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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앤올 ‘국민내비 김기사’

‘길 찾기’ 아닌 ‘길 안내’로 패러다임 전환 엔지니어들의 ‘실용적 도전’ 천만 명 플랫폼 낳다

임일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운영

 

 

이동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던 스마트폰용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하고 6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록앤올국민내비 김기사의 성공비결

1. 내비 사용의 주 목적은길 찾기가 아니라길 안내라는 점을 간파. 실시간 교통상황 제공에 서비스 최적화

2. 독창적인벌집 UI’ 구조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벌집 폴더 공유를 통해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티 형성. ‘솔루션에서플랫폼으로 진화

3. 마케팅과 홍보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창업자의 SNS 활동을 통한 입소문 홍보로 승부

 

 

2014 12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광명시에 첫 한국 매장을 열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에 국민적 호기심이 쏟아지면서 주차장에 들어가는 데만도 수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이케아 버즈(buzz)를 이용해 큰 홍보효과를 거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자동차 길 찾기, 이하내비’) 서비스국민내비 김기사. 이 회사의 박종환 공동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정보 때문이었다.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김기사 내비 이용자들이 검색했던 목적지 순위를 살펴봤더니 이케아가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쇼핑 카테고리 안에서는 1, 2위를 단골로 차지했던 이천,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세 배 이상의 차이로 제쳤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 1)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오후 2시에 피크를 찍고 이후부터는 급감하는 그래프를 보이고 있네요. 혹시 이케아를 방문하실 계획인 분들은 오후4∼5시 이후에 출발하시면 그나마 상대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썼다. 이 정보는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됐고 각종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화제가 되면서 김기사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교통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반년이 지나 2015 5,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카카오는 김기사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록앤올의 지분 100% 626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창업자 세 명은 지분 매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경영권도 계속 보장받았다. 다시 한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스타트업 대박의 모범 사례라는 평이 이어졌다. 특히 세 명 모두 서울의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이 아니라 지방대를 졸업한 중소기업 엔지니어 출신들이라는 배경이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내비는 SK텔레콤, KT, LG U+ 등 이동통신 3개 회사가 모두 독자 서비스를 하고 있다. 거대한 자금력과 가입자를 가진 막강한 경쟁자가 자리 잡고 있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 록앤올은 이들 통신 거인에 비해 인력과 마케팅 예산에서 절대 열세다. 마케팅이나 언론홍보에 의미 있는 비용을 투자한 적도 없으며 심지어 회사 웹사이트도 구색만 유지하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 창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운영 중인김기사카페와 창업자 세 명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과 김기사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립 5년 만에 김기사의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티맵은 가입자가 1800만 명이지만 SK텔레콤 고객에게 모두 기본으로 탑재된다는 점에서 가입자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2015 6월 기준 김기사의 월간 유효 사용자는 약 200만 명, 월간 주행 건수는 1500∼2000, 월간 검색건수(여러 경로 비교 포함) 12000만에 달한다. 그동안 2011년 대한민국 모바일앱어워드 방송통신위원장상(대상), 2012년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15 고객감동브랜드지수(K-CSBI) 스마트폰 내비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거대 통신사의 견제를 뚫고국민내비라는 별명을 얻은 김기사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상경에서 창업까지

김기사를 만든 주식회사 록앤올 공동창업자 김원태, 박종환, 신명진은 부산대 대학원 동창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흉흉했던 시기에 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서울의 중소기업 KTIT에 취직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KT에서 사내 벤처로 분사한 이 회사는 인터넷()에서 보는 지도를 만들었다. 2000년 다시 이 회사 직원 일부가포인트아이라는 휴대전화용 지도 및 위치정보 서비스 개발업체로 독립해 나왔다. -- 3인방도 여기 합류했다. 포인트아이는 2004년 출시한 휴대전화용친구 찾기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업계에서 유명해졌다. 2005년에는 최초의 휴대전화 기반 내비 서비스인케이웨이즈를 개발했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포인트아이는 곧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당시 휴대전화 부가서비스들은 개별 이동통신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입점이 가능했다. 즉 서비스 개발업체들은 이통사가 발주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하청업체나 다름없었다. 또 무선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2G 통신망을 통해 휴대전화로 내비 앱을 실행시키려면 데이터 사용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따라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는 위피(WIPI)라 불리는 지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사용해야만 했다. 개발자가 창의성이나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록앤올 창업자 박종환, 신명진, 김원태(왼쪽부터)

