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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Quarterly

Give & take: 생산성도 높이는 너그러움 찾기

애덤 그랜트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4월 호에 실린 와튼스쿨 경영학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글 ‘In the Company of Givers and Tak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조직 구성원들은 주는 사람(giver)처럼 굴어야 할지, 받는 사람(taker)처럼 굴어야 할지 매일 결정을 내린다. 주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동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가치 있는 무언가를 소개할 수도 있다. 받는 사람처럼 굴면 자기자신의 전문지식과 시간은 철저하게 보호하되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의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주는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의 목표 달성을 돕고자 하는 의지는 효과적인 협력, 혁신, 품질 개선, 우수한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이런 행동이 보편화된 직장에서는 주는 행위에 내재된 장점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확산된다. 애리조나대(University of Arizona) 네이선 팟사코프(Nathan Podsakoff) 교수가 실시한 기념비적인 메타 분석을 생각해 보자. 팟사코프가 지휘하는 연구팀은 수많은 산업에서 활동하는 3500개 이상의 사업부에서 관찰된 조직 행동을 대상으로 38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직원들의 행동과 바람직한 비즈니스 결과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료에게 무언가를 주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사업부의 수익성, 생산성, 효율성,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반대로 비용과 이직률은 줄어들었다. 주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 직원들은 효율적인 문제 해결과 조화를 장려하며 고객, 공급자, 최우수 인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응집력 있고 협력적인 문화를 구축한다.

 

리더들은 너그러운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며 직원들에게 좀 더 너그럽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의 타당성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코넬대(Cornell University) 경제학 교수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설명처럼 수많은 직원들이 제로섬처럼 느껴지는 조직 보상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 승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한 사람만 높은 자리로 올라갈 뿐 나머지는 뒤처진다. 강제적으로 직원들의 순위를 매기는 성과 평가 방식을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5점을 받을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1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너스를 얻기 위한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최우수 인재에게 많은 돈이 돌아갈수록 나머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직원들은 서로 반목하고 동료들의 노력을 지지하기보다 방해한다. 살벌한 채점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책임을 엄격하게 나누고 개인의 성과에 주목하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뿌리내릴 수 있다.

 

성공 모델을 찾기 위해 조직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직원들은 너그러움을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교수 프랭크 플린(Frank Flynn)은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한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호의를 주고받는 모습을 관찰하던 플린은 주는 사람(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받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은 직원)의 생산성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 역시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통해 비슷한 사실을 발견했다. 즉 매출 수준이 가장 저조한 직원들이 동료들을 돕는 데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둘 중 어떤 결과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엔지니어들을 분석하던 플린은 이들 역시 동료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도 수많은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필자 역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영업사원들을 집중 분석한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가 남달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동료들에 비해 평균 50% 정도 많은 연 매출을 올렸다. 두 사례를 통해 너그러움이 일부 직원들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반면 또 다른 직원들의 성과를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관리자들에게 까다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한다. 관리자들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너그러움을 장려할 수 있을까? 이미 너그럽게 굴고 있는 직원들이 동료들을 돕는 데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 반면 이기적인 직원들은 마치 도움을 받을 자격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구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해서 선량한 사람들이 치욕적인 대접을 받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내에서 주로 받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해결방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협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료의 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연구를 통해 주는 사람들이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 때 좀 더 생산적으로 굴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어떤 것이 너그러움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 미묘한 차이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주는 사람들이 너그러움에 수반되는 3개의 속성(소심함, 이용 가능성, 감정이입)과 너그러움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야 조직 내에서 좀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대리인 역할을 통해 소심함을 극복하라

 

먼저 소심함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소심함이 반드시 너그러움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는 사람들이 소심하게 구는 경우가 많다. 소심함은 흔히 받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적극적인 태도와는 정반대다.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주저 없이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사리 주장하지 못한다. 관리자들은 조직 내에서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2개의 개념을 분리시키고 너그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자기 주장 기술을 익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남아에서 뉴욕으로 근무지를 옮기고자 했던 경영 컨설턴트 에리카를 통해 너그러움과 적극성을 솜씨 좋게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리카는 언제나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다. 에리카는 늘 인기 없는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관리자를 돕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며,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 시간을 희생하고, 동료들이 가망 없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조언을 한다.

