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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Leader Interview: 라지브 바수데바 이곤젠더 CEO

“가족승계의 문제는 작은 ‘인력풀’ 제대로 된 절차와 인재의 힘을 믿어라”

고승연 | 198호 (2016년 4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계 최고의 경영자들조차도 자신 없어 하는 것,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바로인재 채용승계. 지난 50년간 이 문제를 집중 연구하며 기업들을 도와왔던 글로벌 서치/인재컨설팅펌인 이곤젠더의 CEO 라지브 바수데바는 한국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1)과거 성과로만 리더를 뽑지 말고 경영자(혹은 임원) 후보의잠재력을 파악하라.

2)가족 승계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제대로 된 절차없는 가족 승계는 위험하다.

3)오너든, 전문경영자든, 최고경영자든 자신의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고 존중을 표해야 한다.

4)지속 성장하는글로벌기업이 되려면 재능 있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을 믿어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 기사의 서두에서 제시되는 사례는 이곤젠더의 수석 고문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 아라오즈의 <어떻게 최고의 인재를 얻는가(21세기북스, 2015)>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위대한 경영자의 목록에서 결코 빠지는 일이 없는 GE의 전 CEO 잭 웰치. 그의 여러 가지 업적 중 하나로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바로리더십 파이프라인크로톤빌 연수원등으로 상징되는 인재개발/육성/승계 시스템 구축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다 자신이 가진사람 보는 눈(능력)’을 더해 지금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가 발굴됐다.

그런데 이런 잭 웰치조차 하급관리자 시절 자신이 내린 인사결정의 50%실패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승진을 거듭하며 약 30년이 지나위대한 경영자의 반열에 오른 CEO 재직 시절에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스스로 “20%는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잭 웰치가 이 정도라면 다른 경영자들은 사실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일 것이다.

 

<어떻게 최고의 인재를 얻는가>의 저자 클라우디오 아라오즈는강연 중 종종 익명을 보장한 상태에서 수강하는 임원들에게조직을 처음부터 다시 꾸린다면 현재의 직원 중 몇 퍼센트나 다시 고용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이때 임원들의 답변을 평균 내면 대략 50% 수준이라고 말한다. 미국 금융회사 캐피털원의 공동 창립자 겸 CEO 리처드 페어뱅크가대부분의 기업은 주어진 시간의 2%를 직원 채용에 쓰고 75%는 채용 오류 수습에 쓴다고 했던 말이 와 닿을 수밖에 없다.

 

많은 고위직 임원들, 나아가 위대한 리더들까지도 인재 채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선택 상황에서 본능에 따라유사성’ ‘익숙함’ ‘편안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아라오즈의 설명이다.

 

어마어마한 취업난에도 기업들은 여전히인재 찾기에 애를 먹고 있으며, 특히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나 임원직 영입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한국식 가족기업들은 큰 기업부터 작은 기업에 이르기까지어떻게, 누구에게 승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문가는 넘쳐나지만리더는 찾기 어려운 시대, 반세기 동안 임원급 인재를 찾아 기업에 연결해주고 각 기업의 임원 채용과 승계 시스템을 만들어온 글로벌 톱 인재서치 및 컨설팅사 이곤젠더의 라지브 바수데바 CEO DBR이 만났다.

 

 

인도 출신으로 2014 1월부터 이곤젠더의 CEO로 일하고 있는 라지브 바수데바(Rajeev Vasudeva)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미국과 인도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 이곤젠더에 합류했다. 각 기업의 이사회와 CEO 자문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고 이곤젠더의 가족기업자문단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2014년부터 이끌고 있는 이곤젠더(Egon Zehnder) 1964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인력서치 및 자문 기업이다. 전 세계 약 40개국에 약 65개의 오피를 운영하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임원 및 경영자 서치’ ‘임원평가’ ‘이사회 구성등 인사결정에 대한 자문을 하고승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재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2002년 설립된 서울사무소는 삼성, LG, 두산 등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300여 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인공지능, IoT와 빅데이터. 지금 시대를 감싸고 있는 화두들이다. 이럴 때에도 여전히사람의 리딩이 중요한가?

