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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ty: 현대카드의 고객만족(CS) 혁신

진상고객 전화 끊으니 개념고객 만족도 높아졌다

김선우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터연구원 임승희(서강대 국어국문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1 12월 현대카드의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CS)어워드 행사 때 한 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영된 동영상에는 고객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다 들어야 했던 한 남성 콜센터 직원이 등장한다. 욕설은 장장 30분 동안 계속됐다. 영상은 이 직원이 해당 전화상담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와 쓸쓸히 담배 두 개비를 연속으로 피우고 다시 상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복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영상이 상영되자 CS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즐거워야 할 CS어워드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이러한 상황을 계속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건 바로 그때였다. 정 사장은 이듬해 1월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콜센터에 전화 걸어서 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험한 욕을 퍼부으면 두 번 경고안내 후 전화 차단하는 정책 입안. 비록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바로 2012 2월부터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두 번의 경고 후 응대를 중단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이 무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서비스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이러한 직원 보호 정책은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자칫 고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겨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벌어진 대기업 임원의 행패로 인해감정노동자1 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카드 회사 콜센터 직원들이 바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에 대한 친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한 과잉 친절이나 직원들의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행동과 말로 인해 고객이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고객에게 꼼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이용해 욕설을 퍼붓고 부당한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진상 고객들의 행태를 감내한다. 전체 고객 중 이러한 고객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기는 것이다. 불친절함이나 하나의 작은 실수가 SNS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수없이 봐왔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르게 해석했다. 첫째, ‘진상 고객의 전화는 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직원 보호를 통해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고객들은 대체로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랜 시간 통화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현대카드는 진정한 CS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한 태도(attitude)’가 아니라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했다. 김정인 현대카드 기획지원본부장(상무)현대카드가 생각하는 CS의 정의는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며만약 고객이내가 원하는 서비스는 못 얻었지만 그 회사 직원 참 친절하기는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고객의 시간을 낭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에서고객으로 관심을 돌리다

현대카드는 2001년 창립 후 2012년까지 자산 기준으로 연평균 14.7% 성장했다.2  고속성장이다. 후발주자로서 성장에 주력했고 알파벳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시정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고객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고객의 로열티 구축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회사가 빠른 시간에 크게 성장했고 고객 서비스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부적으로 생겨났다. 그때부터 CS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CS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고 전사적으로 이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CS를 포함한 전사적인 오퍼레이션, 즉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와 관련돼 있는 모든 부서들을 하나로 모아 본부를 조직했다. 그래서 2011 3 ‘Operation 본부가 만들어졌다. CS는 물론 카드 프린팅, 배송, 정산, 청구 등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부서들을 한데로 모은 대규모 본부였다.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담당하던심사도 고객과의 접촉이 많다는 이유로 가져갔고 마케팅부서에서 관리하던채널(콜센터)’도 담당하게 됐다. 내부 인력만 1200명에 콜센터 직원 3000명을 합쳐 약 4000명에 이르는 현대카드에서 가장 큰 조직이 탄생했다.

 

본부 출범 초기 정 사장은 본부의 수장을 맡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출신의 김정인 본부장에게탁월한 운영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이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 김 본부장은 오퍼레이션이 카드 회사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고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자체보다는 카드로 인해 파생되는 서비스들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카드 회사의 운영효율성은 서비스를 회사가 설계하고 의도한 대로 고객들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오퍼레이션 본부는 2011년 중반부터 새로운 정의에 맞는 오퍼레이션 체계를 설계했고 2012 4월부터 새 시스템을 적용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현대카드의 새로운 정의에 맞게 운영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담원들의 수준이 높아야 했다. 원하는 메시지의 전달이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으며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요구됐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든다. 새로운 오퍼레이션 체계를 적용하려면 전체 비용이 10%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한 셈이었다. “비용에 상관 없이 체계를 바꾸라던 정 사장도 계산서를 받아 들고는진짜 이만큼이나 드느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김 본부장은다시는 서비스 퀄리티 이슈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고 결국 결재를 받았다.

 

성희롱 및 폭언 고객 전화 차단은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CS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된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는고객응대 스크립트 간소화 △ARS 프로세스 개선사전 CS모니터링(Operation Check) 등을 포함한다.

 

 

 

 

 

고객응대 스크립트 간소화

“‘손님 앉으실게요’ ‘잠깐 기다리실게요등의 신종 존칭어가 정말 많이 쓰인다. 바로잡는 캠페인을 하거나 차라리 국어학회에서 인정을 해주거나 해야 할 판이다.”

