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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BMW그룹 코리아

고객불만은 혁신의 보약...틀 깨는 혁신으로 10년 1위 신화 쓰다

김선우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곽현정(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BMW그룹 코리아 마케팅팀은 고객 대상 행사를 할 때 행사장 화장실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고객들이 가치를 찾고 진정한 고급스러움을 느끼는 곳은 결국 화장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케팅을 총괄했던 한상윤 상무는 행사장에 도착하면 항상 화장실부터 체크했다. 충분히 깨끗하고 고급스럽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직원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화장실의 상태부터 챙긴다.

 

2012 2 BMW의 새 3시리즈 출시 행사 때 문제가 생겼다.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앞이 행사 장소였는데 야외여서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비상이 걸렸다. 이동식 화장실 업체를 알아본 결과 그중에서도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갖춘 곳이 있었다. 다행히 이동식 화장실 중에는 최고급 화장실을 행사장에 설치한 마케팅팀은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현장을 한 상무에게 보여줬다. 한 상무는 팀의 선택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화장실의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상무의 불호령이 이어졌고 결국 이동식 화장실을 모두 다시 청소하고 난 후에야 행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행사장의 생수 브랜드 하나, 커피 잔 디자인, 화장실 상태 등에 집착하는 것은 BMW그룹 코리아가 가진 고객 가치 향상이라는 철학의 한 부분이다.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대중적인 브랜드를 모두 물리치고 10년 넘게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성과의 이면에는 고객에 대한 성찰이 자리 잡고 있다.

 

BMW그룹 코리아의 역사

BMW그룹 코리아 법인은 ‘BMW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1995년 설립됐다. 당시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자동차 수입 및 판매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BMW그룹 코리아는 초기에 국내에 세워진 수입 자동차 기업 법인 중 하나다. BMW라는 브랜드의 이름값 덕분에 초기에도 판매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출범 2년여 만인 1997년 말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시 CFO였던 김효준 사장은 독일 본사로부터 2가지 옵션을 받았다.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가 2∼3년 뒤에 다시 진출하거나 현재의 규모를 3분의 1로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는 2가지 상황의 재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서 기반을 확충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혀 다른 제안을 했다. 3, 4년 동안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인력을 뽑고 조직을 세웠는데 이들을 다 내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전부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누가 할 것인지도 문제였다. 김 사장은한국의 위기는 일시적인 외환위기로 보이는데 BMW 정도 되는 회사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내 딜러에게 자금을 지원해서 딜러가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안은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BMW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딜러에게 자금을 융자해줬다. BMW그룹은 당시 국내 딜러인 코오롱그룹에 2000만 달러를 연 이자 5%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빌려줬다. 시장 금리가 연 20%에 이르던 시절이었다. BMW그룹 코리아로서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었다.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이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과감한 제안 속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김 사장의 확신이 숨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갖고 있는 산업적 연관 효과가 상당히 큰데 제조업에 강한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키울 가능성이 높고 국내 시장이 커지면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독일과 같은 자동차 대국들을 보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이 없고 굳이 나눈다고 하더라도 수입차 비중이 30∼40% 정도 된다. 김 사장은자동차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에서 브랜드와 고객 서비스를 잘 다듬어 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어려울 때 감행한 투자는 곧바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BMW그룹 코리아는 1999 1001대를 판매하며 수입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다. 그해 전체 수입 자동차 판매 대수의 41.69%에 이르는 숫자다. BMW가 한국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최대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2003, 아우디가 2004년에 각각 국내 법인을 세우며 따라왔다. 경쟁은 격화됐고 경쟁사들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나 선제적인 투자와 고객가치창출 위주의 전략 덕분에 1999년 이후 BMW그룹 코리아는 2008년 일본 혼다에 한번 수입 자동차 판매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2012년까지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MINI와 롤스로이스를 포함해 BMW그룹 코리아의 판매 대수는 2009년 수입 자동차 최초로 판매 1만 대를 돌파한 이후 2011년에 2만 대, 이어서 2012년에는 3만 대를 넘어섰다.

