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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GE

“쉽고 명쾌한 윤리서약, 어기면 해고!” 30만 GE가족은 똑같은 ‘계명’을 공유한다

김유영 | 79호 (2011년 4월 Issue 2)
 
 

“우리 회사의 비용으로 해외 고객을 GE의 교육 시설에 초대했다. 그런데 이 고객이 주말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잠깐 방문하고 싶어 한다. GE가 경비를 제공할 수 있는가?”
 
“잠재적인 신규 고객이나 공급업체 대표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줬다. 이를 다른 GE의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도 되는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질문은 고객이 공무원인지 여부, 현지 법률 및 고객의 정책, GE의 사업 지침과 다른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GE의 법률 고문 및 상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은 개인정보보호 법률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에서 이런 정보를 수집할 때 해당 정보 관련자가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기업이 GE에 입사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접하는 질문 중 하나다. GE는 올해로 133살이 됐다. GE는 1878년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뒤 1898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선정한 최초의 우량기업 12곳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12개 기업 중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GE에서 변하지 않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항상 변한다(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직과 성실성은 최고의 가치다(철저한 윤리경영)’라고 한다. 실제로 GE에서 윤리경영은 타협 불가능한 불변의 가치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매출이 떨어지면 또 다른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윤리 규정은 한 번 어기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GE는 ‘로마에 가도 로마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GE는 오로지 GE의 엄격한 규정을 GE가 사업하는 100여 개국에 적용해야 한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GE 임직원은 한 세기 넘게 막대한 가치의 자산을 창출했는데, 이는 세계적인 명성과 높은 수준의 사업 규범 덕분이다. 경영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직과 신뢰성이라는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GE에서는 50달러 일화가 유명하다. GE 해외 법인의 한 직원이 식사를 한 뒤 식사를 함께 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금액을 청구했다. 그런데 감사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던 직원은 당시 출장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허위로 영수증을 낸 직원은 해고됐다. 이 직원은 HR부서 직원이었는데, 윤리경영 담당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원칙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플라스틱 사업부를 이끌 때 GE 내부의 다른 부서에 판매하는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결코 싸지 않았다. 이를 사들이는 부서는 불만을 터뜨렸지만, 웰치는 “우리 사업부의 수익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GE 전체의 수익이 극대화될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이러한 투명성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가 많은 국내 기업들에 시사점이 적지 않은 대목이다.
 
DBR(
동아비즈니스리뷰)은 GE의 한국 총괄 법률 담당 및 컴플라이언스 리더인 권재용 변호사를 만나 GE의 윤리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GE에서는 내부 고발이 자유로운 환경”이라며 “고발 건수가 많다는 것은 윤리경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좋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GE 직원들은 옴부즈인(Ombudsperson·GE는 공정고용 정책에 따라 Ombudsman이라고 하지 않음), 준법 담당관, 사내 변호사 등 아무에게나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 회사는 윤리 경영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사내 감사는 물론 월간 준법 정책 회의, 컴플라이언스 검토위원회(CRB), 연간 준법 정책 준수점검절차(세션 D) 등 여러 개의 망을 통해 점검한다. 이를 위해 GE는 리더의 솔선수범을 중시한다. 리더가 변해야 조직에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GE에는 전 세계적으로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변호사가 1000여 명에 이른다. 국내 5대 로펌 변호사의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GE의 컴플라이언스 및 법무 조직은 부문은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GE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검토해 더 큰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실무팀과 협업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다. 권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이 아닌 GE법을 따른다”
GE의 컴플라이언스 원칙을 소개해달라.
GE의 컴플라이언스는 ‘The Spirit & The Letter’로 요약할 수 있다. The Spirit이 윤리 경영에 대한정신이라면 The Letter는 윤리를 구현하는 체계 혹은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명문화한 것이다.(표1) 또 The Spirit이 가치(value), 믿음, 배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 The Letter는 규범(rules), 지식, 훈련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원칙은 GE의 모든 임직원은 물론 제3자에도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GE의 자회사나 GE가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회사, GE의 컨설턴트나 협력업체 등도 이를 따라야 한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뛰어난 재무적인 실적과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 및 컴플라이언스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 둘은 서로 강화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The Spirit & The Letter 관련한 정책을 소개해달라.
The Spirit & The Letter에는 14개 정책이 있다.(그림2) GE가 사업하는 모든 국가에서 통용된다. 전 세계 30만여 명의 GE임직원이 똑같이 적용 받는다. 정책을 소개한 책자를 만들었는데,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했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쓰지 않고, 단순하고 쉬운 언어로 제작됐다는 게 특징이다. 책자에서 정책당 2장씩 설명돼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규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항과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야 임직원들이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도 쉽다. 또 책자에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의사 결정의 원칙도 담았다. 모든 임직원은 윤리경영 서약 서류에 서명을 하고, 매년 서명을 한다.
 


