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Harvard Business Review

현명한 협상가는 감정을 관리한다

킴벌린 레어리,마이클 윌러,줄리아나 필머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1-2월 호에 실린 킴벌린 레어리(Kimberlyn Leary), 줄리아나 필머(Julianna Pillemer), 마이클 윌러(Michael Wheeler)의 글 ‘Negotiating with Emo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협상할 때 사람들은 상당히 감정적이다. 때로는 감정이 끓어 넘치기도 한다. 2011년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300만 달러 규모의 브라운스톤 건물 매매는 판매자가 거래 성사 이틀 전 오래된 세탁기를 치워버린 데서 발생한 분쟁으로 거의 무산되다시피 했다. 건물 소유주 측 변호사인 스테판 라파엘(Stephan Raphael)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구매자들은 가격을 높이고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는데 이것이 결정타였다고 했다.

 

 거래를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도 판매자는 세탁기를 다시 돌려놓기를 거부했다. 구매자 중 한 명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준비했던 수백만 달러짜리 수표를 찢어 불에 던져버리고 쿵쿵거리면서 방에서 나갔다. 판매자는 마침내 뜻을 굽혀 300달러만큼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중개인들은 화가 난 채 근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구매자를 찾아냈다. 그들은 그를 달래 거래가 성사되도록 했다.

 협상은 이보다 훨씬 더 격할 수 있다. 뉴욕의 한 중개인 펀 해먼드(Fern Hammond)는 몇 년 전 화가 난 한 여성이 집 열쇠 꾸러미를 한 남성의 얼굴에 있는 힘껏 집어 던지는 것을 봤다. “갑자기 방안 곳곳에 피가 가득했습니다.” 해먼드가 위의 <타임스> 기사에서 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계약서를 치우기 시작했죠.” 여성이 분노한 대상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팔겠다고 한 사실에 분노했다.

 

 어떤 사람들은 끓어오르지만 얼어붙는 사람들도 있다. 보스턴병원(Boston hospital) 응급실의 내과의사인 크리스 로빈스(Chris Robbins)를 보자. 로빈스는 밤낮으로 사람들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그는 당신이 들것에 들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만났으면 하는 바로 그런 의사다. 차분하고 냉정하며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아주 침착하다.

 그러나 그의 평정심도 협상 앞에서는 사라져버린다. 그는 대단히 뽑히기 어려운 임상 트레이닝 프로그램 자리를 얻어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2개월의 휴직을 요청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 요청은 일반적이지 않았고 당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휴직을 요청하는 것은) 응급실 팀에 충성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단지 반대에 부딪치는 상황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위축됐고 결국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로빈스와 같은 사람들은 사실 협상 테이블로 향하는 자체에 공포를 느낀다. 그들은 남을 압박하거나 혹은 자신이 압박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적이지도, 협조적이지도 않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회피자(avoider)라고 한다. 최소한의 욕구가 충족되기만 하면 그들은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서명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아주 비싸다.

 도널드 델(Donald Dell)의 사례를 보자. 그는 미국 스포츠 마케터 및 에이전트 분야의 선구자다. 델은 그의 책 <절대로 먼저 제시하지 마라(Never Make the First Offer)>에서 그가 막 이 분야에 진입했을 때 테니스 라켓 브랜드헤드(Head)’의 새로운 소유주와 가졌던 격렬한 협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헤드는 델의 스타 고객인 아서 애시(Arthur Ashe)와 계약을 맺고 U.S. 오픈과 윔블던 챔피언인 그에게 전체 판매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었다. 새로운 소유주는 그 조항을 없애고 싶어 했고 델과 애시는 당연히 유지하고 싶었다.

 

 델이 중역 임원진에게 한창 그의 주장을 펼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소유주가 난폭하게 들어왔다. “이런 제기랄!” 그가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돼. 그가 나보다 10배나 많은 돈을 받는군! 나는 이 회사 회장이라고!”

 

 방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모든 시선은 델에게로 향했다. 그가 어떻게 반응할까? 굴복할까? 아니면 똑같이 맞받아쳐 거래를 망쳐버릴까? 짧은 침묵 후 델이 답했다. “하지만 피에르, 아서는 당신보다 훨씬 서브를 잘한다고요.” 긴장감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한 차례 웃고 나서 다시 논의를 진행했다. 그들은 로열티 지불 일정을 약간 수정했고 양측에 진정한 이익이 되는 관계를 지켜냈다.

