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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gan Management Review

관리자의 시대가 끝났다고? 스마트한 리더가 기업 살린다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 |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질문

관리자들의 권한이 중요시되는 시대는 끝났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오늘날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관리자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 긴급한 의사결정이 요구되고 지식이 집중돼 있으며 다양한 결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관리자가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 오늘날 관리자들이 수행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이 적용하기 바라는 조직 목표와 원칙을 정의하는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가을 호에 실린 코펜하겐 경영대학원 전략 경영/국제화 교수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 미주리대 응용 과학 교수 피터 G. 클라인(Peter G. Klein)의 글 ‘Why Managers Still Matter’를 번역한 것입니다.

 

 

연구 내용

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실험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선두적인 기업의 내부 조직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연구를 토대로 이 글을 작성했다. 필자들은 의료기기, 장난감, 제조, 금융 서비스 등 여러 산업에서 활동하는 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연구와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결정 권한, 유인 수단의 구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비롯한 조직 설계 현황이 문화, 암묵적인 역량, 조직 구조 및 행동과 관련된 그 외의소프트요인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고 결론 내렸다. 성숙한 기업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 및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들은 단일 기업을 상대로 사례 연구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통계 분석했다.

 

필자들은 최신작 <기업가적인 판단력을 체계화하라(Organizing Entrepreneurial Judgment)>에서 기업 내에서 기업가적인 진취성과 혁신,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법에 대한 보편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i 뿐만 아니라 포스는 양적 연구와 설문조사를 토대로 기업 내에서의 권한 위임을 주제로 하는 여러 건의 글을 발표했으며ii 덴마크 기업에서 관찰된 내부 조직 변화에 대한 사례 연구를 소개하는 <조직과 경영을 혁신하라(Innovating Organization and Management)>iii 를 공동 집필했다. 포스는 티나 새비(Tina Saebi)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제로 하는 신간 <비즈니스 모델 혁신: 조직적인 측면(Business Model Innovation: The Organizational Dimension, 옥스퍼드대 출판부, 출판 준비 중)>을 편집 중이다. 이 책은 관리자의 권한과 조직 설계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클라인은 금융 서비스와 제조 부문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이 관리자의 권한과 권한 위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술과 시장 상황, 조직 구조가 어떤 식으로 함께 진화해왔는가를 주제로 하는 여러 건의 실증적 연구를 발표했다.iv

 

 

 

 

우리는 지금 지식을 기반으로 하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관리자들의 권한 감소가 신경제(new economy)의 특징으로 여겨져 왔다. 온라인 소매업체 자포스(Zappos)를 비롯한 현대적인 조직들은 권한이 넓게 분산돼 있는평평한 위계질서(flat hierarchy)’를 선호하게 됐다. 필자들은 이런 기업을위키화된 기업(wikified company)’이라 부른다. 위키피디아(Wikipedia) 백과사전 프로젝트 덕에 널리 알려져 왔으며 경영 전문가와 컨설턴트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구조, 즉 느슨하게 조직돼 있으며 평등이 중시되고 상향식으로 구성된 구조를 나타내기 위해 위키(wiki)라는 접두사를 사용했다.1

 

현대 기업들이위키화되는 현상은 일부 경영학자와 전문가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주에 위치한 퀸즐랜드대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Queensland Business School)에서 연구 중인 저명한 혁신 경영 전문가 팀 카스텔(Tim Kastelle)은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경영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모든 사람을 책임자로 만드는 것이 훌륭한 출발점이다.”2

 

