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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사회공헌?기업 시민?직원 우선… 목적을 공유하니 이윤이 쑥쑥

줄리언 버킨쇼 | 157호 (2014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질문

목적과 이윤 간의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단순한 이윤 창출을 초월하는 공통의 대의명분과 관련된 목표를 지속적으로 좇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 재무 지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재무적인 결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목적과 관련 있는 목표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 기업의 목적과 관련된 목표를 강화하려면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봄 호에 실린 런던경영대학원 전략/기업가정신 교수 줄리언 버킨쇼(Julian Birkinshaw), 코펜하겐경영대학원 전략 조직 교수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 흐로닝언대 인지 사회학 교수 지크바르트 린덴베르크(Siegwart Lindenberg)의 글 ‘Combining Purpose with Profits’를 번역한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참된 동기를 부여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목적 의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최근 은퇴한 타타그룹(Tata Group) CEO 라탄 타타(Ratan Tata)는 목적이행동을 촉구하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요구로 개인이나 기업이 응당 지지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1 이런 목적은 직원들에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직원들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좀 더 노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목적은 결과적으로 이윤 창출에 도움이 돼야 한다.

 

목적은 원래 단순한 이윤 창출을 초월한다. 목적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믿는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그 결과로 이윤이 뒤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 돈이 없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목적 중심적인 조직들은 조직 유지를 위해 기부나 후원자들에게 의존하거나(대다수의 자선 단체나 원조 단체들이 그렇듯) 자체적인 이윤 창출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기업이 충분한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좀 더 고차원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윤 창출에 주력하기보다 목표를 좇게 되면 당연히 이윤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상에 지출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치 있는 대의명분에 투자하면 본질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모두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선사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논의는 수도 없이 진행돼 왔다. 게다가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모두 충분하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중요한 질문은목적과 이윤 사이에 갈등이 있는가가 아니다. 물론 둘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질문은목적과 이윤 간의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기적인 이윤 창출을 위한 노력 때문에 좀 더 고차원적인 목적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만들려면 기업이 어떤 구조를 도입해야 할까?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명심하도록 만들려면 경영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장기적으로 이와 같은 균형점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들은 지난 5년 동안 목적과 이윤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관리할 때 조직이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해 연구를 했고 이를 토대로 본 글을 작성했다. (‘연구 내용참조.) 필자들은 몇 가지 근본적인 조직 원리가 기업이 장기적으로 충분한 수익을 얻는 동시에 목적 의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 이런 원리는목표 프레이밍 이론(goal-framing theory)’이라고 알려져 있는 관점을 토대로 한다.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친사회적(pro-social)’ 목표가 경제적 이익이나 개인적인 즐거움을 강조하는 이기적인 목표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좀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친사회적 목표란 단순히 돈을 벌고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서공통의대의명분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표를 뜻한다.)

 

먼저 목표 프레이밍 이론을 간략하게 살펴본 후 오랜 기간 동안 목적과 이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균형을 유지해 온 3개의 기업에 대해 살펴보자. 그런 다음 이론과 근거를 토대로 이와 같은 통찰력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안할 생각이다.

 

 

연구 내용

필자들은 기업들이 목적과 수익성, 정렬과 적응, 세계 시장과 현지 시장, 활용과 탐색 등 서로 모순되는 전략 원칙, 혹은 이중성(duality)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혁신적인 방안을 도입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 글을 작성했다. 런던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 경영연구소(Management Lab)와 코펜하겐경영대학원(Copenhagen Business School) 전략 경영/세계화 학과(Department of Strategic Management and Globalization)의 후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아래에 나열한 15개 기업에서 일하는 경영자들과 80회 이상 개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확인한 사례 중 일부는 학회지와 저서를 통해 공개했으며 나머지 사례는 수업 자료로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글에서 설명한 여러 아이디어의 근간이 되는 주요 심리학 이론인 목표 프레이밍 이론에 대해 실험적 연구와 이론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 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참고 자료를 확인하기 바란다.)

