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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

위험한 혁신일수록 스텔스 모드로…

패디 밀러 (Paddy Miller)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3월 호에 실린 패디 밀러(Paddy Miller)와 토마스 위델-위델스보르그(Thomas wedell-wedellsborg)의 글 ‘The case for stealth innov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당신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 아이디어는 현재 상황을 뒤엎는 것이며 조직 내 다른 부서에서는 이를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당신이 취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옳다고 여겨졌던 답은 간단하다. 최고책임자에게서 권한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는 급격한 아이디어가 기업 승인의 단계를 아무 탈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많은 혁신가들이 꼽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디어가 독특할수록 세력 다툼이나 근시안적인 보상 체계, 변화에 대한 단순한 저항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혁신가들은 종종 최고책임자에게 곧장 찾아가 지지를 얻고 기업 안에 긴박감을 조성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곧장 위로 가는전략에도 위험이 있다. 큰 조직의 CEO들은 검증되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 제안서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통상 이런 아이디어들은 5분 정도 읽힌 후(no)’라는 답을 듣는다. 설령 당신의 아이디어가 C급 책임자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아이디어를 성급하게 공개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타당성과 자원을 확보하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기업 안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리에 놓일 수 있다. 미숙하고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에는 위험한 자리다. 혁신적인 매니저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냈다. 남들이 모르게 혁신하는 것이다.

 

화이자웍스(pfizerWorks)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당시 화이자 뉴욕 사무실의 HR 담당자였던 조던 코헨(Jordan Cohen)은 직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외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성 이니셔티브(productivity initiative)를 만들었다. 이는 직원들이 시간을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서 기술이 좋고 (임금도 비싼) 직원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8년 출범한 화이자웍스는 금세 성공 스토리로 인정받았으며 <비즈니스위크> <패스트컴퍼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코헨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1년 내부 조사에서 화이자웍스의 사용자들은 이를 회사의 가장 유명한 서비스로 꼽았다. 비록 이것을 위해 예산을 초과해 비용을 써야 했지만 말이다.

 

코헨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최고책임자에게 선보여 결실을 본 것이 아니다. 오히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아군이 될 만한 사람들을 모아왔다. 마침내 최고경영진에게 선보였을 때 그는 단순한 아이디어 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열정을 보이는 사용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증명된 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했으며 이를 지지하는 몇몇 상급 관리자들을 언급했다. 화이자는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신속하게 결정했고 코헨은 이를 위한 예산을 얻었을 뿐 아니라 화이자웍스의 총책임자라는 새로운 역할도 맡게 됐다.

 

아무도 모르게 행하는 혁신에도 물론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몰래 하는 혁신은 초반부터 CEO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종종 성과가 더 낫다. 경험상 몰래 하는 혁신은 크게 네 가지 중대한 어려움을 지닌다. 첫째, 숨어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작업 중에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실무적 협력자가 필요하다. 둘째, 콘셉트를 증명할 증거를 모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윗선에 소개할 때 당신을 지지해줄 구체적인 증거다. 셋째,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금이나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치 않는 관심이나 조사를 받지 않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변명거리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어려움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사내 장애물을 피하고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른 공개는 왜 치명적인가

 

혁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놓고 추진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 앞으로레드텍미디어(RedTec Media)’라고 부를 한 기업을 살펴보자. 이 기업의 유럽 담당 부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잠재력이 있는 사치품 시장(luxury market)을 대상으로 한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아이디어가 가진 잠재력에 흥분한 유럽 팀은 본사 경영진에게 선보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별로였다. 최고책임자들은 아이디어를 노골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고 실제로 그런 시장이 존재할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의심을 내비쳤다.

 

경영진이 자신들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자 유럽 팀 팀원들은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더 나은 주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착수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그들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소비자 테스트를 시행해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 주요 유통업체들에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지 의견을 물었고 답변은 고무적이었다. 일부는지금 바로 팔아도 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심지어 유통업체들이 제안한 가격은 팀이 바라던 것보다 더 높았다.

 

팀원들은 테스트 결과가 확실하고 믿을 만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발견한 내용을 꼼꼼히 문서화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반응을 종이에만 기록하지 않고 영상으로 녹화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입증하는 짧은 비디오로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 중 어떤 것도 최고책임자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긴 침묵 끝에 팀은 본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팀원 중 한 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으로 말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정당한 이유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리자들이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직감을 토대로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나중에 제시한 모든 증거를 무시하고 처음 내린 결정에 갇혀버린 거죠.”

