’과 ‘영화’는 체질이 다르다며 몇 번의 쓴 맛을 보고 나면 기업은행이 미련 없이 영화산업을 떠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 현재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투자를 도리어 확대해나가고 있다. 견고한 투자성적을 내며 이제 영화판에서는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올여름만 해도 ‘부산행’부터 ‘밀정’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 이제 “흥행영화를 알고 싶으면 기업은행에 가서 물어보라”는 농담까지 새어나올 정도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 성과를 거둬낸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를 DBR이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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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하면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숫자를 들이밀며 대출 금리를 안내해주는 모습이 떠오르는가.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직원들은 재무제표 대신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채권시장 대신 감독의 흥행성과 경쟁 작품을 분석한다. 은행원의 틀을 깨고 문화콘텐츠 투자에 뛰어든 이들은 작품에 따라 높게는 200%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놀라운 투자 감식안을 자랑하고 있다. 정통 금융맨에서 변신, 시나리오 ‘열공’ 중인 이동현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문화콘텐츠 투자에 대해 “어렵지만 즐겁다”며 “이런 것이 콘텐츠가 주는 힘”이라고 말한다.


보수적인 은행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문화콘텐츠금융부 조직원들의 면면이 궁금하다.

국책은행으로서 콘텐츠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야심 차게 조직을 신설했지만 금융회사에 문화콘텐츠 투자를 위한 노하우가 있을 리 없었다. 이 때문에 2012년 전담조직을 만들면서 획기적인 실험을 했다. 바로 금융권 인력이 아닌 문화콘텐츠계 인력들을 영입한 것이다. 영화 투자배급사, 방송사, 문화콘텐츠 관련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력들을 스카우트해 왔다. 여기에 현재 팀장으로 있는 나를 비롯해 상당수는 인사 발령으로 현 부서에 오게 된 정통 ‘금융맨’이다. 나만 해도 1998년 입행해 1월 인사 전까지는 IB파트에서 일했다. 한 마디로 금융맨들과 영화·방송계 출신들이 어울려 있다고 보면 된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인력이 섞여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경쟁력이다. 영화방송계 출신이 볼 수 없는 점을 은행 공채 출신이, 은행 공채 출신이 볼 수 없는 점을 외부에서 온 인력이 체크하는 등 상대방이 볼 수 없는 부분을 감지할 수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미디어학, 연극영화학, 신문방송학 등을 전공한 젊은 직원들이 꾸준히 수혈되고 있다. 현장 제작사에 대한 방문과 출장 등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영화, 문화행사, 전시회 등을 관람하며 최대한 ‘트렌드’를 읽는 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투자결정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가.

영화의 경우 보통 한 달에 4건 정도의 작품을 검토하는데 일주일 동안 직원들이 각자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으며 검토한 뒤 금요일에 전원이 모여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서 토론을 나눈다. 직원들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나의 경우에는 한 편당 시나리오를 2번 정도 정독한 뒤 가족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인데 가족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시나리오는 ‘밀정’이었다. 송강호와 공유라는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반응이 좋았던 영화다.

금요일 회의에서는 시나리오에서 받은 느낌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개봉시기, 극장에서 맞붙어야 할 경쟁작, 감독 등 세세한 리스크에 대해서 열린 토론을 진행한다. 이때만큼은 직급과 상관없이 각자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똑같이 의견을 개진하고 투자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본사 심사부에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다. 또 투자 검토 시 정부·유관기관·학계 및 업종별 전문가 53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판단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검증을 거치며 작품을 보는 눈의 정확성을 최고로 높인다. 일종의 ‘집단지성’이 활용되는 셈이다.


관객의 취향을 읽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최근에 ‘부산행’ ‘밀정’ 등 줄줄이 투자한 작품들이 흥행 성공 반열에 올랐다. 비결은 무엇인가.

