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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Quarterly

열풍 몰고 온 블록체인, 옥석 가릴 방법은?

브란트 카슨(Brant Carson),줄리오 로 마넬리(Giulio Romanelli),아스캇 주마에브(Askhat Zhumaev),퍼트리샤 월시 (Patricia Walsh) | 265호 (2019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블록체인에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기존의 활용 사례와 현 회사의 시장 포지션을 감안해 전략적인 사업 가치를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주요 산업군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에서 다음 3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블록체인이라고 반드시 탈중개 모델을 따를 필요가 없다. 승인형이 유리할 수도 있다. 2)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보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서 블록체인의 가치를 확인하라. 3) 블록체인이 공통 표준을 정립해 대규모로 활용되기까지 앞으로 최소 3∼5년은 더 걸릴 것이다. 개별 기업은 시장 포지션에 따라 선도자, 의장, 추종자, 공격자의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McKinsey Quarterly) 2018년 No.4에 실린 ‘Blockchain beyond the hype: What is the strategic business value?’를 번역한 것입니다.


최초의 블록체인 화폐인 비트코인이 급격한 변동성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에 악명을 떨치면서 블록체인 가치를 두고 온갖 추측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2017년 초 200억 달러가 채 안 됐던 비트코인 시장 가치가 연말에는 2000억 달러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는 사실만 봐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비트코인에 집중되는 현상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1 하지만 비트코인은 정부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솔루션일 뿐이다.

블록체인은 다보스에서도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2027년에는 전 세계 총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많은 정부가 블록체인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최근 2년 동안에만 블록체인을 다룬 서적이 50만 권 이상 출간됐다. 구글에서 블록체인을 검색하면 370만 개나 되는 관련 정보가 쏟아진다.

분명한 사실은 블록체인에 대한 대형 투자들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생 블록체인 업체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자금은 꾸준히 증가해서 2017년에는 10억 달러에 달했다. 3 블록체인에 특화된 투자 모델로 새로운 암호화폐 토큰을 판매해 자금을 모집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s, 가상화폐공개) 시장도 50억 달러 규모로 급격히 확대됐다. 또 기술 분야 선도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가령 IBM은 블록체인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1000명 이상의 인력과 2억 달러를 투자했다. 4

이런 투자 광풍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아직 성공 비결이 뚜렷하지 않은, 나온 지 얼마 안 된 미숙한 기술일 뿐이다. 블록체인 솔루션의 주요 가치와 기회에 관해 아무런 전략적 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실험에 돌입하면 투자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면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까?



필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주요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뿐 아니라 과연 누가, 어떤 유형의 가치를, 어떤 접근 방식으로 차지할 수 있을지를 분석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 및 기업 담당자들과 인터뷰한 내용과 산업별 심층 분석 자료를 종합한 결과 주요 산업군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례 90여 개를 파악했다. 필자들은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와 이를 획득하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하고자 각 활용 사례의 영향력과 사업성을 평가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에 관해 다음의 3가지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블록체인이 가치 창출을 위해 반드시 탈중개화 모델을 따를 필요가 없으며, 승인형 상업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이전에 비용 절감을 통해 단기에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대규모로 활용되려면 아직 3∼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공통 표준을 확립하는 데 수반되는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형 경쟁-역주)’의 역설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블록체인 전략을 개발하는 데 다음과 같은 체계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1. 블록체인의 영향력과 사업성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실용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로 분석함으로써 그 가치를 파악하라. 그리고 선별된 업종 안에서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통해 실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2. 회사의 시장 지배력에 맞춰 맞춤형 블록체인 전략을 개발해서 가치를 획득하라. 사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표준을 확립하고, 규제 장벽을 없앨 수 있는 역량을 시장 지배력을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하라.



기업이 올바르게 전략적인 접근법을 택하면 단기에 블록체인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회사의 블록체인 기술을 시장의 표준 솔루션으로 확립할 수 있는 지배적 기업이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본 지식
블록체인을 둘러싼 열풍 가운데 블록체인이 단지 하나의 퍼블릭, 혹은 프라이빗 컴퓨팅 네트워크에 공유되는 분산 원장 또는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표 1) 네트워크에 속한 각 컴퓨터 노드는 원장의 사본을 하나씩 보유하게 되므로 블록체인에서는 단일 오류 지점이 없다. 모든 정보는 수학적으로 암호화된 후 새로운 ‘블록’으로 체인 형태의 이력에 추가된다. 블록체인 참가자들은 다양한 합의 프로토콜을 통해 새로운 블록이 체인에 추가될 수 있을지를 평가한다. 이런 평가 과정 덕분에 중앙기관의 보증 없이 사기나 이중 지불 같은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 원장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일련의 조건인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s)’을 통해 프로그래밍되므로 조건만 맞으면 거래가 자동으로 일어난다. 가령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지불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 장점으로는 탈중앙화, 암호 보안성, 투명성, 불가역성이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제3의 규제 기관 없이도 정보를 검증하고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한 가지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활용 사례별 목적과 상업화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개발될 수 있다.