 

필자들이 연구를 진행할 때 경영자들이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한 기업은 다음과 같다. 가디언 뉴스 앤 미디어, HCL 테크놀로지, 이케아(IKEA), 이르데토(Irdeto), 존 루이스 파트너십, 레고그룹(LEGO Group), NRMA, 노보노디스크, 로슈(Roche), 리오틴토, 세븐스 제너레이션, 스벤스카 한델스방켄, 타타그룹,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 W.L.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W.L. Gore & Associates).

 

 

 

기업의 목표는 직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기업의 목표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일상적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좀 더 고차원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기업은 대개 직원들에게 좀 더 포괄적인 관점을 갖고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고차원적인 목적을 이루려면 직원 개개인이 단순히 주어진 일을 잘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식의 협력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공통의 목표를 이해하고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융통성을 발휘해 재치 있게 행동해야 한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는 이런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면 특별한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 관한 관점은 매우 다양하고 그중 일부는 서로 중복되기도 한다.3 하지만 기업의 목표와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 간 연결고리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무엇이 직원들에게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그룹에 도움이 되는(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가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진 바가 없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관점으로 목표 프레이밍 이론이 있다.4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어떤 순간에건 사람들은 항상 나름의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업무의 여러 측면 중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측면에는 주목하는 반면 나머지는 외면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즐거운 기분에 커다란 관심을 느끼는 직원들은 업무 중 흥미로운 부분, 즉 자신에게 흥분감을 안겨주는 활동을 좇는 반면 지루하거나 약간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일은 외면한다. 이를쾌락적 목표(hedonic goal)’라 일컫는다. 소득과 승진(혹은 소득이나 승진)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직원은 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거나 승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주목하는 반면 다른 측면은 외면한다. 이를이득 목표(gain goal)’라 일컫는다. 빡빡한 일정에 맞춘 성공적인 제품 출시나 자금 조달 캠페인 진행과 같은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주로 이런 부류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휴식이나 수입 증가, 승진 등은 경시한다. 이를친사회적 목표(pro-social goal)’라 일컫는다.5 출세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나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을까라는 질문이 아니라우리가 성공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친사회적 목표의 본질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목표의 상대적인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각 개개인의 본질적인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개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이나 상사들이 주는 직접적인 자극이 훨씬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주위 사람들이 항상 연간 보너스 금액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즉각적으로 이득 목표의 중요성이 가장 커진다. 하지만 직원들이 개인적인 이익이나 업무가 주는 즐거움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에 이바지하기를 바라는 기업이 많다. 따라서 조직 내의 모든 직원들이 이와 같은 공통의 목표를 좀 더 중요하고 의미 있게 여기도록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직원들이 공통의 목표를 좀 더 중요하고 의미 있게 여기기를 바란다면 직원들에게 기업의 목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조직의 전반적인 목적을 실현하려는 다른 직원들의 노력과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조직이 친사회적 목적을 강조할 경우 이런 노력이 가장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 친사회적 목적이 기업의 목표와 직원들의 친사회적 성향을 직접적으로 이어주기 때문이다.6

 

안타깝게도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려는 동기는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것이 핵심이다. 친사회적 목표를 세우고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쾌락적 목표와 이득 목표에 밀려 친사회적 목표가 설 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다.7 간단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쾌락적 목표와 이득 목표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보상이나 쾌락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귀중한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8

 

먼저, 기업이 목적 선언문을 작성할 때 재무 목표보다 친사회적 목표를 우선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를 우선시하고자 하는 의료용품 기업은 조직 안팎에서 이와 같은 목표를 강조해야 한다. 반면, 좀 더 완곡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재무 목표에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재무 목표 자체를 하나의 목표로 강조하기보다 친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연적인 결과물이라고 설명해야 한다. 재무 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대개 친사회적 목표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9

 

 

