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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주가가 13년간 제자리인 이유는?

토드 젠거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6월 호에 실린 토드 젠거(Todd Zenger)의 글 ‘What is the theory of your fir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전략을 정의해보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아마도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전략은 매력적인 시장을 발견하고 그곳을 목표로 삼아 그 안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기업들은 고객에게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거나 평범한 가치를 매우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정하고 각종 활동을 추진해서 이런 포지션을 얻는다. 전략에 대한 이 같은 관점이 전 세계 비즈니스 스쿨 커리큘럼의 핵심이다. 가치 있는 포지션들은 모방과 도용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한다.

 

불행하게도 투자자들은 그런 포지션을 차지하고 지켜내는 경영진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는 강력한 포지션을 지녔지만 주가가 낮은 기업들이 즐비하다. 유통업계의 공룡 월마트(Walmart)가 여기에 딱 맞는 예다. 월마트가 괄목할 만한 기업이라는 점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업 초반에 도시마다 빽빽하게 지점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것이 포지션상 강력한 우위를 갖게 했다. 광고와 가격 책정, 정보 기술과 관련된 상호보완적 선택들은 월마트 매장들이 저가에 유연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렇게 강력한 포지션과 성공적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월마트 주가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오래 전부터 예측 가능했지만 투자자들은 새롭게 발견된 가치의 증거 - 복합적으로 중요한 가치 - 를 원하기 때문이다.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단지 이전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주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내일의 좋은 소식은 어제의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하는 법이다.

 

내가 MBA 학생들에게 형편없이 운영되고 있는 회사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를 골라 이끌 기회가 생긴다면 전자를 택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1 9월 잭 웰치로부터 GE의 통솔권을 넘겨받는다고 상상해보라. 투자자들이 지난 20년 동안 40배나 늘어난 가치를 즐기고 있던 때였다. GE 같은 기업의 주가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매우 벅찰 것이다.

 

나쁜 점은 성장을 위한 시도들이 종종 현재의 시장 포지션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전략을 포지셔닝으로 설명하는 선구적 지지자 마이클 포터는성장하려는 노력은 독특함을 사라지게 하고, 타협하게 만들며, 조화를 깨뜨리고 궁극적으로 경쟁우위를 약화시킨다. 성장 지상주의는 전략에 독과 같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관점의 논리는 어떻게 하면 가치 창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기업을 현재의 전략적 포지션에서 멀어지도록 만들어 성장 의욕을 꺾어버릴 수 있다. 이런 딜레마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꾹 참고 견뎌라는 것 외에 실질적인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리더들을 가장 괴롭히는 전략적 문제는 경쟁우위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또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아니다(이는 전략 분야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롭고도 예측하지 못했던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내는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글에서 나는 내가 기업이론(corporate theory)이라고 부르는 것을 제시할 것이다. 이는 기업이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전략 그 이상이며 포지션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보다도 우위의 것이다. 이것은 전략 선택의 가이드다. 훌륭한 이론을 가진 기업일수록 전략적 선택을 인식하고 구성하는 데 더욱 성공적이다. 이는 지속적인 가치 성장에 연료가 된다.

가장 훌륭한 이론

 

제품 개발에서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가치 창출이란 수많은 기존 요소들의 재결합을 수반한다. 광범위한 집합에서 꼭 맞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눈먼 탐험가가 바위투성이 산맥을 오르는 것과 같다. 전략가는 주변 환경의 지형을 읽지 못한다. 다양한 조합의 진정한 가치를 말이다. 그 혹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리더들은 환경에 대한 인지적이고 이론적인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지식과 이전의 경험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 후 역량과 활동, 자원의 가치 있는 구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지식을 바탕으로 추측해야 한다. 이런 구성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이론은 시험대에 오른다. 만약 이론이 훌륭하다면 리더는 인접 지형 중 일부에 정교한 비전을 얻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가치 있는 다른 구성이나 확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보통 일관된 가치 창출 이론 위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창업자의 후계자들이 그 이론을 망각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혹 기사회생한다면 다시 그 이론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역사가 대표적인 예다. 디즈니의 창업자는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명확한 이론을 갖고 있었다. 그 내용은 한 장의 그림에 담겨 현재 디즈니의 자료보관실에 보관돼 있으며 여기 복사본을 실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월트디즈니의 가치창출이론그림을 참조하라.)

