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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확실한 친절 vs. 로봇 같은 서비스. 매뉴얼의 딜레마, 어떻게 해결할까?

서진영 | 202호 (2016년 6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서비스의 특성 중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이질성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달라지면 서비스 품질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비스의매뉴얼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매뉴얼에 따라 똑같이 제공되는 서비스는 소위영혼 없는 서비스가 되기 일쑤다. 이를 고객 서비스의 7대 죄악 중로봇화라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마지막은 항상긍정형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또 모든 매뉴얼과 대화를 고객중심적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제대로 된 서비스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서비스의 특성에는 무형성, 비분리성, 소멸성 등이 있지만 서비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이질성이다. 이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달라지면 서비스 품질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제품의 품질 표준화와 같이 정확할 수는 없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표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매뉴얼 작업으로서비스의 지식화라 할 수 있다.

 

CS 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장정빈 스마트경영연구소장은 <히든 서비스 : 우리가 몰랐던 서비스의 디테일(올림, 2016)>에서 눈앞에 보이는 서비스 경쟁력만으로는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으므로 보이지 않는 곳의 힘인히든 서비스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서비스 매뉴얼 작성을 들며 한 호텔의 매뉴얼 사례를 이야기한다.

 

한 호텔의 CEO가 룸메이드 직원들에게 매뉴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이틀 동안 직원들이 호텔의 매뉴얼에 따르지 않고 요령껏 일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호기심을 느낀 직원들은 이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베개를 전처럼 정성껏 부풀리지 않고 건성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욕조도 전과 달리 광이 날 정도로 닦지 않았고, 수건도 가지런히 정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직원들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요령껏 일했다.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고객들은 예전에 비해 직원들에게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다. 또한 안내데스크 직원들에게 룸서비스를 부탁할 때도 퉁명스럽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아침을 먹을 때 팁도 조금만 남겼다.

 

실험이 끝나고 고객들에게 호텔에 머무는 동안 경험했던 서비스의 질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를 물어봤다. 고객들은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은 부분들이 아쉬웠다고 답했다. 매뉴얼에 나오는 세부사항들이 훌륭한 호텔을 만드는 핵심 요소였던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룸메이드 직원들은 고객들의 답변을 통해 업무 매뉴얼에 따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호텔그룹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의 창업자 칩 콘리(Chip Conley)의 이야기다.

 

앞의 사례처럼 서비스는 표준화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돼야 한다. 서비스 표준화는 직원들 개개인의 특성으로 인한 오차를 줄이고 서비스의 일관성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전 세계 어느 스타벅스를 가도 똑같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표준화 덕택이다. 잘 알려진 맥도날드의 성공 신화도 메뉴를 단순화하고, 모든 공정을 표준화하고, 화장실 운영규칙 등 5만여 가지가 넘는 매뉴얼을 통해어디서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햄버거 맛을 낼 수 있게 한 데 있었다. 예를 들어 감자튀김을 익히는 온도와 시간, 야채를 써는 크기까지 모든 제조공정이 나와 있다. 맥도날드의 매뉴얼은 가히 과학화와 표준화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매뉴얼 작업은 서비스 기업에 서비스 표준화를 가져다준다. 직원들에게 단지좋은 서비스를 하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은 서비스인지를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비스 표준이다. 서비스 표준은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유형의 증거이자 직원들이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막강한 수단이 된다.

 

매뉴얼은 서비스 표준을 명문화한 것으로, 서비스의 대표적 특징인 무형성을 유형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돼야 한다. 그래야만 따라 할 수 있고, 이행 결과도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고객이 접근하면 3초 이내에 시선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어라.

-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30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라.

- 대화 중에는 적어도 한 번 이상 고객의 이름을 불러라.

- 고객에게 항상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어라.

 

하지만 매뉴얼화에는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미국의 서비스 경영학자인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는 수많은 고객의 불만들을 분석해 공통 요인을 찾아냈다. 칼 알브레히트에 따르면 무관심, 무시, 냉담, 어린애 취급, 로봇화, 규정 제일, 발뺌은 고객서비스의 7대 죄악(the seven of service)이다.

 

그런데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로봇화다. 이는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다음 손님!” 하는 식으로 직원이 기계적으로 어느 손님에게나 똑같은 말과 동작으로 대하는 걸 말한다. 표준화가 중요하지만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인간미와 유연성을 느낄 수 없는 자동판매기가 돼버린다. 매뉴얼을 지키느라 상황에 따른 유연성과 개별적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촘촘히 설계돼 있다 해도 실제로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까지 모두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표준화가 획일화가 돼서는 안 된다. 기계적인 응대를 좋아할 고객은 아무도 없다.

