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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위험 가능성 인지부터 첫 피해까지… ‘발견리드타임’을 현명하게 보내는 법

요시 셰피 | 189호 (2015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들은 사업 연속성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발견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사건 및 날씨 모니터링 서비스는 교란 요인에 대해 경보를 해줄 수 있음

- 센서 데이터와 소셜미디어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

- 공급망 지도화와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음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5년 가을 호에 실린 ‘Preparing for Disruptions Through Early Detec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407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2008, 와이오밍 주 파우더강 유역에 있는 블랙선더(Black Thunder) 탄광은 광산에서 캔 석탄을 저장고(열차에 석탄을 적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사일로)로 옮기기 위해 거대한 컨베이어 튜브(conveyer tube)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블랙선더는 미국 최대의 광산 복합단지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석탄 기업 아크콜(Arch Coal Inc.)이 소유하고 있다. BNSF철도(BNSF Railway Co.)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회장 데이비드 프리먼(David Freeman)은 블랙선더의 계획을 듣고서 설치 과정을 빠짐 없이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블랙선더는 무게가 270만 파운드( 120만㎏)인 크레인으로 길이 260피트( 80m), 무게 50만 파운드( 23만㎏)짜리 컨베이어 튜브를 150피트(45m) 상공으로 들어올려 철탑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 복잡한 과정을 진행하려면 BNSF와 유니온퍼시픽철도(Union Pacific Railroad Co.)의 열차 80대가 지나다니는 철로 3개 선 위로 컨베이어 튜브를 들어올려야 했다. 이 철로들을 통해 날마다 100t가량의 석탄이 미 중서부와 동부 전역의 발전소로 운송돼 연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미국에서 운송되는 석탄의 3분의 1이 지나다니는 철로 위로 260피트 길이의 컨베이어 튜브가 매달릴 터였다.

 

프리먼은 컨베이어 튜브 설치 계획을 살펴보면서 BNSF의 열차 운행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긴밀하게 상황을 조정해야 했다. 2008 5월의 어느 토요일, BNSF와 유니온퍼시픽은 크레인이 컨베이어 튜브를 들어올려 설치하기로 예정된 시간 동안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또한 프리먼은 보수 전문가 2팀과 트랙터 4대를 현장에 보내 필요할 경우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BNSF의 본사에도 팀을 대기시켜 뒀다. BNSF의 철저한 대비는 그 몫을 톡톡히 했다. 그날 낮 1230, 프리먼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놀란 현장 직원이 프리먼에게 상황을 보고했다.1  컨베이어 튜브가 선로 위로 떨어졌습니다.” 컨베이어 튜브를 들어올리던 크레인이 무너져서 육중한 컨베이어 튜브가 선로 3개를 그대로 덮쳤다는 것이었다.2 이 사고로 건설 노동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프리먼과 BNSF 직원들은 즉시 현장으로 날아가 광산의 사고 대응을 지원했다. 부상자가 있었기 때문에 광산안전보건국(U.S. Mine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MSHA)이 현장 조사를 해야 했다. 조사관들은 3일 뒤에나 도착할 예정이었는데3 조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아무 것도 옮기지 말라고 했다. 프리먼은 그렇게 지연되면 200대 이상의 열차 운행에 영향을 미쳐 발전소 석탄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컨베이어 튜브를 되도록 빨리 치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MSHA는 크레인 사고와 관련된 증거를 흩트리지 않게 매우 조심한다면 컨베이어 튜브를 치워도 좋다고 허용했다.

 

거대한 컨베이어 튜브를 옮기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지만 BNSF는 탈선한 기차라든지 적재한 차량 등 아주 큰 물체들을 옮겨 본 전문적인 경험을 활용해 21분 만에 컨베이어 튜브를 치웠다. 확인해 보니 선로에 피해가 크지 않았고 열차 운행은 당일에 정상화됐다.4

 

BNSF는 잠재적 위협을 미리 포착하고 비상 계획을 마련해 둠으로써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대기시켜 둘 수 있었다. 그래서 컨베이어 튜브를 치워도 좋다는 허가가 나오자마자 즉시 실행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 연속성을 교란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일찍 (이상적으로는 교란이 발생하기 전에) 포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연구 내용참조.) 물론 교란의 종류마다 피해의 심각성이 다르므로 리스크 관리의 우선 순위도 그에 따라 변한다. 공장을 바다로 휩쓸어 갈 수도 있는 쓰나미는 부품 부족보다 심각한 교란이다. 또 교란의 종류마다 발생 빈도나 확률도 다르다. 가령 악천후는 대화재나 전염병 창궐 같은 사건보다 자주 일어난다.

 

 

DBR Mini Box

 

 

연구 내용

2001 9·11 테러 이후, 필자는 조직이 사업 연속성을 교란하는 요인에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주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서구 세계에서 인프라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에 의해 소유, 운영되고 있을뿐더러 현대 세계가 의존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도 대부분 민간 영역에서 공급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수십 개 기업을 조사하면서 4년간 연구를 한 뒤에 <회복력이 있는 기업: 경쟁 우위를 위해 취약성을 극복하기(The Resilient Enterprise: Overcoming Vulnerability for Competitive Advan-tage, MIT 출판부, 2005)>를 펴냈다(이 연구에는 30명 이상의 학생과 MIT 교통물류센터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이 책 이외에도 여러 편의 논문이 나왔다). 이 책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하고 2주 후에 출간됐다.

