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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story: A Simple But Truly Global On-Line Game

매스 마켓을 노렸다, 모든 것을 거기에 맞췄다, 가격도 캐릭터도...

이방실 | 60호 (2010년 7월 Issue 1)

2000년대 들어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했다.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이고 최소 8등신 이상의 ‘이기적’ 몸매를 가진 3D 캐릭터가 현란한 갑옷을 온 몸에 휘감고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였다. 이런 초특급 대작 형태의 3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작비는 당연히 수백 억 원대로 치솟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MMORPG 전문가가 보기엔 터무니없는 구닥다리 방식의 게임 ‘메이플스토리’가 나왔다. 한물 간 2D 그래픽에 캐릭터도 ‘짜리 몽땅’한 2등신이었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더 가관이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즉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2D 횡스크롤’ 방식을 2000년대에 버젓이 들고 나온 것이다. 내용도 다른 MMORPG들과는 사뭇 달랐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세계관이나 치열한 고민은 몽땅 버렸고,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괴물을 때려잡는 게 다였다. 업계에서는 “이게 과연 MMORPG가 맞나?”라는 의구심마저 가졌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3년 4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수(이하 동접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서더니, 급기야 3개월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만 인기를 끈 게 아니다. 메이플스토리의 현재 등록 회원 수는 약 1억 명. 이 가운데 국내 회원 수는 1800만 명에 불과하다. 80% 이상의 회원이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유저다. 전체 메이플스토리 매출액의 6070%도 해외에서 나온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액(메이플스토리 지적재산권(IP)을 소유한 ㈜넥슨의 지배회사인 엔엑스씨(NXC)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037억 원(그림1). 이 중 해외 매출(4714억 원) 비중이 67%에 달한다.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인 넥슨의 국제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1등 공신이 바로 메이플스토리다.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넥슨에서 제공하는 30여 개 게임 중 매출액 기여도가 가장 높다. 메이플스토리가 ‘글로벌 히트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선(先) 수익 모델, 후(後) 게임 개발
메이플스토리는 이승찬 현 넥슨 신규개발실 본부장이 온라인 게임 개발사 위젯(2004년 12월 넥슨에 인수 합병)의 대표로 있을 때 총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탄생시킨 작품이다. 2003년 개발과 동시에 넥슨이 위젯과 배급(publishing·게임의 유통, 마케팅, 서비스 등을 담당) 계약을 맺고 4월부터 국내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액제 대신 부분 유료화 모델 채택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의 수익 모델은 월별 ‘정액제’가 대세였다. 우선 게임 유저 숫자가 월 매출액으로 고스란히 계산되기 때문에 개발사들이 수익 예측을 하기가 쉽다. 유료와 무료로 아이템 구분을 할 필요가 없어 게임 개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도 있다. 소비자들 역시 월 정액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월 일정 금액을 낸 후 인내심을 갖고 게임을 하며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MMORPG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게임 속에 마련된 공간 내 능력치나 아이템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승찬 본부장은 당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정액제 대신 새로운 수익 모델인 ‘부분 유료화(게임은 무료로 공개하되 아이템 구입시 과금)’를 먼저 염두에 두고, 이에 가장 적합한 MMORPG가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지 고민했다. 제품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정해 놓고 신제품을 개발한 다음 가격 정책을 고민하는 통상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와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이었다.
게임 ‘콘텐츠’ 개발에 앞서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 모델’에 먼저 주목한 이유는 이 본부장의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위젯 창업 이전인 1999년, 넥슨에서 병역특례자로 근무한 전력이 있었다. 이 때 이 본부장은 ‘퀴즈퀴즈(현 큐플레이)’라는 온라인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며 부분 유료화 모델을 온라인 게임 업계 최초로 도입,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비스 시작 2개월 만에 회원수 80만 명, 상시 접속자 수 1만5000여 명 등 당시로선 매우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2D 횡스크롤 게임 방식 결정 퀴즈퀴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본부장은 MMO RPG에도 충분히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려면 어떤 형태로 MMORPG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신속하게 개발해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관건이었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2D 횡스크롤(캐릭터가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 방식으로 귀결됐다.
2D 횡스크롤은 3D 방식에 비해 게임 제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3D와 달리 시점이 평면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측면 이미지만 구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하나 만든다고 치자. 여기에 필요한 장신구들은 투구, 상·하반신, 신발, 팔·다리 장식 등이다. 통상 3D 게임에서 캐릭터에 전신 아이템 한 세트를 개발하려면 개발자 1인 기준 최소 2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2D 횡스크롤 방식에선 1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당연히 2D 횡스크롤을 택하는 게 정답이었다.
치밀한 계획에 따른 단계적 해외 진출
메이플스토리는 개발과 거의 동시에 글로벌 전략을 추구했다(표1). 국내에서 메이플스토리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03년 4월. 그 해 12월부터 일본에서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곧이어 1년 뒤(2004년 12월)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였고, 이듬해 싱가포르(2005년 6월), 대만(7월), 태국(10월)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갔다. 일본 시장에선 넥슨의 일본 현지 법인(당시 법인명 Nexon Japan. 2009년 5월 Nexon Co. Ltd.로 사명 변경)에서 직접 서비스했지만, 중국을 비롯한 기타 아시아 지역은 현지 파트너사와의 배급 계약을 통해 진출했다.
북미·유럽 지역은 아시아 지역과는 또 다른 진출 방식을 택했다. 우선, 2005년 5월 영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호스트 서버를 한국에 둔 채 전세계에서 메이플스토리에 접속할 수 있도록 IP 차단 해제)를 선보이며 북미·유럽 지역의 시장성을 먼저 타진, 적절한 진출 시기를 엿봤다.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일정 수요가 확보되고 나서야 비로소 현지법인(미국 2006년, 유럽 2007년)을 세우고 적극적인 게임 서비스에 나섰다.
 