 

이 그림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자산의 범위를 나타낸다. 극장용 영화를 중심으로 책과 만화책, 음악과 TV, 잡지, 놀이공원, 상업적 라이선스 등이 둘러싸고 있다. 이 그림은 또한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관계들의 촘촘한 연결망을 보여준다. 주로 핵심 자산과 다른 자산 사이에서 발생하는 효과다. 따라서 정확히 이름 붙여진 것처럼 만화는 영화를 있게 하고 영화는 만화에 재료를 제공한다. 놀이공원 디즈니랜드는 영화를 홍보하고 영화는 놀이공원을 홍보한다. TV는 음악 부문의 제품을 알리고 영화 부문은 곡과 재능으로 음악 부문을 살찌운다. 월트의 이론을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는 가족 친화적인 만화 영화(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키우고 만화 캐릭터와 이미지에서 가치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이를 지원하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자산들을 결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을 지속한다.”

 

 

 이 이론이 가진 힘은 아마도 월트의 죽음 이후 가장 강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을 것이다. 월트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 만에 디즈니의 리더십은 월트의 비전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디즈니의 영화들은 핵심 역량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멀어졌고 가치 창출의 엔진도 서서히 멈춰버렸다. 영화 수익이 감소했다. 디즈니랜드의 입장 수익도 바닥을 기었다.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도 악화됐다. 매주 일요일 저녁 미국 전역의 모든 가족을 한데 모았던 TV더 원더풀 월드 오브 디즈니(The Wonderful World of Disney)’는 방송 편성표에서 자취를 감췄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1970년도 후반에는 어릴 적 우리가 사랑하며 자랐던 디즈니 프랜차이즈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디즈니가 겪고 있는 혼란의 깊이를 입증하듯 1984년 기업 사냥꾼(corporate raider)들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을 시도했다. 영화 도서관과 놀이공원 주변의 주요 부동산을 포함해 디즈니의 주요 자산을 팔아버리는 적대적 인수(hostile acquisition)였다. 자본시장은 이 아이디어를 환영했다. 디즈니 이사회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넉넉하게 프리미엄을 얹어 지불하겠지만 결국에는 회사를 분해시킬 사냥꾼들에게 디즈니를 팔아버리든지 아니면 새로운 경영진을 찾아야 했다. 이사회는 후자를 택했고 마이클 아이즈너(Michael Eisner)를 고용했다.

아이즈너는 월트 본래의 이론을 다시 끌어냈다. 이를 통해 만화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등 일련의 히트작들이 이때 나왔다. 이후 10년 동안 디즈니의 극장 점유율은 4%에서 19%로 뛰어올랐다. 캐릭터 라이선싱 매출은 8배 증가했다. 놀이공원 방문객과 마진 역시 크게 늘어났다. 비디오 대여와 판매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서 21%로 급등했다. 아이즈너는 새로운 놀이공원을 열고 애니메이션 영화에 투자를 늘렸으며 월트의 이론과 일치하는 인접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유통업체와 디즈니 유람선, 토요일 아침의 TV 만화, 브로드웨이 공연 등이 그것이다. 본질적으로 디즈니는 오랫동안 방치했던 월트의 이론을 다시 꺼내고 그와 일치하는 전략적 액션들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시가총액을 1984 19억 달러에서 1994 280억 달러까지 키웠다.

디즈니의 비즈니스 사이클은 그 이후 계속 반복됐다. 브로드웨이 공연으로의 진출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캐릭터 라이선싱, 놀이공원과 상호보완적이었지만 1988년 로스엔젤레스 TV 스테이션(Los Angeles TV station)의 인수와 1995 Cap Cities/ABC 매수, 1996년 애너하임 엔젤스(Anaheim Angels)의 인수 등은 이론의 논리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최신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픽사로 계속 옮겨가면서 아이즈너는 핵심 애니메이션 자산들을 다시 한번 위축시키고 말았다. 디즈니는 계약을 맺어 그들의 기술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두 회사 사이에는 분쟁이 많았고 2005 10월 아이즈너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 완전히 단절됐다.

아이즈너의 뒤를 이은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는 단순히 픽사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70억 달러가 넘는 금액에 픽사를 인수했다. 최근 마블(Marvel)과 루카스필름(Lucasfilm)을 인수한 것은 이 기업을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이끌기는 했지만 핵심 자산을 강화시키는 조치였다. 마블과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은 디즈니의 전통적인 공주 위주의 캐릭터들과 사뭇 다르다. 이 같은 전략적 실험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판명 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월트디즈니의 성장 로드맵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사후 리더십에 대해 주목할 만한 사례를 제시했다.

