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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두피관리 닥터스칼프의 성공전략

바닥 훑는 마케팅으로 우뚝! 중국적 취향 가미하자, 순식간에 84호 매장!

장재웅 | 201호 (2016년 5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에 두피 관리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던 2000년대 중반 두피와 탈모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두피관리센터를 세워 업계 1위로 떠오른 닥터스칼프는 2014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 84개의 매장을 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스칼프의 성공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두피·탈모 관리의 시스템화
기존에 두피관리실, 병원, 홈케어 등으로 세분화돼 있던 서비스를 하나로 시스템화해 초기 진단부터 스케일링 주사 요법 홈케어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
 

2. 직접 개발한 탈모 관리 제품과 기기
10년 이상 두피 관리를 연구한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DS 벨라(Ds Bella)와 핸드 스켈링 기기(리얼 사운드) 등 제품
 

3.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
창립 5년 만에 본사에 교육 아카데미를 만들어 제품 및 두피 케어 전문 기기 활용법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매장 실무 경영 및 고객관리 방법과 응대법을 매달 강의
 

4. 핵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외 시장 개척
중국 진출 시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닥터스칼프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고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리스크를 최소화해 진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재석(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탈모는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몇 가지 질병 중 하나다. 특히 과거 유전적 영향에 의한 탈모가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각종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등에 의한 탈모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 탈모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모에 대한 한국인의 자세는 소극적이다. 최근 대한모발학회가 강동 경희대병원과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세 이상 70세 미만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한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는 탈모(40%)와 가려움증(31%) 등 두피 이상 증상을 경험했다. 그러나 탈모증 치료에 있어서 가장 많이 실천하는 탈모 예방법으로는 샴푸와 토닉 등의 화장품류나 의약외품 사용(46%)이 꼽혔다.

 

탈모증은 유전성 탈모, 스트레스성 탈모, 남성형 탈모, 원형탈모, 여성형 탈모, 지루성 탈모 등 그 유형이 다양하고 치료법도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류나 의약외품 사용 등 소극적 치료가 주류를 이루는 이유는 탈모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로 생각해 공개적으로 탈모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이 조사에서도 탈모증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탈모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시장 선도 업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피부과·성형외과·가정의학과·비뇨기과 등 병원에서부터 미용실 및 두피관리실, 피부관리실, 각종 샴푸와 토닉 제조업체 등 다양한 경쟁자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닥터스칼프는 자체 두피 및 탈모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에 80개 이상의 매장을 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닥터스칼프의 사업 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전문성을 살려 창업에 도전하다

 

정훈 대표는 닥터스칼프 대표이사이기 이전에 현직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다. 그전에 20대부터 미용사업을 해오던 사업가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대구의 한 교회에 전도를 하러 온 이만수 당시 삼성 라이온즈 야구 선수( SK와이번스 감독)를 만났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만수 선수는 전도 차원에서 정 대표가 다니던 교회에 왔다 정 대표에게 자신의 지인인 미용 기술자를 소개해줬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둘은 의기투합해 미용 사업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둘은 1995 3 7000만 원 대출을 받아 대구 지산동에 45평짜리 대형 헤어숍을 열었다. 당시 대구에는 20평 미만의 작은 규모의 동네 미용실밖에 없었다. 때문에 호화 시설을 갖춘 대형 헤어숍은 인기를 끌었다.

 

 

 닥터스칼프 국내 매장 모습

 

정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이전 호황기이기도 했고, 대구에 대형 헤어숍이 처음 생겨서 큰 인기를 끈 측면도 있다고 회고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한 달에 2000만 원 이상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어린 나이였던 정 대표는 돈 버는 재미를 이때 제대로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잘되던 미용실도 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대구의 헤어숍을 정리한 정 대표는 이때 서울로 가기로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에 실패했지만 미용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1998년 서울에 올라온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경제학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용 분야가 훨씬 재밌고 적성에 맞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사업을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전문 지식을 쌓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한양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 대표는처음 공부할 때 특별히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보니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미용전문가는 나밖에 없었다며 이때부터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케팅 석사 과정을 마친 정 대표는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일단 전문성을 살려 미용경영을 가르치는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동시에 미용학과가 전문대학에 개설되면서 1998년 처음 김천과학대학 피부미용과에 외래교수로 임용돼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경북대학 피부미용학과에 겸임교수로 임용된 후 정 대표는 대학에서 다양한 미용 분야 중 특히 두피 관련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때만 해도 국내에는 두피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 것이 별로 없었다.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외국 서적으로 공부를 하고 강의를 했다.

