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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모나미의 턴어라운 전략

"2만원짜리 모나미 153 한정판 샀어요?" ‘국민볼펜’의 변신, 모나미를 살렸다

고승연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제 사람들은 사무실에서건, 일상에서건 펜을 들고 필기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메모와 일정관리, 심지어 강의실에서의 노트필기조차 스마트기기와 컴퓨터로 이뤄진다. 저출산 영향으로신학기 문구판매 특수마저 희미해져가고 있다. 다른 많은 문구업체들과 마찬가지로대한민국 최고의 필기구 제조업체였던 모나미 역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을 전후해유통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면서 회사 전체 실적은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랬던 모나미가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모나미 153’을 고급화하면서 부활하고 있다. 2014년 이후 1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장기적 관점의 성장방향을 최고경영자(CEO) 주도하에 수정했다.

2) 사무자동화, 출산율 저하의 환경변화에 부합되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구축했다.

3) 기존의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플러스했다.

4) 확대된 고객가치 영역을 이해하고 이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와 최시영(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나미 153’ 단군 이래 이 땅에 존재했던 문방사우 중 가장 널리 보급됐고, 가장 많은 이들이 써봤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겼을 펜 이름이다. 육각형 모양의 흰색 몸통에 위와 아래 끝이 까만 이 펜은 관공서에서홍길동견본을 보며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앙케이트나 각종 설문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물 아닌 선물로 주어졌으며, 집 전화 옆에 메모지와 함께 놓여 있기도 했다. ‘내가 돈 주고 산 기억은 별로 없지만 어디에나 있었고, 항상 쓰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다 써본 일은 없는 펜. 어쩌면공기처럼 어디에나 있어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던 펜.

 

그런데 이제 우리 주변에서 이 펜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문서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손에 쥔 각종 모바일 기기로 메모를 하며,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한다. 일기도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대학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노트 필기마저 대부분 노트북이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상황이 됐고, ‘최후의 보루관공서 역시 각종 전자민원 시스템의 활성화로손글씨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당연히 그손글씨를 쓰던 도구인 펜과 문구와 관련된 산업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문구의신학기 특수마저 사라져가는 상황이다.

 

 

 

 

 

 

 

< 1>은 국내 문구류 생산업체 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2003년만 해도 1236개의 문구 생산업체가 존재했지만 2007 654개 업체로 급감했고, 2014년 기준 539개까지 줄어들었다.1 사정이 이렇다보니모나미 153’이라는국민 볼펜’, 그리고모나미라는 문구 회사의 이름 역시 희미해져 갔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모나미라는 오래된 이름이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됐다. 시작은 2014년 초에 1만 개 한정으로 출시된 ‘153 리미티드 에디션’. 이 제품은 온라인 마켓에 등장한 지 2시간 만에완판됐다. 이후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 있던필기구 덕후들 사이에서 판매가 2만 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 재거래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60년이 넘은 모나미 153펜을 기본 디자인으로 트렌드에 맞게 변형시키고고급화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서가성비 펜의 상징이었던 모나미의 이미지까지 바뀌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모나미의 변화는 영업이익률의 상승으로도 나타났다. <그림 1>의 모나미문구 부문연간 이익률을 보면, 2010년 영업이익률은 2% 이하였고, 2011∼2013년에는 3∼6%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치솟기 시작해 2014년에 10%를 넘겼다. 문구 분야의 선전은 모나미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림 2>를 보면 2008년부터 등락을 거듭하면서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넘긴 해가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13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며 영업이익 역시 100억 원을 돌파했고, 2016년 영업이익은 15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 1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모나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랜 정체와 심각한 위기를 극복한 모나미의 전략을 DBR이 심층 분석했다.

 

 

 

 

 

 

DBR mini box

 

 

모나미의 위기와 대응의 역사

 

모나미는 1963 5, 국내 최초로 별도의 잉크병이 필요 없는모나미 153’ 볼펜을 내 놓은 뒤, 초기 난관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9, 큰 위기가 닥쳤다. 정부가 문구 수입을 자유화하면서 수입 필기구가 한국 시장에 대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제, 미국제, 유럽제 펜은 특유의 부드러운 필기감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미 소득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수입제 필기구를 사서 쓰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필통에서도일제 필기구트렌드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모나미는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품질의 상징이었던 ‘KS 마크였다. 정부에서 만든 KS마크를 받기 위해서는내수성, 내유성, 내광성을 충족해야 했는데, 이중 내유성, 즉 기름에 닿아도 지워지지 않도록 만드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본래 이는 피마자유로 만드는 도장 인주 위에 글씨가 써 있거나, 글씨 위에 도장이 찍혀도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었다. 내유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성분이 필기감을 악화시키는 원인이었다. ‘일제나 미제가 더 부드럽게 써진다’ ‘국산은 뻑뻑하다는 인식이 이미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모나미는 이때 결단을 내린다.