매우 전통적인 시장 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은 수년간관리자 없이 관리하는(managing without managers)’3 자사의 시스템을 자랑해 왔다. 또한 시장의 힘과 잘 설계된 유인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면 경영 활동을 분산시키고 진취적으로 활동하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으스댔다.4 예컨대, 위스콘신 주 셰보이건 폴스에 위치한 존슨빌 소시지(Johnsonville Sausage) 1980년대에 관리자들의 감시 감독 업무를 줄이고 근로자들로 이뤄진 팀에게 품질 관리, 인사 관리, 고객 관계, 비즈니스 확장 등을 모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빌 CEO 랠프 스테이어(Ralph Stayer)내가 해야 할 일은 관리자의 역할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5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내 수공업 형태의 소규모 생산 방식이 쇠퇴하고 통합형 대기업이 등장했다. 또한 비즈니스 역사가 알프레드 D. 챈들러 주니어(Alfred D. Chandler Jr.)가 묘사한 경영진이라는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대신하게 됐다.6 하지만 이제 추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듯하다. 19세기 말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 분야의 선구자로 여겨졌던 프레드릭 W. 테일러(Frederick W. Taylor)는 유순하고 순종적인 근로자들이 엄격하게 조직된 공장에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이런 형태의 공장이 기술 수준이 높고 자율성을 갖고 있는 지식 근로자들로 이뤄진 느슨한 구조의 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7 사실, 경영진이라는보이는 손이 느슨한 네트워크, 가상 기업, P2P(peer-to-peer)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8

 

그렇다고 해서 자주적이고 결단력 있는 관리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독선적인 인물이 매우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여럿 관찰됐다. 가령, 애플(Apple)의 전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독재적이라는 표현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을 고수했다. 작가 애덤 라신스키(Adam Lashinsky)는 잡스 생전에는 1명의 경영자가 손익 계산서를 책임졌으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CFO였다고 설명했다.9 어떤 관점에서 보면 권한이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방식은 위키화된 기업을 떠받치는 철학과 온전히 일치한다. 각 기능 부문을 이끌어나가는 경영자들이 예산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면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해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그룹(Lego Group)은 최근에 좀 더 중앙집중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레고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영진 내의 계층을 줄였다. 그와 동시에 각 기능 부문의 전문가를 최고경영진으로 영입하고 고위급 관리자들이 운영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최고경영진의 규모를 늘렸다. 다시 말해, 레고는 좀 더 위키화돼 있는 동시에 경영진 주도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고 사례는 좀 더 포괄적인 추세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포함된 300개 기업의 경영진 위계질서와 보상에 관해 14년간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계층의 수를 줄이고있지만 경영팀(직접 CEO에게 보고하는 직위에 앉아 있는 사람)의 규모는 5명에서 10명으로 오히려 2배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이 운영 결정에 간섭하는 빈도가 좀 더 잦아졌다.10 그 결과는 통념과 달리 반직관적이다. 평평한 구조가 수직적인 위계 질서에 비해 훨씬 더 사소한 일까지 관리하며 세부 사항을 통제(micromanagement)한다.

 

관리자의 권한은 여전히 유효하다

필자들은 경영자들에게 권한을 주는 방식이 점차 구식이 돼 가고 있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들은 (1) 분초를 다투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2) 핵심적인 지식이 경영팀 내에 집중돼 있는 경우, (3) 내부적인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경영자들이 반드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내용참조.) 이런 조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 즉 네트워크화돼 있으며, 지식 집중적이고, 초경쟁적인 경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처리하는 수많은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떠올려보면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거나 진척 현황을 감시할 상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개입이 오히려 의욕을 꺾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화된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매우 뛰어난 전문가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분산된 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경제하에서는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이 조직 상부에서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권한’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관리자들은 방법과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명시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직원들이 적용하기 바라는 원칙이나 달성하기 바라는 목표를 정의해야 한다. 직원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명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게임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위키피디아의 공동 설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위키피디아에 올라오는 내용을 일일이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웨일스와 동료들은 위키피디아가 활용하는 구조(콘텐츠 구성 방식, 콘텐츠 수정 방법, 논쟁 해결 절차)를 설계했다.11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권한은 리더십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한이 리더십의 한 가지 유형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12 보상, 설명, 규칙, 의사소통 등과 관련된 확실한 지침 이외에도 직원들이 변화에 반응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예컨대,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직원들이 상사의 허가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직원들도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유능한 리더들은 이와 같은 틀을 훌륭하게 정의한다. 계획적인 구조나 설계 없이 조직 문화가 모습을 드러내고 확산되도록 내버려두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직원들을 희생시킨 대가로 또 다른 직원들이 이익을 얻는 무질서한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심각한 문제로 꼽을 수 있다.13

