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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성장전략

유통망 선점·품질기반 명품전략정관장 고속성장의 비결

신수정 | 99호 (2012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나영(이화여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정관장(正官庄)’은 올해로 창업 113주년을 맞는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제품 브랜드다. 정관장이라는 이름은 ‘정부가 관할하는 공장에서 제조, 포장된 관제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제 홍삼과 위조 고려삼이 범람할 때 관에서 만든 진품 홍삼과 구별하기 위해 제품 포장에 ‘정관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홍삼은 수삼을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것으로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뿌리삼, 농축액 등의 형태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절편, 캔디, 캡슐 등으로 제품 종류가 다양해져 건강식품뿐 아니라 기호 식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홍삼 시장은 1996년 인삼 전매제도가 폐지된 후 매년 전년 대비 10∼15% 성장해 현재 약 1조 3000억 원가량 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홍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브랜드인 정관장은 고속 성장 중인 홍삼 시장의 선두 업체로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인삼공사가 민영화로 전환된 2002년 말 2211억 원이던 매출액은 2006년 4295억 원, 2011년 9400억 원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300% 이상 성장했다. 홍삼 제품이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건강 식품으로 인기가 날로 치솟자 정관장이 독주하던 홍삼 시장에 농협 한삼인, CJ뉴트라, 동원F&B 천지인 등 후발업체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발 업체들이 정관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홍삼 제품을 선보이면서 정관장의 시장점유율은 과거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자랑하며 점유율 70%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해외 매출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최근 10년 사이에 급속히 성장해 매출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둔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브랜드 정관장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검사에서 시작해 검사로 끝난다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은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비싼 제품들이 많다. 해당 제품군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관장 제품만을 고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다. 이는 품질과 관련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검사에서 시작해 검사로 끝난다’는 철저한 품질 관리가 뒷받침됐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제조에 필요한 인삼을 모두 일반 농가와 계약 재배로 조달한다. 전체 계약 면적만 약 7000헥타르(2117만5000평)가량이다. 한국인삼공사가 경작 기술과 영농자금을 지원하고 농민은 1년생 묘삼을 6년근으로 길러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정관장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차별화 전략은 바로 6년근 인삼만을 원료로 쓴다는 것이다. 정관장 브랜드 로고에는 아예 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농가의 무공해 청정 인삼만을 생산 수매하기 위해 예정지 선정 때부터 계약 대상지의 토양을 채취 분석한 뒤 표준 재배법에 따라 관리한 우량 포지만 계약을 체결한다. 농업을 전공한 뒤 인삼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직원들이 청정 재배지를 찾기 위해 백령도, 민간인통제구역 등 전국 방방곳곳을 찾아 다닌다. 인삼 재배에 적합한 예정지를 찾아 선정한 후에는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 2년 이상 관리에 들어간다. 청정 재배지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만약 예정지의 관리상태가 불량해서 토양 조건이 부적합하면 계약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정지 관리 작업에도 많은 노력이 투입된다. 10회 이상 밭을 갈아서 토양을 부드럽게 만들고 뜨거운 여름철 한낮에는 여러 차례 밭을 깊이 갈아서 일광소독을 철저히 한다.
 
예정지를 완벽한 인삼 포지로 만든 후 재배가 시작된다. 또 홍삼 제품 출시 전까지 총 여섯 차례 검사를 한다. 재배지의 토양검사를 시작으로 1년간 자란 묘삼 검사, 5년근 인삼 검사, 6년근 인삼에 대한 2차례 검사, 홍삼 제품화 공정 시작 전 검사를 진행한다. 6차례의 검사 중에서 한번이라도 농약이나 중금속이 검출되면 바로 폐기한다. 조용래 품질관리실장은 “미량이라도 중금속이나 오염물질이 나오면 수매하지 않기 때문에 재배농가에서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며 “정관장의 홍삼 제조는 검사에서 시작돼 검사로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품질관리는 9∼11월 인삼 수확기 때도 이어진다. 이 기간 한국인삼공사의 전 직원은 전국 곳곳의 인삼 수확 현장에 배치돼 혹시나 있을지 모를 도난과 ‘부정삼’ 유입을 감시한다. 6년삼의 인기가 좋아 간혹 덜 키운 4, 5년짜리 인삼을 섞어 넣으려는 시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수확 후에는 모든 인삼에 경작자, 산지, 수확일을 기록한 바코드를 붙여 밀봉해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인삼공사 고려인삼창으로 보낸다. 이 바코드는 제조 전 과정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고려인삼창은 약 18만㎡(5만6000평) 부지에 약 7만㎡(2만 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홍삼공장이다. 하루에 100t가량의 홍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으로 입고된 인삼은 세삼(물로 세척), 증삼(물로 쪄서 익힘), 건조(태양광에서 수분 함량 14% 이하)시켜 잔류농약 등 68개 성분에 대한 안전성 분석 검사를 실시한다.
 