 

당시공산품을 만드는 누구나 내세우던 KS 마크를 스스로 반납하고부드러운 필기감을 위해 내유성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여전히 도장이 대세였지만 서서히 서구식으로서명이 도장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미래에는 점차 인주 활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관료들의시책이 아니라 시장의 신호에 응답한 것이다. 1988, 문구업체 최초로 설립한 자체 연구소의 기술력은 이런 엄밀한 분석과 과감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반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볼펜의 시대도 저물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들어온중성펜i 이 학생들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고, 손에 잘 묻지도 않는 펜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때도 연구소가 힘을 발휘했다. 1995,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젤 잉크 중성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모나미가 개발한 이젤러펜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모나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기술개발 성공 이후 미국의 대형 필기구 업체 빅(BIC)이 기술 제휴를구애하러 올 정도였다.

  

1. 문구의 위기, 모나미의 위기

 

문구 산업과 모나미의 위기는 사실 2000년대 중후반에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DBR Minibox: ‘모나미의 위기와 대응의 역사참조.)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불어 닥친 위기는 좀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것이었다. 우선 사무자동화의 영향으로 사무실에서의 필기구 사용량이 급감했다. 출산율 저하의 여파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서신학기 특수역시 점점 사라져갔다. 모나미의 1차 고객인 도매상의 고객이자 모나미의 2차 고객인 동네 소매 문구점은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거나 하나둘씩 문을 닫는 상황이었다. 모두가사양산업이라고 얘기하는 그 시점, , 많은 중소 생산업체가 계속 문을 닫는 상황에서 모나미 역시 돌파구가 필요했다.

 

1) 도전: 유통업으로의 전환 시도

 

위기 상황에서 모나미가 시도한 건유통업으로의 확장내지는유통회사로의 변신이었다. 먼저 펜을 만드는 것이잉크기술과 밀접하다는 점을 활용한 다각화를 시도했다. HP와 제휴해 프린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중대형 문구점에 공간을 확보해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HP 프린트 스테이션을 만들어 맞춤형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체를 대상으로 HP 레이저젯 프린터와 복합기 제품 대여, 소모품 판매, AS 등을 연계한 중장기 리스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유통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하며종합 유통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2006 HP와의 제휴 이후 2007년 대형 사무용품 매장모나미스테이션’ 14곳을 열었고, 2011년에는 소규모 편의점식 문구점알로달로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해 모나미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각종 사업계획을 보면 5년 안에 유통업 매출을 늘려 1조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먼저 모나미스테이션은알파문구와 같은 대형 사무용품·문구 매장 콘셉트를 갖고 있었고, 앞서 말한 ‘HP 프린트 스테이션이 안에 들어가 있어 차별화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늘어나는 프리랜서와 재택근무자 등이 매장 내에서 간단한 작업도 하고 출력도 할 수 있는 구성을 시도했기에 나름혁신적인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기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2011년 초반까지만 해도 당시 20여 개였던 매장을 연내 최대 60개 매장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였다. 2 편의점 형식의 문구소매점 '알로달로' 역시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고, 사업 전망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문구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문구·디지털용품·캐릭터제품·식음료·문화서비스 등을 한데 모은 10∼20대 전용 종합공간으로 기획됐다. , 다양한 문구가 한쪽에 진열돼 있고, 다른 한쪽에는 10대들이 좋아하는먹거리가 있으며, 또 다른 파트에는휴대폰 케이스등의 액세서리와 팬시제품 등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모나미와 함께 성장해오다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규모 문구점 업주들과 모나미 퇴직자 등이 노후에 자신이 평생을 함께해온 문구를 판매하며 일정 정도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기에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도 컸다. 모나미는 2011 8, “알로달로를 4년 내 10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06 HP와의 제휴를 시작으로 2011년 알로달로 출범까지, 모나미는 명백히유통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그렇게 사업다각화와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2) 실패: 문구 유통사업의 정체와 후퇴, HP와의 계약 종료

 

좋은 취지에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유통사업으로의 전환 계획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사적인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나미스테이션이나 알로달로의 매장 수는 계획대로 늘기는커녕 오히려 이미 개점했던 곳조차 문을 닫아가는 추세였다. 2012년과 2013, 그리고 2014년까지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2015년 여름을 기준으로 성과를 정리해보면 모나미스테이션의 경우 2012 35개였던 매장 수는 2014년까지 단 1개점만 늘어났을 뿐이었고, 기존 매장 중 9개는 문을 닫기도 했다. 2011년 내 60개 매장을 만든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생각보다 사업 전개가 여의치 않자 모나미는 2012년까지 매장을 50개까지만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6년 이전까지 1000개의 알로달로 매장을 만들겠다던 꿈도 완전히 깨졌다. 아니, 꿈이 깨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처참한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현재 남아 있는 알로달로 매장은 대부분이 직영점뿐이고 그 수도 6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나미스테이션의 경우 여의도점만 직영으로 운영했고 나머지 매장은 프랜차이즈 형식이었는데프린터 설치간단한 사무 공간 제공이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오히려 독이 됐다.

