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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Business Leader Interview: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

중저가 조준사격+폭넓은 관시… 中國 토종 화장품에 ‘품질’을 심었다

이방실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200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 고가 수입 화장품 시장이나 저가 시장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중국 현지 업체 가운데 중고가 전략을 펴는 화장품 브랜드를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다년간 축적된 코스맥스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영업력은 뛰어나지만 상품 기획력은 취약한 중국 현지 업체들의 역량을 보완해 고객사와 동반 성장하는 걸 최종 목표로 삼았다. 특히, 처음부터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하기 보다는 생산 공장 운영관리 시스템, 품질관리 프로세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소프트웨어측면의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처음 2∼3년간은 중국 공장에서생산성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도 않고 직원 역량 제고에 힘썼다. 그 결과 중국에서도 코스맥스 한국 본사 수준의 높은 품질관리에 성공, 현재 중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데다 현지 기업들의 기술 진보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다.

 

코스맥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 3분기에만 1329억 원 매출액에 9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95%가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976억 원, 영업이익은 309억 원이다. 눈부신 성과 뒤에는 중국 법인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3분기에만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법인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505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코스맥스는 지난 2004년 국내 화장품 ODM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코스맥스 중국 사업은 2013 795억 원, 2014 1294억 원 등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만 2000억 원대, 내년엔 30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현재 코스맥스차이나는 전체 매출액 중 90% 이상이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중국 내 1, 2위를 다투는 ‘바이췌링(百雀羚)’쯔란탕(自然堂)’이 모두 코스맥스의 고객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 축소를 고려하는 것과 달리 코스맥스는 올해 신규 설비 증설(상하이 법인) 및 증축(광저우 법인)에 나서는 등 되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예상대로 공장 완공이 끝나면 2017년 초 코스맥스 중국법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24000만 개)의 약 2(480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맥스의 중국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사장)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최경 총경리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코스맥스는 지속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사격에 비유하자면조준 사격을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과녁이 있는 방향을 향해 대충 총을 쏘는지향 사격이 아니라 과녁에 그려진 점수판 중에서도 몇 점 점수판을 맞출 것인지 목표를 분명하게 정해 놓고 시작했던 게 오늘날 코스맥스의 성공에 핵심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가운데는 목표를 분명히 하기보다 여기저기 대충 걸쳐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당장 과실이 적어 보인다 해도 회사가 경쟁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코스맥스는 처음부터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먼저 포기해야 할 시장이 어딘지를 결정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했다. 중국은 워낙 큰 시장이다. 전체 시장을 모두 공략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경쟁력이 없는 곳은 과감하게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이 원칙에 따라 코스맥스는 고가의 수입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최고 부자 고객들을 포기했고 가격 경쟁이 심한 저가 시장도 버렸다. 대신 중고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로컬 기업들 중에서 중고가 전략을 펴는 화장품 브랜드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중고가 토종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영업력은 뛰어나지만 상품 기획력은 매우 취약하다. 코스맥스가 확실히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년간 축적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최신 화장품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해 줄 자신이 있었다. 특히나 한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BB크림,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혁신적 화장품은 모두 한국에서 나왔다. 더욱이한류열풍 덕에 중국에선 한국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탈리아나 일본 등 다른 나라 ODM 기업과 달리 한국 ODM 기업인 코스맥스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던 전략이 적중했던 것 같다.

 

 

2004년 상하이에 법인을 세웠지만 자체 공장은 2008년부터 가동했다. 그전까지는 상하이 펑시안(奉賢)구 종합공업개발지구 내 한 공장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내 기업들 중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향후 OOO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식으로 떠벌리며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크기를 자랑하는 것만큼 미련한 게 없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이길 가능성이 없는 싸움은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보다 잘할 수 있는 건 기술력과 품질 관리지 투자 규모나 생산 능력이 아니다.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고 브랜드부터 구축해 나가는 게 먼저다. 처음부터 생산 설비만 잔뜩 키워놓았다가는 고정비 부담만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주문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고, 그 결과 품질이 훼손되고 브랜드가 망가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 시장에선조준 사격을 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때작게 시작하면서 목표 시장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공장을 차리더라도 규모는 작지만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세워야 한다. 아무리 큰 공장을 보여줘 봤자 중국 고객들을 감동시키기는 힘들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물과 공장에 누구보다 익숙한 게 중국인들이다. 하지만 규모에 걸맞은 품질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 기업들은 바로 여기에서 승부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건물, 시설 등 눈에 보이는하드웨어못지않게 운영관리 시스템, 품질관리 프로세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이유다. 이건 직원들의 역량에 달려 있는 문제다.

