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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기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사례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을 조직 역량 발전 계기로 삼다

황이석,최한나 | 97호 (2012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교수 황이석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2010년 하반기, 중소기업 회계팀에 비상이 걸렸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전 상장사가 IFRS를 사용해야 했다. 이를 준비하느라 회사마다 야단이었다.

 

2010 3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IFRS 의무적용기업 1190사 가운데 도입에 착수한 기업은 약 900곳으로 전체의 4분의 3(75%)을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도입에 착수했다고 답한 26.5%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75% 가운데 38% 이상이 준비 및 분석의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시스템 설계와 구축, 실제 적용 등 실질적인 준비에 나선 기업은 37%가량에 불과했다.

 

특히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컸다. 2009년 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장기업 중 자산규모가 20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상장 중소기업의 50.5% IFRS 도입 시기를 유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IFRS 도입 준비 미흡(27.8%)’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도입 이후 혼란 예상(25.4%)’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도입시기가 빠름(24.2%)’ 등이 꼽혔다. ‘IFRS 도입의 실익이 크지 않음이라고 답한 기업도 22.6%나 됐다.

 

해외 자회사가 많아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실익이 크고 고정자산의 재평가 등으로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해외 진출 기회가 적고 인력 양성 및 시스템 개편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이 버거운 중소기업은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IFRS로의 전환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연합회 등을 주축으로 도입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IFRS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동양기전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동양기전은 오랜 시간을 두고 회계기준 변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특히 내부 회계 담당 인력을 효율적으로 육성해 혼란이나 실수 없이 새로운 회계기준에 안착했다. 동양기전이 추진한 IFRS 도입과정과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동양기전은 자산 규모 4000억 원 정도의 중견기업이다. 국내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1100여 명. 이 가운데 회계 및 재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17명이다. 연차가 낮은 주니어급 직원을 제외하면 실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10명이 채 안 된다. 4000억 원이 넘는 회사 살림을 담당하는 인력치고는 빈약한 편이다.

 

다른 중소기업과 다름없이 동양기전 역시 2011년부터 전 상장기업으로 확대 적용되는 IFRS를 앞두고 고민이 컸다. 한두 개 항목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칙부터 체계, 적용방법이 전면적으로 달라지는데다 시스템 개편과 전문 인력 확충 등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할 영역이 많았다. 당시 CFO를 맡아 동양기전의 내부 살림을 총괄하던 안경기 상무(현 기획 담당 상무) “IFRS 도입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시스템이나 회계처리방법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회상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이란

기업의 회계 기준은 재무정보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언어와 같다. 기업마다 회계기준이 다르다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처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면서 영어가 공용어로 자리 잡은 것처럼 기업 활동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기업의 언어인 회계기준을 하나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가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IFRS는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우리나라가 기존에 사용하던 기업회계기준(K-GAAP)은 규정 중심(Rule-based)의 회계기준이다. 이는 회계를 처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회계처리방법을 미리 일일이 정해두는 방법이다. 하지만 경제 환경과 기업 활동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회계 사안을 모두 예측해 규정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규정이 방대해졌다. 또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면 규정을 피해가려는 거래가 조장되고 이는 왜곡된 회계처리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IFRS는 원칙 중심(Principle-based)의 회계기준이다. 회계처리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근거해서 회계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원칙만 제시하는 방법이다. 기업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각자의 실질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을 택해 회계를 처리하면 된다.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고 주석을 통해 설명한 논리가 타당하다면 기업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회계를 처리할 수 있다.

 

경제적 실질가치의 반영 K-GAAP에서는 법이나 규제에 근거해서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는 반면 IFRS에서는 법이나 규제보다는 해당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맞춰 회계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즉 거래의 형식이나 그와 관련된 법률보다는 실제 그 거래의 경제적 본질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취득원가에 따라 자산 및 부채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K-GAAP)에서 벗어나 현재 거래되는 시가를 기준으로 자산 및 부채를 평가하도록 한 것이 그 예다. 현재 시가 기준으로 자산 및 부채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투자자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보다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결재무제표 위주의 공시체계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서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종속회사를 지배회사의 하나의 사업부나 지점으로 보고 이들 재무제표를 합산해 한 회사의 재무제표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 개별재무제표다. 쉽게 말해 서로 연결하지 않은, 지배회사 또는 종속회사의 독립된 재무제표다.

 

이제까지는 여러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지배회사라고 할지라도 개별재무제표를 주된 재무제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IFRS에서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산해 만드는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활용한다. 법적으로는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일지라도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실체로 보고, 이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가장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다.

