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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일본 시장 사로잡은 스케줄 공유 서비스 ‘타임트리’

개발자가 고객 의견 직접 듣는 역발상
그룹 일정 공유 콘셉트로 새 시장 열어

조윤경 |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의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발돋움 중인 캘린더 공유 서비스 ‘타임트리’는 개인 일정 관리가 아닌 그룹 일정 공유를 콘셉트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전 직원이 CS(Customer Service) 관리 업무를 나눠 맡으며 고객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고객과 개발자가 대부분인 직원과 사용자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연중 이벤트를 기획해 꾸준히 서비스 개선을 이뤄냈다. 검색 엔진 최적화를 통해 고객 여정 관리에도 힘썼으며 유저 사용기를 축적해 콘텐츠 마케팅에 활용했다. 단순 일정 공유에 그치지 않고 부수적인 신규 서비스를 론칭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나가는 등 사용자 결속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여러 명이 속한 모임에서 약속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시간 약속을 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단체 그룹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공지사항 배너부터 투표하기 등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의 빈 시간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사람씩 스케줄을 재차 확인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단 두 사람으로 이뤄진 부부나 연인 역시 전화나 문자, 채팅과 같은 의사소통의 상당 부분을 일정 조율과 역할 분담에 할애하고 있지만 상대가 합의한 사항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스케줄 관리는 개인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늘 설거지는 네가 하기로 했어”라고 일깨워 봤자 소용이 없다. 관련된 대화 내용은 과거 채팅창을 뒤져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일본을 중심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캘린더 공유 서비스 ‘타임트리’는 설립 1년 만인 2015년,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21년 현재는 이용자만 3300만 명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했다. 일본 가정의 3분의 1이 사용할 정도로 일본에선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근엔 대만과 독일, 미국 등 일본 외 지역에서도 사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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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리는 개인 일정 관리가 아닌 그룹 일정 공유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것이 의미 있는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단순히 일정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유된 일정을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타임트리를 통해 일상을 기록하고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 등의 정보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해당 일정에 SNS 형식의 댓글을 달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임트리의 폭풍 같은 성장의 이면엔 집착에 가까운 서비스 개선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블루오션만 노린 것이 아니라 개발 부서에서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객 접점을 확대했다. 또한 검색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 이용 단계까지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중 발생하는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전 직원이 달려들어 소통하고 즉각 수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 같은 열정적인 고객 관계 관리(CRM) 행보에 대해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하고 있다. 캘린더 공유 서비스 타임트리가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분석했다.


스케줄 공유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노리다

타임트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론칭한 회사 타임트리는 카카오재팬 대표 등을 지낸 박차진 대표이사 CSO(Chief Strategy Officer)가 카카오재팬과 야후재팬 출신의 핵심 인력들과 함께 2014년 9월 설립한 회사다. 박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본래 다음카카오와 야후재팬의 일본 합작 법인인 카카오재팬에 소속된 직원들이었다. 3년 정도 호흡을 맞추고 있을 때 즈음 야후재팬이 카카오와 합작 법인을 해지하기로 하고 카카오재팬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때마침 야후재팬 멤버들은 ‘본사로 복귀하라’는 지시도 받게 됐다. 헤어질 상황에 처하자 이런 멤버가 다시 모이기 어렵다는 생각과 이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앞섰다. 결국 박 대표와 동료들은 퇴사를 결심하고 함께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내로라하는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모였으니 어벤저스팀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도전장을 내민 분야는 바로 일정 관리 및 스케줄 공유 서비스였다. 사업 아이템을 정한배경에는 타임트리 창업 멤버들의 과거 경력이 많이 반영됐다. 박 대표와 창업 초기 멤버들은 독립하기 이전인 카카오재팬 소속 시절부터 일찍이 그룹 서비스, 그중에서도 스케줄 공유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선 각각 카카오톡과 라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국민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를 잡아갈 때였다. 업계에서도 그룹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소비자 니즈와 그에 대한 중요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주름 잡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달리 일본에서는 라인이 압승을 거둘 게 눈에 빤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카카오재팬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그룹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팀을 결성했다.

