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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제작자이며 중개자인 전사적 리더, 벽 없는 피드백으로 강력한 동기부여를…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들은 어떻게 관리자들이 자신이 맡은 단위를 넘어 기업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게 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관리자들은 전사적 사고방식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러한 사고방식을 육성하려면 학습이 필요하다

- 시의성 있고 건설적인 피드백은 야망 있는 리더에게 강력한 동기부여 효과를 줄 수 있다

- 동료 집단과의 학습 네트워크는 전사적 리더들이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토론할 수 있게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5년 가을 호에 실린 “Developing the Next Generation of Enterprise Lead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아낫 가브리엘(Anat Gabriel)은 유니레버(Unilever) 이스라엘 지사장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사는 아니나 통상적인 유니레버 제품 이외에 두 개의 자체 제품군을 취급한다. 하나는 아침식사용 시리얼 브랜드 텔마(Telma)이고 다른 하나는 스낵 제품군인데 이스라엘에서만 구할 수 있다. 가브리엘이현지의 보석(local jewels)’이라고 부르는 이 제품들은 유니레버 이스라엘 사업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유니레버는 세계 2위 규모의 소비재 업체로 도브(Dove) 비누, 립톤(Lipton) 차 등의 브랜드가 있으며 약 200개국에서 영업을 한다.1 유니레버는 이스라엘 지사가 글로벌 브랜드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하지만 이스라엘 지사의 자체 성과 목표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가브리엘이 텔마 시리얼 같은 로컬 제품에 자원을 계속 투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브랜드를 지원하려면 불가피하게 로컬 제품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가브리엘이 의사결정에서 직면하는 이런 상충관계를 이스라엘 지사 직원들이 늘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은 이렇게 말했다.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가려면 나는 직원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관심사와 유니레버 전체의 관심사를 합치시켜야 합니다. 그 퍼즐 조각들이 어떻게 맞아 떨어질 수 있을지 이스라엘 직원들이 알도록 돕는 게 제 일입니다.”

 

가브리엘은전사적(全社的) 리더(enterprise leader)’의 훌륭한 사례다. 전사적 리더란 자신이 이끄는 부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기업 전체가 필요로 하는 바에도 그에 못지 않게 기여하는 관리자를 말한다. CEO들은 가브리엘 같은 리더가 더 많아지기를 원한다. 다국적기업 최고위 경영자를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부서만이 아니라 전체 조직을 염두에 두면서 행동하는 리더가극히 중요하다는 응답이 79%에 달했고2 나머지 응답자들도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65%는 자사의 고위 관리자와 중간관리자 중 최소 절반은 전사적 리더로서 행동해 줬으면 한다고 답했다.3

 

이유는 명백하다. 고객들이 점점 더 제품보다는 통합된 솔루션을 원하는 추세이므로4 여러 사업부가 매끄럽게 공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기업들은 부서나 지역, 사업부들 사이의 경계를 넘어 사내에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5 관리자들이 자기 부서 밖의 일까지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경쟁자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전사적 리더를 잘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기업은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최고위 경영자의 70%가량은 리더십 개발 예산 중 자신이 경영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 중에서 약간만을(25% 이하) 전사적 리더 육성에 할애한다고 답했다.6

 

그렇다면 관리자들은 전사적 리더의 역량을 어떻게 배워나가고 있을까? 그리고 조직은 어떻게 하면 전사적 리더를 잘 육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전사적 리더의 활동에 대한 최초 연구를 10년 전에 시작한 바 있으며7 본 논문을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경영자 및 관리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내용참조.) 연구 결과, 지역이나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전사적 리더들이 역량을 키우는 방식은 비슷했다. 이들은 개인이 의도적으로 수행하는 자기계발, 수준 높은 멘토링, 전사적 리더로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업무상 기회 등을 결합해 전사적 리더의 역량을 키우고 있었다.