 

이런 현상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행동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다른 학자들이 입증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불리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것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데도 결정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찾으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증거들은 무시하거나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만약 어떤 결정이 공식적으로 내려졌거나 동료 또는 상사 앞에서 내려졌다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회사 생활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결정을 완전히 번복하기보다는 아예 틀리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유의 정당성을 불문하고 선거에서 어떤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후보자에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라. 혁신가가 최고경영진에게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기본적으로 리더들의 반응은 대부분(no)’. 당신은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를 모으기 전에 너무 이른 단계에서 기회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성급한 판단은 이른 공개에서 초래되는 위험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정치적 세력 다툼의 인질이 될 수도 있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잡은 사람을 침대에 눕혀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다리를 늘렸다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역주) 스타일로 절차를 따르도록 강요받아 신속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는 정당하지만 다른 목표를 가진 이해관계자에게 도용당하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아마 가장 자주 겪는 일은 단기성과를 강요하는 무지막지한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아이디어를 죽이거나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킨다. 스칸 안토니(Scott Anthony) <혁신을 위한 검은 소책자(The Little Black Book of Innovation)>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째깍거리며 가는 시계(ticking clock)’ 개념을 사용한다. 모든 혁신가가 마주하는 성과 창출의 데드라인이다. 안토니는 이렇게 적었다. “당신은 그 시계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또는 알람이 맞춰진 상태지만 그것이 언제 울릴지 모르죠만약 알람이 울리는 순간에 당신이 가진 것이 가능성뿐이라면 새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편이 나을 거예요.”

 

여기가 몰래 하는 혁신이 등장하는 지점이다. 빠른 성과를 목표로 잡으라는 것은 좋은 충고다. 가능하면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아이디어도 있을 수 있다. 잠행 모드(stealth mode)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몰래 하는 혁신의 어려움 네 가지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자.

 

숨은 지원자: 중간관리자로부터 권한을 얻어라

 

혼자 하는 혁신은 어렵다. 지원이 약간만 있어도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고관리자들에게는 접근이 제한적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당신보다 한두 단계 높거나 혹은 당신과 같은 레벨이면서 전혀 다른 부서의 관리자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급 관리자들처럼 많은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C급 책임자들보다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CFO와 대화하고 싶으면 그나 그녀와 공식적으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아래인 부사장(VP)과는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퇴근 후 간단한 술자리를 가질 수도 있다. 이는 특이한 아이디어를 꺼내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다.)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첫 번째 회의에서 다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당신과 비슷한 레벨의 관리자들은 아이디어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할 확률이 높다. 레드텍 미디어 사례에서는 본사가 유럽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셋째, 조직 계층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많은 관리자가 존재한다. 당신이 만난 첫 번째 사람이 아이디어를 거부한다고 해도 다시 손 내밀어 볼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C급은 보통 그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한 관리자가 거절하면 다른 관리자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원자를 찾을 때는 다음의 몇 가지를 기억하라.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을 골라라. 당신은 아이디어를 파는 것(selling)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다. 이 점을 실수하지 않도록 하라.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 모두에서 당신을 신뢰하는 지원자를 찾아라. 당신을 알고 좋아하며 당신의 작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을 말이다.

 

그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하라. 주변으로 끌어모을 사람을 선택할 때는 아이디어가 실행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예컨대 당신의 아이디어가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의 위험을 갖고 있다면 판매를 담당하는 부사장은 지원을 요청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조언을 먼저 구하라. 잠재적인 지원자가 의견이나 조언은 기꺼이 주더라도 원치 않은 지원 요청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일단 지원자가 아이디어에 흥미를 갖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 지원 요청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조던 코헨이 화이자웍스를 만들기 시작할 무렵, 그는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데이비드 크루터(David Kreutter)를 찾아갔다. 초반에 그는 비공식적인 조언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고 정기적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의견과 생각을 물었다. 크루터가 아이디어의 가능성에 신뢰를 갖게 되면서 코헨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마침내 크루터는 해당 프로젝트를 그의 사업 조직에서 주관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자를 키워낸 코헨은 화이자웍스에 필요한 기본 골격과 그의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상사를 얻을 수 있었다.