둘째, 친사회적 목표는 본질적으로 취약한 성질을 갖고 있는 만큼 인센티브/보상 시스템, 비공식적인 대화와 논의, 상징적인 경영 방식, 평행추 역할을 하는 공식적인 구조 등을 통해 지속적이면서 정기적인 방식으로 친사회적 목표를 강화하고 지원해야 한다.10 예를 들어, 직원 개개인에게 지급할 보상 금액을 결정할 때 해당 직원의 성과만 고려하기보다 해당 직원이 속한 그룹이나 운영 단위, 기업 전체의 성과를 감안해야 한다. 또한 관리자들은 기업의 친사회적 목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이런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례 인사 평가에 친사회적 목표를 반영하는 방안이나 기업의 친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도움이 된다.11 이와 같은 노력이 없으면 직원들이 당장 해야 할 업무와 조직이 내세우는 목표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여기게 되고 친사회적 목표는 결국 이득 목표나 쾌락적 목표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델스방켄은 단순히고객 중심이라고 떠들어대는 차원을 넘어서서 자사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영 모델을 구축했다.

 

영속적인 친사회적 경영 모델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직원 행동을 정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문제를 유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명확한 목적 의식을 토대로직원 우선주의지역사회 투자같은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질적인 직원들의 행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친사회적 목표가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는 이득을 추구하는 데 주력하면서 겉으로만 친사회적 목표를 내세우는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다.12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친사회적 목표가 진실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른 목표의 중요성이 좀 더 부각된 탓에 친사회적 목표의 의미가 위축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소수나마 진심을 갖고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도 있었다. (‘연구 내용을 읽어 보면 필자들이 인터뷰한 15개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들의 행동 방식과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살펴본 끝에 이런 기업들의 친사회적 목표가 직원들의 동기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부터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한델스방켄

1871년에 설립된 스벤스카 한델스방켄(Svenska Handelsbanken)은 위기로 가득한 은행 산업에서 매우 회복력이 뛰어나고 성공적인 은행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델스방켄은 수많은 경쟁 은행들과 달리 1990년대 초에 정부의 도움 없이 스웨덴의 금융 위기를 잘 이겨냈다. 뿐만 아니라 한델스방켄은 주당 자본금(equity per share)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높은 고객 만족도를 자랑하는 등 지난 5년의 격변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한델스방켄이 오랜 기간 동안 흔들림 없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한델스방켄의 친사회적 목표는 그다지 독창적이지 않다. 한델스방켄은 그저 고객 중심적인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한델스방켄의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게재돼 있다. ‘1970년대 초부터 한델스방켄 조직은 매우 분산돼 있었으며 한델스방켄은 항상 고객의 요구사항을 중시합니다. 이는 곧 개별 고객과 한델스방켄 간의 관계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 결정을 내릴 때 고객의 입장을 적극 고려한다는 뜻입니다.’13

 

하지만 한델스방켄은 단순히고객 중심이라고 떠들어대는 차원을 넘어서서 자사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영 모델을 구축했다. 첫째, 한델스방켄의 구조는 매우 분산돼 있다. 은행 업계의 관례와 비교했을 때 한델스방켄은 개별 지점 관리자들에게 대출 및 직원 급여와 관련해 훨씬 커다란 재량권을 준다. 이 같은 방침은 정보 전달 비용을 줄이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델스방켄은예산 없는 경영(beyond-budgeting)’ 운동의 선구자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델스방켄은 상부에서 예산을 정한 다음 조직 하부에 강제로 적용하는 방식을 버리고 지점 관리자들에게 직접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14

 

뿐만 아니라 한델스방켄은 이익 극대화나 총주주수익률 극대화를 강조하지 않는다. 한델스방켄은 항상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 은행들의 가중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다음, 이런 목표를 옥토고넨(Oktogonen, 이윤 공유와 종업원 지주 제도를 결합시킨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개개인의 성과나 직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조직원에게 이익을 균등하게 분배하며 세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이 업계 평균보다 높을 때는 모든 직원에게 주식을 발행한다. 한델스방켄은 1970년대부터 이 모델을 활용해 왔다. 현재, 한델스방켄의 직원들이 한델스방켄의 총지분 중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델스방켄에서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한 상당수의 직원들이 백만장자가 됐다. 한델스방켄이 활용하는 평등한 이윤 공유 프로그램을 보면 금전적인 보상이 친사회적인 목표를 강화하는 데 얼마나 커다란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사례 2타타그룹