 

매장 크기를 키울 수밖에 없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프린트 서비스를 뺀 형태로 매장을 만들다보니 다른 대형 문구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성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현재는 18개점만이 남은 상태다. 알로달로의 경우, 2014년 이후 단 한 개의 신규 매장도 개설되지 않았다. 낮은 매출과 수익률로 가맹점주들이 외면해 버린 탓이 컸다. 물론 이는 모나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유사한 유통사업을 벌이던 모닝글로리 등의 경쟁 업체 프랜차이즈와 개인 운영 문구소매점 모두 급격한 감소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문구 산업 전체의 쇠퇴가 생각보다 크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유통회사로의 변신이 사실상 실패하던 그 시점에 HP와 제휴했던 프린트 서비스 사업 역시 파국을 맞았다. 2012 HP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HP 프린터 소모품 재고량은 오히려 늘어나던 형국이었다.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나미는 결국 2013 4월 제휴를 끝냈다. 이익률이 낮은 사업이었지만 일단 접고 나니 매출 자체는 크게 줄 수밖에 없었다. 2013년은 말 그대로 최악의 해가 됐다. 1998년 이후 최저 매출을 기록했고, 50억 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3) 가능성: 위기 직전에 뿌려둔 씨앗

 

2006 HP와의 제휴, 2007년 모나미스테이션 사업, 2011년 알로달로 사업 등을 진행시켜가며 모나미 전체가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바로 그때,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다른 씨앗 하나를 뿌리고 있었다. 모두가유통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했고, 송 대표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CEO가 다른 임직원과 다른 부분, 달라야만 하는 지점이 있다. ‘현재 주력하는 사업의 성패만 바라보고 밀어붙이는 데 머물지 않고그 이후를 보는 것이다.

 

송 대표 역시 모나미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경쟁우위 창출의 전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마침 모나미가 본격적으로 문구 유통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민하던 2007년은 아이폰이 나온 해였다. ‘사용자 경험 혁명이 전 세계를 휩쓸 참이었다. 출장으로 미국을 오가며 이 상황을 지켜보던 송 대표는관찰경험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2010년을 전후해아이폰 따라잡기에 나선 국내 유수 대기업 전자회사들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를 찾기 시작했고, 다른 소비재 대기업들도 뒤를 따랐다. 그 흐름을 지켜보던 송 대표 역시 IDEO를 찾았다.

 

IDEO의 대표와 임원들을 만나 그들의 철학과 방법론을 듣고 직접 공부한 송 대표는 곧바로 모나미의 임직원들이 ‘IDEO식 사고와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협의해 계약했다. 몇 달 뒤 모나미 마케팅팀장, 디자인팀장과 과장, 설계팀장 등이 IDEO 방식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수주간의 집중 교육, 특히 고객을 관찰해 통찰을 얻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까지를 모두 해본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정리해고객 관찰과 혁신 방법론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었다.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고, 마치선진 문물을 배워온 유학생들이 귀국해 이를 전파하듯 전 임직원에게 IDEO 방법론과 성공사례를 전파했다. ‘전파가 끝이 아니었다. 송 대표의 의지에 따라 직접 현장으로 나가 고객들을 관찰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만 일하다 퇴근하는 모습을 송 대표는 노골적으로 나무랐다.

 

모나미가 만든 ‘IDEO 방법론 매뉴얼에는 구체적으로 몇 명씩 짝을 지어 어떻게 고객을 관찰하는지까지 다 써 있었다. 그걸 조금씩 변형해가면서 적용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모나미스테이션 사업이 전개 중이었고, 2011년 알로달로 프랜차이즈도 열고 있었기에, 모나미 임직원들은고객과 제품이 만나는 현장으로 직접 다니면서 관찰하고, 기록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후 모나미의반전을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2. ‘본업으로 돌아가자!

 

말 그대로바닥을 치고 있던 2013, 모나미는 수년간 힘을 쏟던 각종 다각화를 접고본업필기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앞서 언급했듯,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급격한 확산, 거기에 아날로그적인 필기까지 가능해진패드등이 등장하면서 전체 문구 산업의 위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모나미는 물론이고 문구 업체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성장하는 곳이 없었다. 문구 유통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유독 독일의라미펜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가격은 최소 3∼4만 원대, 고급 제품의 경우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더군다나 라미는 최첨단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가장 고루해 보이는만년필마저 히트시키고 있었다.

 

송하경 대표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주는 효용, 펜이 고객에게 선사하는 가치는 완전히 변한 상태였다. 더 이상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용도로 펜을 고르고 사는 사람은 없었다. 펜은 이제액세서리였고애장품이자 수집의 대상이었으며, 그런 측면에서 좋은선물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잘 써지는 저렴한 펜에는 별 관심 없던 사람들도 독일 라미사의 10만 원이 훌쩍 넘는 펜에는 관심이 컸던 것이다. 우선 하나의 답이 나왔다. ‘고급화였다.