 

2011년에 내가 연구했던 기업 중 몇몇 곳이 후속 연구를 제안해왔다. 그들은 세계가 더 불안정해지긴 했지만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발전했다며 몇몇 심각한 교란의 경험은 다른 기업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3년짜리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로 새 책 <회복력의 힘: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가(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 MIT 출판부, 2015)>를 펴냈다. 연구는 현장에서 진행한 심층 면접을 중심으로 하되 많은 기업들과의 전화 면접으로 내용을 보강했으며 교란 요인 및 기업의 대응을 다룬 2차 문헌들도 광범위하게 참고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각도에서 즉, 동일한 대형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동일한 회사는 각기 다른 사건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한 기업 내의 서로 다른 부서들은 이러한 사건들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광범위한 교란 사건들에 대해 각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등의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와 교란 관리에 대한 횡단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더해, MIT에서 4회에 걸쳐 공급망 리스크 및 교란 사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원탁 토론을 진행했다.

 

조기 발견과 관련해 이 논문에서 강조하고 잇는 바는 다음의 2가지 사실과 관련이 있다. 첫째,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기업과 공급업체들은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발생한 교란 사건들에 전보다 더 취약해졌다. 또한 그러한 사건들의 발생이 눈에 덜 띄게 됐다. 둘째, 사건에 대해 기업이 대응을 시작하는 시점은 사건의 발생 시점과 일치하지 않는다. , 기업이 교란을 감지하는 시점은 실제 교란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이든지, 아니면 그 후였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시간차의 정도는 사건의 유형에 따라서도 다르고(동일한 사건이라 해도) 기업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런 점들을 발견하고서 우리는 기업들이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며 위험 발견 절차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특히 공급망 네트워크의 뒷 단에서 발생하는 교란을 염두에 두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발견 리드타임의 중요성

 

통상 리스크 관리 전문가들은 잠재적 교란 요인을 두 가지 차원에 따라 구분한다. 하나는 발생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의 정도다. (그림 1)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차원으로도 교란을 구분할 수 있다. 바로발견 리드타임(detection lead time)’이다. 발견 리드타임이란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인지한 시점부터 그 위험이 기업에 첫 피해를 일으키는 시점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 기업이 교란에 대비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경보 시간의 양이라 볼 수 있다.

 

 

 

발견 리드타임은 교란의 유형과 해당 조직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도 등에 따라 매우 다르다. (그림 2) 어떤 교란은 서구, 중국, 일본의 인구 노령화와 같이 언론에 많이 나오는 장기 추세와 관련이 있고, 어떤 교란은 새로 도입될 규제나 노조와의 협상 시한 종료와 같이 미리 예고된 일과 관련이 있다. 어떤 교란은 허리케인처럼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경보 시간을 두고 발생하며, 어떤 교란은 화재, 지진, 정전처럼 경보 시간 없이 발생하지만 즉시 인지가 가능해 발견 리드타임이 제로(zero). 제품의 오염이나 디자인 결함 등은 발생 후 한참이 지나서까지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발견 리드타임이 음수다. 산업 스파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경우에는 끝까지 인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 발견 리드타임은 양수일 수도 있고(영향을 미치기 전에 예측되거나 발견되는 경우), 0일 수도 있으며(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곧바로 인지되는 경우), 음수일 수도 있다(발생하고 난 뒤에야 인지되는 경우).

 

 

기업들은 규제를 준수하고, 사회적 우려 사항들을 반영하며, 좋은 노사 관계를 유지하고, 교란을 일으키기 쉬운 상황(가령, 범람이 잦은 지역이나 불안정한 국가에 위치한 공급업체)을 피하는 등의 노력으로 교란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 안전, 품질, 보안(사이버 보안 포함)과 관련한 조치들을 취할 수도 있다5 하지만 이런 예방적 조치들이 리스크를 완전히 없애 줄 수는 없으며 예방적 조치들은 예측 가능성이 큰 교란 원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적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다면 교란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비축 재고, 유휴 생산능력, 예비 공급업체와 같은 부가적 자산들이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자원을 더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다. 비상 상황실, 업무 연속성 계획, 단계별 보고 및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해 두면 대응 활동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비상 상황에 대한 모의훈련은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시스템에 숨어 있는 취약점이나 빈틈을 드러낼 수 있다. 유연 공정도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연성을 높이고만약을 대비한(just-in-case)’ 자산을 준비해 두면 전반적인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준비 조치들은 적시에 활용되지 못하면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교란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서의 핵심은 빠른 발견이다. 다가오는, 혹은 발생 중인 교란에 대한 경보를 일찍 포착할수록 재고와 자산을 영향권 밖으로 옮긴다든지, 회복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한다든지, 다른 공급업체를 확보하는 등 대응에 필요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교란이 발생해 자재 유통 물량이나 생산 능력이 부족해지는 경우들을 보면 대체로 문제를 일찍 발견한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보다 자재 확보에서 우위를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충분히 예의주시한다면 몇 주일 정도의 리드타임을 벌 수 있다. 가령, 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그곳에 위치한 공급업체에는 즉각 타격을 주겠지만 그 교란이 원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몇 주일 정도가 걸린다. 공급망의 더 뒷 단[공급업체의 공급업체]에서 발생한 교란도 마찬가지다. 운송 중이거나 생산 공정에 들어와 있는 물량, 중간 거래업체가 가지고 있는 재고 물량, 지진 영향권이 아닌 곳에서 오는 물량 등으로 몇 주일은 가동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란을 빠르게 발견하기

