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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는 소모품? 그들을 변혁의 핵이 되게 하라

DBR | 13호 (2008년 7월 Issue 2)
거의 모든 회사에 이들이 있다. 바로 중간관리자들이다. 이들은 6명 또는 6000명에 이를 수도 있고, 모두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s)라는 같은 직책에 속할 수도 있다. 이들은 최고경영진과 하위 직원 간의 틈을 연결해 회사를 유지시키는 ‘접착제’와 같은 존재다. 이들은 경제 사이클의 호황기나 불황기 등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 변화를 추진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는 특히 다른 직장으로의 이탈을 막기가 어렵다. 전 세계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2007년 글로벌 컨설팅사인 액센추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또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간관리자도 20%였다. 가장 큰 이유는 승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와튼스쿨 기업경영자 교육과정(Wharton Executive Education)’의 토머스 콜리건 부학장은 “많은 기업에서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이직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전략을 실행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고경영진은 모든 시간을 전략 수립에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전략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전략 실행 문제와 함께 이직으로 인한 비용도 기업 입장에서는 대단히 크다. 콜리건 부학장이 이직률이 20%인 한 클라이언트 회사의 수익을 계산한 결과 이직률이 1% 감소할 때마다 기업의 수입은 8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간관리자를 유치하고,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일부 기업들은 고통을 받아가며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원삭감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제 불황기에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된다.
 
‘열정적인 직원: 직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기업이 이익을 얻는 방법’이란 책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시로타는 “중간 관리자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가져올 고통의 상당 부분을 다시 떠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인원삭감으로 인해 사라진 상당수의 중간관리자 자리가 다시 생기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와튼 기업경영자 교육과정의 조 라이언 부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경제 사이클을 지날 때 중간관리자들은 보상, 인센티브 감소, 해고 등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 라이언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비용 절감 시기에는 반사적 반응들이 일어난다. 중간관리자는 조직에 필수적이지만 구조조정을 할 때 짐을 싸야 하는 모순적 존재다.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중간 계층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운 것이다“
 
라이언은 기업들이 변화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경직된’ 중간 관리계층을 양산할 뿐 아니라 ‘낮은 도덕성과 고용 불안의 악순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기업들은 탄력성 있는 노동 환경을 구축하고 중간 관리자들이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변화는 중간관리자로부터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승진 기회 부족
중간관리자들은 부분적으로는 고위 경영진과 기업의 여타 부문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조직에 있어 필수적이다. 시로타는 중간관리자들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을 연결하고, 부서를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접착제”라고 묘사한다.
 
와튼 기업경영자 교육과정의 수석 연구원이자 컨설팅 회사 C4의 관리 책임자인 제인 파란은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책이 많이 나온다”며 “많은 기업이 숫자 놀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방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기업들이 과거 위계질서를 강조하던 때에는 중간관리자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며, 이들 중 일부 계층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그는 오히려 중간관리자의 중개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간관리자들은 하위 계층이 전략과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직원들의 일상적 업무에 기업 전략을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동시에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고객과의 접점 및 매장에서의 활동 등을 관찰하며, 고위 경영진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들은 최고경영진과 하위 직원 간 완충 역할을 한다.”
 
중간관리자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왜 불만을 표시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일까. 시로타는 주요 원인으로 승진 기회 부족을 꼽는다.
“기업들이 인원삭감을 추진할 때 종종 중간관리자 계층을 정리해고한다. 단지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승진 기회는 제한된다. 이로 인해 중간관리자들은 고초를 겪는다. 특히 30대 후반과 40대 직원들이 대상이다.”
시로타는 외부 인사 영입도 중간 관리자들에게 ‘큰 좌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외부 인사의 실적은 회사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갖고 있는 내부 직원만큼 좋지 않다. 또 새로운 직원은 종종 중간관리자에 대해 ‘이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똑똑하지도 않을 것이고 회사에서 이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는 시각을 갖는다. 이런 선입견은 직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콜리건 부학장은 고위직을 외부에서 영입하려고 헤드헌팅 회사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현재의 중간 관리자가 그 기업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콜리건은 과거에 외부에서 고위 경영진을 영입한 적이 있는 한 기업의 예를 들었다. 영입한 고위 경영진보다 한 단계 아래 관리자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 재무담당임원(CFO)이 되었다.
 
“이 기업에 있었던 능력 있는 중간관리자들은 계속 그 회사에 있을 경우 CEO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드헌팅 회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게는 헤드헌팅 회사가 거의 인사담당 부서 의 역할을 한다.”
 
