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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쓱(SSG)’ 광고 만든 HS애드 박애리 상무

“쓱쓱 서핑하듯 쓱쓱 패러디하고…‘여백’과 ‘놀거리’ 줬더니 광고 Skip 안 하네요”

고승연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며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광고. 이른바, ‘쓱 광고로 불리는 신세계그룹 온라인 종합 쇼핑몰 SSG.com의 광고는 쇼핑몰의 매출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 광고를 기획한 HS애드의 박애리 상무는 광고의 성공요인과 교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이제 광고는 기획할 때부터공유할 이유(Reason to Share, R2S)’를 만들어줘야 한다.

2)여백과놀거리를 제공해 소비자들이재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3)소비자들의광고에 대한 거부감방어기제는 뚫고 들어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원철(건국대 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와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참으로 묘하다. 촌스러운 것 같은데 세련됐고, 썰렁한 것 같은데 재미있다. ‘이게 뭐야싶다가도 자꾸 생각이 난다. 가슴을 때리는카피한 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면 자체로는 속된 말로빵 터지는장면이 없는데도 그렇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고 다양한 패러디는 물론 화면 색채와 장면 구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도 난무한다. 신세계의 유통채널 전체 통합 인터넷/모바일 몰, ‘SSG.com’ 광고 얘기다.

  

지난해(2015) 1231일 첫 편이 나온 직후부터 2016 3월 현재 총 네 편의 광고가 전파를 탔는데 완전한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유튜브에서 검색해 이를 시청한 사람의 수가 첫 편은 95만 명을 넘겨 10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QR코드 1) 2편부터 4편까지도 각각 65만 명, 40만 명, 44만 명을 넘겼다.1 (QR코드 2·3·4) 주로 20대와 30대를 타기팅해서 만든 광고지만 10대들까지 열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광고가 10대부터 30대까지 완전히 사로잡은 이유는 총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2

 

공유와 공효진이 갖는모델효과. 세련된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두 배우가 도도하고시크하게 더빙 형태로 입을 다문 채 읊조리는 대사와 분위기가 인상적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는 그림과 같은 배경화면과 색조가 사진 위주의 SNS 활동을 하는 젊은층에게는 시각적으로 어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이라는 중독성 있는 브랜드 네이밍과 이의 반복이 인기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수긍이 가는 분석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다. 세련되고 인기 있는 모델을 쓰는 광고는 한두 편이 아니고, 최근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장면 구성과 영상의 전개는 모두가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광고를 스킵하지 않고 보게 된 건 처음이다’ ‘쓱 광고 다음 편 올라오길 기다리다 보러왔다 SNS에 공유할 만한 동영상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다. 광고 전문 사이트 ‘TV CF’에서 연속 30일간 1위에 오르기도 해 광고업계 종사자나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은 분위기다.

 

실제 광고 효과도 매출 상승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2015 1231일 광고 첫 편이 전파를 탄 이후 SSG.com 1∼2월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각 카테고리별로는 백화점 생활상품이 69%, 언더웨어와 패션소품 등이 66% 매출 신장이 일어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QR코드1  QR코드2

                          QR코드3  QR코드4

                (바코드 스캔이 안될 시, 문자 클릭)

 

재미있는 영상과 흥미로운 콘텐츠가 인터넷과 모바일에 넘쳐나는 시대, 짤막하고 완전한순수 광고그 자체로 놀라운 파급력을 만들어낸 SSG.com 광고, 이른바쓱 광고의 성공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DBR은 이 광고를 기획한 박애리 HS애드 상무를 만났다.

 

‘쓱’ 광고의 성공을 실감하나? 성공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광고주들이 발주나 주문을 앞두고 오리엔테이션 등을 할 때쓱 같은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말씀을 많이 한다. ‘쓱처럼 만들다라는 게 최근 광고계 트렌드가 됐다. 광고가 성공했다는 건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거다. 광고마다 그 요인은 다를 수 있고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일단 기본적으로화제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화제성의 바탕에는 소비자들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깔려 있을 것이다.

