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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Quarterly

100년 만의 변화, 소용돌이 같은 시대 디지털 의제들이 CEO를 기다린다

마틴 허트(Martin Hirt)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전략

디지털화(digitization)로 인해 경쟁규칙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화에서 뒤처질 위험이 가장 큰 기업은 다름 아닌 기존 기업들이다. 디지털 혁명의 결과로 생겨난 전략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기업의 CEO들은 다음의 6가지 결정을 반드시 내려야 한다.

 

 

1. 어떤 사업을 팔고 어떤 사업을 살 것인가?

2. 고객을 이끌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

3. 새롭게 등장한 공격자와 협력할 것인가, 경쟁할 것인가?

4. 다각화할 것인가, 디지털 프로젝트를 강화할 것인가?

5. 디지털 비즈니스를 별도로 운영할 것인가, 현재 운영 중인 비디지털 비즈니스와 통합할 것인가?

6. 디지털 의제를 CEO가 직접 처리할 것인가, 위임할 것인가?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Strategic Principles for Competing in the Digital Ag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한 유럽계 대형 보험회사에서 이사회가 답을 내놓으라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 보험회사는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영업사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보험을 판매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추는 모델을 사용했다. 강한 온라인 브랜드 평판과 신기술 덕분에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몇몇 고위급 관리자들은 상황이 나쁘지 않고 위협이 약화될 것이라 확신했다. 반면 또 다른 관리자들은 새로운 가격비교 웹사이트들을 적극 활용하는 젊은 고객층에선 보험을 갱신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사회는 디지털 위주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 기업들이 처음으로 비즈니스 환경에 대거 등장한 15년 전의 악몽 같은 나날들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을 듯하다. 당시 상당수의 기존 기업들은 인터넷 기업들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또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이런 위협 요인 중 일부가 사라졌다.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한 도전과제는 조금 다르다.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교묘하게 기존 기업과 고객 사이를 파고들어 가치사슬 내에서 수익성이 높은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등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 환경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기술 자체가 새롭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점적인 빅데이터에서부터 공개 데이터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한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나날이 발전하는 분석 역량과 처리 역량 덕에 여러 디지털 네트워크(디지털 네트워크가 클라우드 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에 정보를 확산시키는 알고리즘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용 스마트 기기 덕에 전 세계 사용자들이 정보와 컴퓨터 처리 능력에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이런 기술들의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전략 환경이 대폭 변화하고 있다. 경쟁구조와 비즈니스 진행방식이 바뀌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여러 산업의 성과가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어느 은행의 CEO는 은행업계가 100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고 이야기한다. 새롭게 펼쳐지는 추세와 파괴의 물결보다 앞서나가려면 여러 산업에서 활동하는 경영자들이 기존의 가정에 도전하고 자사의 전략을 검증해야 한다.

 

기회와 위협

디지털화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아져 여러 부문 사이에서 오랫동안 건재했던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와 동시에, 디지털 자산에 내재된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속성이 가치사슬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가치사슬 와해는 목적의식을 갖고 빠르게 움직이는 경쟁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기존 기업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또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고객 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1

 

앞으로는 디지털 역량이 기업의 가치 창출이나 가치 파괴에 점차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는 산업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다. 모든 산업이 획일적인 방식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다시 말해서, 먼저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고 파괴적인 기업이 등장한 후 이런 파괴적인 기업이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를얼리 어답터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발전한다. (그림 1) 곧이어 진보적인 기존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기존 기업들의 적응이 시작되면 고객의 수용 속도가 나날이 빨라져 산업의 디지털화 수준이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다다르게 된다. (디지털화 수준이란 해당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디지털화 수준을 일컫는다. 하지만 소비자의 디지털화 수준이 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결국, 과거에는 급진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무언가가 정상이 돼버리고 미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기존 기업은 사라질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새로운 역량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기업들은 영향력 있는 디지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소매 산업의 버버리가 좋은 사례다(Mckinsey.com에 있는 기사 ‘The Seven Traits of Effective Digital Enterprises’를 참고하기 바란다).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고객과 공급기업, 이해관계자,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거래를 위해 디지털 경로를 찾는 소비자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경로를 활용하면 미디어(: 그래픽과 영상)를 혼합하고, 맥락에 맞춰 메시지를 수정하고(위치 정보나 인구통계 정보 제공), 사회적 관계를 강화해(친구들이 공유하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와 요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 어디에서건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경로를 활용하면 거래 비용을 낮추고 거래 내용을 투명하게 기록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셜 기술이나 사물 인터넷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경영 결정을 개선할 수 있다.의사결정이 개선되면 다양한 비즈니스 부문에서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예컨대, 마케팅 자원을 좀 더 세심하게 할당할 수 있다. 개별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마케팅 자원을 할당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 또 산업설비의 손상도를 측정해 운영 위험을 완화시킬 수 있다.