 

Can-Do Attitude’와 시장의 틀 깨기

김 사장이 BMW그룹 코리아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재무 담당 상무였던 그는 한 BMW 딜러를 만났는데 그 딜러에게서자동차 잘 모르시죠? 1등 차는 벤츠입니다. BMW 2등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1등에 비해 적게 팔 수밖에 없고 가격도 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김 사장은 이후 비슷한 내용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BMW 구성원은 물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2 BMW’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 사장은 왜 2등인지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구할 순 없었다. “그냥 옛날부터 그랬다는 답뿐이었다.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본인이 팔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스스로 2등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고객을 시장에서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독일 출장을 갔을 때 개인 돈을 들여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각각 빌려 아우토반에서 시승을 해봤다.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BMW 차량의 성능이 절대로 뒤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를 많이 팔지 못하는 건 마음가짐과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 사장은 BMW그룹 코리아 구성원과 딜러들의 인식을 바꾸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1997년에는 용인 스피드웨이를 빌려 영업사원과 BMW 관계자들을 전부 모아놓고 경쟁사 차량과 BMW 차량을 하루 종일 마음껏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게 했다. BMW가 좋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B2B’ ‘B2C’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B2B ‘Benz to BMW’, B2C ‘BMW to Customer’를 의미한다. B2B에는 ‘BMW 제품에 자부심을 갖고 1등 벤츠를 이기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B2C에는벤츠를 이기는 것이 끝이 아니다, 벤츠를 이기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고객을 지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BMW 본사의 전격적인 투자와 국내 법인의하면 된다(Can-Do Attitude)’는 자세가 결국 2000년대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BMW그룹 코리아의 열정적인 자세는 경쟁사를 이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렉서스 등의 도전을 받고 있던 BMW그룹 코리아는 2007년 한번 더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려는 2007, BMW그룹 코리아는 사양이 좋아진 새 5시리즈의 가격을 1900만 원 내린 것이다. 기존 5시리즈 중 525i 6기통 엔진에, 배기량이 2.5L, 최고출력은 218마력, 가격은 8650만 원이었다. 반면 2007년에 나온 528i는 같은 6기통 엔진이지만 배기량 3.0L에 최고출력 231마력으로 기존 525i보다 둘 다 높은 데 반해 가격은 6750만 원으로 1900만 원이 낮았다. 덕분에 5시리즈는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김 사장은 가격을 낮춰도 좋다는 독일 본사의 허락을 받기 위해 1년 가까이 싸워야 했다. 독일의 BMW 본사를 비롯한 많은 구성원들의 생각은한국은 시장이 워낙 작으니 자동차는 적당히 팔고 적정한 이윤을 남기면 된다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수입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시장을 보는 시각과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 이상 성공을 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볼륨을 가지고 팔면서 이익을 조금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다. 김 사장은 본사에 가격을 내릴 테니 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고 끈질기게 싸워 이를 관철했다. 그리고 이때 이후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BMW그룹 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이라는 전통적 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해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이후 BMW그룹 코리아는 첫 5000만 원대(5990만 원) 5시리즈인 520i를 내놓으며 인기를 이어갔다.

 

BMW 7시리즈가 한국에서 성공한 것도 BMW그룹 코리아의하면 된다는 자세 덕분이다. 사실 7시리즈와 같은 대형 럭셔리 세단 세그먼트에서 세계 최고의 강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다. 벤츠의 텃밭이나 다름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BMW그룹 코리아는 이런 순위가 한국에서 그대로 정착되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BMW 7 Friends’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미 7시리즈를 구매한 고객과 그 고객들의 친구, 지인들을 대상으로 식사, 골프, 문화 행사 등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행사를 진행할 때 BMW 자동차에 대한 세일즈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7시리즈의 잠재 고객들을 알아 가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른바관계지향적인 영업을 한 셈이다. 이러한 BMW그룹 코리아의 적극적인 영업은 7시리즈의 판매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한국을 중국과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7시리즈 시장으로 만들었다. 2012 9월 출시한 BMW 7시리즈는 개발 단계부터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BMW그룹 코리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고객가치창출

암행어사 김효준

김 사장은 2000년 사장 취임 후 주말마다 캐주얼 복장으로 BMW 딜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고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손님으로 가장하고 6개월 동안 350명의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딜러들도 김 사장의 얼굴을 잘 모를 때다. 일종의 암행어사였던 셈이다.