 

2009년 무렵아이폰 쇼크가 터지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아이폰이 수입되면서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주력 상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금세 스마트폰이 대세가 됐다. 피처폰용 서비스를 납품하던 포인트아이는 어느새 시대에 뒤처진 회사가 됐다. 경영자는 회사를 대기업 계열사에 매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고객사였던 통신대기업이 포인트아이의 내비 납품계약을 해지했다.

 

이를 계기로 박종환, 김원태, 신명진 3인은 용역업체 인생에 미련을 버렸다. 10년 넘게 벤처업계에서 고생한 대가가 퇴직금 수천만 원과 배신감이라면 차라리 이게 잘된 일이다 싶었다.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위치기반 서비스와 내비 서비스를 결합해 스마트폰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면 단독으로 승부해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적어도 한국에서 자신들보다 이 분야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믿었다.

 

김원태 대표는 제품 담당, 박종환 대표는 사업과 대외업무 총괄을 맡기로 했다. 신명진 부사장은 개발을 담당했다. 4명의 포인트아이 동료가 더 합류했다. 회사 이름 록앤올은 ‘Location & All’이라는 뜻과록앤롤(로큰롤) 음악을 듣듯이 즐겁게라는 뜻을 담았다.

 

과거 피처폰 시대에 내비게이션과 위치정보 서비스는 각각 독립된 시장을 형성했다. 내비는 차량 대시보드에 장착하는, GPS(위성항법장치)와 지도정보를 이용해 길을 찾아주는 전자기기를 일컬었고, 위치정보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인근 지역 정보를 전달하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의미했다. ‘친구 찾기’ ‘주변 맛집 검색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두 서비스가 겹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내비는 주로 GPS 시스템을 이용하고 위치정보는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엔 이 두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빠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3G 데이터망이 열리고 스마트폰에도 GPS 기능이 장착되면서 언제 어디서도 위치 확인과 지도 검색이 가능해졌다. 굳이 차량용 내비 기기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길 찾기와 지역 정보 전달 기능이 모두 가능해졌다. 차량용 전용 내비 판매는 줄고, 스마트폰 내비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림 2)

 

 

포인트아이 시절 위치정보와 내비 서비스를 다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김--신 트리오는 이 점을 노렸다. 더 이상 이동통신사의 통제 없이 독자적으로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을 흥분시켰다. “잡스님께서 아이폰을 만들어주셨다. 프로그래머들이 폰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반 사람들과는 달랐다. 애플은 그냥 예쁜 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우리는 돈이 없었을 뿐이지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신명진 부사장은 회상한다.

 

그런데 돈은 정말 없었다. 창업자 3명이 퇴직금 5000만 원씩을 모아 설립자본금을 댔지만 몇 달 만에 소진돼 기술보증보험에서 융자를 받았다. 투자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벤처 투자자들이 이들을 멀리한 이유는 명백했다. 이동통신 3사는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내비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다. 이동통신사 내비는 스마트폰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돼 삭제도 불가능하다. 차별적 우위를 누린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로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해야 하는 록앤올의 내비는 무모한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돌파구는 결국 제품 경쟁력에서 찾아야 했다.

 

통신사 납품의 굴레를 벗다

록앤올 직원들은 포인트아이 근무 막바지에 KT LG텔레콤용 스마트폰 내비를 개발해 납품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회사에서는 그레거시소스1 를 버렸다. 무에서부터 다시 설계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개선되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환경을 최대한 살려서 최고 성능의 애플리케이션을 마음껏 개발해보고 싶었다.

