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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Leader Interview

“어제의 CEO가 내일도 CEO라고? 불확실한 시대, 민첩성이 최고덕목”

최한나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이지은(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는 의미다. 어제의 원칙이 오늘 통하지 않고 오늘의 승자라고 내일까지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마크 스펠만 액센츄어 경영컨설팅 전략 부문 총괄 대표 겸 고성과 연구소 최고책임자는 이 시대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민첩성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오늘 내가 리더라고 내일 그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한국 기업들은 현재의 굵직한 경쟁사들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신흥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미래의 주자들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첩성이 불확실한 시대의 최우선 덕목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우리가 속한 시대를 설명하고 싶다. 우리가 속한 시대는 한마디로 전환기다.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이 시대의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는데 경제적, 정치적, 인구특성 및 사회적, 기술적, 그리고 에너지와 환경적 분야가 그것이다.

 

첫째, 경제적 이슈다. 세계 무역상 존재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핵심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달러화가 많이 축적됐다. 이는 세계 경제로 되돌아가 순환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유럽이나 북미 지역의 구매가 늘어야 하고 자산의 소유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이 경제적 차원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둘째, 정치적 측면이다. 글로벌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다. UN은 명분과 전통을 지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G20은 효율성이 높은 대신 명분과 전통이 떨어진다. 이 같은 글로벌 지배구조의 공백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셋째, 인구적 측면이다. 향후 16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는 노동인구가 10억 명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인구가 도시로 몰리며 일자리를 찾는 과정이 불확실성을 계속 높일 것이다.

 

넷째, 기술적 차원이다. 2년에 한 번꼴로 세계에 존재하는 데이터 양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다섯째, 식량과 물, 에너지 등 자원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토지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향후 30년 동안 농지에 사용되는 토지의 양이 9%밖에 증가할 수 없다고 한다. 식량과 물이 갈수록 더 부족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억 명의 인구가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2030년이 돼도 여전히 이만큼의 인구가 전기 없이 살아야 한다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왜 민첩성인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을 이른바 황금기(Golden decade or Golden era)라고 부를 수 있다. 전 세계 성장률이 평균 5%에 이를 정도로 다 같이 성장하는 기간이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다 함께 성장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더 많이, 더 명확하게 갈린다. 모두 성장할 때는 그 추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늘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좀 더 민첩하게 선택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민첩성이란 시장과 업계 모두의 추세를 감지하고 이 해석을 토대로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민첩성은 외부적 측면과 내부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 민첩성은시장 내 발생하고 있는 변화를 재빠르게 포착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내부적 민첩성은그렇게 포착한 현상을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행동에 반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위기관리에 초점을 두다 보면 의사결정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딜레마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민첩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민첩성을 높이고자 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빨라야 한다.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야 한다. 여기서 세 가지 키워드는의사결정(Decision making)’ ’속도(Speed)’ ‘(Quality)’이다. 그런데 이는 위기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목표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속한 세상이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반드시 가져가야 할 요소다.

 

소셜미디어와 연관해 생각해보자. 오늘날 고객들은 많은 정보를 하루 24시간, 1주일에 7, 언제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다. 기업 브랜드나 제품과 관련해 나쁜 소식이 있으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대로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재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보다 자사 제품의 특성을 홍보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효과를 내고 있다. 전기회사도 예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전기회사가 자사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관리팀을 먼 곳까지 내보내야 했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려면 통상 하루 이상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센서 기술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했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자원을 빠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설비투자와 운영비 지출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즉 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추구하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환경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살아남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여러 기업을 분석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경기 하락기에 투자를 늘린 기업이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을 때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세적 입장을 취했던 기업들은 선제적,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기업들보다 뒤처질 위험이 컸다. 상황이 안 좋을 때도 끊임없이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고 여러 가지를 실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기업이 상황이 전환됐을 때 더 빨리 대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두 가지가 핵심이다. 기업들은 베팅을 적게 하더라도 옵션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또 비상대책을 수립해서 상황이 변했을 때 더 빨리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현금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때 핵심은 기업 스스로의 현금흐름 뿐 아니라 공급망 내 협력업체들의 현금흐름 또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금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 안의 자금흐름뿐 아니라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공급망 전체의 자금흐름도 관리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일 기업들이 다른 유럽 기업들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현금이나 인재 관리를 공급망 전체에 걸쳐 한 덕분이다.

