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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결핍 상태의 경영자 ‘접근금지’의 영역에서 능력 보여줘라

장루이바르수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기업 암젠(Amgen)의 회장 겸 CEO로 취임해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은 케빈 셰어러(Kevin Sharer)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던 과거를 뒤돌아봤을 것이다. 셰어러는 유능한 관리자였다. 하지만 통신기업 MCI의 마케팅 수석 부사장이 된 셰어러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변화를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발견한 후 곧장 변화를 시도하려 들었던 것이다. 셰어러는 취임 후 1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MCI를 지역이 아닌 시장별로 체계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셰어러는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 만한 모든 사람에게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셰어러는 마케팅 수석 부사장이라는 인상적인 직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제안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판매·마케팅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부를 지휘하는 사장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사업부 사장들은 셰어러를사업부 사장 자리를 재편성하려 드는 적으로 여겼다.1  셰어러는 3년 동안 좌절을 경험한 후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셰어러가 제안한 변화는 대부분 시간이 흐른 후 실행됐다.셰어러는 이후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가 옳다는 사실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조직 내부에서 충분히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2

 

 

MCI의 마케팅 수석 부사장 자리에 앉은 셰어러는 자신도 모르는 새 필자들이권력 결핍형 경영자(power-deficient executive·PDE)’라 부르는 역할에 빠져들게 됐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란 매우 성공적인 경영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한번쯤 경험하는 역할이기도 하다.경영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권력 결핍 현상은 가장 재능 있는 관리자들에게조차 전형적인 도전과제를 떠안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필자들이 권력 결핍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고 실제로 권력 결핍 현상을 경험한 179명의 경영자들을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2개의 기본 전략 중 하나를 따르기만 하면 권력 결핍을 극복하는 것이 거의 항상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내용참조.)

 

 

누가 권력 결핍을 경험하는가

 

누구나 권력 결핍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경영자는 외면받거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인종, 민족성, 성별, 연령 등 인구 통계적 특성으로 인해 권력 결핍형 경영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경험 부족, 좋지 않은 평판, 성격, 배경, 훈련, 가능성 등이 권력 결핍을 초래할 수도 있다.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될 수도 있고 이미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경영자도 권력 결핍형 경영자 신세가 될 수 있다. 팀 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지만 전문가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주변 부서에 처박혀 있는 탓에 좀 더 큰 범위의 조직에서는 권력 결핍형 경영자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이전 직장에서는 우수 직원으로 인정받았지만 새 직장에서는애송이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혹은 가장 높은 자리에 앉기는 했으나 효과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신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레고그룹(Lego Group) CEO가 된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Jørgen Vig Knudstorp)의 경우에는 나이가 커다란 걸림돌이 됐다.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레고의 CEO가 됐다. 당시 내게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관련 있는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문제가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직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3

 

권력 결핍의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면 크누드스토르프의 경험이 아주 특이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권력 결핍이 단순히 중대한 도전 과제를 떠 안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대처하기만 하면 권력 결핍을 중대한 기회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

 

연구 내용

필자들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IMD의 경영자 양성 프로그램(Program for Executive Development, 시릴 부케가 공동 지휘)에 참여한 참가자들과 협력해 2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8주간 진행되는 경영자 양성 프로그램은 중간급 경영자들이 원활하게 총괄 관리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참가자(표본 규모=179)들은 46개국 출신으로 총 45개 산업에 속하는 81개 조직에 소속돼 있었다.

연구 전반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참가자들이 향후의 경력 행보와 관련해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필자들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글로벌 리더로서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묘사한 에세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 참가자 중 36명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중 일부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 응했다.

연구 후반부에 필자들은 참가자들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한 영향력 전술을 분류한 후 본 논문에 제시돼 있는 개념틀을 개발했다. 필자들과 그 외의 동료들이 함께, 혹은 따로 IMD를 통해 발표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보면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 네슬레(Nestlé) 등 본 논문에서 언급된 일부 사례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 내에서의 영향력과 권력,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하는 필자들의 이전 연구 또한 본 연구에 도움이 됐다.i) 필자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들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기밀이다. 따라서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경영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 자료 및 공개 보도 자료를 활용했다.