놀라운 혁명의 시대다. 질문에서 말씀하신 대로 기술들이 융합되고 현실과 디지털세상, 그리고 생물학 등과의 경계가 흐려지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먼저 로봇의 발전부터 생각해보자. 예측하다시피 당연히 기계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반복적인 일들은 자동화될 것이다. 그러나 자동화되는 일들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선호를 반영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며, 사람들이 기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함께 일하며 상호작용할지 등에 대해 리더가 판단하고, 조율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앞으로 효과성이나 효율성을 모두 고려할 때 기계와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는데, 이때 그로 인해 사람들이 받게 될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계속 같은 직업을 갖더라도 그 직업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면 아예 직무나 직업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직업에 적응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계나 인공지능이변화를 겪는 사람의 마음, 감정을 이해하며 결정을 대신 내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 특히 감성적으로 직원과 교류하면서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는소프트 스킬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힘은 로봇이 더 세고, 계산능력이나 분석능력과 같은 IQ는 인공지능이 더 높을 수 있지만 감성을 이해하고 사람 간, 사람과 기계 간 관계를 조율하는 EQ는 인간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이 능력을 가진 리더가 미래에는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연결된 세상에서 집단지성의 발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기의 리더는 예전의 리더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리더가 혼자 생각해서 의견을 관철시키는 건 더 이상 맞지도 않고 성공확률도 떨어질 것이다. 우선 지금의 세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혼자의 힘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겸손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반드시 인정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오만하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으며 타인의 말을 경청해서 행동하는 리더가 있는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이 됐다. 앞으로훌륭한 리더는 판단력이 정확하고 추진력이 강한 것 등의 덕목을 가진 사람보다 주변에 수많은 다른 리더들을 두고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리더십의 좋은 사례는존 루이스라는 영국의 기업이다.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이 소유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인 상황이다. 함께 토론하고 회사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간다. 리더는 그중에서 좋은 의견들을 취합하고 펼쳐나가면 된다. 현재 그 기업은 카리스마적인 리더 없이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리더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표로 있는 이곤젠더 역시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곤젠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파트너들이 동등하게 회사를 소유한다는 점이다. , 한 명의 독자적인 리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파트너들이 회사의 주인이며, 회사의 리더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회사 전체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전달하게 된다. 우리는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이게 네 성과냐, 내 성과냐따질 일이 없다. 누가 고객의 요청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 있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50년 전, 처음 설립할 때부터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으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곤젠더와 같은 고급 컨설팅 펌에서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누구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금 시대에는 더 많은 기업들에 이런 원칙이 통할 것이라 본다.

 

 

지금까지의 답변을 들으면 불확실한 미래,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우위는 여전히, 결국, 아니 오히려인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곤젠더에서 인재를 찾을 때 지키는 원칙 혹은 노하우는 무엇인가?

‘훌륭한 인재를 찾는 법을 얘기하기 위해서는리더십 발전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리더십의 시기 구분을 통해 보자면 리더십의네 번째 시대(4th Era of Leadership)’에 와 있다. 첫 번째 리더십의 시대는 적자생존의 리더십이 통하던 시대였다. 생존하지 못하면 사냥 당하는 시대였다. 음식을 먹기 위해 사냥을 해야 했고 숲에 나가 다른 것들을 죽여야 했다. 강하고 클수록 다른 나라와 도시들을 정복하며 세력을 키워나갔다. , 리더십은물리적인 속성을 갖고 있었다. 힘이 강할수록 좋은 리더였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두 번째 시대는 많은 작업들이 기계화되던 산업혁명 당시에 찾아왔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경험이 중요시됐다. 과거에 어떤 일을 굉장히 잘해냈다면 경험을 좀 더 쌓아 훨씬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력자들이 선호됐고, 나중에 이들이 리더가 됐다.

 

리더십의 세 번째 시대는 지식 노동자들의 등장과 함께 찾아왔다. 노동자들은자유로움을 원했고, 더 많은 권한을 갖기 원했으며,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리더십이 필요했다. 리더십 제4시대인 지금은적응능력이 핵심이다. 적응능력은 사실잠재력을 말한다. 어려워지는 환경에 대응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잠재력이 중요하다는 거다. 예전에는 능력평가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과거 성과를 꼽았다. 그런데 이건 변화의 폭이 한정돼 있고 예측이 가능하던 시대에나 통하던 평가 지표다. 아시다시피 현재 세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인터뷰를 하기 전 아침에 만난 한국의 큰 기업 CEO에게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는미래에나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다들 지금의 어려움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데 과거의 성과만을 갖고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거다. 5년 전만 해도 유가가 이렇게 떨어질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는가.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누가 있는가.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 성과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뛰어난 적응력으로 나타나는잠재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 성과보다 잠재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인가?