 

공급망 전체의 현금흐름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

재무적 차원에서의 민첩성이다. 첫째, 자사 내 현금흐름뿐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현금흐름이 어떤지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요가 부진한 시기에는 공급망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공급망 내 일부가 도산하면 결국 그 피해가 생태계 전체에 미친다. 특정 회사 또는 특정 조직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은 회사가 끝나는 지점과 외부가 시작하는 지점이 경계가 아니라 그 회사가 속한 전체적인 생태계를 중심으로 경계가 다시 설정되는 시대다. 과거처럼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직접 제조 설비를 전부 갖추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인력이나 제조설비를 자유롭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같은 장점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둘째, 현금은 언제나 왕이다. 은행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은행에서 쓸 수 있는 차입 규모가 줄어들었다. 차입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더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했을 때, 아일랜드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와 같이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력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은 비상대책을 미리 세우고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제조회사인 오티스를 예로 들어보자. 엘리베이터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에 들어가는 금속 가격의 등락폭이 80%라고 하면 이는 엄청난 리스크다. 금속 값이 80% 올랐다고 해서 그만큼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은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해서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위험을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한다는 명분 아래 독재가 형성될

위험은 없을까.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글로벌하게 내리고, 어떤 결정을 지역 차원에서 내리며, 어떤 결정을 특정 국가 안에서 내리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중앙에서 통제하는 모델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그런 모델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한 나라에서 성공한 모델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갖다 쓰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에는 앞서 나눴던 세 가지 차원이 있다. 글로벌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브랜드다. 브랜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시장과 소비자에 근접해서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은 로컬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까 기업은 한편으로는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이점을, 다른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갈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동시에 취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차원의 의사결정과 로컬 차원의 의사결정을 결합해야 한다. 최근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로벌한 결정과 로컬한 결정을 적절히 배합해 병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일본 기업들은 지나치게 내부 지향적이었다. 그들은 지금 어떤 결정을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내리고, 어떤 결정을 일본 현지에서 내려야 하는지 구분해 사업 모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가 영국 브랜드 테스코다. 테스코는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테스코는 하이퍼마켓과 중간 규모의 마켓, 로컬의 소형 마켓 등 세 가지 유형을 지닌다. 테스코가 중국에 진출할 때 영국에서 확립한 세 가지 유형을 그대로 이식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중국 매장에서 파는 야채나 과일은 현지에서 조달해야 했기 때문에 현지 납품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테스코는 글로벌 브랜드와 규범은 영국 본사에서 정하되 공급망의 실행과 관련된 부분은 중국 현지에서 정하도록 했다. 중국 도시들의 규모나 발달 정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도시에 따라 매장 포맷을 달리 가져가도록 했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시장의 변화를 빨리 알아채고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시장 변화라고 하면 젊은 층에 주목한다. 젊은 층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의 구조적 특성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50대 이상 인구의 가처분 소득이 어느 때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 혹은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전략에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 연세가 78세인 우리 어머니와 19세인 아들이 PC를 사는 과정을 비교해보자. 아들은 콜센터에 전화를 건 지 2분 만에 모델을 확정하고 구매를 결정했다. 우리 어머니는 PC를 사기에 앞서 4주 동안 시간을 쏟아 정보를 조사했다. 아는 분들께도 물어보고 아들인 나와 손자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최소한 3시간은 걸려 구매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PC를 구입한다는 차원에서 같은 고객이기는 하지만 연령대에 따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져야 한다. 주력 소비층의 연령대가 이동하고 있다. 고령층에게 중요한 화두는 건강과 웰빙이다. 기업에서는 이 같은 인구 구조적 변화를 놓치면 안 된다.

 

시장 변화를 감지하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bemyey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력이라고 소개하는 웹사이트다. 5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세계 어느 곳이든 가능하다. 이 사이트의 사람들은 슈퍼마켓에 비디오를 들고 가서 매대에 제품이 어떻게 진열돼 있는지 찍어 제조사에 전송해준다. 예를 들어 삼성이 일리노이주의 세인트 찰스라는 매장에 자사 제품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매장이든 제품이 몇 번째 선반에 어떤 모양으로 누워 있는지 즉각 알 수 있다. 즉 지금은 아주 작고 구체적인 정보까지 다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얻지 못할 정보가 없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확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골 어느 매장에 제품이 어떻게 전시돼 있는지 5달러를 주고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민첩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활용해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민첩하다고 볼 수 있다. 민첩성은 인풋(input)이 아니라 아웃풋(output)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점점 더 많은 서비스가 맞춤화하고 있다. 과거 3개월 동안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정보를 확보했다면 향후 3개월 동안 어디에 돈을 쓸지 예측할 수 있다. 기업은 좀 더 구체적인 오퍼를 제시할 수 있다. 개인의 소비 패턴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개인에게 맞춤화한, 타기팅한 오퍼를 내도록 할 수 있는 정보를 모으고 해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나는 사람과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총체적 또는 전사적 역량이 필요하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다.

 

민첩성의 기준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가.

한국 기업이라고 하나로 묶기에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속한 산업도 다르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은 오늘 내가 리더라도 내일 그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17개가 신흥시장 기업이다. 그 비중은 매년 7%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이 속도가 계속된다고 보면 2020년에는 세계 상위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신흥시장 기업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현재 굵직한 경쟁사들이 어느 곳인지를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신흥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미래의 주자들이 어느 곳인지 봐야 한다. 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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