 

오랜 기간 해외에 거주한 에리카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에리카가 희망하는 근무지는 뉴욕이었다. 가족이 뉴욕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리카는 아시아 사무소에서 일할 컨설턴트는 부족하지만 뉴욕 사무소에는 컨설턴트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에리카 역시 고용주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당시 에리카는 필자가 가르치는 협상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필자는 에리카가 결의를 다질 수 있도록 오직 자신의 입장만을 옹호하기보다 자신의 뉴욕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에리카는 자신이 고향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면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떠올렸다. 가족들의 반응에 생각이 미친 에리카는 불현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리카는 자신의 이익에 대해 관리자와 대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뉴욕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교수 해나 라일리 볼스(Hannah Riley Bowles)가 진행한 흥미로운 연구에도 소심함을 이겨낸 에리카의 사례가 잘 묘사돼 있다. 볼스와 동료들은 약 200명에 달하는 고위급 경영자들에게 짝을 지어 앉아 임금 협상 역할놀이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연구진은 1명에게는 상사의 역할을, 다른 1명에게는 승진을 앞두고 있는 직원 역할을 맡겼다. 연구진은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심히 살폈고 관찰을 통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찾아냈다. 남성직원들은 평균 146000달러의 연봉을 받아낸 반면 여성들은 평균 141000달러(남성들에 비해 3% 적은 금액)의 연봉을 받기로 협상하는 데 그쳤다.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강하게 협상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주는 사람의 역할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여성들로 이뤄진 또 다른 그룹은 평균 167000달러의 연봉을 받아냈다. 남성 평균보다 14%나 많은 금액이었다. 이들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실험을 진행할 때 이들에게 직원 역할이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주문했다. 사실 이들 역시 첫 번째 그룹의 여성들과 동일하게 받기보다는 주는 쪽으로 치우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을 대신해 연봉 협상을 하는 역할 때문에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협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agent) 역할을 맡게 되자 강인하고 끈기 있는 협상 태도가 주는 사람이라는 자아상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멘토 역할을 하는 각 여성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멘티를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마찬가지로 뉴욕 사무소로 옮겨가기 위해 노력 중이었던 에리카 역시 스스로를 대리인으로 여겼기 때문에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에리카는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는 마음 때문에 자기자신을 위해 싸우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그 마음을 십분 활용해 스스로를 대리인으로 여긴 덕에 에리카는 용기를 내어 뉴욕 사무소로 옮겨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리인처럼 군 덕에 에리카는 받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고 정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에리카는 뉴욕 사무소로 이동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뉴욕에 있는 가족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는 마음에 초점을 맞춘 개인적인 요청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하는 방법, 관계 중심적인 설명(relational account)’ 기법을 활용했던 것이다. 볼스가 진행한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여성이 관계 설명을 활용해 좀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하면 너그럽다는 평판을 훼손시키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의 설명처럼 관계 설명 방식을 활용하면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이성격상 받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중요시하고 배려심이 깊고 나눠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다른 사람을 대변하는 방법이 여성들이 활용하기에 좋은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구글(Google)에서 일하는 브라이언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브라이언은 신규 채용자들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구글에서 함께 일하는 브라이언의 동료는브라이언을 보면 너그럽고 개방적인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잘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브라이언은 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주장하지 않는다. 일례로, 브라이언은 급여 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몇몇 동료들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내고도 보너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라이언은 즉시 나서서 부사장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부탁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면 부탁을 할 수도 있다.” 브라이언은 동료들을 위해 보너스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위 사례들은 조직 내에서 주로 주기만 하는 사람들이 소심함에 굴복하지 않도록 돕고자 하는 관리자들에게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스스로를 위해 주장을 펼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직원들이 관계 설명을 활용해 준거 틀을 수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주장을 펼치도록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자신과 이익을 공유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 대상이 동료가 될 수도 있고, 고객이 될 수도 있으며, 공급자, 직속 부하, 친구, 가족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찾아냈다면 그 사람을 돕겠다고 구두로 약속을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끝났다면 이제 적절한 청중을 겨냥해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대상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관계 설명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사항을 언급해야 한다.

 

 

