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
Article at a Glance - 전략,마케팅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 성공요인 1) 브랜드 정체와 위기를 겪을 때도 기존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에 성공했고 신규 브랜드를 다량 출시하는 ‘신규 브랜드 출시의 덫(trap of new brand launching)’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2) 장기간 브랜드를 운용함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을 유지했다. 3) 소수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 전체를 담당하는 간단한 브랜드 포트폴리오(brand portfolio)를 운용했다. 또 무리한 브랜드 확장을 하지 않아서 브랜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은빈(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2년 3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회사명 에이블씨엔씨)는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직영매장 1호점을 열었다. 미샤는 3300∼8900원의 초저가 화장품을 내놓았고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가격에 열광했다. ‘화장품 가격, 고객이 결정해 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로 저가 정책에 적극적이었다. 미샤는 2004년 100호 매장을 열었고 매출액 1114억 원을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였다. 당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모아 놓은 동네 종합화장품 매장과 뷰티 카운셀러들이 직접 고객에게 화장품을 파는 방문판매를 통해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단일 브랜드 매장의 형태는 낯설었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업체들은 중저가 화장품 업체의 브랜드 매장 공세를 ‘한때 부는 바람’ 정도로 치부했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샤 등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기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등장으로 동네 종합 화장품매장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종합 화장품매장을 한 축으로 화장품을 유통하던 아모레퍼시픽에는 치명타였다. 방문판매도 주춤하고 있었다. 1964년 도입한 방문판매는 1980년대 초반 전체 화장품 유통의 80% 이상을 담당했으나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고 택배시장이 팽창하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체적인 유통 포트폴리오에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먼저 동네 종합화장품 매장에서 자사의 판매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2004년 기존 거래처이던 동네 화장품 가게 중에서 목이 좋고 매출액이 높은 우량매장을 모아 화장품 유통체인 ‘휴플레이스’를 출범시켰다. 휴플레이스는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25%에 불과하던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휴플레이스를 아모레퍼시픽 제품만 100% 판매하는 ‘아리따움(ARITAUM)’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아리따움은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미쟝센 등 주로 고가의 화장품을 취급하는 유통망이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도 대응책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 매출액 200억∼300억 원대에 불과하던 기존 중저가 브랜드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를 투입하기로 했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매장을 세우기 시작했고 2013년 에뛰드하우스의 매장은 600개, 이니스브리는 767개까지 늘었다. 매출액도 2013년 에뛰드는 3372억 원, 이니스프리는 3328억 원을 기록했다. 경쟁업체인 미샤(에이블씨엔씨)와 더페이스샵의 같은 해 매출액은 각각 4424억 원, 5230억 원이다.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을 합치면 업계 1, 2위 업체보다 많을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014년 1월 시무식에서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2020년까지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제시한 5대 브랜드 중 2개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다. DBR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2개의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모레퍼시픽의 마케팅 전략을 취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장 세분화 전략
① 중저가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다
에뛰드는 2005년 8월 서울 명동에 ‘에뛰드 하우스’라는 단일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미샤가 1호점을 낸 뒤 3년5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미샤는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도 입점할 정도로 유통망 확장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미샤는 2005년 300호 매장을 돌파했다.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3년 이상 주춤한 이유는 당시 단일 브랜드의 제품만을 파는 ‘브랜드숍’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는 불투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저가 시장의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방문판매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고가 제품으로 바꿔서 매출액을 늘리고 기존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일 브랜드숍을 세워서 전체 유통망을 재편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업계에는 미샤가 단일 브랜드 매장을 개설하면서 점차 브랜드숍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대세는 브랜드 매장으로 기울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시장에서 고가 브랜드 위주로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만일 중저가 화장품을 출시하면 이 제품들이 기존 고가 화장품의 시장을 파고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경영진은 판단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 중저가 화장품이 크게 히트하면 오히려 그룹 전체의 매출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경영진은 고심을 거듭했다. 자기잠식을 비켜가는 묘수를 고안하다가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 세분화 전략은 차별화된 수요에 따라 소비자를 몇 개의 시장으로 나누고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시장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숨은 고객도 발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 따라 유통망을 다르게 설정했다. 브랜드에 따라 유통망이 차별화되면 소비자는 모두 다른 제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등 고가의 화장품은 프랜차이즈 체인인 ‘아리따움’에서 유통시키고 중저가 화장품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매장에서 팔기로 했다.
