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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동부화재의 6시그마 경영 혁신

CEO가 연 100시간 혁신 코칭 1조원 성공 신화를 쏘다

김선우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경영 기법이 등장하면서 6시그마는 진부한 방법론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조직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도입했다가 실패했거나 도입 자체를 꺼리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6시그마를 관련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8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 좋은 성과를 냈다. 일부 경쟁사는 6시그마를 도입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이는 6시그마가 전통적으로 제조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법론으로 여겨진 것과 일부 관련이 있다. 실제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실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고유 업무 스타일에 맞춰 자신들만의 독특한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혁신 의지도 강했다. ‘생존하기 위해 성장하고 성장하기 위해 혁신한다는 혁신 모토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동부화재는 이런 노력을 통해 총 1조 원에 가까운 재무적 성과를 올리는 등 혁신 경영의 내재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부화재의 6시그마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경영진의 관심과 참여

6시그마의 전사적인 도입은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동부화재는 2005년부터 혁신을 시작했지만 2010년에 CEO가 된 김정남 사장은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천천히 망한다(Deep change or slow death)”는 말로 동부화재의 혁신 업무에 힘을 실어줬다. 동부화재는 또 CEO가 실질적으로 혁신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김 사장은 핵심적인 전략과제를 직접 코칭하고 있다. 연간 100시간 이상, 연 평균 50개의 핵심전략과제에 대해 개별적인 코칭을 직접 수행했다. 1년에 4번 열리는전사혁신보고회는 혁신 프로젝트들을 공유하는 자리로 CEO가 주제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CEO를 비롯한 전 임원과 부서장이 참여해 자기반성을 통한 프로젝트 제안부터 최종 성과 보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혁신 프로젝트들이 총 망라된다.

동부화재는 혁신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전사 혁신전략 수립, 혁신 프로젝트의 추진과 관련된 지원 및 과제 관리, 프로젝트 성과 관리 및 평가, 혁신인력의 양성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요 임원들을 위원으로 선정해 실행력을 확보했다.

CEO는 또 매년 전국의 동부화재 리더 165명 및 경영진과 모여고객감동 실천계획경영진과의 대화 등의 테마로 진행되는다이다믹 컨퍼런스에 참석해 경영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CEO와 직원 간의 소통의 장인 CEO와 통통통으로 매월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이와 함께 경영혁신파트는 혁신의 비결 중 하나가챔피언 미팅의 결과라고 자부한다. 챔피언 미팅은 챔피언(임원)이 프로젝트의 진척도를 확인하고 이슈사항을 조정하는 자리로 매주 진행된다. 모든 임원은 매년 1개 이상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연간 2개 이상의 과제를 수행하는 임원은 85%가 넘는다. 이 챔피언 미팅은 임원과 관련 부서장, 블랙벨트와 그린벨트 등의 리더가 참여하여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다.

 

 

입체적 혁신 로드맵

 

 

입체적 혁신 로드맵

보통 6시그마를 추진하는 기업에서는 과장, 차장 등이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동부화재의 모든 혁신 프로젝트는 임원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부화재 프로젝트의 모든 주인공은 임원이고 임원이 직접 사장 앞에서 발표를 한다. 임원이 앞장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하 직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동부화재 임원들은 혁신보고대회를 통해 연 평균 4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대부분 고객만족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다. 동부화재 이근교 정보혁신팀 상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6시그마의 가장 큰 대상은 대고객 관련 불만족, 결함 등인데 이것은 제조회사나 보험회사나 똑같다. 우리는 고객 입장에서 불만족한 것이 무엇인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어떻게 서비스를 개선할지를 통계적으로 검증하고 실시한다. 보험업은 고객발굴, 보상업무, 계약관리 등 고객과 접촉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업무 중에서 고객에게 불만족한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기본으로 한다. CEO가 경영 전략을 프로젝트로 풀어나가고 임원이 실질적인 실행을 한다. 2005년부터 시작해서 8년 동안 실시했으니까 이제 혁신이 체질화됐다고 볼 수 있다.”