사실, 메이플스토리의 글로벌 전략은 설립 초기부터 국제화를 추구해왔던 넥슨의 기업 전략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그 실행 양상은 매우 다르다. 메이플스토리는 치밀하고 단계적인 국제화 전략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넥슨은 과거 국제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메이플스토리가 현재 해외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데는, 넥슨의 초기 실패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시행 착오에서 얻은 교훈 넥슨이 창립한 1994년은 벤처 산업 1세대가 활동한 시기였다. 벤처 산업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게임 업계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작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는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 등 하청 작업을 통해 밥벌이를 하던 시절이었다. 넥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6년 4월, 넥슨의 첫 작품이자 국내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대기업 IT 시스템 구축 대행 등을 통해 수익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 넥슨은 1997년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Nexon Inc.)을 설립했고, 이듬해부터 영문판 ‘바람의 나라’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 최초의 해외 시장 진출이었다. 일본 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다. 1999년 11월 일본 현지법인(일본 솔리드네트웍스와 50대 50의 지분 투자로 설립된 합작 회사)을 설립, 이듬해 9월부터 일본판 바람의 나라 현지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푼 꿈을 안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초기 성적표는 초라했다.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언어만 바꿔 국제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은 전통적으로 아케이드 게임, 콘솔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었다. 온라인 게임 자체가 생소한 마당에, 자국 개발 게임도 아니고 바다를 건너 온 정체불명의 게임을 거들떠 볼 리 만무했다. 일본 시장에선 특히 네트워크 환경이 문제였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들고 진출했던 시기만 해도 일본은 초고속통신망 보급 초창기였다. 온라인 게임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따라주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선 문화적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이재교 넥슨 퍼블리싱본부 홍보실 이사는 “가뜩이나 장르 자체도 생소한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검은 머리 동양인, 그것도 2000여 년 전 삼국시대 고구려 복장을 하고 돌아다녔다”며 “동양 문화에 심취한 일부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엔 출발부터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넥슨은 2004년 미국 현지 법인을 폐쇄하고 돌아와야 했다.
일본 - 철저한 시장 분석 기초로 현지 법인에서 직접 서비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해외 진출 시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단행했다. 우선 북미나 유럽보다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인들이 횡스크롤 게임 방식에 매우 익숙한 데다, 애니메이션 등의 영향으로 캐릭터 치장을 좋아해 아이템이 잘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2002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였다.
더욱이 2002년 12월엔 당시 합작법인 형태였던 일본 현지법인을 단독 법인 형태로 바꿨다. 또한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현 NXC 대표가 일본에 상주하며 해외 사업을 직접 챙겼다. 메이플스토리의 일본 진출 결정을 앞둔 2003년 말 시점에 넥슨은 이미 일본 시장에서 4년여 간 충분한 경험을 축적한 상황이었다. 일본을 메이플스토리의 첫 해외 진출국으로 삼은 결정은 이처럼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과 자체 역량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중국- 규제 수준 고려해 라이선싱 형태로 진출 메이플스토리의 두 번째 공략 국가는 중국으로, 일본과 달리 현지 게임 업체와의 배급 계약 체결을 통해 진출했다. 중국은 원래 자국산업에 대한 보호가 심해 단독으로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2000년대 들어 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규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2002년 외국 온라인 게임업체에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정책(쿼터가 정해져 있는 ISBN을 획득해야만 게임 홍보·마케팅을 허용)을 적용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제약 요건을 감안해 넥슨은 경험이 많은 현지 업체인 샨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샨다는 중국 내 선도 게임 업체로, 이미 2002년 10월부터 넥슨의 또 다른 게임 ‘비엔비’의 중국내 서비스를 맡아오고 있었다. 2004년 12월, 넥슨은 샨다를 통해 중국내 메이플스토리의 정식 서비스에 나섰다. 현지 서비스는 샨다에서 맡되, 기타 기술 지원 및 업데이트는 넥슨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사업 초기엔 한국에서 원격으로 기술 지원을 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를 위시해 넥슨 전체의 중국 사업이 커지면서 2005년 상하이에 기술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현지 법인(넥슨소프트웨어개발유한공사)을 설립, 보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미·유럽 - 최소 수요 확보 후 직접 진출 북미와 유럽 시장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과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시장 규모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볼 때 일본처럼 직접 진출하는 걸 궁극적 목표로 삼았지만, 무턱대고 현지 법인부터 설립하지는 않았다. 일찍이 미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나왔던 뼈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시차로 인해 한국 법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어느 정도 수요가 되는지를 검증할 만한 대책이 필요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 내놓은 묘안이 바로 영어권 게임 유저들을 겨냥한 ‘글로벌 서비스’였다. 영문판 메이플스토리를 제공하되, 전세계 누구나 게임을 해 볼 수 있도록 IP 차단을 해제했다. 2005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호스트 서버도 한국 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놓고 관리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나타났다. 메이플스토리가 미국과 캐나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소리 소문 없이 인기를 끈 것.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40만 명의 회원이 몰려들었다. 넥슨은 이를 보고 미국 진출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최고 동접수도 당시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잡았던 2만 명에 도달, 미국 진출 결심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넥슨은 2005년 9월 호스트 서버를 미국 내 IDC로 옮기고 서버 관리 등 게임 서비스 지원을 위해 현지 상주 인력을 파견했다. 그리고 이듬해 LA에 현지 법인(Nexon America)을 설립, 미국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유럽 시장 역시 북미 지역처럼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유럽 시장의 수요와 성장성을 타진한 후 현지 법인을 세우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바뀐 것이라곤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넥슨(한국 법인)이 아니라 넥슨아메리카(미국 법인)였다는 점 뿐이었다. IP 주소 추적 결과, 넥슨아메리카 서버에 접속하는 회원 가운데 20%가 유럽 사용자로 드러났다. 넥슨은 유럽 시장 단독으로도 충분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06년 6월, 영어 외에 독일어, 불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 버전으로 메이플스토리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유럽 실정에 맞는 콘텐츠 현지화 작업과 함께 유로게이머(eurogamer.net)처럼 유수의 게임 전문 웹진에 메이플스토리를 적극 알리며 최적의 법인 설립 시점을 모색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인 2007년 3월, 넥슨은 런던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5월부터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다.
 
