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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낯선 업무, 낯선 팀원, 팀장은 처음이라…”

김명희 ,이규열 | 345호 (2022년 05월 Issue 2)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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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2월, 처음 팀장이 된 초보 팀장입니다. 14년 동안 영업 업무를 맡았지만 팀장으로 승진하면서는 교육팀으로 배치받았습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당시 회사에서 유일한 팀장 승진 대상자였던 제가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죠. 오랫동안 영업을 해서 조금은 지겨웠던 터라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스스로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실무 하나하나를 팀원들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빠르게 배워 팀원들의 버팀목이 돼주고 싶지만 머리가 굳어서인지 예전보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습니다. 전에 한 번 물어봤던 것을 깜빡하고 다시 물어보는 일도 일쑤. 종종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팀에서 가장 근속연수가 높은 박 과장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중요한 사안을 물으면 “박 과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박 과장한테 한번 물어봅시다”라고 답합니다. 당장 결정할 일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팀장이 모르는 게 많으니 박 과장에게 묻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박 과장에게는 이게 부담이었던 모양입니다. 팀의 모든 일에 깊게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그는 “요즘 후배들 일 도와주느라 정작 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네요”라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박 과장이 경쟁사의 팀장 후보자로 면접을 봤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사실 박 과장은 지난 인사에서 내심 자신이 팀장으로 승진할 것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번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막상 기대감이 꺾이고, 일은 늘어나니 이직까지 고려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 과장에게는 미안하기도 하고, 또 그가 당장 떠나면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팀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팀원들은 회식도 싫어하는 듯하고 업무 시간에는 잡담도 꺼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친해질 기회가 없어 보이는데 저만 빼고 다들 끈끈해 보이는 건 오해일까요. 일로도, 사람 간의 관계로도 만족을 찾기 어려워지자 매일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어제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라도 나면 회사를 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잠시 했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팀이 더 걱정입니다. 어쩌면 팀장인 제가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만 떠나면 팀 전체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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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 팀장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도전 기회를 잡게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리더로서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자괴감과 팀원들과 관계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네요. 출근길에 차라리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니 현재 느끼는 중압감이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업무를 빠르게 파악해 팀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데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으면 누구라도 조바심이 나죠. 적응하는 기간 동안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하고자 체면도 자존심도 내려놓고 업무 이해도가 높은 박 과장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그 역시 팀장 자리를 마음에 두었던 것이 떠올라 미안함과 걱정이 앞섭니다. 게다가 팀원들도 자꾸 팀장님을 피하는 것 같으니 자꾸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게 되는 상황으로 보이네요. 그래도 이렇게 쉽지 않은 이야기를 용기 내어 꺼내 놓으시는 것을 보니 이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조직으로부터 업무 능력과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동시에 조직 내 지위, 연봉, 직무 범위, 의사결정 권한 등이 향상되는 특별한 보상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승진은 경쟁과 승부의 맥락으로도 이해되기에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은 패배감과 수치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부당함과 분노까지 느끼죠. 따라서 승진자는 필연적으로 주위의 시기와 관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 승진한 리더 대부분이 윤 팀장님과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지만 업무와 책임의 범위가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 생소하고 길을 잃을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타 부서 출신의 팀장이라면 팀 내 승진에 비해 부담감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업무뿐 아니라 팀원 개개인의 특성과 기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하고,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팀원들을 동기부여해야 하니까요.

코칭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샬 골드스미스는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당신을 이곳에 있게 만든 것이 당신이 희망하는 곳까지 가도록 하지는 않는다”라는 뜻이겠네요. 골드스미스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성공에 기여한 방식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윤 팀장님의 상황에 적용해 보자면 신입사원이 OJT(On the Job Training, 직장 내 교육 훈련)를 통해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듯이 리더 역시 새로운 리더십 포지션에 걸맞은 역량 개발이 필요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임스 마치 교수의 연구에서도 이전 역할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사람일수록 새 역할에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하위 직급에서 쌓은 역량이 오히려 상위 직급에서 성과 창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경우를 ‘역량의 덫’이라고 하는데요. 윤 팀장님의 덫은 무엇일까요?

