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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초고속 세상, 파트너십도 출렁출렁 인센티브와 협력 메커니즘 새틀 짜라

F. 아시스 마르티네스-헤레스 (F. Asis Martinez-Jerez)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질문

비즈니스 환경이 급속하게 변할 때 기업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파트너 기업들이 가치 분배보다 공통의 가치 창출에 주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한다.

- 파트너 기업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정보를 공유한다.

- 학습과 신뢰를 강화하고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세스를 개발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겨울 호에 실린 노터데임 대 멘도자 경영대학 회계학과 조교수 F. 아시스 마르티네스-헤레스(F. Asís Martínez-Jerez)의 글 ‘Rewriting the Playbook for Corporate Partnerships’를 번역한 것입니다.

 

적응 속도가 느린 기업들은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많은 조직들이 역량을 확대하고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급자 및 고객들(suppliers and customers)과 다양한 유형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혁신적인 기업들은 기회주의적인 파트너에게 이용당할 위험과 엄격한 수직 통합 관계에 사로잡힐 위험 사이에서 나아갈 길을 찾는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의 한도를 재정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조직들은 월등히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고객 및 공급자들과 다면적인 관계(multileveled relationships)를 맺고 고객과 공급자 각각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파트너십을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adaptive strategic partnership)이라 칭하겠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이다. 두 가지 적절한 조직경제학 이론의 예측에 비춰볼 때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파트너십이 구축되기 때문이다.1  뿐만 아니라 경영 관련 각종 문헌 연구에서도 명시 가능성(specifiability),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이 결여된 협약(agreements)을 고객과 공급자 간에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길을 택하는 기업들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통신 서비스 기업 바티에어텔(Bharti Airtel Ltd.)도 그중 하나다. 바티에어텔은 현재 20개국에서 27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3위의 무선 통신 서비스 공급자다. 하지만 2004년에는 상황이 달랐다. 바티에어텔은 당시 광대역 고객과 일반 유선 전화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인도 무선 통신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바티에어텔 관리자들은 벤더 업체들(vendors)과의 계약 협상을 벌이고 계약을 갱신하기 위한 활동이 고객을 만족시키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티에어텔은 다른 통신 서비스 공급자들과 반대로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Nokia Siemens Networks, 현재 노키아 솔루션즈 앤드 네트웍스(Nokia Solutions and Networks)로 사명 변경), 에릭슨(Ericsson), IBM 등 자사가 거래 중인 가장 중요한 벤더들이자 이따금씩 바티에어텔과 이해관계가 충돌되곤 했던 업체들과 색다른 관계를 맺기로 협상했다.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기업들은 대개 서비스 차원의 협약(service-level agreements, 각 당사자가 해야 할 역할을 명시하고 준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성과 표준을 제공하는 방식)을 비롯한 단순한 도구에 의존한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기 위해 매일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방법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하에서는 이와 같은 협약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런 류의 협약이 시간이 흐른 후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협약에 포함돼 있는 서비스 수준이 협상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의미가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달라지면 의미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바티에어텔은 인도의 무선 통신 시장에서(그리고 이후에는 개도국 시장에서) 계획에 따라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협동 수준(level of coordination)을 좀 더 높이기를 원했다.

 