 
조용래 실장은 “품질관리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가령 커피의 맛을 가장 좋게 하는 이상적인 온도가 25도라면 이를 24도나 26도가 아닌 25도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품질관리라고 생각한다. 정관장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인 인삼을 가장 최적의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액의 2.5%, R&D에 투자
한국인삼공사는 세계 최대 인삼연구소를 운영하며 매년 매출액의 2.5%(2011년 기준, 약 235억 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소 인력들은 대부분 석·박사 급으로 15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인삼효능, 재배기술, 토양연구, 신품종 개발, 안전성 강화, 신기능 생약복합제재 연구 및 이를 응용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만 국내외 학술지에 5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00여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연구소에서 나오는 각종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구상하고 선보이고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엄격함이 요구되는 건강식품인 만큼 제조 과정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인삼 및 홍삼기업 최초로 5개 분야에 대해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증을 받았다. 2010년 품질경영시스템, 잔류농약(작물보호제), 중금속 분야에 대한 적합성 평가에서 KOLAS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미생물 분야(일반 세균 수, 대장균 수), 무기성분(Na, Ca, Fe을 포함한 기타 금속)까지 추가 인증을 받았다. 한국인삼공사가 획득한 5개 분야 192개 항목에 대한 인증은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인증기관과 동등한 국제효력을 가지므로 이들 지역에 수출 시 별도의 시험이나 제품인증을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 해외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강화된 셈이다.
 
 
유통을 선점하다
빠른 속도로 급증하는 정관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유통망을 고민하던 한국인삼공사는 1999년부터 직영점 및 가맹점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건강 식품 업체 중에서 단독으로 전시판매장을 구축한 것은 정관장이 처음이었다. 이종림 영업본부 FC관리부장은 “당시 대부분의 유통 전문가들은 건강 식품 프랜차이즈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봤지만 경영진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통망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영점과 가맹점 확대를 강력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전국 주요 도시의 중심상권 위주로 매장 인테리어 표준안에 맞춘 정관장 매장을 늘려나가는 정책을 추진했다. 2004년부터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환해 백화점 및 면세점 등 기존 유통채널과 함께 한국인삼공사의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일찍 시작한 덕분에 소위 ‘목 좋은 곳’을 선점할 수 있었다. 1996년 16개였던 정관장 전시판매장은 2004년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해 2005년 435개, 2011년에는 800개로 늘었다. 임대료가 비싸서 가맹점 수요는 없지만 잠재 고객군들이 자주 다니는 서울 강남의 주요 상권 일부는 홍보 차원에서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정관장 가맹점과 직영점 매출 비중은 전체의 50%, 백화점 매출은 20%, 면세점은 15%, TV 홈쇼핑은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종림 부장은 “유통망을 초기에 일찍 선점한 덕분에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보다는 기존 가맹점의 점당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RM으로 충성 고객 확보
한국인삼공사는 가맹점과 직영점 체제를 구축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객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인삼공사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프로젝트는2007년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을 거쳐 2008년에 시스템 구축으로 시작됐다. 거래고객 데이터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초기 CRM에서 벗어나 고객 태도와 경험분석, 고객 로열티 강화에 주력하는 CRM을 추구했다.
 
우선 고객들이 정관장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요인은 무엇인지, 불만 및 기대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고객 개별인터뷰,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주부모니터 등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군별, 구매단계별로 50여 개의 핵심 로열티 요인(CLD)을 도출했다. 뽑아낸 50여 개의 핵심 로열티 요인 중 80% 이상이 실제 영업현장 및 마케팅전략, 제품개발에 활용됐다. 예를 들면 제품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도 정관장 제품을 잘 먹고 있는지, 먹으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체크하는 ‘복용지도 서비스’와 전화상으로 결제가 가능한 ‘수기특약 서비스’, 매일 3번씩 챙겨 먹기가 불편하다는 고객의 의견을 참고해 구매횟수를 최소화한 1일 1포 섭취 제품 집중 개발 등이 핵심 로열티 요인을 바탕으로 선보인 대표적 고객가치 서비스들이다.
 
