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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리더십 : 시간관리가 최우선이다

프랭키 베빈스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Making Time Management The Organization’s Prior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최근 어느 다국적 기업에서 중요한 전략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경영진은 해당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책임자로 재능 있고 전도 유망한 임원을 지목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경영진이 지목한 임원은 이미 하루에 18시간씩, 5일 업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경영진이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자 CEO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0시간이 더 남아 있는데다 주말에는 추가로 48시간의 여유가 있다라고 사무적으로 답했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로 들릴 수도 있다. 사실 이 사례의 기저에 깔려 있는 시간 부족 문제는 오래 전부터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만성적인 문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간 부족 문제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통신기기를 통해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환경, 글로벌 조직1 이라는 특성상 나날이 증대되는 복잡성,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압박이 더해지자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필자들은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진심으로 시간 부족이라는 도전과제를 해결하고픈 의지를 갖고 있는 리더라면 시간관리가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고 조직 차원에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관리는 기업의 통제 범위 밖에 위치한 개인의 생산성 관련 문제가 아니다. 시간관리는 점차 조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간관리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기업 구조 및 기업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는 곧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고위급 경영팀은시간 예산을 짜고 공식적인 업무 할당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다. 리더들은 통제 범위, 역할, 의사 결정권 등 조직 설계 문제를 해결할 때 시간 관련 요소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은 리더 개개인에게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위한 도구를 공급하고 리더들이 효과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고픈 욕구를 느끼도록 장려책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동급최강 수준의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등 조직적인 차원에서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최근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몰두하면서 행정 지원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접근방법이 그 자체로서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재 부족 현상에 직면한 임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너무 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중요한 신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여력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접근방법이 특히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조직적인 차원에서 시간관리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최근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등 오늘날 시간관리가 직면한 도전과제의 본질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시간이무한한자원이라는 착각

필자들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약 1500명의 임원들을2 상대로 업무시간을 어떻게 할애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자신이 업무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에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다소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고 전체 응답자 중 약 3분의 1매우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자신이 업무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2%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절반은 조직의 전략 방향을 이끌어나가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2개의 데이터에는 시간관리 문제가 비단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유한하고 측정 가능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간을 이런 자원으로 대하는 조직이 매우 드문 만큼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과 자본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예컨대, 자본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수의 기회를 확보한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회를 모두 활용하려면 총 20억 달러가 필요하고 모든 기회의 순현재가치는 0보다 크며 어떤 기회를 택하든 단기간 내에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 기업은 둘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가장 중요한 여러 기회를 중요도순으로 정리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것을 연기할지 결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추가로 자본을 조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반면 경영진의 시간은 무한한 자원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경영진에게 새로운 기회를 추진해 나갈 여력이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좋은 기회가 나타나기만 하면 무조건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다. 그러니 업무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끼는 리더가 소수에 불과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설문조사 내용을 분할 분석한 결과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의 존재가 밝혀졌을 뿐 아니라 불만스러워하는 임원이 각기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네 부류로 나눠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들은온라인 중독자’ ‘수다쟁이’ ‘치어리더’ ‘소방관으로 나눌 수 있다. 잠시 후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각 부류의 임원들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보면 조직이 어떤 식으로 시간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각 유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시간관리: 좌절의 4대 유형을 참고하기 바란다.)

 

 