② 실패에서 교훈을 얻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은 단일 브랜드 매장을 개설하기에 앞서 중저가 제품을 모아 놓고 파는 종합 브랜드 매장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중저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다. 또 미샤와 더페이스샵 등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중저가 시장도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모아 파는 종합화장품 매장의 유통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십 년 이상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해왔기 때문에 이런 판매방식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2005년 5월 색조화장품 중심의 직영 브랜드 매장 ‘휴영’을 명동에 열었다. 6월에는 2호점까지 냈다. 휴영은 18∼23세 여성 고객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1000∼5000원대의 저가 화장품을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중저가 화장품만을 판 것은 아니었다. 2층짜리 1호점 매장에서 1층에는 에뛰드 등 중저가 메이크업 제품을 팔았고 2층에는 스킨케어 제품을 팔았다. ‘휴플레이스’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도 함께 팔았다. 여기에는 아이오페 등 고가의 화장품도 포함됐다. 결국 휴영에 배치된 제품은 에뛰드의 제품을 일부 강조한 것을 빼면 브랜드 구성에서 휴플레이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불명확한 매장의 정체성 때문에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의 간판을 내려도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했다. 뼈아픈 실패였다. 당시 경험은 이후 에뛰드 매장을 개설할 때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③ 잘 알려진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우다
아모레퍼시픽은 휴영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파는 매장은 소비자에게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영진은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 출시와 기존 브랜드 활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홍보비 등 막대한 초기 자금이 투입된다. 처음 시도하는 단일 브랜드 매장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 출시는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고 만일 실패해도 타격이 작은 에뛰드를 단일 브랜드 매장의 파일럿 브랜드로 선정했다. 매장 이름도 처음에는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발표한 아동소설 <빨강머리 앤>을 의미하는 ‘앤하우스’로 지었으나 경영진이 “앤하우스라는 이름을 지금부터 또 새롭게 알리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기존 브랜드 이름을 활용한 ‘에뛰드하우스’로 정했다. 에뛰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을 담당하는 브랜드다. 중저가 시장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2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도 하나 더 필요했다. 경영진은 20대 후반 이상의 고객을 담당할 브랜드로 이니스프리를 골랐다. 이니스프리는 2000년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를 표방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였으나 매출액은 크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모든 연령층을 커버하기로 했다.
에뛰드하우스 매장
에뛰드 연혁 - 1966년 ㈜아본화학 창립 - 1985년 ㈜오스카로 상호 변경 - 1995년 메이크업 전문브랜드 ‘에뛰드’ 발매 - 1997년 ㈜에뛰드로 상호 변경 - 2005년 에뛰드하우스 1호점 개점 - 2007년 에뛰드하우스 100호점 개점 - 2013년 에뛰드 하우스 600호점 운영 |
에뛰드의 타깃 마케팅
① 뒷전으로 밀리던 저가 제품
에뛰드의 모체는 1966년 창업한 ㈜아본화학으로 1983년 아모레퍼시픽에 인수됐다. 아본화학은 이후 사명을 오스카로 바꾸고 1995년 젊은 여성 취향의 브랜드 에뛰드(Etude)를 내놓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20대 중반 이상의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주로 생산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은 많지 않았다. 에뛰드는 ‘에뛰드 트윈 케익(1997년)’ ‘에뛰드 아쿠아 루즈(1998년)’ ‘에뛰드 주얼리 글로스(1999년)’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중에게 꽤 알려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매출액 규모는 크지 않았다. 2005년 에뛰드의 매출액은 256억 원에 불과했다. 당시 동네 종합화장품 매장에서 숱한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매장주에게 남는 이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매장주들은 자신에게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한다. 에뛰드처럼 매장주에게 이윤이 적은 브랜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당시 저가 제품들은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상품’ 정도로 여겨졌다. 에뛰드는 보브(VOV, 이후 LG생활건강에 인수) 등 다른 저가 브랜드들과 매출 규모가 비슷했다. 종합 화장품매장에서 팔리는 저가 화장품 중 하나였기 때문에 유통망의 특성상 성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② 타깃을 명확히 하다