연구 내용

이 글에 소개된 아이디어들은 여러 산업에서 활동하는 공급자와 고객들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와 그러지 못한 사례에 대해 필자가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토대로 한다. 연구의 1단계는 사실상 탐색적(exploratory)이었으며 4개 대륙의 12개 산업에서 활동하는 경영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총 15건의 인터뷰로 이뤄졌다. 또한 필자는 6명의 CEO 및 부서 관리자들과 원탁 토론도 진행했다. 이런 인터뷰를 토대로 고객 중심적인 기업들이 직면하는 관리 측면의 문제를 찾아냈다. 뒤이어, 이 글에 등장한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14건의 심층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글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기 위해 추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경영 포럼에서 필자의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기업 성과 개선(Driving Corporate Performance)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MBA 학생 및 참가자들에게 연구 관련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연구 프로세스는 연구를 진행하는 내내 되풀이됐다. 첫 번째 인터뷰를 통해 얻은 통찰력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숙고, 콘퍼런스와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이후에 진행한 인터뷰의 주제를 찾아내고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바티에어텔과 파트너 기업(에릭슨, 노키아 지멘스, IBM) 간의 관계는 다른 통신기업들이 선호하는 좀 더 전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점차 많은 양의 장비(교환국, 무선통신 안테나)를 구매해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대하면 일부 장비가 사용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바티에어텔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벤더들에게 통신 네트워크 운영 비용을 지불한다. 다시 말해서 얼랑(erlang, 통신 회로에서 통화량 단위-역주)으로 측정한 통화량을 기준 삼아 실제로 장비가 사용될 때에만 벤더들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벤더들은 네트워크 용량에 대한 접근방법을 재고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성과와 문제 해결을 책임진다. 바티에어텔은 이를 위해 벤더들에게 사용량에 관한 데이터뿐 아니라 수요 예측, 확장 계획 등 민감한 전략 정보에 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바티에어텔의 공급자들은 좀 더 개방적인 정보 교류를 토대로 전달 일정을 최적화하는 한편 자사가 보유한 지식을 적극 활용해 적은 장비만으로 네트워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한편, 바티는 과잉 용량으로 인한 비용 문제에서 벗어나고 바티의 경영진은 자사 고객들과의 관계 개발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장비 위험을 홀로 떠안을 필요가 없어진 바티는 네트워크 용량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바티의 투자 확대는 공급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선불 장비 판매가 늘어나고 긴급 주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바티에어텔은 벤더들과의 파트너 관계 관리를 위해 조직 내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문제(: 엄청난 폭풍이 몰아 닥친 후의 서비스 재개)에 대해 논의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공동 관리 구조(joint governing structure)를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바티에어텔과 파트너 기업들이 협력의 범위(scope of their collaborations)를 새로 정하기도 한다. 가령, 새로운 기업에 기지국을 짓고 유지할 책임을 맡기는 식이다. 전통적인 파트너 관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업무를 추진하기가 힘들다. 탄력적인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경쟁 환경과 실행 과제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바티에어텔은 효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한 벤더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활용한다. 바티에어텔과 통신 장비 공급자들은 정보 공유를 통해 학습과 혁신, 상호 신뢰를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를 개발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전략적인 벤더들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바티에어텔의 총 고객층은 연간 35% 이상 늘어났고3  바티는 인도 무선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바티에어텔과 벤더들 간의 독특한 협력 관계가 바티에어텔의 성장과 성공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바티에어텔의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핵심 역량을 파트너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바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명시하는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통용되는 일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파트너십을 맺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동적인 환경에서 활동하는 경우라면 이런 식의 파트너 관계가 전략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적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에는 불확실한 세계를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고객과 공급자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하지만 이 글에 포함돼 있는 대부분의 통찰력은 다른 유형의 전략적 제휴 관계(: 가치사슬의 동일한 부분에서 이뤄지는 다른 기업 간의 수평적인 제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4   (‘연구 내용참조.)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위한 새로운 틀

2개 이상의 조직 사이에서 이뤄지는 상호 작용과 관련된 전통적인 관계의 틀은 관계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각자 사리사욕을 추구한다고 가정한다. 기업이 고객에게 공작기계를 판매하건(거래), 서비스 공급업체로부터 장비에 대한 유지 계약을 구입하건(관계) 양측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성되는 총 가치 가운데 좀 더 커다란 몫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의 잠재 이익을 빼앗는 다른 기업들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억지하려 애쓴다.5  

 

물론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된 서비스 수준의 합의, 명시된 성과와 관련된 보상 및 불이익을 포함하는 계약이 그동안 고객 관계를 정의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계약 당사자들은 성과를 측정하거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계약 조건을 재협상할 필요성을 명시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각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유형의 제도적 틀에 만족하지 못한 조직들은 전통적으로 수직 통합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기술 위험과 비즈니스 위험을 고려했을 때 수직 통합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인재 시장의 변화로 인해 탄력적인 파트너 관계 쪽으로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 유능한 전문 인력들이 업계 지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많은 분석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IT 부서에서 일하는 것보다 IBM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많은 조직들이 과거에는 자사 비즈니스의 핵심 요인으로 여겨졌던 기능을 아웃소싱하게 됐다.

