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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바앤 ‘라바’의 본 글로벌(born global) 전략

단출한 캐릭터·짧은 스토리·무료 노출… 저예산 대응전략, 스마트폰 돌풍 탔다

정지영,김재범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투바앤의 애니메이션 라바는 최근 콘텐츠 분야의 성공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두 마리 애벌레가 미국, 중남미 등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새로운 플랫폼에 최적화한 콘텐츠, 반전을 활용한 캐릭터 창작, 문화적 장벽의 최소화,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문화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손혜령(다트머스대 경제학과 4학년) 씨와 유준수(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뉴욕 52번가 횡단보도 앞 하수구 밑. 성격이 급하고 까다로운 레드(Red)와 식탐이 많고 바보스러운 옐로우(Yellow)가 살고 있다. 씹다 버린 껌,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동전, 반지 등이 매일 하수구 아래로 떨어진다. 두 벌레는 이런 것들로 인해 곤란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두 마리 벌레의 평범하면서도 유쾌한 일상을 담은 애니메이션라바의 줄거리다. 라바는 매회 2분 안팎의 슬랩스틱 코미디1 가 기본 콘셉트로, 애벌레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낸다. 한국에서 만든 이 두 마리 애벌레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미국 최대 주문형비디오(VOD) 업체인 넷플릭스와 방영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인어권 최대 미디어방송사인 멕시코 텔레비사와 계약을 맺었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는 상품화 에이전트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세계 주요 국가에 모두 라바를 수출했다. 유튜브 조회 수는 억 단위를 훌쩍 넘어섰으며 조회 수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2009 WAF(Web Animation Festival) 대상, 2012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어워드 문화부 장관상, 2013년 중국 제19회 상하이TV 페스티벌 최우수상, 콘텐츠 어워드 부문 대통령상을 받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제 에미상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기와 함께 매출도 동반상승했다. 2013년 전년 대비 270%, 지난해는 2013년 대비 140% 각각 성장했다.

 

라바 시즌1, 시즌2, 시즌3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현재는 시즌4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많다. 라바는 콘텐츠 방영권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이용한 문구류, 인형 등 다양한 부가산업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년 국내에서만 수십 개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가 태어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가운데 라바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열한 레드오션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사고뭉치 애벌레 두 마리가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킨 비결이 무엇인지 DBR이 분석했다.

 

 

투바앤의 좌절

라바를 만든 회사는 투바앤이다. 투바앤은 컴퓨터그래픽(CG) 전문기업넓은벌동쪽의 총괄 본부장으로 있던 김광용 대표(51)가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CG 분야에서 유명한 비손텍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2001년 넓은벌동쪽을 창업했다. 매출도 괜찮았고 업계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회사를 세우고 3년 만에 사옥을 지을 정도로 탄탄대로였다. 그러자 김 대표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CG가 창의적인 일이긴 하지만 결국은 주어진 스토리나 콘셉트에 맞춰서 후반 작업을 하는 일일 뿐이었다. 좀 더 사업적으로 한계가 없는 일, 기획부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성까지 고려해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장고 끝에 나온 답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인터넷 게임에서도 CG가 접목되긴 하지만 게임 엔진 개발 등은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애니메이션은 넓은벌동쪽에서 하고 있는 일에서 기획 분야만 추가하면 대략적인 프로세스가 비슷할 거란 생각이었다.

 

잘되던 기업을 두고 갑자기 애니메이션 사업을 얘기하니 주변에서 반대가 컸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애니메이션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게 지인과 주주들의 주장이었다. 주변의 반응과는 반대로 김 대표는 성공 가능성에 좀 더 비중을 두고 결정을 밀어붙였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콘텐츠 기획 부문에 방점을 둔 와이드이스트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 와이드이스트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여러 경로에서 사업기회를 엿보던 김 대표의 눈에 투바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투바엔터테인먼트는 넓은벌동쪽의 파트너 기업으로 기획력이 수준급이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2006년 말 즈음에는 재무상태가 최악에 이른 곳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본인이 대주주로 있던 와이드이스트와 투바엔터테인먼트를 2007년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후 본격적으로 작품 작업을 시작했다. 합병 당시 <비키와 조니>라는 작품을 제작 중이었고 <오스카의 오아시스>와 관련해서는 제작비를 유치하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김 대표는 열정을 갖고 작품을 완성했고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해외에 방영권을 수출하고 애니메이션 분야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결과적으로 회사 매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마케팅 활동 과정에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두 작품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2011 10월쯤이 되자 회사 상황은 매우 악화됐다. 한때 90여 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20명으로 줄었고 부채는 40억 원으로 불었다.