 

광고인 입장에서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듣고 싶게끔 맞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원래 SSG.com의 광고 메시지는백화점에서 이마트까지 한번에 쇼핑이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전하는 게 핵심이었는데, 예전 광고에서는 그걸 백화점 가서 이마트 물건을 요구하는 장면 등을 통해 전달했다. 이번 광고에서는이라는 한 글자로 그걸 함축적으로, 기억하기 쉽게 해결했다.

 

물론 신세계그룹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통합몰을 만든 상황에서는 예전과 같은 광고 방식, 다소 설명적인 방식도 필요했을 거다. 그때 어느 정도 메시지를 전달해놓은 상태였기에 사람들이 완전하게 기억하진 못해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이번 광고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박애리 상무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언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LG 계열 광고회사 HS애드에 몸담고 있다. 입사 이후 한국GM의 사명 변경 캠페인과 쉐보레 브랜드 론칭 광고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LG생활건강, LG전자 등 다수의 광고를 기획했다. 현재는 광고1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시장과 고객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광고대행사의 사업 영역을 넘어서 광고주에게 제품을 제안하는 사업부인 OVER THE RAINBOW의 전략 담당 임원도 겸하고 있다. 대한민국광고대상 및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등 다수의 광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영상 앞에 강제적으로 광고를 보게 하더라도 ‘스킵’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때까지 다른 일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은 순수한 광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보고 공유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하나.

 

처음부터 철저하게 ‘R2S(Reason to Share)’, 즉 공유하고 싶은 영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 광고 봤니?’ 혹은이 영상 봤어?’라고 소비자들이 SNS에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광고지만 재미있어서 친구들, 지인들과 공유해 함께 보고 싶은 영상 말이다.

 

지금 소비자들은공유그 자체를 엄청 즐기지 않나. 사람들은 감동이나 재미가 있으면 미국 정치인 연설 영상까지 찾아보고 해외 토크쇼의 재미난 장면도 SNS나 커뮤니티에서 끝없이 공유한다. 공유할 만한 이유혹은공유할 거리만 만들어주면 오히려 광고인은 엄청난 프로모션을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에게 공감과 파동만 일으킬 수 있다면 그걸 바탕으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서도 주의할 게 있다. ‘재미있는 영상자체에 집착하는 건 안 된다. 그러면목적성이 사라진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얻은 공유의 비결은 무엇인가.

 

정보 과잉, 커뮤니케이션 과잉, 콘텐츠 생산 과잉의 시대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확실히피로사회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광고가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인 건 맞다. 광고인 입장에서의 고민은 그피로함을 어떻게 뚫고 들어갈 것인가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도 느꼈고, 다른 광고인들의 최근 성공 작품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주목을 끈 광고는상품이나 서비스의 훌륭함을 내세우기보다다름’, 즉 지금까지 보던 것과 뭔가 다른 것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게 특정한 개그코드일 수도 있고 감동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목적성을 달성하면서다름을 추구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이 시대를 사는 광고인의 숙명이랄까.

 

이번광고 역시 비비드 하고 독특한 색감과 영상, 절제된 사운드 등으로 30초를 다 본 뒤에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한 광고를 만들자고 생각하며 기획했다. 그래서 이질적인 것들을 많이 집어넣고 조합해봤다. 우리가 쓴 모델 공유와 공효진 두 사람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걸레트로한 복장으로 대비시켰다. 예술 작품에서나 볼 법한 색감은 어색하진 않지만 다소 딱딱해질 수 있기에 진솔하고 키치한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무미건조한 표정에서내가 산 거 언제 오냐고 보채는 걸 내레이션식으로, 더빙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균형점을 잡았다. 이 모든 게 다다름의 결합으로 만들어낸새로운 다름이라고 할 수 있다.