 

외부 조직이 핵심적인 비즈니스 기능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는 상황하에서는 전통적인 관계의 틀이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관계의 틀에는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명시하고, 값비싼 협상을 추구하고, 제한적인 정보 교환에 참여하는 활동이 모두 포함돼 있다.) 전통적인 계약은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억누르며 신뢰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하에서는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첫째,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벤더나 서비스 공급자가 고객보다 풍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셋째, 관계의 발전과 결과, 목적이 상당히 불확실하다.

 

두 번째 조건과 세 번째 조건은 충족되지만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단기적인 계약(short-term contracts)을 체결하고 필요할 때 재협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첫 번째 조건과 세 번째 조건은 충족되지만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객이 내부적으로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건은 충족되지만 세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전통적인 계약, 즉 공급자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세부적인 서비스 수준의 협약을 체결하는 편이 가장 바람직하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결코 보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을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환경의 범위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통신, IT를 비롯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과 신흥시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림 1)

 

 

그림 1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고려해야 할 때

 

 

바티에어텔을 비롯해 전통적인 고객-공급자 관계에서 벗어나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옮겨가는 기업들은 인센티브, 정보, 협력 메커니즘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제도적 틀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세 가지 측면을 두루 관리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그림 2)

 

그림 2변화하는 관계의 틀

 

 

인센티브. 가치 창출 실패가 아니라 생성된 전체 가치 중 부당할 정도로 많은 몫을 가로채려는 시도처럼 보이는 상대의 행동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해 기업, 공급자, 고객 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혁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아무도 혁신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먼저 파트너 기업들이 가치 분배가 아니라 가치창출에 집중할 수 있는 인센티브 할당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

 

세부적인 서비스 차원의 협약, 즉 미리 정해 놓은 성과 변수에 따라 매우 가파른 수준으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steep financial rewards and penalties linked to prespecified performance parameters)은 기회주의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센티브로 인해 협약 당사자들은 종종 보상을 받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만 주목하게 된다. 성과 지표는 상대편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당사자들을 유도하는 지표가 선택되곤 한다. 안타깝게도 성과 지표가 진정한 가치를 완벽하게 대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협약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관계의 토대가 되는 정신을 위반하게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콜센터 운영기업과 체결한 서비스 합의문에 서비스 직원이 1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탄력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일부 고객들이 서비스 직원들로부터 무례한 대우를 받게 된다.

 