 

 델이 보여준 침착함은 거래가 성사되는 것과 교착상태가 어떻게 다른지를 의미할 수 있다. 이는 재빨리 농담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것이다.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침착함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 능력이다. 연구자로서 (우리의 연구방식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우리는 델과 같은 협상가에게 매료되지만 크리스 로빈스나 남편에게 열쇠를 던져버린 여성에게도 흥미를 느낀다. 협상이 종종 불러오는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협상 이론과 감정

최근까지 대부분의 협상 관련 서적에서는 감정을 – 그것이 뜨겁든 차갑든 간에 – 건설적인 합의에 이르는 데 장애물로 여겨왔다. 이 분야의 고전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 로저 피셔(Roger Fisher), 윌리엄 유리(William Ury), 부루스 패튼(Bruce Patton) 지음’독자들에게 “문제로부터 사람을 분리시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협상가들은 스타트랙(Star Trek)의 냉정하고 분석적인 스팍(Spock)과 같아야 하며 평범한 인간이 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철저한 준비는 당연히 중요하다. 큰 규모의 거래일수록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계약 체결 후 해지할 수 있는 옵션을 가늠해보고, 다른 협상 주체들이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협상 테이블로 향하기 전에 숫자를 계산해보고 시장을 정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plan B)을 만들어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절반일 뿐이다. 사실 현실에서의 거래 성립이나 분쟁 해결에서는 감정이 중요하다. 당면한 상황에 적응하고 다른 이들과 성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려면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과 소통하며 그것에서 배워야 한다. 이는 협상을 할 때 감정적으로도 준비가 돼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도 그렇다. 긴장과 사소한 분노가 수면 아래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곪아 터지게 두거나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괴롭힌다면 대화는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이 끓기 시작하는 때를 감지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무시하거나 또는 ‘헤드의 회장처럼’ 폭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YES< SPAN><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의 공저자들은 각각 다음 책에서 감정의 특정한 측면들을 다뤘다. (‘더 읽을 거리’를 참고하라.) 이 책들은 협상이 단순히 냉정한 계산의 문제일 뿐이라는 관념을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간다.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 - 단순한 성과뿐 아니라 존중과 권력, 정체성까지 - 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관련이 있다. 따라서 문제로부터 사람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협상 이론은 아직 의사결정과 창의성, 관계 형성 – 합의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 – 에서 감정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신경과학이나 심리학의 발전을 완벽히 따라잡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을 담당하는 우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얻고 지키고자 하는지를 알려주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며 세부사항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와 그의 동료 연구자 스티븐 크레이머(Steven Kramer)는 최근 연구에서 감정과 창의성 간의 밀접한 연관을 연구했다. 그들은 7개 기업 내 238명의 직원들이 제공한 12000건에 달하는 일기 내용을 분석하고 직장에서의 긍정적인 도전이나 행복한 감정이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빌레와 크레이머가 <진보 원칙(The Progress Principle)>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효과는 스스로를 더욱 강화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창의성을 증가시키고 그 창의성은 다시 팀이나 조직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 창의성은 특히 교착상태에 처한 협상에서 중요하다.

 

관계 형성의 대부분은 비언어적이고 비합리적인 차원에서 일어난다. MIT 미디어 랩의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 연구팀은 대인관계 역학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크기의 소시오미터(sociometer)를 개발했다. 이 기기에는 마이크가 장착돼 있지만 대화를 녹음하지는 않는다. 대신 발언의 크기와 높이, 속도를 기록한다. 또한 가속도계가 있어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고(신체적 에너지를 측정), 적외선 빔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지 추적한다.

 

소시오미터의 결과는 다양한 선들이 마루와 골을 그려 마치 심박동 곡선처럼 보인다. 만일 두 사람의 기록이 가지런하고 균형 잡혀 있다면 연구자들은 그 두 사람이 관계를 원만하게 맺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펜트랜드와 그의 MIT 경영대학원 동료 자레드 커핸(Jared Curhan)은 가상 협상을 진행하는 피실험자 몇 쌍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화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오직 피실험자들 간의 처음 몇 분 동안의 교류만 보고도 그들은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되는 팀과 그중에서도 어떤 팀이 창의성을 발휘해 전체 파이를 키울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능력 있는 관리자나 높은 성과를 내는 팀원, 노련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긍정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통찰은 감성지능 분야 연구의 많은 부분은 주도했다. 15년 전에는 새로웠던 이 콘셉트가 오늘날 친숙한 것은 상당 부분이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al Goleman) 덕분이다.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유명한 저서들은 예일대의 피터 살로베이(Peter Salovey)와 뉴햄프셔대의 존 메이어(John D. Mayer)의 연구에 상당히 의존한다. 또 ‘자신과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관찰하고 구별하며 그 정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감성지능에 대한 그들의 정의를 근간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감성지능이 발달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한다.