전략의 세 가지 안목

 

디즈니의 전략은 강력한 기업이론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이 전략은 상급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화된 비전을 제시했다. 그들은 상호보완적인 자산과 활동, 자원의 묶음을 선택하고 얻고 구성할 때마다 이 비전을 도구로 사용했다. 어떤 기업의 이론이 이처럼 훌륭한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내가 전략적안목(sights)’이라고 부르는 다음의 세 가지를 비전이 얼마나 제시하는지에 달렸다. 예지력(foresight), 통찰력(insight), 교차 통찰력(cross-sight)이 그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지력 효과적인 기업이론은 업계 혁명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명확히 설명한다. 미래 고객들의 입맛이나 고객 수요를 예상하고 관련 기술의 발달을 예측할 뿐 아니라 심지어 라이벌의 경쟁적 행동을 전망하기도 한다. 예지력은 어떤 자산 인수나 투자, 전략적 행동들이 장래 다가올 세계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입증될 것인지 제시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며 동시에 일반적인 통념과 다소 다른 것이다. 너무 포괄적이라면 어떤 자산이 가치 있는지 구별할 수 없다. 너무 널리 공유된 것이라면 바라는 자산 또는 역량이 너무 비싸거나(경쟁 때문에) 독특하지 않을 것이다(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다). 월트디즈니의 예지력은 가족 친화적인 시각적 판타지 세계가 굉장히 매력적일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데 있었다.

 

통찰력 만약 경쟁 기업이 당신 기업과 똑같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당신의 전략적 행동을 똑같이, 심지어 더 정교하게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당신 기업이론의 우월한 예지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기업이론은 현재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활동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그 기업 고유의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이론은 드물고 독특하며 가치 있는 것들을 구별해낸다. 디즈니의 핵심적인 통찰력은 기업의 가치를 초기에 알아보고 애니메이션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은 실제 배우와 다르게 에이전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교차 통찰력 잘 만들어진 기업이론은 기존의 자원과 결합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것들을 확보해서 그 기업만이 독특하게 조합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상호보완성을 밝혀낸다. 디즈니의 이론은 핵심 자산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광범위한 엔터테인먼트 자산들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 안목들은 리더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액션을 끊임없이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미래의 수요나 기술, 고객의 취향에 대한 예지력은 교차 통찰력이 필요한 범위를 알려준다. 독특한 자산에 대한 통찰력은 예지력과 교차 통찰력을 구하는 데 집중한다. 교차 통찰력은 예지력의 영역을 강조하며 가치 있는 상호보완적 요소들을 찾아낸다.

 

전략에 이론이 부족할 때

 

하지만 모든 기업이론이 동일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어떤 기업은 가치 있는 결과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다. AT&T가 바로 그렇다.

1984 7개 지역의 벨운영회사(Bell Operating Companies) AT&T에서 분리됐다. 이는 AT&T의 지역 전화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15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340억 달러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AT&T에는 장거리 통신사업과 생산 부문(Western Electric), R&D 조직인 벨연구소(Bell Labs)만 남았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하지 않았던 AT&T에는 가치 창출의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다.

조직이 분해된 후 AT&T가 취한 첫 번째 전략적 액션은 그동안 AT&T의 리더들이 폭넓은 관리 능력으로 여겨온 곳에서 이론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말하는 관리 능력이란 장거리 서비스에서 대규모 현금을 끌어와 다양한 인수와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 후 몇 년 동안 AT&T는 데이터 네트워킹, 금융 서비스, 전산, 인터넷 포털 분야에 뛰어들었다. 시장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AT&T 1995년 두 가지 주요 자산인 NRC와 루슨트 테크놀로지스(Lucent Technologies)를 처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 다각화 이론을 포기했다. 결국 스스로를 서로 다른 세 개의 회사로 쪼개는 셈이었다.