 

“용역을 받아 만들 때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독자적으로 만들 때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통사 용역을 받을 때는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그쪽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우리의 고객은 사용자가 아니라 이통사의 담당 사업부장이었다. 그분들이 고객을 대표하는 건 아니다. 고객들은 이런 걸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그분들의 맘에 들지 않으면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어도 점점 소극적으로 낼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의욕도 떨어졌다.” 신명진 부사장의 말이다.

 

나중에 한 통신사 담당자는 ‘(우리에게 납품할 때에 비해) 왜 이렇게 성능이 좋아졌냐며 항의 섞인 전화를 걸어왔다. 통신사에 납품하라는 제안은 수시로 들어왔다. 하지만 록앤올은용역 같은 건 다시는 하지 말고 우리 브랜드로만 가자는 초심을 유지했다. 신 부사장은용역은 너무 달콤해서 거기에만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과 용역업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계약을 바꿔버린다. 이통사들은 매년 수조 원씩 벌지만 협력업체들은 오래 살아남은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는 그런 환경으로는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내비의 이름은 토론 끝에 신 부사장이 제안한김기사로 정해졌다. 당시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따왔다. “싼 티 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화제가 된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돌아보면 훌륭한 결정이었다. 대부분의 김기사 사용자들은 록앤올이라는 회사 이름은 기억 못해도 김기사라는 서비스명은 기억한다.

 

차별화 포인트

창업자들은 모두 엔지니어였고 직원 수가 40여 명으로 늘어난 2015 6월 현재까지도 인력의 대부분은 엔지니어다. 마케팅에는 애초부터 관심도, 재주도 없었다. 직원들의 역량은 제품력에 집중됐다. 스마트폰 시대엔 제품만 좋으면 입소문을 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들은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2가지 전략을 세웠다.

 

1) 내비는 길 찾기? (X) 내비는 길 안내! (O)

포인트아이 출신의 김기사 개발자들은 위치정보와 내비의 장점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차량용 내비와 피처폰용 내비 서비스 이용자의 이동경로를 분석해봤더니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사용자 대부분은-회사-처럼 매일 가는 길을 갔다. 차량 주행시간 대부분 내비는 값비싼 블랙박스2 역할만 했다.

 

 

따라서 개발팀은내비는 길 찾을 때 쓰는 도구다라는 고정관념을 깨자고 생각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떤 길로 가야 막히지 않고 빨리 도착할까, 지금 출발하면 몇 시쯤 도착할까가 궁금할 뿐이다. 따라서 길을 찾아주는 기능은 기본으로 하되 여러 경로 옵션을 제시하고 각각의 소요시간을 예측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내비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내비를교통정보 단말기혹은교통 뉴스 시스템으로 본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GPS 기능이 기본 탑재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교통정보를 어디서 얻는가였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와 통신사 내비들은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청에서 공개하는 고속도로와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 정보를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이 공공 데이터의 효용성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보를 수집하는 포인트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고,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도 시간(lead time)이 걸렸으며, 고려해야 할 자잘한 변수가 많았다. 특히 공공데이터는 복잡한 시내에서 정확도가 떨어졌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량 수집 장치가 신호등 앞쪽에 있느냐, 뒤쪽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교차로 통과 예측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김기사 개발팀은 경찰과 도로공사의 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대신 김기사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방금 전 올림픽대로로 한남대교반포대교 구간을 지나간 사용자가 있다면 거기에 걸린 시간을 다른 사용자들의 운행시간 예측에 쓸 수 있다. 강 건너 강변북로 한남대교반포대교 구간을 지나간 사용자의 소요시간과 비교해 더 나은 경로를 추천해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일수록 예측치가 정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경찰이 교통량을 따로 조사하지 않는 길의 교통정보도 알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분석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짜야 하고, 또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서 계속 정보를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 부담이 커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중요했다. 가입자 수로 업계 1위인 이동통신사의 경쟁 제품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주요 도로의 이용시간대별 과거 데이터를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사용자들의 실시간 데이터를 더해서 경로를 분석한다. 이동통신사의 내비 서비스들은 피처폰 시절부터 10년 넘게 이어온 전통 때문에 과거 데이터 통신이 지금처럼 빠르고 원활하지 않던 기준에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마트폰 환경에 맞게 기획된 김기사 내비는 정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100% 실시간 사용자 이동 데이터만 사용하기로 했다. 교통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과거의 데이터가 가진 미래 예측력이 높지 않다. 과거 데이터 분석으로도 주요 도로의 일반적인 교통량 패턴은 얻을 수 있지만 각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이를 적용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김기사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에올인한 것이다. 이는 3G 통신망이 전국에 빠르게 보급됐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대신 김기사는 5분에 한 번씩만 정보를 수집해 불필요하게 많은 데이터가 오가는 것을 방지하고 서버 트래픽을 최적화했다. 실제로 월간 주행경로 수 1500∼2000만 건, 경로검색 건수 120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데이터가 사용자들의 스마트폰과 김기사의 중앙 서버를 오고가지만 서버 운영비(2015년 상반기부터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경영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10년 넘게 위치정보와 내비 분야에서만 파고든 개발팀의 노하우, 그리고 클라우드 산업의 눈부신 성장 덕분이다.