 

 

 

색감이나 장면 얘기가 나온 김에 질문하자면,

에드워드 호퍼라는 작가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그건 맞다. 에드워드 호퍼라는 작가의 그림을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그림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 우리 같은 광고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다. 대중들의 삶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와 SSG.com의 광고참조.) 굉장히 미국적인 작가인데 요즘 사람들의 허무함, 상실감과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요새 웬만한 광고 기획회의에는 다들 호퍼 그림 한 점씩 들고 들어와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만든광고도 그런 예술작품부터 시작해서 여러 화보, 동영상과 영화 등을 보면서 만들어냈다. 기본적으로비비드 한 색감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콘셉트로 잡았다. 요새 구찌나 명품 광고에도 우리 광고에 나온 것과 비슷한 색감과 복장,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왜 그런생생한 색감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을까?

 

요즘 소비자들,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의 심리상태 등을 드러내기 좋아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드러내고, 그 심리의 상태를 정확하게 어떤 이미지나 색으로 드러내고 싶어 한다. 예술 용어에서 보통대중문화라고 하면매스 컬처라고 표현이 된다. 개개인의 특성은 드러나지 않는집합적인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새는팝 컬처가 대세다. ‘Popular Culture’의 약자이기에인기 있는, 대중의 문화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예술계에서 볼 때에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의 문화여서 그 결이 다르다. 이런 팝 컬처에서는독특하고 비비드 한 색감현실적인 생각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예술로 승화돼 표현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소셜’ ‘사회적이라는 단어의 뜻이 변한 거다.

 

예전에사회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socialize’를 한다고 했을 때에는 눈에 안 띄게 단정하게 자신을 대중 혹은 조직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색으로 표현하면무채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social’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network’라는 단어로 연결이 되고, 여기에서의 핵심은나를 둘러싼 지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드러냄으로써 ‘socialize’한다. 그러니 선호하는 색감이 달라지는 거다. 아까도 말했듯 광고 내에서는 이러한 비비드한 색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오가는 대사와 표정은무채색으로 만들었다. 광고를 보면 그런 느낌이 올 거다. 역시나 아까 말했던다름을 위해서였다.

 

영상의 예술성과 광고의 목적성 사이에서 균형은 어떻게 맞췄나?

 

광고의 본질을 생각하면 그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광고의 본질은 결국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광고를 수주할 때, 광고주(신세계) 쪽에서 요청한 건 의외로재밌게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우리 브랜드, SSG.com을 정확하게 알려주세요였다. 여기에서 출발했기에 성공하는 광고가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뭔가 작품 혹은 그림에 꽂혀서, 최신 트렌드나 예술에 꽂혀서예술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는 거다.

 

다만 광고주로부터업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이를숙제처럼 하지 말고과제로 만들어 해결하자는생각을 했다. 숙제를 한다는 건업을 알리는 방법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SSG.com은 이러저러한 온라인 통합몰이고, 이렇게 좋은 특성이 있다를 잘 전달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인으로서 이걸 하나의과제로 바꾸게 되면, 그걸어떻게, 어떤 수단을 통해 지금의 소비자에게 전달할까라는 차원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때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와다름의 조합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냥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팀원들에게 광고주의 요구를숙제로 받아들여정답을 제출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의과제로 생각해 능동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을 한다.

 

그 과정에서균형점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지 억지로내가 하고 싶은 것광고주가 요구하는 것사이에서 짜 맞추는 건 아니다.

 

 

 

'오늘 쓱 배송'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반응한 부분도 있는가?

 

우선 광고 마지막에 깔리는둥둥둥거리는 북소리에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할 줄 몰랐다. 사실 엄청 고민해서 넣은 게 아니라 너무 잠잠하게 끝나면 안 될 거 같아서, 마지막에는 좀 임팩트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약간 모험적으로 넣은 소리인데, 사람들이 굉장히 열광하더라. 20∼30대는 물론 10대도 굉장히 그 소리를 좋아하고 반응하며 자신들의 패러디 물에 마구 집어넣고 있다. 그게 또 광고에서 약간 여운을 남기는 듯한, 뭔가 아쉽게 만드는 느낌을 줬던 것도 같다.