 

직원들이 행동하고 협력하는 기반이 되는 틀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오늘날 조직 구성원들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지식 공유를 통해 협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와 동시에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기술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특징 또한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맞닥뜨린 이와 같은 도전과제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탓에 관리자들은 자사 직원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번성하려면 전통적인 관리자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기업이 활동하는 조직적인 틀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지식 경제에서 최고경영진이 수행해야 할 주요 과제는 조직 차원에서 게임의 규칙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칙과 틀을 정의하는 절차 자체를 위임하고 맡길 수도 있다. 경영 컨설턴트 게리 하멜(Gary Hamel)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략을 고안하고, 성과를 검토하고, 업무를 분배하고, 보상을 나누는 일 등 조직을 경영하고 이끌어나가기 위한 업무 중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조직의 가장자리로 분산될 겁니다.”14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위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중앙에 위치한 관리자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조직 설계를 구성하는 여러 측면 가운데 경제학자들이유인 수단(incentive instrument,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공식적·비공식적 요인)’이라 부르는 측면이 특히 중요하다. 이런 수단을 설계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런 수단이 서로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 간의 협력을 장려하는소프트(soft)’ 문화와 강력한 성과 유인 수단을 함께 활용하기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요소를 적절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제하에서는 관리자들이 유인 수단의 설계 상태를 자주 점검해야 한다. 경제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할 때는 기업들이 활동 및 조직 구조를 수정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새로운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유인 공식(개개인의 성과나 팀의 성과, 기업의 성과와 유인 수단을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할 것인가)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유인 수단을 강화해야 할 수도 있고 약화해야 할 수도 있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용접 기기 생산업체 링컨 일렉트릭(Lincoln Electric) 8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정교한 성과 유인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보상 시스템이 너무도 훌륭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링컨이 별다른 노력 없이성과 유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링컨은 보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왔다.15

 

유인 수단을 수정하는 업무에서 규모의 경제와 학습의 경제를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유인 수단 수정 업무를 중앙집중화해야 한다. 이사회는 보상위원회에 이와 같은 역할을 맡기며 기업은 관리자들에게 이와 같은 역할을 맡긴다. 뿐만 아니라 지식 근로자, 즉 기술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인재가 자사의 핵심 자산이라면 좀 더 주관적인 성과 평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주관적인 평가를 실행하고 실시하는 존재가 바로 관리자다.

 

관리자가 권한을 가져야 할 때

네트워크화돼 있는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 조직 구조,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뜻밖의 경쟁상대가 시장우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애플의 아이폰(iPhone)은 스마트폰 카테고리를 새롭게 정의했다. 블랙베리(BlackBerry)와 노키아(Nokia)를 비롯해 한때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들은 엄청난 충격에서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찬가지로 택시 회사와 호텔 체인들 역시 리프트(Lyft)나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 차량 공유 서비스나 숙박 공유 서비스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 줄 예상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역사를 돌아보면 트랜지스터의 등장에 허를 찔린 증폭기 생산업체, PC의 도입과 확산을 전혀 예상치 못한 미니 컴퓨터 제조업체, 소규모 제철소의 등장에 깜짝 놀란 수직 통합 제철업체 등 기습 공격을 당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기술, 규제, 글로벌 경쟁 분야에서 엄청난 충격을 견뎌낸 기업 중 상당수는 매우 권위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경영하는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재건 성공 사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 재건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잡스는 개인용 정보 단말기 플랫폼 뉴튼(Newton)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협력 관계를 맺는 등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애플, IBM, 닛산(Nissan) 등 위기에서 벗어나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신화에서 스티브 잡스,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등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가 재건의 주역으로 꼽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직은 다양한 접근방법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한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업무 조직과 경영팀은 의사결정을 위해 대화와 의견 일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의 경우가 그렇듯 대화를 나눈 후에 투표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결정 권한을 최대한 분산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접근방법에는 장점이 있다. 대화와 의견 일치를 강조하는 접근방법은 직원들에게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인식과 심리적인 주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분산된 의사결정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직원들이 상사와 상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전문화된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관리자의 권한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긴급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결정적인 지식이 최고경영팀 내에 집중돼 있는 경우, 다양한 결정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관리자의 권한이 중요하다.