인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기업인 타타그룹은 2012년에 IT 서비스, 철강, 자동차, 화학, 호텔 등 다양한 부문에서 9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15 잠셋지 타타(Jamsetji Tata) 1868년에 설립한 타타그룹은 설립 이후 줄곧 타타 가문의 지배를 받아 왔다. 타타 가문이 설립한 자선 단체들이 타타그룹의 지주회사 타타선스(Tata Sons)의 자본금 66%를 갖고 있다. 타타선스 산하에는 여러 기업이 있다. 그중 일부는 타타선스가 100% 출자한 기업이며 나머지는 타타선스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 기업이다.

 

 

타타의 친사회적 목표는우리가 활동하는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도록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라. 타타의 홈페이지에는지역사회는 비즈니스의 한 축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일 뿐 아니라 사실 타타의 존재 이유라고 명시돼 있다.16 한델스방켄과 마찬가지로 타타그룹의 목적 역시 그다지 독창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타타는 자사의 목적 선언문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타타선스의 지분 66%를 보유한 자선 단체들은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문맹률을 낮추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선을 위한 대의명분에 이윤을 투자한다. 뿐만 아니라 타타선스는 산하 기업들에 자사가 활동 중인 지역사회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한다. 2009 회계연도에 타타그룹은 사회 복지 활동에 총

159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17

 

타타그룹은 다양한 비공식적 방법으로 산하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타타그룹의 기능 부서들은 훈련/교육 서비스와 품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타타선스의 경영자들은 여러 산하 기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한다. 뿐만 아니라 타타그룹은 나노(Nano) 자동차를 출시하고 초저가 정수기 스와치(Swach)를 개발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례 3HCL 테크놀로지

비니트 나야르(Vineet Nayar)가 사장으로 취임한 2005, 인도 노이다에 위치한 HCL 테크놀로지(HCL Technologies)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IT 서비스 부문의 이류 기업에 불과했다. 2007년에 HCL CEO가 된 나야르는 경영 품질 개선을 통해 HCL을 차별화하기로 결정했다. 나야르는 이를 위해 직원들을 가장 우선시하고 직원들에게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나야르는 대대적인 변신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먼저 모든 직원들에게 HCL의 성과가 저조하며 HCL이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그런 다음 직원들이 고객을 좀 더 잘 응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계획을 도입했다. 예컨대, 나야르는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좀 더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도록 모든 관리자들에게 360도 평가 결과를 온라인에 게재할 것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불만을 갖고 있는 직원이서비스 티켓(service ticket)’을 활용해 관련 관리자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나야르는 몇 장의 티켓이 사용됐으며 관리자가 얼마나 신속하게 직원들의 불만에 응대했는지 추적했다. 나야르는 이런 데이터를 직원들의 행복을 알려주는 지표로 여겼다.

 

이런 계획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나야르는 자신의 철학을직원이 우선, 고객은 그 다음(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이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했다. 나야르는 약간의 두려움을 품은 채 연례 글로벌 고객 회의에서 이 슬로건을 공개했다. 나야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가장열정을 느끼는 분야를 찾아내고 직원들에게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직원 열정 지표 지수(Employee Passion Indicator Count·EPIC)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가로 도입했다.