 

P2P 제품 혁신이나 고객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나 운영 모델을 뒷받침할 수 있다.중국의 샤오미는 R&D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신형 휴대전화의 기능을 크라우드소싱한다. 텔스트라(Telstra)는 사용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을 토대로 추가비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크라우드소싱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나 운영 모델을 활용해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예컨대, 보드게임 개발자나 1인 매장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 후 직접 아마존에 판매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새로운 부류의 경쟁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산업 환경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대가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상대 기업의 역량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기업도 있다. 오늘날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추세 7가지가 말 그대로 디지털로 연결된 모든 기업에게 즉각적으로 도전과제나 기회, 혹은 둘 모두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7가지 추세

필자들은 선도 기업들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쟁을 새롭게 정의하는 7가지 추세를 찾아냈다.

 

1. 가격과 마진에 대한 새로운 압박

디지털 기술로 인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명성이 생겨났다. 디지털 기술 덕에 가격과 서비스 수준, 제품 성능을 비교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소비자들은 단 몇 차례의 클릭이나 손가락 동작만으로 여러 디지털 소매업체와 브랜드, 서비스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비교 가능한 기능과 단순한 상호작용을 향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런 역학으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가 상품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일부 은행들은 자사와 같은 전략을 택한 경쟁기업의 상품과 자사의 상품이 유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3자가 경쟁에 뛰어들어 기업과 고객 간 직접 거래를 가능케 하는 현상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여러 판매기업에 관한 정보를 종합해 소비자가 손쉽게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격비교 사이트의 등장이 바로 이런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유럽에서는 소매 체인들이 오랫동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소비재 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우유와 빵을 비롯한 기본 식료품의 가격마저도 꼼꼼하게 비교한 후 할인매장으로 달려가는 탓에 소매 체인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통합 정보 사이트 OK캐쉬백이 모바일 앱을 활용해 소비자의 쇼핑 행동을 파고들고 있다. 이 앱은 소비자가 5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판촉 정보를 모아주고 포인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역학으로 인해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여러 산업에서 수익이 하락하고 있다. B2B 부문에도 파괴적인 흐름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등장하는 경쟁기업

디지털 역학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오랫동안 제품 차별화의 원천이 됐던 요인을 약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통신이나 보험 부문에서 활동하는 웹 기반 서비스 공급기업들은 이제 사무실이나 지방 대리점으로 이뤄진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위험, 고객의 소득 및 선호도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브랜드를 구축할 때 투입되는 비용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브랜드에 집중하는 소비자의 태도로 인해 여러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 우체국은 자사의 물류 역량과 창고 시스템을 토대로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웹 소매업체 라쿠텐은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트위터 등 웹 부문의 유명 기업들은 구글 월렛(Google Wallet), 트위터 소매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산업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제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상당 수준으로 규모를 키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기업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소형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상대로 부상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소매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들은 몇 개의 하위 제품 범주를 선택해 소량의 제품에 한해 대폭 가격을 인하한다. 소규모 기업들이 이와 같은 전술을 활용하면 좀 더 규모가 큰 기업들 역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

 

3. 승자독식 역학

디지털 비즈니스를 하면 거래비용과 인건비가 줄어들고, 데이터 수집량 증가에 따라 규모에 대한 수익이 늘어나며,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디지털 인재와 지적 재산의 질이 개선된다. 비용 우위는 상당한 편이다. 온라인 소매업체의 직원 1인당 매출 수준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할인마트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경우도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비교 우위를 얻으려면 여러 해가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같은 정보 집약적인 비즈니스모델 내에서는 단기간에 비교 우위를 실현할 수 있다.