 

 

권력 부족의 덫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전형적인 권력 결핍형 경영자에게는 권력의 3대 원천(정통성, 중요한 자원, 네트워크) 중 하나 이상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대 권력 원천 간의 상호 작용 수준이 높다는 것은 곧 한 가지가 부족할 경우 나머지 두 가지 권력 원천 역시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예컨대, 상사가 보기에 좀 더 높은 수준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경영자는 추가적으로 조언과 감독, 피드백을 얻을 뿐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물질적으로 좀 더 강력한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들은 모두 생산성과 창조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상사의 지원이 해당 경영자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은 관리자가 좀 더 뛰어난 결단력과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상사로부터 눈에 띌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관리자는 좀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전략 논의에 참여하는 관리자는 좀 더 많은 정보와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다방면에 걸쳐져 있는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관리자는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핵심 정보에 접근하고 경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를 자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핵심적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좋은 인상은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눈에 띄는 존재로 발돋움하고 한층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덕에 상사로부터 좀 더 우호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정반대다. 상사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영자는 좀처럼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런 부류의 경영자들은 뛰어난 성과를 내고 호의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모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은 충분한 자원과 우호적인 평판을 얻지 못한 탓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부실한 네트워크로 인해 동료들의 이름이 모두 알려진 후에야 뒤늦게 알려질 수도 있다. 또한 알짜배기 임무를 할당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권자가 권력 결핍형 경영자의 이름을 아예 전달조차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검증해 보이기 위해 필요한 도전과제와 노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이들에게는 일상적이거나 지엽적인 임무가 주어진다. 또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권력 결핍형 경영자에 대한 상사의 부정적인 의견에 반박하기가 한층 더 힘들어진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상사가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기보다 생각보다 임무가 쉬웠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방향을 수정해 세력 기반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조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기로 결정을 내린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정정당당하게 주어진 게임에 임하는 것이고 두 번째 전략은 게임을 통째로 바꿔놓는 것이다. ( 1) 하지만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둘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하기에 앞서 어떤 영역에서 결핍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 2)

 

 

 

정통성 결핍 극복

 

상사나 동료 팀원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영자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동안 쌓아 온 실적이 약하거나 실적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탓에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미지, 성격이 부적절하거나 문화적으로 걸맞지 않다는 인상이 정통성 부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호의적이지 않은 인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인식이 결국 현실이 돼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 간의 교류(leader-member exchange·LMX)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대다수의 상사들은 직속 부하들을내집단(in group)’이나외집단(out group)’의 구성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4  여러 연구를 통해 일단 무의식적으로외집단으로 분류된 사람이내집단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5  이와 같이 일찌감치 분류가 이뤄진다는 것은 곧 상사가 부정적인 결과와 행동을 의식하고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상사들은 대개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긍정적인 결과나 행동을 보일 경우 상사들은 해당 경영자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상황적인 요소나 호의적인 환경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내집단구성원들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외집단구성원들은 운이 좋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예컨대, 크리스틴 크리스천(Christine Christian)이신용평가기업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 호주 사업부의 CEO로 임명됐을 당시 사실상 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조직 내에서 호주 사업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고 실적은 최악이었으며(10년째 손실을 기록 중이었다) 업무는 직원들의 관심 밖이었다.6  크리스천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0만 달러의 자본을 확보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크리스찬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당시 호주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 아니라고 여겼던 던앤브래드스트리트는 자본을 호주가 아닌 다른 시장에 투자했다. 던앤브래드스트리트 최초의 호주인 CEO이자 여성 CEO였던 크리스천에게 공식적인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호주 사업부를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없었다. 크리스천의 노력 덕에 호주 사업부가 개선되기 시작했을 때조차 던앤브래드스트리트 본사 경영진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시장 역학 덕에 크리스천이 성공한 것이라고 믿었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정통성을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활용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상사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기대치를 넘어서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상사의 기대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주어진 게임에 임하라: 주어진 역할 내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의료업체 애벗 래버러토리스(Abbott Laboratories)의 태평양/아시아/아프리카 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마크 매스터슨(Mark Masterso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 나가는지 평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예측 가능성과 바람직한 결과를 제시하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면 좀 더 도전적인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은 이따금씩 신뢰를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지나치게 맹신하곤 한다. 하지만 상사와 부하 간의 교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해당 조직원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상사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좀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7

 