 

 

 

1) 필기구가 아닌액세서리로서의 펜: 펜 고급화 전략

 

‘본업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잘하는 것을 다시 해보자는 선언 이후, 모나미의 브랜드가 갖는 약점과 강점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이뤄졌다.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어찌 보면 답은 명확했다. ‘광신화학공업이라는 회사명조차 바꾸도록 만들었던모나미 153’이라는 볼펜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국민 볼펜모나미 153’은 그 자체로 엄청난 브랜드 가치가 있는 것이었지만저렴한 모나미 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걸 뒤집어야 했다.

 

2010 IDEO 방법론의 도입과 ‘IDEO 방식 전파 TFT’의 영향이었을까. 상식을 깨는 아이디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모나미 153’ 자체를 고급화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물론 기존의 저렴한 153볼펜을 없애자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만져봤고 사용해봤을, 즉 누구나 한 번 이상의 사용 경험과 추억이 있는 이 볼펜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한정판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이걸 해내기만 하면,

2만 원짜리 한정판 모나미펜, 그것도싼 볼펜의 대명사인 ‘153’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 이후 고급화 전략은 수월해질 거라는 판단이었다.

 

‘모나미 153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모나미 153 리미티드 블랙 1.0’은 이렇게 탄생했다. 모양은 그대로였지만, 고급스러운 검은색에 황동재질은 소장가치를 높였다. 반응은 놀라웠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대박이 터졌다. 모나미스테이션 인터넷몰에 제품이 올라온 지 2시간도 되지 않아완판됐다. ‘2시간은 중간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홈페이지가 다운됐던 1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이다.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은 그 이후 중고장터에서 웃돈을 주고 사겠다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만 원에 팔린 제품은 10만 원 이상으로 중고거래가가 치솟았다. ‘펜은 이제 종이에 글씨를 쓰는 용도가 아니라 소장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송 대표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153’이라는 장수제품, 국민볼펜을 가진 모나미만이 할 수 있던 일이었고, 그게 성공했다. ‘펜 덕후들의 리뷰가 이어졌는데꾸미는 손이라는 사람의 블로그를 찾아가보면, 그가 적어놓은 리뷰에 댓글로 부러워하는 내용, ‘재생산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153 한정판 돌풍은 언론에서도화제성 뉴스로 많이 다뤄지기도 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모나미는 계획대로 고급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나갔다. 한정판 재생산 요구는 거세지고 있었지만 진짜로 한정판을 재생산할 경우 기존에 어렵게 구매한 고객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된다. 모나미는 10∼20대 젊은 층을 겨냥해 ‘153 ID’를 개당 15000원에 내놨다.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몸체 색상을 5개로 만들어수집욕을 자극했다. 플라스틱이 아닌 고급 메탈 소재이다 보니 모나미는 2000∼3000원의 추가 비용을 받고 원하는 이니셜이나 이름 등을각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집욕과 소유욕을 더욱 자극하고자하는 의도였는데 의외의대박도 함께 터졌다. 153 ID의 색상 중 탠저린 컬러가 폭넓은 팬층을 갖고 있는 그룹신화의 상징색이었는데, 한 팬이 신화 멤버 한 명의 이름을 각인해 선물했고, 그 멤버는 이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감사를 표시했다. 한국의 신화팬은 물론 중국에 있는 어마어마한 수의 신화 팬들이 한국에 와서 모나미 153 ID를 싹쓸이해가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 모나미는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형성을 위한 또 하나의 기회를 포착했다. 2014 8월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153 피셔맨(Fisherman)’을 제작해 헌정했다. 100일 가까운 수작업 공법을 통해 제작된 이 펜은 볼펜의 몸체는 순은을 사용했고 백금 도금으로 마감처리를 해 보석과 같은 색채와 강도를 만들었다. ‘153’이라는 브랜드의 유래가 베드로가 예수님이 지시한 곳에서 낚은 153마리의 물고기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선물하기에는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 펜은 바티칸박물관에 전시됐다. 모나미 관계자는교황은 153의 의미를 너무도 잘 살릴 수 있는 명사(名士)였던 데다우리도 이 정도 수준의 고급 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세계 시장에 보여주는 의미도 있었다고 당시 헌정 취지를 설명했다.

 

 

 

교황 헌정 펜의 디자인은 2014년 말모나미 153 리스펙트라는 35000원짜리 펜으로 재탄생했고, 이는 20∼40세대에서 선물용이자 소장용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2015 7월에는 10대와 20대 초반을 겨냥한 ‘153 NEO’를 역시나 다섯 가지 색상(몸통 기준)으로 출시했고 2015 12월에는 153 ID 샤프, 2016 3월에는 153 블랙&화이트를 내놓으며 고급 라인을 계속 구축하고 있다.3  

 

 

 

 

 

DBR mini box

 

 

해외에서 불어온 훈풍

 