 

 

 

데이터와 인재 부문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보험 산업에서는 다량의 소비자 정보를 갖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전통적인 보험기업에 비해 위험을 좀 더 능숙하게 헤치고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가장 뛰어난 디지털 인재들은 디지털 분야의 전문성과 엔지니어 친화적인 문화로 잘 알려진 성공적인 신생기업들에 몰려든다. 결국 선순환의 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효과로 인해 디지털 비즈니스의 규모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에서 통합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와 같은 변화가 좀 더 자본 집약적인 비즈니스모델과 노동 집약적인 비즈니스모델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필자들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은행, 보험, 미디어, 통신, 여행 산업이 이와 같은 승자독식 역학에 특히 취약하다.

 

프랑스에서는 프리(Free)라는 신생기업이 브랜드 팬과 서포터들로 이뤄진 대형 디지털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아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프리는 여론을 주도하는알파 팬(alpha fan)’을 육성한다. 프리의 알파 팬들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하며 디지털 세계에서 신속하게 입소문을 퍼뜨린다. 프리가 전통적인 마케팅 활동에 지출하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는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였으며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2

 

4.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의 비즈니스모델

디지털화로 인해 거래 비용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로 가치사슬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3자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면 이와 같은 격차를 신속하게 메울 수 있다. 사실상 디지털 레고 블록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은 기업들이 물류와 IT 서비스, 온라인 소매상점(storefront)’인소싱(insourcing)’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쟁력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이런 기능을 구축할 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경우라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사의 가치사슬에 꽂아 넣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투자자문 비즈니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부문3 은 공인투자자문(registered investment adviser)이다. 공인투자자문들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찰스 슈왑(Charles Schwab), 피델리티(Fidelity) 등으로부터 공인투자자문들이 갖춰야 할 모든 역량을 지원하는 턴키 시스템(데이터 관리 및 운영 인프라 포함)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투자자문 자격증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자격증 소지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집단이 직접 투자자문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다.

 

여행 산업에서는 항공편, 호텔, 렌터카 등 여행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새로운 포털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3자가 제공하는 독립 상품을 이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이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패키지 상품들은 실시간으로 통합되며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공급자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접근하기가 수월해진 탓에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5. 디지털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

디지털 부문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노동력을 상당 부분 대체한다. 은행에서 처리되는 프로세스 700여 개 중에서 구좌 개설, 자동차 구입 자금 대출 등 절반가량은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는 컴퓨터의 역량 또한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IBM의 왓슨(Watson)을 비롯한뛰어난 기계(brilliant machine)’들이 수많은 콜센터 직원의 자리를 대신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종양 진단을 비롯한 기술 집약적인 영역까지도 기계로부터 도전받을 가능성이 있다. 왓슨은 환자의 몸을 관찰하고 방대한 양의 의학 연구와 환자의 MRI 결과를 저장하는 능력을 발판 삼아 숙련된 의사보다 훨씬 정확하고 신속하게 암을 진단한다. 기업 내에서 디지털화가 넘볼 수 있는 지식 업무 역시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디지털화를 활용하면 최고 경영진을 위한 정보를 통합하고 수많은 현장 일자리와 중간급 관리직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기업들은 자동화할 수 없는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데이터 과학자, 디지털 전략을 지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설계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위급 관리자들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자동화를 통해 절감한 비용을 뛰어난 인재에게 재할당해야 한다. 어느 글로벌 기업은 만 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하는 동시에 디지털 부문에 직원 3000명을 충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결정이 전략적인 비즈니스 행보로 끝나지 않고 디지털 발전과 관련된 기회와 도전과제를 공공정책 문제로 발전시키는 등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6. 세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수렴하는 현상