 

 

로봇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산 콜센터의 사례를 살펴보자. 콜센터에서 응대 매뉴얼과 스크립트는 상담원들에게 센터장보다도 더 의지가 되는 존재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크립트에 의존한 무미건조한 대화에 고객들이 기피감을 나타내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스크립트를 없애면 될까? 아니다. 스크립트는 서비스의 표준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은 스크립트가 무조건 따라 읽는대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다산콜센터의 홈페이지는 매일 상담원을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서울시의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은 아주 엉뚱한 질문에도 재치를 발휘해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곳에도 엄연히 매뉴얼이 있지만 상담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고객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교육을 받는다. 이런 일화가 있다.

 

한 고객이 전화해서코뿔소랑 코끼리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라고 물었다. 상담원은 재치를 발휘해고객님, 아마 힘센 놈이 이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매뉴얼을 뛰어넘는 유연한 서비스다.

 

그렇다면 실제로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 때 꼭 들어가야 할 포인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법이다. ‘다르고다르다는 속담이 가장 크게 와 닿는 곳이 서비스 산업이다.

 

첫째, 대화의 마지막은 항상긍정형으로 마무리하도록 해야 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대화에서도 시작이 중요하지만 끝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마무리는 반드시 긍정형으로 해야 한다. 장점과 단점을 함께 말할 경우에는 단점을 먼저, 장점을 나중에 말하는 것이 좋다.

 

“너무 아름다우세요. 하지만 저는 안경 쓴 사람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대신저는 안경 쓴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안경 쓴 모습도 너무 아름답네요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을 더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긍정형 표현은 고객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의 부탁이나 요구에 “∼해줄 방법이 없다거나어쩔 수 없다는 표현은 고객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결국 당신은 고객에게 무능하고 무성의한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그러므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평범한 인사말도 긍정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객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보다는고객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가 훨씬 듣기에 좋다.

 

여기서 마무리를 긍정형 표현으로 바꾸는 몇 가지 요령을 알아보자. 하나는, 희망이나 기대, 해줄 수 있는 것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하기를 바란다” “∼했으면 좋겠다” “∼을 기대한다등의 표현을 덧붙인다. “오늘 중으로는 물건을 배달해드릴 수 없습니다.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하는 대신저도 주문하신 물건을 오늘 배달해드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물건이 도착하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더 긍정적이게 된다.

 

 

 

다른 하나는해줄 수 있는 조건을 앞에 제시하는 것이다. 이유를 대며 거절하지 않고 “∼이 충족되면” “∼한 후에라고 한 다음 무엇이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숙제를 못했으니 게임은 안 돼” “신용 상태가 나빠서 대출해줄 수가 없다” “일이 밀려 있어 휴가를 갈 수 없다고 하지 말고숙제를 끝내고 나면 얼마든지 게임해도 괜찮다” “신용 등급이 회복되는 대로 대출해드리겠습니다” “이 일을 마치면 휴가 가도 좋아라는 식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둘째, 모든 매뉴얼과 대화를 고객중심적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병원에서는면회시간이 끝났으니 방문객은 나가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 대신작별인사를 나눌 때까지 5분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안내방송을 하면 어떨까? 똑같이 5분 뒤에 나가달라는 뜻이지만 듣기에 훨씬 부드럽다.

 

골프장에서는 한 사람이 티샷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올라가시면 안 돼요!”라고 소리치는 캐디들이 있다. 일순간 분위기가 싸해진다. “한 분씩만 올라가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 고객중심적인 표현이다.

 

또 다른 예로 길을 걷다 보면 도로공사 보수를 알리는 표지판에공사 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장 소장 백이라고 쓰여 있는데, “O OO일까지 더 넓고 안전한 도로로 바꾸는 중입니다라고 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것이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가 사용하는 침대의 커튼을 닫을 때환자분들의 사생활을 보호해드리기 위해 커튼을 내립니다라고 말하면 배려심이 돋보일 수 있다.

 

 

지금껏 서비스 표준화 노력을 위한 서비스 매뉴얼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서비스의 대명사인 디즈니랜드에서는친절(hospitality)’이라는 단어를예의(courtesy)’로 바꿔놓았다고 한다. 형식상의 친절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예의바름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형식상의 친절이 보이는 서비스라고 한다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예의바름은 보이지 않는, 히든 서비스. 어떤 것이 중요할까?

 

답은 문질빈빈(文質彬彬)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이 말은자왈 질승문즉야요, 문승질즉사니 문질빈빈연후 군자니라(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가 원문으로바탕이 외관보다 나으면 촌스럽고, 외관이 바탕보다 나으면 번지르르하기만 하다. 외관과 바탕이 어울린 뒤에라야 군자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겉으로 들러나는 친절도 중요하고, 속에 담겨 있는 예의바름도 중요하다.

 

‘품격(integrity)’ 있는 명품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CEO와 서비스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서비스 매뉴얼과 마음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인품, 두 가지 모두인 것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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