 

HCL 2012년에 무려 2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자랑했다. HCL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다수의 직원들이(물론 전 직원은 아니지만) ‘직원 우선이라는 나야르의 철학을 신뢰했으며 HCL이 매우 매력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HCL의 이직률은 경쟁 기업보다 낮았으며 EPIC 설문조사에서는 협력과 고객 서비스 부문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나야르는 2013년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친사회적 목표가 경제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만들려면

지금까지 3개의 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봤다. 그렇다면 위 사례를 통해서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기업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가 경제적인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앞서 살펴본 3개의 기업들은 각자 다른 산업에서 활동한다. 또한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한 기간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사례를 토대로(좀 더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면 목표 프레이밍 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몇 가지 근원적인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

 

친사회적 목표가 정교하거나 참신할 필요는 없다.하나의 기업이 한 번에 수많은 친사회적 목표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추구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원리다. 한델스방켄과 타타, HCL은 각각 고객과 지역사회, 직원 행복에 초점을 뒀다. 그 외에 많은 기업들이 흔히 채택하는 친사회적인 목표로는 직원 안전 중심주의와 환경보호를 들 수 있다. 직원 안전에 초점을 두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광업 전문기업 리오틴토(Rio Tinto)를 들 수 있고,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대표 기업으로는 소비재 기업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을 들 수 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독특한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한 덕에 기업이 성공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평범하게 들리는 친사회적 목표를 일관성 있고 열성적인 행동으로 발전시킨 기업이 성공한다는 근거를 발견했다.

 

 