반면,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혁신과 파트너 관계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장려한다. 인센티브 금액이 늘어나는 속도는 훨씬완만(flatter)’하며 관계의 완전성과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가치 및 이윤과 인센티브가 좀 더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공급자가 클라이언트에 익숙해지고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공급자가 점차 현실에 안주하게 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잠재적인 이익과 비교하면 이런 위험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공급자가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곧 자사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인센티브 시스템을 대할 때 교환(시간과 자재)과 관련된 개별적인 투입과 행동에 주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협력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측면(프로젝트나 여러 프로젝트로 이뤄진 집합)에 집중하게 된다. 프랑스의 소매체인 카르푸 S.A.(Carrefour S.A.)는 몇 해 전 구매 기능 재설계를 결정한 후 이런 방법을 택했다. 예전의 카르푸는 1년 동안 적용할 정가(list price)를 결정하고 소비재 제조업체와 개별적으로 프로모션 방식을 협상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법은 시장 정보(market intelligence)를 토대로 공급자들과 협력하는 데 방해가 됐으며 적대적인 역학(adversarial dynamic)을 만들어냈다. 카르푸는 제조업체들로부터 가능한 많은 홍보비를 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카르푸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제조업체들은 카르푸를 만족시키는 한편 홍보비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새로운 방침을 도입한 카르푸는 그동안 자사가 갖고 있었던 결정권을 각 카테고리에서 선발한 단일 공급자, 혹은 카테고리 캡틴(category captain)에게 부여했다. 카테고리 캡틴으로 선정된 공급자는 해당 카테고리와 관련된 판매 정보에 접근하고 각 제품의 진열 공간 및 위치와 더불어 카르푸가 어떤 제품과 구성 방식을 택해야 할지 결정한다. 대신, 공급자들은 해당 카테고리에 할당된 연간 총 마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궁극적인 인센티브 조정 메커니즘은 매출이나 이윤 공유다. 예컨대, 바티에어텔은 자사의 IT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대한 보상으로 IBM에 전체 매출 중 일정 비율을 떼어준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IBM은 자사의 혁신에서 비롯된 결과물에 대해 확정적인 몫을 갖게 된다. 통상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매출을 공유하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IBM이 취한 조치와 바티에어텔의 매출 간에는 중요한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IBM과 매출을 공유하겠다는 바티에어텔의 결정은 신뢰 구축, 혁신 및 탄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IBM은 앞으로도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혁신적인 파트너 관계와 매출 공유 합의 방식 개발에 앞장서는 기업 가운데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통신기업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산업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다른 기업들이 동일한 원칙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방갈로르에서 비즈니스, 컨설팅, I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시스(Infosys)의 제품, 플랫폼, 솔루션 담당 수석 부사장 산제이 푸로히트(Sanjay Purohit)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매출 공유와 같은 혁신적인 방식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요인은 문화적인 위험 회피 현상이며, 두 번째 요인은 성장 지향적이며 나태를 용인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세 번째 요인은 경쟁적인 환경입니다. 경쟁적인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됩니다.”8  

 

매출 공유와 위험 공유의 정신은 파트너 관계가 하나의연대(連帶)’ 모험이라는 의식을 강조한다. 모험이 성공하면 양측 파트너가 모두 보상을 받고 실패하면 양측 파트너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관계의 정신을 약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다. 파트너를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00년 포드익스플로러(Ford Explorer) SUV에 장착된 파이어스톤(Firestone) 타이어의 결함에서 비롯된 차량 전복, 부상, 사망 사고에 관한 보도가 쏟아진 후 포드자동차(Ford Motor Co.)와 파이어스톤은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했다. 포드는 공개적으로 타이어로 인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고 파이어스톤은 익스플로러의 설계 역시 문제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9  서로를 향한 비난은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협력을 통해 쌓아 온 두 기업 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토대로 성공을 꿈꾸는 조직들은 지표와 관련된 보상을 덜 중시하는 반면 가치 창출 기회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시애틀에 위치한 버지니아 메이슨 의료센터(Virginia Mason Medical Center)와 버지니아 메카닉스빌에 위치한 의료 수술 장비 유통업체인 오웬스 앤 마이너(Owens & Minor)의 사례를 살펴보자. 비즈니스 관계의 조건을 협의하던 두 조직은 적대적인 고객-공급자 관계의 위험을 인지하고 특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전통적으로 의료 수술 장비 유통 산업의 요금 구조는 원가 가산 가격 결정(cost-plus pricing), 즉 배송된 제품 비용에 일정 퍼센티지를 더하는 방식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이런 가격 구조는 병원들로 하여금 장비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장비를 선별해 구매하도록 하는 왜곡된 인센티브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이 부주의하게 계획을 세우는 탓에 긴급 주문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도 있다. 오웬스 앤 마이너는 전통적인 가격 정책이 높은 비용과 낮은 마진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오웬스 앤 마이너는 좀 더 효율적인 공급망을 제안하는 한편 얼마의 비용이 절감되건 버지니아 메이슨 의료센터와 공유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측은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 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예컨대, 수술실에 필요한 물품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어떤 불이익을 떠안을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실수와 결함으로 인한 모든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기로 약속했다.10
그 결과, 양측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하기보다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게 됐다.