 

 

DBR Mini Box

 

 

 

 

연구내용

전사적 리더에 대해 10년 가까이 연구를 했지만 우리는 2014년 초에 1년짜리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전사적 리더가 어떤 일을 하며 그 역할을 어떻게 배워 나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의 고위경영진을 대상으로 전사적 리더에 대한 수요가 어떠한지, 그리고 기업이 전사적 리더 육성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의 예상대로 설문 결과는 전사적 리더에 대한 수요가 큼을 보여줬고, 그런데도 그런 리더를 육성하는 데 기업들이 그리 노력을 많이 쏟고 있지 않다는 점도 드러냈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수천 번의 전사적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며 우리가 생각했던 바와도 일치했다.

 

 

설문조사 이후, 전사적 리더 육성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으로 보이는 세 기업 유니레버, 화이자, 리앤펑을 선정했다. 전사적 리더가 주는 이득과 전사적 리더 육성의 어려움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이기 위해 서로 다른 대륙의 기업을 골랐다. 이 기업들에서 CEO, 인적자원 담당 임원,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전사적 리더들을 대상으로 총 35건의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전사적 리더의 어려운 역할

 

전사적 리더십의 핵심은 합치시키기 어려운 두 가지 역할을 결합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전사적 리더는만들어 내는 사람(builder)’이자중개하는 사람(broker)’이어야 한다. 야망 있는 리더는 일찍부터 자기 부서의 비전을 만들어 내고, 그 비전을 실행할 전략을 세우며, 그 전략을 집행할 팀을 조직하는 법을 알아 나간다.8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면서 기업 전체에 대해서 져야 할 책임도 생기기 시작한다. 이 점은 경영자들과의 설문조사와 면접조사에서 무수히 많이 언급됐으며 우리는 기업체 교육을 나갔을 때도 이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이것은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전사적 리더는 자기 부서의 입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동시에전사적으로 통합된 관점에서 중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서의 비전을 만들어 내면서 그것을 전사적인 비전에 통합시켜야 한다. 회사의 방향성을 분명히 파악하고서 부서 차원에서, 그리고 부서 경계를 넘어 자신의 부서가 회사의 방향성에 최대한 기여할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또 부서의 역량을 키우되 그 자원과 노하우를 다른 부서와 공유해 기업 전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부서의 일을 잘 해내고자 하는 팀원들의 열정을 회사 전체의 성공에 대한 책임감과 조화시켜야 한다. ( 1)

 

 

 

뉴욕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화이자(Pfizer Inc.)의 북미 지역 회장이자 신약 본부 미국 책임자 마이클 글래드스톤(Michael Gladstone)은 매우 인상적인 사례다. 항응고제 엘리퀴스(Eliquis)의 일본 마케팅팀이 마케팅 계획을 최적화하고 팀의 역량을 최대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글래드스톤은 자기 팀의 뛰어난 직원 한 명을 일본에 파견하기로 했다. 글래드스톤은 일본 마케팅팀의 성공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나 책임이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직원을 파견하면 정작 자기 부서의 마케팅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결정은 전사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화이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단기적으로 자신이 입을 타격을 감수한 것이다.

 

화이자그룹의 선임 부회장이자 약학치료(PharmaTherapeutics) 연구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로드 매켄지(Rod MacKenzie)도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연구개발 분야는 세 가지이지만 사내에 자원 배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함을 알기 때문에 회사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면밀히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물론 우리는 우리 직원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따 오기를 원하고 우리 부서 일이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하지요. 하지만 더 전망 있는 치료제 쪽으로 자원을 돌리기 위해 우리 프로젝트를 접어야 하는 게 명확할 경우 나는 화이자가 우선이고 부서는 두 번째임을 직원들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소비재 디자인, 개발, 조달 및 물류업체 리앤펑(Li & Fung Limited)의 폴 라핀(Paul Raffin)도 이와 같은 까다로운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라핀은 프라이컴퍼니(Frye Company) CEO 겸 회장이자 리앤펑그룹의 회장단 중 한 명이다. 리앤펑은 전 세계 40개 이상의 시장에 약 300곳의 사무소와 물류센터가 있으며 대략 28000명의 직원이 여기에서 일한다. 리앤펑은 전 세계 11000개가 넘는 협력업체로 구성된 공급망을 두고 있다.9 그룹 전체 차원에서 수많은 글로벌 의류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오고 수많은 협력업체로부터 각 요소들(가령, 지퍼)을 조달해 위탁제조(contract manufacturing) 업체들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달성한다.