친사회적 목표가 기대한 효과로 이어지려면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바꾸고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이득 목표와 쾌락적 목표에 밀려 친사회적 목표가 순식간에 설 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다.18  따라서 앞서 살펴본 3개의 기업이 직급을 막론한 조직 전반에서 친사회적 목표가 힘을 발휘하고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델스방켄은 매우 분산된 지점 구조를 활용하고, 중앙 집중적인 예산 수립 방식을 철폐하고, 동등한 이윤 공유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상대적으로 공식적인 지원 체계를 활용했다. 타타는 좀 더 비공식적인 지원 체계를 활용했으며 눈에 띄는 다양한 계획과 최고경영자의 선언을 통해서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HCL에서는직원 우선을 강조한 나야르의 개인적인 철학이 지원 체계의 역할을 했다. 이후, 나야르의 철학을 뒷받침하는 혁신적인 관행이 도입돼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한델스방켄과 타타는 오랜 기간 동안 친사회적 목표를 뒷받침하는 지원 체계를 일관성 있게 활용해 왔다. 또한 이런 노력은 한델스방켄과 타타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한층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와 같은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일관성은 곧 경영진이 진심 어린 태도로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에 입사한 모든 직원은 당뇨 환자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한다. 현장 일선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사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시스템은 노보노디스크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목표를 강화하려면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중요한 지원 시스템의 유형으로 친사회적 목표와 관련된 현실적인 요인들을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에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IBM은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코어(Cor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코어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IBM은 미래의 관리자들이 비정부 단체들과 함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이들을 나이지리아, 가나, 탄자니아, 필리핀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19 환자들을 사무실로 초빙해 자사 제품이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대화를 나누는 의료 기업들도 있다. 세계 최고의 인슐린 관리 기업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에 입사한 모든 직원은 당뇨 환자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한다. 현장 일선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사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시스템은 노보노디스크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친사회적 목표의 발전 현황을 평가하는 방법을 찾고 이런 방법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고객을 가장 중시하는 기업들은 흔히 순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를 활용한다. 직원 만족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은몰입 지수(engagement score)’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작업시간손실상해(lost-time injury)를 지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지역사회나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만한 지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물론, 친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사의 노력을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표를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면, 가디언뉴스 앤 미디어(Guardian News & Media)는 연간 지속가능성 보고서(annual sustainability report)를 지표로 활용한다. 어떤 지표를 활용하건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관리자들의 업무 현황에 대한 피드백을 모든 직원들과 공유하는 HCL의 정보 공유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친사회적 목표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면평행추를 마련해야 한다.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친사회적 목표가 이득 목표나 쾌락적 목표에 밀려 설 자리를 잃기가 얼마나 쉬운지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던 효과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이 단기적인 재무 압박에 굴복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영속적인 친사회적 목표를 만들 때평행추(지속적으로 비재무적인 목표에 주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고안해야 한다. 한델스방켄에서는 이윤 공유 시스템 옥토고넨이 평행추 역할을 한다. 타타그룹에서는 타타 가문이 설립한 자선 단체들이 이런 역할을 한다. 영국의 소매업체 존 루이스(John Lewis)에서는 직원들에게 궁극적인 기업 소유주의 지위를 부여하는 직원 협의회가 평행추의 기능을 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에서는 가디언의 지배주주인 스콧 트러스트(Scott Trust Limited)가 임명하는 편집자가 평행추 역할을 한다. 스콧 트러스트가 임명한 <가디언> 편집자는 <가디언>의 상업적인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신문에 실린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편집 권한을 갖는다. 평행추는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단기적인 이익 때문에 조직의 장기적인 이익이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평행추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행추의 역할을 하는 대상에게 문제가 발생할 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정렬(Alignment)은 선형적(linear) 방식이 아니라 에두르는(oblique) 방식으로 진행된다.대다수의 기업에는 확실한 종료점에서부터 출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정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다. 성과지표의 순차적 세분화부터 핵심 성과 지표에 이르는 용어들은 모두 이와 같은 정렬 개념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개념들이다. 하지만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이 서로 완전히 조화되지는 않는 여러 개의 목표(친사회적 목표, 이득 목표, 쾌락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조화되지 않는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다 보면 단순하고 선형적인 접근방법을 지속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에두르거나 간접적인 방식이 장기적인 이윤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20 타타그룹의 전 CEO 라탄 타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다른 무언가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이윤은 행복과 같습니다. 기업은 돈을 번 결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한 결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토대로 지속가능성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21 짐 콜린스(Jim Collins)와 제리 포라스(Jerry Porras)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친사회적 목표를 갖고 있는선견지명 있는(visionary)’ 기업들이 편협한 재무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는 경쟁기업들에 비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올렸다고 주장한다.22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 본다면 이 같은 주장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직원들이 친사회적 목표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바란다면 편협하고 선형적인 생각을 삼가고 직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에둘러 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곧 지속적으로 스토리의 친사회적 요소를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좋은 일을 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하면 직원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좀 더 뛰어난 재무 결과라는 예상치 못한 부산물을 얻게 된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친사회적 목표가 우선이고, 수익성은 그 다음이라는 논리가 기업의 집단 의식(collective psyche)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예컨대,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주류 기업 칼스버그 A/S(Carlsberg A/S)는 야심 찬 수익성 목표와 성장 목표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칼스버그의 대주주는 칼스버그재단(Carlsberg Foundation)이다. 뿐만 아니라 칼스버그와 연계된 여러 재단은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덴마크 사람들의 문화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맥주와 고급 문화를 잇는 칼스버그의 영리한 전략이 칼스버그의 정체성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직급에서건 친사회적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친사회적 의제를 추구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 사업부나 사업 단위를 책임지는 관리자는 친사회적 목표를 정의하고 앞서 설명한 지원 구조와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 하지만 조직의 위계질서상 직급이 낮다면 어떨까? 직급이 낮으면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는 제아무리 직급이 낮다 하더라도 자신의 방식대로 친사회적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필자들은 상당수의 관리자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글에서 설명한 원칙을 활용해 상당히 짧은 기간 내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실무 단위 차원에서 친사회적인 목표를 추구한 사례참조.)