 

교란 요인을 발견하려면 원 기업뿐 아니라 공급업체, 고객, 운송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영상·환경상 사건들에 대해 적시에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교란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선도적인 기업들이 사용하는 9가지의 데이터 원천을 여기 소개한다.

 

1. 날씨를 모니터하라.사업 연속성을 교란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교란 요인은 날씨를 살펴보는 데서 중요한 (고해상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해 평균 10여 건의 초대형 열대성 폭풍과 9건의 허리케인 이외에도 1만 건의 심한 뇌우, 5000건의 홍수, 1000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미국 기상청은 정지궤도에 있는 2개의 기상위성, 164개의 도플러(Doppler) 기상 레이더 기지, 1500개의 실시간 관측소, 29만 명의 자원봉사 악천후 보고원들의스카이원(SKYWARN)’ 네트워크 등에서 오는 데이터로 악천후를 탐지하고 추적한다.6 미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와 지역 당국이 날씨 정보를 모으고 예측하기 위해 여러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다양한 전국 및 지역 채널에서 날씨에 대한 정보, 예보, 경보를 얻는다. 1994년에 갑작스런 눈보라로 켄터키 주 루이스빌에 있는 UPS(United Parcel Service Inc.)의 항공화물 집결지가 폐쇄됐을 때 UPS는 글로벌 상황실에 기상학자 5명을 고용했다. UPS 대변인 마이크 맨지오트(Mike Mangeot)는 이렇게 말했다. “바르셀로나나 베이징에 있는 고객은 루이스빌에 눈보라가 쳤든 말든 관심이 없고 자신의 소포가 도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를 잘 읽어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7

 

2. 뉴스의 흐름을 따라가라.화재, 폭동, 인프라 고장, 정부 조치 등 또 다른 유형의 교란에 대해서는 뉴스 서비스 업체들이 데이터를 제공한다. 대개 기업들은 전 세계의 모든 사건을 직접 모니터하려고 하기보다는 NC4, 앤빌(Anvil), 아이젯(iJet), 미 국무부 해외안보자문위원회(Overseas Security Advisory Council·OSAC), 카고넷(CargoNet) 등이 제공하는 사건 모니터링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런 서비스는 사건 데이터를 모으고 심각성을 분석해 고객사에 관련 경보를 선별해 제공한다. 서비스마다 여행자 안전(앤빌), 사회정치적 위험(OSAC), 화물 안전(카고넷) 등 특정한 위험에 특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체로 하나 이상의 서비스를 구독한다.

 

캘리포니아 주 엘세군도에 본사를 둔 NC4의 서비스는 어느 한 주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650개의 사건 사고에 대해 1700회의 경고 메시지를 발송한다.8 네브라스카 주 쇼핑몰 총격 사건, 콜롬비아의 학생 시위, 멕시코시티의 경비행기 추락 등 많은 것이 지역에 국한된 사건으로 보인다.9 하지만 해당 지역에 생산 시설이나 공급 업체가 있다면 통행 제한, 도로 폐쇄, 보안 강화, 혹은 해당 사건 자체 등으로 원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보 발송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맞춤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의 공급망에 있는 시설의 유형마다 거리나 사건의 심각성 등에 따른 경보 수준을 맞춤으로 설정해 둘 수 있다.

 

3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라.기업이 자체적으로 모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다. 미국의 약국 겸 잡화점 체인 월그린(Walgreen Co.)은 점포 내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미국 내 8200개 지점을 모니터한다. 이 센서 데이터는 매장의 안전, 보안, 긴급 대응을 총괄하는 안전상황실로 모인다. 전력 센서가 정전을 알려 오면 전기회사와 연락을 취하고 임시 발전기를 배치해 상하기 쉬운 제품을 보관할 냉장 트럭을 보내는 등의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다. 월그린은 냉동 식품과 온도에 민감한 약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정전을 조기에 발견하면 제품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10

 

 