 

코스맥스는 사업 초기, 공장 건설에 투자할 비용을 직원들 교육에 썼다. 당장 주문 물량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공장부터 짓기보다는 직원들의 역량을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게 먼저라고 봤다. 코스맥스차이나가 중국 현지 업체로부터 받은 첫 주문도 화장품 ODM 개발이 아니라 이미 제조돼 있는 화장품 내용물을 용기에충진(filling)’해 주는 단순 작업이었다. 이런 기초적인 작업부터 시작해야 나중에 실제 복잡한 화장품 제조 공정 작업에 돌입했을 때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생산에선 위생과 청결은 기본이다. 그런데 당시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생산직원들은 이런 기초적인 사항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내용물을 용기에 담다가 내용물이 넘쳐흐르면 추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그걸 닦아내고 작업을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당시 중국인 생산근로자들은 모두들 그냥 내버려뒀다. 심지어 그걸 왜 닦아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라인을 세워놓고 청소만 시킨 날도 있었다.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가르쳐가며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이렇게 코스맥스차이나는 사업 초기부터 한국 코스맥스 본사의 화성공장에 준하는 생산 시스템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노력들이 오늘날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로부터 신뢰를 받게 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직원들을 교육시켜가며 공장을 운영하다 보면 생산성이 낮았을 것 같다.

 

처음 2∼3년간은생산성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본사에서 파견된 한국인 주재원들에게도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절대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직 자질도 안 돼 있는 사람들에게 생산성을 높이라고 닦달하면 결국 무리해서 생산을 하려다 품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선 생산성이 떨어져도 완벽한 품질을 구현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업 초기엔 최소한의 주문 물량만 받았다. 역량도 안 되는데 돈 벌 욕심에 물량만 받아놓으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성을 따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다 보면 반드시 품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건 오너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경수 회장의 경우 중국에 와서 초기 3년 동안 내게 매출에 대한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매출 목표액조차 묻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인력을 보충해 주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고, 늘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 중국 지사에 보내줬다. 초기 코스맥스차이나에 파견된 생산·품질관리 인력은 한국 본사에서 ‘A평가를 받던 핵심 인재였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원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지사에 인력을 파견할 때 본사 핵심 인재를 보내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경수 회장은한국에서도 일 잘 못하는 사람이 중국에 가면 더 잘하겠냐며 우수 인재들을 보내줬다. 그 덕택에 코스맥스차이나도 사업 초기 생산성에 신경 쓰지 않고 직원들 교육에 힘쓸 수 있었다.

 

그렇게 2∼3년 투자해 훈련시킨 중국 현지 생산직 정예인원이 약 20명 정도 된다. 이들은 현재 생산반장으로 일하며 다른 중국인 생산직들을 통솔하고 있다. 현재 코스맥스차이나의 보배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다른 중국인 생산직들을 관리하고 트레이닝하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현지화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중국인들만 채용한다고 현지화가 이뤄졌다고 보면 오산이다. 그 기업의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문화가 중국 현지인들에게도 이식돼야 진정한 현지화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사업에선 인내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단번에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과욕은 금물이다. ‘한 방에 목숨을 걸어선 안 된다. 적어도 화장품 업계만 놓고 볼 때 중국에서한 방 치기는 의외로 쉽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는 독특한 유통망이 있다. 바로도매시장이다. 광저우 지역에 크게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의 몇 배는 되는 규모의 거대 시장인데 모든 가게가 다 화장품 가게다. 여기에선 소위듣보잡제품들이 대량으로 유통된다. 브랜드 관리나 제품 관리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그냥 아무 물건이나 만들어 풀어버린다. 사실 쉽게 돈을 벌고자 했다면 이런 곳에 있는 업자들과 거래하면 됐다. 얼마든지 물량을 확보해 공장을 100% 가동률로 돌릴 수 있었다. 단일 주문량 100만 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의 코스맥스차이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 현지 업체들에 화장품을 개발해 준 사례 중 대표적 예를 꼽아 달라.

