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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빙그레 끌레도르

전용 매장도 없이 맛과 이미지로… 후발 끌레도르, 시장을 녹였다

김상훈 | 88호 (2011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김광노(23,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처럼 전용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화 상태에 다다른 기존 아이스크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반드시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6년 전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끌레도르(Cle’d’Or)’ 출시를 담당한 태스크포스(TF)팀의 일원이었던 김태훈 빙그레 마케팅실장의 말이다. 끌레도르는 경쟁 제품과 달리 전용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브랜드였다. 마케팅 및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출시 초기 빙그레 내부에서도 끌레도르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05 6월 출시된 끌레도르는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2011년 현재 국내 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즉 전용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010년 말 기준 매출 180억 원, 누적 매출액도 700억 원을 넘어섰다. ‘메로나’ ‘더위사냥등 대표적인 대중적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각인돼 있던 빙그레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6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김태훈 빙그레 마케팅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끌레도르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현황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크게 일반유통 시장과 전문점 시장으로 나뉜다. 일반유통 시장은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을 통해 판매된다. 주요 제품은 청량바, 소프트바, 튜브형 제품, 콘형 제품, 모나카형 제품 등이다. 일반유통 시장의 아이스크림 가격은 보통 한 개당 700∼2000원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는 주요 제품들을 50% 전후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다. 일반유통 시장에서는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 빙그레 등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으로도 불리는 전문점 시장은 하나의 브랜드하에 다양한 맛과 크기, 디자인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는 고가격 시장을 말한다. 1990년대부터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하겐다즈(Häagen-Dazs), 나뚜루(Natuur) 등의 브랜드가 등장하며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 브랜드들은 가게 안에 비치된 별도의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매장을 개설했다. 성숙기를 맞은 일반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률은 매우 저조하다. 반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연 평균 10∼30%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1) 특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한 개당 혹은 1인분 기준 3000원 이상이다. 제품 가격이 비싸지만 할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끌레도르의 경쟁자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주요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배스킨라빈스는 수십 종류에 달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다양성, 즉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를 앞세워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광고 집행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10대를 핵심 고객으로 삼고 있는 배스킨라빈스는 해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광고 모델로도 가장 트렌디한 아이돌 스타를 섭외한다. 매장 수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서울시내의 주요 교차로마다 배스킨라빈스가 하나씩은 있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다. 국내 배스킨라빈스의 운영은 1985 SPC그룹과 미국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과의 합작으로 설립된 비알코리아㈜가 맡고 있다.

 

하겐다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가장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운영만을 고집하는 까다로운 매장 관리 방식,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만들어온 덕이 크다. 하겐다즈 제품의 가격은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조금 더 비싸다. 또 미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이미지를 풍기는 브랜드 이름 덕에 국내에서는 가장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인식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배스킨라빈스 및 하겐다즈와 달리 나뚜루는 롯데제과가 국내 기업 최초로 선보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나뚜루는 아이스 셔벗(Sherbet)과 같은 질감과 재료들의 신선함을 내세워 깨끗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나뚜루는 지속적인 광고로 웰빙을 강조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가맹점 운영으로 고객과의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등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쉽게 매장을 내고 있다. 나뚜루의 가격은 배스킨라빈스와 하겐다즈의 중간 수준이지만 국내 브랜드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소비자 행동 변화

19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트렌드와 경기회복으로 식품 가공 산업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소비자들은 다소 비쌀지라도 더 위생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확산돼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아이스크림 소비자 연령과 소비 수준의 증가에 따라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고품질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하는 성향도 두드러졌다.

 

국내의 아이스크림 소비자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에는 일반유통 시장에서 판매되는 저가의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다 20대를 넘어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아이스크림 소비 행태가 단순 군것질에서 일종의 문화 활동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매장 숫자가 늘어나고 빙수 전문점 아이스베리(Iceberry),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망고(Redmango)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변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의 제품 카테고리 다양화도 아이스크림 소비 문화를 변화시켰다. 생일 파티에서 생크림 케이크가 아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대표적 예다.

끌레도르의 탄생 배경: Market Shift와 신시장 창출

2000년대 들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의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경쟁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면서 빙그레는 투게더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투게더의 기존 브랜드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더 새롭고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때 탄생한 제품이 바로 투게더 클래스다.