당시 개발팀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그룹형 커뮤니케이션을 리스트업하고 가족이나 연인, 대학 동아리 등을 묶어 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도구로 ‘페타코(Petaco)’라는 온라인 공유 수첩 서비스를 개발했다. 부부가 쓰는 ‘공유 일기’나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의 ‘날적이(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메모나 수다를 적는 공책)’의 온라인 버전이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사용 데이터를 관찰하던 중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페타코의 여러 핵심 기능 중에서도 보조 기능에 불과하던 ‘캘린더 기능’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박 대표는 “그때 처음으로 일정 공유를 원하는 시장의 강력한 니즈(needs)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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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박 대표와 동료들은 독립 후 가장 먼저 사용하기 편한 캘린더 앱을 떠올리게 됐다. 당시 시장에는 가족이나 연인, 학생들을 위한 일정 공유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도 시장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일부 유저는 당시 거의 유일하다고 여겨졌던 캘린더 앱 구글캘린더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구글캘린더는 업무용으로 개발된 터라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있었다. PC용 웹을 중심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사용하기도 불편했다. 새로 만드는 캘린더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최적화할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도 달력이나 스케줄 관리 분야는 혁신의 불모지였다. 개인 일정 관리는 웹서비스나 스마트폰 캘린더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개인 일정을 기록하는 용도로 귀여운 디자인을 내세운 서비스들은 종종 출시가 됐지만, 다수의 사용자가 스케줄을 공유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개발할 수 있는 고도의 개발 능력이 필요해 선뜻 도전하는 이가 없었다. 일본 내 경쟁 상대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멤버들은 보통의 가정에 있는 ‘냉장고 문’ 혹은 ‘거실에 놓인 탁상용 달력’과 같은 기능을 하는 앱을 만들기로 했다. 멤버들에게 주방 냉장고 혹은 거실 달력이란 ‘2시 ○○유치원 픽업’ ‘아빠 미용실 예약’ ‘가족 여행 가는 날’과 같은 메모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공지되고 공유될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하루 한 번 이상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다. 이를 앱으로 치환해 개발할 때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화면 톱에 실리면서 매일 들여다보는 애플리케이션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소비자 반응은 출시 직후부터 말 그대로 뜨거웠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은 10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앱스토어 후기엔 “이런 서비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일정 공유만 되는 심플한 기능이라 좋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무료 서비스이다 보니 편리함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거나 대가를 지불할 길이 없어 사무실로 과일 등의 선물을 보내는 고객까지 나타났다. 박 대표는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니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와 애착이 커져갔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기준 타임트리 이용자 구성비를 보면 가족, 연인 이용자가 전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동호회나 직장 업무용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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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앱 ‘타임트리’

타임트리는 현재 일본 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3300만 명이라는 이용자 수는 일본의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하는 메신저 앱 ‘라인(LINE)’,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애플리케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서비스 출시 초기인 2015년부터 일본 앱스토어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앱’에도 종종 추천됐다. 현재까지 누적된 평점 평가만 1만5000여 개이며 평균 평점은 4점대 후반을 유지 중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일본 스타트업으로 평가돼 2019년엔 애플의 CEO인 팀 쿡이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초기 창업 멤버 6명을 포함해 총 7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일본 국적 직원이 80%, 한국 국적 직원이 10%, 대만, 프랑스, 독일, 미국 등 기타 국적의 직원이 10% 비중을 차지한다. 2014년 설립 이후 매출 규모가 연평균 30% 성장하고 있으며 본사는 일본에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벤처투자사들로부터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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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고객을 만나다

스케줄 공유 서비스라는 아이템을 선정했다는 것 자체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운 좋게 먼저 깃발을 꽂은 것이란 성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멤버들은 알고 있었다. 타임트리가 출시 이후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서비스를 개선해온 덕분이다. 타임트리는 이를 위해 ‘전사적 고객 지향’을 모토로 삼고 이를 사내 시스템화하는 데 성공했단 평가를 받는다. 타임트리는 창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다수의 시스템과 제도를 도입했다. 박 대표는 “타임트리 직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즉 개발자들인데 이들은 직접 고객을 만나서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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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임트리 데이

