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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이정구 두산 지주부문 Tri-C Brand팀 부장

‘사람이 미래다’ 7년간 일관된 메시지!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 자체를 바꿨다

고승연 |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두산그룹은 7년째사람이 미래다라는 일관된 메시지로 기업PR 광고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4년이 넘어가던 시점에서는지겹다’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일관성진정성을 위해 계속 밀어붙였다. 그 결과 대학생들의 선호도와 취업의향률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됐다.

‘사람이 미래다광고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현 두산 브랜드팀 이정구 부장은 다매체 시대, 플랫폼 급변의 시대에 다음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제시했다.

1)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실행이 먼저다.

그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2) 가치를 정립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으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전파하라.

그래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소비자를 무시하지 마라.

기업이 전하는 메시지와 제품/서비스, 그리고 실행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2한국의 광고PR 2012’ 시상식에서올해의 광고 카피라이터상을 수상한 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대기업 총수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PR 카피를 만들어 당시 기준으로 약 4년간 꾸준히 밀어붙인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기업 오너가 자신이 광고 메시지를 만들어 열심히 알렸다고 누구나 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좀처럼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광고, 그것도 제품 판매량 증가와 같은 수치조차 잡아낼 수 없는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걸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수상이었다.

 

2009 9글로벌 기술은 시장을 만들지만 글로벌 인재는 미래를 만듭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한 줄로 시작된 광고는 첫날부터 주목을 끌었다.

 

 

2009 두산 '사람이 미래다' 광고 바로 보기

 

 

이전까지의 대부분 기업이미지 광고는우리는()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최고다”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고, 소비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업이다라는 수준의 일반적인 메시지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에서는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성장’ ‘글로벌 전략’ ‘비즈니스 노하우’ ‘기업 목표등을 말하면서 그걸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그런 모든 것은 결국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기업에는 인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한마디로 정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2009년부터 이듬해 초까지 오직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 편의 광고가 전파를 탄 후 이뤄진 광고효과 조사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대중의 호감도 상승,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구직자들의 선호도 향상이 주된 목표인 기업이미지 광고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 광고대행사 오리콤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핵심 타깃인 대학생 그룹에서는두산사람/인재의 연상률이 70%로 나타났고 두산그룹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취업 의향률이 3.7%에서 13.4%로 약 3배 상승했다. 2009년 나온 세 편의 광고가주목을 끄는 수준이었다면 2010년부터 진행된사람이 미래다캠페인은대박을 터뜨렸다. 모두가성공을 얘기할 때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말하며 청년을 클로즈업하는 광고가 나갔고, ‘어떤 말로도 위로하지 않겠다.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 그대로 멋지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카피와 함께 한 젊은 여성의 표정을 담아내는 광고도 이어졌다.

 

 

2010년 두산 '사람이 미래다' 광고 바로 보기

 

 

매번 화제가 됐고 모두가더 열심히 해라. 다음엔 잘될 거다. 성공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할 때 오히려 담담하게 위로하고나쁜 성공보다 좋은 실패가 낫다고 던진 메시지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2차 캠페인 직후 취업선호도율은 21%까지 올라갔고, 두산 인지도 또한 25%까지 올라갔다. 그 다음해(2011)에는 순식간에대학생 선호도 1위 기업광고에 올랐다. 이후에도 두산그룹에 대한 친숙도, 선호도, 입사지원의향 모두 빠르게 성장해 최근 3년 사이에 선호도는 80%로 입사지원의향은 77%까지 상승했다. (그림 1)

 

 

그리고 이제 광고가 시작된 지 7년째다. 수많은 기업들이 두산의사람이 미래다시리즈를 흉내내왔지만 이 정도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광고는 흔치 않다. 두산 박 회장이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이를 실제 광고 영상으로 만들고 사내외의 캠페인으로 이끌어오는 데는 CEO의 철학을 이해하고 기업의 비전을 고민하면서 광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터들의 공이 컸다. 2009년 최초로 광고를 띄우고 캠페인을 기획했으며, 실제 수년간 이를 이끌었던 핵심 멤버, 현 두산그룹의 지주부문 브랜드팀 이정구 부장을 DBR이 만났다.