 

뉴욕의 수제 부츠 제조업체 프라이컴퍼니와 리앤펑의 글로벌 조달 프로세스는 얼핏 별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다.10 하지만 라핀은 온라인 직접판매가 일반화된 경쟁적인 시장에서 프라이컴퍼니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이 열성을 다해 아름다운 제품을 디자인하면 그 디자인들은상업화(commercialization)’ 과정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잘 관리되지 못하면 제품의 아름다움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라핀은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s)에 성과 보너스를 통해 보상을 하면이해해야 할 필요(the need to understand)’이해 받았다고 느낄 필요(the need to feel understood)’ 둘 다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부서의 목적과 기업 전체의 이익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란 때로 매우 어렵다. 유니레버의 가브리엘은 이렇게 말했다. “인정합시다. 부서 중심적인 리더(a silo leader)가 되는 게 더 쉽습니다. 전사적 리더는 더 복잡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힘든 일이지요.” 가브리엘에게 부서 입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주어진 것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 포커 게임에서 판돈을 올릴 수 없는 상태. , 게임이 시작된 후 추가 금액 제시 없이 테이블에 있는 돈만 베팅하는 게임 방법 - 역주)인 반면, 좋은 전사적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 역할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조정이 불가능해 보이곤 하는 내재적 긴장관계와 상충관계들을 조정해 내는 것이다.11

 

그렇긴 하지만 기업 리더들과 인적자원관리 전문가들이 전사적 리더 육성에서 주요 장애로 꼽은 것은 역할 자체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조직적인 장벽이었다. 특히, 실적이 높은 사람을 칭찬하는 기업 문화와 부서 성과 위주의 태도와 관행을 강화하는 보상 시스템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대부분의 관리자가 부서 안에서 사다리를 밟아 올라왔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며 실적을 못 내면 뒤처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중개적 역량이 필요하다고는 하면서도 정작 조직의 환경은 중개적 역량보다는 부서 성과 위주의 역량만 발달시키는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이 전사적 리더 육성에 투여하는 자원은 매우 적은데도 최고위 경영진은 잠재적 리더들이 일찍부터, 심지어 아직 자기 부서 밖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가 아닐 때도 전사적 관점에서 행동해 주길 원한다고 응답했다. 화이자의 글래드스톤은 전사적인 태도의 씨앗은 일찍 심을수록 좋다고 보고 있다. “고위경영자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해도 전사적으로 폭넓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에게 도움이 됩니다. 당장의 업무가 얼마나 좁은 영역이든지 간에 모든 직원은 기업 전체를 생각해야 하고 자신의 일이 고객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궁극적으로 어떻게 기여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사적 리더들은만들어 내는 사람중개하는 사람모두의 역량을 어떻게 배워 나가고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매우 어렵게 배워 나가고 있다.

 

전사적 리더의 사고방식

 

화이자의 매켄지는많은 리더가 뛰어난 중개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서 개인의 이름을 알리고, 또 다른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개자가 되려면 배우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사고방식, 즉 자신의 주위 세계에 대한 태도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인데 수강목록에 있는 어떤 수업도 그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습니다.”

 

면접조사에 응한 모든 리더가 자신이만들어 내는 사람의 역량은 이미 쌓았지만중개하는 사람의 역할에 통달하는 것은 내재된 긴장관계들을 다뤄 나가기에 적합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키우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성공적인 전사적 리더가 갖는 사고방식의 6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뽑아 냈다. 1) 기업의 위치에 대한 인식(a heightened sense of place), 2) 맥락에 대한 감각(a broad sense of context), 3)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인식(a sharp sense of perspective), 4) 강력한 공동체 의식(a powerful sense of community), 5) 심오한 목적의식(a deep sense of purpose),

6) 흔들리지 않는 근성(an abiding sense of resiliency). 이런 요소들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림 1)