대표적인 것이 유저를 초청하는 행사 ‘타임트리 데이’이다. 타임트리 데이는 간단히 말해 타임트리의 실제 유저 중 일부를 추첨을 통해 사무실로 초대해 타임트리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이벤트다. 이 유저 초청 행사는 타임트리가 창업한 지 2년이 되던 해부터 분기마다 진행해오고 있다. 한 번에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30명 정도의 유저가 방문한다. 반나절 동안 열리는 이 행사는 엔지니어들이 직접 ‘엔지니어의 하루’ ‘타임트리를 만들게 된 이유’ ‘타임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소개한다. 초대받은 이용자들이 어떻게 타임트리를 알게 됐는지,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어떻게 느끼는지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프로그램은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이다. 이용자들은 타임트리가 준비한 뷔페식 케이터링 음식을 먹고 마시며 직원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간다. 박 대표는 “직원들과 초대받은 손님들이 이 시간 즈음 되면 서로의 SNS를 공유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매우 가까워진다”며 “이용자와 직원들 모두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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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단순히 실험 삼아 개최한 이벤트였다. 서비스 초기, 일부 열성 팬이 e메일이나 댓글 등의 경로로 ‘사무실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첫 행사를 개최해보니 ‘한 번으로 끝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시장 조사를 위해 포커스그룹(Focus Group Community) 고객군이 필요하기도 했다. 타임트리 엔지니어들은 이용자들에게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유저들의 사용성을 공부하게 된다.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순기능도 있었다. 고객 방문 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직원들은 “실제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SNS에 “드디어 몇 차례의 시도 끝에 타임트리 본사를 방문하게 됐어요!”라는 포스팅이 올라올 정도로 타임트리 데이는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엔지니어들에겐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객과의 접점이지만 반대로 고객들에게는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 소통하는 창구가 된 셈이다. 타임트리 데이 행사에 올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 접수를 받고 추첨을 통해 방문자를 선발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통상 초청할 수 있는 인원의 3∼4배나 되는 많은 신청자가 몰린다. 접수한 신청자들 중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타임트리 로고가 새겨진 볼펜이나 마우스패드 등의 굿즈 선물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엔 타임트리 데이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2. 전 직원의 CS(Customer Service) 활동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려는 타임트리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타임트리만의 독특한 업무 시스템 중 하나인 ‘전 직원 CS(Customer Service) 활동’이 있다. 단순히 고객 관리 부서나 마케팅 부서가 아닌 엔지니어들이 직접 고객과 접촉하게 함으로써 기존에 통용되던 고객 접촉 공식을 깼다. 타임트리 데이와 같은 단발성 행사에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의 업무 중 하나로 고객 관리를 추가한 것이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서비스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진정성을 확보했다.

물론, 타임트리에도 CS 부서가 따로 존재하기는 한다. 그리고 이 부서에선 타임트리로 검색되는 모든 피드(feed)를 확인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이 생성한 자사 서비스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회사 내부 시스템에 공유한다. 이를 CS 전담 부서가 아닌 다른 직원들까지도 언제든 고객의 소리나 반응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해결에 나선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유저가 있으면 직원 누구나 직접 댓글을 달거나 따로 접촉을 한다. 박 대표는 이를 “찾아가는 CS”라고 설명했다. 마치 소비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황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대기하는 사람처럼 고객이 불편함을 회사 측에 항의하기도 전에 먼저 문제 상황을 캐치해 해결까지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짧게는 하루 15분에서 많으면 수 시간을 CS 업무에 할애한다. 그 덕분에 그날그날 타임트리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어느 정도 CS 참여 문화가 정착됐다고 판단해 입사 후 3개월 차 직원들까지만 진행하고 있지만 창업 직후 약 2년간은 전 직원이 CS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CS 활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성과 평가에까지 굳이 반영하지 않아도 반발 없이 적극적으로 관련 업무에 동참한다.