콘텐츠 현지화
아무리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사업 형태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고 하더라도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현지화가 핵심이다. 넥슨은 과거 미국 시장에서의 실패 경험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현지형 콘텐츠 제작 및 이벤트 기획 흔히 온라인 게임에서 현지화라고 하면 번역 작업, 각국 문화 상황에 맞는 이벤트 기획, 현지 분위기에 맞는 그래픽 수정 등을 꼽는다. 메이플스토리는 중국의 춘절이나 독일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맥주 축제) 등 국가별 명절이나 축제가 다가오면 이 기간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일본 게임엔 벚꽃 배경을, 중국에는 상하이 도심 풍경을 집어넣는 등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픽 요소도 국가마다 달리 추가해 놓았다. 한국 게임에선 캐릭터 피부색이 모두 똑같지만, 미국 게임에선 검은색, 흰색 등 캐릭터마다 피부색을 다양하게 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현지화는 비단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해외에 진출해 있는 웬만한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다 진행하는 수준이다. 메이플스토리 현지화 전략의 차별점은 게임 시스템은 물론 게임의 룰까지 국가별로 달리 제작한다는 데 있다. 채은도 라이브개발실 본부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그래픽적 요소 외에 게임 시스템까지 바꾸는 현지화는 메이플스토리가 전 세계에 걸쳐 각광받을 수 있게끔 한 핵심 원동력”이라며 “이는 게임 시스템과 관련된 핵심 소스코드 관리를 개발팀원들끼리 공유해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스코드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형식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글이다. 소프트웨어의 근간을 이루는 원천 기술인 만큼, 통상 게임 시스템과 관련된 핵심 소스코드는 메인 프로그래머가 단독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넥슨은 메인 프로그래머 외에 국가별 개발팀에 소속된 메이플스토리 개발자들도 소스코드에 접속,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상 위험 부담과 게임 개발 측면의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정에 맞게 시스템까지 바꿀 수 있어야 ‘진정한’ 현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채 본부장이 정의하는 진정한 현지화 사례가 바로 일본 게이머들을 위한 ‘경험치 재설계’ 사례와 미국 유저들을 위해 개발된 ‘웨딩시스템’ 개발이다.
게임 룰의 현지화 - 경험치 재설계(일본) 2003년 12월, 넥슨재팬(현 Nexon Co. Ltd.)을 통해 메이플스토리의 일본 내 서비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회원 수는 몇 달이 지나도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선 한 달 만에 동접수 2만 명을 돌파했었지만, 일본에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유 분석에 나선 넥슨재팬 마케팅팀은 일본 유저들이 게임을 신나게 즐길 만한 수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탈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아케이드 게임과 콘솔 게임에 익숙한 일본 게임 유저들에겐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힘겹게 느껴졌던 것.
넥슨재팬 마케팅 팀원들은 이에 따라 ㈜넥슨(한국 법인)에 있는 메이플스토리 일본 개발팀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얼마만큼의 보상을 해 줄지 결정하는) 경험치 설계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일본 개발팀에선 난색을 표했다. 경험치 디자인은 RPG(역할수행게임)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보상을 너무 늦게, 또 박하게 주면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또 후하게 보상해 주면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게임 개발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한국 유저들은 현재의 경험치 디자인에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데 유독 일본에서만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회원수는 좀처럼 늘어나질 않았다. 넥슨재팬에선 끈질기게 경험치 디자인 재설계를 요청했다. 결국 ㈜넥슨 개발팀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한국 유저들에 비해 25%나 후하게 경험치를 제공하는 대규모 공사를 단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험치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좀처럼 변화가 없던 일본 메이플스토리 회원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4년 12월,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꼬박 1년 만에 최대 동접수 2만5000명을 기록했다. 최원혁 넥슨 홍보실 과장은 “일본에선 아이템 요금을 한국보다 다소 높게 잡아 당시 일본내 동접수가 1만 명을 넘어서면 상업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봤었다”며 “경험치 설계를 새로 디자인한 공이 컸다”고 귀띔했다. 메이플스토리는 경험치 재설계를 통한 일본에서의 성공적 경험 이후 싱가포르와 유럽에 진출할 때도 경험치를 재조정해 들어갔다. 국가별 유저 성향에 맞춰 게임의 룰까지도 유연하게 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교훈과 그 성과를 몸소 체험한 덕택이었다.
게임 시스템의 현지화 - 웨딩 시스템 개발(미국)넥슨아메리카는 사업 초기 국내 유저와는 다른 북미 유저들의 행태와 니즈를 발견했다. 한국 유저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반면, 북미 유저들은 그렇지 못했다. 게임을 하는 도중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더라도 연애나 결혼 시스템이 없어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할지 난감해했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다 마음에 맞는 상대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여보’, ‘자기야’ 라고 상대를 부르며 알아서 부부놀이를 하는 한국 유저들과는 매우 다른 행태였다.
넥슨아메리카는 이에 따라 ㈜넥슨 메이플스토리 북미개발팀에 “게임 안에서 결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라스베이거스 웨딩 맵(게임 가상공간의 특정 지역)’이다. 라스베이거스 웨딩 맵에선, 화려한 리무진과 엘비스 프레슬리 모습의 신부를 만날 수 있다. 하객 초청, 피로연 개최 등 유저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도 도입됐다. 이 같은 시도는 북미 유저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메이플스토리 인기 몰이에 큰 도움이 됐다. 심지어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에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메이플스토리 웨딩 시스템이 소개되기까지 했다. 당초 미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개발됐던 웨딩 시스템은 워낙 반응이 좋아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메이플스토리로 확대 적용됐다.
 