 

고객들은 다양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부품 가격이 비싸다며 BMW도둑놈이라고 부르는 고객이 많았다. “이 놈들 말이에요, 차 팔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다가 차 한번 고장 나니까 왜이리 불편한지. 부품값은 왜 이렇게 비싼지. 전부 도둑놈들이에요.” 차를 고치러 왔는데 멀쩡한 곳을 건드리고 비용을 청구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김 사장은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바꿔 나갔다. 우선 부품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싼지를 알아봤다. 소량으로 들어오고 소량으로 관리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천에 대규모 부품단지를 세웠다. 관리 비용은 매년 조금씩 내려갔고 부품값도 조금 낮출 수 있었다. 엉뚱한 곳을 수리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고객을 위해서는 수리하는 곳에 CCTV를 설치해 차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치는지를 보여줬다. 이에 더해 서비스센터의 로비를 호텔 로비처럼 바꾸고 노트북을 설치해서 고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e메일을 체크하고, 전동 안마의자에 앉아서 안마를 받으면서 DVD로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서 계속 바꿔나갔다. 김 사장은이해하다라는 뜻의 ‘understand’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같은 레벨이 아닌 밑에서 서서 위를 봐야 진정한 고객중심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다양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

한번은 김 사장과 친한 BMW 고객이 전화를 했다. “잘 지내? 김 사장, 맨날 차 자랑만 하고 말이야. 차는 좋아. 내가 차를 가지고 한 보름을 다녔어. 근데 부산에서 올라오다가 고장이 났지 뭐야. 거기 딜러를 찾아서 차를 맡긴 뒤에 하루 자고, 새벽 비행기로 올라왔어. 호텔비하고 비행기 삯하고 내놔!” 이런 불만을 듣고 만든 프로그램이 모빌리티 케어(Mobility Care). BMW 고객이 차를 타고 다니다가 예기치 않게 돈이 들어가면 100% 현금으로 돌려준다.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긴급 출동하는 것은 다른 자동차 회사와 다를 바가 없지만 만약 긴급 출동 후 즉각적인 현장 지원이 어려울 때는 한발 더 나아가 택시나 기차, 항공 등 대체 이동 수단을 제공하거나 호텔 등의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사실 1년에 몇 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비용보다 훨씬 큰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얘기만 듣고도 고객들의 로열티가 높아진다.

 

BMW그룹 코리아에서는 ‘BMW 고객 서비스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옴부즈맨 제도로 차 모델, 고객 연령, 성별, 지역별로 100명의 고객 대표를 선정해 일정 기간 동안 BMW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쓴소리도 많이 나오겠지만 그 쓴소리가 결국은 약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도입하기로 했다. BMW그룹 코리아는 평가단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를 통해 서비스의 기준을 높일 계획이다.

 

또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상의 핫라인을 개설했다. 고객들이 차 수리 받은 내역과 비용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직접 문의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과의 소통 공간이다. 고객들이 문의한 내용들을 BMW그룹 코리아의 담당자들과 딜러담당자들이 직접 확인 후 3∼5일 이내에 해당 수리 내용에 대한 답변을 해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확인 과정에서 고객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더 낸 것으로 드러나면 돌려주고 이상이 없는데도 고객이 계속 항의하면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해준다.

 

2002년이었다. 김 사장은 김포공항에 자신의 BMW를 맡기고 부산에 가서 일을 본 뒤 다음날 돌아와 차를 찾았다. 그런데 정확히 17.5㎞가 더 운행이 돼 있었다. 호기심 많은 주차관리 직원이 신나게 몰고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 자동차가 아직 많지 않을 때였다. 김 사장은 고객들이 이런 고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공항서비스다. 김포, 김해, 인천공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출발할 때 차를 맡기면 돌아올 때 차를 가져다준다.