전 직원이 나서서 CS 업무를 맡는 것은 어찌 보면 조금 과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유저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의조차 하지 않고 냉정하게 떠난다”며 “CS 활동을 통해 미리 감지되는 내용은 서비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힌트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 관리 시스템은 실제 크고 작은 서비스 개선을 이뤄내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타임트리에 일정별로 여러 가지 색깔의 라벨을 붙일 수 있도록 한 것도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 덕이었다. 본래는 일정에 라벨링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색깔의 수가 정해져 있었다. 개발이나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을 할 때만 해도 일정 분류가 가능할 정도로만 색을 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임트리 직원들은 유저들과의 만남을 통해 라벨링 색깔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됐다. 각 사용자나 업무의 개성을 나타내는 데 있어 색 구분이 생각보다 요긴하게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색깔이라는 시각화 도구가 직관적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따라서 현재는 유저들이 최대 10가지 색깔을 스스로 큐레이션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드래그 앤드 드롭’이라는 기능을 추가한 것도 고객의 제안 덕분이었다. 스마트폰상에서 일정을 터치한 상태로 일주일 전 혹은 한 달 뒤로 이동시키는 기능이다. 흔히 반복되는 일정에 사용되는 ‘복사 붙여넣기’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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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유저 사용기 ‘모두의 사용법’ 사례

타임트리는 유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사용기를 홈페이지에 ‘모두의 사용법’이라는 코너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아래 그 일부를 소개한다.

1. 육아 관련 ‘할 일 목록’을 만드는 부부
아오시카 유우 씨 부부는 아이와의 약속이나 육아 관련 다양한 할 일 목록을 타임트리로 공유한다. 타임트리에는 개별 일정과 관련해 메모를 추가하고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부부의 의사소통이 더 편리해졌다. 유우 씨는 “남편은 아이가 외출할 때 챙겨야 하는 준비물을 깜빡하고 잊어버릴 때가 많은데 타임트리를 통해 실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2. 다이어트 일지를 공유하는 아내
모모치 씨는 타임트리를 통해 남편과 함께 다이어트 일기를 쓴다. 혼자서 마음먹기만 해서는 지속되기 어려운 다이어트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훈련한 장소와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한다. 타임트리의 일정 라벨링 기능을 이용해 운동 종류도 색깔로 구별해 둘 수 있고 평소 어떤 운동을 소홀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3. 가게 운영 및 직원 관리가 필요한 자영업자
뷰티 살롱을 운영하는 코코니와 씨는 3명의 직원과 함께 타임트리로 손님 예약을 관리한다. 예약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면 복잡하고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다. 그런데 타임트리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직원들과 예약 상황을 공유하면 코로나19 시기에도 손님들 간 거리 두기를 지키며 예약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안심이다. 각 직원의 휴가와 외출 일정 역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4. 좋아하는 가수의 일정을 관리하는 팬
일본 아이돌 가수의 팬인 에린 씨는 해당 가수의 일정을 색상별로 구분해 라벨을 설정하고 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타임트리 앱으로부터 리마인드 알림을 받고 있다. 타임트리는 라이브 공연 개최 장소 등을 해당 일정에 메모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수시로 검색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일본 아이돌 가수의 기획사들 역시 공연이나 스케줄을 팬들에게 타임트리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에 이어 타임트리 퍼블릭 캘린더 URL을 개설하는 것이 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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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객을 위한 검색 및 사용기 관리

일본 대표 검색 엔진에서 ‘일정’을 검색하면 타임트리가 첫 번째 검색 결과로 노출된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임트리 측의 검색 엔진 검색어 관리 덕분이다. 박 대표는 “검색까지 해서 찾아오는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많은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보다 검색을 할 정도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는 말자는 뜻에서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무언가를 찾을 때 웹이나 앱스토어의 검색 기능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를 위해 타임트리에선 검색엔진최적화(SEO)와 앱스토어최적화(AEO)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검색 엔진 사이트와 유사하게 앱스토어 검색창에 ‘일정’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타임트리가 최상위 검색 결과로 나오도록 하는 전략이다.