동부화재는 타 기업과 다른 고유한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6시그마에 PI(Process Innovation)와 업무효율화의 개념을 더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동부화재는 임원과 팀장이 주도하는 부문별 자율혁신을 기반으로 사업구조 혁신을 추구하는 PI, 프로세스 공정능력을 향상하는 6시그마, 비부가가치업무의 제거로 프로세스 효율을 증대하는 업무효율화를 동시에 시행해 입체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PI 6시그마의 융합은 독특하다. 전형적인 PI 6시그마는 과제의 범위 및 추진 절차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부화재의 6시그마가 챔피언(임원) 과제 중심으로 대형화되면서 2가지 방법론의 강점을 살린 통합 방법론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3) 동부화재 나름대로의 변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부화재는 각 프로젝트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여러 부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진행 중에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2번 넣었다. 우선 과제를 등록하면서 2일 동안 회의를 해서 프로젝트의 질을 높인다. 그 이후 프로젝트 진행을 하면서 중간에 2일은 이해 관계 부서 직원들이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4)

동부화재는 또 전사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고객중심의 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해 2005년부터 업무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림 6) 이와 함께 임직원은 물론 영업가족, 고객, 협력업체 등 동부화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경영현안에서부터 간단한 제도 변경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안 시스템을 통해 건의할 수 있도록 한 제안시스템도 입체적인 혁신의 한 부분이다.

동부화재는 이와 함께 혁신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각 부문별로 업무 속성에 맞는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했다. 전사는 전략수립, 영업은 마케팅 및 교육, 교육개발 방법론, 자산운용은 안정성 및 수익성 증대, 상품은 고객맞춤형 상품개발, 보상은 보험금 지금의 결함제거에 역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했다.

혁신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사례가 동부화재 프로미의 ‘30분 이내 출동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고객이 요청하면 30분 이내에 출동해야 되는데 100건 중 90건이 이를 지켰고 나머지가 약속을 못 지켰다면 10건은 결함으로 볼 수 있다. 분석을 해보니 오지여서 늦을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출동업체에 연락하지 못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또 출퇴근 시간에 정체로 현장도착이 늦어지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체계적인 혁신 활동이 없었다면 이런 문제점을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동부화재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출동요원의 위치추적(GPS)시스템과 오토바이 출동전담반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출동 체제 개선안을 마련해 최근에는 15분 이내로 시간을 단축시켰다.

콜센터 혁신 사례도 흥미롭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동부화재는 20초 이내 수신률 같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들을 도입했고 고객들의 다양한 문의와 요구를 잘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상담원들의 실력 등급에 따른 자동분배시스템 구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또 보험상품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 팔릴 거라고 예상을 하여 처음부터 한 부당 1800원 정도의 증권과 약관을 이에 맞춰 인쇄해 놓는다. 그런데 상품이 예상보다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고 상품이 업그레이드되거나 개정되면 이 인쇄물들은 다 버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와 관련된 인쇄물 관리체계를 개선해 결함을 줄였다. 이 밖에 보험사가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정관과 약관을 고객에게 발송하는데 이것이 고객에게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연구했다.

 

 

 

높은 목표 설정

동부화재의 현재 혁신 과제 수는 6시그마 혁신경영을 시작한 2004년에 비해 약 8배 증가했다. 그동안 다양한 혁신이 이뤄져 왔는데도 왜 과제 수는 크게 늘었을까. 문제를 세분화해 심층분석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세분화해 혁신 과제 수를 확대했다. (그림 5)

과제 수뿐 아니라 과제의 수준도 높게 잡았다. 일반 업무와 혁신 프로젝트의 목표 수준 차이를 확실히 두고 전략적으로 혁신의 목표를 높인 것이다. 일반 업무는 5∼10% 수준의 개선을 요구하는 반면 혁신의 목표는 CBA(Challenge But Attainable) 수준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챔피언 과제를 수행하는 임원은 ‘A’ 수준 또는 업계 1위 수준으로 프로젝트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성과 검증 및 관리