 

시스템과 데이터가 분리된 김기사의 설계 구조는 2013년 말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됐다. 경쟁사 제품은 자체적으로 수집한 교통패턴 데이터가 시스템 안에 내장돼 있다. 하지만 김기사의 시스템은 교통 데이터를 그때그때 받아서 분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본이든, 중국이든 해당 지역의 지도 데이터와 교통 데이터만 얻을 수 있다면 쉽게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신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의사결정 구조가 간단한 것도 도움이 됐다. 경쟁사 제품들은 과거 포인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동통신사의 결재 과정을 거쳐야 개발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트렌드에 대한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늦다. 이에 비해 록앤올은 CEO부터 이 분야에 정통한 엔지니어 출신이라 그때그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DBR Mini Box

 

 

플랫폼 전략i

플랫폼 전략이란 어떤 분야에서 기반이 되는 인프라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모이면 이들 사용자로부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수익을 얻는 모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음악이나 앱이라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사용자들과 앱개발자, 음원 판매 회사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얻는 수익을 일부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 플랫폼에서 다른 기업들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

 

 

플랫폼의 가치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니즈에 대한 해결책(solution)을 제공해야 하고, 거기에 추가해서 기대 이상의 뜻밖의 가치(serendipity)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튠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콘텐츠나 앱을 쉽고 적은 비용으로 얻고 싶다는 니즈의 충족을 위해서(solution) 사용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의외의 재미있는 앱이나 노래를 발견하는 즐거움 등도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큰 요인이다.

 

 

효과적인 플랫폼 전략을 위한 조건

플랫폼 전략은 모든 경우에 다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단은 다른 경쟁자보다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들이 일단 모인다. 그 다음으로는 이들을 붙잡아 두고 자주 오도록 하는 세린디피티가 필요하다. 이것은 사용자와 다른 참여자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조건하에서 더 효력을 발휘한다. 아이튠즈의 경우 원래 생각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나 앱을 발견할 가능성은 그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나 앱을 제공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커진다. 페이스북에서 뜻밖의 친구를 발견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발견할 가능성은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커진다. , 사용자와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에서 플랫폼 전략이 잘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사용자와 참여자를 빨리 확보하는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플랫폼 경쟁에서 사용자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벌집 UI

대부분의 내비 사용자는 매일 똑같은 목적지를 오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개발팀은즐겨찾기기능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드는가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퇴근길에 올림픽대로를 탈지, 강변북로를 탈지만 궁금한 사람이라면 미리 목적지를 등록해놓는 것이 편리하다. 대부분의 내비 제품에는 이런 즐겨찾기 기능이 있는데 김기사는 최대한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만들어보자고 궁리했다.