디지털 기술에는 국경이 없으며 단일화된 경험을 향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표준화하라는 글로벌 기업을 향한 압박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B2C 영역을 살펴보면, 상당수 미국 소비자가 새로운 패션을 즐기기 위해 영국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인터넷 쇼핑을 즐기곤 한다. (‘디지털화는 글로벌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참조.) 해외 사이트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은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작동하는 지불 시스템, 해외 유통, 균일한 고객 경험을 기대한다.

 

디지털화는 글로벌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산업의 경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 금융, 인재의 전통적인 흐름 역시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필자들이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흐름: 무역과 금융, 사람, 데이터가 세계 경제를 어떤 식으로 연결하고 있는가(Global flows in a digital age: How trade, finance, people, and data connect the world economy)’에서 설명했듯이 이 모든 현상이 위험천만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림 2) 변화 속도는 나날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8배나 증가한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이 2025년까지 또다시 8배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는 세 가지 방식으로 한계 생산 비용과 유통 비용을 대폭 낮춰 글로벌 흐름을 변화시키고 있다.

 

 

첫째, 디지털화는 B2B 영역과 B2C 영역에서 순수한 디지털 재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음악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이동되고 복제되는 디지털 소비재의 양이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휴대용 기기를 사용해 가상 재화와 디지털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은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했다. 디지털화는 사람들의 물리적인 흐름마저도 가상의 흐름으로 바꿔놓고 있다. 이런 변화 덕에 사람들은 글로벌 협력을 위한 도구를 활용해 회사에 직접 출근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제조 부문에서는 3D 인쇄용 디지털 설계 파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중앙 집중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물리적인 재화를 운송하지 않고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화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따라 이동하는 재화에 관한 정보를 포장하는디지털 포장지(digital wrapper)’를 활용해 물리적 흐름의 가치를 높인다. 예컨대, 온라인 사용후기나 고객 평점은 고객이 제품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날이 보편화되고 있다.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있는 디지털 태그와 센서는 물체를 인식하고, 거래, 제품 위치, 사용 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와 같은 포장지는 지불 시스템에서부터 공급망 관리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애플이 디지털 추적 기술이나 공급망 관리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수많은 나라에서 조달한 451개의 부품을 이용해 아이팟을 조립하려 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디지털화의 결과물로 탄생한 온라인 플랫폼은 한층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과 국제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면 좀 더 많은 양의 재화와 서비스가 좀 더 신속하게 새로운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만들고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이 세계 무역 확대에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 정보 흐름 부문에서 새롭게 등장한 여러 온라인 시장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혁신을 장려한다. 설계자들이 제품설계를 업로드하고 3D 프린터를 활용해 물리적인 재화를 생산해내고 물류와 지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도 있다.

 

- 자크 버긴(Jacques Bughin)·제임스 매니카(James Manyika)·올리비아 노테범(Olivia Nottebohm)

자크 버긴(Jacques Bughin)은 맥킨지 브뤼셀 사무소 이사, 제임스 매니카(James Manyika)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이사 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 이사, 올리비아 노테범(Olivia Nottebohm)은 실리콘 밸리 사무소 소장이다.

 

 

 

I

II

III

IV

 

 

출처: 아이리서치(iResearch), 텔레지오그라피(TeleGeography); 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미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분석 자료. 