 

 

조사에 응한 전사적 리더들은 이 6가지 요소를 개발할 수 있게 해준 학습 기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1. 기업의 위치에 대한 인식:조사에 응한 전사적 리더 대다수는 자신의 회사가특별한 위치(a special place)’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들은 회사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정체성이 어떻게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12 리앤펑의 라핀에게 프라이컴퍼니의 정체성은 장인의 전통, 그리고 고객에게 프라이 부츠가 갖는 의미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의미한다. 유니레버의 가브리엘에게는 유니레버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세계 시장의 범위, 그리고 회사의 경쟁력과 로컬 브랜드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사적 리더들은 회사가 팔고 있는 것을 단지 제품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제품은 기업 정체성과 기업이 세계 속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연장선에 있다.

 

리더들은 기업의 위치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주로 기업 문화를 흡수함으로써 발달시킨다.13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명시적으로 이뤄지는데, 이 때 최고위 경영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니레버 CEO 폴 폴먼(Paul Polman)과 화이자 회장 겸 CEO 이안 리드(Ian Read) 모두 자신의 개인적인 관여를 강조했다. 리드는기업 문화를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데 있어서 리더들은 자신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과소평가하곤 한다고 말했다. 폴먼은 부서 중심적 관점을 넘어서려면 기업의 근본 목적을 계속해서 염두에 두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회의를 할 때면 사람들에게 탁자 중앙에 신흥시장의 고객 한 명이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가난한 여성일 수 있겠지요. 그 여성의 삶을 우리가 덜 힘겹게 할 수 있다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기 일쑤인 한 가족에게 영양가 있는 식품을 알맞은 가격대에 제공해 그 가족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면, 이런 식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부서 이기주의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매우 사소해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리더에게 기업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최고위 경영진의보다행동이다. 리앤펑의 인도 아대륙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담당 임원 디피카 라나(Deepika Rana)는 리앤펑그룹 회장 윌리엄 펑(William Fung)과 전 회장이자 명예회장 빅터 펑(Victor Fung)이 역할 모델로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들은 군살 없고 빠르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문화적 통합성, 지식의 공유, 그리고 리앤펑의 지역 사업자들이 각자의 노하우로 그룹 전체의 목표에 기여하고 싶게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도 매우 큽니다.” 핵심은 그들이 이 두 가지 역할의 중요성을 믿는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나는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저들이 그런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면 나 역시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

 

물론 CEO가 그런 기조를 진정성 있게 설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CEO들이 중개자로서의 리더 역할이 갖는 중요성을 처음부터 잘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14 펑아카데미(Fung Academy) 소장이자 그룹 회장 자문위원인 레너드 레인(Leonard Lane)은 윌리엄 펑과 빅터 펑이만들어 내는역할과중개하는역할에 처음부터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만들어 내는사람들을 키우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사업가가 되려면 리앤펑에 오면 됐었죠. 하지만 세상이 달라져서 고객들이 더 통합적인 솔루션을 원하게 됐어요. 그래서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하던 리앤펑의 사업가들이 경계를 넘어 공조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전사적 사고방식을 육성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윌리엄 펑도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리앤펑 네트워크에 속한 기업들 사이에 역량을 중개하는 법을 배워 나가야 했습니다. 그걸 배우고 나니 전체 네트워크가 이득을 얻게 됐죠.”

 

2. 맥락에 대한 감각:조사에 응한 전사적 리더들은 종합적으로 사업을 파악하면서 회사의 각 부분이 어떻게 맞아 들어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맥락에 대한 폭넓은 감각은 여러 지역, 부서, 사업부를 두루 거치면서 획득된다. 그러한 경험은 세계관을 넓혀줘서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세계 무대에서 회사가 어디에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와 그들의 일이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경험은 호된 훈련의 과정이기도 하다.15 유니레버 이스라엘의 가브리엘은 전에 글로벌 제약회사의 지사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상급자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지역 담당, 한 명은 글로벌 담당이었다. 지역 상급자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원했고 글로벌 상급자는 큰 그림과 장기 성과에 더 관심이 있었다. 가브리엘의 임금을 결정하는 사람은 지역 상급자였지만 글로벌 상급자도 성과 평가를 통해 가브리엘의 보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이 상황에 내재한 긴장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을 알아 가야 했고 그렇게 배운 역량이 현재 유니레버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데 자산이 됐다고 생각한다.