과부하 현상

수많은 현대 조직에서 대규모 전략계획(strategic initiative) 및 특별 프로젝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무한한 자원이라는 믿음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깨닫고 있다. 전략계획과 특별 프로젝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자 전략계획 과부하 현상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본업외에 프로젝트를 추가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략계획 과부하 현상은 예상치 못한 온갖 결과를 초래한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는가 하면 기회가 사라지기도 하고 리더가 성공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이 변화 피로(change fatigue)에 시달리다 못해 가장 기초적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올 계획을 실행할 에너지조차 부족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불만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임원(특히 소방관과 온라인 중독자)들은 성공적인 계획 진행에 도움이 되는 일대일 대화와 팀 단위의 상호 작용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온라인 중독자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직속 부하와 어울리는 데 가장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 일대일 대화건, 단체 대화건 마찬가지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이 온라인 중독자의 업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온라인 중독자가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경로는 e메일, 다른 형태의 비동기식(asynchronous: 실시간이 아닌) 메시지 전송 방식, 전화다. 모두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직접 대면을 통한 실제 대화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럭저럭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간이 무한한 자원이라는 착각에 빠져 무신경한 태도로 접근한 탓에 맞닥뜨리게 되는 또 다른 예기치 못한 결과가 있다. 조직 차원에서 개별 관리자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돕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직무를 맡은 첫째 날, A가 어떻게 일을 해나갈지 상상해 보자. A는 훈련과 적응프로그램을 거쳐 사무실에 배치를 받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A가 해야 할 업무, A의 업무 스케줄, A와 관련이 있는 결정, A가 가야 할 곳, A가 대화해야 할 대상, A가 검토해야 할 정보(검토 기간), A가 참석해야 할 회의 등은 어떻게 결정될까?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십중팔구는 받은편지함에 들어 있는 e메일과 회의 초청이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가끔 순서가 바뀔 뿐 항목 자체는 대개 그대로다).

 

업무일정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를 분석하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영업사원, 거래원, 매장 관리자, 지역 담당 부사장) 각자 어떤 식으로 업무 시간을 할애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대조적인 방식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지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다지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매우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 결과에 미뤄보면 불만을 갖고 있는 네 부류의 임원 모두가 자유방임주의적인 방식으로 시간관리에 접근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다쟁이(CEO가 대표적)와 치어리더(한 직급 낮은 최고위급 임원인 경우가 많음)에게서 이런 문제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다쟁이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외부 이해관계자인 경우가 많음)들과 직접 대면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치어리더는 직원들과 상호 작용하고, 직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업무시간 중 20% 이상을 할애한다(불만을 갖고 있는 다른 부류의 임원들보다 높은 편이다).

 

이번에는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자. 치어리더는 다른 부류의 임원들과 비교했을 때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적은 편이다. 수다쟁이는 상호 작용 시간 중 80% 이상을 직접 대면이나 전화 통화에 할애한다. 수다쟁이들은 다양한 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생각을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전체 업무 시간 중 10% 이하만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데 할애하는 치어리더 또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결론은 그럭저럭 노력을 하고 중요해 보이는 활동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해서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위급 임원이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골치 아픈 결과를 초래하는 잘못된 교환

 

조직이 시간 및 역할 분배에 명확한 관심을 쏟지 않은 채 무작정 새로운 계획을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져 임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세부적인 관리에 매몰된 사례참조.)

 

기업이 무작정관리 직급 간소화(delayering)’ 원칙을 적용해 시간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필자들이 살펴본 조직 C는 조직 내 모든 부문에 ‘7의 원칙(각 관리자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직속 부하의 수가 7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C는 관리 업무의 유형에 따라 사람들을 감독하고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데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리더가 2∼3명 이상의 직속 부하를 거느리기 힘든 경우(: 재무 조직에서 매우 복잡한 국제 세금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20명 이상의 직속 부하를 관리할 수 있는 경우(: 매우 단순한 콜센터 업무와 같이 직원들이 잘 훈련돼 있고 대개 자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직속 부하의 수가 7명 정도일 때 업무가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간단 명료한 원칙을 적용하면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관리해야 할 직속 부하의 수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세세한 업무까지 관리하려 들거나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해 조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부하직원을 관리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관리자는 예외 관리에 치중하고(어떤 일이 계획에서 상당히 벗어난 경우에만 행동에 돌입하는 방식) 쉴 새 없이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할 수도 있다.