 

은행에서 통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B2B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B2B 시장의 기업 구매 고객들은 국경에 구애하지 않고 표준화돼 있으며,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통합되며, 구매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손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공급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어느 글로벌 은행은 자사의 주요 고객들이 추구하는국경 없는 전략을 고려해 자사의 서비스를 조정했다. 이 은행은 과거에는 국가나 제품별로 나뉘어 있던 여러 개의 접점을 통합해 20개국에서 일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웹사이트를 개발했다.미국의 어느 기술 기업은 규모가 큰 고객에게 각각 맞춤형 글로벌 포털을 제공했다. 맞춤형 글로벌 포털은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주요 고객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부품의 가격 및 입수 가능성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7.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비즈니스모델

디지털화는 원스톱 여행이 아니다. 음악 시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음악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비즈니스모델이 테이프와 CD, 그다음에는 MP3를 판매하는 모델에서 스포티파이(Spotify) 서비스와 같은 구독 모델로 바뀌었다. 운송 부문에서도 디지털화, 즉 모바일 앱과 자동차에 내장된 센서,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의 결합으로 인해 효과적인 비소유 모델(nonownership model)이 확산됐다.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이 자동차를 사용한 시간이나 일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 짚카(Zipcar)를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 계속해서 무인자동차를 시험하는 구글의 행보를 보면 좀 더 근본적으로 가치를 이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모델이 확대되면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좀 더 자동화되고 안전한 기능을 요구하는 자동차 구매자들의 폭발적인 수요에 적응해야만 한다.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운행되는 수송차량 등 자동화로 인해 운송비가 내려가고, 알아서 충돌을 피하는 자동차로 인해 운전자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요인이 변화함에 따라 트럭 운송, 보험 등과 같은 관련 비즈니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인 도전과제 관리: 중요한 결정 6가지

이런 상황에서 전략을 재고하려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신중하게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결정 6가지를 살펴보자.

 

결정 1: 어떤 사업을 팔고 어떤 사업을 살 것인가?

디지털 세상에서는 일부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이 약화된다. 뿐만 아니라 경쟁을 위해 필요한 역량 역시 변화한다. 따라서 목표로 하는 재무상태에 도달하거나 필요한 인재와 시스템을 통합하려면 기업이 보유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테스코는 가전제품 부문에서 디지털 경쟁을 벌이기 위해 2년 동안 상당한 규모의 디지털 인수를 여러 차례 추진했다.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소매업체 세포라는 최근 고객의 매장 내 쇼핑 경험을 개선시키는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 센트사를 인수했다. (센트사가 개발한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제품 동영상을 시청하고, 피부 관리 및 향수 유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고, 제품추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포라의 관리자들은 경쟁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이고 좀 더 신속한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센트사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4

 

규모가 충분하지 않거나 디지털 역량이 상당히 취약한 기업이라면 분사나 투자 축소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직접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위험을 세심하게 조정하는 역량을 지닌 디지털 기업에게 위험 관리를 맡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DMGT는 일부 지역에서 발행되는 출판물을 처분하고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출판물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는 등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인쇄 부문에서는 까다로운 구조적 결정을 내린 반면 디지털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투자를 2배 늘렸다. 미국 유통업체 홈디포는 신규 점포 설립보다 나날이 증가하는 온라인 판매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대한 규모의 새로운 창고를 세우는 방안을 강조하는 투자전략을 활용한다. 지금껏 여러 웹사이트를 인수해온 홈디포는 올해 블라인즈닷컴(Blinds.com)을 추가로 인수했다.5

 

결정 2: 고객을 이끌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

기존 기업들에게도 파괴적인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의 어느 부동산 중개업체는 디지털 경쟁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을 토대로 웹 기반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중개업자에게 개방했다. 그중 상당수가 경쟁상대였다. 이 업체가 개발한 웹 기반 플랫폼은 전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부동산 중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시장점유율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디지털 행보를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규제와 관련된 복잡성이 높고, 지속적인 이윤 확보를 보장하는 특허가 있는 산업에서는 특히 디지털 행보를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경쟁기업의 가치 제안을 신속하게 모방하거나 자사를 위협하는 경쟁기업을 인수하면 공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동시에 막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과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협력을 하는 편이 낫다.