 

의사결정의 긴급성.기업 차원의 의사결정, 대규모 거래가 포함된 의사결정 등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결정도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 되돌아보면 앞서 내린 결정이 차선책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결정을 미루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개방적이고 상호적인 업무 환경과 기술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라면 아직까지 한 사람의 고위급 관리자나 소수의 관리자들에게 결정을 맡기는 방법이 가장 좋다. 고위급 관리자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정보 공유를 위한 시간 투자가 오히려 결정 지연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심지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요약하자면, 결정 권한을 중앙집중화시키면 좀 더 협력적이고 의견 일치를 중시하는 접근방법으로 인해 결정이 지연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군대와 병원을 비롯한 모든 조직들이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에 봉착했을 때 중앙집중화된 권한에 의존하는 확인된 경향과도 일맥상통한다.권한을 중앙집중화하면 필자들이결정적인(decisive)’ 지식이라 부르는 대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16

 

지식 근로자, 즉 기술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인재가 자사의 핵심 자산이라면 좀 더 주관적인 성과 평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주관적인 평가를 실행하고 실시하는 존재가 바로 관리자다.

 

결정적인 지식.훌륭한 결정을 내리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의 지식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저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할 정도면 된다. 의사결정권자가 추가적인 정보(얻으려면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계 비용과 한계 편익을 비교해야 한다는 경제 원리는 우리에게 제조 품질이 완벽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적절한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매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생산 원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가치를 능가하는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특정한 시장에서 규칙적이고 계절적인 패턴을 따라 판매가 이뤄지면 값비싼 수요 예측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추가로 정보를 얻어봤자 역사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추정치에 그다지 추가될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의 판매 데이터만 있으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조직 설계를 위해서는 언제 지식이 결정적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조직 위계 질서상 아래쪽에 위치한 의사결정권자들은 대개 상사들보다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해 좀 더 뛰어난 정보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상사가 이미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다시 말해서 상사가 결정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면,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면 현지의 의사결정권자가 현지에서만 습득 가능한 지식을 활용해 회사 전체의 사명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현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에 매우 커다란 가치가 숨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정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최종 결정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다른 사람들이 미미하게나마 좀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관리자가 권한을 갖는 접근방법과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접근방법을 적절히 섞어라

경영자들이 권한을 좀 더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정도의 권한 위임이 적절할까? 조직 설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조화롭게 굴러가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 어떻게, 권한을 활용해야 할지 결정하고 싶다면 다음 질문을 고려하기 바란다.

 

1.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한 치의 오차도 없는 올바른 결정과 신속하되 적당히 괜찮은 결정 중 어떤 것이 더욱 중요한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면(즉 긴급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화나 의견 일치를 기대하기보다 고위급 관리자들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조직 입장에서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2. 직원들이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언제 알게 됐는가?고위급 관리자, 중간급 관리자, 직급이 낮은 직원 중 특정한 결정과 관련된 중요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조직 하부에 위치한 지식을 깔끔하게 요약해 좀 더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위키화된 경제모델은 관련 지식이 암묵적이고 넓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급적 널리 위임해야 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실제 업무에 좀 더 근접한 직원들이 현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 전략, 전반적인 시장 상황, 법률 문제, 규제 문제, 그 외의 중요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고위급 관리자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현지 정보를 최고위급 관리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3. 어떤 지식이 정말로 중요한가?올바른 결정을 내리려면 각 의사결정권자가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가? 추가로 정보를 얻기 위해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최고경영진이 결정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가? 고위급 관리자들이 알아 두면 좋을 만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한다 하더라도충분히 괜찮은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정보를 빠짐없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

 

4.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이 확고한 권리로 발전했는가?직원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예산을 마음대로 운용하고 원하는 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의사결정권을 빼앗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손실 회피 심리(loss aversion)라는 행동경제학 개념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보다 손에 넣었다가 잃어버린 것을 좀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중앙집중화가 비용을 능가할 정도로 커다란 이익을 얻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또한 관리자들은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5. 절차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가?직원들에게 구조적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투명한 절차가 마련돼 있는가? 자율성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자율성과 책임에 대한 자신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며 이런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느끼는가?