모나미가 2014년부터펜 고급화에 성공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하던 그때, 해외 시장에서도 희소식이 들려왔다. 유독 터키에서왕자 크레파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2013년부터 점유율 70%를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모나미 관계자는이슬람 왕, 즉 술탄에 대한 향수를 가진 터키에서 국민들에게왕자 캐릭터가 어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성공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2006년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상하이모나미 역시 현지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2014 32억 원을 올렸던 매출이 2015년에는 55억 원이 됐고, 2016년에는 9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특히 한자를 쓸 때 좋은플러스펜의 인기가 상당하다. 태국에서도 1㎜ 볼펜심을 가진 독일제보다 0.7, 0.5㎜ 볼펜심을 가진 모나미 제품이 태국 글자를 쓰기 더 편하다는 이유로 선호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앞서 <그림 1> <그림 2>에서 2014년을 기점으로 모나미 문구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급상승하고, 모나미 전체의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2014년부터의고급 펜 라인의 성공과 이후 논의할마카등 생활용품 판매의 급성장에 영향받은 바 크다. 모나미 관계자는다들을 좀 더 팔아서 이처럼 수익률 상승이 일어나는 게 가능하느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다양한 비용 절감과 해외에서의 판매 호조 등의 영향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익률 상승의 1등 공신은고급 펜 판매량의 증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DBR minibox: ‘해외에서 불어온 훈풍참조.) 이어특히신화펜으로 불린 153 ID를 중국팬이 싹쓸이하는 것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정착되자 다양한컬래보레이션(collaboration)’도 가능해졌다. 2015 6월 세계 최대 여행 백 브랜드 샘소나이트를 사면 모나미 고급 펜 153 NEO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됐고, 같은 해 10월 출판사 문학동네와 함께 어니스트 헤밍웨이, 레이먼드 카버 등의 위대한 문학작품을 구매하면 책 커버와 동일한 이미지가 볼펜 몸통에 심어지고 볼펜 클립에 해당 작가의 이름이 각인된 153 NEO가 함께 증정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펜을 싫어할 리 없었고, 그 의미 있는 펜을 사기 위해 이미 소장하고 있던 문학작품을 또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는 이미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번 올려주는 계기가 됐다.

 

2) ‘관찰의 힘숨겨진 니즈’: 생활마카 라인의 완성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고급 펜, 고가 펜대박을 내던 그때생활마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도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없던 시장, ‘생활마카시장 개척이야말로 송하경 대표가 강력하게 지원했던 ‘IDEO 방식 배우기의 성과였다. 문구 판매 현장으로, 소비자들의 일상과 생활 속으로 들어간 모나미 직원들은 소비자들의 여러 행태를 끊임없이 관찰하면서드러난 고객의 니즈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니즈까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대박 제품중 하나가 2015 8월에 출시된키친마카.

 

모나미는 IDEO 방법론을 실행하기 위해 결성된 TF팀을 중심으로, 단순히 종이에 쓰는 필기구가 아니라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필기구들을생활용품의 관점에서 접근해보기로 했다. 평소 집에서 플라스틱 반찬통 등에 음식물을 담고라벨링을 하는 주부들이 많지만 설거지를 할 때마다 번번이 떼어내야 하기에 상당한 불편이 있었다. 또 그냥 유성매직으로 표시할 경우 세제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그 역시 곤란한 상황. 모나미 직원의 관찰이 아이디어로 변신했고, 물기에는 지워지지 않으나 주방세제를 사용하면 글씨가 지워지는키친마카개발이 이뤄졌다. 주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키친마카’ 개발이 한창이던 2014년 겨울, ‘관찰의 힘숨겨진 소비자의 니즈를 깨달은 모나미 TF팀이 다시 움직였다. 물기가 많고, 젖어 있는 물품이 많은 수산시장에서는 기존의 유성매직으로 글씨를 쓰거나 무엇인가를 표시하기 어렵다는제보가 들어왔다. 곧바로 모나미연구소, 마케팅팀, 디자인팀과 몇몇 임원으로 구성된 TF팀은 새벽 2시에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가 관찰하고 상인들을 인터뷰했다. 상자 위에 맺힌 물기가 겨울에는 곧바로 얼어붙어서 일반적인 유성매직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대부분의 상인들은 크레파스를 난로에 녹여 글씨를 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젖어 있는 수산시장, 그것도 어두운 새벽에 이뤄지는 경매에서는 특히 발색력이 좋은 검정색과 붉은색 크레파스가 활용되고 있었다. 상인들이 직접우리는 얼어붙은 물기 위에도 잘 써지는 필기구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오지 않았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 크레파스를 활용하고 있었지만물기에도 정말로 편하게 잘 써지는 펜에 대한 니즈는 분명히 존재했다. 연구소에서는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고, 마케팅팀에서는 판매전략을, 디자인팀에서는 추가 관찰을 통해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물기에 잘 써지는 마카는 수산시장, 횟집 등에서는 물론 생활 속 작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평범한 주부들에게까지 인기를 끌었다.앞서 언급한키친마카물기에 잘 써지는 마카’, 그리고타일 틈새 마카가든마카등 총 4종의기능성 생활마카라인이 2016년 봄에 완성됐다.