“작년에 콜센터의 지침서를 읽다가 한숨만 나온 적이 있다. 한 줄 한 줄이 길고 긴 존칭어와 수식어로만 꽉 차 있었기 때문.”

 

정 사장이 트위터에 남긴 내용이다. 식당, 백화점 등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곳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을 하는 고객 상담 센터에서도 어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표현으로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한 상담 언어를 바꾸기 위해 현대카드는 두 가지를 시작했다. 우선 카피라이터 출신의 전문직원을 두 명 채용해 고객 상담 스크립트를 샅샅이 분석했고 관련 임원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두 시간씩 스크립트를 읽고 녹음된 상담 내용을 들어보는 회의를 만들었다.이 두 가지가 얼마나 중요한 변화였는지는 스크립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이 말하는 스크립트는 우선 현업에서 과장이나 대리가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쓰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메시지가 오퍼레이션 쪽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오퍼레이션 부서 직원들은 상담원들에게 나눠주는 교육자료를 만들 때 처음에 쓰인 문장을 그대로 베낀다. 그 문서를 상담원들한테 주면 상담원들은 문서를 있는 그대로 외운다. 그리고 상담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급자의 측면밖에 반영되지 않은 비전문적인 문장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본부장과 CS실장 등의 임원들은 회의에 들어와서 스크립트를 하나씩 다 봤다. 그리고 실제로 스크립트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함께 상담 녹음 내용을 들었다. 오랜 시간 앉아서 듣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언어가 난무했다. 임원들은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이건 너무 이상한 용어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말은 너무 길다와 같은 지적들을 하기 시작했다. 스크립트를 작성하거나 전달하는 실무자들은 매뉴얼에 적혀 있는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전달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임원들은 전달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전달하면 고객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듣고 본 뒤 스크립트의 수정을 지시했다.

 

이런 준비를 거쳐 2012 8월 현대카드는 관습적인 고객 상담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간결한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하시옵고, 되어질 수, 있사오며등 어법에 맞지 많은 표현, ‘고객님의 소중한 정보보호등 불필요한 미사여구들을 전부 없앴다. 고객 상담 스크립트 개편을 위해 고객 상담 센터는 물론 현업 부서, 마케팅 등 관련 부서와 협의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총 1000여 개(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총합)의 스크립트를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표 1)

 

 

 

개편 원칙은간결성’ ‘대화형’ ‘두괄식이다. 장황한 설명, 불필요한 미사여구, 상담원 중심의 화법 등 기존 잘못된 상담 방식을 간결한 구어체, 이해하기 쉬운 대화식, 핵심문구 우선 설명 등으로 바꿨다.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 연속으로 15초 이상 일방적으로 안내하는 일도 없어졌다. ‘CMS 입금과 같이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문구도 쉽게 풀어 안내하고 있으며 통화목적에 대한 설명도 상담 초반부에 밝혀 고객이 불필요한 상담전화는 받지 않도록 했다.

 

또한 규정상 필수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사항이나 길어서 기억하기 어려운 내용은 해당 내용을 문자메시지(LMS)로 보내주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결제일 변경에 따른 청구일 안내 시 이전에는 상담원이 44초 동안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것을 8초로 간결하게 줄이고 자세한 내용은 문자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2012 11월 개발해 효과를 측정한 결과, 한 달 동안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안내하던 시간을 582.4시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림 1)

 

고객 상담 ARS 전면 개편

2012 4월 말 현대카드는 대표번호 ARS(1577-6000)를 전면 개편했다. 보다 쉽고 빠른 고객 안내를 위해 기존 ARS의 복잡한 구성과 장황한 안내 멘트 등을 개선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였다.

 

초기 메뉴부터 고객관점으로 바꿨다. 모든 고객이 ARS 이용 초기 단계에 들어야 했던 8가지 서비스 메뉴를 없애고 고객의 유형에 따라 개인(1), 법인(2), 가맹점(3), 비회원(4)을 선택하게 한 후 이에 따라 최대 5가지 항목만 안내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 기존 ARS 이용 패턴을 분석해 이용빈도가 높은 한도조회, 현금서비스, 결제 관련 문의 등과 관련된 안내 메뉴를 전면에 배치했다. ARS에 사용했던 교과서적인 안내 멘트는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표현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라는 모호한 표현이현금서비스카드론과 같은 표현으로 구체화됐다. 고객에게 친숙한 용어를 사용해 원하는 메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ARS 개편으로 회원이 원하는 서비스로 연결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대비 50(이전 대비 33%) 단축됐다. 최종 서비스 단계까지 가기 위한 멘트 진행시간이 230초에서 140초로 줄어든 것이다.