 

6. 기업 구조 변화에 관한 내용이 계획에 포함돼 있는가?기업 구조와 전반적인 전략을 일치시켜야 한다. 기업 구조는 기업 자산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대한 전략 변화를 추진하면 대개 기업 구조 역시 변화한다. 전략 계획을 수립할 때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같은 전략적인 변화를 장려하기 위해 어떤 구조 변화가 필요한지 고려해야 한다. 

 

결정 간의 상호의존성.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은 대체로 상호의존적이다. 예컨대 전기자동차를 한층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려면 기술 인터페이스 표준, 에너지 공급 업체, 적절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는 충전소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의 개입을 적절히 조정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복잡한 활동을 사내에서 관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관련 활동들을 긴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주체와 협력하려면 다른 누군가에게 중요한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허용해야 할 수도 있다.

 

상보성 이론은 이와 같은 유형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17  비즈니스 활동과 관계, 기술, 규제가 상호 보완적이면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기가 힘들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를 변화시키려면 나머지 요소들 역시 변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유전자 조작 제품을 상업화하려면 근원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씨앗 마케팅, 지적재산권 보호, 가공, 유전자 조작 제품과 그 외의 제품들을 구분하는 전달 메커니즘 등에도 상호 보완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명공학 혁명으로 인해 농업 생산 및 유통 분야가 좀 더 수직적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다.

 

권한과 위임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

역동적인 세상에서는 권한이 없으면 기업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업들은 권한을 분산하고 위임하기 위한 메커니즘도 개발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이사회가 승인한권한 위임방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방침에는 경영팀과 이사회의 분업 방식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비롯한 기업 자산에 대한 권한을 조직 하부로 위임할 수도 있다. 최고경영팀의 규모를 늘려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 최고경영팀이 권한을 갖는 방안과 기업 자산 활용과 관련해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어떤 식으로 혼합하는 것이 적절할까?

 

필자들이 제시하는 틀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답을 찾을 수 있다. (‘관리자가 권한을 갖는 접근방법과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접근방법을 적절히 섞어라참조.)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고, 고위급 관리자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 매우 결정적이며, 여러 활동들이 매우 상호의존적이라면 중앙집중화된 권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CEO와 최고경영팀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최고경영팀의 적정 규모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뤄져 왔다.18 미국 기업의 경영팀을 구성하는 경영자의 수는 평균 10명이다. 하지만 경영팀 구성원의 숫자가 증가하면 파벌이 형성되고 긴장감이 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19 레고의 최고경영팀은 20명이 넘는 경영자들로 구성돼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한다. 팀의 구조 자체가 분산돼 있으면 팀원들이 분열될 가능성이 적다.

 

최고경영팀의 규모를 제한하는 심리적 요인과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식 간의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다. 어쨌건 부서나 사업부 간에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며 마찰이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몇 가지 심리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직원들은 자신에게 그럴 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직원들은 자신의 통제 범위 내에 있는 예산과 고객을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 실험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혹은 그렇게 믿는) 대상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20 의사결정 권한이 중간급 관리자에게서 최고경영팀으로 옮겨가면 관리자들이 무언가를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경제 환경하에서는 고위급 관리자가 조직 구조를 조정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이를 위해서는 업무 내용과 의사결정 권한을 수정해야 한다.

 

그동안 최고경영팀의 적정 규모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뤄져 왔다.미국 기업의 경영팀을 구성하는 경영자의 수는 평균 10명이다.