한국인삼공사는 CRM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매장 직원과 이들을 관리하고 코칭하는 슈퍼바이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 집합교육, 현장 코칭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주요 매장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각 매장별 코칭 컨설팅을 진행해 직접적인 변화관리 교육을 추진했다. 실질적인 CRM 활성화를 위해 2008년 이후 CRM 관련 지표를 매년 영업/마케팅 관련 부서 및 지사, 슈퍼바이저는 물론 임원 평가지표로까지 포함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정관장 멤버십 가입 회원은 2007년 80만 명에서 2010년 220만 명, 2011년에는 270만 명을 넘어섰고 회원 매출비중은 같은 기간 71%에서 81%로 늘어났다. 이 중 연간 5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로열 골드회원이 4000명, 연간 2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골드 회원도 3만5000명이나 된다.
 
CRM부 이강돈 과장은 “CRM 프로젝트 실시 후 우수고객이 10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늘고 전체 회원 매출에서 우수고객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30%에서 42%로 증가했다”며 “특히 우수고객 유지율이 71%에서 76%로 5%포인트 늘었는데 우수고객 유지율 증대만으로도 대략 150억 원 이상의 재무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어진 고객층
정관장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는 홍삼정 제품군이다. 홍삼정은 6년근 홍삼을 최적의 조건으로 달여 진액만을 농축시킨 제품이다. 홍삼정, 홍삼정플러스, 홍삼정 리미티드, 홍삼정천(), 홍삼정로얄 등 홍삼농축액 시리즈의 매출은 한국인삼공사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홍삼정이 건강에 신경을 쓰는 40∼50대 이상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한국인삼공사 내부에서는 정관장의 브랜드가 너무 ‘올드(Old)’해 보여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마케팅 부서에서 제안한 상품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홍삼 제품이었다. 홍삼정을 비롯해 정관장의 제품 품질력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많은 고객들이 신뢰하는 만큼 어린이를 위한 홍삼 제품을 선보이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6년근 홍삼농축액과 녹용, 당귀, 칼슘, 비타민 등을 함유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담은 홍이장군은 2004년 출시 이후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소비자 조사 결과, 홍이장군의 인지도는 어린이 자녀 보유층 대상에서는 11.5%, 자녀용 건강식품 구매층 내에서는 52.2%나 됐다. 현재 한국인삼공사 매출액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인삼공사의 고객 연령층이 홍이장군 출시로 인해 낮아졌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50대 이상 고객이 주를 이뤘지만 홍이장군이 성공하면서 어린아이를 둔 20∼30대 여성들의 매장 방문율이 증가했다. 20∼30대 여성들이 홍이장군을 사러 매장을 찾았다가 본인, 남편, 부모를 위한 정관장의 다른 제품까지 구입하게 되면서 크로스셀링 효과도 나타났다. 2011년 말 현재 정관장 고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 비중은 8.6%, 30대 29.6%, 40대 32.2%, 50대 19.5%, 60대 이상 10%로 20∼30대 비중(38.2%)이 50∼60대 이상 비중(29.5%)보다 8.7%포인트나 높다.
 
 
명품 전략으로 해외 공략
정관장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60여 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해외 수출은 매년 증가해 2008년 5600만 달러, 2010년 73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억2800만 달러가량을 수출해 처음으로 해외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정관장은 해외 진출 시 명품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한국인삼공사 미주법인은 최근 뉴욕 맨해튼 32가와 5th Ave 사이에 정관장 브랜드 스토어를 열었고 중국에서는 상하이, 선전, 항저우,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상류층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세계 최대 인삼유통시장인 홍콩에서는 빅토리아하버에 정관장 대형 광고 전광판을 설치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 홍콩 빅토리아하버에 광고판을 설치한 곳은 삼성, LG에 이어 정관장이 세 번째다.
 
 
최고 품질의 고려삼을 재배해서 홍삼 제품을 제조한다는 명품 전략에 맞게 중국에서는 위조품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키네그램(Kinegram·색변환 박막필름을 부착하는 것으로 복사할 경우 고유 색상 재현이 불가능한 위조방지 시스템)을 통해 위조품의 유통을 막으면서 현지 세관들과 협력해 정관장 위조품에 대한 특별 관리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발견된 위조품에 대해서는 법률 소송을 하고 있다.
 