지역별로 최적화된 마케팅 믹스
콘텐츠 현지화와 함께 지역별로 최적의 마케팅 수단을 활용한 것도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요인이다. 온라인 게임은 주변인들의 소개와 권유가 게임 선택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메이플스토리 이후 이와 비슷한 2D 횡스크롤 MMORPG들이 많이 나왔었다. 하지만 여타 게임들이, 특히 초등학생을 위주로 한 저연령층 시장에서 메이플스토리의 아성을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옆 짝꿍이 메이플스토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온라인 게임은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시장에선 TV 광고 등 매스마케팅이 소비자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 유저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따른 커뮤니티 증식이 훨씬 중요하다. 내로라하는 온라인 업체들이 TV 광고를 웬만해선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 - 커뮤니티 마케팅 및 라이선싱 사업 넥슨 역시 한국에선 TV 광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학교별 대항전을 기획하거나, 유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커뮤니티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TV 광고는 하지 않지만 캐릭터, 출판 등 다양한 라이선싱 사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썼다.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를 이용한 라이선스 상품은 학용품, 팬시용품, 건강식품, 운동기구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여 종에 달한다. 출판 사업 역시 눈에 띈다. 만화책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RPG’는 작년 12월 누적 판매 부수 기준 1000만 권을 돌파했을 정도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 TV 광고, 애니메이션 반면 일본 시장에선 TV 광고가 주요 마케팅 수단이다. 전통적으로 아케이드 게임과 콘솔 게임 위주인 일본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었다. 메이플스토리의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 모델 역시 전혀 새로운 모델이었다. 온라인 게임의 본질상 TV 광고가 별 효과가 없다지만, 넥슨은 일본처럼 태동기 시장에서는 소비자 ‘계몽’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2006년 4월 ‘온라인 게임은 넥슨’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첫 TV CF를 내보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넥슨은 매년 수 차례 TV 광고를 내보내며 지속적인 인지도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
2007년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매드하우스와 함께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애니메이션 영향력이 막대한 일본 시장에서 메이플스토리의 주 타깃 고객층인 초등학생·중학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총 25부작(회당 30분)으로 제작돼 TV도쿄의 6개 네트워크와 BS재팬 채널을 통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방영된 이 애니메이션은, 한때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개구리중사 케로로’보다 높은 시청률(최고 시청률 5%, 평균 시청률 3.5%)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 - SNS 마케팅과 선불카드 유통망 확보 넥슨아메리카는 게임 전문 웹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저들의 경우 게임을 선택할 때 주변 친구들 못지 않게 게임 전문 웹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전략이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를 마케팅에 적극 도입, 기존 유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규 유저의 유입 역시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현재 메이플스토리 페이스북 팬 페이지 가입자는 12만 명을 웃돌고 있으며, 트위터 팔로어는 1만25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신용카드 외에 별다른 결제 수단이 없었던 북미 시장에 유통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선불카드(Nexon Cash Card)’를 도입, 결제 시스템을 다양화하는 데 성공했다. 선불카드는 미리 돈을 지불하고 카드를 사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결제 수단이다. 신용카드 외에 모바일 소액 결제 등 결제 방식이 다양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용카드가 거의 유일한 결제 방법이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의 주 타깃층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1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리한 결제 수단이 아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게 선불카드 제도였다.
2007년 1월 넥슨아메리카는 타겟(Target)을 시작으로, 베스트바이(Best Buy), CVS, 퓨처숍(Future Shop) 등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매장을 통해 선불카드를 판매했다. 그 해 12월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유통망까지 확보했다. 이 선불카드 제도는 현재 넥슨아메리카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선불카드를 판매하는 미국내 유통망은 약 4만개 점포(유통업체 기준 약 20여 곳)에 달한다. 차유선 넥슨 홍보실 대리는 “넥슨 선불카드는 미국 타겟에서 애플의 ‘아이튠’ 카드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라고 귀띔했다.
메이플스토리 성공 요인 분석과 시사점
현재 일본 시장에서 메이플스토리 등록 회원수는 330만 명, 미국은 600만 명, 유럽은 170만 명에 달한다. 메이플스토리는 명확한 수익 모델, 전략적 해외 시장 진출, 최적화된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글로벌 히트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보완적 자산에 집중해 경쟁 우위 확보
경영 전략 측면에서 볼 때 메이플스토리의 부분유료화 모델 도입은 ‘보완적 자산(complementary asset)’이론을 절묘하게 활용한 케이스다. 보완적 자산 이론이란 본원적 제품이나 서비스(게임 사용)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되 주 수익은 보완적 자산(아이템)의 판매를 통해 확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거의 헐값에 면도기를 제공하고 실제 수익은 면도날 판매로 창출한 질레트의 ‘레이저 블레이드 모형’의 변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도비(Adobe)가 PDF리더(reader) 프로그램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PDF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Adobe 에디터(editor)는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예도 좋은 사례다.
 