 

 

남 몰래 조용히 추진하는 혁신은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언제나 올바른 접근법은 아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가늠할 때 다음의 질문들을 고려하라.

 

회사에 미치는 위험은 무엇인가?

몰래 추진한 혁신이 실패했을 때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가? MTV의 에릭 키어리와 헨릭 웨더린은 톱셀렉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필요한 것들을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쓰고 남은 것, 여유 자원 등을 사용해서 마련할 수 있었다. 그들은 위험이 매우 낮은 한밤중에 이 쇼를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당신의 커리어에 미치는 위험은 무엇인가?

몰래 작업하던 상황이 발각되면 해고될지도 모를 위험이 얼마나 큰가? 웨더린에게 톱셀렉션의 비밀 방송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모험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MTV는 독립적인 행동에 상당히 관대했기 때문이죠. 그것은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경영진이 양복에 운동화를 신거나 CEO가 파티에서 디제이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문지기가 얼마나 많은가?

최종 결정권자에 대한 접근이 자유롭다면 공개적인 방식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과 프로젝트에 최종 승인을 내릴 수 있는 사람 사이에 의사결정권자나 문지기가 많다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거절할 위험이 크다. 이때 몰래 하는 혁신은 더욱 매력적인 방법이 된다.

 

프로젝트에 가장 도움이 되는 속도는 얼마인가?

때로 몰래 하는 혁신은 일의 진행 속도를 높인다. 관료적인 과정을 피하고 유연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느린 속도로 작업할 수 있는 사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대체로 상당한 개발 기간과 테스트가 필요한,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좀 더 적합하다. 몰래 하는 기간 동안 시한폭탄의 시계가 똑딱거리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진적인 프로젝트는 이 같은 구상 기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공개적인 접근 방식에 잘 맞는다.

최종 결과가라면?

의사결정권자가 프로젝트에라고 답변했을 때 그 이후 또는 다른 이해관계자와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재량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 최종 결정이 사내에서 내려질수록 몰래 하는 혁신은 더 도움이 된다. 조직이 분권화됐거나 경영진이 자주 역할을 바꾼다면 공개적으로 혁신을 시도해볼 여지가 훨씬 많을 수 있다.

 

몰래 하는 테스트: 아이디어의 가치를 증명하라

 

혁신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온 세계가 그 열정에 공감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많은 상급 관리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렵게 깨달았듯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심지어 제일 유망해 보이는 것조차 흐지부지되거나 가치 파괴적일 때도 있다. 따라서 혁신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경영진 배심원단 앞에 서기 전에 아이디어의 가치에 반박할 여지가 없는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원치 않는 관심이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 테스트는 남몰래 진행돼야 한다.

 