 

 

그러나 두피는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다. 당연히 외국의 연구 자료를 한국인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정 대표는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계속했다. 특히 두피까지 혈액순환을 개선하면서 인체에 자극이 없는 비자극성 앰플을 얻기 위해 밤낮없이 매달렸다. 또 외국산 두피 및 모발 관련 화장품들이 남성호르몬 조절에 어떤 재료를 쓰는지 찾아내는 일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생약 성분, 허브, 해조류로부터 소재를 얻어 두피 진정 및 보습을 위한 특허 물질을 개발했다.

 

정 대표는단백질은 18가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모발이 잘 자랄 수 있는 펩타이드(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결합)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이렇게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사업화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2007 4월에 한국미용자격증학교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두피관리사 전문과정을 개설한다. 단순히 두피관리센터를 창업해서 돈 벌 궁리를 하기 전 학교를 세우고 전문 인력을 양성한 것이다. 그리고 2008 3월에 신촌에닥터스칼프 1호점을 내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생활 습관 변화 시장 성장 불러

 

정 대표가두피관리센터라는 사업 모델을 구상한 것은 당시 국내에 체계적으로 두피를 관리해주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탈모 치료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탈모 치료는 피부과나 비뇨기과 같은 병원이 주를 이뤘다. 두피 관리 역시 미용실에서 곁가지로 이뤄졌다. 그러나 병원이나 미용실 모두 두피 및 탈모 관리가 본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체계적인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이 부분이 정 대표의 눈길을 끌었다.

 

때마침 탈모 치료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실제 탈모를 겪고 있는 사람의 숫자나 탈모 시장 규모에 있어서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국내 성인 남성 4명 중 1명은 탈모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끄러움으로 탈모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인구까지 더하면 1000만 명은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실제 대한모발학회는 지난 2012년 국내 탈모 인구가 매년 10∼20%씩 증가해 10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젊은 층의 탈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 환자 가운데 10대 이하가 13%, 20∼30대 환자가 46%에 달한다. 공부와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원형탈모증과 빈모증(貧毛症) 등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식습관의 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영향,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수면 장애 등도 젊은 층의 탈모 환자 증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관련 시장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2004 4000억 원에서 2014 4조 원으로 10배 증가했다. 2004 500억 원 규모였던 가발 시장도 2014 12000억 원으로 20배 이상 성장했다.

 

정 대표는탈모는 일종의 선진국 병이라며국민소득이 2∼2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것이 탈모의 원인이 되는데 사업을 처음 구상하던 2000년대 초반 한국이 이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단지 돌리기, 길거리 호객 행위, 입소문으로 이름 알리다!

 

신촌에 닥터스칼프 1호점을 낸 정 대표는 어느 정도 성공을 자신했다. 탈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었으나 국내에 체계적으로 두피 관리와 탈모 치료를 하는 업체가 자리를 잡은 곳은 없었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서비스 등 차별화 포인트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매장을 내고 초반에는 장사가 안 됐다. 일단닥터스칼프라는 브랜드 자체가 생소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두피 관리가 왜 필요한지를 납득시키는 것부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신촌점을 내고 첫 달 매출이 780만 원에 불과했다. 임대료, 인건비 등등을 따지면 적자였다. 정 대표는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렇게 망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고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닥터스칼프의 탈모 치료는 기본적으로 두피 환경 개선에 초점을 둔다. 두피 스케일링과 관리를 통해 머리카락이 자랄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다이어트에 비유하자면 체계적인 운동에 비유할 수 있다.