 

2010년경 중국의 한 로컬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방부제·인공색소·인공향료·합성계면활성제 등 피부 건강에 좋지 않은 6가지 성분이 없는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면서 그 업체에 ‘6슬로건을 내걸고 TV 광고를 해 보라고 조언했다. 당시 한국에선 몇 년 전부터웰빙트렌드를 타고 화장품은 물론 각종 식음료 분야에서도무첨가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던 터였다. 이를 고객사에 설명해 주면서 당신들도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다. 고객사는 우리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큰 성공을 거뒀다. 단순히 매출액만 늘어난 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까지 좋아졌다. 중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자극이 되는 성분들을 제거한무첨가화장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인 덕택에 앞서가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유통업체의 PB(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개발해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1000여 개 정도 매장을 운영하는 로컬 유통체인을 대상으로 올해 초 새로운 메이크업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 줬다. REC라는 메이크업 전용 브랜드인데 브랜드 콘셉트 설정부터 제품 포지셔닝, 용기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걸 코스맥스에서 도맡아 해줬다. 이 유통업체의 경우 경쟁 관계에 있는 유통체인 왓슨스(Watsons)와 비교해 봤을 때 중간 가격대의 메이크업 화장품군이 취약했다. , 고가의 수입품이나 저가의 토종 제품들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중간 가격대에 쓸 만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었다. 코스맥스는 이 점을 간파했고 토종 PB 브랜드이긴 하지만 서구적이면서 고급스럽고 도회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제품을 개발했다. 파운데이션 등 페이스 메이크업은 물론 립스틱, 마스카라 등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까지 전 라인을 구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제품력은 고가 명품 화장품과 경쟁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맞추면서 가격대는 중간대로 설정해 중국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현재 별다른 광고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꾸준히 매출이 늘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 바로 이런 것들이 코스맥스차이나가 중국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 주는 건 기본이고, 한국의 앞선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소개해 줌으로써 중국 화장품 시장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중국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면서 관시(關係)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관시를 단순히 밥 먹고 술 사주는 접대 행위 정도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게 관시의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현 시진핑 정부는 강력한 부패척결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 과거처럼 금품을 주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상대편의 체면을 세워주고형님으로 극진히 대우해 주는 것이다. 특히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자기한테 와서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상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예를 들어시정부에서 OO에 대한 허가를 받으려 하는데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대형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조언을 구하는 식이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단지 자기 생각을 말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고 수소문해가면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전문가이자 능력자로 대우해 준 만큼 성심껏 도와주려 애쓴다. 그러면서 서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걸 수차례 경험했다.

 

물론 이런 조언을 구할 정도의 사이가 되려면 사전에 인간적인 친분과 함께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쌓아야 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자기 고민이랍시고 털어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관시를 맺는 과정에서도 무조건 단번에 효과를 보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관시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에도 제한을 두지 말고 업계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모든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얻어야 하는 사람들과만 접촉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라도 관련 있는 사업 주체들까지도 두루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우, 직접적인 고객사인 중국 화장품 업체와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관리들만 만나지 않고 유통상, 물류업체, 포장재나 용기업체 등 화장품 관련 부자재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있는 모든 주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힘썼다. 내가 남들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만 하기보다는 내가 상대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야 상호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관시가 지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업계 전반에 걸쳐 가치사슬의 주요 영역 주체들을 꿰고 있는 게 중요하다. 이쪽저쪽 흐름을 다 꿰고 있어야 고객한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유익한 정보도 제공해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사와 화장품 업체를 소개시켜줄 수도 있고, 부자재 업체와 화장품 회사를 연결해줄 수도 있다. 업계에서 일종의매치 메이커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정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 사업에 임하는 다른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해달라.

 

해당 산업 생태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고객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코스맥스차이나의 경우 가끔 화장품 부자재 업체 사람들을 불러서 워크숍을 열고 품질 교육을 시켜주곤 한다. 어떨 때는 호텔 숙박비까지 대줘가면서 12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의 직접적인 고객도 아니고 교육을 시켜줄 의무가 없는데도 이런 수고를 자처하는 이유는 중국 화장품 산업의 생태계가 건강해 져야 코스맥스차이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로컬 화장품 고객사 중에는 코스맥스차이나에 화장품 개발 주문을 하면서 A라는 특정 부자재 회사를 선정해 A에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실상 우리가 A사 물건을 받아보면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가 제품을 만들어 단순 납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최종 소비자들이 받아보는 물건의 포장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냥 담아서 출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갖는 인식은 내용물만 좋다고 되지 않는다. 용기 디자인부터 포장재, 내용물 등 모든 것이 한데 잘 어우러질 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부자재 업체의 기술력까지 한 단계 올라가야 토종 화장품 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다. 그래야 더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중국 토종 화장품 업체들을 찾게 될 것이고, 그게 궁극적으로 코스맥스차이나에 득이 되는 일이다. 이는 화장품 ODM 외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공히 적용될 원칙이라고 믿는다.

 

상하이=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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