상사의 스타일과 목표(상사가 누구인가,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가, 상사가 어떤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가)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필요한 권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상사의 선호도(e메일을 선호하는가, 직접 마주보고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하는가, 간결한 방식을 선호하는가, 심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가, 가벼운 방식을 좋아하는가, 진지한 방식을 좋아하는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의사소통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또한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상사의 목표 및 관심사와 더불어 상사에게 가해지는 주요 압박 요인과 제약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상사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상사를 지원해야 한다. 컨설팅 기업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수석 부사장을 지낸 척 루시어(Chuck Lucier)상사와 성공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상사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을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8  이를 위해 적절하게 피드백을 구해야 할 수도 있다.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상사로부터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자기 자랑(좀 더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이나 아첨(좀 더 호감을 주기 위해)이 필요하다. 자신의 재능이나 업적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면 훌륭한 성과를 내고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허풍쟁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면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의 전문성과 성공을 알려야 한다. 예컨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동료에게 공개적으로 도움을 자청할 수도 있다.

 

상사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아첨을 할 수도 있다. 찬사를 보내거나, 존경을 표하거나, 상사의 아이디어에 동의하거나, 상사가 옹호하는 가치를 지지하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우쭐한 기분에 빠져들며 상대를 같은 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진실성이 결여된 것처럼 느껴지면 아첨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첨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대개 주변의 관찰자들에 비해 이런 문제에 덜 민감한 편이다.

 

게임을 변화시켜라: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주어진 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방법 외에 자신의 역할 자체를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던앤브래드스트리트 호주 사업부의 CEO가 된 크리스틴 크리스천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특성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쪽을 택했다. 크리스천은 호주 자회사를 사들이겠다는 견실한 제안을 내놓았다.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던앤브래드스트리트의 라이선스하에 운영되는 사업체의 형태로 자회사를 이끌어나가겠다고 제안했다. 3년 동안 매출이 2배가 됐으며 법인세공제전 순이익은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크리스천의 지휘 아래 호주 자회사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회복했으며 호주 시장에서 활동하는 최대 경쟁기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성공을 거둔 덕에 크리스천은 글로벌 경영팀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크리스천은 호주 자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애틀랜타 이사회에서 활동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권력 결핍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임자들이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던 업무를 위임하는 한편 그동안접근금지라고 여겨졌던 영역으로 역할의 경계를 확장할 수도 있다. 직무 기술 내용 자체를 변경해 자신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측면을 강조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2002년에 대영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닐 맥그리거(Neil MacGregor)는 대영박물관이 600만 파운드의 빚을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부 논객들은 맥그리거에게는 상황을 바로잡고 대영박물관의 장기적인 퇴보를 저지하기 위한 행정 경험 및 금융 경험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대영박물관이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맥그리거가 이사들에게 박물관장으로서 전임자들보다 훨씬 폭넓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기 때문이었다. 맥그리거는 개인적인 특질을 적극 활용해(맥그리거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뤘으며 외교적이고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자신의 역할을문화 외교관으로 수정했다. 맥그리거는 서구와 우호적인 정치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국가들과 문화적 관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성과는 추가로 전시회 융자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맥그리거가 남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일상적인 박물관 운영 활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했기 때문이었다.9

 

자신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정하면 성공적인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하지만 단순히 몇몇 까다로운 문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런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 필자들이 인터뷰한 어느 연구 관리자는 회의를 싫어한 나머지 회의를 줄이고 실험실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후 관리자는 자신이 큰 그림에 대한 논의를 놓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원 결핍 극복

 

정통성과 더불어 귀중한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 또한 권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 혹은 좀 더 규모가 큰 조직 내에서 자원 교환을 통해(혹은 자원을 움켜쥐는 방식을 통해) 권력 결핍형 경영자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집단에 소속되지 못한 탓에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필요한 자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가장 뛰어난 인재나 가장 도움이 되는 과제, 가장 뛰어난 판매 구역 등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과 의사결정 권한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자원 분배 자체가 왜곡되면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좀 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는 동료 경영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가 힘들어진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자신이 가장 영향을 미치고픈 사람들이 매우 선호하는 자원을 통제할 방법을 찾는 동시에 이런 자원을 찾는 과정에서 가급적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호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통화의 역할을 하는 자원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게임에 임하라: 자원을 수집하라.조직 차원의 지원, 혹은 물질적인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관리자는 상대에게 의무감을 안기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항공사에서 일하는 어느 고위급 경영자는 필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경영자의 역할을 맨 처음 수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으려 들기 전에 먼저 무언가를 내줘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조금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호의를 베풀고 나면 상대에게 보답을 요청하기가 수월해진다.”