 

 

이정구 부장은 성균관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다. 오리콤에는 2000년에 입사해 웅진식품자연은·하늘보리’, 동부화재, 넥센타이어, 두산위브 등의 광고캠페인을 담당해왔고, 풀무원생명을 하늘처럼’, 두산그룹사람이 미래다캠페인을 주도적으로 기획했다. 조직 내부를 위한두산웨이(Way)’ 론칭 작업을 하면서 조직의 생각과 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방법과 사회적 가치를 전개하는 캠페인을 통한 ‘Value communication’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 두산그룹의 브랜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1. ‘사람이 미래다캠페인의 시작

 

기업이미지 광고에서는 가장 성공했고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다. 캠페인 기획 당시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

 

당시 두산그룹을 생각해보면 뭔가 강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시다시피 당시 두산이라고 하면맥주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을 정도로 두산그룹은소비재 중심기업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전반적인 경제 산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두산의 핵심 비즈니스는중공업을 비롯한 B2B 등 기계와 각종 기반산업 비즈니스로 바뀌었다. 그 방법은 아시다시피 M&A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두 개의 목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질적인 문화 배경 등을 가진 두산의 모든 직원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통합해야 했고 주요 인재들이두산인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회사에 핵심인재로 계속 남아 있도록 해야 했다. 또한 지속성장, 도약을 위해서 우수한 인재들을 두산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전문가 집단, 지식인 집단이 주로 보는 경제신문에 늘 M&A 기사와 실적 기사로 자주 등장했지만 다수 대중과 취업준비 대학생들에게 두산은 여전히두산 베어스 야구팀맥주이미지만이 강했다. 그들이 두산이라는 기업을 쳐다보고 알아보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기업이미지 광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과 달리 기업의 비즈니스를 홍보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게 이 캠페인의 성공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B2B 사업 위주의, 그것도 아주 굵직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우리는 무슨 일을 합니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게 쉽게 와 닿을 리 없다. 오히려 두산이 생각하는 핵심가치, 사람에 대한 믿음 등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알아보게 된다. 물론 처음 캠페인 기획하고 광고영상을 내부에 공개하니까우리 비즈니스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오는데…”라는 지적도 분명 있었고 처음 광고를 본 대중들은두산이 컨설팅 회사인가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두산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사람이다라는 걸 계속 강조하고 전달하려고 했고,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이 두산의 비즈니스에 대해, 두산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다. 특히 여기에는 오너의 활동과 의지가 큰 도움이 됐는데 두산에 좋은 인재를 데리고 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회장님이 직접 발로 뛰며 젊은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고민과 좌절, 어려움들을 광고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대학생 모델들이 등장하고 그들에게 담담하게 들려주는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꼰대질을 하는 게 아니라괜찮다. 너 멋있다라고 말해주는 게 그 어떤 메시지보다 그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 두산에 대한 호감도, 취업 의향률이 광고 캠페인 이후 치솟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모델이 등장하고 그들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도 꽤 신선했다.

 

모든 광고가 그렇듯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계획한 대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굉장히 많은 방식을 두고 다각도로 연구를 했다. 두산그룹은 업종전환을 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고 오너의 의지대로 기업의 철학 얘기를 해야 했다. 그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때우리가 이 광고 왜 하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우리의 핵심가치를 잘 전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답은 명확했다. ‘좋은 인재를 끌어모으자’라는 것. 중공업 기업이 되고나니 기술과 글로벌 사업이 핵심인 중공업 분야는 정말 훌륭한 연구자들과 엔지니어,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인재가 절실하다는 게 피부로 와 닿았다. 물론 좋은 대우를 해주고, 돈을 많이 주고, 이것이 소문나게 할 수도 있다. 그것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은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월급과 성과급으로 삼성과 현대차를 이기는 건 쉽지 않고, 이긴다고 해서 좋은 인재가 반드시 온다는 보장도 없다. 아예 다르게 접근하자는 생각이었다. ‘두산에선 당신이 부품이 아니라 목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얘기였다. ‘우리는 사람을 미래라고 보고,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다. 사업 내용이 바뀌어도,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바뀌어도 우리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걸 알리면 그에 반응한 좋은 인재들, 최고의 인재들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산의 조직문화, 기업문화 자체가 그만큼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2. 광고는 기업도 변화시킨다

 

기업문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광고캠페인 진행 이후 두산의 조직문화도 변화했다는 얘기가 있다.