톱셀렉션(Top Selection) 사례를 들어보자. 디지털 결합, 쌍방향 TV 프로그램에 대한 MTV의 첫 번째 모험작이다. 인터넷 혁명 초기, MTV 경영진은 앞으로의 성공이 전통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시청자가 직접 생산한 온라인 콘텐츠의 결합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최고의 컨설팅 기업을 고용하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계획을 추진하도록 했지만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 대신 굉장한 성공을 거두고 상까지 받은 TV쇼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부사장인 에릭 키어리(Eric Kearley)와 채용된 지 얼마 안 된 보조 프로듀서 헨릭 웨더린(Henrik Werdelin)이 몰래 시도한 공동 작업이었다. 키어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늦은 오후,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는 청년 헨릭 웨더린을 봤죠. 나는 그와 한두 번 마주친 적이 있었고 그가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둘은 애니메이션이나 e메일, 사진과 비디오 같은 인터넷 콘텐츠가 화면에 나타나는 쇼를 만들고 싶은 MTV의 열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다음 주 월요일에 그를 다시 만났을 때 헨릭은 프로그램의 데모 버전을 만들어 보여줬고 나는 곧바로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키어리와 웨더린은 톱셀렉션이 단순히 콘텐츠 측면에서의 혁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존에 MTV가 스튜디오 쇼를 제작하려면 여섯 명 단위의 팀이 필요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단 두 사람과 한 대의 컴퓨터만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아이템이었다.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키어리와 웨더린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키어리는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거나 컨설턴트들에게 넘겨질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작업해보기로 했다. 키어리는 웨더린의 일 중 일부를 다른 프로듀서에게 옮기고 보유한 예산 가운데 약간의 현금을 확보했다. 웨더린은 몇몇 기술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업무시간 이후에 어울리며 필요한 몇 가지 장비를 확보했다. 키어리는 심지어 개인 돈을 들여 카메라를 구입하고 테스트한다는 구실을 붙여 장비들을 빌리기도 했다. 곧 그들은 키어리의 사무실 근처에 옷장만 한 크기의 프로토타입 제작 세트를 설치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톱셀렉션이 CEO에게 어필하려면 키어리와 웨더린은 생방송을 통해 프로그램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들은 정규 방송 절차를 피해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쇼를 방송하기로 했다. 들리는 것만큼 그렇게 체계를 뒤엎는 행동은 아니었다. 당시 MTV는 늦은 밤, 유럽 전역에얼터너티브 네이션(Alternative Nation)’이라는 녹화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었다. MTV 방송 기술자들이 관리하는 정규 방송이었다. 웨더린은 이 부서에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설득해 실험을 해보자고 했다. 평소처럼 얼터너티브 네이션의 녹화 테이프를 내보내는 대신 키어리와 웨더린이 만든 작은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MTV의 유명 앵커인 트레이 팔리(Trey Farley)에게 좋은 위스키 한 병을 주고 쇼의 진행을 맡기기로 했다. 위험은 크지 않았다. 한밤중에 진행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만일 시험 방송 도중 장비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술자들은 미리 녹화해둔 테이프로 바꿔 틀기만 하면 됐다. 그들은 심지어 얼터너티브 네이션의 이름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들이 정규 쇼의 새로운 부분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방송은 문제없이 진행됐고 기술실 내 웨더린의 지인 외에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키어리는 이렇게 말했다. “CEO를 찾아갔을 때 나는 우리가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미 성공적으로 방송했다는 것과 몇 백% 정도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사실도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톱셀렉션은 승인을 받았다. 웨더린은 새로 만들어진 디지털 미디어 개발 본부의 수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얻었다. 키어리는 새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선보였다면 절대로 이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MTV가 부담할 실패비용이 분명히 적었기 때문에 몰래 시도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무모하거나 시도하는 비용이 상당히 클 것 같다면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던 코헨도 화이자웍스 프로젝트를 위해 꽤 많은 증거들을 모으는 동안 몰래 접근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몇몇 사람들에게 그들의 아웃룩(outlook) 계정에 있는할 일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 정보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에 시간을 사용하는지, 그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외주로 처리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 후 그는 전형적인 샘플을 구성하려고 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친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뽑아 후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가 잘못되더라도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뽑은 사람들 중 누구도 그나 프로젝트를 나쁘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몰래 자원 모으기: 물이 계속 흐르게 하는 방법

 

혁신을 몰래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자금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기업에서 후원하는 프로젝트라도 현금이 넉넉하지 않거나 예산이 1년에 한 차례만 배정된다면 자금 구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금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자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가가 염두에 둬야 할 세 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다.

 

찾아다녀라. 대부분 회사에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보유한 프로젝트가 있다. 믿을 만한 지원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여유 자금이나 인력을 소리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른 부서의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빌릴 수 있다. 현금을 직접 뽑아내기는 어렵겠지만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 접근하거나 몇 시간 정도의 작업 인력은 얻을 수 있다. 운영예산(operational budget) 또한 가용성에 여유가 있는 항목이다. 프로젝트에 직접 할당된 예산보다는 더 융통성이 있고 검토가 덜 철저한 편이기 때문이다. 자금량을 유지하고 재량권을 갖기 위해 운영 관리자들은 종종 운영예산에 상당한 여유분을 보유하곤 한다.

 

외부를 살펴보라. 때로는 회사 외부에서 자금을 찾아보는 것이 기존 예산을 끌어오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2009년 토마스의 형제인 그리거스 위델-위델스보르그는 덴마크의 방송사인 TV2에서 일하고 있었다. 부하직원 몇몇이 핸드폰 콘텐츠를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를 찾아왔다. 당시 모바일 콘텐츠에 적용할 만한 사업 모델이 없었으므로 위델-위델스보르그는 이 아이디어가 내부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TV2가 모바일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이익을 볼 만한 회사를 찾아보라며 회사 밖에서 자금을 구해보도록 팀원들을 격려했다. 그 결과 덴마크의 모바일 통신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량이 큰 비디오 콘텐츠는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스마트폰 판매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콘텐츠 개발에 자금을 대기로 하면서 그 첫 번째 실험이 TV2 벤처를 모바일 시장에 선보였다. 내부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TV2는 시장 선도자 및 마켓 리더가 됐다.