보완 자산에 집중하는 전략은 본원적 제품·서비스가 심한 경쟁에 노출돼 있는 반면 보완적 자산은 경쟁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을 때 특히 유용하다. 메이플스토리의 부분 유료화 모델은 바로 이런 점에서 돋보인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메이플스토리 이전 MMORPG 시장은 정액제 모델을 적용, 본원적 서비스와 보완적 서비스 모두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월 정액제 모델을 그대로 답습해 MMORPG 시장에 진출한다면 경쟁이 너무 치열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품 서비스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아이템 판매를 통해 매출액을 올리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이와 더불어 3D가 아닌 2D 개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힘든 신속한 아이템 개발 및 업데이트 능력을 확보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자사가 차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보완적 자산(아이템)에 대한 수요를 창출시킴으로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사들이 현란한 3D 그래픽 개발에 목을 매고 있을 때, 메이플스토리는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과금 체계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다른 MMORPG들도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MMORPG 시장에서 최초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아이템 개발 능력 및 과금 체계를 고도화하는 능력에서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경쟁사 대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고, 글로벌 히트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매스 마켓’ 공략 목표에 부합하는 콘텐츠와 수익 모델 개발
넥슨이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추구했던 목표는 열혈 게이머들을 겨냥한 ‘하드 코어’ 마켓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 ‘매스 마켓’ 공략이었다. 넥슨은 바로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콘텐츠 개발 방향성과 수익 모델을 최적화해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우선 콘텐츠 개발 방향성을 살펴보자. 메이플스토리 이전의 대작 MMORPG는 조작법도 단순치 않고, 기본적인 게임 룰을 습득하는 데도 ‘공부’가 필요했다. 규칙을 숙지한 후에도 캐릭터를 꾸미고 폼 나는 일들을 하려면 족히 한두 달은 공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이 같은 학습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했다. 과거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오락실 게임 방식을 도입한 데다, 조작법과 게임 규칙까지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메이플스토리의 주 고객층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위주. 하지만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나 40대 이상 유저들도 상당수 된다. 손쉬운 횡스크롤 방식에 더해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성인 게임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 게임으로 포지셔닝한 덕택이다.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 역시 매스 마켓 공략이라는 목적에 잘 부합했다. 부분 유료화는 정액제 모델에 비해 매출액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매스 마켓을 겨냥해 고수익을 올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모델이다. 게임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에겐 외견상 ‘무료’나 다름 없다. 게임이 자신의 취향에 맞을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상당액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 모델에 비해 잠재 고객 기반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컸다. 얼핏 생각하면 유료화가 정액제 게임에 비해 유저당 평균 매출액이 떨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부분 유료화를 하느냐에 따라 부분유료화 모델은 정액제 게임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현재 게임업계 자율적으로 18세 이상 성인은 월 30만원, 미성년자는 월 7만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1인당 소비 금액에 상한선이 없기 때문이다.
 