 

동양기전은?

동양기전은 인천을 중심으로 서울, 전북 익산, 경남 창원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다.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 유압기기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주 사업으로 한다. 1978년 설립됐으며 한국법인 기준으로 현재 자본총계 2300억 원, 자산총계 4300억 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2011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4500억 원, 당기순이익은 200억 원대다. 해외에는 중국과 인도,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법인과 지사, 사무소 등이 있다. 2008년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9년부터 경기회복과 함께 실적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 제기

IFRS 도입으로 동양기전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에 대한 상각방법 및 대손충당금 설정방법을 변경하는 일과 해외법인과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이다.

 

①유형자산 상각방법 변경 기존 K-GAAP에서는 유형자산의 취득원가가 쌍방 간 거래 등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가격으로 신뢰할 만한 회계정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자산과 부채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기준으로 취득원가주의를 사용했다. 즉 재무제표에 기재된 유형자산의 가치는 시간이 많이 지나더라도 구입할 당시 지불한 금액, 또는 그 금액에서 감가상각충당금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유형자산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발해졌고 시가(市價) 또는 공정가치(fair value)가 투자자 및 재무제표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더 유용하다는 주장이 우세해졌다.

 

이에 따라 IFRS에서는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허용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자산가치가 크게 변해서 장부 가치와 현재 거래되는 시장가격 사이에 차이가 클 경우 자율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은 유형자산을 활용해서 일정기간 동안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해 해당 유형자산의 가치하락분을 산출해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연수를 산출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유형자산을 취득했을 때 앞으로 몇 년 동안 해당 자산을 사용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 추정해 매년 가치하락분만큼 상각하는 것이다. IFRS 도입 전 동양기전에서는 유형자산을 세법의 분류대로 나눠 세법에서 정해진 내용연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IFRS에서는 유형자산을 좀 더 세분하고 회사마다 실제로 사용하는 연수를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골프카(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차)1

대표적인 감가상각 방법에는 정률법과 정액법이 있다. 정률법은 자산의 잔존가격에 매년 동일한 비율을 적용해서 나온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각금액이 감소한다. 정액법은 자산의 내용연수 동안 매년 일정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법이다. 상각금액이 매년 동일하다. 이는 내용연수 동안 매년 비슷한 가치만큼 자산의 경제적 효익이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동양기전은 유형자산에 대해 건물이나 구축물에는 정액법을, 기계장치나 공구, 비품, 차량 등에는 정률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IFRS에서는 정률법을 사용하려면 유형자산을 매입한 초기에 해당 유형자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증명해야 한다. 사실상 정률법 적용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동양기전의 경우 자동차부품과 유압실린더 및 산업기계 등을 생산·판매하는 제조업체로 다른 업종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세법에 규정된 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감가상각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지만 IFRS로 전환되면서는 동양기전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②대손충당금 설정 기존 K-GAAP에서는 매출채권이나 대여금, 미수금 등 받을 채권의 잔액을 계산하고 해당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단계별로 나눠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었다. 이때 회수 가능성은 과거 대손 경험률을 토대로 앞으로의 대손 가능성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업은 충당금을 설정할 때 기말마다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을 추정해서 대손충당금을 확정하고 이미 설정돼 있는 대손충당금 잔액과 비교해서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환입하는 방법 또는 외상매출액의 일정 비율만큼 대손상각비로 설정하는 방법을 쓸 수 있었다.

 

IFRS에서는 구간별 충당금 설정률을 회사의 과거 회수율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마다 과거에 얼마나 채권을 회수해왔는지 따져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방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가정한 것이다.

 

동양기전의 경우 과거 채권 회수율을 파악하고 새롭게 충당금 설정비율을 책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채권 회수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마 만에 1년 이상 연체 채권이 발생하는지 구간별로 파악해야 했다. 그에 따라 구간별 충당금 적립률을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③해외법인과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이 항목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K-GAAP에서는 개별재무제표를 기업의 주 재무제표로 본 반면 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사실상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보고 연결재무제표가 그 기업의 실체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K-GAAP에서도 연간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되고 공시되기는 했다. 하지만 분기 또는 반기 보고서는 작성 및 공시 의무가 없었다. 즉 연결재무제표는 개별재무제표의 보충 자료 정도로만 인식돼왔다.