 

안타깝게도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이 자신을 가로막는 제약 요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선 자신이 환경으로 인한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제약 요건을 오히려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제약 요건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과도한 업무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다시 말해서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과 도움, 감정적 지지를 제공하고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키우는 데 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사의 관심이 약한 만큼 공식적인 계획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상급자들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계질서상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일선 직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이해를 토대로 상사에게 가치 있는 통찰력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사회적 신용(social credits)을 쌓을 기회를 노려야 한다. 예를 들어, 고위급 경영자가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그보다 훨씬 커다란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경영자인 데이비드 스노(David Snow)는 해외 출장 중인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마감 기한을 맞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 동료에게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사람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 전화 한 통 덕에 나는 엄청난 골칫거리에서 해방됐다.”10

 

다른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 또한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세력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다른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을 능숙하게 잘 해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들을 가치 있는 협력자로 여기게 된다. 드럭스토어닷컴(Drugstore.com) CEO였던 돈 레포르(Dawn Lepore)도 이 방법을 활용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실린 레포르의 인터뷰 기사 일부를 살펴보자. “나는 정말 까다로운 일을 떠맡았다. 누구도 원치 않는 일, 사람들이 불가능하거나 전혀 생색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일을 맡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모르는 일을 맡아서 처리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11

 

이 전술을 구사할 때도 위험이 따른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자신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차후에 무엇을 원하게 될지 채 파악하기도 전에(필요한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상대에게 부탁을 할 기회가 아예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전혀 의무감을 느끼지 않은 탓에 부탁을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되는 접근방법, 즉 필요한 순간에만 영향력을 미치려 드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자기 잇속만 차리며 상대를 조종하려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먼저 선의를 베풀며 다른 사람들과 호혜를 주고받기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

 

게임을 변화시켜라: 자원이 돼라.

특수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법 또한 권력 결핍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문제, 혹은 소수의 사람만이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는 문제를 찾아내(갭 분석의 한 가지 형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면 추가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12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 할 만한 금융위기가 닥치자 스위스 의료기업 로슈(Roche) CFO 에리히 헌지커(Erich Hunziker)는 자신에게 그 어떤 권력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생존을 위해 은행 간 대출에만 매달리던 은행들이 대출 요청을 거절하자 생명공학 기업 제넨테크(Genentech)를 인수하려던 로슈의 계획이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헌지커는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은행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4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조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헌지커는 영업을 자처하며 불안해하는 채권투자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헌지커는 기록적일 정도로 많은 액수의 채권을 발행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중개업체를 배제시켜 거래 비용을 절반 이상 줄였다. 이처럼 놀라운 성공 덕에 헌지커는 인기 많은 경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경력 컨설팅 전문가들은 사람들에게 약점을 보강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려면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펩시코(PepsiCo)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래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들로부터그 기술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찾아가야 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단순히 박학다식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에 능통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면 눈에 띄는 존재가 될 수 없다.”13

 

그렇다면어떤 능력이 나와 동료 경영자들을 가장 명확하게 구별시켜 줄까라는 중요한 질문을 떠올려봐야 한다. 로슈 CFO 헌지커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CFO가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관리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영위원회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경영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날 영업 마케팅 자리에 앉혀 주면 좋겠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제품을 익히고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둬야만 하는 자리 말이다.” 그때부터 동료들은 내 뜻을 전적으로 지지해줬다. 재무부서로 되돌아갔을 때도 동료들은 내가 자신들을 매우 존중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내 진심이었기 때문에 가식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었다.”14

 

관련 있는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은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조직 내에서 위상을 높이고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수한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에도 위험이 따른다. 그중에서도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해당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위험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운명을 피하려면 가치 있는 지식을 통제하는 접근방법과 공유하는 접근방법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네트워크 결핍 극복

 