 

기업PR 광고는 기본적으로 채용 대상자를 타깃으로 한다. 그런데 사실 숨은 타깃도 존재한다. 아니 굳이 숨은 타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세상을 향해 쏜 메시지는 반사돼 다시 기업으로 들어온다. 결국 내부 임직원들도 기업PR 광고의 타깃이라는 얘기다. ‘사람이 미래다캠페인은 두산의 비즈니스 전환 이후 오너가 실현하고자 했던 ‘2G 전략의 일환이었다. 2G전략이란 ‘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 전략의 약어다.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고 사업의 성장이 다시 사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두산은 그렇게 비즈니스를 키우고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두산의 일하는 방식을 정리한두산웨이를 만들었고 이를 캠페인식으로 전개했다.

 

우선 광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우리가 정말 기업이미지 광고에 낸 것처럼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나라는 반성을 하며두산웨이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Why’ 캠페인이라는 게 있다. 어떤 업무가 주어지고 진행될 때왜 이 업무를 해야 되는지물어야 되는 거다. 이게 중요한 캠페인이 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룹 톱 리더십의 누군가가러시아 쪽 굴삭기 재고가 얼마나 있지?’라는 질문을 했는데 인프라코어에서는러시아 쪽 재고 수치가 필요하시다고? 매출과 함께 드려야 되겠네. 아 적자인지, 흑자인지 자료도 함께 드리자고 결정을 한 거다. 그러다 인프라코어와 그룹 간 문서와 자료가 오가면서 점점 일이 커진다. 누군가 중간에서러시아 쪽 재고 자료를 요구하신 걸 보니 중국과의 비교를 생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중국 자료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여기에우리 쪽 매출만으로는 경쟁사와의 비교가 어려우니 주요 경쟁사 자료까지 포함시키자고 결정됐다. 하루이틀 만에 많은 이들의 야근으로 수백 쪽의 자료가 만들어졌다. 이를 들고 보고를 들어갔더니 애초에 질문을 했던 리더는? 난 그냥 정말로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그것만 궁금했던건데…”라고 말했다는 거다.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거다. 애초에 이 업무가 왜 진행되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Why’ 캠페인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하에서 탄생했다. 두산웨이 캠페인의 핵심이기도 하다. 두산이 디디고 있는 토대가 뭐냐고 해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사람이 디디고 있는 단상 밑에 두 마디가 써 있다. 하나는근원적 경쟁력이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업무의 선진화·과학화. 두 문구가 서로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무의 과학화, 효율화, 합리화는 ‘why’라는 질문이 활발하게 제기될 때 가능하다. 당장에는 약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도 엄청난 비효율을 막을 수가 있는 거다.

 

물론 국내 기업의 조직문화에서라고 아랫사람이 묻기는 어렵다. 그래서 두산은 아예 발상을 바꿨다. 상사가 업무지시를 내리면서 반드시왜냐면∼’이라고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가야 문화가 퍼진다고 생각했다. 이 문화가 곧 두산웨이의 핵심이고 그게 전략인데,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박수치고 끝나는 하나 마나한 캠페인이 될 게 뻔했다. 이후 확실히 변화가 나타났다. 직원들도 그 이유를 듣고 소소하게 자신이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 아니, 거의 처음엔 강제했다. 그러다보니 진짜로업무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면서 일을 하게 됐다. 작은 일이라도목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건 조금만 수준을 높이면 기업의 목적을 고민하는 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목적이 있는 경영은 캐치프레이즈 하나 걸고오늘부터 해보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

 

외부로 쏜 광고 캠페인이 내부 캠페인과 공명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미래다광고를 보고 두산에 입사지원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기대치 역시 조직 내부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연봉이나 복지 등의 처우 문제부터 진짜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까지. 그 기준과 기대치에 맞도록 해줘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조직이 또 변하는 거다.

 

‘실수를 인정하고 좋은 실패를 장려한다는 기업,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라고

이미지를 구축해놓으니까 협력사, 파트너와 일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워진다.

 

두산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어떻게 변했나.