에뛰드는 2005년 첫 매장을 열었지만 경쟁업체와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당시 미샤는 300호 매장을 열 정도로 유통망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에뛰드는 2011년에야 300호점을 열었다. 후발주자인 에뛰드는 명확한 고객층과 브랜드 콘셉트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휴영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숍을 열 때는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에뛰드는 미샤와 더페이스샵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게 고객층이라고 봤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은 거의 모든 연령대를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에뛰드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그동안 화장품 시장에서 소외돼 있었다. 젊은 연령대라서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크지 않았고 대체로 저가를 선호했다. 기존 화장품 매장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에 홀대를 받기 일쑤였다. 이들은 매장에서 상담을 받거나 제품을 직접 얼굴에 발라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저가 화장품을 구입하는 데도 직접 발라볼 수 있도록 흔쾌히 배려하는 매장은 흔하지 않았다. 에뛰드는 이런 고객들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에뛰드하우스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이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에뛰드하우스는 이들만의 매장이었다.
에뛰드의 네일 제품 '플레이 네일'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도 집중적으로 출시했다. 경쟁 화장품 업체가 립스틱을 10종류 정도 출시하면 에뛰드는 20종류 이상을 출시했다. 20대 여성은 신상품에 쉽게 끌리고 질리기 때문에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야 했다. 분홍색 립스틱의 경우에도 색깔의 농담에 따라 10∼20가지 제품을 쏟아냈다. 눈썹을 그리는 펜슬 제품의 경우 100가지 종류를 만들기도 했다. 화장품의 색깔명도 젊은 여성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톡톡 튀게 지었다. 보통 화장품의 색깔을 구분할 때는 레드, 핑크 등 색깔명이나 1호, 2호 등 숫자를 사용한다. 에뛰드는 젊은 여성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색깔명에 감성을 담아 ‘오렌지인지 아닌지’ ‘시럽 빼고 테이크 아웃’ ‘숨막히는 핑크’ ‘애태우는 베이지’ 등으로 정했다. 800∼900개의 제품을 팔고 있으며 매년 500개 이상의 신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신상품 교체 주기도 짧다.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도 에뛰드의 제품은 저렴한 편이다. 대체로 경쟁업체에 비해 10∼20% 정도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이미 미샤가 초창기 3300원짜리 화장품을 강조하며 저가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가격경쟁력만으로 공략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회원 관련 서비스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20대 고객들은 3∼4년만 지나도 분홍색 톤을 강조하는 에뛰드의 제품이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다른 브랜드로 옮겨갈 확률이 높다. 그만큼 타깃 고객층의 연령대가 제한돼 있었다. 에뛰드 고객은 충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회원 보상에 크게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에뛰드 고객은 인생에서 화장을 처음 시작할 때가 많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중저가 고객들은 ‘이니스프리’로 구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이미지 관리를 잘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③ 경쟁업체의 이탈에서 기회를 잡다
에뛰드는 출범 3년째인 2007년 매출액은 638억 원을 기록했다. 2년여 만에 2배 이상 성장했지만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성장의 폭이 큰 것은 아니었다. 에뛰드는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개발능력과 유통망, 영업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소업체로 출발한 미샤와 더페이스샵과는 출발점부터 여건이 크게 다르다. 다만 에뛰드는 타깃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치며 꾸준하게 매장을 확대했다. 2007년 4월 100호 매장을 열었고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에도 입주했다. 매장 확대와 타깃 마케팅 등 꾸준한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매출액 1149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 매년 거의 2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1년 매출액은 2148억 원, 2013년에는 3372억 원을 기록했다. 에뛰드가 2010년부터 급성장을 한 배경에는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에 따른 수혜를 받은 측면도 있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은 매출액과 순이익에서 성장세를 이어가자 서서히 고급화를 시도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의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이들의 전략은 일부 맞아 떨어져서 미샤(에이블씨엔씨)의 경우 2008년 1011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0년 2431억 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중저가 시장에서는 틈을 드러내는 전략이기도 했다. 에뛰드는 이런 틈을 파고 들었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니스프리의 자연주의 마케팅 전략