 

또한 어느 정도의 패러디와짤방3 이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반향은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한 화장품 업체는 우리에게 연락이 와서 모델만 바꾸고 대사 흐름과 장면, 옷차림을 완전히 똑같이 패러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우리가 허락을 해줬고, 그게 광고가 나가서 또 화제가 됐다. 물론 거기는 완전히 키치하게 가 버려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고급스러움이 더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두 업체 다윈윈한 셈이다. 패러디와짤방이 엄청 생산되리라는 예상, 화제가 되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고, 심지어 다른 기업이 그대로 흉내내리라는 생각은 확실히 못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블로그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예술 마니아, 광고 마니아들이 올려 댄 어마어마한 분석이다. 장면 장면을 쪼개서이 장면은 어떤 예술을 오마주했고, 쓱 광고에서는 이런 측면을 노렸다’ ‘쓱 광고 이 장면에서 숨은 의미는 이것이다라고 분석하는 데 정말 놀랐다.

 

SSG이라고 읽게 하고 브랜딩한 것 자체도 반향이 컸다.

 

신세계를 영어로 표기한 게 SSG인데, 이전까지 계속 에스에스지라고만 발음하니까 고객들에게 좀 더 어렵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계그룹은 모두가 안다. 신세계가 이마트를 운영하는 것도, 대규모 백화점을 여러 지역에 갖고 있는 것도, 청담동에 고급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것도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 이걸 온라인상에서통합몰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자꾸 자신은이마트에서 샀다’ ‘온라인 신세계몰에서 샀다고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쉽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수 있는 단어가 뭘까 고민했다. 그런 고민 과정에서 나온 게으로 읽는 방식이었다. 물론 모험적인 측면도 있었고, ‘과연 이게 될까의심하는 사람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래도 이건 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영어 약자로 된 명칭들을 부르는 패턴 때문이다. 요새 젊은층은 한국프로야구를 본다고 하지 않고, KBO라는 약어에서 따와 그저 ‘크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NBA는 ‘느바’라고 장난스럽게 부르고 자기들끼리는 당연히 다 알아듣는다. 이게 10대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인터넷 신조어나 유행어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디씨인사이드’4 1세대 격인 30대 후반, 40대 초반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화법이다.

 

가장 근엄할 것 같은 지상파 방송사인 SBS조차 자신들의 SNS상의 카드뉴스는스브스 뉴스라고 부르지 않나. 그래서 광고 내에서 공효진 씨가 SSG라는 단어를 보여주면서영어 잘하죠? 한번 읽어봐요’라고 했을 때, 그리고 이걸 엄청 세련되고 시크한 외모의 공유 씨가이라고 읽었을 때 사람들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즐거워했던 것이다.

 

또 우리가 지금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지고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취하는 행동이,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넘기는 형태가 아닌가. 그런 것까지 고려한 네이밍이었다. 또 우리 일상에서 활용하기 쉬운 단어라는 점도 고려했다. 일상에서의 유행어를 만들려면 뭔가 활용은 가능한데 완전히 일상어와 같아서도 안 된다.

 

무슨 말이냐면, 광고를 본 뒤에 친구들끼리쓱 갖다올게라고 말하면 다함께빵 터지는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함께 본 동영상에서 나온 단어이기에 그 맥락을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사용하더라도 어색하지는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이질감이 있기에 단어 자체가 튀면서도 잘 버무려지는 묘한 속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뭔가 단어를 유행시키고 싶다면 이 포인트를 잘 짚어야 할 듯하다.

 

광고는 대성공을 거둬도 막상 광고했던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출 향상은 지지부진했던 경우도 있다. 아주 오래전따봉광고나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유명한 버거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인으로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지금 우리의광고는 다행히 매출향상에 도움이 됐다. 차이가 뭘까 생각해봤다. ‘따봉최고의 품질을 갖춘 오렌지를 상징하는 말이었고, 그 오렌지로 만든 주스를 광고하는 게 핵심이었다. ‘게맛을 알아는 게살로 만든 버거, 게맛이 나는 버거를 광고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개는단순 속성광고다.