메이플스토리는 매스 마켓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익 모델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목표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현재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뛰어난 글로벌 학습 능력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개발은 집권화(centralization)하면서 배급은 현지 법인에 맡기는 분권화(decentralization) 전략을 혼용하고 있다. 즉, 한국 법인 ㈜넥슨 안에 메이플스토리 ‘북미 개발팀’ ‘일본 개발팀’ ‘유럽 개발팀’ 등 각 지역별 개발팀을 둠으로써, 게임 개발이라는 핵심 역량을 중앙에서 통제한다. 개발자들을 한데 모아 효율성과 통제력을 높이자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따라 일본, 미국, 유럽 법인에선 각각 현지 퍼블리싱(배급) 기능만 담당한다. 개발과 퍼블리싱을 모두 담당하는 한국 법인과는 업무 영역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주목할 점은, 게임 개발에서 집권화 전략을 채택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법인과 한국 법인간 성공적인 협업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학습(global learning)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다국적 기업이 가지는 많은 이점 중 하나는 해외 현지 법인들을 통해 새로운 혁신이나 기술, 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플스토리는 비록 게임의 실질적 개발은 한국 법인에서 총괄했지만 현지화 관련 아이디어 발굴 및 기획은 현지 법인에 있는 마케팅, 기획 인력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했다. 이렇게 탄생된 콘텐츠 현지화는 당초 목적으로 삼았던 해당 시장에 단독으로 적용되는 수준을 넘어 다른 국가에도 확대 적용됐다. 당초 미국 유저들만을 위해 개발됐던 웨딩 시스템을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다른 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사례라든지, 싱가포르와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일찌감치 경험치 설계를 재조정해 초기 시장 진입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한 사례 등은 뛰어난 글로벌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내부 역량과 외국인 비용 고려한 국제화 전략
내부 역량과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외국 기업이 갖는 불리함)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메이플스토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이다. 넥슨은 해외 사업에 대한 내부 역량이 높을 때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형식으로 직접 현지 법인을 세우고, 역량이 미흡한 경우 현지 배급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현지 시장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을 대 원칙으로 세웠다. 또한 외국인 비용 우려가 크다면 파트너십을 통한 진출 방식을, 그렇지 않다면 직접 진출하는 방식에 무게를 뒀다.