팀장으로 승진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에 승진한 이후에도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남아 혼자 일을 떠안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윤 팀장님 역시 이전 팀에서는 지금의 팀원들 못지않은 실무 감각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현재 윤 팀장님께서 괴로워하시는 이유 중 하나도 옛날만큼, 그리고 다른 팀원들만큼 실무에 ‘빠삭’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2020년에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팀원급 직장인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팀장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내 팀장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만족 사유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34.4%)이 가장 많았고, 교양•매너•상식 부족(28.1%), 리더십•통솔력 부족(26.6%), 인재 코칭 능력 부족(25%), 실무 능력 부족(15.6%)이 뒤를 이었습니다. 설문 결과만 보면 윤 팀장님이 걱정하고 있는 실무 능력 부족에 대해 후배들이 느끼는 불만족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인 업무 역량과 무관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매너, 리더십 등 인재 관리에 대한 불만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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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차원에서 살펴봐도 팀장이 팀원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을 마냥 바람직한 상황으로 볼 수 없습니다. 팀장이 팀원에게 권한 위임(Empo-werment)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팀원들은 팀장에게 의존적이 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합니다. 이러한 패턴이 장기화되면 팀장 역시 에너지가 고갈돼 번아웃됩니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팀원들은 역량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팀 운영이 어려워지죠. 회사는 팀장의 성과가 아닌 팀의 성과를 원합니다. 따라서 똑소리 나는 팀장이라면 팀장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팀원의 역량을 키워 성과로 연결해야 합니다.

물론 팀장이 실무 능력과 리더십 모두 뛰어나면 금상첨화지요. 하지만 타 부서 출신으로 교육팀 경험이 전무한 윤 팀장님이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경력을 쌓아 잔뼈가 굵은 팀원들을 업무적으로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을 완벽히 통달해서 팀원들의 업무 버팀목이 돼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유능한 팀원들에게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위임하세요. 그리고 팀장님이 리더로서 반드시 해야 하고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세요. 오랫동안 영업 업무를 하신 만큼 상대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바를 제안하는 데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윤 팀장님만의 리더십 강점으로 살려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박 과장님에게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박 과장님의 업무 중 반드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업무 외의 자잘한 일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재분배해주세요. 박 과장님을 실무에서 보다 자유롭게 해주고 업무 관련한 내부 대응이나 팀원 멘토링 등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박 과장님은 팀에서 인정받는다고 느낄 뿐 아니라미래의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팀원들 역시 상대적으로 더 친숙하고 편안한 상대와 업무 관련한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논의 과정에서 창의적인 솔루션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팀장님은 과업의 범위를 명확화하거나 팀의 존재 이유 및 방향성 제시, 동기부여, 목표 관리 등 팀원들이 일을 더 잘하도록 지원하는 데 더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조직이나 팀의 특성이 워낙 다양하기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격화(One Size Fit All)된 정답은 없지만 현재 윤 팀장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팀의 업무 현황과 팀원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팀장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은 팀원들을 잘 관리해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팀의 존재 이유, 팀원들의 성향과 장단점, 스타일, 니즈, 업무 능력 등에 대한 파악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겠죠. 특히 전임자가 갑작스레 퇴사한 경우에는 팀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 개개인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함으로써 신뢰와 친밀감을 쌓을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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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면담을 원활하게 이끄는 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몇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면담은 팀장님뿐만 아니라 팀원 입장에서도 무척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입니다. 따라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관심사나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에 관한 질문으로 간단하게 아이스 브레이킹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후에는 팀원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탐색해보세요. 그리고 팀원이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생각해보게 하세요. 이때 팀장님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일대일 면담이 팀장님의 잔소리나 하소연, 또는 팀원에 대한 평가나 판단의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청을 잘하려면 필사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려놓으세요. 자연스럽게 상대와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당부 드리고 싶은 점은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부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어떠한 성공도 실수나 실패 없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의 상황에서 자책하지 말고 자기 성찰과 배움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실수나 실패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한다고 합니다. 시험을 봤을 때 맞춘 문제보다 틀린 문제가 더 기억이 잘 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랍니다. 윤 팀장님은 리더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기에 팀장이 된 것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본인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배움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먼 훗날 지금의 상황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큰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할 날이 올 것입니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인피니티코칭의 대표 및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정리=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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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열 | 동아일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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