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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경쟁촉진or 협력촉진? 협력 택했다면 신뢰 시스템 구축하라

서진영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조직 내 경쟁을 촉발시키는 전략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로버트 사이먼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돕기 위해 헌신하는 조직문화가 기업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이먼스 교수는 협력 수준이 높은 조직을 만드는 4가지 특성을 제시했다.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조직과의 일체화동료에 대한 신뢰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평성이 그것이다.

 

우리 회사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조직 구성원들은 서로 돕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가?”

 

로버트 사이먼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조직에 던지는 7개 질문 중 하나인 이 질문을 통해 묻고자 하는 것은 성공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서로 돕기 위해헌신하고 있는가다. 사이먼스 교수의 <전략을 보는 생각>에서 엔론과 사우스웨스항공사의 사례를 비교하며 이 질문의 힘을 느껴보자.

 

휴스턴 시내의 50층짜리 오피스 타워에서 엔론의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에너지 자원과 관련한 현물 및 선물을 거래하느라 분주했다. 앞서 엔론은 새로운 트레이더 자리가 5개 났다고 공표했는데,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새로운 트레이더에겐 경력 많은 항공기 조종사 수준의 보너스도 지급될 예정이었다.

 

엔론에서 개인의 보너스는 사업부의 수익과 각 개인이 사업부에 공헌한 순위에 따라 책정됐다. 직원들은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 사업부로 이동하려고 애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보너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주차장엔 번쩍거리는 포르셰와 BMW가 즐비했다. 엔론에는 오직 돈만을 목적으로 삼는 이기적인 문화가 만연했다. 그곳의 한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한 트레이더가 자기 보너스가 50만 달러밖에 안 된다며 발악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욕하고 소리 지르며 자기 책상의 물건들을 집어던졌어요. 자신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라 회사가 보너스를 더 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엔론의 트레이더들은 앉아서 일하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방해 행위는 흔하게 일어났다. 트레이더들은 화장실에 갈 때 컴퓨터 화면을 잠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자신의 거래 건을 가져가거나 거래 포지션을 안 좋게 바꾸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은 서로 절대 돕지 않았어요. 모두 자기 잇속만 챙겼어요.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흔히 일어났지요.”

 

당시 엔론의 직원이었던 다이애나 피터스는 그때 회사가 어땠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데려와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는 식이었어요.”

 

느낌이 어떤가? 돈을 벌고 있지만 곧 망할 회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를 살펴보자.

 

 

11월의 어느 쌀쌀하고 청명한 아침, 사우스웨스트항공 WN 9편이 휴스턴의 하비 공항에 착륙했다. 브리튼 기장은 항공기에서 내려야 할 우편물과 화물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지상 근무원들에게 미리 알렸다.

 

게이트 직원들이 재빨리 제자리를 찾는 사이 브리튼 기장은 힘차게 브레이크를 걸고 스포일러를 펼친 후에 엔진 추력의 방향을 바꾸었다. 배정받은 주기장으로 급선회하기 위해선 속도를 가능한 한 빨리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자 바퀴가 고정되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출입문 자물쇠가 열리고 탑승교가 제자리에 위치하자 수하물 담당자들이 짐들을 대기 중이던 카트에 담았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청소부가 기내로 들어가기도 전에 승무원들은 재빨리 통로로 가서 각 좌석을 청소했다.

 

브리튼 기장은 앞쪽 화물칸으로 가서 수하물 담당자가 우편물과 수하물을 내리는 작업을 도왔다. 그사이 새로운 승객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승무원들이 출발 점검 사항을 확인하는 동안 게이트 직원들은 도울 것이 없는지 물었다.

 

비행기가 도착한 지 1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승객들을 태우고 게이트에서 멀어졌다. 기장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천천히 달리는 동안 승무원들은 안전 시범을 보였다.

 

두 회사의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를 비교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엔론이 얼마나 다른 회사인지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업계 특성의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 오히려 이는 리더십의 차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선 CEO에서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상대의 성공을 위해 서로 돕는다. 이와 달리 엔론에선 사리사욕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사내 전반에 이기주의가 만연했다.