 

교환하라. MTV의 웨더린은 IT 직원들에게 별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톱셀렉션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우연히도 지금은 폐기된 프로젝트들을 위해 사용했던 특수 인터넷 연결 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연결 설비들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고 웨더린은 규제를 받지 않는 이 고속 인터넷 회선을 IT 직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톱셀렉션을 비밀리에 방송할 때 그를 도와줄 방송 기술부서의 수장 및 일부 직원들과 이 회선을 전략적으로 공유했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프로젝트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자가 윗선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을 부탁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당신이 피하려고 애쓰는 엄격한 감시를 끌어들이는 꼴이 될 것이다.

 

몰래 하는 브랜딩: 변명거리를 만들어라.

 

마치 비밀 요원처럼 혁신을 몰래 진행하는 혁신가들은 외부 사람들이나 부서의 수장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물을 때 신뢰성 있는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때로는 기존에 진행하는 작업들 아래 당신의 프로젝트를 숨길 수 있을 것이다. 조던 코헨은 화이자웍스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서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질문을 피하기 위해 그는 그 프로젝트가 회사 전체에서 진행되는 것(화이자의 CEO가 주도하는) 중 일부라고 했다. ‘Adapting to Scale(ATS)’이라고 불렸던 그 프로젝트는 절차를 표준화하고 최고의 관행들을 공유하며 구매를 중앙 집중화하고 화이자를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및 건강관리 회사로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아무도 ATS가 무엇을 포함하는지, 또는 포함하지 않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 그리고 사실 화이자웍스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전략적으로 맥을 같이했다 - 코헨의 이야기는 충분한 덮개가 됐고 그는 어색한 질문들과 마주치지 않고도 프로젝트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변명거리를 만들 때는 단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MTV의 키어리와 웨더린은 어떤 경우에도프로젝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키어리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프로젝트처럼 보이면 견제와 균형, 각종 승인 절차들과 관련된 프로젝트 관리 체계를 따라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 무엇인가를 요청해야 할 때마다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몰래 하는 혁신이 모두에게, 모든 프로젝트에 적합하지는 않다. 대체할 만한 방안은 무엇인지, 실패의 잠재적 결과는 무엇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숨어서 혁신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를 참조하라.) 특히 적절히 신중한 태도를 통해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과 균형을 맞추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혁신가들은 창업가처럼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렬한 사랑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 열정은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만 시야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숨어서 작업할 때 점점 더 큰 위험을 지게 될 수 있다.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은 그저 무지한 반대주의자이거나 위험을 회피하는 혁신 킬러일 뿐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혁신을 막아서는 기업 내 모든 장벽들이 변화에 적대적인 관료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730억 달러가 넘는 미승인 거래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던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사기꾼 주식 중개인 제롬 커비엘(Jérôme Kerviel)이나 영국 여왕의 개인 은행이기도 했던 233년 역사의 베어링(Barings)은행이 붕괴되도록 만든 닉 리슨(Nick Leeson)을 생각해 보라. 몰래 운용을 시작했을 때 두 사람 모두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지만 특정 지점에서 그들의 행동은 어둡고 기만적인 무엇인가로 변했고 외부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그들 자신은 물론 회사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왔다.

 

법적 또는 도덕적인 문제들을 피하고 프로젝트가 계속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조언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자주 새 소식을 전하며 피드백을 구하라. 조직 내 비공식 조력자들은 단순히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들은 신뢰할 수 있고 분별력 있는 테스트 그룹으로 당신의 행동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언자들을 활용하되 지속적으로 활용하라. 올바른 지원과 약간의 쓴소리, 기발한 재주들은 미숙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성공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한다.

 

패디 밀러 · 토마스 위델 - 위델스보르그

패디 밀더(Paddy Miller) IESE 경영대학원의 교수다. 토마스 위델-위델스보르그(Thomas wedell-wedellsborg)는 이노베이션 아키텍트(Innovation Architects)의 파트너다. 이들은 이 글이 발췌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출판, 2013)>의 공저자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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