기술(특히 휴대전화 기술)의 비용이 줄고 사용이 늘면서 이동 중인 화물 차량이나 화물 자체로부터도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에 본사를 둔 트럭 물류업체 슈나이더내셔널(Schneider National) 2015년 말까지 복합 수송 컨테이너와 밴 트레일러 44000대 모두에 GPS/무선 데이터 추적 장치를 달 예정이다. 이동 중인 트럭들을 추적하고 트럭들과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트럭 활용도 제고, 운전자 생산성과 삶의 질 향상, 연료 비용 최적화, 고객 만족도 제고, 과금 정확도 향상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1 또 도난 당한 트레일러를 추적할 수 있게 되는 등 화물 운송의 안전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우케미컬(Dow Chemical Co.)은 위험 물질을 운반하는 철도 수조차량의 위치를 GPS로 추적한다. 차량이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거나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가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회사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그러면 회사는 관련 당국이나 기관에 위험 가능성을 알린다.12 다우의철도 차량 화물 가시화 프로그램(Railcar Shipment Visibility Program)’은 지오펜스(geo-fence)의 한 사례다. 지오펜스는 중요한 지역 또는 고가 자산이나 고위험 자산 주변에 가상의 경계를 설정하고 화물이 그 경계에 진입했을 때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센서 데이터는 페덱스(Fedex Corp.)의 센스어웨어(SenseAware) 같은 장비를 통해 개별 화물로부터도 수집할 수 있다. 센스어웨어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납작한 장비로 상자나 화물 운반대, 혹은 컨테이너에 넣어 두면 그 안에 있는 GPS 수신기, 기온 측정기, 압력 측정기, 광센서가 작동한다.13 무선 데이터 회로도 있어서 휴대전화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통신망에 연결될 수 있다. 이 장비는 주기적으로본거지로 전화를 걸어소포의 위치와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알려 준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배송업자, 운반업자, 고객은 이동 중에 소포에 발생한 문제들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은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더 큰 트렌드의 일부다. 사물인터넷은 비용이 낮아진 컴퓨팅, 센서, 무선 데이터, 인터넷 기술을 사용해 상황 인지와 추적 역량을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4. 공급기반을 모니터하라.지역적 생산과 수직 합병 위주의 전략에서 글로벌 생산과 아웃소싱 위주로 변화가 일어나면서 글로벌 공급기반을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공급업체의 도산이나 전략 변화, 품질 불량,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는 기업은 종합적인 공급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탐지하고자 노력한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경보 신호들의 목록을 만들기 위해 메사추세츠 주 말버러에 본사를 둔 의료업체 보스턴 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Corp.)은 자재 담당자, 제조 담당자, 외부 계약업체, 외상매입금 담당자 등 공급기반과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했다. 이를 토대로 20개의 경보 신호로 된 목록을 만들고, 직원들이 공급업체를 방문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급업체와 상호작용을 할 때 목록에 있는 점들을 살펴보도록 교육했다.14 제때 재무보고를 하지 못하는 것, 연차보고에 여러 차례 수정이 발생하는 것, 은행 약정을 자주 재협상하는 것, 운전자본비율이 줄어드는 것, 외상매입 기간이 길어지는 것 등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15

 

 

또 다른 방법은 통합 뉴스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렉시스넥시스 그룹(LexisNexis Group) 같은 업체는 기업 건전성 지표와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 Co.) 2012 1월에 파산 신청을 할 때까지 2년간 이 회사를 언급한 15000건의 뉴스 기사를 보고했는데 파산 신청 직전의 몇 달 동안지불 불능과 파산’ ‘파산 보호 신청’ ‘법적 시스템’ ‘사업 매각등의 단어가 기사에 점점 많이 등장했다.16

 

핵심 공급업체의 경영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영상의 문제에는 (특히 주요 인력의 경우) 높은 이직률, 합병 실패나 신제품 출시 실패, 영업 손실과 자본 투자 부족 등이 포함된다.17 기업들은 지연되거나 불발된 입고, 불완전한 선적, 품질 불량, 과금이나 청구 오류 등을 통해 공급업체의 경영 문제에 대한 경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부실 경영이나 정리해고의 징후일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공급업체의 경영진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아닌 다른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을 수 있다. 공급업체를 꼼꼼하게 모니터하면 원 기업은 공급업체에서 발생할 실패에 대해 3∼5개월의 경보 시간을 벌 수 있고 그동안에 그 공급업체를 지원하거나 다른 공급업체를 찾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18

 

 

5. 공급업체를 방문하라.멀리서 위험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설문 조사와 제3자 정보로는 막 시작된 교란이나 교란에 취약한 공급업체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EMC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 접근법으로 공급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험의 조짐을 포착한다. EMC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 담당 부회장이자 최고구매책임자 트레버 시크(Trever Schick) EMC가 제조 공장이 있는 아시아에 품질 관련 위험 징후를 포착하는 직원 50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19 이들은 공급업체를 직접 방문해 생산 라인을 둘러 보고, 창고를 확인하며, 공급업체의 엔지니어와 공장 노동자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품질 불량, 생산 능력 감소, 중단된 라인, 과다 재고 등의 경고 신호들이 적혀 있는 체크 리스트를 활용한다. 만약 어느 공급업체가 EMC 직원이 조사하러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면 그것도 경고 신호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공급기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탐지한다. 하지만 각자의 업계에 더 두드러진 위험에 초점을 맞춘다. 2009, 매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둔 쇼슈퍼마켓(Shaw’s Supermarket Inc.) 관리자 에드 로드릭스(Ed Rodricks)는 현장 바이어가 쇼슈퍼마켓과 계약하고 있는 농장이나 제조업체를 방문할 때 식품을 다루는 방식과 품질 기준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20 그런가 하면 패션 소매업체 리미티드(The Limited)는 노동 여건과 작업장 안전에 초점을 두고 공급업체를 살펴본다. 노동 착취 공장과 아동 노동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다.21 또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 2012년에 80명의 감사를 고용해서 1000회의 공급업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들은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노동 여건에 초점을 두고 공급업체를 살펴봤으며22 대부분 사전 고지 없이 진행됐다. EMC에서도 그랬듯이 공급업체가 감사들이 조사하러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면 이케아는 이를 위반으로 간주해 그 공급업체에 발주를 중단했다.