 

국내외 사례들을 조사하고 여러 가지 안을 놓고 토론한 끝에 사용자 현재 위치를 중앙에 두고 자주 가는 곳을 주변에 배치하는 벌집 모양의 UI를 골랐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방향, 거리에 따라 벌집도 자동으로 재구성된다. 예를 들어 출발지인이 강서구 화곡동이고 목적지인회사가 강남구 삼성동이면회사는 벌집지도 위에서 오른편(동쪽)에 표시된다. 그런데 현재 사용자의 위치가 부산이라면회사는 벌집지도 왼편 상단(북서쪽) 가장 끝부분에 표시된다. 이용자가 방향과 거리를 가늠해 원하는 목적지를 직관적으로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벌집구조 UI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꾸준히 개선됐다. 1000곳 넘는 거래처를 모두 등록해놓고 싶다는 이용자 의견이 있었다. 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은 폴더 형식으로 벌집을 축소-확장 시키게 만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하면 수천 개의 장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 기능은 2013년 김기사 2.0 버전에 적용됐다.

 

폴더형 벌집구조는 사용자 편의성도 높였지만 부가적인 효용도 창출했다. 자신만의 벌집 정보를 폴더로 저장해서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보니 사용자들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벌집 폴더를 공유할 수 있는 김기사광장메뉴에 올라온 인기 순위를 보면 사용자들이 올린 맛집과 관광지 리스트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 3) 서울의 대형마트와 같은 생활정보형 폴더도 인기 있다.

 

무료 전환과 SNS 홍보전략

2011년 아이폰 버전 출시 당시 김기사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였다. 무료로 배포되는 이동통신사의 내비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가입자가 생각만큼 빨리 늘지 않았다. 이듬해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무료로 풀어서 일단 사용자 수를 늘리고 충성도와 트래픽을 올리는 한편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자는 계산이었다. 광고 수익 모델은 크게 5가지로 구성했다.

 

1) 벌집 광고: 벌집폴더 안에 들어가는 광고. 자동차보험, 중고차 매매 등

2) 인트로 광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면 전체 화면으로 뜨는 광고

3) 주행 음성 광고: 라디오처럼 읽어주는 광고

4) 푸시 광고: 앱 알림을 허용한 사용자에게 메시지 형태로 전달되는 광고

5) 동영상 광고: 지도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때 나오는 동영상

 

 

 

 

광고 수익은 김기사가 투자자를 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정확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비공개다). 몇몇 이동통신사에서 김기사 시스템을 납품하라는 제안이 빈번히 들어왔지만 경영진은 독자 브랜드의 생존을 고집하며 버텼다. 그러는 동안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2 3 100만 명에서 1년 만에 400만 명까지 늘었다. 마침내 창립 2년 반 만인 2012년 말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1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엔 복수의 투자자로부터 4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폭증한 가입자 수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교통 데이터의 가치를 투자업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2015 6월 현재 가입자 수는 약 1000만 명이다. 이 중 매월 한 번이라도 김기사를 사용하는 사람(월간 유효 사용자)은 약 200만 명이다. (그림 4) 입소문, 그리고 호의적인 언론의 보도 덕이 컸다. ‘이케아 방문시간 안내사례에서 보듯 박 대표가 시의적절한 빅데이터 자료를 소셜 계정을 통해 언론사와 지인들에게 알리는 전략이 주효했다. 골프장 검색 랭킹, 아파트단지 검색 랭킹, 전국 영화관 방문 랭킹 등 운전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데이터를 꾸준히 공유했다. 2015년 설날 연휴를 앞두고는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2014년 데이터를 분석해 고속도로 운행 가이드를 내기도 했다. 친근한 브랜드 명도 도움이 됐다.

 

한편으론 사용자 폭증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2014년 추석 연휴 중에 귀성길 검색건수가 폭증하면서 서버 트래픽이 몰려 서비스가 4시간가량 중단됐다. 2015년 설날 연휴에는 대비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2시간30분 먹통이 됐다.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 보도되면서 김기사 가입자 수는 더 늘어났다. 어쨌든 회사는 두 번의 사고를 계기로 서버 운영을 클라우드 서버 운영 업체인 아마존(AWS)에 맡겼다.