 

탈모 치료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가 약물 치료다. ‘프로페시아를 위시한 다수의 탈모 치료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다이어트로 치면 다이어트 약을 먹어 살을 빼는 것. 효과는 빠를 수 있지만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프로페시아의 경우 기본적으로 남성 호르몬 억제제다. 아주 낮은 확률이라고는 하지만 발기부전과 의욕 감퇴 등을 경험한다.

 

두 번째는 모발이식이다. 다이어트로 치면 지방흡입술에 해당한다. 효과가 빠르지만 몸에 칼을 대야 하고 역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모발이식의 경우 머리가 빠지는 것을 늦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어 M자형 탈모로 이마 위쪽에 머리를 심으면 시간이 지나 그 부분의 머리만 남고 윗머리가 빠질 수도 있다. 세 번째가 바로 두피 케어를 통한 관리다. 이는 다이어트 중 운동요법과 같다.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당장 효과가 나지 않고 오랜 투자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정 대표는닥터스칼프는 다이어트로 치면헬스 트레이너’”라며우리는 억지로 머리가 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피 체질 개선을 통해 머리가 잘 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비스의 경쟁력이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필요성을 모르면 의미가 없다. 사업 초기 탈모 치료는프로페시아같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모발이식수술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기다.

 

결국 두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신생 기업 입장에서 큰돈을 들여 회사를 홍보할 방법이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결국 직접 발로 뛰는 방법을 택했다. 매장 근처와 지하철 등에 직접 전단지를 돌렸다. 또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설득해 매장으로 데려와 싸게 두피 스케일링을 체험해보게 하면서 두피 관리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이 같은 적극성이 결국 입소문을 타게 됐고 매장 매출은 두 달 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닥터스칼프는 초기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초기 두피 케어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던 사람들을 직접 매장으로 데려와 체험하게 해준 공격적 마케팅은 이후 닥터스칼프가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금도 닥터스칼프는 주기적으로무료 두피 스케일링 체험등 이벤트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닥터스칼프가입소문 효과를 노리고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가 바로발모킹 선발대회. 지난 2014년 처음 시작한 이 대회는 큰 호응을 얻어 최근 2회 대회가 진행 중이다. 대회에 참가하면 닥터스칼프에서 직접 4개월간 탈모 집중 관리를 받게 되고 이들 중 발모가 가장 많이 된 3명을 뽑아 상금도 지급한다.

 

두피 탈모 치료 시장에 시스템을 입히다

 

닥터스칼프는 신촌 1호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빠르게 지점 수를 늘려갔다. 수익이 나면 바로 새로운 점포를 내며 재투자했다. 2008 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던 닥터스칼프는 2013 30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현재는 전국에 3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상권인 청담, 논현, 신촌, 교대 앞 등에 총 12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50여 개 숍인숍 입점 매장도 개설했다. 대부분 병원, 헤어숍, 피부숍 등에 입점해 있다. 브랜드 설립 8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닥터스칼프의 초기 성공은시스템화덕분이라는 평가다. 닥터스칼프 이전 탈모 치료 시장은 약물 치료와 홈케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사업 초기 정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개발해 병원이나 미용실에 유통하는 기존의 비즈니스로는 자금력이 일천한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국내에 탈모 치료를 위한 시장이 형성됐지만 많은 회사들이 고배를 마셨다. 외국의 대형 미용 전문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영국의 두피모발기업 스벤슨은 직접 개발한 뛰어난 탈모 샴푸 및 제품들로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제품과 기기의 우수성이 떨어져서라기보다서비스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탈모 치료는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통상 집중 관리를 받아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 때문에 제품과 기기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외국 대형 미용업체들은 이 점을 간과했다. 대부분 홈케어 방식으로 판매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처음에 몇 달 써보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전문가가 옆에서 계속 사용을 독려하고 얼마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때문에 2, 3차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닥터스칼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진행하던 두피 케어에 병원에서 진행하던 주사 요법을 결합한 것이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제품들을 활용해 홈케어를 병행하게 한다. 전체 프로세스는 기존에 시장에 분산돼 존재하던 모델들을 한데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탈모 관리 자체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제품 차별화