-이 감정이 그들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그 지식을 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데 이용한다.

-감정을 생산적으로 관리하고 목적에 맞게 격화시키기도 하고 완화하기도 한다.

?        

 

 감성지능은 비즈니스 세계의 리더십 개발이나 팀 구성, 인재 관리의 영역에 빠르게 적용됐으나 협상의 영역에서는 놀라울 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

 도널드 델과 같은 사람들은 타고난 협상가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고 그 순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관점이 다른 이들의 기분과 행동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한다. 감정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가며 비협조적일 수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건설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침착함과 균형을 발전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에는 협상에서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연구의 핵심이다. 물론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이해관계가 다양할 수 있다. 영업 관리자는 분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고객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할지 모른다. 물품 조달 담당자는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익이 되는 조건으로 주요 부품을 계약해야 할지 모른다. 기업 변호사는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법정까지 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합의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이런 요구에 사람들은 기질상의 이유뿐만 아니라 상황적 이유로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협상 우위에 있고 상사와 동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면 자신감과 안도감을 느끼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협상에 대한 개인의 정신 모형(mental model)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협상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들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더라도 그가 가진 이미지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기분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계속 진행 중인 연구의 일부로 우리는 협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알아보기 위해 경험 많은 협상가 20명을 심도 있게 인터뷰했다. 피실험자는 대부분 관리자로 모두 최소 10년 이상 전문적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변호사와 공무원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우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올젠잘트먼협회(Olsen Zaltman Associates)에 속한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이 개발한 ZMET 기법을 활용했다. 이 기법은 인지심리학과 감정신경과학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잘트먼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주로 이미지로 사고하며 단어만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사고방식의심층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ZMET은 특히 사람들이 택한 비유적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를 묘사하는 방식에 의존한다.

 

 피실험자들을 인터뷰하기 약 2주 전, 우리는 그들에게 협상 과정의 특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여섯 장에서 여덟 장 정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피실험자들은 잡지나 책을 복사하거나 스스로 스케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각자의 선택에 대해 설명했는데 거기에는 감정이 풍성하게 담겨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선택한 이미지를 활용해 협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아울러 콜라주를 만들도록 했다. (‘협상가가 감정을 묘사하는 방법을 읽어보라.)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협상에 대해 강하고 모순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누구도 크리스 로빈스처럼 불안해하거나 도널드 델처럼 열성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협상을 흥미진진하고 보람찬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조차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함정, 실수를 하거나 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협상을 아주 어려운 과정으로 묘사한 사람들 역시 잠재적인 희망을 갖고 있었다.피실험자들 모두 표면적으로는 자신 있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들 중 가장 낙관적인 사람조차도 다양한 불안을 느낀다고 시인했다. 불안의 많은 부분은 불확실함과 복합적인 감정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펜실베이니아대의 앨리슨 브룩스(Alison Blooks)와 모리스 슈바이쳐(Maurice Schweitzer)가 진행한 최근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나 더 높은 연봉을 두고 협상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봤는데 불안을 첫째로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불안이 협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은 음악으로 피실험자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실험 집단은 히치콕(Hitchcock)의 사이코(Phycho) 영화에 나오는 날카로운 현악기 소리를 들었고 통제 집단은 헨델(Hendel)의 수상 음악(Water Music) 일부를 들었다. 음악을 들은 후, 피실험자들은 각각 서로 다른 집단의 사람들과 짝을 이뤄 메신저를 통한 모의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불안함을 느낀 피실험자들은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다. 첫 제안을 낮게 제시했고 상대방의 제안에 더 빨리 답하고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당연히 그들의 성과가 더 나빴다.브룩과 슈바이쳐는 만일 일시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유발된 감정이 협상 행위와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현실 세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수백 장에 달하는 모든 인터뷰 기록( 30만 단어가 넘는 분량이었다)을 분석한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협상을 본질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통제의 부족(lack of control)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한다. 공급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나 진작 끝냈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동료가 속도를 내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소송을 제기한 상대방에게 소를 취하하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경우 상대방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나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존재다. 상대방은 당연히 나를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이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수한 불확실성에 부딪친다. 이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 요인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협조적일지, 또는 경쟁심이 강할지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상대방의 언행을 지시할 수도, 상대방이 나를 조정할 수도 없다. 상황도 바뀐다. 우리가 인터뷰한 한 관리자는 협상 과정을 속도 빠른 하키 게임에 비유했다. “이제까지 일하던 방식에 맞춰가고 있다가도 난데없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방향을 틀어 초점을 바꿔야 하죠.” 도널드 델과 같은 사람에게는 뜻밖의 요소가 아주 신나는 일이다. (그는나는 항상 그런 순간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불안을 일으키는 일이다.