 

 

 

 

 

접근방식을 바꾸다

계속된 실패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투바앤에 당시 제작 중이던 라바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라바마저 성공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2011년 투바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 이름도 투바앤으로 바꿨다. 두 작품의 실패는 김 대표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비키와 조니, 오스카의 오아시스는 모두 유럽에서 투자를 받은 애니메이션이었다. 국내에서 자금조달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외부 투자를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김 대표가 열심히 뛰어다닌 끝에 당시 유럽에서 제작비의 70% 이상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투자받아서 제품을 제작한 것까진 좋았는데 작품을 만들고 나니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사업의 한계를 없애고자 하는 꿈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넓은벌동쪽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한계가 느껴졌다. 스스로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사업 전반을 기획하는 게 불가능했다. 돈을 투자한 곳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투자자의 입맛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대표는저예산이라도 우리끼리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외부 수혈이 없으니 라바의 제작비는 전작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아껴야 했다. 캐릭터 수가 많을수록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캐릭터 수를 기존 애니메이션보다 적은 4∼5개 정도로 했다. 한정된 제작비에 에피소드마다 스토리는 새로워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경도 하수구로 좁혔다. 하수구 위에서 떨어지는 다양한 것들로 인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글로벌화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택한 것은 온전히 해외 진출을 고려한 것이었다. 실패에 대한 고민은 마케팅 역량의 부재를 실감하게 했고 김 대표는 전에 없던마케팅본부를 새로 꾸렸다.

 

라바는 김 대표로 하여금 사업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2000년대 중반은 IT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다. 또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나 유명 캐릭터들은 대부분 거대 자본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업이 영상을 만들고, 자신들이 가진 자체 방영채널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극장 등을 통해서 홍보했다. 디즈니 같은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디즈니만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없었다. 그때 인터넷과 모바일을 생각했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중화할 것이라고는 예측 못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을 잘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분명했다. 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영상을 보고,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다면 자본이 없는 투바앤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에피소드 포맷 자체를 짧게 만들기로 했다. 압축적으로, 짧은 시간에 투바앤이 만든 것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분이 조금 넘는, 혹은 2분 안팎의 에피소드들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실제 김 대표의 생각보다도 빨리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국내를 넘어 세계 어느 곳에서든 투바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라바의 탄생

작품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콘셉트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타깃은 전 연령층으로 했다. 아이들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TV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지향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것이란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해 영화로 만들어지면 관람층은 영유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온 연령층이 된다. 이 말은 유치원에서 단체관람하는 데 그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라 온 가족이 보고 싶은 작품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콘텐츠에 더 깊은 것을 녹여내고자 했다. 영유아들은 방귀 끼고, 콧물을 흘리는 다소 원초적인 개그나 자극적인 표정에 웃고 열광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뭔가가 더 필요하다. 좀 더 의미 있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원한다. 투바앤은 이 두 타깃층을 모두 포섭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

 

투바앤은 슬랩스틱의 아이콘인 찰리 채플린을 라바에 녹여내고자 했다. 김 대표는깊게 생각할 만한 메타포 없이 몸을 통한 직설화법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 몸과 마음이 지친 모두를 미소 짓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각박하고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요즈음 이런 코미디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기획의 기본배경이었다. 기획팀은 코미디에다 차별화 요소를 더했다. 기존 곰이나 펭귄, 토끼와 같이 귀엽고 흔한 캐릭터가 아니라 희소하고 독특하며 기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지 않던 애벌레를 선택했다.