 

하지만 투게더 클래스는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당시 차세대 아이돌 스타로 급부상 중이던 가수 비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빙그레는 투게더 클래스가 겪는 부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또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지각도(perceptual map)를 그렸다.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마케팅실의 모든 임직원들은 투게더 클래스와 기존 투게더가 소비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즉 투게더 클래스가 투게더 브랜드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될 거라고 여겼다.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각도상에서 투게더 클래스의 위치는 투게더의 바로 옆에 있었다. 소비자들이 투게더 클래스와 투게더를 거의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림2)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투게더 클래스의 이미지에 대해 소비자들은가족적이다’ ‘부드럽다라고 답했다. 기존 투게더의 브랜드 이미지와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빙그레는 더 본질적인 해결 방법, 즉 새로운 브랜드 출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 아이스크림 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시장 상황에서 중대한 시사점을 발견했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국민 소득 2만 달러 돌파 이후 일본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더 우수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해당 제품을 소비하면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제품보다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로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단순히 가격이 싸거나 종류가 다양한 제품보다는 신선하고 뛰어난 맛을 선사하는 고급스런 이미지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은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하겐다즈를 비롯한 다수의 외국산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일본 아이스크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빙그레는 일본 소비시장의 거시적인 변화가 현재 한국에서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간파했다.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을 단순히 더위를 피해 찾는 일회성 소비재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고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자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스크림 시장이 기존 일반유통 제품 위주에서 향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변하고 고객층 또한 대거 이동할 거라고 예측했다.

 

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탄생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여전히 회사 내부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일단 끌레도르보다 먼저 출시된 기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성장세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몇 년 전 출시된 경쟁사 제품도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후발주자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었다.

 

TF팀은 이를 새로운 세분시장(segmentation)의 창출로 돌파했다. 김태훈 실장은일반 유통형 아이스크림 시장과 전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으로 양분돼 있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세분시장을 만들어내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지 않아 절감할 수 있는 비용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지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끌레도르는 매스티지(Masstige)를 브랜드 전략의 틀로 삼았다. 매스티지는 일반 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 사이의 중고가 명품을 말한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지만 동류 제품군 내에서 어느 정도의 명성과 고급 이미지를 보유한 상품이다. 김 실장은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좀 비쌉니까? 전용 매장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임대료, 인건비, 다양한 운영비용만 제거해도 제품 가격의 20∼30%를 낮출 수 있습니다. 가격 거품을 빼고 철저하게 차별화된 제품의 질과 브랜드 이미지로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반 아이스크림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시장을 공략하자는매스티지 전략에 대한 내부 반응은 좋았다. 다만 세부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먼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이미 진출했던 나뚜루, 하겐다즈, 배스킨라빈스 등은 모두 전용 매장을 운영해 고객들에게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콘셉트를 전달했다.

 

나뚜루는 깨끗하고 깔끔한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고객층을 핵심 고객으로 삼았다. 하겐다즈는최고급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고급 제품 중에도 더 차별화된 제품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핵심 고객으로 삼았다. 배스킨라빈스는골라먹는 재미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통해 유희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층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경쟁자와 달리 전용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끌레도르로선 출시 초기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다.

 

‘젊은 여성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미지 확립

끌레도르는 우선 어린이나 가족을 핵심 고객으로 삼아왔던 경쟁 브랜드와 핵심 고객을 달리 선정했다. 이에 따라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고급 제품 소비에 대한 수요가 큰 20∼30대 여성을 핵심 고객층으로 삼기로 했다.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첫 키스처럼 달콤하고 감미로운 감성이라는 이미지를 설정했다.

빙그레는 핵심 고객에게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끌레도르 제품에 빙그레 마크를 붙이지 않았다. 기존 빙그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끌레도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투게더처럼 길을 가다가 슈퍼에 들러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준거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이로 인해서 끌레도르에 대한 가격 저항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품군 결정에도 핵심 고객 집단의 성향을 잘 반영했다. 김 실장은보통 남성 소비자들은 아이스크림을 즉흥적으로 구매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은 제품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남성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유에 따라 소비를 하는 편입니다. 여성 고객은 여행을 가서 호텔에 며칠 묵을 일이 있으면 메이드가 해주는 사소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기억을 하고 그에 따라 해당 호텔의 마니아가 되기도, 비판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의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고요. 그래서 끌레도르 제품에 중국의 포춘쿠키와 비슷한 ‘Today’s Fortune’을 넣었습니다. 이 안에 짧지만 여성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문구를 넣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예상대로 젊은 여성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전용 매장을 두지 않아 가격 거품을 줄였다는 점을 광고에도 반영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브랜드가 출시되면 흔히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쓴다. 빙그레 역시 투게더 클래스 때는 비를 기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슈퍼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실장은 “S급 스타는 아니지만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박보영 씨를 모델로 삼은 건 최대한 거품을 배제하고 제품의 가치로 승부하자는 저희의 브랜드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커리 체인과 제휴, 기내식 진출…“전용 매장 없어도 OK”