 

오퍼레이션 체크(Operation Check)

현대카드는오퍼레이션 체크(Operation Check)’라는 이름으로 고객관점의 사전 CS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상품기획에서 상담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고객불만을 사전에 방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고객불만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야 응대하는 기존 CS 개념과는 달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2012년에는 모두 107개의 상품/서비스를 점검, 465개의 이슈를 도출해 리소스 손실 및 고객불편을 사전에 예방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정교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된 예상문의 및 응대스크립트를 매뉴얼화해 현장에 적용한 결과, 고객민원 발생비율이 기존 오퍼레이션 체크 미점검 상품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오퍼레이션 체크는 현대카드 내부적으로 가장 체계화하기가 힘들었던 프로젝트였다. 카드 회사의 상품 부서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데 오퍼레이션 체크를 하면 기존 일정에 비해 짧게는 2,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출시 시점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출시 전에 전체적인 리뷰를 하면서 고객이 헷갈릴 여지가 있는지,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지 않으면 상품 출시를 하지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진통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퍼레이션 체크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상품 심의위원회를 아예 통과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오퍼레이션 체크는 다음의 네 가지를 본다.

 

① 상품의 설계 자체에서 고객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본다.

② 해당 상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미리 만든다. 예를 들면, 각 상품에 대해 원하는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브로슈어, 고지서, 웹사이트별로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미리 정한다.

③ 난감한 상황 발생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는다. 상품 부서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오퍼레이션 본부에서 이제까지의 민원이나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예상을 한다.

④ 해당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 콜센터 등에서 응대할 수 있도록 전산 체계가 준비됐는지 확인한다.

 

위의 네 가지가 모두 완료돼야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출시하지 않으면 악성 민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고객 Contact Rule 수립

현대카드는 고객 접촉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수립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고객 접촉을 할 때 얼마나 자주 접촉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한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텔레마케팅의 홍수 속에 사는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피로도를 느끼지 않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한 달 평균 1600만 건이 넘는 고객접촉 과정에서 고객은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피로감과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객 성향이나 접촉 채널, 그리고 전달하는 내용에 따라 고객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카드는 2010년부터 고객 반응, 접촉 방법, 전달 메시지 등에 따라 고객 접촉 주기를 결정하는고객 컨택 룰을 수립해 고객 피로도를 관리하고 있다. 우선 첫 접촉에서 고객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여부에 따라 두 번째 접촉 시기가 달라진다. 즉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는 두 번째 접촉이 허용되지만 관심이 없고 반응이 부정적인 고객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접촉이 제한된다. 불만 정도에 따라서도 접촉 제한 주기가 다르다. 또한, 전달 메시지가 단순 정보 안내 수준인지, 신상품 가입 등 마케팅 성향이 강한 안내인지에 따라서도 접촉 주기를 달리한다. e메일, 우편물, 휴대폰 등 접촉 방법에 따라서도 접촉 주기가 다르다. 같은 한 번의 접촉이라 하더라도 전달하는 메시지나 전달받는 방법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피로감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측은 정확한 컨택 방법이영업 비밀에 속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고객 컨택 룰은 기존 접촉 횟수에 따른 반응결과, DoNotCall(전화 거부등록) 회원에 대한 접촉 이력을 비교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했으며 지속적 모니터링과 검증을 통해 2012컨택 룰을 보다 정교화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과도한 접촉이나 안내에 따른 고객 불만이 월 평균 약 30% 감소했고 DoNotCall(전화 거부등록) 회원 비중도 26% 감소했다. 불만을 표출한 고객이더라도 두 번째 접촉을 제한하거나 일정기간 간격을 두어 불만을 줄인 것이다. ‘고객 컨택 룰은 이처럼 고객의 피로도 수준을 관리하는 역할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접촉 성공률을 높여 고객접촉효율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성희롱, 비속어 사용 고객 응대 중단