 

3) 문구회사의 새로운 시도: 경험을 제공하는 콘셉트 스토어

 

모나미는필기구라는 본업으로 돌아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급화에 성공했고, 일상에서의 불편을 해소하는필기용품을 만들어냈다. 모나미가 마지막으로 주목한 것은필기라는 총체적 경험이었다. 2015 11월 홍대에 최초의 콘셉트 스토어를 연 이래,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또 하나를 열었고, 가장 최근인 2016 6월에는 에버랜드에 세 번째 스토어를 개점했다. 설립 후 운영해 온 기간이 짧기에 아직성공이라고 결론내릴 순 없지만 2016 7월 현재새로운 시도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홍대점은 스토어 공간 자체가종이’, 그 안에 입장하는 고객이볼펜이 된다는 콘셉트다. 공간 전체가페이지(page)’로 구분돼 있고, 제품 전시공간과 체험 공간, 커피 등을 마실 수 있는 바(bar) 등을 마련해 놓았다. DDP에 있는 콘셉트 스토어는다이어리(diary)’를 상징한다. 매일매일이 기록돼매월’ ‘매년이 된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도록 공간이 디자인됐다. 마치 거대한 탁상용 캘린더를 연상하도록 내부가 구성돼 있다.

 

 

 

 

DDP점에서는 특히 ‘153 DIY 볼펜을 판매하고 있다. 모나미 153 볼펜을 소비자 취향대로 14가지 색깔의 리필심과 몸체 부품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고객 한명 한명이 자신만의 컬러 구성과 조합으로나만의 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펜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고급 금속성 재질의 펜에는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는각인서비스를 현장에서 제공한다. 이에 따라 DDP점 개장 초기에는 펜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문을 연 에버랜드점은꿈의 공장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DDP점의 모나미 153 DIY 볼펜을 색상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다양한 볼펜이 만들어지는 공장의 느낌을 줌으로써 사람들이내가 직접 생산하는 공장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나미 관계자는테마파크 안에 입점한 콘셉트 스토어이기에 좀 더즐거운 체험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모나미의 콘셉트 스토어 실험은 앞서도 말했듯 아직성패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 일부 고객들은여전히 콘셉트가 모호하다’ ‘1호점인 홍대 콘셉트 스토어는 점차 관리가 소홀해지는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러한 고객들의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수용하면서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면 모나미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마파크 안에 입점한 콘셉트 스토어이기에 좀더 ‘즐거운 체험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3. 성공요인 분석 및 시사점

 

1) 장기적 관점의 성장 방향을 CEO의 주도하에 수정했다.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는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GE(General Electronic) 등 당시 미국을 대표하던 복합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반면 핵심 주력사업에 집중하던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일명한 우물 경영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다. 맥킨지의 톰 피터스(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맨(Robert Waterman)은 베스트셀러가 된 그들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 당시 우량 기업들의 성공요인들을 설명하면서 기업들에 주력 분야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미디어그룹인 CBS,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반도체 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했고, 미국 주식시장에서 단일 업종에 집중하는 업체의 비중은 1979 38%에서 1988 58%로 비약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게 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한 우물 경영의 신화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사실 주력 분야에만 집중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연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산업성장이 침체될 경우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 소매 전문업체인 시어스(Sears), 필름과 아날로그 카메라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남게 된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 즉석카메라로 명성을 날렸던 폴라로이드(Polaroid)의 몰락에서 어렵지 않게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하듯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주요 사례로 다뤘던 단일 업종에 집중하던 43개 우량 기업들 중 30%가 넘는 14개 기업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내 기업들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0 1620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국내 상장제조업체들의 수명과 순이익률 간에는스마일커브(smile curve)’ 형태의 관계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10년 미만이 된 설립 초기의 국내 상장제조업체들의 순이익률은 5.9%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지만 20∼30년이 된 기업은 3.4%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게 되고, 다음으로 30∼40년이 된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설립 후 20∼30년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서게 됨을 시사한다.

 

즉 설립 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던 기업들도 20∼30년 뒤에는 산업성장의 침체와 경쟁심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기업은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내야 하는데, 이 같은 변화에 성공할 경우 다시 수익률을 반등시켜 장수기업으로 지속해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문구 제조업에 집중하던 모나미가 사업다각화를 통해 신규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했던 노력은 선택 그 자체로서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시장 규모의 축소와 경쟁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동종 업종의 경쟁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모나미는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나미가 선택했던 문구유통 산업으로의 진출이 모나미가 직면하고 있었던 기업 내·외부 상황들의 변화에 부합하는 최적의 의사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게 한다. 기업전략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고르 앤소프(Igor Ansoff)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어떤 전략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제품-시장 성장 매트릭스(product-market growth matrix)’를 제시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품-시장 성장 매트릭스에서는 기업이 지향할 수 있는 네 가지 유형의 성장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먼저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 성장은 기존 시장에서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성장방법이다. 즉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며, 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인지도를 향상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성장방법이다.