 

콘셉트를 정한 다음에는 디자인이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애벌레를 캐릭터로 선택한 만큼 더 많은 스케치가 필요했다. 캐릭터와 아이디어를 적은 글로 가득한 스케치 노트는 책상 위에 매일 수북이 쌓여갔다. 그 어느 때보다 스케치 작업이 많이 이뤄졌다. 글로벌화를 계획한 만큼 추후 문화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들은 기획, 디자인 과정에서부터 배제했다. 우리에겐 웃기는 것이더라도 외국에서는 금기시되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리고, 심사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치는 반복작업이 지루하게 계속됐다. 직원들은 생사가 걸린 작품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덕분에 캐릭터는 매일 발전했다.

 

레드의 기본 콘셉트는성격이 불같고 화를 잘 내는 까칠한 캐릭터. 이 때문에 기본색을 빨강으로 했고, 눈두덩이를 강조해서 화난 표정을 잘 지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키 큰 사람이 싱겁다라는 말을 생각했을 때 몸집이 작은 편이 캐릭터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릴 거라 판단해 레드를 다른 캐릭터에 비해 작게 그렸다. 원래는 레드의 눈썹이 일자였다. 그런데 서양에서 일자 눈썹은 범죄자에게 유전된다는 미신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눈썹을 아예 빼버렸다. 주인공보다 더 공을 들인 캐릭터가 옐로우였다. 레드에게 당하면서도 착한 옐로우는 라바 전체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캐릭터에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스케치를 했다. 디자인에도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추벌레를 모티브로 했고, 순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란색으로 했다. 원래는 얼굴에 점이 있었는데 느낌이 너무 강렬해지는 것 같아 나중에 빼버렸다.

 

 

이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레드, 옐로우는 캐릭터의 정식 이름이 아니라 제작과정에서 편하게 부르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르던 것이었다. 회사 관계자는두 애벌레의 생김새가 약간 남미 스타일이라서 로드리게스나 산초로 지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대사가 없어 이름을 불릴 일이 없으니 그냥 알기 쉽게 몸 색깔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이게 뭐냐” “정식으로 이름을 짓는 게 낫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캐릭터의 이름을 쉽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후 라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몸 색깔을 이름으로 하게 됐다. 이후 탄생한 라바의 다른 캐릭터 이름은 브라운, 블랙, 핑크 등이다. 라바의 기본은 이렇게 구상됐다.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다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를 제대로 살릴 스토리가 필요하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캐릭터의 상황만으로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더욱 정교해야 한다. 에피소드가 200개가 넘다보니 스토리팀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아이디어화했다. 애니메이션 한 회가 2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특별히 거대한 의미를 담을 필요도 없었다. 물을 마시고, 껌을 씹고, 화장실을 가는 등의 평범한 일상도 좋은 소재가 된다. 주인공이 벌레이고, 하수구 위에서 온갖 것들이 떨어지는 기본 설정을 고려하면 오히려 사소한 것들이 예상치 못한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직원들은 사람들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입장이 되려고 애썼다. ‘어떤 상황이 되면 하수구 밑에 사는 벌레가 당황할까’ ‘하수구 밑의 상황은 어떨까’ ‘벌레의 친구는 누구일까. 아이디어로 고민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콘티는 점점 구체화됐다. 평균적으로 직원 한 명이 스토리 개발에 2∼3주 매달리면 한 편의 영상 콘티가 나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콘티는 전체 직원 앞에서 시사회를 한다. 스토리팀이나 디자인팀, 혹은 CEO만 콘티나 스토리에 대해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모든 직원에게 보여주고 그들에게 합격점을 받아야만 본편 제작으로 넘어갈 수 있다. 투바앤의 말단 직원이 제시하는 의견도 시사회에서는 비중 있게 받아들여진다. 직원들이 만장일치로 만족하면 영상 콘티는 메인 제작팀으로 넘어간다. 직원들을 만족시켰다고 해서 여기에서 스토리텔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제작팀으로 넘어가서도 이야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제작팀에서도 스토리팀과 마찬가지로 영상 콘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내용을 더욱 끌어올리고 검증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짜고, 스토리팀을 통과하고, 전체 직원 시사회를 거친 후에도 또 한번 스토리의 강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한 번 통과가 끝이 아니라 단계를 거칠 때마다 스토리가 보강된다. 이렇게 약 30명의 제작 인력이 6∼8주 정도 일을 해야 하나의 에피소드가 완벽하게 탄생한다.