윤리규정과 관련된 정책, 어떻게 판단하나?
GE는 윤리 경영이 일상 생활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위주로 끊임없이 훈련한다.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윤리 경영의 원칙이 배어 나와야 윤리 경영이 실천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중 일부를 소개한다.
 
저가 공급업체가 최저 가격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을 제 날짜에 공급한다. 그런데 공급업체가 자사의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근무 및 생활 조건은 열악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공급업체와의 관계) 무관심하게 넘어가면 안 된다. GE의 명성은 직원 및 지역 환경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공급업체들과 사업을 운영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
 
핵심사업 부문에서 저가 공급업체를 물색하다가 유망한 해외 공급업체를 발견했다. 이 회사가 GE에서 원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e메일로 기술 도면을 보내되 되는가?
→(국제 거래 규정 준수) 기술 정보의 수출 등급 및 기업의 공급업체 정보(know your supply)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의 국제거래규정준수(ITC) 법률 전문가에게 해당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GE에서 프로젝트 설치가 완료됐음을 증명하면 정부로부터 큰 금액을 지원받게 된다. 일부 작은 물품이 설치됐는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곧 설치될 것이다. 연말결산이 다가와 회계장부를 마감하려 한다. 송장 및 증명서를 지금 제출해도 되는가?
→(정부 기관과의 업무) 전체 설치 작업이 계약에 따라 완료됐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송장 및 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다. 부정확한 증명서를 제출한 회사 및 직원 개인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 기관에 제출하는 모든 증명서를 정확하고 완벽한 최신 자료로 준비해야 한다.
 
GE의 사업을 안정화할 수 있는 규모의 거래가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경쟁사와 협력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 기회를 놓쳐야 하나.
→(공정거래법 준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경쟁 업체와 협력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개선된 해결책이 제공되는 경우에 허용될 수 있다. 예컨대 두 회사가 개별 공급할 수 없으나 함께 협력하면 제공할 수 있는 경우다. 법률 자문을 구하라.
 
고장난 전기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고객에게 갔는데, 공교롭게도 고객은 시스템 전원을 완전히 끌 수 없다고 한다. 필요한 시스템의 일부 전원을 내려 일의 대부분을 마치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간단한 연결 작업이 남았다. 이를 위해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고객은 전원차단을 하지 않고 이 작업을 해달라고 당부한다. 고객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나?
→(환경, 보건 및 안전) 결코 안 된다. GE의 정책과 안전 작업 정책에서는 전기가 연결된 기계는 작업 시작 전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분기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고객이 신제품을 필요로 하기 전 구매를 설득하려 한다. 가격 할인 혹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기까지 제품을 공장에서 출하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고객이 동의하면 이 거래를 할 수 있는가?
→(재무 관리 및 기록) 이는 경제적으로(수익을 놓치고 고객과의 관계에 부담을 줌) 그리고 회계 기술적(수익 인식을 위한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 아님) 관점에서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
 
동생과 대화하다 동생이 **회사를 인수하는 GE의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곧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나?
→(내부자 거래 및 주식 정보 누설) 만일 **회사가 공개된 회사이고, 이 회사의 인수 내용이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경우 그렇다. 본인이 알려준 정보를 이용해 동생이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두 사람 모두 내부자 거래로 고발당할 수 있다.