높은 수준의 정통성과 희귀한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영자라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자체적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경영자는 상사의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 상사의 네트워크에 대한 높은 의존성은 심각한 악조건이 될 수 있다. 발달된 네트워크를 보유하지 못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경영자는 뛰어난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경영자와 동일한 전략 정보나 학습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들만큼 눈에 띄는 존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연구를 통해 부실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상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15

 

필자들의 인터뷰에 응한 어느 참가자는 힘겹게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유명한 광고 대행사의 고객 담당 경영자가 된 지 1년 만에 어느 팀원이우리 팀이 별 볼일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듣게 됐던 것이다. 인터뷰 참가자는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상사가 권력 결핍형 경영자이며 그 결과 당연하게도 부서 전체가 사실상외집단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면 뛰어난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사 밑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상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승진하거나 이직하는 탓에 상사와의 관계 구축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보여주기 힘들 수도 있다.

 

물론 필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최우수 인재를 다른 동료들과공유하거나 또 다른 팀에 해당 인재를 빼앗기는 일을 피하기 위해 뛰어난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사가 의도적으로 최우수 인재에 대해 함구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직원들은 대개 상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 받는다. 하지만 특수 업무로 좌천돼 더 많은 책무를 확보하거나, 눈에 띄는 존재가 되거나, 인정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한 이들은 영원히 지엽적인 전문가로 남게 된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은 네트워크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외부적으로) 나쁜 상사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선량한 상사의 이직을 비롯한 갑작스런 변화가 발생했을 때 활용 가능한 퇴로도 찾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은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 번째 방법은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업무 환경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연결돼 있지 않은 여러 클러스터를 잇는 것이다.

 

주어진 게임에 임하라: 조직 상부에 접근하라.

그동안 권력 결핍형 경영자들에게는유력한 용의자’, 즉 공식적으로 자신을 최대한 밀어주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이 주어졌다. 자신의 직속 명령체계 밖에서 활동하는 고위급 인물과 관계를 맺으면 조직 상층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성격과 성과, 업적을 인정하는 협력자를 얻을 수 있다.

 

1명의 고위급 인사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 존슨(Chris Johnson)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존슨은 2000 4월에 네슬레의 글로브(GLOBE, 네슬레 조직 전반에서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실행하는 방안이 포함된 방대한 규모의 계획) 프로그램 책임자가 됐다. 당시 39세였던 존슨은 성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의 존슨은 장래가 유망한 변화 주도 세력으로 여겨졌으며 특정한 국가의 시장을 총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 관리자들이 어떤 식으로 저항할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CEO가 존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네슬레의 CEO는 존슨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존슨을 경영위원회에 앉혔다.

 

이와 같은 자산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좌절감을 느꼈다. 글로브 프로그램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존슨은 자신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권력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위급 관리자들은 존슨을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았다. 존슨의 이사직 자체가 임시직이었던데다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들은 모두 존슨보다 한 세대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존슨은 국가 총괄 관리자들로 이뤄진 네트워크 내에서도 핵심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존슨이 관리했던 시장이 네슬레 전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만이었기 때문이다. 각 네트워크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던 존슨은 3개의 조직적 차원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건 자신의 입지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하나의 국가 전체를 총괄 책임지는 지역 관리자 중 다수가 과거에 시행된 수많은 다른 프로그램들이 그랬듯 글로브 프로그램 또한 서서히 사라지기를 기대했다.

 

네슬레 국가 총괄 관리자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던 존슨은 호세 로페즈(José Lopez)가 이 네트워크 내에서 중요한 여론 주도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깨달음은 존슨에게 중대한 돌파구를 선사했다. 로페즈는 설득력 있고 성공적인데다 동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시범적으로 글로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에 동의하도록 로페즈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자 조직 내에서 존슨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16

 

하지만 관계가 지나치게 밀접하면 직급이 낮은 리더가 직급이 높은 경영자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존슨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는 네슬레의 CEO에게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존슨은 사내에서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을 때조차 CEO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존슨은 자신이 책임자이며 다른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협력자는 팀이나 회사 내에서 공식적인 권력뿐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직함과 공식적인 역할 너머로 시선을 돌려 비공식적 관계와 집단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역학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BAE 시스템스(BAE Systems) CEO 린다 허드슨(Linda Hudson)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허드슨은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의 멘토가 들려준 귀중한 조언에 대해 언급했다. “CEO가 된 후 처음 몇 달 동안은 실제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하며 그 다음에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실력자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야만 가장 성공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고 한다.”17