 

때로는 단순 속성 광고가 절실히 필요할 때도 있기에 이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단순 속성을 전달하기 위해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게 그 속성을 덮을 정도로너무나 재밌어서’, 혹은충격적이어서속성을 잊게 만들었을 때 벌어지는 거 같다.

 

광고 역시 그런 위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치밀한 장면 배치와 많은 여백 속에 실제로 SSG.com이라는 통합몰에서 얻을 수 있는가치를 전달했기에 광고가 브랜드를 덮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모바일 시대에 쇼핑을 위해쓱 쓱넘기는 의태어이기도 하다. 광고가 빽빽하지 않은데빠르게 배송이 온다’ ‘온라인으로 결제를 한 뒤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바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오반장

 

 

성공적인 광고전략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번 광고에서 정말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특히 예상치 못했던 수준의 반응과 패러디, 다양한장면 분석함의 해설을 보면서, ‘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활용되는 걸 보면서 얻은 것이 참 많다.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부분은 광고, 메시지를꽉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완벽한 하나의 영상과 여백 없이 빽빽한 메시지로 모든 걸 다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멋진 영상이나 광고를 만들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광고는 너무 많이 나오고 있고, 사람들은 광고 외에도 재밌는 볼거리가 정말 많다. ‘사람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짤방의 생산이든, 패러디든, 아니면 학술적인 분석이나 예술적인 비평이든 여러 사람들이 광고의 장면을 쪼개고 재창조하고 조합하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종의레고 장난감같은, 즉 분해하고 쪼개서 새로운 형태의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기에 이번 광고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영상 자체에 모델들이 입을 벌려 말하는 장면이 없기에, 소리만 지우고 자신들이 더빙하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패러디를 만들 수 있고, 많이 비어 있는 장면 장면은 굉장히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또한 장면 장면 하나 하나를 다 스틸 컷으로 쪼개도 그럴싸한짤방이 탄생할 수 있다. 광고 자체가 빽빽하지 않은 덕분이다.

 

‘무조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성공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공유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고화제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 방법이 꽤 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꼭 이러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놀거리를 만들어준다는 게 뭘까. ‘여백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다시 초기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 엄청나게 많은정보과잉의 시대, 콘텐츠와 동영상,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광고에 대해 무지하게 피곤해 한다. 각자 굉장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다. 웬만해선 너그럽게 광고를 봐주지 않는다. 그런데 여백을 주고, 놀거리를 만들어주면, 거기에서 무장해제가 된다.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보라. ‘공유하려고 이 광고를 기다렸다’ ‘스킵 안하고 보는 광고는 처음이다라고 써 있다.

 

소비자들이 방어기제를 스스로 해제해버렸다. 그동안 광고인들은 방어기제를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방어막을 벗겨보려는 시도를 주로 했다. 그런데 이제 광고는, 적어도 지금 이 시대의 광고는 소비자 스스로무장해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솝 우화에서 마치 바람은 벗기지 못했던 나그네의 외투를 햇볕은 쉽게 벗게 했듯이 말이다.

 

DBR mini box

 

 

에드워드 호퍼와 SSG.com의 광고

 

에드워드 호퍼는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외로움과 고독의 정서를 무심하고 무표정하게 표현해 감동을 준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혼자이거나 둘이 대부분인데,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의미심장하고 시간을 초월한 듯한 장면으로 그려냈다. 텅 빈 공간의 정지된 듯한 화면, 적막함 등 인간 내면의 황량함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호퍼의 그림은광고의 대부분 장면에서 오마주되고 있다. 1952년작선로 옆 호텔과 쓱의 광고 장면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며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배우 공유 씨와 공효진 씨가 대화를 직접 하지 않고 마치 속마음이 전달되듯더빙형식으로만 오가는 상황 그 자체, 그들이 서 있는 장면의 색감과 배치,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헤어스타일 등이 호퍼의 그림, 그리고 호퍼의 영향을 받은 이후 예술가들의 영화 속 장면 등에서 대부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고승연 기자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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