 

힘든 작업과정이었지만 직원들은 웃는 일이 더 많았다. 투바앤의 철칙 중 하나가자신이 웃지 않으면 남을 웃길 수 없다였다. 직원들은 사소하더라도 일상에서 자신을 미소 짓게 했거나, 웃게 했던 많은 상황들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보니 그림을 그리면서,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사무실 곳곳에서’ ‘푸흡하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런 문화는 투바앤에서는 일상이었다. 아무도 이런 분위기에 핀잔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은 웃음소리가 많이 들려올수록 성공적인 에피소드란 느낌이 들어 좋아했다. 특히거미웃음편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많이 웃게 했는데 웃음편은 블로거들 사이에서웃다가 죽을 뻔할 정도로 웃기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에서의 실패를 바탕으로 미국식 감성도 좀 더 추가했다. 미국 특유의 냉소적인 토크 코미디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렸다. 한국적 정서인()’도 넣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챙겨주는 레드와 옐로우는 한국뿐 아니라 뉴욕, 유럽 등 해외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다음은 재미난 스토리와 그림을 가지고 이를 생생하게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영상 작업은 기술력과 시간, 또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손으로는 10분이면 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려면 이틀이 걸리곤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투바앤 직원들은처음부터 이렇게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에 올린 일부 작품에서 반응이 오자 점차 확신을 갖게 됐다만드는 사람이 즐거우니 그것을 봐주는 분들도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의 자율성 존중

라바의 성공 배경에는 직원의 자율성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두 가지다. 외부적으로는 투자유치와 상품화 계약 관련 등의 일이고 내부적으로는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많은 직원들도 이 점에 동의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CEO나 대표들이 모든 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바앤은 다르다. 김 대표는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 창의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인 조직에서 직원 개개인의 의견과 개성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말단 직원의 경우라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다. 대표와 부서장 등이 큰 그림을 그리지만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움직이는 많은 디테일한 것들은 부서 차원에서 결정된다. 투바앤은 경영지원본부, 제작본부, 마케팅사업본부, 완구사업부, 디자인본부 등 5팀으로 나눠져 있다. 이들의 각 업무는 명목상 분리돼 있지만 영상 콘티를 볼 때는 전 직원이 모여서 하고 모두가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낸다. ‘따로 또 같이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조직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공동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신경 썼다. 그래서 투바앤은 회식이 잦다. 회사 옥상에 100여 명의 직원이 모여 고기파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서 내에서 뿐만 아니라 부서 간의 회식도 필수다. 야근도 많고 힘든 일을 같이하는 만큼 서로 격려하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김 대표도 회식에 빠지지 않는다. 팀 회식이든, 부회식이든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참여해서 신입사원부터 부서장까지의 의견을 듣는다. 성공에 대한 다짐과 자율적인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조직문화는 날로 좋아졌다. 회사 관계자는이곳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다들 강했고 나는 그것들을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율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투바앤만의 특별한 제도도 있다. 바로 이야기의 핵심 아이디어를 내거나 콘티를 짠 사람의 이름을 영상에 넣어주는 것이다.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넣고, 바로 아래에스토리보드 - ○○○’ 이런 식으로 이름을 넣는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여러 사람이 힙을 합쳐 만든 것이지만 주도적으로 기여한 직원에게 좀 더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작업한 직원들은 자기 이름이 올라간 것을 굉장히 뿌듯하게 느끼고 업무에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 역시 직원들끼리의 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김 대표는회사 직원들은 애사심을 갖고, 서로를 다독이고 경쟁하고 또 인정하면서 스스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우리는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서로의 소중함을 안다. ‘이 부서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감정들을 각 직원이 갖고 있다. 또 직원이 많이 줄었다가 다시 많아진 만큼 이번에는 정말로 잘해보자는 의지도 강하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마케팅팀 신설

김 대표는라바를 만들기 전의 가장 큰 실수는콘텐츠만 잘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 믿은 것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CG라는 제작 기반의 일을 해왔고, 또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면서 기획과 제작만 잘하면 잘될 것이라 생각했다. 비키와 조니, 오스카의 오아시스를 만들 때는 전략적 마케팅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 작품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라바를 출시할 때는 마케팅팀을 새로 만들었다.