 

6. 속임수를 경계하라.원자재 품질 점검을 위해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실험을 해서 불량이거나 희석됐거나 불순물이 포함된 것을 잡아낸다. 예를 들면, 우유와 밀 글루텐은 실험으로 단백질 수준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 실험이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도덕한 공급업체가 멜라민을 섞어 실험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 멜라민은 플라스틱, 단열재, 난연재 등에 쓰이는 싼 공업용 화학물질로, 과다 노출되면 신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07년 미국에서 멜라민에 오염된 글루텐이 든 사료를 먹고 수천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폐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2008년에는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로 6명의 영아가 사망하고 30만 명이 병에 걸렸다.23 이러한 사고가 있은 후 규제 당국과 기업들은 단백질을 흉내내는 화학물질을 잡아내기 위해 전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을 하게 됐다.

 

어떤 경우에는 공급업체의 눈속임이 단순하고 조야하다. 이케아의 지속가능성 준수 감사 켈리 덩(Kelly Deng)은 이 업무에 7년의 경험이 있다. 이케아의 다른 감사들도 평균 5년 정도의 경험이 있다.24 이런 경험은 공급업체가 숨기려 해도 문제의 신호들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업체 직원이 한 다발의 서류를 들고 어디론가 급히 가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 이는 공장 관리자가 허위 보고를 했고 그 직원은 진짜 서류를 건물 밖으로 치우는 중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기업들은 공급업체가 경영 상태, 자재의 품질, 운영의 정직성 등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지 않도록 수집하는 데이터의 질을 더 깊이 있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7. 이력 추적 역량을 강화하라.모든 교란이 지진이나 토네이도처럼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거나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니다. 어떤 교란은 공급망에 내재된 자재, 부품, 사람, 업체, 상호작용 등의 복잡성 사이로 스며든다. 제품 디자인의 결함, 제조상의 오류, 오염 등이 제품 성능의 악화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런 경우 결함이 미치는 피해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제품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서 한동안 사용되고 나서야 결함이 드러난다. 이렇게 사후적으로 교란이 포착됐을 경우 발견 리드타임은 음수가 된다.

 

제품이나 부품 결함이 미치는 피해는 하루하루 악화된다. 결함이 발견됐을 때 문제의 부품이 공급망에 더 많이 깔려 있을수록 폐기, 환불, 대체, 재생산에 들어가야 할 물량도 많아진다. 반대로 깔려 있는 재고가 적었다면 회수해서 결함을 고치는 비용이 적게 든다. 따라서 주문 생산(make-to-order), 지연 전략, JIT(Just-in-Time) 방식 등은 뒤늦게 완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입을 피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4 8, 독일의 한 점토 광산이 네덜란드에 있는 맥케인푸즈(McCain Foods)의 감자 가공 공장으로 이회토(泥灰土)를 보냈다. 점토 회사도, 프렌치프라이를 만드는 거대 식품 기업 맥케인푸즈도, 그 이회토가 다이옥신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맥케인 공장에서는 이회토를 물에 섞어서 밀도가 낮은 저급 감자와 밀도가 높은 고급 감자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밀도가 낮은 감자는 이회토 섞은 물에 떠오른다). 다이옥신은 감자로 만든 제품을 오염시키지는 않았지만 동물 사료가 될 감자 껍질을 오염시켰다.

 

10월이 돼서야 네덜란드의 한 농장이 실시한 우유 정기 검사에서 높은 수준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당국은 처음에 가열 화로의 결함이 원인이라고 봤지만 조사 결과감자 업계의 부산물이 세척과 분류 공정에 쓰인 이회토에 오염된 것이 진짜 원인으로 드러났다.25 당국이 다이옥신 오염의 원인을 알아냈을 때는 오염된 감자 껍질이 적어도 200개 이상의 농장에서 사료로 쓰인 뒤였다. 다행히 유럽연합(EU)의 식품 이력 추적 규정에 따르면 모든 식품 회사와 사료 회사들은한 단계 앞과 한 단계 뒤를 파악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제 덕분에 당국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에서 오염된 감자 껍질을 공급 받은 사료 공장과 오염된 감자 껍질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농장들을 모두 추적할 수 있었다. 일부 농장이 우유와 가축을 폐기 처분해야 하긴 했지만 양 방향으로의 빠른 추적과 발견 덕에 다이옥신에 오염된 우유가 소비자에게 닿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26

 

 