 

IFRS에서는 연도별 재무제표는 물론 분기 및 반기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 모든 공시서류를 연결대상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작성 및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정기보고서는 재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회사의 개요와 사업내용, 우발채무, 제재현황 등 비재무적 사항에 대해서도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모두의 정보를 포함하도록 했다.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이 되는 종속회사의 범위도 달라졌다. K-GAAP에서는 주식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30% 초과해서 소유하면서 최다 출자자인 경우 다른 회사를 지배한다고 봤다. 반면 IFRS에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등을 50% 초과해서 소유하거나 실질적 또는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을 지배-종속 관계로 규정했다. 또 자산 100억 원 미만의 회사와 특수목적회사(SPC) 역시 연결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IFRS 적용으로 연결 대상이 달라지면서 동양기전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종속회사 숫자가 기존에 비해 증가했다. K-GAAP하에서 동양기전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은 중국(중국유한공사)과 미국법인 2곳뿐이었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면서 2곳 외에 중국(강음유한공사), 일본과 인도 법인 3곳이 추가됐다. 2011 5 HST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총 6곳이 됐다.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로 변경되면서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좀 더 자주, 자세히 작성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해외법인의 경우 해당 국 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를 1차로 작성하고 지배회사(동양기전)와의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IFRS에 따른 재무제표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문제 해결 과정

동양기전이 회계기준 변경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초부터다. 2010년 초 금융감독원이 조사할 때까지만 해도 자산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준비에 착수하지조차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일찍 준비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동양기전은 자산규모 2조 원 미만 기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든 상장사로 적용이 확대되는 2011년부터 의무적용 대상이었다. 때문에 준비에 돌입할 무렵을 기준으로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동양기전은 가급적 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최종 목표를 ‘IFRS의 성공적 도입이 아니라회계전문인력의 양성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바뀐 회계기준을 새로 도입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만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직원들의 전문적인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예상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동양기전은 일단 장기적인 로드맵을 짰다. 새롭게 바뀌는 회계기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용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는 과정은 필수였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동양기전은 일회성에 불과한 회계법인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전문성을 기르겠다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모든 과정은 철저한 계획 아래 단계별로 추진됐다.

 

안경기 상무와 회계팀을 주축으로 IFRS 학습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다. TFT는 재무와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자체적인 회계능력 확보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작업을 추진했다. TFT에서 진행하는 모든 학습 과정과 결과물은 사내 나눔터(CoP·Community of Practice)를 통해 모든 멤버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IFRS 학습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2009 2, 동양기전은 일단 IFRS 기준서 37개 가운데 회사와 직접 연관되는 26개를 학습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재무팀원별로 2∼3개씩 기준서를 맡아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은 각자 맡은 기준서에 대해 주요 내용과 K-GAAP 대비 달라지는 점, 적용방법, 적용 시 재무제표 및 손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직접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했다. 공부한 결과는 나눔터에 게재해서 다른 직원들과 공유했다. 주마다 2∼3회씩 모임을 하며 각자 공부한 결과를 발표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맡은 사람은 준비하고 설명하면서 한번 더 학습할 수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맡은 주제 외에 다른 항목까지 자세하게 파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학습 활동이 약 5개월간 이어졌다.

 

같은 해 7월부터 2단계 학습이 진행됐다. 26개 기준서에 대한 내용 파악이 일단락된 후 약 3개월 동안 실제 적용사례를 집중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사가 직접 부딪치게 되는 이슈를 점검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자체적으로 검토했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고 국내 상황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정된 크고 작은 이슈는 총 63개였다. 동양기전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31개에 대해 직접 대안을 찾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머지 32개에 대해서는 향후 회계법인과의 컨설팅 과정을 통해 해결방법을 구했다.

 

같은 해 9월 말부터는 중국 등 해외법인 이슈 해결에 주력한 3단계 학습기간을 가졌다. 동양기전이 연결 대상으로 하는 해외 종속회사는 중국유한공사와 미국법인, 일본법인 등이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법인은 판매법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계처리가 간단하고 이슈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법인은 미국이나 일본법인에 비해 매출 규모가 큰데다 제조와 판매를 겸하고 있어 변경 적용해야 할 항목이 많았다. 별도 시스템 구축과 담당 직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었다. 회계 담당자는 중국 현지 회계기준은 물론 한국의 새로운 회계기준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동양기전은 중국법인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 회계팀을 교육한 것과 비슷한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단 한국 회계팀과 중국 회계팀을 일대일로 짝지어 하나의 조로 구성했다. 중국 회계담당 직원들로 하여금 새로운 회계기준과 관련 이슈를 스스로 공부하도록 한 후 한국 담당자와 매일 화상회의를 통해 학습 내용을 공유하도록 했다. 학습자료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양쪽이 나눠가졌다. 화상회의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조선족을 사이에 두고 통역을 맡겨가며 진행했다.