 

 

가브리엘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경계를 넘는 경험의 가치는 단지 여러 부서나 지역에서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을 넘어 상충하는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여러 단위, 문화, 사고방식이 맞물려 전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방식을 배울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화이자의 글래드스톤이 자기 팀의 핵심 직원을 일본에 파견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 직원이 글래드스톤의 부서 안에서 다른 직책을 맡았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대한 것이다. 리더십에는 그런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 직원은 잘 경청하고 조정력이 뛰어난 리더가 돼 미국에 돌아왔다. 해외사업부들이 중앙과, 그리고 서로서로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체험으로 알게 되기도 했다. 글래드스톤은 이런 경험이 그 직원이 전사적인 사고방식을 갖게끔 해서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내려 하기보다는 기업 전체가 돌아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해 줬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철학에서, 유니레버는앰배서더 프로그램이라는 단기 파견제도를 운영한다. 전사적 리더가 다각도의 관점을 키우고 새 경험을 옛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유니레버 나이지리아 커뮤니케이션 차장 오시타 아바나(Osita Abana)는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앰배서더로 파견돼 방글라데시의 영양실조를 낮추는 활동을 했다. 방글라데시의 마을에서 현지 보건요원들 및 어머니들과 1주일을 보내면서 수유할 때 아기를 안는 바른 자세를 알려주고 먹거나 팔 채소를 기를 수 있게 텃밭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유니레버에서 이런 식으로 직원들에게 경계를 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가 지원하는 상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16 폴먼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뛰어난 역량들을 연결합니다. 실용적인 관점을 염두에 두면서 기업의 여러 부분을 직접 보는 것만큼 전사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데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희생을 감수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을 때 리더들이 그럴 수 있는 것도 맥락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유럽 신약 사업부가 관리하던 한 약품의 특허 만료가 임박했을 때, 신약 사업부를 이끌던 리즈 바렛(Liz Barrett)은 해당 약품을 예정보다 일찍 특허만료약품 사업부로 옮겨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시간을 벌 수 있게 했다. 그러느라 바렛의 사업부는 매출이 감소했고 판매 담당 직원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바렛은 그 결정으로 신약 사업부 직원들의 시간이 더 효율적으로 신약 발굴과 마케팅에 쓰였다고 보고 있다.

 

3.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인식:기업의 정체성과 맥락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전사적 리더는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이 갖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유니레버 나이지리아 관리자 야우 은사르코(Yaw Nsarkoh)가 설명했듯이 그들은 전체 그림도 보지만 그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개별 픽셀의 중요성도 인식한다. 은사르코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 특히 고객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내 방식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경영 스타일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다문화적인 일터에서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각도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자사가 해당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알 수 있어서 상충돼 보이는 우선순위들을 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령, 뛰어난 직원이 같은 지역에 있는 경쟁사로 간다면 은사르코는 그 손실을 아프게 여기겠지만 그 직원이 여전히 아프리카를 위해 일하리라는 것 또한 안다.

 

 