하지만 경영팀 구성원의 숫자가 증가하면 파벌이 형성되고 긴장감이 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둘째, 자신이 내린 결정이 뒤집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고위급 관리자가 중간급 관리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신중한 고위급 관리자는 반드시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 고위급 관리자들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사로잡힌 중간급 관리자들이 자신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상사가 빈번하게 의사결정에 개입하면 중간급 관리자가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고픈 욕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연구를 통해 중간급 관리자가 내린 결정을 막무가내로 뒤엎는 고위급 관리자의 행동이 동기를 약화시키고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1

 

물론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하에서는 고위급 관리자가 중간급 관리자의 결정을 독단적으로 뒤집는 일이 어느 정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고위급 관리자들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보다 구체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일부 결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이 내린 결정을 뒤집어야 할 때는 절차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결정을 뒤집은 이유가 무엇인지 신중하고 끈기 있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최고경영진이 지나치게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면 개별 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고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분산돼 있으며 가치 있고 암묵적인 지식이 중앙집중화의 모든 장점을 상쇄시킬 만큼의 비장의 무기는 아니다. 위키화된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 관행은 항상 포괄적인 사회적 추세와 밀접하게 뒤얽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반권위주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으며 1960년대의 반체제 문화로 인해 반권위주의가 한층 강화됐다. 권위에 대한 불신과 직원들을 책임감 있고 자주적이며 똑똑한 사람으로 대하면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위키화된 기업이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관점은 인터넷과 이동통신, 소셜네트워크 덕에 우리가 협력과 참여, 공유가 중시되는 새로운 시대를 살게 됐다는 좀 더 보편적인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수평적인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를 밀어내고 있으며 비즈니스 부문뿐 아니라 문화, 정치, 사회 전반에서 위계질서가 하버드 법학대학원(Harvard Law School)의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 교수가 이야기하는공유 기반 동료 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으로 대체되고 있다.22

 

필자들 역시 이와 같은 사조에 동의한다. 사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이와 같은 사조는 과거의 온정주의가 개선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관리자들이 이런 사조를 받아들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단순히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권위주의적인 관리 방식에 회의를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등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관리자들은 여전히 관리자의 권한이 중요하며 관리자가 권한을 갖고 있어야 조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경제가 제아무리 위키화돼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혁신 활동 중 많은 부분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컨대, 블록버스터 약을 출시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여러 제약회사들이 서비스 측면을 강조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M 2006년에 실시한 글로벌 CEO 연구(Global CEO Study)를 통해 CEO들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여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중요성이 약화될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23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려면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변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또한 변화 프로세스 내에서 의사결정의 긴급성, 결정적인 지식, 긴밀한 상호의존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혁신으로 인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기업은 엄청난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위급 관리자들의 직관과 선견지명이 더욱 중요해진다. 최고경영팀은 방향을 정의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상적인 실험과 의사결정에도 개입해야 한다. 필수적인 지식과 진취적인 태도가 최고경영팀에 집중돼 있는 탓에 의사결정을 위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필자들은 관리자들의 권한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끝이 났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글이 상당히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관리자들이 현명하게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 참여 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모순되는 행동을 하면 재앙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관리자가 권한을 갖는 방식은 여전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관리자에게 권한을 주는 동시에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공정한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니콜라이 J. 포스·피터 G. 클라인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는 코펜하겐 경영대학원(Copenhagen Business School) 전략 경영/국제화 교수이며 노르웨이 베르겐에 위치한 노르웨이 경제 대학원(Norwegian School of Economics)과 영국 코번트리에 위치한 워릭 경영대학원(Warwick Business School)에서 교수로 활동 중이다. 피터 G. 클라인(Peter G. Klein)은 미주리대(University of Missouri) 컬럼비아 캠퍼스의 응용 과학 교수이자 노르웨이 경제대학원 교수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110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 | -코펜하겐 경영대학원(Copenhagen Business School) 전략 경영/국제화 교수
    -노르웨이 경제 대학원(Norwegian School of Economics)과 영국 워릭 경영대학원(Warwick Business School)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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