 

럭셔리 잡지만 보는 회의

BMW는 부자 고객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자신이 부자가 아닌 이상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공부를 해야 한다. 마케팅팀은 그래서 정기적으로 럭셔리 잡지를 보는 회의를 한다. 명칭은 회의지만 팀원들은 서로 대화를 하기보다는 하루 점심시간을 정해 샌드위치를 먹으며 잡지를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최신 트렌드는 물론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식료품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끊임 없는 혁신

2012 BMW 글로벌 임원 회의에 참석한 김 사장은 본사 임원진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본사 최고경영진은 BMW그룹 코리아가 전 세계 BMW 지사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김 사장을 치하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BMW그룹 코리아는 전 세계 BMW 지사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혁신 사례들을 끊임 없이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쇼 불참해 30억 아끼고 3억 투자해 500여 대 팔아

신문에김효준 배반자라는 헤드라인이 나왔다. 2009년 서울모터쇼에 BMW그룹 코리아가 불참한다고 발표하자 언론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자동차 회사 빅3 2곳이 파산할 지경이었다. 보통 모터쇼를 한번 하면 30억 원이 드는데 그 돈을 들여 모터쇼에 참가할 상황이 아니었다. BMW가 한국에서 곧 철수할 것이라는 추측 기사까지 나왔다. 보름 가까이 BMW그룹 코리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30억 원을 아낀 김 사장은 그 금액의 10분의 1 3억 원을 줄 테니 우리에게 맞는 모터쇼를 만들어보라고 마케팅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사실 30억 원이나 들어가지만 모터쇼를 통해 차를 많이 팔기는 어렵다. 모터쇼에는 100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2주일 동안 전시하고 팔리는 차는 한두 대에 불과하다. BMW그룹 코리아는 대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건물을 하나 빌려서 7시리즈를 위한 자동차 라운지를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리셉션을 지나 고객이 소파에 앉아서 샴페인을 한 잔 하며 영업사원들과 사업 이야기, 자동차 이야기를 하게 했다. 옆 방에선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BMW가 전시된 방으로 옮겨 한 시간 동안 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마지막엔 시승 기회를 줬다. 한 번에 단 한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 고객 800여 명이 다녀갔고 약 550명이 구매했다. 7시리즈의 평균 가격이 17000만 원이니 3억 원을 들여 약 935억 원을 번 셈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런 식의 VVIP 마케팅은 전 세계 BMW 지사들이 이제 벤치마킹하고 있다.

 

사장평가에 딜러 수익성 추가

6년 전 BMW 독일 본사의 세일즈 담당 임원이 바뀌었다. 이 임원은 김 사장에게 필요한 걸 한 가지만 얘기하면 들어주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의 평가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BMW 독일 본사가 각국의 지사장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판매 대수, 이익률, 각국의 브랜드 포지셔닝 등이 포함된다. 딜러의 수익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딜러의 수익성은 사실 본사에서 관심도 갖지 않는다. 이 임원은 깜짝 놀라며무슨 소리냐, 딜러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파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매업체들은 실적을 좋게 만들기 위해밀어내기를 하곤 한다.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딜러의 몫이 된다. 팔리지 않는 차를 받아놨다가 나중에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밀어내기를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는 BMW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딜러가 적정 수익을 내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세일즈 담당 임원은 고민 끝에 3개월 후 전 세계 지사장들에게 공지를 했다. 각 사장들의 인사 평가 요소에 딜러 수익성이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한국 사장이 엉뚱한 짓 한다고 다른 나라 지사장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작은 공지는 전 세계에서 BMW 회사와 딜러들 간 믿음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김 사장은덕분에 BMW 2008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제일 먼저 극복한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ASEM 차량 지원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2000년 한국에서 개최됐다. 2000년이면 한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자주 거론되던 시절이다. 당시 김 사장은 외교통상부에 가서한국이 통상문제가 있을 때마다 늘 닫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앞장서서 문을 닫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다. BMW 차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공식 차량으로 써달라고 제안했다. 한국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들이 국제 행사 공식 차량으로 사용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BMW는 정부에 107대를 제공하고 큰 홍보효과를 봤다.

 

무상수리, 보증수리

차량을 수리할 때 무상수리인지, 보증수리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서비스센터가 아니고 BMW그룹 코리아다. 수리를 하는 서비스센터의 딜러들도 잘 모르면 일단 BMW그룹 코리아에 결정을 넘긴다. 그런데 국내서 팔린 BMW 차량이 많다 보니 결정할 사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BMW그룹 코리아는 보증수리를 해줄지, 무상수리를 해줄지에 대한 결정권을 현장의 딜러 서비스센터에 주기로 했다. 해당 서비스센터가 지난 5년 동안 썼던 금액을 평균 내서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 그 한도 안에서 하도록 한 것이다. 현장에서 바로 결정하니까 일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에 더해 비용도 20%가 줄었다. 본사의 감사가 와서 깜짝 놀랐다. 관리가 목적이 아니고 고객이 목적이 되니 예상치 못한 부수입도 생겼다.