먼저 오해의 여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성과보다 잠재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 개인의 지난 성과를 전혀 보지 않아야 한다거나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으로만 리더의 자질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간혹 이러한 이곤젠더의 주장을 잘못 이해해 리더를 평가할 때잠재력 대 과거의 성과’ ‘잠재력 대 경험과 역량(competency)’ 등으로 대립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요소들이 중요하다. 이곤젠더에서는 리더를 평가할 때능력’ ‘과거의 성과’ ‘잠재력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이 중 하나만 살피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기본 전제로 하고 다시 잠재력 얘기로 들어가는 게 맞겠다.

 

일단 현재 많은 고객사들이, 즉 대부분의 기업들이 리더를 고르고 미래를 설계할 때 과거의 성과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 좋은 성과를 냈다면 미래에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방금 얘기했든 과거의 성과를 고려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성장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다.

 

잠재력은 과거 성과나 역량, 능력 등에 비해 측정하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물론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곤젠더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준을 세웠다. 4가지 기준이 있다. (그림 1) 하나는 호기심(curiosity)이다. 호기심은 새로운 지식을 찾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것이다. 호기심은피드백에 열려 있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어떤 콘텐츠나 지식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한 평가에도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곤젠더는 언제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찾아 기업에 소개한다. 두 번째는 통찰력(insight)이다.

 

 

 

통찰력은 수많은 정보들을 합쳐 미래가 어떨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들을 활용해야 하며, 이를 단순화시키고 자신의 판단은 어떠하며, 그러므로 기업이 앞으로 어떤 것에 중점을 둬야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 이미 도래한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무엇이 의미 있고 필요한 정보(signal)인지, 무엇이 불필요한 정보(noise)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한 것들을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시야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개입 혹은 몰입(engagement)이다. 개입은깊은 감정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정부, 소비자, 직원들 등 다양한 집단들을 리더가 모두 상대해야 할 때에는 소통과 개입을 피하지 말고 이들과의 적극적인 연결과 개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단호함(determination)이다. 이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처하는 자세다. , 이제는 일상화돼버린 부침(ups and downs)에 대응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런 험난한 시기를 어떻게 견딜 것인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상이 우리가 21세기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치들이다. 이 기준을 충족한 리더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동기(motivation). 왜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큰 차원에서의 동기가 필요한 것이다.

 

 

, 그저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돕겠다는 의지, 의욕, 그리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이래야 신뢰가 형성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얼마 전 이곤젠더가 CEO 승계 문제를 의뢰받았을 때 고객기업이 성과가 높은 두 명 중에 누가 나은지 물어본 경우가 있었다. 이때 이곤젠더는 아예 후보의 풀을 넓혔다. 더 넓은 범위에서 후보들을 찾아 원래는 명단에 없던 사람들도 후보로 추가했다. 이는 원래 후보 외의 몇몇 사람들이 높은 잠재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성과는 원래 후보들에 비해 부족할 수 있지만 잠재력이 높았다. 그리고 고객기업의 나아갈 목표 등을 고려할 때 그 잠재력이 당시에 필요한 능력이었다. , 추후에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아서 선택했고 그 CEO는 훌륭히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 승계가 많은 한국에서는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 이와 관련해 다소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아주 최근에는사촌끼리 돌아가면서 CEO 자리를 넘겨주는 상황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가족 승계는 3세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리더십문제 때문이다. 리더십은 성공하는 기업들과 실패하는 기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우선 승계는 계획이 돼 있어야 한다. 정확하게 기업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며 알맞은 상황에, 알맞은 리더를 찾아야 한다. 만약 리더를 능력과 잠재력으로 뽑지 않고 그냥 외적인 자격요건(entitlement)으로 뽑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내부 혹은 외부에서 좋은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자격 요건’, 눈에 보이는 화려한 이력에만 끌리면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그런데 가족으로만 한정지으면 더 큰 위험이 생기지 않겠나.

 

가족 기업들을 보면 리더의 후보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의 풀(pool) 제한적이다. 그럼 가족 승계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가족 중에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받았거나 열정적이고 잘 준비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장점도 있다. 가족인 경우 리더로서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갖출 수 있다. 예를 들면 책임감과 헌신 등오너십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일반인들은 갖기 힘든 것들이다.