① 뿌리를 설정한 자연주의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를 출시했다. 당시에는 종합화장품 매장에서 팔리는 중저가 브랜드 중 하나에 불과했다. 2005년 12월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이니스프리도 처음부터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또 ‘자연주의 화장품’은 이니스프리만 내세운 개념이 아니다. 경쟁업체인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자연주의를 내세웠다. 게다가 자연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다.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이니스프리는 경쟁업체들과는 분명히 다른 차별화가 절실했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70년대부터 제주도에서 녹차밭 ‘서광다원’을 운영해오고 있고 오설록티뮤지엄(2001년)을 개관하는 등 제주도와 관련된 사업을 많이 진행했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와 녹차 등 청정 원료의 이미지를 결합시키기로 하고 2009년 제주도를 이니스프리의 ‘뿌리’로 설정했다. 제주도 다원에서 생산된 녹차, 녹차씨앗, 미역, 화산송이, 감귤피, 푸른콩, 유채, 동백, 비자, 곶자왈 피톤치드, 청보리, 한란 등 12가지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제품도 색깔이 강한 제품이 아니라 ‘자연주의’를 표방한 옅은 색감을 강조했다. 자유주의라는 다소 모호한 브랜드에 ‘제주도에서 생산된 청정 원료로 만들었다’는 스토리텔링을 추가한 것이다. 뿌리를 강조한 자연주의 마케팅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니스프리는 2010년 324개 매장에서 82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나 2013년 767개 매장에서 33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장은 2배 정도 늘었지만 매출액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45∼7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김윤혜 이니스프리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똑똑하다. 화장품 성분까지도 꼼꼼하게 따지면서 구입한다. 그냥 자연주의라고 내세울 때는 소비자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생산된 원료라는 눈에 보이는 실체를 강조하자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② 주력상품 확장 전략
이니스프리는 현재 800∼900개 정도의 제품을 판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제품이 동시에 성과를 내는 상황도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니스프리는 먼저 한 제품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이 제품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른 제품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마케팅하는 주력상품 확장 전략을 폈다. 대체로 집중 마케팅 기간은 1년 정도다. 이니스프리는 2010년 기초 화장품인 모공과 수분 관련 제품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자연주의의 콘셉트가 천연 원료를 가미한 기초 화장품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을 모공과 수분 등 기초화장품이 내고 있다. 2011년에는 안티에이징 등 기능성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2012년에는 화이트닝 화장품과 남성 화장품에 주력했다. 군인 대상의 ‘익스트림 파워 위장크림’은 월 평균 1만 개 이상 팔리고 있다. 2013년에는 메이크업 제품까지 집중 마케팅 대상을 확대했다.
이니스프리의 제주 생녹차수를 사용한 '더 그린티 씨드세럼'
③ 고객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1% 마케팅
이니스프리는 고객을 철저하게 구매량에 따라 등급으로 나눴다. 이니스프리의 멤버십 제도에 따르면 회원은 크게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일반 회원과 VIP 회원, VVIP 회원, 그린티클럽 등이다. 일반 회원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고객이다. 하지만 VIP 회원 이상은 철저하게 구매량에 따라 회원등급이 바뀐다. VIP 회원은 직전 6개월 동안 이니스프리 제품을 5만∼10만 원, VVIP 회원은 10만∼30만 원 구매할 때 자격을 부여받는다. 최상위급인 ‘그린티클럽’은 30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다. 매달 1일 고객의 등급은 새롭게 결정된다. 등급에 따라 회원의 혜택은 달라진다. 그린티클럽 회원에게는 월 1회 30% 할인 혜택이 부여되고 연 4회 특별선물 등을 준다. 이런 등급체계에서 고객들은 자신의 등급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월말에는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이 급증한다.