이용 가능성을 제한하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여러 네트워크와 상호 작용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한다. 조직 내에서 주로 주기만 하는 사람들은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요청을 모두 들어주기 위해 애를 쓰다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방치하거나 극도의 피로를 느끼거나 받는 사람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포함된 어느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너그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그동안 동료가 도움을 요청해 올 때마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도움을 주곤 했다. 엔지니어 팀이 신형 레이저 프린터에 들어갈 코드 작업을 시작했지만 업무 방해 빈도가 지나치게 잦은 탓에 업무가 지연됐다. 몇몇 엔지니어들이 업무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료들의 부탁에 시간을 내어주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엔지니어는사람들이 항상 나를 찾아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 언제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엔지니어는 부탁거리를 들고 자신을 찾아오는 동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며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무례하게 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려 든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낮에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업무 시간을 할애하는 한편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했다. 이것은 지속 가능한 해결방안이 아니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잠을 포기했고 극도의 피로를 느꼈다. 뿐만 아니라 밤이나 주말에도 동료들의 부탁이 이어졌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레슬리 펄로(Leslie Perlow)가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엔지니어들에게 정해진 시간 동안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엔지니어 팀은 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혼자 조용히 업무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료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 등 협력적인 업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펄로는 65%의 엔지니어들이 조용한 업무 시간 동안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엔지니어 팀은 정확히 예정된 시기에 맞춰 신형 레이저 프린터를 출시했다. 해당 사업부가 설립된 이후 신제품이 지연되지 않고 제때 출시된 두 번째 사례였다. 부사장은 조용한 업무 시간이 제때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는 사람들은 도움을 달라는 모든 요청을 수용하기보다 한계를 정해둬야 한다. 엔지니어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조직 구성원들은 언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리 한계를 정해 둬야 한다. 딜로이트컨설팅(Deloitte Consulting)의 인사 변화 책임자 제이슨 겔러(Jason Geller)는 이런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역할 모델이다. 겔러는 담당 부서의 모든 신규 채용자에게 기꺼이 조언을 제공한다. 사실 이런 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업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 겔러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금요일에만 멘토링을 위한 회의를 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방법은 그동안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겔러는 불과 서른 살의 나이에 파트너가 됐다. 대개 파트너가 되려면 12∼15년이 걸리지만 겔러는 단 9년 만에 파트너로 승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겔러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계를 정해뒀다. 겔러는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사람들의 요구에 직접 응하기보다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에게 직급이 낮은 애널리스트들을 위해 조언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런 전략을 활용한 덕에 겔러는 주는 사람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들어 멘토링 업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는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겔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대리인이다.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심리학 교수 비키 헬게슨(Vicki Helgeson)은 연구를 통해 스스로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주는 사람과 성공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사람 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겔러는그 덕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주는 사람들은 도움을 줄 대상도 선별적으로 골라야 한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에게 노골적으로 거절을 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상대가 상습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리더가 절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즉 주는 사람이 받기만 하는 사람을 상대할 때 상대에게 걸맞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주는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상대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상대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우면 된다. 다시 말해서 받는 사람이 도움을 받은 대가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상대, 혹은 그 외의 사람에게 보답을 하는 경우에만 도와달라는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금융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고위급 경영자 케이시는 도움을 받고도 아무런 화답을 하지 않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케이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제 나는 상대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주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 내 도움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할 때는 대처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받기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동료가 자신과 같은 부서로 옮겨오자 케이시는 명확한 이해를 토대로 업무 관계를 정립하기로 결심했다. 케이시는 상대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당신이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랑 같이 일하실 때 그러시지 않으면 좋겠어요.” 케이시의 동료는 소문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케이시는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간의 관계에서는 그 사람이 확실히 바뀌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명확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행동하건 나한테는 그래서는 안 된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람이 동료의 요청을 묵살하면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늘 주기만 하는 사람들은 동료들의 존경심을 잃을 위험 없이 부탁을 거절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심리학자 에드윈 홀랜더(Edwin Hollander)가 명명한개인신용점수(idiosyncrasy credits, 규범에서 벗어나면서도 처벌 받지 않을 자유)’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개인신용점수를 쌓아 온 사람들에게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도움을 줄지와 관련해 한계를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그렇다면 언제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까? 리더와 관리자는 주로 주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신용점수를 활용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일정을 관리할 것을 권장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이 그랬듯 외부의 방해 없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정해놓을 수도 있고 겔러처럼 일주일 중 특정한 날에 본연의 업무와 상관 없는 회의를 몰아서 하는 방법도 있다. 이용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e메일 자동 응답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자동 응답 메일을 발송할 수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관계로 다음 주에 응답을 드리겠습니다. 용무가 급할 시 전화를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을 주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리더가 직원들의 기술, 관심사, 가치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것을 권장할 수 있다. 어떤 직원이 특정한 유형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 유명해질수록 사람들이 이런저런 잡다한 요청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직원이 갖고 있는 전문 지식과 부합하며 해당 직원이 즐겁게 해결할 수 있는 요청이 늘어난다. 이럴 경우 주는 행위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리학자 네타 와인스타인(Netta Weinstein)과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은 연구를 통해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 우월감과 개인적인 선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경우 도움을 주는 행위가 피로를 초래하기보다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도움을 줄 대상을 선택할 때는 그동안 자신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왔던 사람들의 동참을 촉구하면 적은 노력으로 좀 더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겔러가 그랬듯 주는 사람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모든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자신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동참을 촉구하면 이들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특정한 인물이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릴 수 있다. 그런 다음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면 된다. 이런 메커니즘이 형성되면 투자수익률이 극대화된다.

