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ssential Cases in Books

종이팩에서 블루투스까지…북유럽, 창조경제의 아이콘이 되다

서진영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북유럽 국가들은 창조경제와 관련된 각종 평가에서 항상 수위권을 차지한다. 실제 종이팩을 개발한 테트라팩과 블루투스의 에릭슨, 실용적인 진공청소기의 대명사 일렉트로룩스 등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한 기업들 상당수는 스웨덴 기업이다. 무엇이 북유럽 기업들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해답은 바로 경영철학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SEB은행, 아틀라스(광산건설장비회사), ABB(중전기 산업장비회사), 일렉트로룩스(가전회사), 아스트라제네카(제약사), 에릭슨(통신장비업체)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질시가 아닌 존경을 받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높은 수준의 소득누진세를 내고 노조의 경영 참여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박애주의를 실천하며 절대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 스웨덴 기업인의 도덕적인 경영철학은 오늘날 스웨덴의 경제를 강하게 지탱해주고 있다. 

 

‘북유럽’이라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선진국, 창조경제, 백야(白夜)… 북유럽은 잘사는 나라라 부럽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먼 지역이다. 또 너무 추운 곳이라서 부러움이 반감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분류할 때 북유럽에 속하는 나라에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그리고 대서양 저 위쪽에 자리한 아이슬란드와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가 있다. 왜 요즘 북유럽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까? 이유는 무엇보다 북유럽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식경제, 창조경제에서 앞서 간다는 점이다. OECD가 최근 세계 주요 국의 창조경제역량 지수를 발표했다. 1위는 스위스였고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가 2∼5위를 휩쓸었다. 미국은 7, 독일은 11, 일본은 15, 한국은 20위였다. 지식경제와 창조경제에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경쟁력, 사업 용이성, 글로벌 혁신성, 부패 정도, 인적자원, 호황 등 국가지수 15개를 산출해서 평균을 낸 결과 북유럽 4개국이 1∼4위를 차지했다. 북유럽 5개국의 인구를 합쳐도 2500만 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어떻게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일까? 해답을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 연구가인 김민주의 저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미래의창, 2014)>에서 찾아봤다. 북유럽 국가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강하다는 스웨덴 기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스웨덴의 히든 챔피언

스웨덴의 히든 챔피언들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있는 우유를 살펴보자. 우유는 대부분 종이팩에 담겨 유통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렇게 액체를 종이팩에 담아 보관하기 시작했을까? 음료시장에서 종이팩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1년 스웨덴 과학자 2명이 종이팩 제조회사인 테트라팩(Tetra Pak)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깨지기 쉬운 유리병을 대신할 수 있는 간단한 포장방법을 연구하다가 종이를 코팅해서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종이팩 용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종이팩 용기를테트라 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음료 포장에서코페르니쿠스적 발명이라고 불리는 테트라팩은 전 세계에서 물류혁명을 일으켰으며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187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에릭슨(Ericsson)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통신회사다. 오늘날 통신전자제품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블루투스를 최초로 개발했다. 통신과 관련된 수많은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가전 브랜드 일렉트로룩스(Eletrolux) 1919년 세워진 스웨덴 최대 가전업체다. 1921년 실용적인 모델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해서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렉트로룩스의 진공청소기는 전 세계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더 재미있는 사례로 보드카를 들 수 있다. 보드카는 원래 러시아 술이지만 이를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주인공은 1979년 스웨덴에 설립된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 앱솔루트 보드카는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병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강한 기업들을 만들어 냈을까. 그 기반은 경영인들의 도덕적인 경영철학이다. 먼저 발렌베리 가문부터 살펴보자.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이야기 

김민주 저, 미래의창, 2014

 

존경받는 발렌베리 가문

히든 챔피언들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발렌베리 가문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2013년 스웨덴 2위 은행인 SEB은행을 비롯해서 광산건설장비회사인 아틀라스, 중전기 산업장비회사인 ABB,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 가전 기업인 일렉트로룩스, 세계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 등 굴지의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가문이다. 과거에 보유했던 회사로는 운수장비회사 스카니아, 자동차회사 사브, IT 서비스회사 WM-데이터 등이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18세기 페르 한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창업자는 해군 장교 출신인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Andre Oscar Wallenberg, 1816∼1886). 상선 선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던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은행업을 공부한 뒤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1856년 스톡홀름 엔스킬다은행을 세우고 가문의 힘을 키웠다. 당시 발렌베리 가문은 70개의 주식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었다. 70개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는 18만 명에 달한다. 이는 스웨덴 민간 기업이 고용한 전체 근로자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런데 스웨덴 사회민주당 정부의 비호 아래 발렌베리 가문의 경제적 영향력이 높아지자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발렌베리 가문은 적절한 처신으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명문 가문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발렌베리 가문이 사회주의 경제정책에서도 많은 기업을 거느리고 오랫동안 존경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발렌베리 가문은 2세들에게 경영권을 자동으로 승계하지 않았다. 가문 사람들이 기업을 경영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외 유학과 해군 장교 복무를 마쳐야만 경영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기업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와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았다.