최근에 성공작들이 집중 조명돼서 그렇지 투자한 작품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관객들의 취향을 읽는 일은 너무나 까다롭고 조심스러우며,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많다. 실제로 2015년 우리나라 상업영화의 평균수익률은 평균 -7% 수준이고 개봉 상업영화 가운데 BEP(손익분기점)를 넘기는 작품의 비율이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부서 설립 이후 투자에 있어서 상당 기간 애로를 겪었다. 대중들의 생각과 취향을 읽어내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았다. 우리 딴에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좋은 시나리오와 탄탄한 배우와 감독까지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했는데 막상 개봉하고 나니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배우 김혜자와 강혜정이 출연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배우 문소리와 조민수, 엄정화가 나란히 주연을 맡았던 ‘관능의 법칙’ 모두 시나리오만 보고는 성공을 기대했으나 안타깝게 관객의 선택받지 못한 작품이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들도 터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보라. 메르스 여파로 사람들이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기피하는 기간이 몇 달간 이어졌다. 올여름에도 리우올림픽의 여파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까봐 굉장히 우려했었다. 우리가 투자한 MBC 드라마 ‘옥중화’가 올림픽 때문에 결방을 한다고 해 혹시나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에 대해서도 제작사 및 방송국에 문의도 했었다. 이런 작은 부분들까지 다 신경이 쓰이고 긴장이 되는 부분이다. 지금도 모든 팀원들이 더 긴장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래도 이제 투자 노하우가 쌓여 역량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타 금융회사들도 기업은행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하는가.

그렇다. 최근 성적이 좋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금융회사들에서 우리 부서에 전화를 해 투자요령 및 비결을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내가 주는 메시지는 그렇게 단기간에 ‘대박’ ‘고수익’을 노려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달아 투자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사실 투자 노하우를 쌓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일단 단계적으로 접근해왔다. 아무리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인력들을 스카우트해왔다지만 리스크가 높은 직접 투자부터 곧바로 시도하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일단 기업은행답게 중소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부터 시작했다. 또 문화콘텐츠 전용 ‘펀드(몇몇 회사가 출자한 뒤 자산운용사를 통해 운영)’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며 문화콘텐츠 시장에 대한 감을 익히고 해당 업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렇게 1∼2년 노하우를 축적하며 시나리오나 투자 판단 여력이 생겼다는 확신이 든 뒤 직접 투자를 본격화했다.

또 최근의 성공은 그간의 실패라는 비용을 치러 노하우를 획득한 결과라는 점을 여타 회사에서 기억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한 영화나, 성공한 영화나 매번 개봉 뒤에는 성적을 살펴보고 ‘리뷰’ 회의를 진행한다. 실패 시에는 우리가 어떤 요소들을 간과했는지, 잘된 경우에는 어떤 요소들이 우리들의 예상을 깨고 관객들에게 통했는지 등등 말이다. 이런 작업이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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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는 캐스팅이나 작품 제작 방향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원칙인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한다’가 원칙이다. 제작비를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자라면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역할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캐스팅, 작품의 제작은 제작사가 더 잘 알고 제작사가 해야 할 부분이다. 이 때문에 투자가 결정되면 작품의 방향이나 캐스팅에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고 감독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괜히 투자사가 작품에까지 개입을 하면 작품에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품의 제작을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권선주 행장이 직접 영화 촬영 현장에 나가서 스태프들을 응원한다든가 하는 게 그런 활동의 일환이다.
 