 

데이비드 크래커트(David Krackhardt)는 규모가 작은 창업기업 내의 권력 구도를 분석한 끝에 조직 내에서 권력 분산 현황 및 영향력 네트워크를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이 가장 커다란 권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8  정치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어디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퍼듀대(Purdue University) CIO 게리 맥카트니(Gerry McCartney)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서 먼저 소수의 여론 주도층에 모든 노력을 집중시키고 이들에게 많은 공을 들인다. 반드시 책임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최상부와 가깝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도 공략한다.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19

 

 

 

 

게임을 변화시켜라: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라.

앞의 접근방법은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기존 네트워크 내에서 중요한 인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좀 더 급진적인 접근방법으로는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방법, 즉 공격을 주도하는 방법이 있다. 경계를 잇는 역할을 수행하며 단절돼 있는 분야나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상당한 권력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러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메우는 사람은 충돌을 줄이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 활동은 시야를 넓히고 중요한 정보에 일찌감치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중요한 정보를 일찌감치 습득하면 경쟁자들보다 앞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연구를 통해 이처럼 중개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고위급 경영진으로부터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0  명확한 목표를 겨냥한 경계 연결 활동을 가장 잘 해내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자원이 부족한지 파악한 후 격차를 메워야 한다.

 

오라클(Oracle) CFO를 지낸 제프 헨리(Jeff Henley)는 오라클 CEO의 전략 파트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외부 이해관계자(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 이사회 구성원, 실제 고객 등)들로부터 좀 더 커다란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헨리의 노력은 성공적이었고 헨리는오라클 최고의 영업맨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헨리는고객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오라클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하루에 3명 이상의 고객을 만나는 날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21  헨리는 이런 노력 끝에 업계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오라클이 좀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방법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적극적인 노력 덕에 헨리는 오라클의 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선별적인 경계 연결 대신산탄총(shotgun)’ 접근방법, 즉 다양한 집단을 한데 모으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럼을 신설하는 방법 또한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서로 걸맞은 상대를 연결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어느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상대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에게 가장 연결성이 높은 동료가 누구인지 물었다. 다수의 참가자들이 클라우디오(Claudio)라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클라우디오는 이따금씩 자사의 공급업체 및 전략적 파트너 기업에 소속된 팀, 자사 조직의 여러 부문에 소속된 부서 등을 한자리에 모으는 축구 시합을 계획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이런 노력 덕에 클라우디오는 여러 사람을 잇는 방법을 아는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경계를 잇는 역할을 담당하는 권력 결핍형 경영자를 위협하는 주된 위험 요인은 경계 연결 활동이 권력 결핍형 경영자의 충성심에 대한 의구심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계 연결 활동을 하는 권력 결핍형 경영자는 내부의 이익보다 외부의 이익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저장하고 경계 연결 역할을 악용한다는 우려가 나타날 수도 있다.

 

현명한 전략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면 자신에게 결여돼 있는 권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먼저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요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재료 중 무언가가 없다고 다른 재료를 좀 더 많이 집어넣는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세력 기반을 토대로 새롭게 경력을 쌓아가는 방법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전략이다. 상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 특정한 자원을 통제하는 방법, 맹렬하게 네트워크 활동에 임하는 방법 등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이 급변하면 갑작스레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 가지 전술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 결핍형 경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려면 3개의 권력 원천 모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사와 동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권력 결핍형 경영자에 대한 인지 편향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들로부터 지원과 후원, 관심을 받으려면 권력 결핍형 경영자가 여러 차례에 걸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수도 있다.

 

이런 투자를 할 가치가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편이 좋을까? 이것은 매우 중대한 결정이다.22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교착 상태와 궁극적인 패배를 구별해야 한다. 교착 상태란 승리를 위해 조직의 다른 부분을 동원하거나 전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교착 상태보다 발생 빈도가 훨씬 적은 궁극적인 패배는 변화를 야기하기 위해 권력 격차를 메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럴 만한 기회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권력 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179명의 표본 경영자들 가운데 상황 개선에 실패한 사람은 넷뿐이었다.

 

-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MD의 연구위원이다. 시릴 부케(Cyril Bouquet) IMD 전략 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418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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