 

지나친 감정이입을 경계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라

 

주는 사람들이 피해야 할 세 번째 덫이 바로 감정이입이다. 물론 감정이입은 존경스러운 특성이며 매우 유용한 통찰력의 근원이다. 하지만 감정이입이 주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는 매우 바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공감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약삭빠르게 받기만 하는 사람의 손에 놀아날 위험이 크다. 심리학자 대니얼 뱃슨(Daniel Batson)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하며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기술했다. 상대에게 공감하는 사람은 자기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우선시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이 같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심리학 교수 애덤 갤린스키(Adam Galinsky)는 기발한 실험을 통해 설득력 있는 답을 찾아냈다. 갤린스키는 참가자들에게 채용 담당자와 구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 간의 연봉 협상 장면을 연출할 것을 요청했다. 채용 담당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발해상대에게 공감하는 사람(구직자가 어떤 기분인지 공감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처럼 굴 것을 요구했으며 또 다른 일부 채용 담당자들에게는균형 잡힌 사람(구직자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떠올릴 것을 주문했다)’처럼 굴 것을 요구했다. 세 번째 집단(제어군)에게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쉽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방안은 최적의 해결방안과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구직자들의 상황에 크게 공감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구직자들이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요구하도록 내버려뒀다. 하지만 균형 잡힌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구직자의 감정을 고려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구직자들을 좀 더 적절하게 처우할 수 있을지 고민한 덕에 이들은 좀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선택방안을 분석하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한 채용 담당자 중 상당수가 구직자들이 자신들보다 보너스와 이주비용에 한층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같은 깨달음을 토대로 연봉을 줄이는 대신 보너스와 이주비용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었다. 균형 잡힌 관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채용 담당자 중 최적의 균형점이 반영된 합의에 도달한 사람이 40%에 달했으나 공감에 집중한 사람과 대조군 실험자 중 같은 성과를 보인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이 같은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부탁을 받았을 때 단순히 공감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도록 훈련시키면 주는 사람들이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고 손해를 보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직원들이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는 법을 배우면 기업 전체에 도움이 되고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시간을 할당할 수 있다.

 

리더와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상대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자신의 관심사 또한 목록으로 작성해볼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부분이 겹치는지 확인한 후 협상 전문가들이양립가능한 문제 및 상호원조(compatible issues and logrolling)’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양립가능한 문제란 관심사가 일치하는 지점을 뜻하며 상호 원조란 자신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서는 상대방이 이기도록 허용하되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에서는 자신이 이기는 것을 의미한다.

 

주는 사람들은 태도를 완전히 바꿔 좀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내세우거나 이용 가능성에 제한을 두는 것보다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뛰어나다.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는 마음에는 상대를 둘러싼 배경과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주는 사람들은 상대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활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만만한 사람이 돼 버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기술을 활용하면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지는 윈/루즈 시나리오를 윈/윈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갖고 있는 2개의 위대한 힘

 

주는 사람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그중에는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언제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중단하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돼 쉽게 농락당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너그러움을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다. 직원들이 생산적인 방식으로 주는 문화를 장려하려면 조직의 리더가 직원들이 이런 덫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런 덫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스스로를 대리인으로 여기고, 이용 가능성을 제한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취하도록 직원들을 훈련시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가장 뛰어난 인재(동료들을 위한 너그러운 마음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둘째, 주는 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많은 것을 주고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다. 셋째, 너그러움을 권장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너그러운 조직이라는 평판을 구축해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들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받기만 하려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너그러움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면 야심 있는 전문가들이 오늘날 마주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는 행위 자체는 조직에 도움이 되며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은 추상적으로 주는 행위를 열렬히 칭송하곤 한다. 하지만 주는 사람의 희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Bill Gates) 2008년에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이야기한 것처럼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과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는 마음 등 2개의 위대한 힘이 있다’. 수많은 조직에서 이와 같은 2개의 힘이 뒤엉켜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주의해서 관리하기만 한다면 2개의 힘을 적절히 뒤섞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 주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편안하게 느끼게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떼어두되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할애할 시간을 남겨둘 수 있다. 너그러움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도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되면 조직이 점차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

 

애덤 그랜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 경영학 교수이며 <기브앤테이크: 혁명적인 성공 비결(Give and Take: A Revolutionary Approach to Success, 바이킹, 2013)>의 저자이기도 하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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