다시 성희롱, 비속어 사용 고객에 대한 응대 중단으로 돌아가보자. 현대카드는 응대 중단 방식을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성희롱, 비속어 통화 고객에게는 상담원이 1차적으로감정 자제를 요청하고, 2차로발언을 계속하시면 상담이 중단될 수 있음을 구두로 고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설, 성희롱이 지속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ARS3 로 전환해 안내 멘트를 전달한다. (그림2) 분석 결과 2012 2∼2013 1월 현대카드 측에서 먼저 전화를 끊은 사례는 월 평균 31건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콜센터 직원이 고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먼저 끊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2010 15%에 이르렀던 상담원 이직률은 올해 들어 4%대로 낮아졌다. (4)

 

 

성공 요인

1)체계를 흔들 만한 혁신에 대한 끊임 없는 요구

현대카드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충분히 혁신적인가라고 질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 중에 하나다. 내부적으로 항상원래 하던 걸 조금 더 잘하는 것보다는업계를 흔들 만큼 혁신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내에서는 원래 하던 것을 조금 더 잘하는 점진적인(incremental) 혁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큰 혁신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계속된 요구가 실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최고경영진에서 체계를 흔드는 혁신에 대한 계속된 시그널을 주고 실제로 모범 사례를 만들어 줘야 실무자들도 큰 혁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을 할 수 있다. 사실 혁신을 독려하더라도 점진적인 혁신에 그치거나 혁신이 나오지 못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고경영진이 점진적인 혁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실무진에서 체감하는 혁신의 강도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체계를 흔들 만한 혁신에 대한 끊임 없는 요구로 인해 현대카드는 새로운 혁신을 계속 이루고 있으며 이로 인해현대카드가 하면 다르다는 시장의 인식을 만들고 있다. 대규모 조직 변화인 오퍼레이션 본부의 설립과 고객 응대 스크립트 전면 수정, 브랜드 가치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성희롱, 욕설 고객 차단 등은 점진적인 혁신으로는 이룰 수 없는 판을 흔드는 혁신으로 볼 수 있다.

 

2)디테일에 대한 집착

현대카드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스크립트를 읽어 보자고 하면 임원들이 전부 둘러 앉아서 읽는다. 상담 녹취를 들어보자고 하면 임원들이 실제로 수백 시간의 녹취를 다 들어본다. 카피라이터를 고용해 1000여 개의 스크립트를 일일이 다 바꾼다. 카드 디자인이 새로 나오면 정 사장이 직접이 카드 모서리가 지금 R(모서리 굴림값) 1인데 R 2가 더 예쁘지 않나라고 말하며 돌려 본다.

 

큰 혁신에 대해 요구하는 문화와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큰 혁신에 대한 요구와 맞물려 조직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실행을 할 때 충분히 디테일하지 않으면 결국 개념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는 새롭더라도 기업의 실제 행동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행동에 대한 해석만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디테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아이디어의 철학이 충분히 실행에 녹아들었는지를 끊임 없이 확인하면서 디테일을 바꾸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결국 큰 혁신을 부른다.정리하자면 경영진은 지속적으로 상반된 두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충분히 혁신적인가그리고디테일이 그것을 충분히 담아낼 만큼 정교한가라는 두 질문은 현대카드라는 조직을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3)발상의 전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운영효율성을 논의할 때비용절감을 가장 많이 언급한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운영이 가장 효율적인 운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효율성을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관행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운영효율성을 비용이 아닌 제대로 된 서비스의 전달 차원에서 접근하면 전혀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대카드는 운영효율성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고객 응대 스크립트의 간소화, ARS 개편, 오퍼레이션 체크, 고객 콘택트 룰 정립 등은 모두 투자를 통해 이룰 수 있었다.

 

 

고객 상담 대화 내용을 일일이 다 들어보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보통 기업은 실무진에게 이 일을 맡긴다. 스크립트를 바꿔보겠다며 고객 상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임원들이 나선 것은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다. 실무진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전달해야 될 메시지의 내용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임원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담 내용을 보고 들으며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고객 접촉 방식을 정할 때도얼마나 자주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얼마나 고객이 피로도를 덜 느끼게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한 것도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김 본부장이 이끄는 오퍼레이션 본부를 최근 전략까지 담당하는 기획지원본부로 개편했다. 오퍼레이션과 전략을 동시에 담당하는 특이한 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서비스기업에서 덜 중요하게 여겨지던 오퍼레이션이 전략적인 도구가 된 것도 독특하다. 운영과 전략의 만남이 현대카드의 혁신 문화를 또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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