필자들은 다양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록 유지와 거래라는 2가지 기본 기능에 따라 블록체인의 활용 사례를 6가지 범주로 나눴다. (표 2) 업종에 따라서는 다양한 범주를 아우르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한두 개 범주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들은 업종과 활용 사례별로 분석하는 이런 방법론을 통해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3가지 주요 인사이트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블록체인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1. 블록체인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꼭 탈중개 모델을 취할 필요는 없다
거래의 복잡성과 비용을 줄이는 한편, 투명성과 이상 거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블록체인의 이점은 올바른 아키텍처를 활용한다면 기존 중재기관들과 다자 간 거래를 통해서도 누릴 수 있다. 기존 업체들도 가치 창출 기회를 둘러싼 경제적 유인책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에 제압당하기보다 그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화 모델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승인형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중앙 규제 기관을 두지 않는 완전히 파괴적인 탈중개형 모델로 간주된다. 반면에 승인형 블록체인은 접근과 편집 권한을 통제하는 프라이빗 컴퓨팅 네트워크에서 운영된다. (그림 1)



프라이빗 승인형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규모와 상관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큰 회사들은 중앙 지휘권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거나 다른 업계 주자들과 힘을 합쳐 가치를 획득하고 공유할 수 있다. 승인형 네트워크 참가자들은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언제 공유할 것인지 그 통제권을 자동으로 행사하면서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는 장점을 취한다.

어떤 기업이든 승인형 블록체인을 택하면 규모를 확대하기 이전에 작은 실험을 거쳐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키우면서 보다 분명한 가치 제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승인형 블록체인을 활용한 예로 호주증권거래소(Australian Securities Exchange)가 꼽힌다. 이들은 브로커들을 위한 백오피스의 조정 업무를 줄이기 위해 주식 승인 과정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했다. 5 IBM과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도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글로벌 운송 사업을 하는 업체들과 사용자들이 공급망 데이터와 서류를 실시간으로 더 안전하게 교환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6


그렇다고 블록체인이 신뢰할 만한 기록, 신원, 거래에 대한 새로운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로 발전할 가능성을 일축해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저장하고, 그 자금을 댈 주체의 필요성을 해소할 수 있다. 진정한 개인 간(P2P) 거래 모델이 블록체인을 통해 상업적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참가자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토큰(각 애플리케이션의 암호 자산)’으로 보상할 뿐 아니라 토큰의 미래 가치가 증가하면 그에 따른 지분도 부여한다. 하지만 그런 모델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시장 파괴도 뒤따를 것이다.

만약 업계 주자들이 블록체인에서 가능한 많은 가치를 얻으려고 운영 모델로 채택하고 결정적으로 그 이점을 소비자에게 부여한다면 새로운 경쟁자가 공격적으로 등장할 여지는 적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자들이 어느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통합할 것인지가 탈중개화 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 블록체인의 단기 가치는 주로 비용 절감에서 창출된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운영 모델의 근간이 될 만큼 파괴적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초기 파급력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다. 비용 절감은 기존 프로세스에서도 가능하다. 기록 관리 및 거래 조정에 대한 중개자나 관리자의 노력을 없애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손실된 수입을 되찾고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는 식으로 가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필자들이 90여 개 활용 사례를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금전적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주요 가치의 약 70%가 비용 절감을 통해 창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수입 창출과 자본 회수가 가치 창출에 기여했다. (그림 2)