직원이 윤리 교육 안 받으면 상사 불이익
정책에 서명만 하고 지키지 않으면 그만일 수 있다. 직원들은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일상 업무에 어떻게 내재화하는가.
교육 밖에 없다. 지속적인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1단계로 신입 사원을 비롯한 전 사원이 정기적으로 교육받는다. 2단계로 특별 위험 관리 직무 및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추가로 실시한다. 실제로 산업과 고객의 유형에 따라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성격에 맞게 교육을 달리한다. 철저하게 사례 위주로 교육을 해서 이수하지 않으면 본인뿐 아니라 리더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영업담당 직원은 실적만 좋으면 되지 컴플라이언스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이게 일반적인 기업 관행이다. 하지만 GE에서는 모든 임직원들의 평가 항목에 컴플라이언스를 포함시킨다. 물건이 납품된 뒤 대금이 들어와야 매출로 인식되는데, 서류상 선적 시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쓰거나, 이번 달 실적을 맞추기 위해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의 실적을 이달 실적으로 조정하는 것 등은 바로 드러난다. 헷갈릴 때는 반드시 컴플라이언스에 승인을 받거나 변호사와 상의하게 한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컴플라이언스를 제대로 못 지키면 GE에서 해고된다(one strike-out 원칙). GE가 평가를 할 때 가치관(value)과 실적(performance)을 본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가치관에 문제가 있으면 컴플라이언스 문화, 나아가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GE의 윤리경영 전략 핵심은리더의 역할
GE의 윤리경영전략은 6가지 기본 절차로 이뤄졌다. 여기서 핵심은 리더의 참여(Leadership Engagement)다. 리더가 규정 준수 문화를 책임지고, 말과 행동으로 직원들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GE의 윤리경영전략은 다음과 같다. GE는 절차별로 리더의 책무를 규정했다.
 
리더의 참여: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리더가 참여하는 것임.
- 직원들의 본보기가 되며,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
- 규정 및 규제와 관련된 위험을 예상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평가해 해결할 절차를 마련.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 처할 때에는 반드시 안전 마진 확보.
- 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바를 알림.
-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할 자원을 배정하고 책임을 명확화, 위험을 책임지고 관리할 업무 리더 임명.
위험 평가 및 제거:컴플라이언스 정책과 규제, 관련 위험 요소를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절차.
- 종합 위험 평가를 최소 1년에 한 차례 실시하고 상시 업데이트.
- 모든 정책 및 위험 영역에 담당자를 지정(예: 재무 부서는 감사 업무를 담당, 인사부는 공정 고용 관행을 담당).
문제사항 보고 및 해결:개방적인 보고 환경을 통해 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 확립. 모든 문제 사항을 편안하게 제기하는 문화를 조성. 개방적인 보고 환경은 직원들이 리더를 신뢰하는지, 보복을 용인하지 않는지에 달려 있음. 직원들이 문제를 기꺼이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는 컴플라이언스 문화가 자리잡았는지 알 수 있는 핵심 지표임.
- 개방적인 보고 환경 조성(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솔직하게 문제제기 할 수 있다고 단정짓지 않음).
- 보고를 통해 규정 위반을 방지한 직원에게 성과를 보상.
- 절차의 운영 상황을 공개(긍정적 결과는 물론 규정 위반에 따른 부정적 영향까지 알림).
- 문제 사항에 대한 조사는 즉시 이뤄져야 하며,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와야 함, 모든 절차는 기밀이 유지돼야 함.
교육:
직원들에게 정책 지침을 제공한 것만으로는 부족.
-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간 교육 계획 마련.
-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교육에 직접 참여.
커뮤니케이션: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정직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립.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리더가 주도하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임.
-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커뮤니케이션.
- 규정 위반에 따른 결과에 대해 알려줌.
평가: 6가지 윤리경영 구현 절차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행하는지 엄격하게 평가.
-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꾸준히 평가.
- 설문 결과, 옴부즈맨 데이터, 조사 및 감사 결과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
- 성과에 안주하지 않음.
컴플라이언스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의 참여(leadership engagem-ent)가 매우 중요하다. 사장과 임원들, 팀장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직원들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부문의 실천 및 이행 책임자는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나 사내 변호사가 아니라 바로 비즈니스 리더들이다.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나 변호사는 이들을 단지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다. GE의 윤리경영 전략은 리더의 참여를 비롯해 6개로 이뤄져 있는데, 리더의 참여가 나머지 5개의 바탕이 된다. 이들 5개에서도 리더의 책무에 대해 따로 규정하고 있다.(DBR Tip 참조)
 