8.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라:70억 세계 인구(2013년 추정) 60억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그리고 2014년에 20억 명 이상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사용했다. 이에 착안해 미국 지질조사(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는 트위터를 지진 탐지에 사용한다. 미국 지질조사의 지진학자 폴 얼(Paul Earle)어떤 경우에는 트위터가 지진파보다 지진 발생을 먼저 경고해 준다고 말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소셜미디어들은 비공식적이지만 실시간으로 피해 정보를 제공한다. 발생지의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것, 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위치에서 느껴지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27

 

트윗시던트(Twitcident)라고도 불리는트위터 사건 관리(Twitter Incident Management)’는 트위터의 데이터를 분석해 화재, 극단적 기후, 폭발, 테러 공격, 업계 비상 사태와 같은 교란 상황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이다.28 네덜란드 델프트공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he Netherlands Organization for Appied Scientific Management·TNO), 크라우드센스(CrowdSense)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29 메시지를 의미론적으로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걸러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자동으로 뽑아낸다. 원래는 초동 대응 담당자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지만 상업용 버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질학적 재난에 대한 데이터 이외에 소셜미디어는 평판 위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Dell Inc.)소셜미디어 청취 센터(Social Media Listening Command Center)’를 만들어서 크고 작은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데 이용한다. 델은 이듣고 반응하기프로그램을 고객 서비스와 고객 지원, 커뮤니티 형성, 여러 주제에 대한 토론 등에 활용한다. 날마다 델의 고객 수천 명이 트위터, 페이스북, 델 홈페이지(Dell.com)를 통해 제품 사용 문의 등 일상적인 지원을 받는다. 델은 메시지의 경향을 모니터해서 제품 결함, 악선전, 델 기업과 델 제품에 대한 고객 태도 악화 등을 포착한다. 이 센터가 생긴 2010년에 델은 매일 델을 언급한 메시지 22000건을 추적했다.2011년에 델의 소셜미디어 및 커뮤니티 담당 부회장 마니시 메타(Manish Mehta)기업 활동의 거의 모든 측면에 대해 직원들이 고객과 날마다 접촉하는 방법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게 되면, 이는 기업 운영 방식의 본질적인 부분이 된다고 말했다.30

 

2009 9, 미국이 일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수입 관세를 기존 4%에서

추가적으로 35%나 인상했을 때는 예고 기간이 15일뿐이었다.

9월 초에 중국 항구를 떠난 타이어는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3분의 1이나 값이 비싸졌다.

 

9. 규제의 변화를 추적하라.정부 정책의 변화는 기업의 비용 구조, 입지 결정, 규제 준수의 어려움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 규제의 리드타임은 경우에 따라 다르며 때로는 매우 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는 상장 기업이 자사 제품에 사용된 분쟁 광물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분쟁 광물이란 무장 조직이 주석, 탄탈룸, 텅스텐, 금 등의 광물에서 이득을 얻고, 광물의 채굴에 노예 노동을 이용하며, 광물 판매 수익을 무력 분쟁의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업들은 이 규제 시행 전에 1년의 유예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정부 조치들은 예고 기간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채로 실시된다. 2009 9, 미국이 일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수입 관세를 기존 4%에서 추가적으로 35%나 인상했을 때는 예고 기간이 15일뿐이었다. 9월 초에 중국 항구를 떠난 타이어는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3분의 1이나 값이 비싸졌다. 2011 12월 말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을 때, 이 조치는 예고 기간 없이 거의 즉시 적용됐다.31

 

정부 정책은 재무보고, 세금, 인적자원관리, 작업장 안전, 품질 요건, 오염 방출, 설비 등 기업 활동의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기업 내에서 법무나 준법 감시 혹은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로 일원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32

 

 

더 효과적으로 교란 징후를 발견하기 위한 4가지 방안

 

데이터는 교란 요인을 발견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는 않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IT 업체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Inc.) 직원들은 2012년에 콜로라도 산불 뉴스를 봤을 때 처음엔 걱정하지 않았다. 시스코는 그 지역에 제조 공장이나 공급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재가 시스코의 콜센터 중 하나에 피해를 입혔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33 위험 탐지 시스템은 고전적인 2가지 오류 가능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민감도가 너무 낮은 시스템은 중요한 교란을 놓치거나 너무 늦게 포착해 제때 발견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민감도가 너무 높은 시스템은 문제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자주 경보를 울려 대응에 드는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고 대응 담당자들에게양치기 소년의 불신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아래의 4가지 탐지 관리 조치는 어떤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하고 어떤 것에 즉시 대응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급망 지도를 그려라.날씨, 지진, 사회 동요, 정전, 정부 규제 등은 모두 지리적 속성이 강하다. 기업의 시설과 공급업체들의 위치를 지도화해 두는 것은 교란을 포착하기 위해 적절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선결 과제다. 시스코 같은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 핵심(tier 1) 공급업체들의 위치를 지정해 그 위치 데이터가 사건 모니터링 시스템에 입력되도록 한다.