 

정보.효과적인 파트너 관계의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개방적이고 광범위한 정보 공유다. 전통적인 고객 관계 내의 정보 환경에서는 측정해야 할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정의하고 각 지표에 대한 목표 성과 수준을 명시한다. 서비스 차원의 협약은 준수(compliance) 원칙을 토대로 하며 사전에 결정된 유인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계약을 확대하고, 새로운 주문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서는 정보 교환의 목적이 단순한 준수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공통된 정보를 갖고 있으면 파트너들이 함께 문제를 풀고 공급자들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예측하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준수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보상 및 불이익과 관련된 지표의 숫자가 훨씬 적다. 또한 최종 고객과의 관계에서 파트너들이 기록한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된다.11  지표의 숫자를 줄이면 논쟁을 줄이고 파트너 관계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유명 소매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은 인포시스는 클라이언트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품절된 제품의 숫자를 가장 중요한 성과 척도 중 하나로 여겼다. 소매업체에 품절된 제품의 숫자는 인포시스의 재고 보충 소프트웨어에서 발견된 버그의 숫자보다 훨씬 의미 있는 척도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토대로 성공을 꿈꾸는 조직들은 지표와 관련된 보상을 덜 중시하는 반면 가치 창출 기회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구축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파트너 관계가 발전하고 클라이언트와 공급자가 서로를 잘 알아갈수록 계약 기간이 길어지고 상호 교환하는 운영 지표의 숫자도 많아진다.12  계약이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첫째, 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공식화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고객과 공급자가 관계에 얼마나 기여하고 관계를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치를 확인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계약의 두 가지 역할 중 두 번째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13

 

미리 정해놓은 기대치가 충족됐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뛰어난 경쟁 우위를 구축하기에 충분치 않다. 예컨대, 인포시스는 핵심 고객과의 정보 교환을 지원하기 위해 균형 성과표(balanced scorecard·BSC)와 유사한관계 점수표(relationship scorecard)’를 활용한다. 점수표에는 관계의 현 발전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클라이언트가 승인한 개선 방안의 수), 각 당사자의 비즈니스 성과, 제휴 관계의 미래 잠재력 등이 포함돼 있다.14  인포시스 관리자들은 이런 정보를 공유하면 파트너 관계, 클라이언트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큰 그림 속에서 파트너 관계가 어우러지는 방식 등에 대한 전체론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정보 교환의 목적이 성과 평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보 교환이 일련의 운영지표보다 좀 더 탄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협력하는 조직들은 신뢰 가능한 정보가 공급자와의 신뢰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며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없으면 신뢰가 무너지고 협력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메탈크래프트15  (실존하는 자동차 공급업체의 가명)의 경험을 통해 이런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메탈크래프트는 공급자 평가와 분류를 목적으로 하는 공급자 점수표(supplier scorecard)를 활용해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세부적인 공급자 성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메탈크래프트는 공급자들과 탄력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사의 아웃소싱 관리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측정 방식을조정(adjust)’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소싱 협약을 엄격하게 적용한 탓에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상황(: 훌륭한 공급업체를주문 없음목록에 올려두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공급자들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자들이 측정 방식을 조정하는 것은 독단적이고 뻔뻔할 정도로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메탈크래프트의 결정과 점수표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일부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관행으로 인해 정보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 예컨대 맥킨지(McKinsey & Co.)는 하이테크 공급망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정확하지 않은 예측 정보를 공유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사와 경쟁기업에 공통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경쟁기업에 비밀 정보를 누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공급자는 클라이언트가 갖고 있는 편향(biases)을 감안해 정보를 해석한다. 결국 불신으로 인해 공급망 전체의 효율성이 더욱 악화된다.16

 

협력 메커니즘.가치 창출과 정보 교환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센티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건강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트너들이 가치 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도록 장려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학습과 신뢰를 권장하고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파트너 관계가 최고의 파트너 관계다. (그림 3)

 

그림 3협력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

 

 