특히 리더가 부하직원에게 시키고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직접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트레이닝할 때 사장이 항상 참석하는 게 원칙이다. 교육 대상자가 5명이든 100명이든 규모에 관계 없이 사장이 항상 와서 GE에서 컴플라이언스는 왜 중요하며, 오늘은 무엇을 배우며, 중요한 것은 무엇이다 등의 말을 10분이라도 하고 간다.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나 변호사는 그 이후에 심화해서 교육을 진행한다. 이처럼 리더가 직접 참여하는 게 바로 GE가 강조하는 프로세스다.
 
또 리더는 조직에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리더는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라, 리더로서 자신이 맡은 조직에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해고될 수도 있다. 리더는 컴플라이언스 문화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여기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고, 직원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만 대상으로 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강도가 더 높을 것 같다.
매년 사업부 리더들을 대상으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인 CLT(Compliance Leadership Training)를 연다. 올해 3월에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리더들이기 때문에 이미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나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서 달라지는 이슈를 컴플라이언스라는 렌즈를 통해 점검한다. 세부 규정을 논의하기보다 비즈니스 전략과 관련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올해에는 3가지가 논의됐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오픈 리포팅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언제든 컴플라이언스에 질문이 있거나 우려 사항이 있을 때 자유롭게 보고하는 문화를 강화하고, 제대로 되는지 점검을 해보자는 것이다.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고발을 할 수 있는 문화라면 오히려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만, 입을 닫고 있으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평소에 부모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고칠 때와 같은 의미다.
 
둘째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앞으로 인수합병(M&A)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때일수록 컴플라이언스를 잘해야 한다. 특히 이멜트 회장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M&A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금융위기 이후 실탄이 많아졌다. 회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M&A는 통합(integration)이 제대로 안 돼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GE의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새로운 회사에 잘 이식시켜 GE와 통합된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통상 회사를 인수하면 인수 후 6개월∼1년 사이에 GE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작동되게 하는데, M&A 과정 중에 혹은 바로 즉시 컴플라이언스 부문도 같이 움직이자는 것이다.
 
셋째는 금융 서비스의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GE캐피탈 등 금융사업 부문은 리스크에 더욱 잘 대비해야 한다.
 
CLT는 이런 식으로 GE의 전략상 부딪힐 수 있는 리스크를 가려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들을 논의한다. 비슷하게 실무 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PCLT(Professional CLT)도 매년 한 차례씩 진행한다.
 

 
컴플라이언스가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
컴플라이언스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는 어떻게 점검하나.
세션D(Session D)를 통해 회사의 윤리경영 상태 및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점검 및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한 뒤 액션 플랜을 수립한다. 보통 12개월 단위로 실시한다. 한국 등 각 국가의 개별 사업 단위별로 실시하면, 이를 지역별(Region·아시아 미주 등)로 통합해 실시한다. 또 지역별 세션D는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해 본사에 최종 보고된다. 본사의 사장과 법률, 컴플라이언스, 인사 등 주요 부서의 리더들이 함께 살펴보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액션 플랜을 수립한다. 세션D는 각국 단위로 우선순위가 높은 윤리경영 위험 이슈를 사전에 인지해 대응하는 게 목적이다. 특히 식스시그마 기법을 활용해 세션D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리더들은 매년 목표 달성 항목에 컴플라이언스의 이행 수준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인사 평가 프로세스인 세션C에 반영된다.
 