혁신 성과를 평가할 때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더했다. 동부화재는 경영혁신 마스터플랜의 로드맵에 따라 2011년까지 8년간 1288건의 혁신과제를 완료했으며 약 9482억 원의 혁신 재무성과를 거뒀다. 혁신 프로젝트로 인한 세전 이익은 연 10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정확한 재무성과 평가가 나온 것은 독립된 재무성과 검증을 위해 보험계리사와 회계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재무분석가(FEA·Financial Effect Analyzer) 8명을 두고 있는 덕분이다. FEA의 역할은 KPI 정합성 및 목표수준 검증, 재무성과 검증 등이다. 이들은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서 2, 인센티브 지급 시 2번 등 총 연 4회의 프로젝트 성과를 검증한다. 동부의 FEA는 기존 재무성과 산식검증만 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6시그마 방법론 중 ‘measure’ 단계에서 목표수준 검증까지 확대해 프로젝트 성과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그림6)

혁신 성과가 나오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평균 인센티브가 반기에 1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인센티브 최대치는 500만 원인데 현금으로 통장에 넣어준다. 프로젝트 중 잘한 것을 가리는베스트 프랙티스대회도 연 2회 실시한다. 혁신 관련해서 1년에 지급하는 상금이 연 25000만 원 가까이 된다. 이러한 연례행사가 임직원들에게 흥미로운 과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부화재는 MBB(Master of Black Belt)라는 6시그마의 블랙벨트를 지도 관리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인력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들은 각 프로젝트가 제대로 선정이 됐는지, 선정이 됐다면 이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한 뒤 선정한 개선 목표 등이 적절한지 또한 검증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개선이 되고 난 후 1년 동안 성과관리를 한다. 원래 프로젝트를 하고자 했을 때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1년 후 성과를 평가해 담당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종료 후 개선된 프로세스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업무 방식이 정착되도록 업무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단기성과가 아니라 구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혁신 결과

동부화재의 혁신은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다. 동부화재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KOREA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2012 9월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최초로 DJSI Asia-Pacific 지수에 편입됐다. DJSI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속가능경영 평가 및 투자(SRI) 글로벌 표준이다. 동부화재는 또 미국계 보험전문 신용평가사 A.M.Best로부터 5년 연속 A(Exellent)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는 외형 증가에도 불구, 낮은 사업비 집행 등으로 최고 수준의 경영효율성 유지한 점 등이 평가를 받았다. 2011 12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인 S&P rating을 진행한 결과 이전과 동일한 BBB+ 등급을 유지했지만 등급전망(Outlook)에서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Stable에서 Positive로 상향 조정됐다. 등급전망 Positive는 향후 12∼18개월 이내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동부화재는 손해보험업계에서 시장점유율과 순위도 오르고 있다.

 

 

성공 요인

혁신은 결과적으로 실행력, 즉 일하는 방식의 개선으로 귀결된다. 동부화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급적 체계적 프로세스를 밟는 것을 체질화했다. 여기에 PI 6시그마, 업무효율화, 제안제도와 같은 혁신 방법을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입체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혁신 프로젝트의 수준을 높이면서 성과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했다. 6시그마에서 FEA MBB의 적절한 활용을 통한 검증과 관리는 혁신의 체계화와 내재화에 기여했다.

솔직한 자기 반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2012년 상반기혁신보고회때 마케팅 부서가 현재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는데 김정남 사장의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실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질책을 했다. 원래 보고대회에서 직원들에 대한 질책은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점심식사 후 이어진 회의에서 김 사장은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런 일이 생길 정도로 동부화재는 혁신업무 과정에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자기반성을 했다. 보고대회 때는 혁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나라한 현실들이 개선책과 함께 그대로 노출됐다. 어떤 부서는 보고대회 때 고객들의 인터뷰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회사 직원이 감히 언급하기 힘든 비판도 노출시켰다. 상반기 보고대회 때 화를 낸 것에 대해 CEO가 사과까지 한 것은 반성을 통해서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철학 때문이다. 김 사장은반성을 통해서만 개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철저한 자기 반성은 우리를 끝없이 배우게 한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은 6시그마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개선 전담인력을 확보한 뒤 이들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도록 한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각 부서 임원이 그해에 담당할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사장에게 발표한다. 이처럼 CEO와 임원 중심으로 혁신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관리자와 일선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관련 혁신 업무 관여도가 높아진다. 혁신 업무를 담당한 이근교 상무는 “6시그마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저항이 생길지 잘 알고 있었다 “CEO가 업무를 직접 챙기게 하고 임원이 발표하게 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졌고 혁신 업무가 일상 업무의 일환으로 자리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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