업종에 따라 기본 기능 자체가 본질적으로 블록체인 솔루션에 더 적합한 경우도 있다. 금융 서비스, 정부, 헬스케어 분야가 블록체인을 통해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나타났다. 금융 정보 및 자산을 인증하고 이체하는 금융사들의 주요 기능은 블록체인의 전환 효과와 상당히 잘 부합한다. 특히 현재 국제 송금과 무역 금융을 하는 데 따르는 불편한 요인들을 블록체인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국제 거래에 필요한 여러 중개자가 필요 없어지고 지리적 경계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자본 시장의 경우 거래 후 정산 작업과 규제 보고와 관련된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호주, 유럽, 북미 지역의 주요 은행 중 약 90%가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시범 투자를 시작했다는 데서도 가치 창출의 기회를 확인할 수 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담당하는 주요 기록 관리와 인증 기능들도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관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공공 데이터는 각 정부기관이나 기업, 감시 단체, 시민단체 안에서만 개별적으로 활용되고 불투명할 때도 많다. 출생증명서부터 조세 데이터까지 공공 데이터를 처리할 때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과 스마트계약을 이용하면 데이터의 보안성을 높이면서 시민들의 처리 과정은 간소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신분증명 기록처럼 다양한 공공 분야 애플리케이션이 폭넓은 경제를 위한 솔루션과 표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25개 이상의 국가 정부가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블록체인 솔루션을 시범 사업으로 적극 실행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데이터 가용성과 헬스케어 제공자, 환자, 보험회사, 연구원 간의 데이터 교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블록체인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헬스케어 기록들은 관리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연구원들에게는 의학 연구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비환자-식별 데이터 세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스마트계약 덕분에 환자들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되고 데이터 접근 권한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들이 의약품 개발에 환자 정보를 사용하려 할 때 환자가 기업들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또 의약품, 혈액, 장기 등의 저온유통(cold chain,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저온으로 보관하고 유통하는 배송 방식)을 확실히 관리하기 위해 IoT 센서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록체인의 가치는 비용 절감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입원을 창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 유망하고 혁신적인 활용 사례 중 하나는 안전한 디지털 신원의 유통 모델을 창출하고 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신원 확인과 기업의 고객 알기 제도(Know-Your-Customer) 모두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여러 가지 제약 요소 때문에 장기적으로나 실현 가능해 보인다.

3. 대규모 파급력은 3∼5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는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솔루션들이 대규모로 전개될 때 비로소 구현될 것이다. 본 연구는 블록체인 활용 사례 90여 개의 사업성을 해당 산업에서 평가할 때 표준 및 규제, 기술, 자산, 생태계라는 4가지 핵심 요소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림 3)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미 시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이 대규모로 활용되려면 아직 3∼5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통 표준이 필요하다
공통 표준과 명확한 규제가 없다는 점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대규모로 확대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강력한 요구와 의지가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이미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의 법제화를 요구할 수 있는 중심 단체나 정부기관이 하나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표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블록체인 형태의 토지등기부에 법적 효력을 부과할 수 있다.

여러 업체 간 협력이 필요할 때 표준 확립 과정은 더 복잡해지지만 그만큼 필요성도 커진다. 이런 의지는 산업 컨소시엄을 통해 강력히 표출돼 왔다. 금융 서비스용 오픈 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르다(Corda)를 개발하기 위해 70여 개 글로벌 은행들이 합세한 R3 컨소시엄이 좋은 예다. 이런 플랫폼은 블록체인 시스템에 필요한 공통 표준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기관들이 다양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대부분 블록체인에 반대하기보다는 참여하는 행보를 보였다. 가령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유가증권으로 인정하면서 ICO는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게 됐으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7

2017년에는 호주표준협회(Standards Australia)가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를 대신해서 블록체인 표준화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로드맵을 개발하고 그 첫 단계로 공통 용어들을 정립하는 데 앞장섰다. 8 아직은 많은 정부가 규제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블록체인 같은 특수한 기술을 지지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것이다.

┃기술은 진보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아직 미숙하다는 점도 현재로서는 사업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다만 과다한 에너지 소비량과 느린 거래 속도 때문에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특징이 뒤섞인 오해다. 실제로 대부분의 활용 사례를 보면 블록체인의 기술적 구조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 속도(블록의 크기), 보안(합의 프로토콜), 저장(공증인의 수) 수준을 어떻게 선택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에스토니아에서는 건강 기록이 여전히 ‘오프체인(즉 블록체인에 저장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만 이런 건강 기록을 확인하고, 연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수정 권한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블록체인이 담당한다. 이런 절충안을 보면 블록체인이 아직은 기능적으로 데이터베이스의 차선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이런 제약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숙함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른 모든 요소를 감안할 때 전환 비용을 상당히 증가시킨다. 특히 이전 시스템을 폐기해야 비용 혜택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은 신뢰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 현재로선 정부와 산업이 손을 잡고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만큼 신뢰성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없다. 주요 테크 기업은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스토리지 모델과 비슷한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으로 확고히 포지셔닝하고 있다.