 

 

다음으로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 성장은 상품에 대한 새로운 소비자군의 니즈를 발굴하거나 상품판매시장의 확장을 통해 기존 상품으로 새로운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며, ‘제품개발(product development) 성장은 기존 시장에 신상품을 출시해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다각화(diversification) 성장은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 부문에 진출해 신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앤소프가 제시한 성장방법의 관점에서 볼 때 모나미가 유통시장 진출을 통해 도모했던 성장 방식은 다각화전략, 특별히 가치사슬상의 영역을 유통 부문으로 확대하는 전방통합(forward integration)에 기초한 다각화전략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다각화전략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의 기회요소를 활용해 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주력상품에 대한 기득권 없이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앤소프가 제시하는 네 가지 성장방법 중 실제적으로 가장 실패의 위험이 높은 성장방안이다. 

 

모나미가 문구유통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주력산업인 문구 제조업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결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다수의 장수기업들이 주력사업 부문에서의 성장한계에 직면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대안으로서 다른 성장 동력의 확보를 통한 변화를 도모했다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무자동화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한 시장 축소가 명확한 위협으로 대두되는 주력상품과 관련된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선행되지 않은 채 가치사슬상의 영역을 확대(유통)하는 수직적 확장을 선택했던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판단된다. 더군다나 해당 시장에는 이미 많은 경쟁사들이 우월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나미로서는 제품의 차별성 없이 뛰어든 자체가 후발기업으로서의 약점에 그대로 직면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반면 다행스러웠던 것은 CEO가 다각화에 기초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와 함께 기존 산업(문구제조업)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정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문구유통산업 부문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중단시키고 다시 본업인 필기구에 집중하는 전략적 변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사무자동화, 출산율 저하의 환경변화에 부합되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구축했다.

 

모나미가 다각화 성장전략을 포기하고 다시 본업이었던 문구제조업에 집중하면서 도모했던 변신은 초기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경쟁우위, 즉 제품 고급화에 기초한 차별화(differentiation) 우위의 창출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나미가 153펜을 공급하며 지향했던 가치창출 방식은 편리함과 단순함, 그리고 이에 기초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하지만 모나미는 이와 같은 기존의 경쟁우위 창출방식으로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초해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 의하면 경쟁전략 수립과 실행의 목적은지속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의 창출 및 유지에 있다. 여기서 경쟁우위는 경쟁사에 비해 더 높은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경제적 가치는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perceived benefit)’을 극대화하거나제품 제공을 위해 투여되는 비용(full economic cost)’을 최대한 낮춰 경쟁사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모나미가 필기구 시장에 뛰어들었던 초기에는 시장이 확대되는 시점이었고 그만큼 수요가 풍부했기 때문에 기업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기기의 등장을 포함한 사무기기의 자동화와 신학기 특수를 사라지게 한 출산율 저하 등의 환경변화는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경쟁우위 창출방식이 더 이상 효력을 발생시키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를 반영하듯 최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던 많은 문구생산 업체들의 수는 빠르게 감소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 모나미는 액세서리로서 펜을 인식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고객 니즈의 변화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 즉 제품 고급화를 추진했다. 성과 향상과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의 중대한 위협요소들에 직면해 좌절하기보다는 소비자 기호변화에 따른 또 다른 기회요소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신속한 변화를 도모한 것이다. 사실 축소된 시장으로 인한 치열한 가격경쟁의 위협에 직면한 기업들이 고급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던 사례들은 모나미와 같은 문구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아 관련 산업 부문의 기업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원생 수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됐던 유치원의 경우 영어유치원 등으로의 고급화와 차별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기도 했고, 시장 자체는 축소되고 있는 분유 역시 고급화와 프리미엄 분유 출시로 상황을 타개 중이다. 이들은 비록 이종 산업 부문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지만 고객 감소로 인한 중대한 위협을 현장 중심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변화된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해 극복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3) 기존의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플러스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 경쟁우위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잘못을 범하곤 한다. 심지어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해 기존 이미지나 가치제공 방식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잘못된 판단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나미는 변화된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기존의 가치를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모나미가 본업인 필기구 산업으로 역량을 다시 집중하기로 결정한 후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가치제공 방식은 고급화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 저렴한 모나미 펜의 상징이었던 국민 볼펜 153을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모나미 153 자체를 고급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사실 모나미 153의 저렴한 이미지는 모나미가 새롭게 추진하던 고급화 이미지 구축에 장애가 되는 요소라고 생각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를 버려야 한다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153펜은 저렴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제공해 모나미의 성장을 이끌어준 기업의 상징이기도 했다.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를 버리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존재적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모나미는 153펜의 브랜드 가치는 지키되 저렴한 이미지를 버리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나미 153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을 출시했는데 모양은 그대로 유지하되 고급스러운 재질로 제작된 이 한정판은 소장품으로서의 필기구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모나미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제공해줬다. 그리고 이 같은 돌풍은 다양한 화제성 뉴스를 만들어내며 고객들의 인식 속에 깊이 고급화된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모나미는 후속작으로 153 ID, 153 피셔맨, 153 리스펙트, 153 NEO, 153 ID 샤프 등을 출시하며 수집욕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고급 펜 라인을 구축했다. 이는 문구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하고 제품은 물론 기업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모나미는 단순히 브랜드의 가치를 고급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급화된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는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병행했다.