 

불만을 갖고 있는 네 부류의 임원 중 소방관 유형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빈번하게 관찰됐다. 총괄 관리자가 이 범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사항들을 관리하고 e메일과 전화를 통해 소위 위기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처하며 사무실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관리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수다쟁이의 경우 이런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 시간의 13%인 반면 소방관은 이런 활동에 전체 업무 시간의 약 40%를 할애한다.) 이런 부류의 임원들은 대체로 단기적인 문제와 가까운 미래와 관련된 운영 결정에 집중해야 하며 전략과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별다른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간 존중

지난 수십 년 동안 시간관리에 관한 수많은 연구결과가 공개됐고 시간관리를 위한 수많은 훈련 방법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시간은 가장 희귀한 자원이며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관리할 수 없다3 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격언을 기반으로 하는 온갖 자기계발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관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조직적인 문제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그리고 자기자신)을 위해 실질적인 발전을 이뤄내고자 하는 리더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시간을 쪼개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고 해서 모든 임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필자들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의 시간관리 방식에 만족하는 것으로 밝혀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임원(10% 미만)들이 내놓은 답변을 보면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지 몇 가지 유용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핵심은 균형인 듯하다. (그림 2) 만족한 집단에 속하는 임원들은 외부 이해관계자(: 이사회, 고객, 투자자)들과 상호 작용하는 데 업무 시간 중 평균 34%를 할애한다. 또한 이들은 전체 업무 시간 중 39%를 사내 회의(직속 부하와의 일대일 회의, 경영팀 회동, 직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다른 종류의 회의)에 할애하고 24%를 혼자 업무를 보는 데 할애한다.4

 

자신의 시간관리 방식에 만족하는 임원들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데(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 작용 및 사내에서의 상호 작용 모두 포함) 할애하는 시간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들은 직접 얼굴을 대면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전체 상호 작용 시간의 40%를 할애하며 화상 회의에 25%, 다른 형태의 실시간 의사소통에 약 10%의 시간을 할애한다. e메일이나 다른 유형의 비동기식 의사소통 방식(: 음성 메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전체 의사소통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이하다.

 

만족을 느끼는 임원들은 4개의 중요한 활동(비즈니스나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 직원 관리 및 동기 부여, 방향 및 전략 수립, 외부 이해관계자 관리)이 업무 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하다.) 흥미롭게도 자신의 시간관리 방식에 만족하는 임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은 자신의 시간관리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지목한 거래/행정 활동과 전혀 겹치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에 미뤄 보면 아래에 기술된 해결책이 시간관리에 불만을 갖고 있는 모든 리더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훌륭한 식단에 내포돼 있는 원칙 자체는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개인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식후의 디저트가 문제인 경우도 있고 간식이 문제인 경우도 있다)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조직 내에 어떤 시간 문제가 가장 만연해 있는지에 따라 각 해결방식을 활용하는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

 

1. ‘시간 리더십예산을 세워라(시간분배를 위한 적절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무턱대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계획을 진행하기보다 각 프로젝트와 계획이 경영진의 관심과 지도, 개입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주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적절히 감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최고경영팀이나 운영위원회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가? 다시 말해서, 위대한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경영진이 얼마나 많은 역량을 할당해야 할까?

 

우선순위가 높은 계획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 시간 예산을 짜는 방법이 급진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금융 자본을 대할 때와 같은 태도로 경영진의 역량에 접근하고 인적 자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새로운 계획에 재원을 대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려면 시간 예산을 짜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대형 의료기관 D는 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켜 조직 전반에서 진행되는 모든 계획에 대한 시간 예산을 감독할 책임을 맡겼다. D의 관리위원회는 경영진의 역량에 대한 수요를 비롯해 모든 시간 예산을 승인하고 감시한다. 계획이나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최초에 제안서를 제출할 때 경영진이 할당해야 할 시간, 리더 개개인이 필요한 여력을 갖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 등을 명시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할 리더에게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조직 차원에서 해당 리더의 다른 책임을 덜어주기 위해 계획적인 단계를 밟아나간다.