 

두 번째로 나타난광고 캠페인의 내부적 효과가 이와 관련이 있다. 직원들이 외부에서 하는 행동이나 말이 달라졌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나만 해도 옛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 잔 하면 함부로 행동을 못한다. 뭔가 솔직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면, 너희는 실수를 인정한다며? 근데 왜 그래?”라고 웃으면서 받아친다. 내가 만든 메시지인데 나부터 안 지킬 순 없는 거 아닌가. 다른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게 비즈니스에서도 재미난, 그리고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좋은 실패를 장려한다는 기업,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라고 이미지를 구축해놓으니까 협력사, 파트너와 일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워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B2B 비즈니스만큼신뢰기반비즈니스도 없다. 두산 사람들 하고 일하니 정말 괜찮네. 광고에 나오는 그 이미지랑 얼추 비슷한데?’라고 파트너들이 인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비즈니스 성과가 올라간다. 이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눈에 바로 띄는 변화는 아닌데 장기적으로 중요한 효과가 있다. 7년째 캠페인을 진행해오니까 이제 누구나 아는 메시지가 됐고 오히려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상대가두산 답지 않은 거 아니냐고 할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더 정도를 걷게 되고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기대치를 높여놓으니 그 기대에 맞게 행동하게 된다고 할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사방팔방 광고해 놓으니 눈치가 보여서라도 끊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3. 식상함을 넘어서: 다매체 시대의 장기 캠페인이 살아남는 법

 

7년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한 3∼4년 정도 됐을 때부터식상하다는 비판도 나왔을 거 같다.

 

정확하다. 3년이 넘어가면 모든 광고 캠페인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바로식상하다는 비판이다. 우리 캠페인도 다르지 않았다. 일단 지쳐 있던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처음 2년의 캠페인은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또 많은 이들이뭐 기업이 이미지 좋게 하려고 하는 말 그대로 광고 아니냐는 다소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3번째 캠페인이 나간 뒤에는꾸준히 한다’ ‘진정성 있다’ ‘두산이 저 부분은 확고한가보다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리고 4, 5년 지나가면 반드시 얘기가 나온다. ‘계속 그 얘기냐? 이제 식상하다’ ‘위로나 힐링 다 지겹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는 또이 정도로 계속하면 진짜 진정성이 보이는 거 아니냐며 옹호해준다. 의견이 반반 갈리는 시점이다. 내부에서는 당연히식상함에 대해 민감해진다. 내부인들은 워낙 더 자주 노출되는 탓도 있다. 시대 흐름도 관련이 있는데 처음 광고가 히트를 치던 시점을 전후해서 한국에위로와 힐링의 열풍이 불었고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근데 몇 년 지나고 그런 메시지가 너무 넘쳐나니까 다들 지겹다고 말하는 시점이 된 거다. ‘아프면 환자지 그게 왜 청춘이냐는 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쨌든지겹다. 세뇌되는 것 같다진짜로 각인된다. 진정성도 보인다는 의견이 외부에선 팽팽히 맞서게 된다. 크리에이터, 커뮤니케이터, 브랜드전략가들은 바로 이때 굉장히 위축된다. 그때 물러서면 안 된다. 물론 그 식상함이 진짜인 경우도 있다. 그땐 메시지가 잘못된 경우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이 실패한 상황일 때가 더 많다. 무슨 얘기냐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열심히 광고했는데 그것들이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경쟁에서 지면 말 그대로별거 아닌 걸 포장하는 뻔한 얘기로 전락하는 거다. 기업PR의 경우에는 기업의 잘못된 행태가 드러나거나, 임직원이사고를 치거나 하는 것 등이 문제가 된다. 두산의 경우 최근 관련 대학에서 벌어진 ‘e메일 막말사태가 어려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두산그룹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전략과는 분리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한테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할 순 없다.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하나로 보이기 때문에. ‘두산웨이로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노력하는 것. 사죄할 건 사죄하고 해명할 건 하면서 정공법으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두산은식상함이라는 고비를 넘어일관성을 확보한 거 같다.