 

1988년 문구업체 최초로 설립한 자체 연구소를 활용해 고급화된 이미지에 걸맞은 차별화된 제품들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만약 모나미가 단순히 디자인 개선에 기초한 이미지 고급화에만 집중했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돌풍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의 고급화와 함께 근본적인 제품의 품질개선을 위한 집중화된 노력이 병행됐기 때문에 모나미의 고급화 전략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발판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확대된 고객가치 영역을 이해하고 이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한적 품목들이 경쟁했던 과거의 시장에서 고객들이 느끼는 제품에 대한 가치는 대부분 질과 가격에 의해 결정됐다. 하지만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경쟁이 심화된 현대의 경쟁시장에서는 제품의 질과 가격 이외에도 구매의 편리성, 신뢰성, 구매 후 서비스(after service) 등 확대된 가치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즉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가치요소들에 대한 판단에 기초해 최종적인 구매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들이 고려하는 다양화된 가치영역에 어떤 요소들이 포함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화된 가치 제공을 위해 모나미가 도입했던 것이 바로 IDEO식 사고와 기업운영 방식이었다. IDEO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하는 산업디자인 대상을 10년 연속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기업이다. 애플의 컴퓨터마우스, 나이키의 선글라스, 당뇨 환자를 위한 인슐린 펜 등을 디자인한 IDEO현명한 시행착오가 빈틈없는 기획보다 더 낫다는 경영철학을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방식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IDEO는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고객들의 일상에서의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IDEO식 혁신 프로세스는 아이디어를 창조해내는 촉발 프로세스와 소통을 통한 융합 프로세스의 두 가지 과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통합적이며,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프로토타입(prototype)을 활용한다. 또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 기술자, 마케터 등을 모두 참여시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간의 협력을 유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화된 가치들을 현장에서 파악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관찰과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한 모나미의 CEO는 이와 같은 IDEO식 기업운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디자인, 마케팅, 제품설계 부문의 핵심 인력들을 미국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집중화된 교육을 받고 돌아온 이들에게 귀국 후 IDEO 방식과 성공사례를 전체 구성원들에게 전파하도록 독려했으며, 이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 나아가 고객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이해하고 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모나미의 이와 같은 노력은 문구시장에서 변화되고 다양화된 고객들의 니즈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모나미만의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밑거름이 됐다.

 

4. 향후 과제

 

축소된 소비시장의 규모와 경쟁심화라는 위협요소들에 맞서 사업 부문의 다각화를 추진했던 모나미는 쓰디쓴 실패의 경험을 뒤로한 채, 현재는 본업이었던 문구제조업에 다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변화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제품고급화에 기초한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모나미는 이와 같은 제한적인 성장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사실 해외 시장 공략은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4 을 수반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일 업종 부문의 내수시장 공략만으로 모나미가 달성할 수 있는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상장사들의 연령과 순이익률 간의 관계를 나타냈던 스마일커브에서 봤던 것처럼 또 다른 환경 변화들로 인한 미래의 잠재적인 위협들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것이다.

 

다행히 해외 시장에서 모나미의 경쟁력과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터키와 중국시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 역량에 기초해 다양한 해외 시장, 특별히 신흥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을 국내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질적 성장 방식과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비교할 때 경제발전 단계에서 뒤져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해온 기술력과 경쟁방식들을 활용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국제경영학자인 레이먼드 버논(Raymond Vernon)제품생명주기 확장이론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소비가 감소해 쇠퇴기에 직면한 제품들의 생산과 소비를 해외 시장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제품의 생명주기를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시장에서 판매실적이 저조해진 상품을 해외 시장에 그대로 이전해 판매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기대했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개별 해외 시장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욕구와 가치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병행돼야만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모나미는 이와 같은 성공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캐시카우(cash cow)로 활용하고 제품디자인과 기능을 계속적으로 고급화해 차별성을 강화한 후 더욱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단계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유재욱 건국대 경영대 교수 jwyoo@konkuk.ac.kr

 

유재욱 교수는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을 거쳐 건국대 경영대 교수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마르퀴스 후즈후(Who’s Who in the World)’,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000’, 미국인명연구소 ‘21세기 탁월한 지성에 모두 등재됐다. 저서로는 <현대사회와 지속가능경영>이 있고 경영학 분야 국내외 저널에 수십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생각해볼 문제

 

1.모나미는 2000년대 후반 이후 수년간유통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산업 전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펼친 일종의 다각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는데, 성공 가능성이 있는 다른 다각화 전략은 없었던 것일까?

 

2.현재 모나미는콘셉트 스토어를 열며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여전히콘셉트 스토어인데 콘셉트가 모호하다’ ‘1호점은 벌써 사후관리가 안 되는 듯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모나미의 콘셉트 스토어 개점은 올바른 방향의 전략인가? 이 스토어가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3.모나미는 터키 시장에서 크레파스로 성공을 거뒀고 중국과 태국에서도 일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글로벌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진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모나미의 글로벌 전략은 어떻게 수립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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