 

 셋째, 협상 성과에 대한 피드백의 부재(absence of feedback). 협상이 끝나고 나면 의심과 비판의 여지가 남기 마련이다. 설령 합의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좀 더 밀어붙일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반대로 너무 과도하게 밀어붙여 중요한 관계에 상처를 냈더라도 알 길이 없다. 우리의 피실험자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과 취약함을 걱정했다. 피드백의 부재는 희미하게 깜박거리던 회의감을 증폭시킨다. “언제나 불확실하죠.” 한 상급 관리자가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를 설명하며 말했다. “누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지, 누가 사기꾼인지 말이에요.”

 

 우리가 인터뷰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상적인 협상과 실제 협상 간 차이가 가혹한 현실로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윈윈의 개념은 이해하지만 강한 협상 방식으로 얻어낼 수 있을지 염려했다. 그들이 모은 이미지와 그들의 비유적 설명에는 악어와 같은 포식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미지를 설명할 때는 자신의 약점에 대한 인정과 잡아먹히는 것에 대한 공포가 드러났다. 다른 이들의 연구에서도 나타났듯 통제의 부족과 예측 불가능성, 피드백의 부재가 서로 섞이고 충돌해 협상에서 강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뭔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격하고 모순된 감정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피실험자 중 한 명은 이를 이해관계가 얽힌 주체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에 비유했다. “(당신은) 자신의 기회와 상대방과의 관계를 모두 극대화하고 싶어 하죠.” 잘트먼과 동료들은 그동안 연구해 온 다른 어떤 개인적 역할과 행동보다 협상이 감정적으로 훨씬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협상을 위한 준비

 협상할 때의 감정적 복잡함을 부정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대신 걱정거리를 인정하고 특히 민감한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아무리 차분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사실 속으로는 그들도 여러 가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가 가진 최악의 공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창의적이며 긍정적이기를 원한다면 당신 역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 감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여섯 가지 단계를 개발했다. 다음에서 볼 수 있듯 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의지하고 이를 자원 삼아 더욱 집중하고 적극적이며 민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1. 협상 장소로 걸어 들어가며 어떤 기분을 느끼길 원하는가?

2.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 두 가지 질문은 연결된다. 협상 수업에서 이 연습을 할 때면 많은 학생들은 편안하고 집중하고 있으며 자신감 있는 기분을 느끼길 원한다고 답한다. 이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을 합의로 가는 길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침착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괜찮지만 자기만족의 상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때로는 약간 날카로운 상태가 돼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기를 원한다.

 

 더 깊게 논의를 진행해보면 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협상가는 차분한 동시에 기민해야 하고, 주도적이면서도 참을성이 있어야 하며, 현실에 충분히 기반을 두면서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이런 상태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침착함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위험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을까? 주도적이면서도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구 흔들거나, 부유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면 모를까 어떻게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말일까? 현실성과 창의성은 하늘의 별을 향해 몸을 뻗으면서도 두 발을 땅바닥에 단단히 딛고 있는 속임수 같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질문의 포인트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협상 장소에 들어설 때 그들이 이뤄야 할 균형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이상적인 감정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종종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이제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그들은 실용적인 방법들을 떠올린다. 한 학생은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던 과거 경험을 떠올렸던 것 같다. “막판 벼락치기로 스스로를 긴장시키지 말아야 해요.” 방해가 되는 생각들을 옆으로 치워두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음악을 들으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얻고자 하는 감정 상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무엇을 들어야 할지 결정된다. 만일 너무 과묵하거나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 영화 록키(Rocky)의 주제곡이 결의를 북돋을 수 있다. 만약 다른 이들에게 때로 감정을 너무 강하게 드러낸다는 말을 듣곤 한다면 드뷔시의 ‘Clair de Lune’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감정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적을수록 시간을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당신이 분기 예산을 살펴보고 있던 중에 전화벨이 울리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받아 보니 예상보다 길게 진행되고 있는 까다로운 협상의 상대방이다. 곧바로 대화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 짓고 딱 3분 후에 다시 전화 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나면 몸을 뒤로 기대고 깊은 숨을 들이마실 수 있을 것이다. 운동선수들처럼 침착함과 영민함의 적절한 균형으로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4. 협상 중 어떤 것이 당신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나?