<그림3>에서 보듯, 일본 시장은 높은 내부 역량과 낮은 외국인 비용을 바탕으로 직접 진출 방식을 택했다. 메이플스토리의 일본 진출을 앞둔 시점에 넥슨은 이미 다년간 일본 시장에서 업력을 쌓아오면서 현지 시장에 대한 역량을 축적해놓은 상태였다. 외국인 비용도 낮았다.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틈새 시장이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 시 흔히 겪을 수 있는 외국인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규모 자체가 미미하면, 현지 경쟁사들의 견제나 정부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도 역량만 갖추고 있다면 오히려 현지 업체들을 선도해 가며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중국 시장은 달랐다. 우선 현지 시장에 대한 넥슨의 내부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원래부터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가 심하긴 했지만, 특히 외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내부 역량과 높은 외국인 비용을 고려할 때 넥슨은 현지 배급사와의 파트너십 계약을 통한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북미 시장은 점진적인 FDI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형태다. 일본처럼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로 외국인 비용이 낮긴 했지만, 과거 미국 시장에 한 번 진출했다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던 기억으로 인해 내부 역량을 확충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따라 일정 수요를 확보하고 내부 역량을 확충해 직접 법인을 세워 진출하는 단계적 방식을 택함으로써 현지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도전 과제
넥슨의 탄생 시기인 1990년대만 해도 국내 온라인 게임은 제대로 된 산업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천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리는 게임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 산업도 엄연한 디지털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게임 중독 등 사회 문제와 학습방해 등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처럼 게임 유저가 초등학생, 중학생 등 저연령층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코흘리개를 상대로 돈 장사’를 한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자정 이후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한 ‘청소년 심야시간 접속 제한’ 제도의 첫 대상 게임으로까지 지목됐다. 넥슨으로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외화 수익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사회적 비난과 규제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해만 해서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자사 게임의 순기능을 좀 더 강화하고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데 보다 힘써야 한다.
 
메이플스토리가 성공 가도를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우선 차기작 ‘메이플스토리 II’를 성공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해적’ ‘드래곤마스터 에반’ 등 캐릭터를 추가하고 ‘시그너스 기사단’을 발표하는 등 매년 서너 차례씩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 오긴 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차기작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참고로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는 2D MMOPRG ‘리니지’를 1998년 내놓은 이후 5년 뒤인 2003년 풀 3D 형태의 ‘리니지II’를 개발했다.
 
문제는 메이플스토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를 최소화하는 메이플스토리II의 모델이 무엇인가이다. 우선, ‘쉽고 단순하다’는 메이플스토리의 강점이 혁신적 변화를 추진하는 데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II를 개발한다 해도, 기존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II로 갈아타는 데 그친다면 차기작 개발의 의미도 퇴색된다. 현재 메이플스토리의 유저층에서 20대 후반30대 성인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쟁 게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원혁 과장은 “지금까지 메이플스토리 사각 지대에 속해 있던 성인 남성들을 신규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차기작의 방향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진화하는 모바일 플랫폼 변화에 맞춰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내는 것 역시 메이플스토리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다.