 

닥터스칼프의 탈모 관리 과정은 총 18단계를 거친다. 이 중 8단계가 스케일링 및 세정과 관련된 단계다. 일단 두피를 최대한 청결하게 해야 약물을 투입했을 때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닥터스칼프의 탈모 관리 프로그램에서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DS 컨설팅 기기(DS Bella)와 핸드 스켈링 기기(리얼 사운드). ‘DS Bella’라는 특수 약물 침투 기기다. 작은 침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DS 팁을 기기에 끼우면 기기가 분당 5000회 작동하면서 두피 표면에 표피층과 진피층을 직접 관통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고 이 통로를 통해 약물을 두피에 잘 스며들게 한다. 단순히 두피에 약물을 바르는 것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DS Bella를 상용화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국내 의료법상 의약품을 주사로 주입시키는 행위는 의사들만 할 수 있다. 닥터스칼프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 같은 치료를 하려면 의사면허증이 있는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실제 비뇨기과 등 일부 병원에서 탈모 치료를 위해 행해지는메조테라피라는 치료법은 두피에 0.5㎜ 이상의 주사바늘로 약물을 주입한다. 효과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사업 초기 어떻게 하면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두피에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미세한 바늘을 활용해 피부에 화장품을 주입하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가능성을 발견한 정 대표는 식약처에 두피에 주사로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문의를 했고 “0.25㎜ 이하의 침의 경우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는다.

 

정 대표는탈모 치료에서 병원들과 경쟁하려면 이 부분이 중요했다지금은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을 따라 하지만 초기에 이 방법을 발견한 것이 결국 닥터스칼프를 업계 1위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개발을 완료해 현재는 홈쇼핑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핸드 스켈링 기기리얼 사운드는 음파를 생성해 두피 속 깊은 곳까지 스케일링이 가능하게 하는 음파 두피 마사지기다. 닥터스칼프의 마사지기기는 프랑스 로레알 케라스타즈에 수출되기도 했다. 또 자체 개발한 다양한 앰플들 역시 대만, 베트남, 러시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

 

또 하나의 차별점은교육에 있다. 미용 관련 업종에서 직원 교육에 힘쓰는 업체는 드물다. 이는 교육자인 정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미용자격증학교를 설립해 두피 관리 전문가 양성에 힘썼다. 이런 특성은 닥터스칼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건이 있다. 지난 2012 6월 정 대표는 논현동에 닥터스칼프 본사를 오픈했다. 회사가 성장세이기는 하지만 매출액이 100억 원도 안 되는 회사가 강남에 지상 5지하 1층짜리 건물을 마련한 것. 특히 이 건물의 4층과 5층은 교육 아카데미와 직원 기숙사로 쓰이고 있다. 교육 아카데미에서는 닥터스칼프만의 노하우가 담긴 제품들의 사용법, 두피 케어 전문 기기 활용법을 시작으로 매장 실무 경영 및 고객관리 방법과 고객 응대법 등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 특히 각 지점의 점주들은 주기적으로 아카데미를 방문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5층은 교육을 받으러 지방이나 해외에서 온 직원들의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과거 국내 두피 및 탈모 케어 시장에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진출했지만 이들은 제품 및 기기를 팔 뿐 사후 관리 등을 소홀히 해서 실패했다결국 제품이나 기기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이 수반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직영점을 고집하지 않은 점도 외형 확장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닥터스칼프의 외형이 커지면서 회사의 목표를토털 탈모 및 두피 케어 기업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양성해 과감하게 분사시키고 의욕 있는 직원은 누구든 CEO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초기 12호점까지 직영제로 운영하던 것을 가맹점 위주로 바꿨다. 또 직영점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체계화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 및 제품 공급과 기술교육, 마케팅과 홍보 전략에 이르는 운영 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정 대표는가맹점 위주의 매장 확장을 통해 본사는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가맹점주들은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앞으로도 이 같은 방침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씨를 뿌리다