 감정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다. 어떤 협상가는 무한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른 이들은 대화가 지연되면 불만을 느낀다.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때를 떠올려보라.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마음이 불안해졌거나 너무 풀어졌는가? 과정 중 어떤 단계에서 이 문제가 일어났는가? 과거 경험에서 배워라. 협상팀 동료에게서 솔직한 피드백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협상 중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나?

 분명한 답 하나는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이다. 단 몇 분이라도 잠시 밖에 나가면 머리를 다시 맑게 할 수 있다. 이는 논의 중 무엇이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패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리셋 버튼과 같다. 방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화의 초점을 전환해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깰 수 있다. 만약 거래의 기본적인 사항을 논의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광범위한 원칙이나 관심사, 프로세스의 핵심으로 대화를 전환해보라. 논의의 통제를 주도하는 이 간단한 행동은 스스로를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분노나 불안의 전조가 느껴지면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이것은 그 효과 덕분에 이미 잘 알려진 조언이다. 긴장하거나 피곤하면 호흡이 느려진다. 혈액에 산소를 다시 공급하는 것은 놀라운 효과가 있다. 결국 당신도 육체적 존재다. 우리의 동료 에이미 쿠디(Amy Cuddy)는 한 연구에서 신체가 무엇을 하느냐가 감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두 발을 적당히 벌리고 팔을 뻗은 자세로 당당히 서면 남녀에 관계없이 자신감과 위험 감수를 촉진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가 상승한다. 이 자세는 불안과 관련된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춘다는 점도 중요하다. 쿠디가파워 포즈라고 이름 붙인 이 자세는 건강한 형태의 자기 치유다. 이 자세를 몇 분가량 취하면 긍정적인 영향력이 훨씬 길게 발휘된다.

 

6. 협상을 마친 후 어떤 기분을 원하는가?

 우리가 수업 중 이 질문을 던지자 누군가 무심결에후련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협상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보여준다. 다른 이들은만족감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대부분 결과와 자신의 성과 모두에 만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와 같은 태도는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거나 혹은 완벽히 제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성 지능의 영역, 특히 리더십과 높은 성과를 내는 팀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이 감정을 인지하고 관리하고 감정으로부터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베테랑이나 초보자를 불문하고 협상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다른 이들의 감정에 더 잘 맞출 수 있다. 

 

 현명한 협상가는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이 감정을 인식하고 한쪽으로 치워놓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마치 고도의 집중 상태인 스타 운동선수처럼 그들은 집중력 있고 열정이 넘치며 강력한 감정에 맞서 견딜 수 있다. 그들은 많은 것이 걸린 어떤 협상이라도 실질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인 준비를 갖춘다.

 

 비즈니스에 이용할 수 있는 가치의 대부분은그리고 사회에서 필사적으로 요구하는 진보의 대부분은 - 협상에서 도출된 해결책에 달려 있다. 또한 협상에 참여하는 누구도 감정에 면역성이 없다. 협상을 연구하는 우리는 사람들이 감정이 이끄는 성공적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해야 할 것이다..

 

 

킴벌린 레어리, 줄리아나 필머, 마이클 윌러

킴벌린 레어리(Kimberlyn Leary)는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의 정신과학 심리학 부교수며 케임브리지 헬스 얼라이언스(Cambridge Health Alliance)의 수석 심리학자다. 줄리아나 필머(Julianna Pillemer)는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창조적 리더십 센터(Center for Creative Leardership)의 연구원으로 이전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와 마이클 윌러(Michael Wheeler)의 보조 연구원이었다. 마이클 윌러는 HBS에서 Management Practice Class of 1952 Professor 년 출간 예정>의 저자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