 

BMW그룹 코리아 미래재단

BMW그룹 코리아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혁신은 미래재단이다. BMW그룹 코리아는 2011 7월 비영리 사회공헌 공익재단 ‘BMW 코리아 미래재단(BMW Korea Future Fund)’을 공식 출범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했다. 독일의 본사를 제외하고 전 세계의 BMW 지사 중에 재단을 만들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나라는 없었다. 한국이 처음이다. 또 재단 설립을 통한 공헌 활동은 수입차 업계 최초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중에서도 드문 일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로부터-EU 협력상 최고 사회공헌상(Social Benefactor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래재단의 기금은 BMW그룹 코리아, BMW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 공식 딜러사 및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조성된다. BMW MINI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이 3만 원을 기부하면 해당 딜러사와 BMW그룹코리아, 그리고 BMW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고객이 금융상품을 이용할 경우)가 각각 3만 원씩 기부를 더하는 매칭 펀드의 형태다. 출범 이래 지난 1년 동안 고객의 기부 참여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약 60%의 고객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Thinking Out-side the Box’의 결과

BMW그룹 코리아는 독일 본사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독일 본사에서는 매년 시장별로 ‘Balance Score Card’ 평가를 하는데 2012 BMW그룹 코리아가 Annual Champion으로 선정됐다. 현재까지 모두 41등을 했다. 이는 BMW그룹 코리아가 모든 부문에서 균형을 맞추며 안정적인 성장을 해나갔다는 본사의 평가를 의미한다. 이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BMW 본사에서는 매년 각국별로 브랜드 모니터(perception study)를 하는데 지난해 BMW는 한국에서 브랜드파워 ‘1’을 받았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가 100%라는 것을 의미한다. 0.95에서 시작된 BMW의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성공요인

1) 고객의 숨은 니즈를 포착해 고객 가치 향상 서비스 발굴: BMW는 고객의 입장이 돼보고 고객의 행동을 연구했다. 그리고 고객들이 편안해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도입했다. 특히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를 판매한 이후에 고객들이보살핌을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서비스센터 업그레이드, 모빌리티 케어 프로그램, 고객 서비스 평가단, 서비스 핫라인 등은 고객들이 BMW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효준 사장의 B2C(BMW to Customer) 슬로건과 고객들의 솔직한 비판 수용은 BMW그룹 코리아의 전체적인 방향 설정을 해주었다.

 

2)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과 2등 업체라는 현실의 틀의 깨는 사고: 한국의 자동차 내수 시장은 크지 않다. 2011년 기준 1586000대로 세계 12위 권 규모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국내 기업이 존재한다. 많은 수입 자동차 업체들은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업을 한다. 규모에 맞게 주어진 물량을 잘 팔고 그 안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BMW그룹 코리아는 파이를 키웠다.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시장의 한계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더 큰 꿈을 꾸었다.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렸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최고급 대형 세단인 7시리즈를 세계에서 4번째로 가장 많이 팔고 10년 넘게 수입 자동차 업체 판매 1등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초창기 메르세데스 벤츠에 이어 세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중 만년 2등이라는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열정적으로 세일즈를 했다.

 

3) 끊임 없는 혁신: BMW그룹 코리아는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국 시장의 현실보다 더 큰 꿈을 꾸는 과정에서 다양한 혁신을 이뤄냈다. 모터쇼에 쓸 30억 원을 아끼는 대신 그의 10분의 1 3억 원을 투자해 수백 대의 차를 판매했고 파트너인 딜러의 수익성에 신경을 썼으며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을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혁신은 모두 한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BMW 지사들이 채택을 한 베스트 프랙티스들이다.

 

김 사장은모든 글로벌 리더들이창조라는 덕목이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창조가 그렇게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남들이 안 보는 것을 현장에서 세밀하게 관찰하고 상상력으로 호기심을 불어넣고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창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철저하게 고객 지향적으로, 시장 지향적으로 사업을 바꾸다 보면 거기서 창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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