 

김기사는 외부 서비스와 연동이 쉬운오픈 API’ 구조로 설계됐다. 따라서 다른 서비스와의 제휴도 쉽다. 2015 3월에는 다음카카오의 콜택시 서비스인카카오택시에 김기사가 연동됐다.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르면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김기사가 실행된다. 손님이 입력한 목적지로 자동 설정되기 때문에 손님도, 기사도 편리하다. 카카오택시 서비스 때문에 김기사를 쓰게 됐다는 택시기사도 늘어났다. 4월에는 또 다른 콜택시 앱인티머니택시’도 김기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솔루션’에서플랫폼으로 진화

김기사의 성공 사례는 인터넷과 모바일 업계의 기본 전략 중 하나인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교훈을 준다. 사실 차량용 내비 서비스는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는 아니다.(‘플랫폼 전략참조.) 일반적으로 내비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솔루션이다. 다른 사용자가 같은 내비를 사용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기사는 플랫폼 전략에서 일종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솔루션측면이 강하다.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려면솔루션세린디피티가 모두 필요하지만 솔루션이 약하면 세린디피티가 아무리 강해도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고 정확한 길안내 기능이 있는 김기사는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었다.

 

거기다가 김기사는다른 사용자의 운행정보 사용벌집 공유두 가지 서비스를 적용함으로써 세린디피티를 추가한 셈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로의 운행정보 데이터를 분석해 길안내가 더 정확해 지고, 또 가볼 만한 곳에 대한 더 좋은 정보가 생긴다. 김기사는 이렇게 해서솔루션에 불과했던 내비 서비스를 플랫폼 전략이 더 잘 적용되는 서비스로 바꾸어 버렸다.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세린디피티를 만들 수 있게 된 기회가 생기고 있음을 잘 포착하고, 이에 맞게 빠르게 변신한 것이 주효했다.

 

 

어떤 분야에 플랫폼 전략이 잘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면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사용자 확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는, 특히 한국의 사용자들은 유료로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인색하다. 그래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용자를 확보한 후 부가 서비스 판매, 광고 노출 등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김기사가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하는 것은 이런 한국 모바일 시장의 특성에 맞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또한 내비게이션 플랫폼인 김기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플랫폼으로 입지가 탄탄한 다음카카오와의 결합은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매각과 향후 계획

2015 5월 다음카카오는 록앤올의 지분 100% 62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인의 창업자는 지분 매각으로 재정적인 보상을 받았다. 록앤올의 경영권도 계속 보장받았다. 회사는 든든한 지원자가 생겼기 때문에 광고 수익과 운영자금 확보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 시스템 개발과 개선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지리적 시장 확대를 위해 일본과 중국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2013년 말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일본의 쇼분사로부터 내비 지도 데이터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안에 일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개발이다. 이미 광고가 효과적인 수익모델로 자리를 잡았고 월 200만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가치도 인정받았지만 매출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 외에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자들의 운행정보를 기반으로 유용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모델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록앤올은 다음카카오와 함께 여러 가지 O2O(online to offline) 사업 전략을 그리고 있다. 우선 맛집 소개 등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도 그중의 일환으로 탐색 중이다. 김병무 마케팅 팀장은기존의 블로그 검색 결과는 업체들의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순수성과 신뢰성을 잃고 있다. 그러나 김기사는 실제로 상호를 검색하고 방문한 사람의 데이터, 즐겨찾기 벌집 등록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사용자의 선호도뿐 아니라 이들이 언제(time), 어디서(place), 어떤 상황에서(occasion) 방문하는지의 종합적인 정보와 입체적인 동선 정보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높다. 이런 입체적 TPO 데이터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어떤 내비 업체도, 어떤 인터넷 업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림 6)

 

두 번째 과제는세린디피티의 강화다. 만일 김기사와 유사하거나 더 나은 성능(더 정확한 안내, 더 향상된 사용편의성, 더 적은 데이터 사용 등)을 가진 경쟁 솔루션이 등장한다면 이에 맞서 경쟁하는 수단으로는 플랫폼의 두 번째 특성인 세린디피티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는 김기사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맞닥뜨릴 서비스가 솔루션 측면에서 김기사와 비슷한 경쟁력이 있다면 세린디피티 효과가 좋은 경쟁 무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실시간 교통정보활용과 벌집 공유 외에 어떤 세린디피티를 개발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임일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il.im@yonsei.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 임일 임일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il.lim@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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