 

해외법인 교육까지 끝내고 회계담당 인력에 대한 사전 교육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야 동양기전은 안진회계법인에 IFRS 도입 컨설팅 용역을 맡겼다. 용역기간은 2009 11월부터 2010 3월까지 5개월로 K-GAAP IFRS 간 차이 분석 및 이슈 파악, IFRS 추진 계획 및 회계 인프라 개편, 정보 시스템 확충 등에 대한 자문을 내용으로 했다. 자체적인 교육을 충분히 시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컨설팅 회사에서 주관하는 교육은 따로 받지 않았다.

 

IFRS 도입과 함께 추진한 것이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여러 법안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법적 책임이 확대됐다. 따라서 부정이나 오류를 방지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기업 내부의 자체적인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동양기전은 IFRS를 도입하기 전에 기존에 구축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검토하고 2010 2월부터 기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CM(control matrix) 항목을 대폭 늘렸다. 기존 504개였던 한국법인 통제항목은 533개로, 67개였던 중국법인 통제항목은 261개로 늘어났다. 미국과 일본법인에 대해서는 69개 통제항목을 가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새로 구축했다. 각 사업장은 분기마다 자가진단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기별 자가진단 내역을 한국법인 내부회계관리자에게 제출해 다시 검토받도록 했다.

 

콘크리트 펌프 트럭

문제 해결 결과

①유형자산 상각방법 동양기전은 유형자산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액법을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제조회사의 특성상 자산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효익이나 자산가치의 감소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정률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액법을 사용하려면 자산의 실제 사용가능한 기간을 산정해야 한다. 이른바경제적 내용연수의 산출 문제다. 동양기전은 실제로 현업에서 유형자산을 사용 및 관리하는 팀과 함께 회사가 보유한 모든 유형자산의 경제적 내용연수를 조사했다. 먼저 유형자산 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경제적 내용연수이해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각 담당자는 해당 사업부가 보유한 유형자산의 실제 내용연수를 파악했다. 처음 구입한 시기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 자산인지를 일일이 조사하고 동일한 유형의 자산이 과거 얼마나 사용된 후 폐기됐는지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동양기전만의 내용연수 표를 만들었다. 이 작업에는 총 3개월이 소요됐다.

 

  

[표3] 기계장치 중 자동차 부품의 내용연수 예시


그 결과 세법의 기준에 따라 대분류 정도로만 구분하고 일정한 비율을 적용해 감가상각하던 기존 방식에서 각 유형자산을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상세히 나눠 매년 동일한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바뀌면서 일시적인 감가상각비 축소가 발생했다. 이 금액은 회사 손익으로 환입됐다.

 

[표4] 상각방법 및 내용연수 변경에 따른 감가상각비 차이

②대손충당금 설정 K-GAAP하에서 동양기전은 채권을 4종류로 구분해 대손설정률을 정해놓고 있었다. 대부분 채권은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1%의 대손설정률이 일괄적으로 적용됐다. 또 전사적으로 동일한 대손설정률이 사용됐다 


IFRS
도입을 앞두고 동양기전은 과거 실제 대손경험률을 근거로 월별 대손설정률을 새로 산정해야 했다. 보유 채권의 과거 3년간 실제 대손경험치를 뽑아 구간별 설정률을 산정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특히 매월 경험률에 근거한 전이율 방식이 사용됐다. 전이율(roll-rate)이란 채권자산이 연체 회차별로 한 구간에서 다른 구간으로 전이되는 확률을 말한다. IFRS에서는 1년이 넘도록 회수되지 않은 채권을 대손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양기전은 사업부별로 매출 채권마다 잔존기간을 산출해 정상 채권부터 12개월 이상 연체 채권까지 분류했다. 월별로 연체기간을 구분해 기간별 채권 잔액이 1년 이상 연체되는 비율을 계산해서 IFRS에서 요구하는 대손율을 산출했다. 그 결과 K-GAAP에서 4단계로 구분했던 대손율이 13단계로 세분됐다. 과거 대손경험치가 반영된 동양기전만의 충당금 설정표가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경우 과거에 채권을 얼마나 성실하게 회수했는지에 따라 회사별로 충당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동양기전의 경우 대부분 채권이 정상채권으로 분류될 정도로 회수율이 우수했다. 따라서 K-GAAP을 적용할 때보다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표5] 대손율 비교 및 대손충당금 변동