 

닥터스칼프의 중국 진출은 사실 운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닥터스칼프가 차츰 이름을 알리며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을 때 정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중국 진출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 대표에게 해외 진출은 막연하게 먼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였다.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중국에서 광둥성과 그 주변 5개 성에 1300여 개 대형 미용숍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상예그룹에서 정 대표를 찾아온 것이다. 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국내 경기가 안 좋아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중국에서 직접 함께 비즈니스를 하자고 찾아와 놀란 것이 사실이라며그들은 닥터스칼프가 단순 탈모 관련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자체 브랜드와 시스템을 통해 성공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털어놨다.

 

상예그룹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한 정 대표는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 대표가 중국을 찾았던 2012년은 중국에서 두피 관리 시장이 막 형성되던 시기였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미용성형과 고급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기술력 있는 업체가 부족했다. 해외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진출했지만 대부분 홈케어 제품에 치중하다보니 닥터스칼프처럼 핸드스케일링을 하면서 고객과 직접 접촉해서 애로사항을 듣고 서비스를 해주는 모델이 없었다.

 

 

 2015 7월 중국에 두 번째로 문을 연 심천동해점

 

또 때마침 불어닥친뷰티 한류열풍도 기회였다. 중국은 미용성형 분야 의료 선진화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낙후된 인민병원· 공안병원 등 시설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성형이나 미용 관련 기업에 관심이 높았다. 닥터스칼프는 한국에서 성공한 두피 및 탈모 치료 기업이라는 장점 때문에 중국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시장성에 대한 자신이 있었지만 정 대표는 서두르지 않았다.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급하게 진출해 한국에서 하던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다 큰 실패를 경험한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그래서 처음 한국에서 닥터스칼프를 시작하던 그 방식 그대로 중국 현지탈모 치료 전문가양성부터 시작한다.

 

2012년 상예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닥터스칼프는 현지에서 중국인에 맞는 특화 제품 개발, 관리 시스템 교육, 탈모 관리 전문가 교육 등에 약 2년을 투자한다. 그리고 2015년 중국에 지분 25%를 보유한 내자법인을 세우고 광저우 화도에 1호점을 내면서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닥터스칼프는 중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2015 9 2호점을 중국 심천에 낸 이후 2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무려 84개의 매장을 중국에 냈다. 특히 상예그룹이 보유한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각 성에 수십 개의 대형 미용숍을 보유한 그룹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고객들을 상대하다보니 중국 고객들이 두피에 염증이나 트러블이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보통 하루에 한 번 이상 머리를 감는 한국인들에 비해 중국인들은 머리 감는 횟수가 적었다. 또 최근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오염으로 탈모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2014년 기준 중국의 탈모환자는 약 1억 명 정도. 탈모용품 시장 규모는 2011 200억 위안에서 2013 240억 위안으로 지속적 증가세에 있다. 또 중국인들의 경우 한국인보다 화장품이나 약품에 대한 면역이 낮아서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정 대표는중국인들의 몸은 일종의 청정지역이라 빠르면 6개월 만에 탈모가 완치되기도 했다. 성공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생산 현지화도 준비 중이다. 닥터스칼프는 2014 5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남해신구 벤처타운에 입주해 창이화장품유한공사를 만들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유치에 관심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입주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정 대표는 중국에서 위생허가를 받고 닥터스칼프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HR 시리즈를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정 대표는결국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 “2∼3년 안에 완전 현지화를 통해 재료만 벌크로 들여와 중국 현지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에 주는 시사점

 

닥터스칼프의 성장은 두피탈모시장의 급성장, 외모관리 열풍이라는 시대 흐름을 잘 읽고 두피케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사업의 기회로 삼아 선도적으로 개척한 결과물이다. 닥터스칼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헤어제품 판매를 넘어 직원교육에 기반한 두피케어 전문가 양성, 이를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과 고객관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2007년 창업 이래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2년부터 추진한 중국 시장 진출을 꼽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했고 이를 통해 외연 확대, 수익창출뿐 아니라 현지에서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가 해당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선순환이 지속되면서 장기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해외 시장 성공 확률이 30%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매출이 100억 원대에 불과하고 관련 경험이 일천한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부분은 분명 국내 중소기업에 시사점이 있다.