성공요인
1)선도자의 법칙 정관장은 다른 건강식품 업체들보다 빠른 1999년부터 유통채널 강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직영점과 가맹점을 확대해나갔다. 시작 당시 많은 유통 전문가들은 홍삼 제품만으로 단독 전시판매장을 운영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경영진은 수요가 증대되는 가운데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통망 확대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남들보다 빨리 전시판매장 선점에 나선 결과 정관장은 전국에서 상권이 좋은 800여 곳의 요지에 매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의 차별화 전략 중 지역적 입지와 유통경로는 모방하기 힘든 경쟁 우위 중 하나다. 사업상 용무로 출장을 가는 기업인들의 호텔 선택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의 위치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정관장은 주요 상권과 아파트 밀집지역 곳곳에 가장 먼저 매장을 설립함에 따라 유통경로를 장악하고 이후 홍삼 시장에 대거 뛰어든 후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월적 위치에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또 직영점과 가맹점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점포 난립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유통가격 질서 문란 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전문매장 확보를 통해 영업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해 정관장 브랜드를 확고히 지키면서 매출도 향상시켰다.
 
2) 성공적인 라인 확장 정관장의 대표 상품은 홍삼농축액인 홍삼정 제품군이다. 하지만 한국인삼공사는 홍삼정 시리즈의 인기에만 만족하지 않고 핵심 제품을 활용한 라인 확장을 고민했다. 라인 확장은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동일한 제품군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기업이 추가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이면서 브랜드를 재활성화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나 확고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라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의 후광 덕택에 쉽게 제품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정관장이 새롭게 선보인 홍이장군은 그전까지의 주요 타깃이었던 40∼50대 성인이 아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었다. 홍삼농축액이라는 기존에 갖고 있는 기술에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담아 출시하자 어린이를 자녀로 둔 20∼30대 여성들이 새로운 고객군으로 편입됐다. 홍이장군을 사러 매장을 찾은 20∼30대 여성들이 본인, 남편, 부모를 위해 정관장의 다른 제품까지 구입하게 되면서 크로스셀링 효과가 나타났고 홍삼정을 사러 왔다가 손자, 손녀를 위해 홍이장군을 구매하는 40∼50대 고객들도 늘어나 매출도 증가했다. 홍이장군을 선보임에 따라 정관장의 고객 연령층이 이전보다 젊어져 브랜드가 ‘다소 올드하다’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3) 강력한 CRM으로 충성고객 확보 정관장은 건강 식품 업체 중에서는 비교적 빨리 CRM을 도입했다. CRM 시스템을 구축한 후에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사를 통해 도출한 핵심 로열티 요인 50여 개 중 80% 이상을 실제 영업현장 및 마케팅 전략, 제품개발에 활용했다. 고객이 제품을 잘 먹고 있는지 체크하는 ‘복용 지도 서비스’, 전화상으로 결제가 가능한 ‘수기 특약 서비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 ‘1일 1포 섭취 제품’ 개발 등이 CRM을 통해 도출한 대표적 고객가치 서비스다. 정관장은 효과적인 CRM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통해 고객정보 획득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고객 로열티 강화를 통한 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했으며 고객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4) 철저한 품질관리로 신뢰감 확보 한 브랜드가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뜻이다.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은 건강식품이지만 의약품 수준의 엄격한 품질관리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정관장은 홍삼의 원료 수매 단계에서부터 생산 단계별로 여러 차례 철저한 안전성 평가를 통해 건강식품 제조업체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인 안전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정부로부터 우수농산물인증(GAP) 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인삼공사의 재배관리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전에 재배했던 식물과 땅의 산도·기울기·토양오염 여부까지 꼼꼼히 따진 뒤 재배지 적합 여부 판정을 내리고 있다. 적합 판정을 받은 재배지에 묘삼을 심은 뒤에도 정기적으로 토양 검사 및 안전성 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철저한 품질관리 노력과 매년 매출액의 2.5%가량을 투자하는 R&D 덕분에 정관장은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은 정관장 홍삼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도전과제
오랫동안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이 독무대였던 홍삼시장에 이제 후발업체들도 대거 진입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국내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으로 볼 때 향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지난해 한국인삼공사는 해외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정관장이 선전하고 있지만 최근 북미 화기삼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중국 동북 3성의 대규모 생산 공세에 밀려 고려삼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는 추세다. 인삼 재배면적 1위인 중국이 저렴한 생산비로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관장은 높은 수준의 품질력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한 지역별 제품 개발에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 특히 고려삼에 높은 호감을 갖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이 우선 과제다.
 
둘째, 제한된 재배 면적에서 생산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정관장이 제품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고려삼은 한반도에서만 재배 가능한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재배할 수 있는 토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새로운 재배지를 찾는 것이 어렵다면 품종 개량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이미 이러한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 개발에 착수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상태다. 제한된 조건 아래 고려삼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량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인삼에 대한 꾸준한 R&D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연구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는 장기적 안목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jang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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