 

분쟁 광물 규제와 이력 추적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적어도 공급망의 일부에 대해서라도 더 뒷 단까지(즉 공급업체의 공급업체까지) 지도화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Flextronics International Ltd. 최근 플렉스(Flex)로 사명을 바꿨다) 등 많은 전자 회사들이 전자산업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EICC)글로벌 e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Global eSustainability Initiative)’가 개발한 탬플릿을 분쟁 광물 사용을 보고할 때뿐 아니라 분쟁 광물 구매를 추적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실사할 때도 활용한다. 기본적으로 이 탬플릿은 각 공급업체가 자신의 공급업체들에도 탬플릿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하게끔 독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광물의 제련업체 단까지, 혹은 공급망의 더 뒷 단까지 조사를 확장한다.34

 

공급망을 지도화하는 것, 특히 더 뒷 단까지 지도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망 자체가 계속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다 더 뒷 단의 공급업체는 원 기업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망 지도를 그리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공급업체들은 여러 발주 기업들의 정보 제공 요구에 응하느라 행정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주 밀티파스에 본사를 둔 레질링크(Resilinc Corp.)는 차세대 공급망 소프트웨어의 대표 기업이라 할 만한데 기업들이 위와 같은 문제들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레질링크는 고객사의 공급업체 지도를 그리기 위해 공급업체들에 설문조사를 하고 그 정보를 보관해 둔다. 설문 조사는 공급업체 시설 위치, 하위 공급업체의 위치, 사업 연속성 계획, 회복 기간, 비상 연락 정보, 분쟁 광물 등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레질링크는 고객사의 자재명세서와 위험금액 정보를 그 고객사가 구매하는 부품들의 위치 정보와 견주면서 위험도가 높은 부품을 알아낸다. 이 소프트웨어는 각 부품의 생산지, 각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들, 각 제품이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각 공급업체의 위치에 대해 위험 금액을 추정한다.35

 

레질링크 이외에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레지언트(Razient),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의 메트릭 스트림(Metric-Stream) 등 여러 업체들이 지도화와 위험 탐지 소프트웨어를 컨설팅과 함께 제공한다. 트레이드 메리트(Trade Merit), CDC 소프트웨어(CDC Software), 맨해튼 어소시에이츠(Manhattan Associates)와 같은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리스크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개선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36 또 컨설팅 회사들도 공급망 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통해 고객사가 리스크를 평가·예방·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개발할 수 있게 돕고 있다.

 

IBM이나 시스코 같은 회사들은 자체 개발한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37 하지만 레질링크와 같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공급업체를 지도화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곳들은 주로 공급업체에 대한 설문을 통해 1차 정보를 얻는데, 한 공급업체가 설문에 답을 하면 그 공급업체에서 납품을 받는 다른 고객사를 위해서도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정보는 익명 처리된다). 대부분의 공급업체가 여러 개의 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서비스 업체가 갖고 있는 이러한네트워크 효과는 정보 수집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을 낮춰주고 정보 요구에 응하는 공급업체의 수고도 줄여준다.

 

 

글로벌한 사건들을 평가하라.기업들은 광범위한 모니터링으로 잠재적 위협을 포착하고자 노력한다. 모니터링의 목적은상황 인지. , 해당 기업과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여건을 시의 적절하게 반영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모니터링의 목적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기업이라면 전 세계에 걸쳐 사건 사고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수많은 잠재 위험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라도 전 세계를 살펴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지만 NC4와 같은 사건 모니터링 서비스 업체들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경보에서 대응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특정한 목적에 맞게 원 데이터를 관련성 높은 경보로 전환해 주는 서비스들을 활용한다.

 

예를 들면, 레질링크는 실시간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개의 사건 데이터 원천을 살핀다. 만약 어떤 사건이 어떤 공급업체에 영향을 미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고객사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생기면 레질링크는 영향권에 어떤 부품과 제품이 있는지와 위험금액이 얼마인지를 해당 고객사들에 발송한다. 2011년 태국에서 홍수가 났을 때 플렉스트로닉스는 레질링크의 도움으로 해수면 상승에 대해 1주일의 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38

 

잠재적 교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면 그 데이터가 활용될 사건 사고 관리 절차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스코는 교란을 관리하기 위해 모니터링, 평가, 활성화, 관리, 해결, 회복의 6단계로 된 사건 관리 라이프사이클을 사용하고 있다. 시스코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 응이 루(Nghi Luu)에 따르면 시스코는 사건의 예상보다는(예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모니터링과 조기 대응에 집중한다. 시스코는 사건 관리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매출 비중이 높은 제품들에 대한 교란 요인을 포착한다.코네티컷 주 스탠퍼드에 본사를 둔 리서치 업체 가트너(Gartner Inc.)에 따르면 이 대시보드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낮은 다섯 자리 숫자(the low five figures)인데 이 투자는 여러 차례 그 몫을 톡톡히 했다.39

 

시스코는 사건 사고 데이터를 구글 어스(Google Earth) 지도에 겹쳐서 영향권 안에 있는 공급업체의 위치가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사건 모니터링 업체 NC4의 서비스를 이용) 시스코의 사건 관리자들은 지도나 목록에서 사건들을 보면서 심각성, 상황, 분기 수입에 미칠 영향 등에 따라 요주의 목록에 등록한다. 또 시스코는 발생 중인 문제들을 포착하기 위해 해외 현지 직원이나 (그들의 용어로) ‘수많은 더듬이와 같은비공식적원천들도 활용한다.40 거래업체의 엔지니어들이 경영진은 아직 모르고 있거나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안들을 이야기해주는 경우도 많다.41