 

회사의 특성이 어떠하든 리더는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엔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회사가 어떤 유형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이 그런 방향으로 헌신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바로헌신하는 분위기 구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현실로 돌아오자. 우리 조직은, 우리 회사는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엔론 중 어느 쪽에 속하는가? 당신 회사의 직원들은 서로 돕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가?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협력이 필요할 때 서로 기꺼이 돕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 리더라면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 자신과도 경쟁하고 동료와도 경쟁할 뿐만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협력에 헌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리더십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뉴코의 CEO였던 켄 아이버슨(Ken Iverson)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경영자는 어느 정도 심리학자가 돼야 합니다. 직원들의 행동을 끌어내는 동인은 무엇이며,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대부분이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까? 군대 지도자들은 협력 수준이 높은 조직을 만들려면 다음의 4가지 특성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안다. 바로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 조직과의 일체화, 동료에 대한 신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평성이다. 이는 그대로 일반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조직의 사명과 거창한 목표에 자부심을 느낄 때 조직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다. 여기에는 다른 구성원이 업무를 잘하도록 돕는 일도 포함된다. 많은 정예 전투 부대가 그렇듯이 해병대는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그들만의 사명과 역사를 강조한다. 모든 해병대원은 전설적인 역사를 지닌 해병대의 결의를 표하는언제나 충성한다(Always Faithful)’제일 먼저 싸운다(First to Fight)’라는 구호에 자부심을 느낀다.

 

기업에서도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을 활용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직원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대형 항공사들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는 사실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의 모토는우리는 미국인에게 비행할 자유를 제공한다이다.

 

둘째, 조직과의 일체화다. 구성원들은 정예 조직에 속해 있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자부심이 있는 사람은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책임감을 느낀다. 해병대원들이 가장 먼저 충성심을 보여야 할 대상은 자신이 속한 부대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부대원을 먼저 돕는다. 해병대원은 자신이 정예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고 있다. 그래서 해병대의 슬로건이 바로소수의 자부심(The Few. The Proud)’이다.

 

미 육군 레인저 부대에는나는 절대 전우를 적에게 남겨두지 않는다라는 신조가 있다. 이런 조직이라면 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이런 바람은 협력을 유도하는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된다. 소속 부대와 동료들을 돕고 싶은 바람은 강력하면서도 단호한 영향을 발휘한다.

 

기업에도 이런 정예주의를 적용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연간 10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채 2%도 안 되게 채용한다. 한 관계자는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입사하기가 하버드대에 합격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동료를 신뢰하면 동료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해병대에서 동료에 대한 궁극적인 신뢰란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곳으로 나아갈 때 동료가 뒤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이다.

 

하버드가 묻는 7개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가?

전략을 보는 생각

로버트 사이먼스 지음, 김은경 옮김, 전략시티, 2015

  

셋째, 동료에 대한 신뢰다. 동료를 신뢰하면 동료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해병대에서 동료에 대한 궁극적인 신뢰란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곳으로 나아갈 때 동료가 뒤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이다. 해병대원은 동료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는 신뢰를 가지고 위험을 감수한다. 생명을 위협받는 전투 상황에서 모든 병사들은 자신이 곧 곤경에 빠지면 동료 병사가 도움을 주러 오리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옆에 있는 전우를 돕다가 죽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기서 팀 성과에 대한 보상은 직원들이 팀 내에서 서로 돕는 문화를 형성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운항 시간이 아니라 운항 횟수에 근거해 기장과 승무원의 급여를 책정한다. 이는 모든 직원이 게이트에서 비행기 회전 시간을 줄이려고 협력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사우스웨스트의 모든 직원은 자신이 개인이 아니라 팀원으로서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마지막 요건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평성이다. 만일 당신이 동료를 발 벗고 도와줬는데 그 동료만 상여금을 받고 당신은 못 받는다면 다시 도와주고 싶겠는가? 미 해병대에장교는 제일 마지막에 식사한다(Officers eat Last)”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급여에 차별을 두는 것은 공평성에 어긋난다. 급여일에 승리자와 실패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직원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병대에선 급여 체계가 수평적이다. 모두가 상대방의 급여 수준을 알면 별 차이도 없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이 불평등한 소득에 분개할 때야말로 동료를 돕고 싶은 마음이 가장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시기라는 점이다. 직원들은 누군가가 불공평하게 다른 사람들이 희생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다면 분개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똘똘 뭉쳐 헤쳐 나가야할 때 가장 믿을 수 있고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동료와 상사가 아닐까? 그래서 다시 한번 질문해보자.

 

“우리 조직, 회사의 조직 구성원들은 서로 돕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가?” 그리고 서로 돕기 위한 헌신을 위해 조직은 목적에 기반을 둔 자부심, 조직과의 일체화, 동료에 대한 신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평성을 추구하고 있는가?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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