 

닥터스칼프의 성공 사례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중소기업의 세계화과정(internationalization process)에 대한 국제경영학의 몇 가지 이론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의 세계화과정 연구에는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이 상존한다. 먼저, 업살라 모델(Uppsala model)로 대변되는 점진적 세계화 모델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세계화 전략을 추구할 때는 소규모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대한 지식, 경험, 몰입도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면서 현지 직접투자로 확대해가는 소위 순차적 진행방식이 바람직한 패턴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본글로벌모델(Born global model)로 표현되는 급진적 세계화 모델은 세계화를 사전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만큼 국제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므로 창업 초기부터 과감한 해외 진출을 시도하거나, 혹은 여러 국내외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세계화 패턴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많은 기술벤처기업의 빠른 성장 배경을 급진적 세계화 모델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 이 이론의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두 모델은 세계화 전략 추진 패턴뿐 아니라 이에 요구되는 기업의 기본적 역량과 조건에도 상반된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급진적 세계화 모델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글로벌 비전,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와 범세계적 네트워킹 역량을 우선시한다. 또 기업 수준에서의 관리역량, 시장분석역량, 차별화역량을 역설한다. 세분화된 시장을 타깃으로 치밀한 소비자분석을 통해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시장공략이 세계화 전략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점진적 세계화 모델은 국제화 경험, 해외 네트워크 구축,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의지 등은 세계 시장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최고경영자는 우선적으로 내수시장에서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해외 시장의 협력업체 등을 중심으로 관계형성에 치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변화를 우선 감지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강조하며, 특정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인 세계화 전략추진보다는 국내 시장과 비교적 유사한 시장을 대상으로 중재자를 통한 범용제품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는 것이다.

 

닥터스칼프의 중국 시장 진출 사례는 두 상반된 세계화 모델의 절충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닥터스칼프의 중국 시장 진출 과정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 최고경영진의 과거 해외 시장 경험 또는 글로벌 비전의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추진과정 역시 과감한 현지 투자 등 공격적인 진출 방식보다는 현지 수출, 직영점보다는 가맹점, 숍인숍, 내자법인 설립 등 소극적이지만 초기 진입비용을 낮춰 비즈니스 리스크를 줄이고 중국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접국가로의 진출을 점진적으로 넓혀가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웁살라모델(Uppsala model)의 세계화 전략 패턴과 매우 흡사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을 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에서의 사업성 판단이 확고해진 후 속도감 있게 진출을 추진해나갔고, 진출의 범위 역시 모발케어라는 지속적인 직원 교육과 R&D가 요구되는 매우 차별적이고 특화된 시장을 선제적이고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해외 시장 진출의 타이밍 효과를 극대화했다. 중국 현지업체와의 적극적인 소통 역시 눈에 띈다. 이는 본글로벌모델에서 강조하는 세계화 전략의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닥터스칼프의 사례는 웁살라모델과 본글로벌모델을 통합적으로 적용할 경우에 비교적 명확히 중국 시장 진출 과정과 성공요소가 규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해외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해외 시장을 자국시장과 동일선상에 놓고 통합적인 전략을 추진할 것인가, 혹은 철저히 현지 시장을 분석해 현지 수요와 기호에 맞는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국제경영학의 오랜 논쟁 중 하나다.