 

 

 

2. 조직 변화를 도입할 때 시간을 고려하라

기업은 조직 관리를 위한 통제 범위를 고민할 때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즉 통제 범위가 넓어지면 필요한 관리자의 수와 간접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조직 변화를 추구하건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목표 달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구조적인 준거틀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 개개인을 관리, 인솔, 지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바로 실질적인 제약 요소다. 시간이라는 제약 요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조직구조의 안정성이나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균형을 잡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은 관리자에게 생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숫자의 부하 직원을 배정한다. 하지만 관리 직급 간소화가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중복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다수의 관리자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성과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대형 건강제품 업체 E는 관리자의 수가 다른 조직에 비해 2배나 많았던 재무 조직을 구조 조정한 결과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악명 높은회의 문화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기술업체 F는 사내 관리 구조를 수정한 덕에 전략적 초점을 개선하고, 책임을 강화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임원들의 업무 시간을 4000인시(人時)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특히, F는 구성원이 동일하고 안건 역시 유사하며 쓸데없이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는 여러 이사회와 위원회를 포함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전면 수정했다.

 

3.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굴지의 전문 서비스 업체 G는 최근 분석을 통해 자사의 고위급 파트너들이 현재 진행 중인 업무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는 반면 대외 네트워킹 활동, 사내 코칭 활동, 전문성 구축 등 당면한 과제 못지 않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선순위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 파트너들이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기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자신의 전략 목표와 부합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할당하고 있는지 검토한다.

 

기업 임원들은 시간 분석 결과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 분석 결과를 통해 자신의 활동과 기업이 명시한 우선순위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예컨대,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목표라고 생각해 보자. 조직 내 리더들에게 고객과의 친밀성을 장려하는 활동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대부분은 이런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조직에서 중요시하는 우선순위에 할당된 예산 중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 구축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영진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이런 활동에 할애하고 있는지는 답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추적을 시작한 리더가(설사 비공식적이라 하더라도) 전체 업무 시간 중 이런 우선순위에 충격적일 만큼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무언가를 측정하고 관리하다 보면 업무 자체의 중요도가 어떻건 그 일을 우선시하게 된다. 생산 기업 H에서 일하는 현장 감독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진정한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생산 현장에서 직원들을 관리하고, 가르치고, 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감독관은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비생산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H의 현장 감독관이 잘못된 방식으로 시간을 할애해온 것은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구조화되거나 측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사 감독관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감독관은 회의에 참석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문제가 발생했다. 고위급 임원들에게서도 똑같은 문제가 관찰된다. 공식적/비공식적 장려책을 내놓을 때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고위급 임원들 역시 엉뚱한 방식으로 시간을 할당하게 된다.

 

인사 고과를 매길 때 일선 직원과 함께 보낸 시간(공장 관리자의 경우), 네트워킹에 할애한 시간(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고위급 파트너의 경우) 등 명확한 시간 관련 지표나 목표를 평가에 포함시키면 행동을 수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팀원들 간의 우호적인 경쟁을 장려하고 업무시간을 현명하게 할당한 직원을 칭찬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표준 업무를 강조하는 린(Lean) 생산 방식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필자들은 그동안 간과하기 쉬운 우선순위(회사를 둘러보는 데서부터 중요한 이해관계자와 시간을 보내는 활동에 이르기까지)를 포함해 리더라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정의하고 측정하며 그런 행동에 보상을 제공하는 기업을 자주 목격했다.