 

마케팅팀은 라바 홍보전략을 세우면서TV 전략을 제안했다. 영상을 틀 수 있는 모든 곳, 모니터가 있는 모든 곳에 라바를 내보내자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모니터만 있으면 송출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돈을 받고 투바앤의 애니메이션을 틀어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캐릭터를 돈 주고 살 곳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마케팅팀은 무상으로라도 영상을 내보내기로 했다. 작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우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버스, 지하철, 백화점, 공항 등 모니터나 디지털 사이니지2 가 있는 곳에는 모두 무상으로 영상을 제공했다. 광고만 연속해서 나오면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중간에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오면 화면에 대한 집중도를 좀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다. 투바앤에서 영상 송출로 인한 홍보 효과만 볼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전략이었다. 김 대표는일단 사람들로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후 캐릭터 사업인 2차 사업으로 수익을 얻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병원, 편의점, 커피숍, 미용실, 병원, 대학교 등 자칫 버려질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라바가 나오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우연찮게 본 영상에 사람들은 매료됐다. 몇 초만 봐도 저절로 웃게 되는 그 영상에 사람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웃게 하는 그 애니메이션의 정체에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졌다. 그리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같이 애니메이션을 즐기게 됐다. 단순히 아이를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스스로도 라바에 빠져들었다. 내용이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영유아에 초점을 맞췄다면 밖에서 보는 영상을 소비하는 데 그쳤겠지만 전 연령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표방하고 작품 작업을 한 덕분에 사람들을 끌어오게 된 것이다. 돈 한 푼 받지 않는 무료 영상이었지만 투바앤은 모니터에 송출되는 영상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만큼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설날이나 명절, 혹은 기념일이 되면 그에 맞는 특별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반응이 가장 먼저 온 곳은 국내 30대 후반 연령층에서였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것이란 인식을 깬 것이다. 시작은 국내 SUV 동호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단체로 라바 애니메이션이 새겨진 장난감을 차량 안테나에 꽂고 다니기 시작했다. 욕실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할 때 갖고 노는 애벌레 모양의 장난감이 어느새 어른들의 장난감이 됐다. 애초에 자동차 용품으로 나온 것도 아닌데 어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그 장난감을 자동차 액세서리로 사용했다. 회사 관계자는라바는 어떤 면에서 개그콘서트와 비슷하다. 개그콘서트는 3대가 같이 모여 보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라바는 개그콘서트의 애니메이션 버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라바는 어른과 아이 모두의 장난감이 됐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많은 어른들이 라바를 보는 데 동참했다.

 

 

 

 