 

이와 같은 양극단 사이에는 너무도 흔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화를 위한 노력으로 인해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매출이 줄어들 위험이 커지고 마진이 덩달아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런 대처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 역시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상당한 고객층을 보유한 기존 기업이 기존 구매자에 대한 사내 데이터를 활용하면 가격 책정 및 유통채널 관리 등에서 자사를 공격하는 중소기업들보다 더 예리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 우위 역시 기존 기업들이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업보다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결정 3: 새롭게 등장한 공격자와 협력할 것인가, 경쟁할 것인가?

디지털 파괴가 진행 중인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대기업이 마치 피라니아 떼의 공격을 받는 고래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과거에도 신생기업 1∼2개가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숫자가 수십 개에 달할지도 모른다. 각 기업의 개별적인 공세 자체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고통스럽기는 하다. 페이팔은 지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으며, 아마존은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경쟁기업의 가치 제안을 신속하게 모방하거나 자사를 위협하는 경쟁기업을 인수하면 공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동시에 막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과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협력을 하는 편이 낫다.

 

산탄데르 은행은 최근 펀딩서클이라는 신생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산탄데르는 일부 고객들이 P2P 대출 서비스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세계적인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같은 깨달음을 토대로 산탄데르는 시장에 진입하는 기술 기업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몇몇 영국 은행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축해 휴대용 기기에서 사용 가능한 페이엠(Paym) 지불 서비스를 개발했다. 영국의 고급 식료품 업체 웨이트로즈는 자체적으로 디지털 상품을 선보이기에 앞서 신생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디지털 경로를 구축하고 가정배송 서비스를 추진했다.

 

전통적인 문화에서는 디지털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 부문과 주력사업 부문을 지휘하는 고위급 관리자들 사이에서 영역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기술 자체가 협력을 토대로 하는 혁신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캐피털 원(Capital One)은 캐피털 원 랩스(Capital One Labs)를 설립해 자사의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제3자들에게 공개했다. 별도의 자본 지출 없이 캐피털 원의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제3자들은 캐피털 원의 위험/신용 평가 역량을 활용하는 동시에 자사의 가치사슬을 따라 다양한 영역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결정 4: 다각화할 것인가, 디지털 프로젝트를 강화할 것인가?

디지털화로 인한 기회와 도전과제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자들은 어디에 새롭게 투자를 해야 할지 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각화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고픈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혁신적임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은 탓에 오랫동안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경쟁기업이 쉽게 모방하는 경우도 많다. 프라이빗에쿼티 펀드처럼 생각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여러 프로젝트에 종잣돈을 제공하되 단기간에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폐지하고 진정으로 파괴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중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5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제약회사 머크의 글로벌 건강혁신 펀드는 2010년부터 건강 정보학, 맞춤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개 이상의 신생기업에 투자해왔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그 외에도 BMW, 도이치텔레콤 등 여러 기업이 디지털 신생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있다.

 

반대로,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엄청난 가치가 걸려 있는 산업의 경우라면 이런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유럽의 어느 은행은 주택 구매를 비롯한 12개의 고객 결정 여정(customer decision journey)6 이 전체 프로세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는 반면 전체 비용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련 부분에 디지털 투자를 집중시켰다. 세계적인 제약기업은 환자들이 자사에서 제안한 투약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따르도록 돕기 위해 의료보험 회사들과 손잡고 데이터를 통합하는 등 디지털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제약회사는 임상실험에 적합한 환자를 찾고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치료결과를 추적하기 위해 모니터와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도록 환자들을 설득하는 프로그램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고객이 다양한 경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특급배송 시스템 및 재고관리시설 개발에 주력했던 노드스트롬은 모바일 쇼핑을 지원하는 앱, 키오스크, 여러 경로에서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역량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

 

결정 5: 디지털 비즈니스를 별도로 운영할 것인가, 현재 운영 중인 비디지털 비즈니스와 통합할 것인가?