 

둘째, 발렌베리 가문은 높은 수준의 소득누진세를 냈고 노조의 경영 참여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스웨덴경영자연합이 과거 기업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내자고 결의했을 때 일부 기업들은 스위스로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노벨재단보다 더 큰 규모의 공익재단을 세워 사회공헌에 적극 나섰다. 계열사의 이익은 배당 형태로 지주회사를 통해 모은 뒤 공익재단에 보내 장학사업 등에 사용했다.

 

셋째, 스웨덴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주식을 종류에 따라 의결권에서 차등을 두고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운영된다. 발렌베리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수량이 적어도 자회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관련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 자회사들이 서로 엮여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오너의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경영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넷째, 발렌베리 가문은 박애주의로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라울 발렌베리는 유태인에게 스웨덴 여권을 발급해줬다. 그들이 유태인수용소로 가지 않고 스웨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스웨덴의쉰들러라 불리는 라울이 구한 유태인은 10만 명에 달한다.

 

다섯째, 발렌베리 가문은 대중에 노출하지 않고 재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가문의 모토는 라틴어로 ‘Esse non Vederi’. 이 문구는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 사회와 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중용(中庸)의 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의 노벨상

발렌베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스웨덴의 기업가 중 한 명이 알프레드 노벨이다. 노벨(Alfred Novel, 1833∼1896)은 자신의 재산 중 94%를 노벨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이름을 딴 노벨상이 만들어졌다.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선정하고 나머지 부문의 상은 1739년 설립된 스웨덴한림원 등이 심사하고 결정한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재단 규약 제9조에 따라 상금액에 상당한 보증수표, 상장,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화가 새겨진 금메달이 수여된다. 수상자가 2∼3명이면 상금은 분할돼 지급하고 메달은 모두에게 따로 준다. 노벨경제학상의 상금은 노벨재단의 기금이 아닌 스웨덴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기금에서 제공된다. 2012년 기준으로 수상자가 받는 상금은 800만 스웨덴 크로네(126000만 원 정도).

 

183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노벨은 어렸을 때부터 공학에 특별한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노벨의 이름은 다이너마이트를 떠올리고 많은 사람들은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로 부자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제작하기 전 이미 폭파용 뇌관을 발명해서 큰돈을 벌었다. 이후 금속 용기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채우고 뇌관에 충격을 주거나 적당한 열을 가해야만 폭발하는 폭탄을 재설계하는 데 성공한다. 이 발명으로 노벨은 세계 최초로 고성능 폭약 공장을 설립했고 이 폭약이 철도 터널 공사에 사용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1867년 노벨은 두 번째 발명품인 다이너마이트를 출시했다. 규산이 함유돼 투과성이 높은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착시켜서 고체로 만든 게 바로 다이너마이트다. 노벨은 성능이 뛰어나고 다루기 편한 폭약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고민하다 강력한 힘을 뜻하는 그리스어디나미스(dynamis)’에서 이름을 따다이너마이트라고 지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로 1867년 영국에서, 1868년 미국에서 각각 특허를 취득했다. 이어 더 강력한 폭약인 젤리그나이트를 발명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와 폭파용 뇌관, 젤리그나이트의 발명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사망할 당시 스웨덴 돈으로 3000만 크로네가 넘는 돈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돈은 현재 가치로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알프레드 노벨은 언제부터노벨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노벨은 프랑스에 체류하던 1888년 어느 날 아침, 신문에 실린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다. 기사 제목은죽음의 상인, 죽다(Le marchand de la mort est mort.)’였다. 이어전보다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어제 사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 기사는 오보였다. 알프레드 노벨의 형인 루드비히 노벨이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가 숨진 것을 기자가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쓴 오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이름이 값지게 남기를 원하는 마음에 1895년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한다. 자신의 재산 중 94%를 노벨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고 그의 재산을 바탕으로 노벨상이 만들어졌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어릴 때 종교 교사인 필리글러 신부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너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노벨이 이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다. 인류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노벨상을 만들었고 현재 스웨덴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스웨덴 경제의 기반은 기업가정신

북극에 가까운 백야(白夜)와 혹독한 추위의 북유럽에서 어떻게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경제가 꽃피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 때문이다. 발렌베리 가문과 노벨이 보여준 스웨덴 기업인의 경영철학은 현재 스웨덴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북유럽 경제의 강인함은 기업인들의 훌륭한 경영철학 이외에도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돼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여전히 많다. 배울 수 있다면 어찌 더 현명해지지 않겠는가? 관심을 가지고 멀리,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북유럽 국가들이 독특한 정체성과 글로벌 전략으로 세상에 우뚝 선 비결과 문화를 알고 싶을 때 <북유럽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