┃자산이 디지털화될 수 있어야 한다
자산의 유형은 블록체인을 통해 기록 및 거래 관리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엔드투엔드(E2E, end to end) 솔루션에 다른 기술들이 통합돼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여기서 핵심 요소는 해당 자산의 디지털화 가능성이다. 즉,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되고 거래되는 주식 같은 자산들은 블록체인에서 E2E 방식으로 쉽게 관리되거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기존 시스템들과 통합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 제품들을 블록체인에 연결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IoT나 생체 인증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연결은 블록체인 원장식 보안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 블록체인 기록은 변하지 않지만 물리적 제품이나 IoT 센서는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곡물이나 우유 같은 상품의 관리 체인을 인증하는 데는 RFID 같은 태깅 시스템이 필요하다. RFID 기술로 인증은 보장되지만 상품의 출처까지 완벽히 알 수는 없다.

┃코피티션의 역설이 해결돼야 한다
생태계는 블록체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생태계는 해당 사례의 시장 임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주요 이점은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커지면 잠재적 이점이 증가하는 동시에 조정의 복잡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디지털 미디어, 라이선스, 로열티 지불 관련 블록체인 솔루션에는 디지털 콘텐츠의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 전체를 둘러싼 엄청난 조정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블록체인이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인 코피티션의 역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혹은 첫 이용자를 얻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 시스템과 데이터, 투자를 어떻게 전개하고 관리할지 감독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끄는 것이다. 보통 코피티션을 극복하려면 규제 기관이나 산업 단체처럼 문제 해결을 주도할 후원자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경쟁자들이 취하는 전략적 인센티브도 서로 부합해야 하는데 시장이 아주 세분화된 경우에는 특히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임계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 및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실질적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산업 전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어떤 전략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할까?
블록체인 사업 전략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1. 어디서 경쟁할 것인가?: 구체적이고 유망한 활용 사례를 집중 공략하라
블록체인의 활용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래서 어떤 기회를 공략할 것인지 결정할 때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실용주의적 회의론의 렌즈를 끼고 구조화된 접근법을 취하면 옵션을 줄여나갈 수 있다. 첫 단계는 그 활용 사례가 접근성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고충들을 집요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감지하지 못한 채 일사천리로 솔루션을 개발하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여기서 고충이란 블록체인이 없앨 수 있는 고객들의 불편 사항을 말한다.

불편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블록체인 솔루션의 전반적 사업성을 감안한 잠재적 사업 가치를 촘촘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업계의 전반적인 특징뿐 아니라 회사의 전문성과 역량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이 이 모든 요소를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야 어떤 활용 사례가 견실한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활용 사례에서 최소한의 성공 가능성이나 잠재적 수익도 기대되지 않는다면 전략 평가 과정의 두 번째 단계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게 답이다.

2.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전략을 최적화하라
일단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록체인 활용사례를 파악했다면 이제 기업은 목표 대비 현재의 시장 지위를 감안해서 회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미 논의한 사업 타당성 요소 중 다수는 기업의 영향력 안에 있다. 심지어는 기술 및 자산과 관련된 제약 요소들도 타당한 솔루션을 만드는 절충 작업과 일련의 디자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대한 최상의 전략적 접근방식은 근본적으로 다음 2가지 시장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 지배력 - 사업자가 해당 활용 사례에 참여하는 주요 관계자들에 미치는 영향력
표준 및 규제 장벽 - 규제 승인이나 합의된 표준의 필요성

이 두 가지 요인은 회사의 최적 전략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조정 작업을 완수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 4) 블록체인의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와 상호 운용성에서 발생하며 모든 이해당사자는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공통 표준에 합의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여러 블록체인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데이터베이스보다 특별한 이점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시장 표준이 등장하게 되는데 우세하지 못한 표준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다. 회사의 시장 지위를 알면 블록체인에 대한 4가지 전략적 접근법 중 어떤 것을 채택하고, 더 나아가 어떤 유형의 활용 사례에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선도자
선도자들은 현재 가진 시장 지배력을 지키고 업계 표준을 설정할 수 있는 이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이들은 조정과 규제 승인에 대한 제약을 덜 받으면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솔루션을 시장 표준으로 확립할 수 있다.