야후라는 대표적인 검색 엔진 기업에서 근무했던 창업자들이 있었기에 검색 엔진 최적화에 대해서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타임트리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HTML에 ‘일정 공유’와 같은 키워드가 들어 있어야 검색 엔진에서도 노출이 잘 된다. 노출되길 원하는 키워드가 너무 많이 들어가도 검색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 하면 타임트리가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지 테스트를 해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수정한다. 앱스토어 내에서의 검색 관리를 뜻하는 앱스토어 최적화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적극적인 소비자를 놓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타임트리 사용기’가 있다. 바로 타임트리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는 ‘모두의 사용법’ 코너다. 이 타임트리 사용 사례 모음집은 그동안 타임트리에서 소비자 조사를 통해 축적한 유저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자산화한 것이다. 타임트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혹은 타임트리를 이용하고자 첫발을 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같은 콘텐츠는 ‘입소문 마케팅’에 효과적이다. 그 덕분에 타임트리는 따로 큰 광고비를 책정하지 않고도 빠른 속도로 가입자 수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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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보완한 신규 서비스 출시 앞당겨 팬데믹 충격 방어

영원할 것 같던 타임트리 성장 가도에도 제동이 걸렸던 시기가 있다. 바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이다. 창업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Monthly Active User) 수치가 2020년 하반기 처음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일정이 줄면서 타임트리 내에서 생성되는 일정 기록도 감소한 것이다. 당장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중요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MAU는 무척 중요한 지표였다. 이는 광고 수익에도 큰 타격을 줬다.

하루하루 하강 곡선을 그리는 그래프만 보며 직원들과 비통한 심정을 나누기만 몇 달째였다. 박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차라리 그동안 준비해오던 신규 서비스 론칭을 앞당겨 위기를 극복하기로 했다.

박 대표와 직원들은 그동안 타임트리의 한계라고 여겨지던 ‘확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외형적 성과를 얻어내긴 했지만 캘린더 툴은 하루에 한두 번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열어보는 앱이기 때문에 체류 시간이 매우 짧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한 세션당 20초 정도다. 박 대표는 지금보다 두 배 더 강화된 관여(engagement)를 만들어 낸다면 타임트리 서비스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고맙게도 나머지 직원이 “어차피 셧다운 기간이라 갈 데도 없는데 일이나 더 해보자”며 동의해줬다. 대다수 직원이 ‘골든위크’까지 반납하며 서비스 개발에 힘써줬다. 골든위크란 일본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공휴일이 모여 있는 황금연휴 일주일을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2021년 8월 릴리즈된 ‘Today’ 서비스다. 타임트리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오늘의 날씨, 오늘의 코로나19 현황, 미세먼지 상태, 오늘의 일정에 대한 추천이 뜬다. 오늘의 일정 추천은 ‘오늘을 살짝 맛있게’ ‘오늘을 살짝 즐겁게’ ‘오늘의 득템’ 등으로 꾸며져 ‘오늘 뭐 하지’라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데 목표를 뒀다. 이 같은 노력은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체류 시간을 증가시켰다.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달 평균 이용 시간이 약 20분에서 80분으로 4배나 증가했다. Today 서비스의 일일 페이지뷰 수는 약 300만 뷰다. 일본 유명 일간지의 하루 페이지 뷰 수가 200만인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박 대표는 “‘오늘 일정에 뭐가 있지’라는 궁금증이 들면 실제 필요할 때만 서비스를 확인하게 되는데 ‘오늘 재미난 것 없을까’라는 물음이 들 때 열어볼 수 있게 하면 사용자들의 참여를 훨씬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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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장소, 디바이스를 연결하다