 

4. 마스터 캘린더를 다듬어라

중요도가 높은 우선순위에 할애할 시간과 여유를 만들려면 비즈니스 리더가 자신과 자신이 지휘하는 팀이 어떤 일을 멈춰야 할지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연중 행사가 기록된 캘린더와 회의 일정을 검토해 어떤 회의가 전략 목표 수립에 도움이 되는지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는 습관적으로 안건에 끼워 맞추거나 회사의 전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회의 일정을 추가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고위급 경영진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를 한눈에 보여주는 마스터 캘린더를 제작한다. 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마스터 캘린더를 기업 차원의 시간 낭비를 근절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 I는 분기마다 해외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 일정에 맞춰 해외의 주요 고객 방문 일정을 잡는 등 출장이 불필요하게 중복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그간의 경험에 미뤄 보면 단순한 정보 교류(보고), 부서 간 협력(문제 해결 및 접점에서의 조정), 성과 관리(이런 회의에서는 궤도 수정을 위한 행동 방안이 채택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보고를 위한 회의로 전락할 수 있다), 의사 결정(거의 모든 것이 통과되는 회의는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다. 명색은 의사 결정을 위한 회의지만 실제로는 보고를 위한 회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등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필자들이 살펴본 수많은 조직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자랑하는 조직의 임원들은 업무 시간 중 50% 이상을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 할애하는 반면 단순한 보고나 정보 교류성 회의에는 10% 이하의 시간만 할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진의 시간을 정반대로 할당하며 심지어 그 같은 사실을 자각하지조차 못한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가구처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5. 뛰어난 행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라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확인한 가장 커다란 차이점 중 하나가 지원의 질이다. 효과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고 자평한 응답자 중 85%는 업무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할애하는 과정에서 조직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시간관리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응답자 중 같은 답을 내놓은 사람은 7%에 불과했다.

 

필자들이 살펴본 기업 중 가장 효과적으로 시간관리를 지원하는 기업은 글로벌 화학기업 J였다. J CEO 행정 비서는 다양한 문제와 이해관계자들에게 CEO와 최고경영팀의 시간을 할당할 책임을 맡고 있으며 시간을 할당할 때 조직의 전략 목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행정 비서는 일정표에 표시돼 있는 시간이 조직 차원에서 명시한 우선순위와 일치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회의(2주에 한 번씩 열린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둘 사이에 격차가 있음을 알린다. “올해는 아직 남미를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문제가 될까요? 연말이 되기 전에 남미를 방문하셔야 할까요?” 혹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주목하면 되는 걸까요? 이미 동유럽을 방문하기로 하셨는데 그곳에 계시는 동안 어떤 일을 하시도록 일정을 잡아드려야 할까요? 전략적 우선순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실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일들을 정리해야 할까요?”

 

뿐만 아니라 CEO 행정 비서는 임원들을 위해 마스터 캘린더를온전히 파악한 후 마스터 캘린더를 활용해 경영팀이 회의를 열어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회의를 열지 않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도록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CEO 행정 비서는 고위급 임원들에게 큰 그림을 돌아볼 시간을 주기 위해정적 구간(quiet zone)’을 조성한다. 다시 말해서 고위급 임원들이 분기별 수익 보고, 부서별 전략 검토, 이사회 등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2∼3일 동안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다. 기업 임원들이 획기적일 만큼 효과적으로 시간을 할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런 접근방법을 통해 행정 지원을 제공할 때푼돈은 아끼고 큰돈을 허투루 쓰지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고위급 리더들이 느끼는 시간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또한 고위급 리더 중 압도적인 다수가 이런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소에 맞서 싸우기는 쉽지 않지만 시간을 귀중하고 날이 갈수록 희귀해지는 자원으로 대하고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방해하는 조직적인 장애물을 없애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직적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임원들이 조직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업무 시간을 할당하도록 만드는 것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조직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고 여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프랭키 베빈스, 애런 드 스멧

프랭키 베빈스(Frankki Bevins)는 맥킨지 워싱턴 D.C. 사무소 컨설턴트이며

애런 드 스멧(Aaron De Smet)은 휴스턴 사무소 소장이다.

 

감사의 말씀

두 저자는 본 논문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캐롤라인 웹(Caroline Webb)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웹은 맥킨지 런던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맥킨지의 리더십 부문 수석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컨설팅 기업 세븐시프트 리더십(SevenShift Leadership) CEO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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