전통적인 서비스 차원의 합의가 갖고 있는 몇 가지 장점 중 하나가 명료성(clarity)이었다. 환경이 바뀌면(: 유가 인상) 이미 명시해 놓은 결과를 사전에 합의했던 방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사실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면 조직들은 합의 내용을 재협상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용한다고 해서 계약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트너 관계에 참여하는 조직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계약이 더 이상 파트너 관계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행동을 관리하는 법(law)의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사실, 계약 자체보다 양측이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지 논의하는 협상 프로세스가 더욱 중요하다.17  바티에어텔의 모기업 바티 엔터프라이지즈(Bharti Enterprises)의 그룹 부대표 겸 관리 이사인 아킬 굽타(Akhil Gupta)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파트너 간 충돌을 최소화려면 양측이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일을 추진할 정도의 여지를 줄 수 있도록 계약서를 단순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주변 상황을 토대로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파트너들과 함께 얼마든지 계약을 재해석하거나 재정의할 수 있습니다.”18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서는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또한 관계의 진전을 살피고 포괄적인 관점을 유지할 책임을 맡고 있는 의사결정 조직(운영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이 제도적 구심점이 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다양한 측면을 대변하는 대표들로 이뤄진 위원회를 꾸린다는 것은 곧 해당 관계가 재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서는 위원회가 좀 더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들은 이런 포럼을 토대로 관계가 경쟁 입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혹은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한다. 공급자들은 위원회 회의를 통해 클라이언트와 좀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익혀야 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기술에 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고위급 경영진을 위원회에 참여시키면 커다란 도움이 된다.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잠재적인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포시스는 경영 위원회(인포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 조직)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주요 클라이언트 조직 내 운영위원회에 1명씩 파견한다.

 

 

조직 내에서 실제로 운영을 담당하는 관리자들 간 정기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영진 차원에서 주기적인 성과 검토 일정을 짜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파악해 두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메커니즘의 목표는 비난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다. 예컨대 바티에어텔에는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개입이 필요해지기 전에 관리자들이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기 때문이다.

 

계약 종료 협약(exit agreement), 경업금지(競業禁止) 조항(noncompete clause), 우선매수 청구권(right of first refusal) 등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세 가지 유형의 합의를 강조하지 않으면 어떤 관리체제도 완벽해질 수 없다. 이 메커니즘들은 탄력성, 혁신, 신뢰에 도움이 되며 양측 모두에게 파트너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 계약 종료 방안(Exit Options).바티에어텔은 네트워크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계약 종료 방안을 갖고 있었다. 바티에어텔이 다른 기업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장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좀 더 특수한 자산을 활용하는 경우라면 자산과 인력, 지식을 넘기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파트너 관계를 종료하는 방안은 혼전 합의서와 유사하다. 관계를 종결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합의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뢰 부족으로 인한 증상이라기보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양측 모두가 관계에 좀 더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다.19

 

2. 경업금지 조항(Noncompete Clauses).경업금지 조항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공급자가 파트너 관계에서 생성된 지식을 다른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상황에 접목하지 못하면 중요한 가치 원천으로부터 고립되며 혁신의 동기를 상실하게 된다.20  뿐만 아니라 여러 고객들과의 관계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공유하면 공급자의 학습곡선이 발전하고 운영 규모가 커진다. 공급자의 이런 변화는 클라이언트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선사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들은 파트너 관계에서 생성된 경쟁 우위를 경쟁기업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자와 협력하기를 꺼릴 수도 있다. 필자는 연구를 통해 상황 적응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서는 다른 조직, 혹은 경쟁 기업을 위해 일하거나 다른 조직에까지 혁신의 범위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 우선매수 청구권(Rights of First Refusal).파트너 관계 계약이나 양해 각서 조항에 의거해 공급자가 현재의 협력 범위와 가까운 분야에서 명확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관계 점수표를 활용하는 인포시스의 고객들은 대개 입찰 프로세스를 다른 공급자에게 개방하기 전에 인포시스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권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런 합의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신뢰를 상징적으로 강화한다.

 

관리자들은 오늘날의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벤더와 고객 간 관계를 위한 새로운 구조를 탐색 중이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또한 이들이 발전시킨 관계는 혁신과 탄력성, 신뢰라는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관계의 구체적인 요소는 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글에 소개된 기본적인 원칙들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헤치고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F. 아시스 마르티네스-헤레스(F. Asís Martínez-Jerez)는 인디애나 사우스 벤드에 위치한 노터데임대(University of Notre Dame) 멘도자 경영대학(Mendoza College of Business) 회계학과 조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5221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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