전용 매장이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발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핵심 전략은 뚜레주르 등 베이커리 체인, 편의점과의 제휴였다. 이미 전국적으로 수많은 소매 매장을 보유한 베이커리 체인 및 편의점과 제휴해 매장 개설비를 줄이면서도 고객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끌레도르는 브랜드 출시 때부터 CJ와의 협약을 통해 베이커리 체인인뚜레주르에 제품을 공급했다. 뚜레주르는 다른 베이커리 체인과 달리 매장을 본사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매장별로 점주가 직접 관리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공급 여부 역시 개별 매장의 점주가 판단했다. 빙그레는 매장이 필요했고 뚜레주르 매장점주는 빵만으로는 다소 부족한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항 및 항공기 내의 기내식이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도 확보했다. 김 실장은고객에게 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기내식을 떠올렸습니다. 노선 선정 역시 철저히 핵심 고객층에 집중했습니다. 미주나 동남아 등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이 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의 목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노선을 택해 기내에서 후식 형태로 끌레도르를 공급했습니다. 이 노선의 고객들은 탑승하기 전 공항에서 끌레도르 매장을 통해 끌레도르를 접하고 기내에서 직접 끌레도르를 맛 본 뒤 귀국해 다시 끌레도르 매장을 접합니다. 2년 전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최고의 기내식 공급업체라는 감사패도 받았습니다.”

 

입소문 마케팅의 활용

광고를 이용하지 않고도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핵심 고객인 20∼30대 여성들은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때 맛 이외에 이미지나 문화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한 결과 팝업 스토어, 아이스 밴 등의 방안이 등장했다.

 

1)팝업 스토어(Pop-up Store)빙그레가 끌레도르의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팝업 스토어였다.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어느 웹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이벤트나 특별한 공지사항 등을 알리기 위해 조그맣게 떴다가 사라지는팝업(Pop-up)’ 창처럼 잠깐 나타났다 이내 사라진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의 가게다. 주로 패션업계에서 많이 쓰인다. 꼼 데 가르송이나 나이키 같은 브랜드들은 팝업 스토어를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고 실험성이 강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확립했다.

 

끌레도르는 지난해 여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 1호점을 냈다. 올해 6월에는 홍대에 2호점을 냈다. 아이스크림 업체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는 아이디어 역시 다소 생소했다. 팝업 스토어의 매력은 낮은 비용, 높은 광고 효과, 문화 마케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광고비의 약 10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임대료가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마저도 한 달 뒤에 바로 철수하기 때문에 절대 액수는 크지 않다.

 

입점 위치 선정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김 실장은작년 가로수길은 직장 여성을 노렸고 올해 홍대는 문화와 브랜드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서 브랜드가 자주 노출되도록 하고 끌레도르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일종의 컬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죠. 타깃 소비자들의 성향에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홍대 팝업 스토어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도 이뤄졌다. 무한도전의 멘토 셰프로 유명한 양지훈 셰프가 끌레도르 제품을 이용해 특별한 프리미엄 디저트 만들기 비법을 알려줬다. 홍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꾸미는 끌레도르 미니콘서트, 연애 타로 전문가와 함께하는 끌레도르 타로 타임, 여성들을 아름답게 가꿔줄 네일 컬러링 서비스, 무료로 끌레도르를 맛볼 수 있는 Cledor TIME 등의 이벤트도 열었다. 디자인 쇼핑몰인텐바이텐과의 협약을 맺어 데스크용품 디자인 공모전도 개최했다.

 

2)아이스 밴(Ice Van)빙그레는 유럽의 도로변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밴 형태의 차량들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벤츠 차량을 개조해 끌레도르 전용 아이스 밴을 제작했다. 이 밴은 타깃 고객인 20대 여성들이 주로 밀집해 있는 명동, 강남, 이대, 홍대, 대학로 등을 돌면서 끌레도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빙그레의 처음 의도대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아이스 밴에서는 물론 끌레도르의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한 잠재 고객들에게 끌레도르의 제품들을 시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빙그레는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유럽식 디자인의 차량과 함께 유럽의 노천 카페를 연상시키는 파라솔과 테이블도 함께 설치했다. 유러피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끌레도르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3)
두산베어스와의 업무 협약 끌레도르는 2008년부터 프로야구 정규 시즌 동안 두산베어스와 제휴를 맺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오고 있다. 두산베어스 홈 경기장인 잠실 야구장의 본부석 양옆에 끌레도르존을 지정하고 끌레도르존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식이다. 특히 두산베어스의 홈 경기 때 있는 대표적 이벤트인 키스타임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키스타임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에게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세트를 원하는 곳으로 우송해주기도 한다. 이는 끌레도르의 핵심 고객층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스포츠, 특히 프로 야구에 대한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포석이다. 야구장에는 가족 단위로 오는 소비자도 많아 끌레도르의 잠재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금융위기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위력 확인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빙그레 관계자들은 큰 걱정에 빠졌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소매산업인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끌레도르의 브랜드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불황이 왔을 때 소비자들은 지갑을 쉽사리 열지 않는다. 이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해 저가격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 빙그레 내부에서도 ‘1 Item 1 Price’라는 전략에 일시적으로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김 실장은 출시 초기부터 변함없이 지켜온 브랜드 이미지를 경기변동이라는 이유로 바꾸는 건 향후 끌레도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 앞 할인마트에서 700원에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학교 앞 편의점에서는 500, 회사 근처 SSM에서는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면 과연 어떤 소비자가 그 아이스크림을 믿고 사 먹을까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켜왔던 것이 지금까지 끌레도르가 안정적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우려와 달리 끌레도르는 출시 후 6년간 한 번도 매출액이나 점유율이 하락한 적이 없습니다.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끌레도르의 매출은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계절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계절 산업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끌레도르는 다른 제품과 달리 비수기에도 매출액이 급격히 줄지 않는다. 김 실장은비수기인 겨울철에는 많은 아이스크림 제품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끌레도르의 계절별 매출액 그래프의 기울기는 빙그레 다른 제품에 비해 매우 완만합니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라고 밝혔다.