 

 

경영진은 재빨리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이 이론에는 지역 소비자들에게 닿는 마지막 연결 단계를 확보하는 것과 전화, 광대역 인터넷, 케이블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의 가치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이 이론을 토대로 AT&T 1998년과 1999년에 많은 돈을 들여 여러 건의 케이블 사업 인수를 추진했다. 8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였다. 불행하게도 이 이론은 다른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 널리 퍼졌고 인수 가격에도 반영됐다. (가입자 1인당 가격이 4000달러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초반에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T&T 주가는 사상 최고점인 60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0 5월 주가는 다시 급락했고 주당 40달러까지 낮아졌다. 이에 AT&T는 자신들의 이론에 다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최소한 월가에 이론을 어필하는 능력을 되돌아봤다. 2000 10 AT&T는 무선 통신과 케이블 부문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5년 후 기업 자체가 매물로 나왔다.

AT&T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디즈니 이론처럼 자산의 조합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에 아주 구체적이면서 강력한 이론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조직이 분해된 후 AT&T가 만들었던 첫 번째 이론은 기업의 운영 능력을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통찰력과 교차 통찰력이 부족했고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도 담겨 있지 않았다. 두 번째 이론 역시 비슷한 오류를 갖고 있었다. 예지력은 있었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었고 이 때문에 남과 구별되는 교차 통찰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업이론으로 싼 물건 찾아다니기

 

잘 만들어진 기업이론의 진정한 위력은 특히 기업이 쇼핑에 나설 때 분명해진다. 시장에서의 가치 창출은 결국 지불 가격으로 설명된다. 훌륭한 기업이론은 인수자가 자신만이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싸게 나온 매물을 골라낼 수 있게 한다.

미탈스틸(Mittal Steel)이 좋은 예다. 1976년 설립부터 1989년까지 이 기업은 업계에서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였고 재무적 성과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르곤 했다. 미탈은 인도네시아에서 작은 공장으로 출발했다. DRI(direct reduced iron)라고 불리는 새로운 철광 투입 기술을 개발했으며 덕분에 소규모 제철 공장에서는 기존 고철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물질을 얻었다.

미탈은 호랑이 경제(tiger economy)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컸다. 1989년 이 기업은 첫 번째 주요 확장을 시도하는데 이는 트리니다드토바고(Trinidad and Tobago)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골칫거리 철강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이 공장은 생산능력의 25%만 활용하고 있었고 일주일에 100만 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었다. 미탈은 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한 작업에 재빨리 착수했다. 지식을 전수하고 DRI를 활용하게 했으며 매출을 키웠다. 그 후 15년 동안 대규모 인수가 계속됐다. 주로 전 소비에트연합 내 자산이었다. 하나하나가 전부 금광의 발견으로 비유될 만한 것들이었다.

이 같은 인수들을 이끈 것은 명확하고 단순한 기업이론이었다. 미탈은 개발도상국(철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에서 제대로 이해되지도, 관리되지도 않은 국가 소유 철강 기업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같은 인수는 내부 운영 개선에 집중하고 있던 대다수 철강 기업들, 특히 통합된 기술과 대규모 철광상(iron ore deposits)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생각할 수도 없던 것이었다. 따라서 이는 미탈에 넓게 열린 분야였다.

미탈이 가졌던 통찰력은 DRI의 가치와 과거 국가가 소유했던 기업을 턴어라운드하게 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이해였다. 예지력은 철광 자원의 가치 - 개발도상국 내 빠르게 증가하는 철광 수요를 고려할 때 - 와 산업을 통합하는 것의 이점을 남보다 먼저 인지한 데 있었다. 교차 통찰력은 보유한 독특한 역량으로부터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의 유형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미탈은 2004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회장인 락시미 미탈(Lakshimi Niwas Mittal)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성공은 미탈에 특히 가치 있는 자산으로 계속해서 안내하는 기업이론에서 비롯됐다. 마치 굉장한 보물 지도처럼 말이다.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훌륭한 이론처럼 실용적인 것은 없다.” 이론은 평범한 관계에 예상을 규정한다. 또한 사실에 반하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내 이론이 내가 속한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정해진 그 다음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이론은 역동적이며 반대되는 증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다. 마치 학술적 이론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획기적인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기업이론은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액션의 근원이다. 이론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필요한 비전을 제공하고 필연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실험 중에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조언한다. 더 나은 이론은 더 나은 선택을 이끌어낸다. 잘 만들어진 이론으로 무장해야만 무작위 행보(random walk)를 할 때보다 더 나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토드 젠거

토드 젠거(Todd Zenger)는 워싱턴대 St. Louis’s Olin 경영대학원의 경영 전략 Robert and Barbara Frick 교수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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