리더들은 대부분 업무 과정을 통해 학습을 하지만17 경험만으로 전사적 리더의 사고방식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러 관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코칭, 멘토링, 관찰이 필요하다. 유니레버의 글로벌 학습 및 역량개발 담당 부회장 조너선 도너(Jonathan Donner)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잠재력 있는 전사적 리더를 그냥 일에 던져 두고 알아서 잘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현재 능력과 범위를 넘어서는] 확장 업무(stretch assignment)를 할당하고, 그 다음에 그가 적절한 코치와 멘토링을 받고 다른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물론 아무리 CEO가 중개자 기능을 강조하고 역할 모델이 되며 리더들에게 경계를 넘는 경험을 쌓게 한다고 해도만들어 내는역할에 더해중개하는역할까지 하는 데 대해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당연한 말이어야 하는데도 사실 기업 문화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전사적 리더가 많은 조직도 그렇다. 화이자의 최고역량강화책임자이자 선임 부회장 타냐 클레몬스(Tanya Clemons)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히 리더들은만들어 내는 사람의 성향을 강하게 갖게 됩니다. 이제까지 그들이 승진하고 보상받은 것이 그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사적 관점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오랜 평가 보상 시스템을 상당 부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화이자는 좀 더 개인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험이 많지 않았을 법한 측면들에 대해 리더들에게 코칭을 해준다. 클레몬스에 따르면 언론, 의회, 애널리스트, 지역 유지 등과의 관계를 다뤄 나가는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시의적절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은 야망 있는 리더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시 그들이 직원들에게 좋은 코치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18 프라이컴퍼니의 라핀은 예전에 상사에게 받은 피드백이 전사적 관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그런 피드백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전에는 명령하고 통제하는 스타일의 경영자였어요 … [그리고] 정보를 혼자 쌓아 두는 편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정보를 공유합니다. 리앤펑그룹의 고위임원들 사이에서 있었던 논의를 프라이에서 공유하고 그룹의 문제를 프라이에서의 우리 문제와 합치시킬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극적인 행동을 위해 지식이 중개되고 공유되는 문화와 사고방식을 일궈 냈습니다. 모든 직원이 경청하고 해석해 행동할 의무가 있습니다.”

 

코칭과 멘토링을 꼭 위로부터만 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언급했듯이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유니레버 나이지리아의 은사르코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유니레버의 고위경영진에게뿐 아니라 공장 노동자에게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자 노력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경영자들이 지속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강한 근성을 보이는 것도 전사적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4. 강력한 공동체 의식:잠재력 있는 직원에 대한 이전의 연구에서 우리는 직원들이 자신에게 도전과 지원이 되는 동료 네트워크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19 고위 레벨에 있는 전사적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좋은 회사는 그런 네트워크의 구성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계기를 만들어 리더들이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면서 동료의식과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한다.20  많은 리더들이 개인적, 직업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고 말했지만 회사가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해 고위 임원들이 강한 공동체 의식과 분산된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의 감각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 사례도 많았다. 이런 경우들에서는 함께 배워 나간다는 과정 자체가 배우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했다.21

 

화이자가 운영하는체어맨스 챌린지(Chairman’s Challenge)’ 프로그램에서는 선택된 고위직 리더들이 회장 및 집행위원회와 소통하면서 강도 높은 동료 교육팀에 참여한다. 12명으로 된 한 기수는 1년여간 이어지면서 특정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내외 경영진과 긴밀하게 일한다. 최근의 한 팀은 비정부기구와 일하면서 신흥시장의 의료 니즈를 파악했다.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지만 한 참가자는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통하는 것보다도 강한 팀워크를 만드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화이자와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리앤펑은 자사에 맞는 방식으로 전사적 리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많은 리더가 신흥시장에서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경영 및 리더십 훈련을 진행한다. 더불어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영향을 미치는 법, 글로벌 매트릭스 경영, 설득의 기법, 커뮤니케이션 기술, 팀을 동원하는 법과 같은 개별 주제도 교육한다.

 

5. 심오한 목적의식:전사적 리더들은 회사와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굉장히 큰 열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조사에 응한 전사적 리더의 상당수가 자신의 역할과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에서 발견하는 개인적인 충족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리더로서의 숙고와 성찰, 그리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폴먼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것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폴먼은 전략이나 가치를 선언할 때나 경영을 실행할 때 두 가지를 모두 강조한다. 그런데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둘 다 추구하는 것이 유니레버 관리자들에게는 곤란을 야기할 수 있다. 가령, 구매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구매부서 직원들이 비용 관리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직원들은 의사결정을 조직 차원으로 올린다. 그러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한에서 유니레버가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비용 상승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경영자들이 진다. 폴먼은직원들은 목적의식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리앤펑에서는 창립자들의 목적의식이 직원들에게 영향을 준다. 라나는 창립자인 윌리엄 펑과 빅터 펑 형제가 직원들에게 충실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모범을 오랫동안 보여줬다고 말했다. 성과를 독려하면서도, 리앤펑의 경영 방식에더 부드럽고 인간적인 측면을 통합시켰고, 특히 가족 가치를 지키는 데 헌신을 보였다는 것이다.