 

끌레도르 브랜드의 시사점

끌레도르의 성공은 크게 3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미드 럭셔리(Mid-luxury), 혹은 미들브로(Middlebrow)라 불리는 중류 시장의 재발견이다. 최근 많은 마케터들은 이른바 최상류 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극심한 경쟁을 탈피하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얻으려면 구매력이 높은 최상류 고객이 속한 하이엔드 마켓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리는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 마켓에만 치중하다 보면 마케팅 비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프리미엄을 넘어 슈퍼-프리미엄(super-premium), 혹은 위버-프리미엄(uber-premium)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출현했다. 그러나 정작 슈퍼 프리미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시장은 협소하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급변하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이 점을 직시하고 규모가 크고 마케팅 효율도 높은 미드럭셔리 혹은 매스티지 시장을 공략했다. ‘유통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시장이 탄생한 계기다. 끌레도르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이와 같이 미드럭셔리 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최근 마케팅 분야의 여러 학자들이 제품 카테고리나 고객의 특성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시행하는 프리미엄 마케팅보다는 최적의 가치(value)를 제공하는 미드럭셔리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1  

 

둘째, 섣부른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은 매우 위험하다. 빙그레는 애초에 끌레도르가 아닌투게더 클래스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다. 그 이유는 바로투게더라는 대중적 브랜드의 이미지가 전이돼 잠재고객들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높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확립돼 있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언제나 브랜드 확장, 즉 기존 브랜드를 가지고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진입하는 일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제품 카테고리의 특성과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맞지 않으면 브랜드 확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2  일회용 볼펜으로 유명한 빅(Bic)이 일회용 라이터 시장에서는 성공했지만 일회용 향수는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백제 브랜드인 클로락스(Clorox)도 샴푸 시장에서 실패했고 샘표식품은 캔커피 시장에서 고배를 맛봤다. 맥도날드가 고급 호텔시장에 진출했다 철수한 사례, 리바이스가 양복 제품을 개발했다가 실패한 이유도 같다. 즉 브랜드 퍼스낼러티(Brand Personality)와 일치하지 않는 카테고리로의 섣부른 확장은 언제나 커다란 실패의 위험과 맞닿아 있다.3  

 

빙그레는 투게더가 지닌 대중적 이미지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카테고리와 맞지 않음을 깨닫고 끌레도르(Cle D’or)를 만들었다. 제품 패키지에 빙그레 로고도 넣지 않는 등 철저한 이미지 차별화 정책을 펼쳤다. 이처럼 브랜드 확장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끌레도르처럼 과감하고 일관성 있는 뉴브랜드(new brand) 전략이 바람직하다.

 

셋째,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창구로 대두되면서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의 중심에 놓였다. 빙그레는 핵심 고객인 20∼30대 여성의 입소문을 일으키기에 적합한 자극물과 스토리를 끊임없이 개발해 효과적으로 제공했다. 팝업스토어는 그 백미다. 미니콘서트, 손톱관리, 컬러링 서비스, 끌레도르 디자인 제품 공모전 등도 고객의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친숙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빙그레의 의도를 담고 있다.

 

몸값 비싼 모델을 사용해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높이던 과거 마케팅 방식의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자리를 고객의 감성과 잠재의식을 공략할 BTL(below-the-line) 커뮤니케이션이 대체하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브랜드 경험이 브랜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4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profkim@snu.ac.kr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상훈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하이테크 마케팅>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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