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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성장보다 중요한 생존, 히든 챔피언은 지혜로운 생존에서 온다

서진영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예로부터 창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생존을 위한 3요소는감성가치 추구고객중심경영기존 상품 문제 해결 등이다. 감성가치 추구는 제품에 품질 이외에 감성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탐스 슈즈. 고객중심경영은 소비자의 욕구나 트렌드를 잘 분석해 발빠르게 반영하는 것이다. 봉구스밥버거가 좋은 예다. 또한 기존 상품의 불편함에서 핵심 기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전략 역시 중요하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는 말이 있다. 정관(貞觀)의 치로 유명한 당태종(唐太宗)에게 신하인 위징(魏徵)이 한 말로 여기서 창업(創業)이란 나라를 처음 세우거나 사업을 처음 시작한다는 말이다. 수성은 이뤄놓은 것을 그대로 지켜 나간다는 말이다. 결국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은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 경영으로 생존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통계청의 2006∼2012년 기업 생멸 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1년 후 61.3%, 2년 후 48.4%, 3년 후 40.5%, 4년 후 35.1%, 5년 후 29.6%를 기록했다. 신생기업 10군데 중 절반가량이 2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저성장 경제에 들어서면서 열악해진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국내 시장이 녹녹지 않은 현실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국내외 여러 기업들의 모범사례를 나종호 한국강소기업연구원 원장의 <중소기업 생존전략>에서 감성가치 추구, 고객중심경영, 기존 상품 문제 해결의 3가지 요소로 살펴보도록 하자. 

 

 

히든 챔피언 만들기 프로젝트

중소기업 생존전략

나종호 지음, 이서원. 2015

 

생존을 위한 첫 번째 핵심 요소는감성가치의 추구. 중소기업이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고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그 기업만의 감성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모든 회사의 기술력 수준이 어느 정도 평준화돼 있어서 기술이나 품질 면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기술에 감성을 접목해야만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과거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팟이 나오면서 아이리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이팟이 아이리버 제품보다도 품질이 뛰어났던 것이 아니라 제품에 감성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아이팟의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감성적인 가치를 높여줬던 것이다.

 

감성 가치 추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탐스슈즈. <고전에서 배우는 경영 인사이트 40>를 살펴보면 미국의 탐스슈즈(Tom’s Shoes)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다. 이것이 브랜드 이름의 의미며 철학이다. 탐스슈즈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가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고자 시작했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탐스슈즈를 처음 만들면서 목표로 정한 판매량이 200켤레였을 만큼 탐스슈즈는 아르헨티나 아이들을 위한 그의 소규모 개인 작업장에 불과했다.

 

또한 다른 기업들처럼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통한 광고활동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 대 일(One for One) 기부공식이라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는 그들만의 방법이 있었다. 일 대 일 기부공식은 소비자가 탐스슈즈를 한 켤레씩 구매할 때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씩 기부하는 방식이다.

 

단지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활동에 기부하는 기존 기업들과 달리 기업의 이념과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고 현실화한 탐스슈즈에 소비자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6개월 만에 탐스슈즈는 당초 목표량인 200켤레를 훨씬 넘어서는 1만여 켤레를 판매해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탐스슈즈 1만 켤레를 전달할 수 있었다. 탐스슈즈는 2006년에 설립돼 약 5년이 지난 현재 30여 개국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의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싶다는 오직 그 마음 하나로 설립한 탐스슈즈의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감성 마인드는 강소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자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와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품질이 잘 갖춰진 제품에다가 어려운 나라 아이들에게 기부를 한다는 감성가치까지 더해져 탐스슈즈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게 된 것이다. 탐스슈즈는 단지 신발을 만들어 파는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커다란신발 브랜드다.

 

이렇게 감성가치는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줘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격 운용을 가능하게 해주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감성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감성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한경희생활과학에서 만든클리즈라는 살균기 제품은 살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개발돼 높은 매출성과와 함께 감성가치를 높여줬다.

 

생존을 위한 두 번째 핵심 요소는 경영 성과를 높이는고객중심경영이다. 먼저 젊은이의 욕구나 트렌드를 잘 반영해 성공한 봉구스밥버거 사례를 살펴보자.

 

봉구스밥버거는 햄버거 빵 대신 밥을 이용하고 햄버거 패티 대신 참치, 볶은 김치, 돈가스, 치즈, 제육볶음, 멸치, 닭갈비, 소불고기 등을 넣은 햄버거 형태를 띤 일종의 주먹밥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충족시킨데다 한 공기 반 분량의 밥이 들어가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2009년 단돈 10만 원으로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한 오봉구(본명 오세린) 씨는 밥버거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2014 5월 현재 800개의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또 다른 사례는 일본의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나카무라브레이스다. 시마네 현에 있는 중소기업으로 손발을 잃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조기기와 손발은 남았지만 기능 마비, 관절 변형 때 쓰는 보조기기를 비롯한 2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보유했다.