이니스프리 매장
이니스프리 연혁
- 2000년 국내 최초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 출시 - 2005년 이니스프리 1호 매장 개점 - 2007년 이니스프리 로드숍 100호점 돌파 - 2010년 1월 독립법인 출범 |
④ 작은 조직, 빠른 의사결정
지난 2005년 이니스프리의 직원은 40∼50명에 불과했다. 2013년에도 직원은 200여 명에 불과하다. 매출액은 10배 이상 커졌지만 직원은 4배 정도 늘었다. 매출액에 비해 조직의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임원진은 대표이사와 상무 2명 등 3명이 전부다. 작은 조직은 의사결정을 매우 빨리 할 수 있었다. 고객의 기호와 트렌드가 매우 빨리 변하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빠른 의사결정 구조는 매우 큰 장점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경우 실무 담당직원이 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갈 때는 많지 않다. 이니스프리 대표이사는 상무, 팀장, 담당자와 함께 중요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당연히 업무와 관련해서 담당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또 신생 조직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자신감도 커졌다. 작은 조직의 강점 중 하나인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직원들도 많다.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빠른 변화에 쉽게 반응하고 성과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전체적 브랜드 운용에서 얻는 시사점
① 기다리는 인내… 브랜드 재활성화의 성공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가 정체와 위기를 겪을 때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에 성공했다. 유행에 민감한 산업에서는 브랜드가 정체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사례가 많다. 화장품처럼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할 때는 신규 브랜드 투입으로 유행을 좇아가려는 유혹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낼 경우 ‘신규 브랜드 출시의 덫(trap of new brand launching)’에 걸려들 수 있다. 유행을 좇기 위해 단기적 목적으로 급조된 브랜드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신규성 효과(newness effect, 호기심에 따른 단발적 주목효과)’가 소진되면 브랜드력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급조해서 만들고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악순환의 덫에 걸려든다. 과거 국내 패션 산업계에서는 이런 우(愚)를 많이 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를 양으로, 숫자로 승부하지 않았다. 정체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매번 신규 브랜드를 다량으로 출시하고 이 중에서 하나는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브랜드 전략은 아니었다. 하나의 브랜드라도 끝까지 믿고 생명력을 연장시켜서 장수브랜드가 되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운용했다. 아모레퍼시픽 사례는 그동안 브랜드 재활성화에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국내 기업의 브랜드 운용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림1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그림2 연도별 국내 매장 수 변화
② 초심을 잃지 않아… 장기간 운용에서도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 유지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를 장기간 운용하는 동안에도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각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유행의 지속성이 점점 짧아지는 패션 제품군에서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대체로 아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성공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브랜드의 일관성 유지다. 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출시 100년을 넘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만큼은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해오고 있다. 또 ‘변화 속의 일관성(consistency in changes)’은 쉽지 않은 전략이지만 브랜드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시대의 유행에 따라 조금씩 바뀌되 초기 정체성만큼은 계속 유지하도록 브랜드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뛰드는 감각적인 젊은층에게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실현시켜주는 콘셉트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니스프리도 초창기부터 ‘자연주의’라는 콘셉트로 지속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③ 소수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 전체를 커버… 심플한 브랜드 포트폴리오(brand portfolio) 운용
단 2개의 브랜드로 중저가 화장품 전체 시장을 커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의 연령특유성(age-specific, 특정 연령대에 나타나는 특징)을 잘 간파했고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했다. 크게 2개 연령대(10대 후반∼20대 초반, 20대 중후반∼30·40대 이상)로 단순하게 구분한 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로 각각 대응해서 효과적 브랜드커버리지(brand coverage)를 구축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모레퍼시픽 내에서 브랜드를 갈아탈 수 있도록 브랜드 출구전략을 구사한 점도 돋보인다. 고객의 연령 상승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브랜드 사이에서 바통 터치가 일어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든 셈이다. 이러한 간단한 포트폴리오가 유지되는 데에는 무리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을 시도하지 않은 점이 내재돼 있다. 