IFRS하에서의 대손충당금 설정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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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해외법인과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우선 해외법인에서 받는 기초 데이터의 양과 횟수가 크게 늘었다. 한국법인의 연결 결산담당자는 매월 해외법인에서 기초 데이터를 받아 항목별로 확인한 후 한국법인과 합산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 동양기전은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이기 때문에 2013년부터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내부적으로는 2011년부터 연결재무제표를 꾸준히 작성하기로 하고 매월 작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와 다름없이 해외의 회계 담당자들이 새로 바뀌는 회계기준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한국법인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 법인 담당자들이 모두 바뀌는 회계기준은 물론 현지 회계기준과 한국 IFRS의 차이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와 대안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동양기전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내부 교육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국내 담당자와 해외 담당자를 팀으로 묶어 함께 학습하게 한 것은 회계기준 내용은 물론 상대방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화상회의와 통역,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 등은 국내외 사업장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와 학습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법인을 포함해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 모두 회계기준 변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IFRS
도입의 효과

①자체적인 역량 강화 IFRS 도입 및 내부통제제도의 강화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회계담당 직원들의 역량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충분히 여유를 두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학습한 덕에 국내외 사업장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모두 자체적인 판단과 적용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문제 제기에서 대안 마련까지 회계법인에 의존했다면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능력을 키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체적인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고 단계별 학습을 진행한 덕분에 회계법인의 컨설팅 이후에도 스스로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안 상무는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안별 장단점을 충분히 분석한 상태였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권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고 자체적인 판단에 근거해 방법을 찾아갈 수 있었다컨설팅하러 온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운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IFRS가 도입되면서 세법에서 허용되는 방법과 재무회계 목적으로 사용되는 회계처리 방법의 차이점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세무조정 항목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다직원들의 회계지식 강화는 앞으로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세무조정을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②자신감 확보 IFRS는 큰 원칙만 정해놓고 세부 항목의 설정과 적용에 대해서는 기업에 큰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 담당자가 회사 상황과 적용 방법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결정하는 능력은 물론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그랬듯 동양기전도 회계기준 변경과 적용에 크게 부담을 갖고 있었다. 이는 이제까지 익숙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원칙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마련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과 진행 과정은 직원들에게 자신과 신뢰를 갖게 했다. 로드맵을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방법을 찾아가면서 직원들은 차츰 새로운 회계기준에 익숙해졌고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데도 탄력이 붙었다.

 

③회계 투명성 제고 해외 사업장과의 연결재무제표가 강화되면서 하나의 기준으로 작성된 글로벌 사업장의 재무 성과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해외 각 사업장의 매출이나 손익 변화 등을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가 수월해졌으며 이를 통해 잠재적 위험요인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계투명성을 개선시키고 위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이는 기업 이미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향상 및 경영의 효율화에 도움을 줘서 자본비용 하락 및 경영성과 상승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④비용 절감 충분한 사전학습은 회계법인에서 컨설팅 받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슈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제시하는 대안을 듣기도 전에 이해하고 있었다. 대안별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덕에 선택이 빠르고 용이했다. 또 자체적인 교육이 없었다면 회계법인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했을 텐데 동양기전은 이 과정을 생략하면서 교육 기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IFRS 도입을 위한 회계법인의 컨설팅 기간이 5개월에 불과했다는 것은 유사한 규모의 중견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⑤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동양기전은 IFRS를 도입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팀을 만들어 서로 학습을 도와주는 과정을 거쳤다. 공부한 결과를 발표하며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서로 간 유대관계가 형성됐다. 또 중국과 한국의 직원들이 서로 팀을 만들어 공부하면서 서로의 업무와 상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경험은 이후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시사점과 향후 과제

이제까지 사용해 오던 기업의 언어가 바뀐다는 일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언어를 새로 배우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동양기전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오히려 직원의 역량을 강화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도 직원들의 회계지식이 향상돼서 향후 다른 이슈가 발생할 때도 외부 컨설팅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내부통제제도를 대폭 강화해 회계오류나 부정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했다. 이런 변화는 모두 동양기전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 과제도 존재한다. 동양기전은 자동차 부품과 유압실린더 및 산업기계를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면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제품의 주 구매처인 자동차회사나 기계회사 등의 상황에 따라 매출액 변동성이 크다. 또한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 따라서 환율의 변동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동양기전도 이런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lshwang@snu.ac.kr

황이석 교수는 연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공인회계사(CPA)이기도 하다. 저서로 <CFO강의노트: 회계정보를 활용한 신재무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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