 

월마트(Walmart), 인텔(Intel), 시스코 등 많은 기업에서 사내의 여러 부서가 사건 모니터링 데이터를 공유한다. 공급망 담당 부서는 시설, 물류 채널, 공급업체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인사 담당 부서는 해외 파견이나 출장 중인 직원의 안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재무팀은 환율이나 신용등급 등 재무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데이터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만들라.전천후로 지상과 공중에서 비행기들의 복잡한 이동을 조정하는 공항의 관제탑(컨트롤타워)은 공급망 관리의 좋은 모델이다. 공급망 컨트롤 타워는 기술, 인력, 진행 절차가 모여 있는 중심지로, 공급망에 대한 데이터를 포착하고 그것을 사용해서 더 나은 장단기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게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물류 관리 업체 멘로 월드와이드(Menlo Worldwide LLC)의 폴 맥도널드(Paul McDonald)인력, 기술, 시스템이 한 곳에 있으면 훨씬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42

 

유니레버(Unilever) 2009년 폴란드에 울트라로지스틱(UltraLogistik)이라는 사내 조직을 만들었다. 유니레버의 유럽 지역 교통, 운송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구매와 영업에 필요한 교통 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 오라클(Oracle)의 교통 관리 시스템을 이용한다 - 비용을 절약하고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으며 가시성을 높였다. 또한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문제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게 됐다.43

 

공급망 컨트롤타워는 일상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게 1차적인 목적이지만 교란을 포착하고 사건 사고를 관리하며 대응을 조절할 때는 최전선에 선다.44 이런 점에서 컨트롤타워는 상설 비상상황실이나 마찬가지다. 컨트롤타워의 직원들은 예기치 못한 부품 부족, 운송 교란(항구 폐쇄나 세관 직원의 파업 등), 사고와 같은 교란의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며45  그에 따라 물품의 이동 경로를 조정하고 물품을 받아야 할 시설과 고객에게 알리는 등의 대응을 한다.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반응 시간을 향상시켜라.문제를 일찍 발견하면 그에 대응하고 피해를 완화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데이터를 더 자주, 그리고 교란의 원천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수집하면 문제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 서비스 업체들은 데이터마이닝을 이용해 교란을 발생 전에 예측하기도 한다. 뉴저지 주에 본사를 둔 베리스크 어낼리틱스(Verisk Analytics Inc.)는 데이터 과학을 이용해 다양한 사건 사고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임박한 지정학적 사건 사이에 상관관계를 찾아낸다.46

 

 

2012 4월 중순에 미국 중부 평원에 대규모 저기압이 형성됐다. NOAA/기상청 폭풍예측센터가 이례적으로 여러 날에 걸쳐 경보를 낼 정도로 강한 저기압이었다. 폭풍예측센터는 심한 폭풍이 60%의 확률로 오클라호마 주 중북부와 캔자스 주 중남부를 413일 금요일 오후와 저녁 시간대에 강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열차와 토네이도는 같이 갈 수 없다. 그리고 BNSF는 토네이도가 빈번히 출몰하는 미국 중부 지역(이른바 ‘Tornado Alley’)을 가로지르는 수천㎞의 선로에서 열차를 운행한다. BNSF는 펜실베이니아 주 스테이트 칼리지에 본사를 둔 어큐웨더(AccuWeather)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어큐웨더는 임박한 악천후를 포착·추적·예측·경보해주는데 고해상도 도플러 레이더 정보를 토대로 토네이도의 위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2012 4월의 그날, 어큐웨더는 토네이도의 징후를 오클라호마 주 노먼에서 포착했다. 지상에 토네이도가 상륙하기 30분 전이었다. 어큐웨더는 그 지역에 자주 부는 바람에 대한 정보와 토네이도 움직임에 대한 예측 모델로 예상 경로를 파악해 BNSF에 토네이도가 350분에서 430분 사이에 노먼을 지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네이도는 BNSF의 선로를 410분에 강타했는데 그때까지 BNSF는 대비할 시간이 40분이나 있었다.47

 

빠른 경보로 빠른 무장을

 

조기 발견은 CNN을 보거나,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거나 화재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보다 더 깊이 있고 광범위한 전략이다. 조기 발견은 특정한 단기간의 사건과 잠재적인 미래 사건 모두를 예의주시해야 함을 의미하며 공급망의 가시성을 높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부품과 물품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방식과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파악해야만 가능하다. 핵심은 조기 발견을 통해 미지의 것을 적시에 명확한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업이 교란 요인을 포착하는 데서 얻은 통찰을 조기에 활용하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

 

번역 |김승진 mafaldakim@gmail.com

 

 

요시 셰피(Yossi Sheffi) MIT 엔지니어링 시스템 교수이자 MIT 교통물류센터 소장이다. 이 글은 셰피의 최근 저서 <회복력의 힘: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가(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 MIT 출판부, 2015)>에 실린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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