 

“행동에 지침을 주는 펑 형제의 원칙에 대해서는 많은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두 회장 중 한 명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직원의 아내, 아이, 부모를 챙기곤 했죠. 그들은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였고 상향, 하향의 양방향으로 회사의 문화와 가치에 대한 믿음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며 이 자산이 지난 10년간 리앤펑이 장애를 뛰어넘어 성공할 수 있게 해 줬다고 누차 말해왔습니다.” 연설이나 이야기를 통해 말로 듣는 것보다 CEO의 목적의식과 기업의 비전을 일상에서 연결시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직원들에게 회사가 중요시하는 가치에 대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6. 흔들리지 않는 근성:많은 최고위 경영자들이 지속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강한 근성을 보이는 것도 전사적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우리는 미래에 맞는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미래에 맞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유니레버의 폴먼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전 세대의 마음가짐을 가진 리더로는 다음 세대의 회사를 만들 수 없습니다.”

 

폴먼이 말한 덕목을 갖고 있는 유니레버의 전사적 리더로 유니레버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CEO 로렌트 클레이트먼(Laurent Kleitman)을 들 수 있다. 그는 유니레버의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터키 사업을 담당하던 2009년에 다른 소비재 회사로 스카우트됐는데 3년 뒤에 유니레버로 돌아왔다. “그리웠던 것은 직원이 소비자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고위경영진이 신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장 상황이 달라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현장 상황이 달라질 때, 필요하다면 절차를 하룻밤 사이에 바꿀 수 있는 권한이 내게 있었어요.”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조직의 민첩성(agility)이 아니다. 민첩성은 복잡한 경쟁 환경에서 기업이 갖춰야 할 중요한 점이지만 그것은 조직의 역량이다.22 조사에 참여한 리더들은 그런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인물들이며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그들 개인은 흔들리지 않는 근성을 보여야 했다. 그들은 넘어진 다음에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더 중요하게는 미래로 가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크레이트먼과 그 외 다른 뛰어난 전사적 리더는 앞서 살펴본 사고방식과 요소들을 바탕으로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의 중요성을 함께 파악한다.23 목적지향적인 기업에서 일한다는 믿음은 그들이 큰 그림에 집중하고사소한 일에 힘 빼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해준다.24 다양한 문화와 비즈니스 여건에 접하는 것은 획일적인 접근 방식을 벗어나게 해준다. 리더와 동료에 대한 신뢰는 성공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맞서게 해 준다.25 그들은 실수에서 배우고, 변화하고, 성장한다.

 

화이자의 재무 및 글로벌경영 담당 선임 부회장이자 전사적 리더 중 한 명인 빌 카라페치(Bill Carapezzi)는 이렇게 말했다. “부서 중심적인 사람들과 일할 때 맺게 되는 부정적인 관계는 재미있지 않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서 이기주의적인 리더였어요. 다들 내 영역, 네 영역의 경계선만 보고 있었죠. 그러나 화이자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배우면서 더 좋은 관계를 맺어 가게 됐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팀원들을 북돋워주는 법도 알게 됐습니다. 그럼으로써 회사를 위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좋게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번역 |김승진 mafaldakim@gmail.com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조직 효과성 분야 선임 강사이자경영자개발연구 국제컨소시엄(International Consortium for Executive Development Research, ICEDR)’ CEO. ICEDR은 매사추세츠 주 렉싱턴에 있는 글로벌 인재관리 네트워크다. M. 엘런 피블스(M. Ellen Peebles) ICEDR의 선임 펠로이자 작가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407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 -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조직 효과성 분야 선임 강사
    - ‘경영자개발연구 국제컨소시엄(International Consortium for Executive Development Research, ICEDR)’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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