신제품으로 확장을 이어가되 자신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확장을 시도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특정 브랜드가 성공하면 반드시 브랜드를 확장하려는 유혹이 생긴다. 경영진은 연령대, 가격대, 취급 제품 영역 등을 확장해서 이전보다 더 큰 브랜드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확장의 유혹 이면에는 독이 도사리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콘셉트,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훼손되거나 여러 브랜드끼리 커버하는 범위가 겹쳐서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결국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일 에뛰드가 20대 중반 이상의 연령층까지 고객으로 흡수하려고 했다거나 이니스프리가 10대 후반까지 고객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당 브랜드의 연령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략을 펼치지 않은 것은 전체 중저가 브랜드 운용 관점에서 브랜드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브랜드 교통정리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
에뛰드에서 얻는 시사점
① 역발상적 접근
에뛰드는 그동안 화장품시장에서 소홀히 했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역발상적 접근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령대가 구매력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고 이들의 마음을 얻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새로운 구매력을 창출했다. 이러한 저연령층을 초점으로 한 역발상적 타기팅은 장기적 충성고객 형성이라는 함의가 자리하고 있다. 에뛰드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을 생애 첫 화장품 브랜드로 경험하게 만들고 이후에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우산(brand umbrella) 아래 머물게 해서 해당 고객의 전체 생애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는 마치 의류브랜드의 폴로키즈(Polo Kids)처럼 어릴 때부터 해당 브랜드를 경험시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애착을 형성하도록 만드는 전략적 의미가 담겨 있다.
② 타깃의 소비자행동 특성을 정교하게 반영한 마케팅
에뛰드의 타깃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은 다양성 추구(variety-seeking)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고가의 특정 제품에 머무르기보다는 가격부담이 적은 저가제품 사이에서 이것저것 바꿔가면서 다양성 구매를 한다. 또한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신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다양한 신제품을 자주 경험하고 싶어 한다. 아울러 피부에 대한 안정이나 회복보다는 외모를 화려하게 꾸미는 데 관심이 더 많아서 색상, 향 등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자기표현 욕구가 존재한다. 에뛰드는 이러한 타깃의 소비자행동 특성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다양한 컬러나 디자인 기반의 라인 확장, 톡톡 튀는 감각적 네이밍, 패키지, 인테리어 등 타깃에게 설득적인 마케팅 믹스를 펼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에서 얻는 시사점
① 2차 연상활용전략
흔히 브랜드 관리는 누구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자기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어려울 때는 과감하게 외부 요소를 빌려서 탑재해야 된다. 이를 2차 연상활용전략(secondary association strategy)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객체에서 빌려와서 소비자가 이를 연상하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2차 요소(secondary entity, 사람, 사물, 장소,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브랜드이지만 네이밍에 움라우트를 넣어 유럽풍 이미지를 강화시킨 하겐다즈와 소고기 스테이크로 유명한 호주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부각시킨 아웃백스테이크 등은 장소를 2차 연상으로 잘 활용한 사례다. 이니스프리 역시 ‘제주도’라는 장소를 2차 연상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잘 활용했다. 이니스프리의 콘셉트인 자연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주도는 이니스프리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화시키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② 브랜드 프라이드를 창출하는 브랜드 중심형 조직구조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공통점은 전 직원이 자기 브랜드에 대해 강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브랜드 프라이드(brand pride)’가 조직 전체에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다. 대표이사 등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브랜드에 혼이 담기도록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의미다. 만일 어떤 브랜드가 그룹 마케팅 부문에 소속돼서 그룹 휘하에서 관리, 감독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브랜드만의 자유도가 약해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 주인의식이 많이 위축될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 중심형 조직구조가 아니라 어떤 한 브랜드에 대한 독립성을 높이면서 그 브랜드만의 철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브랜드 중심형 조직구조로 운영된다면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자기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과 함께 그 누구보다도 강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니스프리의 조직운영은 이니스프리만의 브랜드 기운(brand aura)을 잘 형성시키면서 브랜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창출하는 브랜드 중심형 조직구조의 성공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