 

닥터스칼프의 중국 진출 전략은 해외 진출의 초점을 이 같은 시장 중심이 아닌 내부 역량의 관점에서 찾는 역량기반의 세계화 전략(Capability Driven Framework)과 맞닿아 있다. 역량 기반 세계화 전략에 따르면 해외 시장 진출 시 다양한 전략수립과 추진의 핵심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핵심 역량을 배가, 보호, 활용하는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 즉 세계화 전략은 해외 시장을 통해 내부적 역량이 레버리지되며 자사 제품을 해외 특정 고객에게 단순히 판매 유통하는 과정이 아닌 새로운 역량과 암묵적 지식이 창출되는 루틴(Routine)이라고 주장한다. 3M, 맥도날드, 월마트 등의 다국적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도 크게 놓고 보면 자국 혹은 본사에서의 핵심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해외 시장을 찾아 본사와의 상호학습과정과 지식의 교환을 통해 본사의 핵심 역량을 배가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닥터 스칼프의 경우 경영진의 주장대로 제품을 가지고 중국 시장 진출에 주력하기보다 국내 시장에서 확고히 다져진 경영 시스템과 관리방식을 중국 현지 시장 맞게 변형해 옮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모발케어의 노하우를 중국 시장에 맞게 특화시키기 위해 첫 2년을 상품개발은 물론 관리시스템 교육과 전문가 양성에 투자한 것은 관련 업체들의 중국 진출과는 분명 다른 접근방식이다. 단지 현지 시장의 기호에 맞는 상품개발에 몰두한 것이 아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전문적인 두피케어시스템)을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배가시키고 여타 비핵심 역량은 현지 업체와의 라이선스나 파트너십을 통해 일임해 중국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하는 핵심 역량 기반의 세계화 전략의 한 표본적 사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시장과 중국 시장을 통해 축적된 모발케어시스템이 전사적으로 내재화될 경우 여타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더라도 초기 진입 비용과 시행 착오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남은 과제들

 

닥터스칼프는 제품 및 서비스 차별화와 가맹점 수수료 중심의 사업 모델로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왔다. 그러나 향후 후발 진입자의 추격과 규모의 경제 실현이 본격화될 경우 현재의 사업 모델로는 급변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적시에 응대하기 위한 추가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실제 닥터스칼프의 수익은 매장 자체보다는 제품 판매에서 나온다. 직영점보다는 가맹점 위주의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12호점까지 직영점을 내고 이후 가맹점주를 모집해 매장 수를 늘렸다. 중국에서도 직접 매장을 늘려나가지 않고 각 성별 혹은 시별로 대리권을 준다. 그리고 닥터스칼프는 이 대리권에 대한 수수료만 받는다. 때문에 매장 수가 빠르게 는다고 해서 수익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닥터스칼프의 수익은 닥터스칼프의 브랜드를 활용해서 사업을 하는 각 개인 사업자들에게서 받는 로열티와 이들에게 파는 제품에서 나온다.

 

정 대표는국내나 중국에서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제품 수요가 많아지고 제품 유통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빠르게 외형을 늘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내년까지 중국 내 매장을 200개까지 늘리고, 2020년에는 중국 각 지역에 지사를 내 500개 브랜드숍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미용숍들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100평 이상 되는 대형 숍들이 많아숍인숍형태로 진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와 MOU를 맺고 제품 수출을 준비 중이며, 대만 등지에도 직접 매장을 내는 방식으로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진출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탈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성을 확인한 글로벌 제약업체나 미용업체들이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들이 탈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약품이나 물질을 개발해낸다면 게임의 룰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닥터스칼프 역시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산학협력 모델을 활용해 을지대 등과 R&D를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약물 치료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 결국 두피의 건강을 회복해 자연적으로 머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하는 닥터스칼프만의 방식이 부작용 없이 탈모를 극복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jwoong04@donga.com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oohanryoo@hotmail.com

 

류주한 교수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생각해볼 문제

 

 

1. 닥터스칼프는 가맹점 중심의 운영을 통해 코스트를 줄이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전략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2. 닥터스칼프의 성공 이후 이를 모방한 경쟁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속적인 차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3. 점진적 세계화 모델과 급진적 세계화 모델 중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더 적절한 모델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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