디지털 활동을 물리적인 비즈니스와 통합하면 추가로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 예컨대, 고객에게 다중경로 역량을 제공하거나 기업들이 공급망 네트워크를 비롯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문화에서는 디지털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 부문과 주력사업 부문을 지휘하는 고위급 관리자들 사이에서 영역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부가 상충하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세계적인 은행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전문기관(center of excellence)을 신설했다. 최고전문기관에 소속된 디지털 전문가들에게는 각 사업부에게 조언을 하고 각 사업부가 디지털화를 위한 도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디지털 팀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디지털 팀은 결국 실무를 담당하는 사업부와 통합된다. 영국의 백화점 체인 존루이스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1년에 바이닷컴(Buy.com)7 영국 사업부를 인수했다. 한동안 바이닷컴 영국 사업부를 별도로 운영하던 존루이스는 결국 바이닷컴을 자사의 핵심 사업 부문과 통합했다. 반면 월마트 스토어스(Wal-Mart Stores)는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사업부를 본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했다. 물론 다각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독립적인 조직과 잘 통합된 디지털 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결정 6: 디지털 의제를 위임할 것인가, 직접 처리할 것인가?

디지털 의제를 추진하려면 고위급 경영진이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객 행동과 경쟁 상황은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다양한 기능 부문에서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CEO의 참여가 요구될 수도 있다. 어느 글로벌 기업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제품설계를 책임지고 있었던 R&D 부서는 디지털 경로를 통해 성공적으로 유통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가격 압박을 받고 있던 어떤 사업부는 기능 부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백오피스 재설계에 필요한 상당 수준의 투자를 이끌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간파한 CEO가 개입해 새로운 접근방법, 즉 클라이언트의 결정 여정을 중심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디지털화와 관련된 기능 문제와 지역 문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상황에 처한 일부 기업들은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나 이에 준하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고 있다. 디지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디지털 의제를 중점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의 약국/소매 체인 월그린스(Walgreens) 6년 전에 세계적인 기술 기업에서 디지털 인재를 스카우트해 디지털 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자리에 앉혔다. 월그린스의 신임 디지털 사장은 드럭스토어닷컴(drugstore.com) 인수를 추진하는 등 많은 성과를 올렸다. 드럭스토어닷컴은 월그린스에 인수된 이후에도 줄곧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드럭스토어닷컴 인수는 월그린스의 역량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됐으며 드럭스토어닷컴이 월그린스의 기존 사이트 월그린스닷컴과 공유하는 디지털 인프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직 최고디지털책임자에게만 의존해 디지털 의제를 추진하려 들면 발칸화(balkanization, 구성요소가 고립된 섬처럼 분열되는 현상) 위험이 따른다. CEO와 달리 넓은 시각과 깊이 있는 판단력을 갖지 못한 탓에 최고디지털책임자가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마케팅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편협한 문제에만 주목할 수도 있다. 혹은 최고디지털책임자가 특정사업 부문의 책임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해당 사업부의 손익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할 뿐 조직 내 여러 기능 부문들로부터 실행을 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영향력이나 권위는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CEO가 상의하달 방식으로 디지털 의제를 직접 관리하고 이끌어나갈 수도 있다. 기업이나 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 디지털화가 가장 중요한 3대 의제 중 하나인 경우. 디지털 사업 부문이 조직 전반으로부터 상당한 자원을 지원받아야 하는 경우. 새로운 디지털 우선순위를 추구하려면 여러 사업부와 기능 부문 내에 존재하는 정치적인 장애물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경우. 셋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CEO의 직접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CEO와 이사회가 어떤 조직 모델이나 리더십 모델을 선택하건 디지털화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목표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는 끝나지 않는다. 디지털화 활용은 확실하게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여정이다. 계속되는 리더십 경험이며, 새롭게 펼쳐질 경쟁과 성장의 시대에 맞춰 기업의 입지를 수정하기 위한 흔치 않은 기회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감사의 말씀

이 글의 저자들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툰데 올란레와주(Tunde Olanrewaju)와 멍 웨이 탄(Meng Wei Tan)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마틴 허트 · 폴 윌모트

마틴 허트(Martin Hirt)는 맥킨지 타이페이 사무소 이사, 폴 윌모트(Paul Willmott)는 런던 사무소 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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