참고문헌 Teece, David J. 1986. Profiting from technological innovation: Implications for integration, collaboration, licensing and public policy. Research Policy 15 (6): 285-305

 

매드포갈릭의 제 2기 성장 전략과 인지도 향상 전략은?
하정민 기자
공격적 점포 확장보다는 매드포갈릭에 필적할 또다른 니치 브랜드를 만들자.”
마늘 수확 철에 마늘 농가 일손을 돕는 등 마늘에 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을 다양하게 펼치자.”
매장별 역사와 에피소드를 모아 매장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매장 내 매드포갈릭 마늘의 효능과 재배 방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홍보물을 전시하자.”
 
토종 프랜차이즈 매드포갈릭의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 독자들의 아이디어 제안이 쏟아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9호에 실린 매드포갈릭 기사 ‘말빠른 열정 사원들만 뽑았다?’에서 DBR은 ‘독자와 함께 하는 Open Question’을 통해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이루려면 과거와 같은 신중한 점포 확장 전략을 고수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또 더욱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한 견해도 질문했다. 이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발췌해 소개한다.
 
매드포갈릭에 필적할 또 다른 니치 브랜드들을 발굴하자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신중한 확장과 공격적 확장 중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 게 낫겠느냐는 질문에 많은 독자들이 전자를 택했다. 박용삼 씨는 “공격적 확장은 얼핏 보면 제2의 도약을 위한 자연스러운 성장 경로처럼 보이지만 매드포갈릭의 성공 비결에 완전히 위배되기 때문에 절대 취해선 안 되는 전략”이라며 점포 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음식 맛과 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 확장보다는 추가 니치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라고 조언했다.
 
김용태 씨도 더딘 성장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매드포갈릭의 핵심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주방장의 내부 육성인 만큼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서도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방법으로 주방장에게 좀더 많은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마늘 관련 이벤트를 벌여 CSR과 인지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
DBR 독자들은 매드포갈릭의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이려면 소비자의 일상과 생활에 깊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 및 사회적 책임 활동(CSR)을 수행하라고 조언했다.
 
변창우 씨는 매드포갈릭이 더욱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기 위해 마늘일손돕기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늘 수확철에 직원들이 잠깐이라도 농가를 방문해 일손을 거든다면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또 이용 고객 중 자원한 사람들도 농촌 돕기 운동에 참가하게 하고, 매드포갈릭의 쿠폰을 나눠준다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거라고 덧붙였다. 또 경남 남해군에서 매년 실시하는 마늘 축제에 매드포갈릭의 부스를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순해 씨는 “마늘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식품인 만큼 단군신화의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이벤트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단군신화에 관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펼치면 한국이나 마늘에 별 관심이 없는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
 
신혜민 씨는 애피타이저 용 메뉴에 포함돼 있으나 다른 메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갈릭 브레드 타워(Garlic Bread Tower)’를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사실 마늘빵 자체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맛 볼 수 있다. 하지만 매드포갈릭의 갈릭 브레드 타워는 모양부터 차별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 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용 고객이 자리를 뜰 때 검은 빵을 무료로 제공했듯 매드포갈릭 또한 갈릭 브레드 타워를 좀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씨는 “고객들이 갈릭 브레드 타워를 들고 직장과 가정을 드나든다면 매드포갈릭을 잘 모르는 잠재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의식적인 홍보보다는 무의식적이고 빈번한 노출이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호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배기석 씨는 매드포갈릭에서 사용하는 마늘의 원산지나 효능을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드포갈릭이 어떤 마늘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소비자가 원두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고, 홍보물을 만들어 원산지나 재배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매드포갈릭 또한 ‘우리 맛의 원천은 의성 6쪽 마늘’이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객들이 매장에서 마늘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하고, 해당 마늘의 효능과 장점 등을 보여주는 홍보물 전시도 고려하라고 설명했다.
 
대표 매장 몇몇을 대상으로 매장별 스토리텔링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배 씨는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에서는 마치 문화 유적지인 양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며 “개별 매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역사를 꾸준히 관리해 스토리로 만들고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서호 썬앳푸드 총괄이사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전사적 성장 전략, 새로운 마케팅 기법 등 바로 활용해도 될 만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독자 의견이 많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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