 

정리해보면, 가족 승계는인재풀이 작다는 측면에서 단점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장점도 있기에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요한 건 승계를 할 경영자 혹은 리더가 가족의 멤버 중 한 명이냐, 전문 경영인이냐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상황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파악 하는 게 먼저다. 필요한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가족의 상황이 어떠하며, 기업은 어떤 리더를 필요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업은 내부와 외부 모두를 살펴야 한다.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인도의 가장 큰 기업인 타타(Tata’s)가 좋은 사례다. 타타는 상황이 안 좋아지자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내부의 후보와 외부의 후보 모두를 살피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만들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고 또한 필요한 과정이었다. 기업에도 지금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이며, 지금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다. 만약 그냥이 사람이 장자니까 기업을 물려받는다고 하는 경우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래서 이 사람을 후계자로 뽑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남에게 기업을 물려주더라도 실제 다른 많은 후보들을 놓고 충분히 후계자는 바뀔 수 있다는 전제하에 기업의 상황과 비전에 맞춰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정말 잘 준비된 사림이 장남이고, 그가 또한 잠재력이 있다고 하면 그때 물려주면 된다. 결국 장남이 후계자가 됐다는 결과는 같지만 과정은 완전히 다르기에 기업의 미래도 달라진다. 이처럼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승계든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승계를 제대로 된 절차에 의해서 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미 많은 경우 승계가 끝나거나 진행 중인 한국 재벌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사실 서구에도 성공한 가족 기업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월마트와 SC존슨이 있다. 인도의 경우 재벌 기업들이 갈수록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20∼25년 전쯤부터 인도의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경쟁력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사업들에서는 발을 뺐으며, 지금도 그런 노력은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인도의 경우 새로운 사업에 진입하려면 자본이나 재능뿐만 아니라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access)’가 필요하다. 그리고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경우 더 많은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재벌들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변하면서 몇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아직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재벌들이 사이즈를 크게 유지하고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잘하는 3∼4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많은 인도의 재벌 기업들이 오너십과 운영을 분리하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인 사항도 아니고 가족이 운영하더라도 가족문제와 기업경영을 분리시키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놓는다.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이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가족 문제와 기업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 간에 다툼이 있고 결국 기업이 쪼개지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만약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다면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은 매우 강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가족을 오너십과 분리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 문제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 해결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가족 승계가 끝난 기업의 경우, 말씀하신 ‘좋은 절차를 따르지 않았더라도참모진을 잘 꾸리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리더에게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효과적인 리더가 될 수 없다. 어쨌든 리더가 호기심, 개입과 몰입(engagement), 비전, 회복탄력성 등 앞에서 말한 자질들을 갖췄다면 괜찮을 것이다. 리더의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변에 뛰어난 사람이 많아도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들만 제대로 갖췄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지녔고,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요즘에는 어떤 리더도 혼자만의 힘으로 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없다. 최고의 리더를 데려다 놓아도 주변을 뛰어난 사람들로 둘러싸야 한다. 즉 자질이 부족한 리더를 놓고 좋은 참모진이 둘러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최고의 자질을 가진 리더를 놓고 최고의 참모진이 둘러싸도 성공을 확실할 수 없는 게 현재 비즈니스 환경이 아닌가.

 

사람들은 리더를 위해 일한다. 훌륭한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가 훌륭해야 뛰어난 사람들이 그를 위해 일할 것이다.

뛰어난 사람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권한을 줘야 하고, 존중해야 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게 해주고,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가치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으며, 조언을 해도 수용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자신의 관점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금방 떠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얘기를 첨언하고 싶다. 승계를 마친 기업은 향후 약 20년간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놓았을 것이고, 이미 다음에 승계할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놓았을 것이다. 승계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승계를 마쳤다고 해서 안주하면 안 된다. 승계는 미래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계자를 지목하는 작업이 아니다. 때문에 오래 걸릴 수도 있다. , 승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영자, 리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가량밖에는 되지 않는 크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글로벌하게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저 한국의 인재들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외국의 인재들을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들이 그러기 위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문화를 글로벌하게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며, 톱 리더십에 많은 글로벌 인재를 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 일본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었다. 글로벌한 거래를 하면서 일본 문화를 고집했다. 그 때문에 글로벌한 성장을 유지하지 못했고, 그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유럽이나 미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하게 일하려면 단순히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그들을 믿어야 한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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