이외에도 마케팅팀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다양한 방면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라바는 어느 캐릭터들보다 공익 캠페인에 많이 등장한다. 경찰청아동 실종예방 사전 지문등록제’, 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 안전 캠페인’, 환경부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문화체육관광부에너지 절약 내복 입기 캠페인등과 함께했다. 라바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익 메시지를 유쾌하고 친근하게 전달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PPL(드라마 속 간접광고) 파워도 적극 활용했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아빠 어디가에 나온 인형, KBS 드라마굿닥터에 노출된 상품은 방송된 그날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SNS 홍보도 중요한 부분이다. 투바앤은 20∼30대와 소통하고 소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다양한 SNS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네이버, 다음,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등 인터넷 및 모바일의 모든 플랫폼을 마케팅 수단으로 썼다.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투바앤은 추후 사업화에도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홍보로 인기를 모은 투바앤은 본격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사업에 열중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방영권을 파는 것이 1차 사업이다. 캐릭터 사업은 2차 사업으로, 애니메이션을 통한 라이선싱 및 상품화 사업 등을 말한다. 디즈니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라이선싱과 상품화를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무상으로 영상을 푼 투바앤은 2차 사업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라바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유아용 자동차, 물통, 모자, 펀치 에어백, 대형 인형, 모래놀이, 클레이, 비누방울, 칫솔, 필통, 우산, 실내화, , 저금통, 비타민, 의류 등 관련 출시 상품만 1000여 종에 이른다. 캐릭터 상품 소비층 역시 영유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른에게도 인기가 높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내놓은 와인드업 토이3 의 경우 구매자의 상당수가 20∼30대로 자신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블로그에도 라바 관련 포스팅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어른들이 라바 아이템으로만 집을 꾸민 사례, 라바의 신제품을 모으는 사례 등 내용도 다양하다. 출판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라바는 애니메이션 만화 부문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투바앤은 현재 100여 개 업체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바링크, 라바 히어로즈 등의 스마트폰 게임을 내놨는데 다운로드 수가 각각 1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 및 네이버 밴드 등 인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 라바 이모티콘도 만들었다. 2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라바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공연 및 체험전도 열고 있다. 라바 뮤지컬, 라바 키즈클래식, 라바 체험전도 수차례 열었다. 김 대표는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우리 기업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다. 라바는 과거 실패의 시간을 보완해줬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은 우리가 두 편의 작품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한 데서 그만두지 않고 라바를 만들 때까지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바가 대중적 인기를 더해가자 다양한 루트로 협력 제안이 들어왔다. 국내 대표 기업인 LG전자도 그중 하나였다. LG전자는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다. 국내에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업체를 찾던 중 투바앤의 라바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LG전자와 투바앤은 회의 끝에 투바앤의 다음 작품 <로타리파크>를 만드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두 회사는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와 관련한 스토리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LG전자는 로타리파크의 주인공을 본떠 스마트폰 아카폰에 에기(EGGY), 우키(WOOKY), 소울(SOUL), 요요(YOYO) 4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단순히 LG전자에서 로타리파크의 이미지나 특성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두 회사가 협업해 제품을 만든 것이다. 아카폰은 지구 최초 눈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콘셉트로 각 캐릭터의 눈 모양을 가져갔고, 위젯에도 캐릭터를 적용하는 등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적절하게 결합시키려고 애쓴 상품이다. 아카폰은 현재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국내에 출시됐고, 해외에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LG전자 아카폰의 협력으로 콘텐츠 기획업체로서 투바앤의 입지는 한층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시청자의 시청환경을

반영해 언어를 최소화하면서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서 종종

걸림돌이 되는 언어장벽을

크게 줄였다.

 

글로벌 경쟁력을 얻는 길

라바가 처음 방영된 곳은 한국이 아니다. 유럽의 프랑스다. 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멕시코, 브라질, 페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중국 등 100여 개국에 콘텐츠를 수출했다. 150여 개 국가에서 TV, VOD, IPTV를 통해 라바를 방영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방영권 판매 계약을 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라이선싱 사업을 글로벌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게 중단기적인 목표다. 현재는 동남아, 중남미 등 25개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보다는 당분간 미국 시장을 뚫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에 사무실을 오픈하며 중국 시장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각 나라에서 상품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수익이 나올 것이라 투바앤은 기대했다. 보통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어 수익을 나누는 식인데 투바앤이 가져가는 비율이 더 많다. 지난해는 국내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방영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현지 반응이 좋다빠르면 올해 안에 영향력 있는 미국 에이전트를 만나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에서 미국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은 선례가 없어 라바가 최초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많은 국내 애니메이션이 소정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현지 에이전트와의 계약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투바앤은 짧은 포맷으로 이뤄진 라바를 엮어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후속작인 로타리파크는 아예 제작 처음부터 영화를 염두에 뒀다. 미국 디즈니의 영화를 보러 온 가족이 함께 가듯이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투바앤의 꿈이다. 로타리파크는 라바보다 긴 5분 남짓한 에피소드 12개로 구성될 예정이다. 로타리파크에는 풀 3D 기술을 사용해 영상이 실제처럼 살아 숨 쉰다. 영상 속 개골물이 흐르는 모습과 물소리는 실제 숲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이번에는 전작보다 스토리에도 더 힘을 들였다. 라바가미친 듯이 웃기자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은 유쾌한 가운데 드라마적인 요소들도 넣었다. 주인공 캐릭터들은 유쾌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이지만 소재는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택했다. 일도 잃고, 사랑도 잃고, 상실감에 목숨마저 버리려던 찌질남 마이클에게구멍 난 인생 재부팅 전문이라고 적힌 명함 한 장과 낡은 열쇠가 배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인생 리셋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영상 속 캐릭터들의 유쾌하고 장난치는 모습에 웃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김 대표는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 내내 웃음 포인트들이 많아 이 역시 즐거운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요인 및 향후 과제