 

실무 단위 차원에서 친사회적인 목표를 추구한 사례

관리자들은 자신이 경영하는 실무 조직 내에서 목표 프레이밍 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에서 일하는 중간급 관리자 제스퍼 이크(Jesper Ek)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2년 이크는 상사의 요청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당뇨팀을 책임지게 됐다. 당시 20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었던 당뇨팀의 판매 실적이 2006년부터 매년 하락하고 있었다. 이크가 당뇨팀을 맡았을 무렵 직원들의 몰입도는 22%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충격적인 문제가 있었다. 직원들의 업무 불참률(disengagement)이 무려 66%에 달했다. 이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직원들이 목적 의식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크는 부임 후 첫 3달 동안 오로지 팀을 이해하는 데 주목했다. 다시 말해서, 팀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팀원들의 관심 대상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모든 직원들과 11 회의를 했습니다. 한 번 회의를 할 때 대개 2시간이 걸렸습니다. 팀 회의도 자주 열었습니다.” 6월이 돼 팀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이크는 팀 내부에서 외부로 관심을 돌렸다. 이크는 워크숍을 개최해 당뇨팀의 공동 목표에 대해 논의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팀원들은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제약 없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팀의 공통 목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같은 친사회적 목표는 팀원들이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팀원들은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해결방안과 관련된 두 가지 제품(통합형 이동식 측정기기, 당뇨 환자들이 제약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격 조종 기능이 더해진 펌프 시스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는 나머지 15개 제품에 대한 관심을 줄였다. 공통의 목적에 주목한 덕에 당뇨팀은 예전에는 다가가기 힘들었던 병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병원에서 좀 더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회의를 열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몰입도는 75%로 증가했으며 업무 불참률은 0%로 줄어들었다. 이크가 부임할 당시 당뇨팀에 소속돼 있었던 20명의 직원 중 당뇨팀을 떠난 사람은 2명뿐이었다. 시장점유율이 3% 넘게 증가했으며, 통합형 측정기기 판매는 무려 250%나 증가했고, 총판매와 이윤 역시 늘어났다.

 

이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6개월 동안은 수익성에 대해서 아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모든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목적을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상사도 커다란 도움이 됐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권한을 부여해주셨을 뿐 아니라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물러서 계셨거든요. 하지만 우리 팀의 회복 속도가 충분히 빨랐던 탓에 상사가 굳이 저를 몰아붙일 이유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매우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과 목적에 주목하는 이크의 접근방법은 시장에서 로슈 당뇨 사업의 입지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크는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그런 일을 하는이유를 구입합니다.”i

 

 

 

기업의 목적과 수익성

로버트 아제미안(Robert Ajemian) <타임(Time)>지에 실린 유명한 글에서 조지 H.W. 부시(H.W. Bush)가 차기 대통령직 출마를 고려해 보라는 우호적인 제안에또 그놈의 비전 타령이군!’이라며 몹시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23 수많은 CEO들이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CEO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비전이나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비즈니스 목적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CEO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머지않아 직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다.

 

기업의 목적이 왜, ‘어떻게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수익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어쩌면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목적을 이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목표 프레이밍 이론은 직원들의 믿음이 바탕이 돼야만 기업의 목표가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내며 협력적인 활동을 뒷받침하는 목표(필자들은 이런 목표를친사회적 목표라 일컫는다)가 가장 가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친사회적 목표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른 유형의 목표와 경쟁을 벌이며 이득 목표와 쾌락적 목표에 떠밀려 설 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친사회적 목표를 떠받치고 친사회적 목표를 강화하는 시스템과 구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가장 근본적으로, 친사회적 목표를 수립하려면 애매함(obliquity)을 용인하는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친사회적 목표를 따른다고 해서 이득 목표를 없앨 필요는 없다는 역설적인 개념이다. 이득 목표를 없애기보다는 좀 더 효과적으로 친사회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줄리언 버킨쇼·니콜라이 J. 포스·지크바르트 린덴베르크

줄리언 버킨쇼(Julian Birkinshaw)는 런던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 전략/기업가정신 교수다. 니콜라이 J. 포스(Nicolai J. Foss)는 코펜하겐경영대학원과 노르웨이 베르겐에 위치한 노르웨이경제대학원(Norwegian School of Economics)의 전략 조직 교수다. 지크바르트 린덴베르크(Siegwart Lindenberg)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흐로닝언대(University of Groningen)와 틸부르크대(Tilburg University)의 인지 사회학 교수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5315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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