 

나카무라브레이스는 약자를 위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의 경영이념은 고객이나 직원만족을 통한 사회공헌의 실천이다. 고객만족을 위해선 가장 뛰어난 기술이 반영된 일류 제품 개발과 제공이 필수다. 신체 일부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보충하지 않고 사용자의 자기 존경과 자기 사랑까지 회복시키기 위한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다. 예술개념이 반영된 인공 유방이 대표적이다. 뛰어난 제품 기능과 아름다움에 감탄한 고객들의 사연도 줄을 잇는다. 일본에서 고객으로부터 감사편지를 가장 많이 받는 회사로도 알려졌다. 산골마을의 강소기업 탄생엔 이렇듯 철저한 고객만족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의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된다. 예를 들어 기기를 제품에서 예술로 승화시키는 메디컬아트연구소가 20년 가까이 적자다. 이 연구소를 없애면 이익 규모가 더 커지지만 경영자는 그럴 생각이 없다. 높은 기술력과 고객만족은 전체 회사의 브랜드파워 상승으로 연결된다. 회사엔 독자적인 판매망이 없이 위탁 판매한다. 영업사원도 없다. 오직 개발과 제조에만 집중한다.

 

나카무라브레이스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여성을 위한 인공 유방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실리콘 고무로 만든 인공 유방은 옆에서 볼 때의 모양까지도 정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었다. 혈관은 물론 미묘한 주름살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의 기술력은 단기간에 업그레이드됐다. 회사 제품을 봤거나 써본 사람들은마치 살아 있는 듯 압도적인 사실감에 감탄한다. 그러면서도 환자 입장을 고려해 쓰기 편하게 배려했다.

 

 

고객만족은 사실 직원 만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만족도가 높다. 현장 분위기는 젊고 열정적이다. 직원들의 표정은 밝고, 자부심과 만족감이 넘친다. 직원들은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일부러 이곳에 찾아와 취직한 경우가 많다. 다리를 잃고 자포자기한 여학생은나 같은 사람을 위해 의족을 만들고 싶다며 편지를 보내 결국 입사하기도 했다.

 

주말은 당연히 휴무다. 하지만 많은 사원이 주말에도 출근한다. 사장이 아무리 쉬라 해도 몰래 출근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일의 특성상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한시라도 빨리 완성하는 게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마음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건 물론이다. 실제 의지장구는 주문식 수작업이 많다. 손길이나 발 모양 등이 모두 달라 개별 고객에 맞게 대응하는 게 필수다. 또 제작 땐 모형마다 고객 이름을 붙여 정성을 다한다. 고난도 작업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실제 혈관, 지문, 털 등을 진짜 피부처럼 재현해내는 걸로 유명하다.

 

 

성균관대 한상만 교수의

고전에서 배우는 경영 인사이트 40

한상만 지음, 원앤원북스, 2011

 

나카무라브레이스는 일본은 물론 세계에 꼭 필요한 회사를 지향한다. 그래서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을 만든다. 급성장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한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찾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특히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고객중심경영을 실천하면서 내부 직원의 만족도와 함께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기업으로 생존과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생존을 위한 핵심 요소는 기존 상품의 불편함에서 핵심 기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전략이다. 고객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고객 관점에서는 비용인 셈이다. 이러한 비용을 찾아서 없애거나 줄여주는 것들이 바로 성과를 높이는 혁신적인 핵심 기술의 아이디어 원천이 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면 다음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각각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상품 또는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효능이나 효과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찾아서 없애준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로 유명한데 엎드려서 걸레질을 해야 하는 주부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크게 성공한 바 있다. 그리고 커피의 카페인이 걱정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탄생한 디카페인 커피나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행의 온라인 계좌 개설 서비스도 같은 유형의 사례다. 이처럼 고객의 불편함을 없애거나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신제품 개발 기술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그러한 제품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두 번째는 상품의 형태가 가져다주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많이 사먹는 삼각김밥은 동그란 모양의 주먹밥을 들고 먹기 편하게 모양을 변형한 것이다. 컵라면도 봉지라면을 개량한 것이다. 2013년 출시된 사조참치의 안심따개 참치가 각광받은 것도 형태를 바꿔 성공한 예다. 기존 참치캔의 경우 미세한 톱날 설계 방식으로 제작돼 있어 뚜껑을 따다 손을 베는 경우가 많은데 사조참치는 얇은 알루미늄 재료를 이용해 위험성을 없앤 것이다.

 

 

세 번째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사용방법이나 순서를 바꿈으로써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광동제약의 비타500이다. 비타500은 알약으로 먹는 비타민을 마시는 비타민으로 바꾼 것으로 비타민C 500㎎나 함유돼 있는데다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던 기존 드링크제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존 드링크제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또한 겔포스는 먹기 불편한 알약 위장약을 액체 위장약으로 바꾸어 성공한 사례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감성가치 추구, 고객중심경영, 기존 상품 문제 해결의 세 가지를 살펴봤다. 성장과 생존 중 어떤 것이 중요한가라고 질문하면 생존이 아닐까? 생존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는 다가오지 않는다. 생존에는 수많은 조건이 존재한다. 감성가치, 고객 중심, 문제 해결 등에서 하나만 빠져도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경영을 종합예술이라 부르는 것 아닐까?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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