투바앤의 애니메이션 라바는 최근 콘텐츠 분야의 성공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라바의 성공요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수 있는데 몇 가지 성공요인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자.

 

① 새로운 플랫폼에 최적화한 콘텐츠

라바의 성공요인 중 핵심은 콘텐츠의 시간이짧다는 것이다. 모바일이 등장하고 동영상 문화가 확산되면서 긴 콘텐츠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앨범으로 음악을 듣던 사람들도 곡 위주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더욱 짧은 소비에 익숙해졌다. 모바일이나 태블릿PC의 이용이 보편화된 오늘날의 콘텐츠 소비환경에서는 지하철 한 구간의 이동 시간인 90∼120초가 될 것이다. 슬랩스틱 위주의 애니메이션이 주변의 소음에 상대적으로 방해를 덜 받는 작품이라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 시대에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② 반전을 활용한 캐릭터 창작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귀여운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들이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진부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라바는 우리가 흔히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애벌레들을 주인공으로 정했다. 덩치가 작은 레드가 덩치 큰 옐로우를 괴롭히는 반전도 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극장용이 아닌 TV용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이 죽지 않는데 라바에서는 종종 주인공들이 잡아먹히거나 터져서 진물이 나오는 등의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 애니메이션이 하지 않던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③ 문화적 장벽의 최소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시청자의 시청환경을 반영해 언어를 최소화하면서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서 종종 걸림돌이 되는 언어장벽을 크게 줄였다. 주인공의 이름도 좋은 예다. 대부분의 이름들은 문화적인 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주인공의 이름을 레드, 옐로우 등 색으로 정함으로써 문화에 상관없이 쉽게 인식되도록 했다. 캐릭터의 모습에서도 고민했다. 주인공의 눈썹을 일자 눈썹으로 했다가 일부 문화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점을 고려해 눈썹을 지운 것이 일례다. 이렇듯 투바앤은 라바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노려 제작했다. 국제경영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을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라고 한다. 본 글로벌은 처음부터 니치마켓(niche market)을 타깃으로 하는 것, 제품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본 글로벌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바처럼 다양한 문화를 고려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세계 진출 가능성은 더 커진다.

 

④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문화

투바앤은 기업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부서 내만이 아니라 부서 간의 소통도 강조한다. 잦은 만남과 회식,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제작과정 등은 직원의 참여의욕을 고취시켰다. 얼리와 모사코프스키가 2004년논문에서 지적했듯이 조직의 각 부서 간에는 독특한 문화코드가 존재한다. 따라서 신입사원이나 타 부서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화코드는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것과 같다. 투바앤에서는 배려 깊은 조직문화로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비용이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작품 스토리보드에 주요 기여자의 이름을 넣는 것이 인상 깊었다. credit을 주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과 같은 외부적 보상보다 구성원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된다. 투바앤 사례는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에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라바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며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투바앤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 상품의비반복성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영화든, 음악이든 모든 문화상품에는 소비의 비반복성이 존재한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다보면 참신함은 떨어지고 싫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주 시청 계층이 아동이라는 점에서 소비의 반복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만드는 콘텐츠에서도 소비의 비반복성에 대해 좀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정지영기자 jjy2011@donga.com

김재범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dreamie@skku.edu

김재범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맨체스터대(MBS)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 시티경영대 연구교수, 런던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경영학과와 예술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영, 문화예술경영, 디자인경영이다. 등의 국제학술지에 수십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디자인학회의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국제경영학회와 한국예술경영학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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