리스크를 도출할 때 톱다운(Top-down)뿐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방식도 쓴다. 실무자가 더 잘 파악하는 위험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다. 또 옴부즈 퍼슨의 보고서나,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 감사 결과 등도 이용한다. 또 리스크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에는 앞서 언급한 14개 정책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X축을 프로세스 통제의 강도, Y축을 리스크의 심각성으로 기준으로 해서 사분면에 각종 리스크의 위치를 잡는다. 여기서 리스크가 높지만 프로세스가 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 액션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세션D 등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실제 비즈니스의 성과로 연결시킨 사례가 있나?
미국 식품의약청에서 헬스케어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리스크가 높아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세션D를 통해 이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GE의 의료기기 제조 공장은 이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년 정도 불가피하게 가동을 중단했다. 헬스케어 사업 부문에서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회사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가 중요했다. GE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컴플라이언스나 규제 부문에서, 의료기기 법률 환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채용했고, 관련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경쟁사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회사 내부뿐 아니라 법률 및 규제 환경의 변화까지도 읽어내고 이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사전에 알아채서 프로세스에 미리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부문은 사업 성장의 지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GE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검토해 더 큰 사업 기회를 찾는 등 협업을 통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낸다.
 
GE에서는 컴플라이언스가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컴플라이언스 부문이나 법률 부문에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빨리 알아내어 사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 바로 ‘레귤러토리 엑셀런스(Regulatory excellence)’, 즉 규제 환경을 정확히 예측해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자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 법규가 급변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법률 변화 환경을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신흥시장은 대개 미국이나 서유럽의 규제 환경보다 선진화돼 있지 않다. 여기서 GE가 사업할 때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신흥시장에서의 컴플라이언스를 더욱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미국의 법과 GE가 사업하는 국가의 법, GE의 정책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다.
 

직원 개인이 제보하는 시스템도 소개해달라.
옴부즈 시스템이다. 컴플라이언스 보고 채널을 한 개 더 만든 것이다. 공식 채널은 사내 변호사,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나 HR 부서, 직속 임원 등도 있겠지만, 기존 채널이 불편하다면 익명으로 옴부즈 시스템도 활용하라는 취지다. 항상 옴부즈 시스템에 올라오는 건수가 많을수록 좋다고 여긴다. 어느 조직이든 문제 없는 조직은 없다. 제보 건수가 너무 적으면 컴플라이언스 문화가 잘못돼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누구든 보복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옴부즈인은 신망이 두터운 사람을 뽑는다. 영업, 비서, 제조,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부서에서 선발된다. 옴부즈인은 제보를 분류하고 이를 법무팀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컴플라이언스 위반인 제보는 제보자를 밝히면 절대 안 된다. 또 흥분하기 쉬운 제보자를 대할 때,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기법도 교육받는다.
 
옴부즈인을 맡는 것을 가욋일로 여기면 어떻게 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옴부즈인을 회사가 지명하지 않고 수락을 요청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옴부즈인 업무를 영예롭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락한다. 사장부터 인사팀, 컴플라이언스팀, 법무팀 등이 다 같이 모여 적합한 사람을 옴부즈인으로 요청한다. 옴부즈인을 맡으면 개인적으로 리더십을 계발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GE는 책임감(accountability)을 강조한다. 리더는 본인이 담당한 업무만 하는 게 아니다. 회사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누구든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유업무가 아닌데도 회사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일처럼 하는 것이다. GE에서는 일련의 이런 활동을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 인사 평가 때에도 이런 부분이 감안된다. 어려워도 도전을 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이런 활동을 권장한다. 이렇듯 리더십이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지탱하는 핵심축이 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권재용 변호사는 호주의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법학 및 상학 학사 학위를, 호주의 College of Law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현지 로펌인 프리힐스(Freehills)와 삼성 호주법인을 거쳐 국내 법무법인 세종에서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지온(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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