선도자는 움직이지 않을 때 가장 큰 리스크가 따른다.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선도자 전략을 따르는 기업으로는 미국 최대의 의료 IT 기업에 속하는 체인지헬스케어(Change Healthcare)가 있다. 이 회사는 보상금 청구 및 지급 서비스를 처리하는 엔터프라이즈 규모의 헬스케어 블록체인을 출시하면서 선도자 전략을 이용했다. 9



┃의장
의장은 기존 사업들을 뒤엎을 새로운 표준을 구축할 수 있는 대화 및 컨소시엄을 주도해야 한다. 시장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할지라도 규제와 표준화 장벽이 높아지면 블록체인 채택과 관련된 일들을 독단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블록체인 표준을 통해 가치를 형성하고 확보할 수 있는 자리를 점해야 한다.

의장 전술은 무역금융처럼 고부가가치 활용 사례에 채택해야 한다. 이런 사업은 폭넓게 적용되는 표준 없이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요타도 이런 의장 전략을 택했다. 도요타의 사내 연구소는 4개의 글로벌 파트너들과 블록체인 모빌리티 컨소시엄(Blockchain Mobility Consortium)을 맺었다. 자동 주행 차량 기술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들(데이터 공유, P2P 거래, 사용자 기반 보험)의 블록체인 솔루션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10

┃추종자
추종자들은 적절한 블록체인 전략을 신중히 고려하고 이행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업체들 전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 강력한 표준화와 규제 승인이 필요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의 경우에는 특히 더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회사들은 시장의 혁신 동향을 한시도 놓치지 말고 블록체인의 발전 양상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표준이 등장하면 재빨리 채택할 채비가 돼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채택할 수 있도록 리스크 및 법적 체제를 마련했던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개발 및 사업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추종자 전략은 프라이빗 승인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산업에서 선별된 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특히 블록체인에 위험한 전략이다. 화물 서비스처럼 말이다. 추종자는 얼마나 움직임이 빠르든 초기 사업 컨셉을 정립한 독점 업체들로부터 배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종자 기업들은 가능한 빨리 신흥 (혹은 기존의) 컨소시엄에 참여해서 이런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이때 컨소시엄 참여에 투입되는 단기 비용이 추종자로 남아 있을 경우 발생하는 장기 비용보다 적어야 한다.

┃공격자
보통 공격자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이기에 지켜야 할 시장점유율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기존 시장을 파괴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블록체인 솔루션이 필요하다. 공격자 전략은 기존 사업자들을 탈중개화시킬 수 있는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해서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활용 사례에 적합하다. 금융부터 보험,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P2P 애플리케이션이 이 범주에 속한다. 공격자 전략을 따른 회사의 예로는 호주의 스타트업인 파워레저(PowerLedger)가 있다. 재생에너지용 P2P 장터 역할을 하는 이 회사는 ICO를 통해 투자금을 약 2500만 달러(3400만 호주 달러)나 유치했다. 11

기존 사업자라면 별도로 추진하는 비주력 디지털 사업에 공격자 블록체인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사업자들도 종종 공격자 전략을 택한다. BaaS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기존 사업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격형 전략을 택하는 회사들은 해당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이 선도자로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이 일시적 열풍을 뛰어넘어 기업에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단기적으로는 탈중개와 상관없이 비용 절감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기존 디지털 인프라와 서비스형 블록체인의 성장 덕분에 실험 비용이 낮아졌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이 관련 사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사업성을 앞서 제시한 4가지 기본 요소를 가지고 평가하면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어떤 사업을, 언제 공략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회사에 적합한 활용 사례를 좁혀 나갈 수 있다.

블록체인의 영향력과 상업화 속도를 판단하는 데 실용적이면서 회의적인 태도로 이런 요소들을 평가한다면 단기적으로 사업 가치를 추출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전략적 접근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블록체인 모델을 시장 솔루션으로 만드는 지배적인 사업자들은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6629.png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브란트 카슨(Brant Carson)은 맥킨지 시드니 사무소의 파트너다. 줄리오 로마넬리(Giulio Romanelli)도 같은 시드니 사무소의 어소시에이트 파트너, 아스캇 주마에브(Askhat Zhumaev)는 컨설턴트이다. 퍼트리샤 월시(Patricia Walsh)는 맥킨지 멜버른 사무소의 컨설턴트이다.

필자들은 본 기사 작성에 도움을 준 도리안 가트너(Dorian Gärtner), 맷 히긴슨(Matt Higginson), 제프 페니(Jeff Penney), 그레거 타이젠(Gregor Theisen), 젠 뷰(Jen Vu), 가리마 비아스(Garima Vyas)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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