‘인천상륙작전’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투자주관사 역할을 했다. 일부에서는 기업은행이 ‘애국성향’의 영화들에만 투자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투자주관사 역할을 수행하며 여타 투자자 모집에도 기여했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제작비만 160억 원이 들어가는데 기업은행이 총 26억 원을 투자했으며 그룹 계열사 IBK투자증권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렇듯 투자주관사 역할을 한 것은 지난해 개봉한 ‘연평해전’에 이어 두 번째다. 일단 두 영화 모두 중소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연평해전’은 국민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다 검증된 제작진과 스태프가 참여하고, 탄탄한 배급사를 갖추고 있으며, 국민적으로 제작 참여 열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기업은행이 나서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인천상륙작전’의 경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사적 소재, 리암 니슨의 팬덤 등 흥행요소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일부에서는 기업은행이 애국적 성향의 영화에 주로 투자하는 것 같다며 투자가 정치적 성향을 띤다고 비판하는데 ‘애국 콘텐츠’라고 투자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단, 우량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려움에 처한 중소 제작사를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중소 제작사들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 당초 우리 조직이 생겨난 설립 취지 역시 콘텐츠 경쟁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들에 투자를 해 시장을 키우자는 취지 아니었나. 그 같은 취지에 적합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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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성적이 좋았지만 여전히 문화콘텐츠는 여타 투자처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분야다. ‘좋아해줘’ ‘무뢰한’ 등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는데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맞다. 사실 최근의 성공이 이어져서 그렇지 영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라고 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투자와 대출의 비중도 그런 차원에서 적절히 가져가려고 한다. 투자는 크게 펀드에 돈을 맡기는 간접투자, 직접 우리가 해당 작품에 돈을 넣고 투자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직접투자로 나뉘는데 기본적으로 작품의 성공에 따라 이익이 결정된다. 만약 작품이 BEP를 넘기지 못하면 우리의 투자금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대출의 경우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정해진 ‘원금+이자’는 보장된다. 대출 비중도 적절히 가져가면서 최대한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인사 발령 전 맡았던 기존의 IB투자가 어려운가, 문화콘텐츠 투자가 어려운가.

IB투자는 대개 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다 보니 호흡이 길다. 그러나 문화콘텐츠 투자는 길어야 몇 달 안에 성공 여부가 갈린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강점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있다. 바로바로 ‘성적표’가 나오는 것이다 보니깐 말이다. 어느새 매일 아침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에 접속해 전일 자 박스오피스, 관객 수, 순위 등을 체크하고 투자한 드라마의 시청률을 살펴보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저금리 기조하에서 문화콘텐츠 투자가 상당한 수익률을 거두면서 기업은행의 탄탄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은행 내에서도 위상이 높아졌을 것 같은데….

문화콘텐츠 업계가 수출에 대한 비중도 높고 고용창출 등 부가가치가 굉장히 큰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오랫동안 준비를 거쳐 팀을 신설했다. 사실 조선, 해운 등 전통적 대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고위험 투자라고 판단했던 문화콘텐츠가 긍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귀한 수익원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1년 금리가 2% 중반대가 아니냐. 다만, 숫자가 언제 달라질지 모르니 구체적인 수익률을 밝히기는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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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를 웃돈다고 하던데?

정기예금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고 해두자.


이제까지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처를 확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외에 여타 문화콘텐츠(애니메이션, 음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나.

인기를 끈 ‘옥중화(MBC)’ ‘치즈인더트랩(tvN)’ ‘기억(tvN)’ 등이 기업은행이 투자한 대표적인 드라마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뽀로로’ ‘로보카 폴리’ ‘넛잡’ 등도 기업은행의 지원을 받았으며 ‘지킬앤하이드’ 등 뮤지컬에 투자한 경험도 있다.

여기에 올해 콘텐츠금융팀, 콘텐츠투자팀에 더해 콘텐츠기획팀이 신설됐다. 콘텐츠금융팀은 기업은행의 지점들을 통해 다양한 중소 콘텐츠업자들에게 대출을 실행하기 위한 팀이고, 콘텐츠투자팀은 본점 자원에서의 직접 투자를 검토하고 집행하는, 위에서 주로 설명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획팀은 전반적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투자해야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해 큰 틀에서 기획하는 ‘브레인’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획팀 신설을 통해 현재 출판, 공연, 게임, 캐릭터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내부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화와 드라마, 공연에 자금 집행이 몰려 있었다면 앞으로는 더 폭넓은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는 어떤 작품에 기대를 걸고 있나. 연타를 기대해 봐도 되나.

일단 ‘마스터’라는 작품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의석 감독,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출연작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물이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밀정’의 연이은 성공으로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는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하는 조건은 딱 하나, ‘부서’ 전체를 조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성공의 비결이 한 사람이 아니라 전체 팀, 더 나아가서는 시스템에 있다는 설명이었다. 연이은 성공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단어를 선택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그 같은 불안감과 신중함이야말로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판이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은행원 본연의 리스크 감각과 불안감이 직감에의 지나친 의존을 막아주고 작품의 옥석을 가리는 시야를 키워준 것 아닐까. 마치 ‘외줄 타기’에서 균형을 잡아주듯이 말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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