콜리건은 CEO가 되려는 열망이 있건 없건 간에 중간 관리자들을 다음 단계로 승진시키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간관리자들이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때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할 확률은 향후 향방에 대한 논의 없이 한 직책에 계속 머물게 하는 회사에 비해 당연히 증가한다.”
요즘 수천 개의 헤드헌팅 회사들이 중간관리자들에게 이직을 권하기 위해 전화한다. 출세 가도를 달리는 중간관리자가 아니거나, 2년 후 회사 내 위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중간관리자일수록 경쟁 기업으로 이직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콜리건은 “이런 종류의 전화를 받으면 사람들은 동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체적으로 불만족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적당히 잘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자신의 인생에서 신분 상승을 가져올 수 있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일자리를 비교하면서 기꺼이 이직하려 한다.”
 
시로타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이 갖는 불만의 다른 주요 원인은 고위 경영진의 세세한 참견과 고위 경영진에 대한 중간관리자의 존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때로 고위 경영진은 정말 무능하고, 중간관리자들은 그런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와튼스쿨 경영학과 제니퍼 뮬러 교수에 따르면 전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중 하나는 중간관리자에게 권한이 전혀 없는데도 모든 책임을 지우는 상황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 놓인 중간관리자는 상위 계층을 매우 잘 활용해야 하고, 하위직에게도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이런 일은 인간관계 측면에서 제대로 규정화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좌절감을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와튼스쿨 경영학과 시갈 바르세이드 교수는 상위, 하위, 수평적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살피고 탐색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특히 조직의 변화 시기에 두드러지는 문제다. 당신이 중간관리자인데 조직에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당신에게 할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람들에게 변화에 대해 설명해서 직원들이 보호 받고 존중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당신도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 중 하나다. 변화를 일으키는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당신은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보호하고,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간관리자들은 중개자 역할의 필요성, 즉 고위 경영진과 소통해야 할 뿐 아니라 하위 계층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역할이 둘로 구분된다고 파란은 지적한다. “중간관리자들과 대화해 보면 이들은 전략적 사고를 거의 할 수 없으며, 자신들이 항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이해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60/20/20 규칙
콜리건은 법률 회사와 투자 은행의 예를 들면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20%는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건 파트너가 될 것이고, 20%는 무조건 파트너가 되지 않을 것이며, 60%는 당신이 올바르게 일해야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은 성공하고, 가장 낮은 성과를 낸 사람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간의 60%에게 있어 ‘올바른 일(right thing)’은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이직으로 인한 큰 비용과 전략 실행 및 변화에 있어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장을 위해 당신은 어떻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가.
 
콜리건은 기업 목표와 연결된 자기계발 계획과 교육 기회 제공이 이직률을 낮추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기업이 견고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임원들을 위해 마련한 마케팅, 전략, 재무 교육 프로그램에 중간 관리자들을 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직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다. 정기적으로 이런 교육을 시키는 기업에서는 이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중간관리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고경영진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수립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을 홀대하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콜리건은 지적한다.
 
“최고경영진이 전략에 집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들의 업무시간 전부를 전략 개발에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때로 중간관리자의 역량 강화와 유지 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와 관련해 콜리건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코칭을 활용해 보라고 제안했다. 코칭은 더 이상 치료 목적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오늘날 개인 트레이너를 갖는 일이 흔하다. “당신은 코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에게도 세 명의 코치가 있다. 코치는 대부분 최고경영진이 활용해 왔지만 중간관리자들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그룹 코칭’을 받을 수도 있고, 리더십 스타일을 배우기 위해 다면 평가와 마이어스-브릭스(Myers-Briggs) 타입의 자기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최고경영진까지 올라갈 중간관리자는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중에 승진하면 개인 코칭이 더 강화된다.”
 
파란은 그룹 코칭을 통해 중간관리자의 역동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중간관리자들에게 먼저 자기 직위의 역동성을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다. 두 번째로 고위 관리자와 하위 관리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는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 중간관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중간관리자들에게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만나서 고위 경영진의 의도와 하위 직원들의 문제를 서로 비교해 볼 것을 권고한다. 이를 통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고 시야를 넓히라고 충고한다.”
 
바르세이드는 참여가 이직을 낮추는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간관리자들을 주요 의사결정과 전략 설계 및 실행에 참여시키면 이들은 주인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중간관리자들이 책임감을 느낄 때 변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다.”
뮬러는 중간관리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도구로 보너스와 인센티브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너스나 인센티브는 일년에 한 번 또는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직원들의 기여를 인정하는 것이다. 뮬러는 “자신은 기여하는 것보다 덜 받거나, 다른 사람은 기여한 것보다 더 받는 일관성이 없는 환경 때문에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종류의 불만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또 중간관리자들은 조직 내에서 굳이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없는 워낙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하는 각기 다른 모든 일을 반드시 눈여겨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간관리자의 업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함으로써 중간관리자 그룹에 공정함을 가져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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