타임트리의 다음 목표는 인간과 인간의 스케줄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장소,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쿄타워나 상암축구장과 같은 건물의 공식적인 일정과 시간을 개인 소비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아직까지는 타임트리가 일정 공유 관리 장소라는 인식이 강한데 일정을 결정하는 장소로 진화시키고 싶다”며 “타임트리를 통해 사람들이 빈 시간을 채우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임트리 안에 축적되고 있는 양질의 데이터로 타임트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타임트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타임트리 플랫폼에 축적되는 데이터는 모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입력한 데이터다. 하나의 일정 데이터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종합 세트’와 같다. 이는 검색 엔진들이 보유한 검색 데이터보다 훨씬 더 정교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활용 가치가 크다. 다만 이를 이용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야 그 가치가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타임트리의 고객 데이터를 잘 분석해내고 타임트리만의 광고 전략 등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는 게 목표”라며 “타임트리가 지금까지 잘해온 고객 서비스 개선은 이어나가는 한편 축적된 데이터 역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전사적 고객 서비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

타임트리의 성공 이면에는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케팅 기본에 충실함’이라 표현할 수 있다.

먼저 마케팅의 기본은 ‘새로운 시장 창출과 그 시장 속에 있는 고객에게 다가감’이다. 실무를 하다 보면 이 기본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는 마케팅에 매몰되고 우선의 성과에 내몰리니 가격적 프로모션의 압박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근시안적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신시장 발굴보다는 이미 있는 기존 시장에 집중하고 거기에서도 기술이나 혁신적 차별화보다는 가격, 프로모션 위주의 레드오션 경쟁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것이 마케팅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은 프로모션과 동격이 아니다. 마케팅은 가치지향적 개념이다. 없던 새로운 시장 창출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은 그 시장 내에 있는 고객에게 진정으로 다가가는 것이 목표다. 대부분의 기업은 마케팅을 마치 광고나 홍보, 가격 프로모션을 거는 정도로 좁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케팅은 근시안적 프로모션 행위가 아니라 원시안을 가지고 가치지향적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고차원적 개념이다.

그런 면에서 타임트리는 많은 기업이 놓치고 있는 마케팅의 기본을 지키고 수행하는 데 충실했다. 타임트리가 보여준 많은 전략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시장의 발굴이다.

“이런 서비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앱스토어 후기로 남은 이 한 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까운 사람과 일정 공유’라는 소비자의 미충족 욕구(Unmet needs)를 건드렸고 이것을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소비자는 미충족 욕구를 스스로 온전히 표현하기 쉽지 않다. 기업이 방아쇠를 당겨야(trigger) 그제야 반응한다. 소비자의 행태를 잘 관찰하고 조사해 소비자가 불편해도 참고 살아가는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타임트리는 ‘냉장고 문, 거실에 놓인 탁상용 달력’이 구성원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잘 찾아냈다. 모든 구성원이 반드시 거치는 플랫폼이 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플랫폼처럼 생활 속에서 누구든 거치게 되는 플랫폼이 있으며 그것을 잘 찾아낸 것이다. 고객 상대로 심도 있는 행동 분석을 위한 인터뷰는 고객 행태 분석과 그를 통한 시사점 발굴과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인터뷰도 돈을 들여 투자해야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고객향 심층 인터뷰는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today’ 서비스 발굴은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앱 체류 시간을 늘리고 보다 다양한 서비스에 노출되면서 또 다른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정이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고 그것을 체크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정이 있고 그것을 찾게 만드는 것 또한 크게 보면 일정 관리라는 범주 안에 들어간다. 따지고 보면 일정은 일종의 시간이고 결국 시간 관리라는 좀 더 큰 차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남는 시간, 어정쩡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보다는 새로운 일정을 만들어 즐기고 행복해지는 데 조력자가 되는 기회를 타임트리는 잘 찾아낸 셈이다. 사람과의 공유뿐만 아니라 사물, 장소와 공유하려는 새로운 시도 또한 시장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시간적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모든 개체에는 그 나름대로 일정이 있다는 것이다. 쉬든, 놀든, 일하든, 운영되든 그 나름 일정이 있다. 그렇기에 사물인터넷 시대와 함께 존재하는 모든 것에 연결돼 서로의 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것이다.