 

기업PR 광고에서는 실제의 실행(practice)이 광고 메시지와 부합하다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가져가는 게 맞다. 기업의 가치는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닌데 그걸 광고한다면서 좀 식상해졌다고 바꾸는 게 말이 되나? 풀무원은 늘바른 먹거리라는 메시지를 달고 산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식상하다고 느끼나? 절대 아니다. 신뢰한다. 진정성을 안다. 풀무원이 실제로 바른 먹거리에 거의 집착하다시피 할 정도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풀무원의 식품 첨가물 허용 기준은 식약처 기준보다 훨씬 높다. 근데 그 가치에 동의하는 인재들이 풀무원으로 찾아가고 있다. 경력직을 보면훨씬 더 힘들게 일할 것을 알면서도 왔다는 사람들이 많다. 유한킴벌리는 거의 30년째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외치고 있다. 기업이미지, 사람들의 신뢰, 소비자 선호도 모든 게 그 메시지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솔직히 유한킴벌리가 한국의 산림녹화에 기여한 비중은 10%가 안 될 거다. 사기업 하나가 어떻게 다 하겠나. 산림청이 대부분 한 거다. 그래도 아무도 환경 문제, 지속가능한 성장 같은 거에 신경 안 쓸 때부터 죽어라 외쳐왔고, 이 때문에 산림청도 싫어할 이유가 없다. 메시지가 먼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브랜드 콘셉트, 기업의 실질적 practice, 혹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힘 자체가 우선한다. 그걸 퍼뜨리고 뒷받침해주는 게 광고이고 캠페인이다. 애플은 ‘different’라는 메시지 하나만 던진다. 근데 무지하게 잘 먹힌다. 왜냐? 제품 콘셉트와 기능이 실제로 ‘different’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변화하고 매체환경과 플랫폼도 급변했다. 이럴 때 장기 캠페인은 어떻게 하나?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구매력이 높은 젊은 사람들은 이제본방사수를 위해 두근거리면서 TV 앞에 앉아 있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IPTV를 보거나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들춰보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차분히 보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다. 다 모바일로 흥미 있는 기사만 터치해서 보고 만다. 그리고 SNS로 올라오는 글과 정보를 보고 맘에 들면 공유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광고인들은 처음에 어떻게 하면 광고를 모바일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공간에 올릴 수 있을지부터 고민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광고는 아무리 교묘하게 좋은 위치에 잘 박아도, 사람들은 그걸 피해가고 앱을 통해 걸러냈다. 그게 안 되면 짜증을 냈다. 광고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마이너스인 상황이 된 거다. 스마트폰 광고 클릭 횟수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잘못 눌러서 들어온 경우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가 깨달은 게 있다. ‘광고를 얹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광고 자체를 하나의 재미난 콘텐츠로 만들어소비되도록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이 자발적으로광고지만 진짜 볼 만함이라고 코멘트를 달아 공유하도록 하고 클릭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정보의 홍수,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식상함을 빨리 느낀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장기 캠페인의 가능성이 있다.

 

식상함을 빨리 느끼는 시대에 장기 캠페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기업들이 유행하는 코드에 따라서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광고하는 방식 자체에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당연히 나쁘지 않다. 그런데가치’ ‘메시지조차 변화에 휩쓸려 바꾸고문구도 바꿔버린다. 다들저기 새로운 메시지가 더 잘 먹힌다고 생각하면서 우르르 넘어갈 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보라. 우직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면 그 자체로, 저 기업은 여전히, 그리고 진정성 있게 저 철학을 갖고 실천하는 구나라고 사람들이 알게 된다. 뒤돌아보니 지금은 유행하는 가치도 아닌데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일관성이 진정성으로 각인된다. ‘사람을 강조하고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이젠 분명 핫 한 트렌드가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두산의사람이 미래다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자 비슷한 광고를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힐링, 위로 지겹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싹 다 빼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을 절대 무시하지 마라. 소비자들은 기업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업의 실행과 일관되게 연결되는지를 다 지켜보고 있다. 정보는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시대다. 바빠서 잘 몰랐더라도 나중에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데 유행 따라 흔들리고 약점 감추고 하는 건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지 몰라도 나중에 브랜드 이미지나 기업이미지에 어차피 다 타격이 된다. 우직하고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하고, 실수했으면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라.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세우고 그걸 지키면서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하라. 바른 길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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