한편 인앱(In-App) 고객 데이터에는 무수히 많은 정확한 양질의 인간 행동 데이터가 담겨 있다. 추론이나 상상 기반의 생각 정보가 아니라 실체적 사실 기반의 개인 행동 정보이기에 활용도가 높다. 24시간 행동이 반영된 스케줄 정보를 확장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장 창출을 위한 타임트리의 성공 DNA가 잘 가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고객에게 다가가기이다.

타임트리에 대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역발상적 고객 접촉’이다. 일반적으로 고객 접촉은 마케팅이나 고객 관리 파트 직원들의 R&R(역할과 책임)로 생각한다.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을 접촉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은 고객 관련은 마케팅 파트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마케팅은 단순행위적 개념이 아니라 가치적 개념이다. 그 가치가 새로운 시장 발굴과 고객에게 다가감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전사적 관점이며 전사적 행위에 내재되는 가치적 개념인 것이다. 마케터, 엔지니어 구분 없이 고객 지향이라는 마케팅 가치를 전사 모든 부서와 프로세스에 내재화해야 된다. 다시 말해 개발자, 기술자도 고객지향적 마케팅 개념이 탑재돼 있어야 하며 기업 내 모든 부서의 R&R에 고객지향성이 등재돼 있어야 한다.

엔지니어가 고객을 직접 접촉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타임트리는 지극히 당연한 마케팅의 기본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를 보통의 기업들이 하지 않기에 오히려 ‘역발상’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객을 회사에 초청해 소통하는 ‘타임트리 데이’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온라인, 모바일 시대에 간편하게 SNS 댓글이나 1대1 채팅 또는 챗봇을 통해 고객과 쉬운 소통을 할 수 있음에도 직접 회사로 초청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고객에게 그만큼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형식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깊이 있고 생생한 교류 경험이 고객향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다.

‘전 직원 CS(고객 서비스) 활동’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다. 이상적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음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고객 서비스를 고객 서비스 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전 직원에게 미션으로 부여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고객 서비스 부서는 타임트리 관련 고객의 소리를 모아 전 직원에게 공유만 할 뿐이고 고객향 서비스는 모든 직원이 함께하는 업무임을 확인시키는 모습이다. 기다렸다가 사건이 터지면 고객 관련 부서에서 부랴부랴 대응하는 후행적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행동과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선행적 고객 서비스이기에 ‘찾아가는 CS’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고 본다. 이러한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 서비스는 기업의 생명이고 직원들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지위고하, 연차를 막론하고 끝까지 초심의 모습으로 기본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에 부서, 역할이라는 명목으로 벽을 만들고 갈라치기를 하면 그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초심,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향’이라는 대전제는 기업이 생존하는 한 모든 구성원에게 헌장처럼 작동돼야 한다.

아울러 많은 기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타임트리의 ‘전사적 고객 서비스 지향’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종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B2B 기업도 예외는 없다. 모든 기업에는 매출을 가져다주는 시장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시장이 있으면 지갑을 여는 고객은 반드시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의 생명줄과 같은 고객을 아무리 많이 지향하고 그들을 살핀다고 해서 절대 지나치다고 얘기할 수 없다.

타임트리의 성공은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혈 경쟁에 내몰리면서 여유를 갖지 못하고 단기적, 단편적 프로모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에 ‘Back to the basic’이라는 키워드를 줄 수 있다. 답을 기업 차원에서, 기업 관점에서, 제공자 시각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고 있는 수신자 관점에서 얘기를 듣고 데이터를 찾아 결핍을 채워주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현재의 시장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 속에 있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 이런 기본은 기업이 몰라서가 아니라 현재의 경쟁 상황에 매몰돼 잠시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늘 초심, 기본, 본질로 돌아가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고 상시적으로 이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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